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제2회 CAFAM 미래전 : 관찰자 창조자 ·중국청년예술의 현실 표징
을미년 새해 목표를 세우는 첫 달, 베이징은 수년 뒤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달리는 젊은 작가들의 패기로 가득하다.
지금, 여기 젊은 작가들은 구정(춘절) 연휴 가족들에게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에 담을 소중한 인연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대학 미술관은 대륙의 호방함으로 학연으로부터 자유로운 전시를 개최하고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참여 작가와 미술 관계자들로 베이징 미술계는 연일 잔칫집 분위기이다. 이는 바로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CAFAM(China Cental Academy of Fine Arts Museum)이 3년 만에 선보인 <CAFAM 미래전>이 선사한 새해 선물이리라. 대륙의 미술계계 점치는 미래상은 어떤지 미술관으로 향해 보자.
관찰하고 창조하는 중국 젊은 예술가의 오늘
권은영 중앙미술학원 미술사 박사과정
우리의 오늘은 지난날 청춘을 불태운 선배들이 일군 미래이며, 오늘의 젊은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것이다. <CAFAM 미래전>은 중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고 지지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표방한 정기 기획전이다. 2012년 대학 미술관임에도 졸업장과 무관한 <CAFAM 미래전: 서브-현상亞现象: 중국 청년예술 생태 보고>로 테이프를 끊으면서 본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이 대학 교정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전국구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것은 2008년 아라타 이소자키矶崎新 디자인 신관을 개관하고, 2009년 난징예술학원을 졸업한 광둥 출신의 왕황성王璜生 교수가 관장에 취임하는 파격 인사, 그리고 2010년 ‘국가 중점미술관’에 선정되면서 국공립 미술관의 면모를 갖춘 덕분이다.
작가 쉬빙徐冰과 파리 소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관장 장 드 루아지 Jean de Loisy가 공동 총감독을 맡은 이번 전시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창객創客, Observer-Creator’로 정의하고 그들의 오늘을 분석했다. 여기서 ‘創客’은 금세기에 이르러 출현한 신조어로 ‘Maker’로 번역하는 서구의 DIY 문화에서 비롯됐다. 본래 ‘客’는 ‘-쟁이’를 의미하는 접미사로 ‘創客’는 ‘창작쟁이’로 이해할 수 있는데, 영문 제목을 통해 “관찰하고 창작하는 사람”으로 보충 설명하고 있다. 쉬빙은 전시 서문에서 오늘날 젊은 작가 작업 방식에서 “관찰하고 창작”하는 예술 창객의 특징이 발견된다며, 동시대예술의 양식화와 제도화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러한 경향은 1회 <CAFAM 미래전>에서도 강조된 바 있는데, 당시 주제인 ‘서브-현상’ 역시 주류보다는 비주류의 가치를 높이 사고 있다.
<CAFAM 미래전>의 특징 중 하나는 넓은 범위의 여러 단체와 맺은 긴밀한 협력 관계다. 이번 전시는 대륙, 대만,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역의 64개 기관에서 추천한 작가들을 바탕으로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기획자 2명과 외부 독립 기획자 2명이 팀을 이루어 기획했다.
《예술시대艺术时代》, 《미술문헌美术文献》 등 잡지사, 금일미술관今日美术馆, 선전 OCT 당대 예술센터深圳OCT当代艺术中心, 광저우시대미술관廣州时代美术馆, 난징예술학원 미술관南京艺术学院美术馆, 타이베이 당대 예술센터台北当代艺术中心 등 미술관, 리셴팅 영화기금栗宪庭电影基金, 비타민 예술공간维他命艺术空间, AAAAsia Art Archive, 청년예술100青年艺术100 등 비영리 기구를 비롯해 젊은 작가를 후원해 온 중앙미술학원 ‘천리길千里之行’, 중국미술학원 ‘TOP 15’와 같은 프로젝트도 하나의 기관으로 작가 추천권을 행사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232개 조의 작가가 도록을 통해 문헌전 형식으로 예선을 치르고, 95개 조가 최종 선정되어 대망의 본선, 즉 실제 전시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시는 총 5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4개의 본전시는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에서, 하나의 특별전은 798예술공장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83개 조가 참여한 본전시의 첫 번째 소주제는 ‘공동 지식共智場’으로 지식 공유의 시대를 사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인터넷, SNS, APP 등을 통해 자신의 인식과 행동 나아가 예술과 주체에 대한 인식에 끼치는 변화에 주목한다. 미술관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허샹위何翔宇(랴오닝성, UCCA 추천)의 <탱크 프로젝트> 역시 시각을 통한 간접 경험이 주는 충격과 내면의 갈등을 시각화하고 있다. 샤오반뤄肖般若(후베이성, 우한미술관 추천)는 전시 기간 동안 화초를 관객들에게 나누어주고, 각자의 방식으로 키우는 화초 사진을 수합하여 작품의 일부로 삼는 보다 적극적인 공유를 실험하고 있다.
