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오유경 COSMOS
스페이스K 서울 8.6~9.10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오유경은 오브제를 이용하여 그 안에 내재하는, 우리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들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이번 전시 는 지금까지 작가가 해온 작업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작업에서 작가는 가장 가볍고, 하얀색의 단순한 기하학적인 오브제, 예를 들면 종이컵, 탁구공, 밀가루 등을 통하여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비물질적인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작업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여왔다. 작가가 이런 오브제를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최대한 비물질적인 것에 가까운 것들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는 복잡하고 미묘한 무형의 것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작가는 가변적인 설치작업을 통해 이러한 오브제들이 고정된 형태를 가지지 않고 언제든지 그 모습이 변할 수 있게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한다. 따라서 오유경에게는 사용하는 오브제들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가변적으로 쌓고 흐트러뜨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가가 기존에 사용하던 오브제들이 아니라 새롭게 배경으로 나타나는 것들이다. 이 배경들은 모두 오브제를 반사시키는 거울 역할을 한다. 이는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그 안에 배치되어 있는 작가의 또 다른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들이 담긴 오브제들이 여기저기에 반사되어 나타난다. 시각적으로 복잡하게 반사되는 오브제들은 관객의 움직임과 작가가 만들어 놓은 바람과 조명에 의한 그림자 등 다양한 장치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 안에서 어떤 연관 관계를 쉽게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배경처럼 보이는 거울 역할의 오브제에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여전히 오브제들이 가진 물성 자체의 성질을 그대로 활용하여 그 의미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설치에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에 작가가 활용하던 부분을 유지하면서도 거울 효과를 가진 오브제들의 장치로 인하여 나타나는 우연성을 더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작업에서 사용된 오브제들은 어떤 특정 인과 관계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로서의 현상과 상황을 위한 도구였다면, 이번에 사용하는 거울들은 정확한 인과관계와 더불어 우연적이고 가변적인 상황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공간에 존재하게 하는 도구다. 따라서 이 장치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는 전시 타이틀인 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오유경이 말하는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이 뒤섞인 복잡한 인과관계들과 우연들로 이루어진 시공간이다. 작가는 우리의 눈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이 시공간을 거울과 같이 사물을 비추어주는 오브제들을 통해 보여주면서 변화무쌍하고 경계조차 없는 우주를 담아낸다. 따라서 이 반사되는 오브제들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우주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매개체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오유경은 그녀가 천착하고 있는 화두인 시(詩)적인 언어를 오브제들이 가지고 있는 물질과 비물질성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환경으로까지 그 대상을 넓혀 찾으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작가만의 감각적인 오브제에 대한 시각과 개인적인 성찰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서 자신의 변화해가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위 오유경 (가운데) 황동에 은도금, 탁구공, 색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