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조선통신사, 일본에 한국 현대미술을 전하다
지난 8월 31일 일본 도쿄에 있는 주일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작가 8인(강운, 김성복, 김승, 김창겸, 남경민, 양대원, 유현미, 이길래)이 참여한 전시가 개막했다. 〈One Inspiration – 한국 전통문화에서 찾은 최초의 아이디어〉 제하의 이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국제문화 교류진흥원이 추진하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Traveling Korean Arts)’ 프로젝트 일환으로 열렸다. 한국 문화예술의 동시대성 및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자 해외 곳곳에 있는 한국문화원을 거점으로 현지 문화예술 전문기관과 협력을 꾀한다는 취지다. 이런 배경에서 〈One Inspiration – 한국 전통문화에서 찾은 최초의 아이디어〉는 사비나미술관 주관으로 도쿄 주일한국문화원과 일본 최고 명품거리로 손꼽히는 긴자(銀座) 시로타 화랑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시로타 화랑은 이우환의 전시를 여러 차례 개최한 유서 깊은 화랑이다. 전시는 현대미술 속에 담긴 한국 전통문화의 소재와 의미를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고, 9월 3일엔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작가와의 대화 및 전문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한국의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의견을 일본 현지인과 교류했다. 이처럼 이번 전시 출품작은 한, 한지, 십장생, 도깨비, 불상 등 반만년 한국 역사 속에 이어져 내려온 유무형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기법과 매체로 재창조한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 안에 녹아든 한국 전통문화의 소재와 기법이 작가에 의해 어떻게 해석되고 번역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작가들에게 무한한 감을 주는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8인의 참여 작가는 과거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문화와 시대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작가마다 고유의 철학을 더해 형태, 기법, 재료의 전통적 특성을 작품에 차용함으로써 전통적 의미를 확장시키거나 새롭게 변주했다.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전통회화에서부터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장르와 매체로 표현된다. 첫 번째 주제는 ‘선조의 기원(祈願) – 전설과 종교’로, 유현미의 〈십장생〉 연작과 김승의 〈슬픔 – 반가사유상〉, 김성복의 〈도깨비의 꿈〉 연작이 전시됐다. 두 번째 주제인 ‘선조의 생활 – 삶과 정취’ 편에서는 남경민의 〈화가의 방〉 연작과 김창겸의 〈water shadow〉 연작, 이길래의 〈노송(老松)〉 연작이 출품되어 한국전통의 민화와 가구, 문양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조의 발명-한과 한지’ 편에는 한을 소재로 한 양대원의 〈문자도〉 연작과 한지를 재료로 구름을 형상화하는 강운의 〈공기와 꿈〉 연작을 선보다. 총 27점의 작품과 함께 창작의 소재가 된 전통문화에 대한 문헌자료와 상자료, 그리고 작가 인터뷰 상자료를 통해 역사적 배경과 우리 문화유산의 우수성과 의미를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구성했다.
한편 8월 31일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도쿄도현대미술관, 후지미술관 등 현지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전시 개막식에 참가한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장이자 타마미술대학 학장(多摩美術大学建畠晢)인 다테하타 아키라씨는 “매우 흥미로운 전시다. 한국에서 활약 중인 작가들이 자신들의 문화 속에서 감을 얻어 전통을 현대에 바로 반하는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랜 전통 문화가 있어, 이번 전시가 일본의 젊은 작가들에게 창조 의욕을 북돋워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전시 소감을 전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미술을 함께 엮어낸 이번 전시는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와 미학을 소개할 시각예술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케 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 공동 기획으로 양국 현대미술과 전통문화를 비교하고 해석할 수 있는 발전된 국제교류 전시로 확장될 것을 기대해 본다.
글 :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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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간미술 > vol.405 | 2018.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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