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트 발라 〈구글 어스로부터의 엽서(Postcards from google earth)〉 2010~

[현대사진에 관한 새로운 시각 5]

컴퓨터 사진과 디지털 이미징 플랫폼의 폭발적인 증대는 사진 역사상 전무후무한 현상이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사진 데이터는 매끄러운 가상세계 구축을 위한 원자재로 활용된다.

최수앙 (사진 오른쪽 두 번째) 레진에 유채, 혼합재료 23.5x32x85cm

[CRITIC] The Senses: 과잉과 결핍 사이에서 호흡하다

발터 벤야민은 《베를린의 유년시절》에서 열병을 앓던 어릴 때 기억을 촉감적으로 기록했다. 피부에 남아있는 열기나 어머니의 따듯한 보살핌이 결국엔 쓰디쓴 물약으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등의 감각 경험이다.

076-079-연재-배남우-32p-1

[현대사진에 관한 새로운 시각 3] 가짜뉴스와 사진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 캠페인은 최근 2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해 국제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 정교하게 진화할 가짜 뉴스가 우위를 점할까, 뒤틀리고 교란된 정보망이 정화돼 투명한 사실의 생산과 소비가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까.

천샤오슝, 〈 시소 〉, 비디오 설치, 1994

[WORLD TOPIC | BEIJING] 중국 비디오아트의 시작

중국 베이징 신세기동시대예술재단은 8월 23일부터 10월 25일까지 장페이리를 비롯한 6인의 초기 비디오 전시를 열었다. 프로젝션 작품이 대규모로 등장한 카셀도큐멘타 9 이전의 모니터 작품들은 재료와 공간적 측면의 실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미술과의 20년 시차를 극복하고 외려 능가하려는 그들의 비디오 조각은 지금도 자주 등장하는 플라스틱 상자 모니터와 설치, 그리고 움직이는 이미지의 역사를 함께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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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FEATURE]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두고 〈 평화의 소녀상 〉 출품 보도와 함께 점화된 논란은 결국 《표현의 부자유/그 후전》의 공식적인 중지 사태로까지 번졌다. 《월간미술》은 곧바로 도쿄통신원을 주축으로 심층 취재에 돌입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 중인 《에이징 월드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전시광경, 로렌 그린필드 〈 미스 시니어 아메리카 〉(사진 오른쪽)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90×135cm, 2018 ⓒ 로렌 그린필드, 인스티튜트

[CRITIC] 에이징 월드/ 아무튼, 젊음

서울시립미술관의 《에이징 월드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와 코리아나미술관의 《아무튼, 젊음》은 이러한 시대에 늙어가는 나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실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과 사유를 이끌어낸다.

전직 발레댄서인 페르난데스 (1979~)의 작품은 5명의 발레댄서들이 우리 혹은 감옥처럼 지어진 구조물 안에서 음악에 맞춰 공연하는 장소 특정적이자 조각적 퍼포먼스다. Brendan Fernandes, < The Master and Form >, 2018. Photo by Paula Court

[WORLD TOPIC | NEW YORK ] WHITNEY BIENNIAL 2019

2019 휘트니 비엔날레는 역대 최다로 유색인종과 여성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을 선정함으로써 미국사회가 떠안고 있는 정치사회적인 현안을 폭넓게 다루고자 했다. 그 어느 대회보다 신랄하고 과격한 현실 고발의 현장이란 평을 받고 있는 휘트니 비엔날레를 만나본다.

WORLD TOPIC | BOSTON

Super‑Natural Han Seok Hyun (South Korean, born in 1975) 	2011 	Mass produced products 	*Courtesy Hanseok Hyun/ Park Myung Rae  	*Photograph © Museum of Fine Arts, Boston

위 최정화 패브릭, 송풍기, 모터 8m(높이) 2014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Market Place Center에 설치됐다 아래 한석현 < Super-Natural > 생활용품 가변설치 2011 Courtesy of the artist

Megacities Asia

아시아에 대한 동시대의 평가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기반으로 한 도시문화 발달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주목받는 아시아의 도시라면 서울, 베이징, 상하이, 뭄바이 등이 있는 바, 이 도시에 기거하는 작가가 미국 보스턴에 모였다. 보스턴뮤지엄(Museum of Fine Arts Boston)에서 열린 (4.3~7.17)이 바로 그것. 해당 도시의 급격한 성장을 체험하며 성장한 작가들이 각자의 도시를 어떻게 미술을 매개로 풀어내는지 살펴보자.

