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베를린 < 12 x 12전 >
베를린이셔 갤러리(Berlinische Galerie)가 8년간 진행 중인 〈12×12전〉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개방적이고 세계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게끔 유도하니 말이다. 이에 참여작가를 오로지 독일인이 아닌 베를린 거주자로 하여 다양한 영상작업을 선보이는 〈12×12전〉이다. 매달 작가를 달리하여 열리는 이 전시는 예술의 중장기 효과에 방점을 찍은 기획방향에 기반한다. 〈12×12전〉 영상의 향연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
교차, 모임 그리고 ‘Made in Germany’
글 : 최정미 | 전시기획
⠀⠀⠀⠀⠀⠀⠀⠀⠀⠀⠀⠀⠀⠀⠀⠀⠀⠀
베를린이셔 갤러리(Berlinische Galerie)가 위치한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지구는 베를리너에게 ‘X-Berg’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독일어 크로이츠 (Kreuz)는 ‘십자’ 혹은 ‘교차, 모임’이라는 뜻이 있다. ‘berg’는 직역하면 ‘산(mountain)’인데 독일 지명이나 인명에 합성어로 자주 사용된다. 창작인에게 인기 있는 크로이츠베르크는 예술가 외에 학생, 창업자 그리고 터키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이 대거 몰려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걸맞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터키식 식당, 예술인이 운영하는 바, 각종 국적의 화랑인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갤러리 그리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보장하는 프로젝트 스페이스가 운집해 있는 지구이기도 하다. 1975년 민간 협회(Verein)로 시작한 베를린이셔 갤러리는 트렌디한 지역의 비교적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있다. 원래 미술관은 아니었고 1965년에 건립된 유리창고 건물을 2004년 개조, 증축 공사를 거쳐 공공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유리창고였던 만큼 여느 공장과는 달리 천장 높이 11m에 가로, 세로 60×60m 입방체형으로 지어졌으며 미술관 건축 특유의 육중함보다는 실용성이 두드러지는 건물이다.
베를린이셔 갤러리가 타 미술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베를린 특유의 세계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미술 전문 기관이 밖으로 눈을 돌릴 때 베를린이셔 갤러리는 도시 안에서 활동하는 작가에 주력했으며 이는 미술관을 통해서 소개된 작가나 소장품 리스트를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소장품은 동시대 작품은 물론 1870년 이후 베를린에서 제작된 다다이즘부터 동유럽 아방가르드까지 아우른다. 전시 참여 작가도 국제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면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단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라는 전제하에.
2011년에 시작된 〈12×12〉 또한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를 꾸준히 지원, 홍보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매년 12명의 작가를 엄선하여, 한 달간 집중적으로 영상작품을 보여준다. 3월호 보러가기
⠀⠀⠀⠀⠀
● < 월간미술 > vol.410 | 2019. 3월호⠀⠀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