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ARTIST | 이호인
이 호 인 Lee Hoin
1980년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를 졸업했다. 2009년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첫 개인전 〈아무도 없는 것으로〉와 갤러리 현대 윈도우 갤러리에서 〈crystal clear splashes〉를 열었고, 2012년 갤러리 16번지에서 〈미끄러지다〉, 2015년 케이크 갤러리에서 〈번쩍(Flash)〉를 열었다. 제주 이중섭미술관, 몽인 아트스페이스, 뉴욕 두산갤러리 레지던시 등에 입주해 작업했다. 내년에 두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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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좋은 화가의 진가와 덕목은 ‘손’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손’보다 ‘눈’이 더 중요하다. ‘손재주’ 보다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화가의 ‘시선’이 바로 좋은 그림의 실체다. 이런 명제라면 이호인의 그림은 좋다. 따라서 그는 좋은 눈을 가진 화가다. 동시대 최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림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되어 아이패드에서 끝난다. 이제 그 역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한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으로 재현하는 일은 우리에게 영원한 문제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과잉된 미술형식과 이미지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 풍경화로 표출되는 이호인의 그림에 담긴 ‘힘’의 원천을 추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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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빛과 그림자
글: 이슬비 |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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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인은 처음부터 자신이 그린 그림을 풍경이라고 말한다. 첫 개인전에서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상상 속 섬과 바다를 그렸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섬은 아름다운 경관이지만 인위적인 색감이 두드러진 생경한 이미지였다. 또한 인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자연 속에 인공의 형태는 조그마한 얼룩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는 표면 위 물감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인간의 흔적을 표현했다. 이후 자신의 주변을 향해 시선을 돌려 일상에서 마주친 실제 풍경을 그렸다. 화면을 가득 품은 나무 사이로 조금 내비치는 인간의 흔적은 제목과 그 상징성으로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리고 아크릴판 위에 붓질은 미끄러지며 표면과 결코 융합할 수 없는 숱한 궤적으로 남았다.
하지만 상황은 역전되었다. 최근 몇 년간 그는 주로 도시의 밤 풍경을 그린다.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도시 경관 속에서 자연은 어둠에 묻혀 있거나, 인공조명이 반영되는 배경으로 표현된다. 때로는 작고 미미한 모습으로 담쟁이 넝쿨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작가가 밤 풍경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광에 의해 도시의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낮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서울의 낮 풍경은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가 기암절벽을 이루는 삭막한 콘크리트 숲이지만 밤 풍경은 제법 볼만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야경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도시의 이질적인 밀도와 고도, 무질서와 혼란은 사라지고 도시를 평온하게 수놓는 인공의 빛 때문이다. 하늘로 치솟은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밤 풍경은 특히 아름답다.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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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간미술 > vol.403 | 2018.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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