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에 관한 새로운 시각 3 

가짜뉴스와 사진

글: 배남우 | 미디어 연구자⠀⠀⠀⠀⠀⠀⠀⠀⠀

“시민들에게 정보 전달이 언제나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시민들은 그들의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 토머스 제퍼슨, 1789

가짜 사진에 대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고, 역사는 늘 조작된 사진의 영향을 받아왔다. 남북전쟁 사진으로 유명한 매튜 브래들리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종종 사진을 조작하곤 했다. 스탈린, 마오쩌둥, 히틀러, 카스트로 외 많은 독재자가 자신의 정적들을 사진에서 삭제함으로써 그들의 흔적을 역사에서 지우려 했다. 1984년 스미소니언미술관에 기증된 제1차 세계대전 전투기들의 공중전 사진 자료들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가짜로 판명되어 기증이 취소됐다. 가장 쇼킹한 조작 사례는 1982년 2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발생했다. 잡지의 표지로 사용된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사진이 조작되었다고 드러난 것이다. 당시 편집장이었던 윌버 가렛(Wilbur E. Garrett)은 표지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원경에 있던 피라미드 위치를 오른쪽으로 살짝 옮겼다. 원본을 촬영한 고든 가한(Gorden Gahan)은 잡지를 받자마자 사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의를 제기했다. 가렛은 자신의 행위가 표지의 비율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으며, 만약 사진가가 촬영 지점을 조금 옮겼다면 동일한 이미지가 됐을 거라 주장했다. 사진가의 의도나 진실성에 손상을 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애독자와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늘 현장에서 대상과 함께 호흡하고 사실만을 전달한다는 잡지의 신뢰도와 명성은 추락했다. 그런데 대중이 간과한 점이 있다. 사진을 촬영한 가한이 낙타를 탄 일꾼들에게 돈을 주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샷을 촬영할 때까지 반복해서 피라미드 앞에서 움직여 줄 것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가렛 vs 가한. 조작하거나 연출하거나. 어떤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까울까?

왼쪽 《내셔널지오그래픽》1982년 2월호 표지 / 오른쪽 Gorden Gahan 〈 Pyramids of Giza, Egypt 〉, February, 1982

《내셔널지오그래픽》기자의 피라미드 사진 조작이 흥미로운 이유는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조작과 가공의 서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이전의 사진 조작은 고도의 암실 테크닉과 숙련도를 필요로 했다. 여러 대의 확대기에 소스(source) 필름들을 설치한 후, 각각의 확대기마다 정확한 노출 시간을 계산하고 프린트 부분들이 겹치지 않도록 정밀한 마스킹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거쳐 완성된 사진을 사람들은 진실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는 포토샵을 사용해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제리 율스만 같은 합성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진짜 같은 가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쪽같이 조작된 사진은 대중을 쉽게 기만하고 사실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문제는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결과를 추론해야 하는 과학· 의학 실험 과정에 포토샵을 사용해 데이터를 조작했을 경우다. 2005년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사진 조작이 대표적이다. 그는 체세포 복제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여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2004년, 2005년 연속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 결과 정부와 난치병 환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로 점쳐질 정도였다. 그런데 2005년 하반기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에 황 교수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에서 두 쌍의 사진이 중복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는다. 논문에 사용된 사진들이 두 개의 줄기세포 사진 두 장을 크롭, 회전, 수직/수평 전환하여 11개로 부풀려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포토샵 기능이나 기술이 아닌, 단순 이미지 위치조정 기능만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과 관계자들을 기만했다는 사실은 그의 연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난치병 환자들과 가족들을 허망하게 했다.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mans) 〈 truth study center 〉, 2005~

황우석 사태에서 눈여겨볼 점은 대중이 듣기 싫은 사실보다 듣고 싶은 환상을 원한다는 점이다. 당시 젊은 과학자들은 BRIC 게시판을 중심으로 황 전 교수의 연구 행적과 논문을 집중 분석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황 전 교수 스스로 본인 논문의 진위 여부와 관련된 의혹들을 적극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일반 포털사이트의 경우 황 전 교수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의 연구를 통해 장애와 난치병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환자들은 좀처럼 황 전 교수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논란을 촉발한 문화방송 PD수첩의 내용이나, BRIC 게시판에서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논의들에 대해 일반인이 진위를 가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객관적 사실, 해석과 분석보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이 앞설 때가 많다. 무엇보다 황 전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애국’이라는 절대적 개념에 의해 프레이밍 됐으니 결국 양자 간 감정적 대립으로 귀결된 면이 크다.

2017년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FOX 뉴스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언론을 가짜 뉴스로 규정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개발한 안면 교체 알고리즘 ‘Face2Face’ demo: Real-time Face Capture and Reenactment of RGB Videos, Standford University, 2017