시적 도시, 메가 시티

최다영 | 독립큐레이터

‘메가 시티(Mega City).’ 우리는 이 단어를 단순히 거대 도시 혹은 대도시,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시로 번역한다. 2009년 도시의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반을 넘어서는 ‘사건’이 기록되었고, 인구 천만을 넘어서는 초거대 도시도 점차 증가하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행정적 구분을 넘어 국가 경제력으로까지 해석되는 거대 도시라는 뜻을 지닌 메가 시티. 2015년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상위 10개 메가 시티 중 8개가 아시아 국가의 수도로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1위는 도쿄로 3,800만 명, 2위는 상하이로 3,500만 명이다. 서울은 2,500만 명으로 세계 4위다. 인구 밀집도뿐만 아니라 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만들어낸 아시아 국가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한강의 기적.”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역사와 특징은 이 한 문장에 함축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 올림픽 이후에 눈부신 발전과 변화에 따른 경제적인 풍요의 혜택을 받은 곳이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 성장 이면에는 소외와 빈부격차 같은 사회의 모순이 심화하고 있었고 최근 그 동안의 결계가 무너지며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문제의 현장을 우리는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다. 작가들은 거대하게 팽창해 나가는 도시에서 어떤 단면을 포착하고 있을까? 메가 시티로 특정지워진 아시아 몇몇 도시의 동시대 미술 현장을 조명하는 전시를 위해 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이 미국에서 가장 유서깊은 도시 보스턴에 초대되었다. 전시 기획자들은 아시아 메가 시티의 이야기와 그곳에서 도시의 팽창을 겪으며 성장한 작가들에 의해 발화된 형상들이 어떻게 조우하는지 관찰하고자 했다.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보스턴(Museum of Fine Art, Boston, 이하 ‘보스턴 뮤지엄’)에서 한국, 중국, 인도 작가들을 초대한 <메가 시티즈 아시아(Megacities Asia)> 기획전이 4월 3일부터 7월 17일까지 열린다. 제목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급속도의 성장을 일궈낸 거대 도시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는 서울, 베이징, 상하이, 뭄바이, 델리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19점이 출품되었다. 보스턴 뮤지엄의 알 마이너(Al Miner) 와 로라 바인스타인(Laura Weinstein)이 대표적인 아시아 메가 시티를 일일이 방문한 뒤 총 11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한국에서 전용석(플라잉시티), 최정화, 한석현이, 중국에서 아이웨이웨이(Ai Weiwei), 쑹둥(Song Dong), 후샹청(Hu Xiangcheng), 인슈전(Yin Xiuzhen), 인도에는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앗디티 조쉬(Aaditi Joshi), 헤마 우파디야(Hema Upadhyay), 아씸 와키프(Asim Waqif)가 참여하였다. 이들의 작품은 보스턴 뮤지엄 지하에 위치한 기획전시실 외 미술관 곳곳에 설치되어 유물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로 평가받는 보스턴 뮤지엄은 서립된 지 100년이 넘었으며 수준 높은 전시로 명성이 높다. 특히 1854년 일본이 미국에 의해 강제 개항된 이후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수집한 미술품이 총 10만 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1994년 이후 19년간 재임한 말콤 로저스(Malcolm Rogers) 관장이 물러나고 대신해 2015년 취임한 매튜 테이텔바움(Matthew Teitelbaum)이 이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야심차게 마련한 기획전이다. 참여한 작가들이 포착한 지역을 거점으로 예술의 동시대성을 다양한 층위에서 섬세하게 다루어냈다기보다는 ‘메가 시티 아시아’라는 다소 직설적인 전시 명칭에 걸맞게 아시아 미술 현장을 평면적으로 재단하고 작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발화 형식과 구성 방식을 집중 조명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작가로는 전용석(플라잉시티), 최정화, 한석현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로라 바인스타인은 특히 최정화의 작품세계가 ‘메가 시티’를 주제로 기획하는 데 있어 모티프가 됐다고 전시 오프닝 당시 짧게 언급한 바 있다. 전시 기획 서문에서도 ‘중첩’적이라는 표현을 일종의 키워드로 삼았는데, 이번 전시에서 최정화 외에도 많은 작가에게서 발견되는 특기할 만한 부분은 작품의 구성과 조형 언어에 있다. 다수의 작품에서 보이는 ‘누적’ 혹은 ‘축적’의 표현 방식 때문이다. 이 구성은 최정화의 대표작인 플라스틱 바구니 작업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데, 이번 보스턴 전시에서는 많은 관람객이 드나드는 중앙 계단 로비 쪽에 층층이 쌓여 일종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는 시내 99센트 마켓에서 찾은 듯 보이는 바구니와 플라스틱 장식품들을 화려하면서도 위태롭게 쌓아 올린 작품으로 그 모습은 마치 메가 시티들이 단시간에 만들어낸 도시의 형국과도 유사하다.

