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신건우 All Saints
갤러리 구 6.11~7.9
홍이지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회화작업의 수직적인 과정과 행위는 잭슨 폴록이 캔버스를 이젤이 아닌 바닥에 내려놓고 드리핑(dripping: 흘리기 기법)한 이후 그 이상의 가능성을 맞이하게 되었고, 평론가 로젠버그가 그의 작품보다 작업 과정 즉, 행위(doing)에 주목한 이래 회화의 가능성과 해석의 지평은 확장되었다. 물감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팔과 손목을 움직이며 시선을 옮겨가는 회화작업 행위 자체에 대한 ‘연극성’에 기반을 둔 해석은 과정과 시간성이라는 중요한 지점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게 된 것이다. “캔버스 프레임 위에 물감을 던져 조각한다”(작가 인터뷰 중)는 작가 신건우는 회화 즉, 평면작업과 부조 형태의 조각을 한 프레임 안에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일종의 반항적인 제스처와 전통적인 매체의 특성, 그 경계를 건드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대개 조각을 전공한 작가들은 ‘만들기’와 입체에 대한 갈망을 쉽게 놓지 못하는 듯 보인다. 이는 신건우의 작업 과정에서도 드러나 있는데 조각을 전공한 그는 부조라는 형식을 빌려 프레임 안에서 내용을 구성, 밑그림을 그려내고 부조 조각을 만들어 붙인 후 다시 채색의 과정을 거쳐 완성시킨다. 이 과정에는 회화의 그리기와 조각의 만들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신건우의 작업이 흥미로운 것은 매체적 특성과 그 혼성적 작업 과정이 한 화면에서 구성된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의 작업에는 그 가능성 안에 이쪽도 저쪽도 아닌 불안정한 그 ‘사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조각’과 ‘회화’의 방법을 한 화면에 배치하고, 종교적인 제단화나 삼단화 등의 형식을 차용하여 함께 섞이기 힘든 극단적 요소를 뒤섞어버림으로써 그의 작업은 미묘한 지점에 놓이게 된다.
이번 전시 <All Saints>에서 선보인 작품 <Hiatus(틈)>은 대칭적이고 이질적인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고 애를 쓰는 본능을 보여주려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중심을 과감하게 제거함으로써 그 균형은 무엇을 위한 노력이었고,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읽어나가야 하는지, 애초에 그것은 존재했는지를 되묻게 된다. 최근 일어난 사건들에서 보이듯 근본적인 문제를 밝히려는 질문이 사실 그 대상이나 주체가 없는 허무한 메아리로 돌아온 아픈 기억을 떠올려 보면, 우리는 그가 작업의 주제로 삼은 사건과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건드리며 ‘개인’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만들어가는 순간과 그 과정을 통해 동시대성을 취득한다. 이 부분은 그의 작업 매체가 시간성을 담보로 동시대성을 띠는가 혹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라는 질문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는 부조작업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부조 작업 외에도 기존에 진행해왔던 알루미늄 평면작업과 입체작업이 묵직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련의 시간성과 새로운 공간성을 확보하고 관람객에게 보다 확장된 감상의 즐거움을 준다.
예술에 정답이 없고 우리의 삶이 흑백논리로 얘기할 수 없듯이 20세기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회화의 죽음과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제 새로운 해석과 그 다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크 로스코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소비되는 오늘, 신건우의 전시는 그 틈 사이에서 부유하며 개인의 이야기와 생경함이 만나는 순간을 제공한다.
위 신건우 <Sandymount shore 8pm> 혼합재료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