[Review] CLOSE-UP
CLOSE-UP
두산갤러리 3.5 – 4.12
‘본다’는 것은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보는 방법’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보는 방법, 관점을 다르게 하면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예술가는 예술작품을 보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한다. 그럼으로써 예술은 다른 감각으로 보고 느끼게 한다.
익히 알다시피 유승호와 함진은 작품을 ‘가까이, 자세히 보게’ 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놓쳐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작가들이다. 지난해 두산 레지던시 뉴욕에 참여했던 이 두 작가의 전시 은 아주 작고 하찮은 것들이 만들어낸 세상, 마치 팽창하는 우주에 빨려 들어가는 지각을 경험하게 한다.
유승호와 함진은 “자세히 들여다보기”라는 유사한 보는 방법으로 큰 것과 작은 것, 밖과 안, 전체와 부분, 나와 너, 그림과 글씨처럼 상반된 것들의 조합에서 오는 메타포, 경계의 불분명함에서 오는 보는 방법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함진은 군집된 작품들로 전시장을 원시 정글로, 또는 행성들이 생성되는 우주공간으로, 생명이 태동되는 공간으로 펼쳤다. 전시장 전체에 유기적으로 설치된 작품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작은 생명체들이 꿈틀거린다. 인간의 형상을 갖춘 것에서부터 어떤 형태인지 불분명한 것들이 존재하며 전체와 부분, 형상과 배경의 경계가 모호하다.
또한 유승호가 펼쳐내는 세상 역시 전혀 다른 것들이 공생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림이 품고 있는 글씨, 서로 전혀 다른 언어이지만 둘이 엮어내는 세상은 하나이다. 마치 내 안에 있지만 내가 아닌 이물질인 박테리아가 나를 이룬 것처럼 말이다. 물질에서 생명체가 생겨난 것처럼 유승호의 그림들은 글씨에서 그림이 생성된다. 그림은 글씨의 의미를 형상화하여 글씨로 순환된다.
작고 하찮은 것들은 변화하고 변신하며 서로 공생하면서 지구를 생성, 변화시켰던 것처럼, 적대적 생물종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생물종이 되었던 것처럼, 유승호, 함진의 작품은 그 작고 하찮은 것들이 공생하여 만들어내는 세상이다.
린 마굴리스가 “미생물은 우리들 속에서 생존하고 있으며 또 우리는 그들 속에 살고 있다”고 했던 것처럼, 지구 생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 미물들이다. 그래서 작고 하찮은 것들은 가장 작으면서 동시에 가장 크다. 유승호, 함진이 의도하는 바를 작고 하찮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코스모스, 다른 것들이 공생, 공서하는 세상을 가까이 자세히 보자는 것이리다.
이번 전시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결과전의 성격을 띠지만, 유승호, 함진이라는 기발한 두 작가의 조합이기에 꽤 많은 기대를 했다. 그렇기에 두 작가의 작품이 단순히 기계적 방식의 조합으로 전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가 빚어낸 경이로운 세상을 다른 지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마이크로코스모스는 여전히 경이롭고 아름답다.
박수진・복합문화공간 에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