헤마 우파디야  알루미늄, 차에서 수집한 철, 에나멜페인트, 플라스틱, 레진 366×243×243cm 2009 ( Kiran Nadar Museum of Art, New Delhi )

헤마 우파디야 <8×12> 알루미늄, 차에서 수집한 철, 에나멜페인트, 플라스틱, 레진 366×243×243cm 2009 ( Kiran Nadar Museum of Art, New Delhi )

아시아의 도시, 내부의 직설적 제시
이러한 표현 방식은 베이징을 대표하는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이 작품 또한 미술관 로비 중앙에 설치되어 메가 시티즈 아시아가 바로 이러한 축적의 이미지와 관계 있음을 전달하는 데 이번 전시 기획 의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시 출품작 (2003)는 베이징 도시 생활자에게 자전거가 주는 의미를 통해 도시 사회사를 기리고 있다. 자전거로만 조립되어 그 형태를 유지하는 이 작품은 로비에 많은 사람 사이에 위태롭게 버티고 서있으며, 첩첩이 쌓여있는 구성은 언제든지 무너질 것만 같은 불안함을 드러낸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작품은 작가 쑹둥의 (2005~2006)이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자신의 개인적인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업세계로 잘 알려진 그는 이번 전시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발표해온 연작 중 대표 작품을 선보인다. 베이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가족들이 살아온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한 이 작품은 천장에 비둘기집을 만들고 아래는 오래된 후통(골목)에서 그대로 가져온 문짝과 기왓장들을 블록쌓기 하듯 쌓아 올려 간신히 한 칸 정도의 집 형태를 갖춘 공간 설치작업이다.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전통적인 베이징 노동자 계급의 집의 형태를 설명한다. 지금의 베이징에 수도 없이 세워지는 화려한 고층 아파트의 형세와 사뭇 다르나, 오랜 세월을 견뎌낸 문짝이 서로 기대고 기대어 구축된 좁디좁은 공간에선 아늑한 온기가 느껴진다.
뭄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헤마 우파디야 역시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이다. 그는 불행히도 지난 해(당시 43세) 전시 준비 기간 중에 살해되어 전시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뭄바이의 오래된 슬럼가인 다라비(Dharavi)의 모습을 기록한 설치작품 <8’×12’>(2009)와 수십 개의 장난감 새로 구성한 (2011)가 이번 전시에 초대되었다. <8’×12’>(2009)는 너무나 촘촘히 들어서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인도 슬럼가의 집들이 마치 인형 집처럼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형상이다. 이 구역 내에서 과연 인간적인 삶이 가능할까하는 의문까지 들게 하는 이 작업은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 안쪽에 붙어 대도시가 번영해가는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의 두 번째 작업은 장난감 새 수십 마리가 한 줄의 글귀가 적힌 종이를 물고 한 줄로 나란히 앉아있는 형태다. 이 새들은 클레이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모두 인도 토종이 아닌 외래종 새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뭄바이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을 상징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뭄바이의 생활자들 속에서 소외받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나타낸다.
이 외 한창의 개발 논리에 따라 공사 현장이 도시를 뒤덮었을 때 일각에서 웰빙 문화를 주장하며 내놓았던 초록 플라스틱 병들과 제조된 도구들을 쌓아 설치한 한석현의 (2011) 현대 서울의 도시문화와 공간을 연구하고 비평을 목표로 작업하는 플라잉시티 전용석의 작품, 격변하는 인도 도시의 사회 문제를 일상의 오브제를 이용해 꼬집어 드러내는 수보드 굽타의 작품 등 한국, 인도,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묶은 <메가 시티즈 아시아>는 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거대 도시가 된 생활권 내 예술가들이 어떠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급속도로 거대해진 아시아의 도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그 속 도시 생활자이자 동시대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언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 속의 문화와 사회의 현상을 ‘중첩’, ‘반복’을 키워드로 삼아 압축적으로 설명하면서, 중첩의 언어를 운율로, 반복의 위태로움을 역설적으로 시적으로 환원하려는 기획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본 전시는 표면의 일부만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방식과 더불어 다양한 층위의 동시대 거대 도시 미술 현장의 모습을 드러내는 점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고 보인다. 그 동안 동시대 현대미술의 현장과는 동떨어진 기획 전시로 주목받지 못했던 보스턴 뮤지엄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추후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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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REPORT | SAN FRANCISCO

