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데이터, 우리가 찍은 발자국은 어떻게 쓰일 것인가?

2017년 1월 18 일 새벽, 움 알-히란 베두인 마을에는 네 발의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 사람이 죽는다. 한 사람은 자동차에 치이고 차를 운전하던 다른 한 사람은 경찰에게 총살당한다. 사건 다음 날,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리스트가 차로 경찰을 들이받아 경찰관 한 명이 사망했으며 그 자리에서 테러리스트를 대응 사살했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운전자는 테러리스트라고 보기엔 너무나 평범했던 마을 주민.

포렌식 아키텍처, , 2018, 싱글채널 비디오, 11분, 작가 소장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포렌식 아키텍처, <움 알-히란에서의 살인>, 2018, 싱글채널 비디오, 11분, 작가 소장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포렌식 아키텍쳐(Forensic Architecture)’는 사건이 일어난 당시 SNS에 올라온 내용과 마을 사람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용의자가 테러리스트가 아니었으며 선공격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차 사고보다 총격 소리가 먼저 들리는 영상을 의심의 근원으로 삼아 밤길, 운전자가 차를 몰던 중 총격을 당해 방향을 틀 수 없었을 상황을 증명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모순과 ‘베두인족 추방 계획’을 고발한다. 작가는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한 과정을 <움 알-히란에서의 살인(Killing in Umm al-Hiran)>이란 작업으로 담았다. 작품은 기관 보도자료와 같이 ‘지극히 높은 곳’에서 내려온 정보가 아닌 SNS처럼 개인적이고 작은 정보를 수집하여 한 사람의 죽음을 규명해 나간다. 국립현대미술관 <불온한 데이터>에 출품된 작품 중 하나다.

레이첼 아라, , 2019, 네온 127개, 재활용된 서버룸 장비, 전자 장치, 컴퓨터, IP 카메라, 프로그래밍, 756×204×105cm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레이첼 아라,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 (자가 평가 예술작품): 한국 버전>, 2019, 네온 127개, 재활용된 서버룸 장비, 전자 장치, 컴퓨터, IP 카메라, 프로그래밍, 756×204×105cm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이 펼치는 <불온한 데이터> 전은 데이터가 중립적 속성이 아님을 상기한다. 공동체에서 데이터가 갖는 경제적, 윤리적 측면에 주목한다.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성별과 기술, 권력 구조 사이 관계를 탐구하는 레이첼 아라(Rachel Ara)의 작품처럼 직접 데이터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며, 사이먼 데니(Simon Denny)와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와 같이 블록체인, 빅 데이터 등 데이터가 가져올 변화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작업도 소개한다. 포렌식 아키텍쳐처럼 정보 독점으로 초래되는 사건에서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고 기관의 정보 독점을 경계하는 작품도 있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데이터’가 불온한 것 일수도, 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수퍼플렉스, , 2019, 벽화, 690×1050cm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수퍼플렉스,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 2019, 벽화, 690×1050cm |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데이터를 소유, 가공, 유통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권력화되는가. 데이터를 둘러싼 맹목적인 믿음 혹은 근거 없는 불신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술 발전은 미래에 대해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를 안겨준다. 디지털 환경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는  데이터 사용을 사회, 경제, 윤리적으로 첨예하게 살펴야 함을 제시한다. 작품을 통해 디지털 환경의 허점과 틈새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주고 첨단 기술로 바뀔 근접한 미래에 대한 열린 질문의 고리를 건넨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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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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