객관적인 코드를 생성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설명하는 ‘원시 코드源代碼’는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두 번째 소주제는 바로 사회를 관찰하고 해체해서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오늘의 젊은 작가들이다. 3층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빠른 비트의 힙합 선율을 따라가면 한껏 힘을 준 영상설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그 주인공 천톈줘陳天灼(베이징, K11예술재단・상하이비엔날레・격월지 《예술계》 등 추천)는 종교적 기호를 해체해 일상 생활용품과 주변 이미지에 삽입하고 재조합하여 가상의 종교적 경험을 제시한다.
중국 젊은 작가에 대한 새로운 기대
분홍빛 네온 등을 원시 코드로 사용하는 왕신王欣(후베이성, 상하이 다룬多伦 현대미술관・지하실6 추천)의 <여기서 우리는 미래의 작가를 창조한다>는 꽉 막힌 틀 안에 가두어 작가를 찍어내듯이 교육시키는 현실의 한 단면을 재치 있게 풍자하고 있다.
세 번째 소주제 ‘클라우드 생산云生产’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며 연동 기능이 장착된 생활 기기에 익숙한 청년 작가들의 모습에서 도출했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서로 다른 물리적 위치에 존재하는 컴퓨터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통합 처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클라우드 생산의 분절과 통합의 논리는 천페이링陳佩玲(마카오, C&G Apartment 추천)의 담청색 나뭇잎 상자들 곁에 놓인 남청색 별자리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봄직하다. 대상을 픽셀로 분절시켜 작은 색점의 통합으로 다시 형상화하는 타오나陶娜(후난성, 청년예술100・중국 청년예술가 프로젝트 추천)의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인터넷이 교류와 소통의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사고의 틀을 깨는 전환점 구실을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본전시의 마지막 주제는 “E 순환循环”으로 요약되었다. 쉬저위許哲瑜(대만, 타이베이 당대예술센터 추천)의 영상작품은 기억과 망각,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매체가 가진 전달력에 집중하고 있다. 린저우林周(광둥성, 53미술관 추천)는 과학 기술과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어느덧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CAFAM 미래전>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본전시와 더불어 798예술공장에서 같은 기간 동안 <미래 방정식: 제2회 CAFAM 미래전 추적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특별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1회에 참여한 작가들 중에 2회에 재차 추천받은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전시를 연 바 있는 차이위안허蔡遠河(광둥성, 53미술관 추천)를 비롯하여 겅쉐耿雪(지린성, 중앙미술학원 천리길 추천), 리칭李青(저장성, 벌집 당대예술센터 추천)의 작품이 포진해 있다. 총감독을 맡은 쉬빙은 기존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특별전을 통해 다시 참여케 하여 그들의 성장을 관객과 함께 목도하고, 전후 전시의 연결고리를 견고히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중국 작품가격의 거품 논란이 지나간 자리에 언젠가부터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대륙의 중소도시에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요즘이다. 이러한 시점에 상하이와 홍콩 순회전도 기획하고 있는 <CAFAM 미래전>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중국 젊은 작가 항해의 든든한 지원군처럼 보인다.
대륙의 호방함은 학연과 지연의 굴레를 벗어나, 대만, 홍콩, 마카오에 이르는 거대한 중국을 아우르며 미래를 설계하는 추진력이 되고 있다. 물론 냉혹한 사회에서 일정 선별과정을 거치고 십수 년 뒤 과연 몇 명의 작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오늘을 버티는 젊은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