SFMOMA (7)

. 위 SFMOMA 1층 로비 (Roberts Family Gallery)에 설치된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 Sequence > (2006) photo:© Henrik Kam, courtesy SFMOMA 아래 척 크로스의 작품이 전시된 피셔 컬렉션(The Fisher Collection)의 < Pop, Minimal, and Figurative Art > 전시장 전경 photo:© Iwan Baan, courtesy SFMOMA

SFMOMA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3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5월 14일 재개관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새 건물과 함께 전시 공간 면적을 대폭 확장해,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푸른 하늘을 살린 자연채광과 안개를 형상화한 건물의 조화, 광범위한 컬렉션의 만남은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게 한다. 《월간미술》은 샌프란시스코를 직접 찾아 변화하고 있는 그곳의 아트신을 전한다.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www.sfmoma.org

낯선 건축, 열린 미술관

임승현 기자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하 SFMOMA)이 3년간의 긴 휴식을 마치고 지난 5월 14일 신축 건물의 베일을 벗으며 재개관했다. 3만3000점에 달하는 소장품, 1억6000만달러의 건축비, 4만3000m2에 달하는 새 미술관 규모, 뉴욕 현대미술관보다 1만8000m2 넓은 전시장. 미술관을 둘러싼 숫자의 나열만으로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SFMOMA는 명실공히 미국 최대 규모 현대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자는 일반 오픈을 2주가량 앞둔 4월 28일 프레스 오프닝에 맞춰 현장을 방문했다. 미술관은 아침부터 취재를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과 지역 미술계 인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간담회에는 닐 베네즈라(Neal Benezra) SFMOMA 관장, 크레이그 에드워드 다이커(Craig Dedward Dykers) 건축사무소 스노헤타(Snøhetta)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 3년간 SFMOMA에는 이슈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재개관에 관한 이슈의 중심은 ‘건축’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1995년 디자인한 붉은 벽돌 건물 위로 솟은 흰색 포인트의 둥근 유리천장의 미술관 건물은 SFMOMA의 상징과도 같았다. 마리오 보타는 삼성미술관 LEEUM 뮤지엄1 건축에 참여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위스 건축가다.
사실 이 건물은 주변 도시미감과 이질적이라는 의견이 팽배해 첫 공개 당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이전 건축이 지닌 존재감이 큰데다 컨템포러리 건축에 다소 보수적인 시선을 가진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 때문에 신축의 부담감은 막중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에드워드 다이커는 “보타의 건축물과 연계해서 작업해 영광스럽다. 보타의 건물은 상징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외관에 있어서 그의 건물과 통일성을 주려 하지 않았다. 사실 보타의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면서 가장 곤란한 부분은 로비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육중한 계단이었다. 우리는 이를 나무계단으로 대체했다. 마리오 보타는 너무나 관대하게 받아들여 주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건축사무소 스노헤타와 SFMOMA는 기존 건축을 보존 및 보완하면서 바로 뒤에 10층 높이의 새 건물을 지어 전시 공간을 3배 이상 확보했다. “공공성의 확대를 새로운 목표로 삼는다”는 닐 베네즈라 관장의 말처럼 새로운 건축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소통과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우선 근교와 도시의 연계를 위해 유입 인구가 많은 방향으로 새로운 입구를 추가 설치했다. 이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공공 갤러리가 이어진다. 통유리로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이곳은 시민들이 전시관람과 상관없이 드나들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이곳에는 현재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상징적인 조각 (2006)가 놓여있다. 한편 자유로운 입장이 가능한 3층 테라스는 야외 조각과 미국 내 최대 크기의 식물 담장(living wall)이 있다. 1만5000종 이상의 지역 식물이 자라고 있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식물 지배엔 빗물과 재활용수를 이용한다. 갑갑한 빌딩 사이로 자연을 끌어드린 효과를 준다.
이외에도 여름에 안개가 많이 끼는 샌프란시스코의 날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동쪽 파사드, 기존 건물에서 둥근 유리천장으로 이어지는 육중한 계단을 가벼운 나무 재질로 바꾸면서 신관 역시 같은 재질과 구조의 계단을 층별로 사용해 건물 전체에 내부적 통일감을 살린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1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워진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을 교묘하게 연결했는데 전시장에 작은 창을 뚫어 이 연결지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은 소소한 재미다. 사실 두 건물의 외관은 이질적인 물질성을 띤다. 붉은 벽돌 건물과 언덕이 많은 지형적 특징을 담아 볼록한 수평선으로 입체감을 살린 스노헤타의 건물이 막상 실내에서는 물흐르듯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4. The new SFMOMA, view from Yerba Buena Gardens; photo Jon McNeal, © Snøhetta