가짜 뉴스 그리고 백파이어 효과

필자는 이 글을 토머스 제퍼슨 제3대 미국 대통령을 인용하면서 시작했다. 만약 현대사회가 제퍼슨이 말한 것처럼 정보가 사람들에게 충분히 제공되는 사회라고 가정해보자. 이런 사회라면 투명한 사상가나 철학자가 많아져서 사람들을 더 나은 민주시민으로 이끌지 모른다. 사람들이 무지하다 해도 진리와 진실이 그들을 깨우치게 할 것이다. 사람들이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진리와 진실이 그들을 바른길로 인도할 것이다. 결국 진실이 승리할 것이고, 모든 것이 행복한 결말로 끝날 것이다. 그렇지 않나? 언론의 자유와 투명한 정보가 모두에게 공유되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말이다. 슬프게도 현실은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정치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실(fact)’은 인간의 마음이나 생각을 변화시킬 힘이 없으며, 실제로는 정반대로 기능한다. 2005년과 2006년 미국 미시건 대학의 연구 결과, 특정 정당이나 정치가를 편파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한다 해도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역설적이게도 사실의 제공은 피실험자의 편향된 사고와 가치관을 더욱 공고히 했다. 항생제도 반복해서 사용하면 몸에 내성이 생기듯이, ‘사실’이 실제로는 ‘잘못된 사실’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믿는 사람에게 실제 사실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역효과로 잘못된 사실에 대한 믿음만 강해지는 심리적인 반응을 ‘백파이어 효과(Backfire effect)’라고 한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폐단은 이처럼 조작된 사실이 절대적 진실로 둔갑하고, 많은 사람이 그것을 맹신할 때 발생한다. 거짓 정보는 사람들의 뇌리에 사실로 각인되고, 사실은 그들을 계몽시키지 못한다. 가짜 뉴스(fake news)의 생산과 유통은 백파이어 효과를 발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다. 사진은 가짜 뉴스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짜 뉴스는 대개 읽는 이를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감정들은 분노, 격노, 기쁨 등이다. 가짜 뉴스에 감정이 격앙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사의 링크를 공유한다. 공유의 대상들은 나와 관심사나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이다. 소셜 미디어 속성상 내가 좋아하면 친구들도 좋아할 확률이 높다. 가짜 뉴스의 출처와 진위여부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기사와 함께 노출되는 사진의 현존이 기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 생산자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사진에서 본래의 의미를 삭제하고 새로운 내러티브를 부여해 다시 온라인으로 돌려보내면 된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사진은 가짜 뉴스와 결합해 네트워크를 점령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공유에 공유를 반복하면서 사진이 촬영된 본래의 목적과 의도, 진실성은 희석되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미지가 디지털 방식으로 공유되고 끊임없이 재(再)블로깅이 되는 동시대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가짜 뉴스를 이런 식으로 남용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기 힘들다. 사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동시대 사람들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던 필 감독은 2018년 딥 페이크 알고리즘을 사용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관련 가짜뉴스 PSA를 만들었다.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 캠페인은 최근 2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해 국제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28개국에서 펼쳐졌던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 기반의 정치 캠페인은 2019년 70개국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여론조작은 공공의 삶을 위협할 수준이다. 가짜 뉴스가 인종, 종교 간 갈등, 국수주의의 부활과 정치적 갈등을 심화하고, 저널리즘과 민주주의, 선거 결과의 불신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에 입각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진화는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조작의 영역을 초월한다. 2017년은 이미지 조작 관련 테크놀로지가 촉발되고 호황을 이룬 해였다. 대표적인 이미지 조작 기술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개발한 ‘Face2Face’라는 안면 교체(swapping) 알고리즘이다. Face2Face는 심도 측정 카메라(depth-sensing camera)를 통해 모델의 얼굴을 인식하고 트래킹하여, 비디오 영상 속 인물의 표정을 모델이 조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워싱턴 대학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훈련시켜 오디오 파일을 실제 입 모양의 움직임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앞의 두 알고리즘을 결합하면 어떨까? 결과는 섬뜩하다. 영화 〈겟 아웃〉으로 유명한 조던 필 감독은 딥 페이크(Deep Fake) 알고리즘을 사용해 본인의 얼굴과 음성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입시킨 영상을 버즈피드(BuzzFeed)를 통해 발표했다. 외형적으로는 오바마가 연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영상 속 오바마는 조던 필이 표정을 짓고 말하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영상의 정밀함과 완성도가 높아 보통 사람이 봐서는 가짜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누군가 세계 각국 정상들의 비디오를 조작해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가짜 뉴스가 순식간에 네트워크에 퍼져 국가 간 분쟁과 전쟁을 야기한다면, 그래서 누군가 누르지 말아야 할 버튼을 누른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Sci-Fi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오픈 소스 코드 플랫폼 ‘Four Corners Project’ 예시. Specialist Maya Martinez on duty Savannah, Georgia 2014 Image Credit: Gillian Laub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와의 싸움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절대적인 시간 부족을 꼽는다. 인터넷을 통해 가짜 뉴스가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뉴스의 진위 여부를 분석해 결과를 내놓아도 가짜 뉴스가 초래한 결과를 뒤집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요 언론사들과 사진가들은 결국 정보의 투명한 생산과 유통, 소비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7월, 《뉴욕 타임스》는 IBM의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가짜 뉴스를 선별하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대상은 포토저널리즘으로 선정했다. 고도로 발달한 테크놀로지가 사진 조작을 쉽게 하고, 조작된 사진은 가짜 뉴스와 결합해 악용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다음 단계로 저널리즘 콘텐츠와 뉴스의 발원지를 투명하게 밝힐 수 있는 사용자 대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정보의 발원지와 최종 도착점 사이의 이동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독자가 정보를 신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널리즘 사진가들도 뉴욕 타임스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터칭이나 연출에 대한 저널리스트로서의 윤리의식, 피사체와의 상호작용 등 촬영에 수반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포토저널리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 ‘Four Corners Project’는 포토저널리스트들을 위한 오픈 소스 코드 플랫폼이다. 코드는 사진가나 출판사에서 사진 이미지의 각 4개의 코너에 사진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정보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평상시에는 정보가 숨어 있다 마우스를 4개의 코너에 위치시키면 코너 기호가 드러나는데, 이를 클릭하면 사진의 캡션 정보, 저작권, 연관된 정보들이나 사진들의 링크 등을 열람할 수 있다. 더욱 정교하게 진화할 가짜 뉴스가 우위를 점할지, 뒤틀리고 교란된 정보망이 정화되어 투명한 사실의 생산과 소비가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갈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


●  < 월간미술 > vol.419 | 2019.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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