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화성에서 온 메세지
1.23~5.30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
화성에서 쓴 지구 환경 보고서
그간 미술은 발전한 과학을 도구화하여 시각적 재현물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문법을 따르는 것이 주류였다. 따라서 과학의 발전은 미술에 있어 매체 다양화라는 응용의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술의 상상력은 과학적 진보의 저변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과학의 발전은 왜 그것을 이뤄야만 하는지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화성에서 온 메시지전〉은 이러한 양상을 확인하고 예술적 상상력이 전지구적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단서를 제공하는 전시로 볼 수 있다. 그 내용은 지구를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전시 타이틀이 암시하듯 지구의 문제를 지구에 발을 디디고 있는 상황에서 타개하는 것이 아닌, 지구 밖에서 지구를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이룩하고자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영화화되면서 인기를 끈 앤디 위어(Andy Weir, 1972~)의 소설 《마션(Martian)》을 연상하게끔 한다. 전시 타이틀을 인지하고 전시를 본다면 제2의 생존장으로서 화성의 가능성에 대해 참여 작가들이 화학전공자들과 협업하며 벌인 상상력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작가는 7명(팀)으로 미국의 생태과학예술가인 아비바 라마니(Aviva Rahmani), 화학예술가 서일 사프렌(Cheryl Safren), 스위스와 브라질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마르쿠츠 베를리(Markuz Wernli) / 사라 다허(Ssrah Daher)팀, 인공적 화학물을 이용해 작업하는 길현, 탄소를 주제로 게임을 작품으로 선보인 안가영, 사막화에 반대하는 작품을 선보인 김지수, 그리고 생체활동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한 박형준 등이다. 이들은 전시장이 화성에 구축된 것을 전제로 작업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마르쿠츠 베를리/사라 다허의 작품은 소변을 발효시켜 물의 존재가 요원한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마치 과학실험실을 연상하게끔 하는 연출 같지만, 이 작업은 실제 기증받은 소변을 재료로 민들레나 허브 등을 발아시켜 키워낸다. 이런 방식은 박형준의 작업에서도 보이는데, 이산화탄소 얼음, 즉 드라이아이스를 고순도로 뽑아내는 화학실험을 방불케 한다. 김지수는 화성에 이끼를 키워 산소를 만든다는 영화 〈토탈리콜〉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를 기획한 유현주 큐레이터가 이 전시에서 주목한 요소는 바로 ‘탄소(炭素)’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기본적 존재 단위이자, 인류의 생존에 꼭 필요한 화석원료의 구성물질이고 현재 지구에 가장 큰 위험을 가하는 이산화탄소 등을 구성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인간 역시 대단히 복잡 미묘하게 진화한, 탄소와 물을 기초로 하는 화학복합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시는 과학적이고 지리적인 지식을 동원하기도 하고, 탄소와 이산화탄소, 요소(urea), 구리와 화학복합물의 페인팅 및 바이오화학적인 실험 등 화학 재료들을 사용해 화학을 예술의 언어로 전환하고자 애쓴 예술가들의 작업을 보여줍니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럴듯하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화성, 그곳은 지구 생명체가 살아남기엔 척박한 환경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이런 작가들의 제안이라면 화성에서도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역으로 그 척박한 화성에서도 작가들이 제안한 방법으로 생존이 가능하다면, 당장 지구에서는 더 수월하게 행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전시는 화성에서 거주를 위한 상상적 방법을 제안함과 동시에 이 제안을 생존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지구에 당장 적용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대전 = 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