Yerba Buena정원쪽에서 바라본 SFMOMA photo: Jon McNeal, © Snøhetta

미술관의 공공성
건축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은 바로 전시다. 재개관전은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과 색깔을 보여주는 장이다. 아쉽게도 SFMOMA의 재개관은 전반적으로 ‘전시’보다는 ‘건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무래도 강렬한 주제를 선정하거나 창의적인 담론을 제시하기보다 소장품을 보여주는 다소 밋밋한 설정 때문인 듯하다.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시에 비해 소장품전은 극적인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 소장품을 묶어낸 주제도 뻔하다. 그러나 ‘시대’와 ‘장르’ 중심으로 나눈 교과서적 분류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미술관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앞서 닐 관장의 말을 인용했듯 SFMOMA는 ‘공공성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전시를 무료개방하며, 다양한 시민참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지역과의 연계를 확대할 운영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성의 대상이 미술관만은 아닌 것 같다. 미술관을 찾고,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린듯한 메시지가 전시에서 전달된다.
이번 개관전은 소장품을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눠 총 19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그런데 각 전시는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 및 장기대여한 컬렉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치 SFMOMA에 작품을 기증하면 ‘최고의 환경에서 당신의 작품이 빛날 수 있도록 미술관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듯한 무언의 프로모션 의지가 엿보인다.
그 첫 번째는 100년간의 장기 임대 파트너십을 체결한 ‘도리스 앤 도날드 피셔 컬렉션(Doris Donald Fisher Collection)’(이하 피셔 컬렉션)이다. 피셔 컬렉션은 의류브랜드 갭(GAP) 창업자 부부의 소장품으로 전후 미술 부분에서 가장 큰 개인 컬렉션 중 하나다. 260점의 피셔 컬렉션 중에서 미국 추상표현, 팝, 미니멀과 구상미술의 섹션에 해당하는 대표작을 선별해 전시했다. 성곡미술관 개인전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척 클로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엘스워스 켈리 외 아그네스 마틴,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이 대표적인 작가다. 1960년 독일 미술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시그마 폴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의 작품을 집약적으로 한자리에 모아놓아 집중도를 강화했다. 이 외에도 통유리벽을 사용해 리빙 가든과 마주보는 전시장에 놓인 1920~1960년대에 걸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작업, 신관과 구관이 연결되는 전시장에 놓인 ‘영국의 조각가’-토니 크레그, 리처드 데컨, 바바라 앱스워스와 리처드 롱-의 섹션은 화이트큐브이면서도 큰 창을 통해 도시의 모습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여 야외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두 번째 컬렉션은 ‘캠페인 포 아트(Campagin for Art)’이다. 2009년부터 230명의 지역 미술 컬렉터로부터 기증받은 3000여 점의 작품 중 엄선한 600점의 현대미술 작업을 장르별로 나눠 선보였다. 이러한 기증문화는 기증자와 미술관 간의 유대와 공고한 신뢰를 부여준다. 또한 미술관 내에 플리츠커 센터 포 포토그라피(Pritzker center for Photography)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미국 내 최대 사진관련 전시실이자 연구 공간에서 열리는 사진전도 마련했다. 리사 앤 존 플리츠커(Lisa and John Pritzker Family) 재단에 의해 완성된 이 공간에는 다워드 베이, 줄리아 바가렛 바케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의 작업이 전시되었다. 일련의 전시는 미술관이 대중에게 문을 여는 만큼, 대중 또한 미술관 주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각인시키며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는 미술관의 의도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SFMOMA는 이제 미국 서부를 넘어 세계 현대미술에서의 역할을 꿈꾼다. 이를 구축해가는 배경에 화려하고 실용적인 건물과 내실 있는 큐레이터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미술관의 미래를 밝히는 부분은 미술관을 구성하고 받쳐주는 자본가와 지역주민들을 미술관의 참여자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시원한 샌프란시스코의 바다처럼 SFMOMA는 재개관을 시작으로 미술관의 외연을 차츰 확장해 나갈 것이다. ●

