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이예승 Moving Movements
갤러리 조선 6.3~30
유은순 미학
2012년 <CAVE into the cave>부터 지금까지 이예승의 작업은 디지털미디어와 오브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실체와 환영,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왔다. 시각적 자극들과 정교하게 프로그램화된 이미지들에 우선적인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이예승의 작업은 주로 디지털미디어의 시각적 인식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그러나 갤러리조선에서 열린 최근의 개인전 <Moving Movements>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듯이, 그녀는 시각 중심적으로 발전해온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촉각적(신체적) 체험의 가능성을 꾸준히 제시해왔다(그 시작은 2009년 <BI LIE F>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좁은 계단으로 내려가 높은 천고와 마주하게 되는 갤러리 공간의 특성을 활용하여 사람의 머리보다 높은 위치에 벽을 관통하는 듯한 원형의 스크린을 설치하고, 프로젝터와 컴퓨터가 켜켜이 쌓인 미디어탑을 제작하여 전시장 중앙에 놓았다. 2013년 <CAVE into the cave전>(쿤스트독), <xLoop전>(갤러리루프) 등에서 선보인 작업들에서는 관객이 스크린과 먼저 마주하고 그 다음에야 스크린을 투영시키는 프로젝터와 오브제들을 발견하는 구조였다면, <Moving Movements>는 미디어탑이라는 묵직한 물질성과 먼저 마주한 다음 스크린을 보도록 구축되어 있다. 원형의 스크린이 작품의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느슨한 기준이라고 볼 때, 이전에는 관객이 작품의 외부에 위치하여 스크린 주위를 돌며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관객이 이미 작품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
<Moving Movements>는 관객이 허상과 실체를 직접 찾아보도록 디지털미디어라는 마술상자의 내부로 초대한다. 이 마술상자는 상자를 구성하는 재료들 –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컴퓨터프로그램, 메인파워와 시스템 전선,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된 장갑과 못까지 -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관객은 디지털미디어의 실체를 탐구하기 위해 마술상자 안에 발을 디딘 순간, 작품이 자신의 발걸음, 숨소리까지도 포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관객들은 외부와 내부의 구분마저 모호한 아이러니한 상황과 마주하고 평소 감각하지 못했던 것을 지각하기 위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불러들여 작품을 탐색하게 된다.
대부분의 뉴미디어아트는 미디어의 신기술을 활용하여 매혹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면서 시각에 의존하여 작품을 감상하도록 관객을 유도하고, 미디어아트의 최전선인 인터랙티브아트의 경우에도 완성된 프로세스대로만 움직이도록 관객을 수동적으로 작품에 참여시킴으로써 작품과 관객을 구분짓는다. 그에 반해 <Moving Movements>는 작품과 공간, 작품과 관객이라는 구분을 없애고 작품과 공간, 관객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을 제시한다. 이로써 관객은 온전히 독립적인 자아로서 대상과 자신을 분리시켜 작품을 감상하는 시각 중심적 주체가 아닌 주체와 대상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작품 전체를 몸으로 체험하는 촉각적 주체로 거듭난다.
위 이예승 <Moving Movements> 인터랙티브 설치, 두랄루민 아크 스크린, 마이크로 컨트롤러, 적외선 센서, 디밍 조명, 웹캠, 나무, 모터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