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shin’s design essay 3
싼값에 사서 버릴 때는 쓰레기 폐기하듯 냉정하게
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드디어 12월에 한국에 상륙한다. 이케아란 원래 차를 몰고 거대한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산 뒤 차에 싣고 집에 와서 직접 조립해 구매를 완성하는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매장이 없었다. 한국 소비자는 대개 수입상들이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뒤 배달을 받았다. 원래 이케아는 상품을 배달해주지 않는다.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 만큼 물건값을 내려준다는 게 이케아의 전략이다. 소비자는 싸게 구입한 대신 차 기름값과 조립이라는 노동력을 지불하지만, 싼값에 현혹돼 그런 건 계산하지 못한다. 아무튼 이케아뿐만 아니라 이른바 저렴하지만 세련된 브랜드들이 마구 들어오고 있다. 자라 홈, H&M 홈 등이 그것이다. 자라나 H&M은 패션 브랜드지만, 그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리빙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들 브랜드의 특징은 저가의 상품을 만들면서 교묘하게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제 리빙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진 건가? 한국인의 관심이 패션에서 리빙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패션이란 자랑거리지만 가구와 같은 집안의 물건은 자랑보다는 자기만족과 가족을 위한 것이다. 이 분야가 그동안 낙후된 것은 소비자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케아를 비롯해 자라 홈, H&M 홈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리빙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최근 미술관에서 가구 전시가 많아지고 흥행도 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관심을 보인 브랜드가 아주 대중적인 브랜드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몰테니 같은 최고급 가구 브랜드는 샤넬이나 루이비통처럼 대중화될 수 없고, 어차피 한국에서도 최고 부자들은 수입을 통해 이미 구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대중의 인식이다. 한국 대중에게 인식된 가구 브랜드는 한샘, 카사미아, 보르네오 같은 브랜드다. 이들과 견주어 이케아의 상품은 질이 훨씬 떨어진다. 튼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직접 운반하고 조립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 디자인은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를 흉내 낸 것이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케아는 실제 상품의 품질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케아는 스웨덴 브랜드다. 스웨덴이라는 훌륭한 복지국가의 좋은 이미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이케아는 심지어 환경친화적인 이미지까지 있다. 막대한 홍보활동 덕이다. 이케아는 가구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저렴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이케아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구매함으로써 이케아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세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가정 실내환경의 하향 평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비싸고 뛰어난 가구를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이케아를 사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핵심 가치는 사실 쉽게 버릴 수 있는 상품을 창조했다는 데 있다. 올해 한국에서도 개봉된 영화 <그녀>를 감독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만든 이케아의 광고가 있다. 한 여성이 테이블 램프를 쓰레기와 함께 집밖에 버린다. 램프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양이어서 원래부터 처량해 보이는데, 비바람 치는 밖에 놓이고 밤이 되자 더욱 불쌍해 보인다. 게다가 아주 슬픈 음악이 흐르면서 방 안의 새로운 램프와 버려져 비를 맞는 램프를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어 보는 이의 연민을 더욱 자극한다. 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어서 누가 저 가엾은 램프를 좀 구해주면 좋을 텐데.”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나 램프 앞에서 말을 시작한다. “여러분 중 많은 이가 이 램프에 대해 슬픔을 느꼈죠. 미친 거예요. 램프는 감정이 없어요. 새것이 훨씬 좋아요.” 1분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슬프게 하고 끝에 반전을 이끌어내는 걸 보니 역시 영화 연출자는 다르다. 이 짧은 광고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램프에, 넓게는 물건에 깊은 애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거다. 폐기하고 더 좋은 상품을 사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소비주의를 이토록 짧고 강하게 연출하다니. 자사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에게 인색한 이케아는 광고를 만드는 데는 엄청난 돈을 투입한다. 그게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카탈로그와 영상 속 이케아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이 광고에서 나타난 이케아의 본질, 질은 낮지만 세련된 디자인 (물론 B급 세련이지만), 싼값, 쉬운 폐기, 이런 것들은 우리 사회를 정확히 반영한다. 이케아의 소비주의는 물건을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모든 것을 소모품으로 보는 거다. 사람과 물건은 최대한 부려먹은 뒤 버릴 때는 냉정하게 버린다. 싼값에 구매했다는 사실이 어떠한 연민이나 죄책감도 차단해준다. 물건을 정성 들여 만들지 않듯이 사람 역시 쉽게 쓰고 쉽게 내친다. 기업에 고용된 사람 역시 소모품이다. 우리가 쓰다 버린 물건은 바로 우리 자신인 거다.●
이케아 카탈로그 이미지
위·홍인숙 <잘 보이는 마음과 잘 보이지 않는 마음> 혼합재료 113.5×153×60.5cm 2009
홍인숙은 “싼값에 사서 버릴 때는 쓰레기 폐기하듯 냉정”하지 않다. 버려진 자개장을 분리하고 새로 틀을 만들어 가구로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