WORLD REPORT | SAN FRANCISCO

“새로 개관한 샌프란시스코 전시공간 베스트3”

샌프란시스코는 LA에 이어 미국 서부 제2의 도시이자 대표적인 아트 허브다. 이곳은 ‘미국의 유럽’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빅토리아시대 건물이 즐비하고, 케이블카가 다니는 고전적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최첨단 기술산업이 발달한 실리콘밸리가 공존하는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도시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현대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클래식한 도시에 모던한 감성을 입히는 중이다. 미국 서부의 어느 도시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트신에서 최근 1년 이내에 개관 혹은 재개관한 ‘핫 플레이스’를 직접 방문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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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iu Zhijie 〈 Sketch of The World Garden 〉(오른쪽)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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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ler Scofidio+Renfro가 건축한 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외관(2016) Aerial view from the UC Berkeley campus. Photo by Iwan Baan. Courtesy of Diller Scofidio+Renfro; EHDD; and 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BAMPFA)

버클리대학교 미술관
UC 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BAMPFA)

미술관을 확장 이전하는 경우는 있어도 규모를 줄여 재개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난 1월 31일, UC 버클리 대학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BAMPFA(이하 밤프파)가 이전보다 실면적을 줄이면서 건물을 신축해 재개관했다. 밤프파는 1997년 내진설계 기준 미달 판정을 받은 후부터 신축 논의가 있었다. 2010년 뉴욕 하이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사무소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Diller Scofidio+Renfro)’는 대학의 프린팅 공장 건물을 유지하면서 증축하는 독특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기존의 공장 위에 삼각형 구조를 2층으로 테트리스처럼 쌓아놓은 형태를 띤다. 미술관을 이전하면서 기존 건물보다 실면적은 줄였지만 창의적인 공간구획으로 영화관, 전시장, 카페테리아 등의 공간을 확보했다. 개관전 〈삶의 건축 (Architecture of life)〉은 밤프파의 디렉터 로렌스 린더(Lawrence Rinder)가 직접 기획했다. 미술관 신축에 맞춰 기획된 이번 전시는 건축 드로잉과 모델을 나열하기보다 간학문적 시각 매체를 통해 건축과 삶의 유기적 연결지점을 찾고자 한 독특한 개념의 전시다. 전시 못지않게 눈에 띄는 작품은 로비에 있는 대형 벽화다. 중국 작가 추즈제(Qiu Zhijie)의 〈세계정원의 스케치(Sketch of The World Garden)〉인데 이 작업은 통유리를 통해 밖에서도 누구나 볼 수 있다. 이 벽화 프로젝트의 시작을 중국인 작가에게 맡겼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밤프파는 아시아 미술에 어느 곳보다 애정을 쏟는다. 버클리대는 권위있는 중국미술사학자 제임스 케일(James Cahill)(1926~2014)이 학생을 가르치던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재개관에 맞춰 미술관 한 켠에 그의 이름을 딴 ‘제임스 케일 아시아 아트 스터디 센터’를 마련해 누구나 그가 남긴 연구업적을 포함한 방대한 양의 아시아 미술 자료를 조회하고 리서치할 수 있도록 했다. 밤프파는 영화 분야에도 특화되어 있다. 특히 일본, 소비에트 영화의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17,500여 편의 영화와 비디오는 미술관의 자랑이다. 새 건물에는 232석과 33석이 겸비된 두 영화 상영관이 마련되어 다양한 영화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이닝룸 전경 photo: Henrik Kam, taken November 2015, courtesy 500 Capp Street Foundation

< David Ireland House >다이닝룸 전경 photo: Henrik Kam, taken November 2015, courtesy 500 Capp Street Foundation

데이비드 아일랜드의 집
David Ireland House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지 않을 때 진정한 예술이 된다.” 일상의 오브제를 작업으로 승화한 개념미술 작가 데이비드 케네스 아일랜드(David Kenneth Ireland, 1930~2009)의 말이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한 이 작가의 대표작은 ‘500 Capp Street’에 위치한 〈데이비드 아일랜드의 집> 자체다. 1975년, 그는 1886년에 세워진 빅토리안식 집을 구매했다. 창문의 몰딩을 제거하고, 벽체를 벗기고, 노란색 폴리우레탄으로 바니시 칠을 해서 집을 개조했다. 또한 30년간 생활하면서 생활도구부터 가구까지 점차 그의 작품으로 채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4년 그가 건강 악화로 집을 떠난 후 가족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이 소식을 들은 지역 컬렉터이자 후원자인 칼리 윌리엄스(Carlie Williams)는 집을 구매하고 작품의 보존을 위해 거리 이름을 딴 ‘The 500 Capp Street 재단’을 설립했다. 여기에 데이비드 아일랜드의 오랜 동료인 안 해치(Ann Hatch)와 예일대 아트갤러리의 디렉터인 조크 레이놀드(Jock Reynolds)가 협력해 작품 보존 및 복원에 참여했다. 2014년 시작된 복원작업은 2년의 시간을 거쳐 올해 1월 15일 드디어 대중에 공개됐다. 의외의 공간에 놓인 책, 가구, 서신을 포함한 그의 일상 속 작업은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데이비드의 정신은 일상과 지역 공동체에 깊이 뿌리박혀있다. 그런 그의 삶이 기록된 공간을 유지하고 동시에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그의 유산을 확대하는 일에 참여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칼리 윌리엄스의 말은 미술 후원자의 태도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미네소타 (5)

Minesota Street Project의 '1275 Minesota Street' 외관과 전시장 전경

Minesota Street Project의 ‘1275 Minesota Street’ 외관과 전시장 전경

미네소타 스트리트 프로젝트
Minnesota Street Project

지난해 여름,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위치한 산업단지 도그패치(Dogpatch)에 2층 창고형 건물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미네소타 스트리트 프로젝트가 들어섰다. 이 프로젝트는 비영리 예술공동체와 상업 갤러리 간 지속가능한 문화적 연대를 목표로 한다. ‘1275 미네소타 스트리트’는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으로 현재 10개의 상설 갤러리를 포함해 2곳의 순환 갤러리, 다목적 미디어룸 등이 들어서 있다. 서울에도 한 건물에 여러 개의 상업 갤러리가 모인 경우는 있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비영리적 성격을 띤 공간이 포함된 경우는 드물다. 이곳의 설립자인 앤디 라파포트(Andy Rappaport)와 그의 아내 데보라 라파포트 (Deborah Rappaport)는 실리콘밸리 사업가 출신의 열렬한 아트컬렉터다. 이들은 3년 전 그들이 자주 가던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몇몇 갤러리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갤러리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후원자의 도움을 통해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예술 기업의 대안 모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설립 배경을 말했다. 미네소타 스트리트 프로젝트는 계속 확장 중이다. 6월부터 작가 스튜디오 건물인 ‘1240 미네소타 스트리트’를 오픈하고 매년 70명의 작가를 수용할 예정이다. 3번째 공간인 ‘1150 25번가 스트리트’는 최근 떠오르는 해안 지역(Bay Area) 작가들의 작업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운영할 전망이다. 워낙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다 보니 이 지역은 짧은 시간 안에 샌프란시스코 미술계의 새로운 아트밸리로 부상하고있다. 데보라는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다”라며 “작가와 갤러리가 보다 더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임승현 기자

* 샌프란시스코관광청 www.sanfrancisco.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