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리보는 2014년 주요전시

contents 2014.2. sight & issue | 미리보는 2014년 주요전시
임승현│기자
2013년 11월 한국미술계의 숙원사업이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이 개관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개관 이후 서울관은 줄곧 전시에 대한 논평보다는 학예사 인사, 편향된 작가선정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이의 우려와 격려 속에 개관전을 진행 중인 서울관의 행보는 앞으로도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2014년은 2년에 한 번 찾아오는 비엔날레의 해다. 올 가을 대한민국은 미술로 인해 들썩일 것이다. 광주, 부산을 비롯하여 서울에서도 굵직한 비엔날레가 열린다. 비엔날레 뿐 아니라 올해는 미술관의 기념전 계획도 즐비하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삼성미술관 리움을 비롯해 예술원 60주년을 다루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박이소 작고 10년을 기념하는 아트선재센터의 전시가 미술팬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다채로운 전시로 온전한 축제의 잔치가 열릴지 아니면 오합지졸의 장이 열릴지 2014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계획을 살펴보자.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정형민관장의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앞으로의 전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발표된 일정에 따르면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에 뒤이어 5월부터 새로운 소장품 기획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이란 출신의 작가 겸 영화감독인 쉬린 네샤트의 대형 회고전과 <아시아 여성 미디어 작가전>, 덴마크 디어 아티스트 <제스퍼 저스트전> 등 다수의 미디어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서 10월에는 독일 바우하우스재단과 공동 주최로 바우하우스의 업적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려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포섭하려 한다. 과천관은 해마다 계획하는 <올해의 작가상>과 <젊은 모색>을 비롯해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를 연다. 덕수궁관은 <예술원 60주년전> <조르조 모란디전>등을 선보인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도 김홍희 관장의 연임이 결정되어 미술관의 전시를 다양화할 시도를 한다. 서소문본관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작가전>(6.17~8.10)을 통해 문화적 교차점을 제시하고, 겨울에는 <글로벌 아프리카전>(12.16~2015.2.23)을 개최해 상대적으로 국내에 소개가 미흡한 아프리카의 미술을 다뤄 ‘포스트뮤지엄’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주려 한다. 생활미술관으로 전환한 남서울미술관은 도자조각가 <여선구 개인전>(3.18~5.25)과 전통 종이공예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지승공예전>(11.18~2015.1.25)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꾀한다. 지난해 문을 연 북서울미술관은 지역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전시와 사진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10월 7일부터 12월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변순철의 전시는 장수TV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에 등장하는 인물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연두 <Six Points>싱글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28:44 min 2010ⓒ 정연두 아래·김인배
<무제> 혼합매체 50cm 2013
이제 지역미술관의 전시를 알아보자.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전>으로 약 33만의 관객을 모으며 지역미술관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구미술관은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중국 아방가르드의 대표 작가인 장 샤오강 회고전과 9월말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 예정된 왕칭쑹과 정연두의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맞이하여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8.1~11.9)를 열어 우리의 현대사를 미술로 해석하고 ‘광주정신’을 탐색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소장품전을 비롯해 신진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전시와 함께 국내 최초로 미국 필립스문화재단 컬렉션을 소개하는 특별전 <피카소와 친구들>(5.23~8.24)로 관객을 찾아간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따라 3월23일까지 진행되는 <히로시 스기모토전>이후 두 개의 대규모 전시를 계획 중이다. 그중 하나는 격년으로 개최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아트스펙트럼>(5.1~6.30)이다. 올해는 특별히 리움 학예팀과 외부 큐레이터 및 평론가들과 협업하여 10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한다. 또 다른 전시는 <교감>(8.28~12.28)이다. 이 전시는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미술을 막라한 소장품을 재구성하여 미술의 시대, 장르, 지역을 초월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비슷한 시기 플라토에서는 중견 작가 7인이 각각 신진작가 7팀을 추천하여 그들과 1대1로 팀을 이룬 전시를 한다. 전시 타이틀은 <스펙트럼-스펙트럼>(7.24~10.12). 미술로 세대 간의 소통을 보여준다는 취지의 전시이다. 이에 앞서 플라토에서는 정연두의 초기작부터 최근작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정연두 개인전>(3.13~6.18)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소재로 한 <팝저씨>를 포함한 신작이 출품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전시 동향 중 하나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많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 새로움을 찾기 위한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식상함을 맛본 관객이라면 올해 예정된 전시는 주목해도 좋을 듯하다. 우선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전>(7.17~2015.1.18)은 같은 제목으로 진행됐던 백남준의 첫 번째 위성 프로젝트를 기념한 전시로 생전에 백남준이 꿈꾸던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을 인터넷시대의 모습으로 구현함과 동시에 그 대척점에 서는 다른 관점을 비교해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부부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뮌의 국내 미술관 첫 개인전이 코리아나에서 열리는데 극장과 무대 형식을 중심으로 한 설치와 영상작업을 보여준다고 한다. 일민미술관은 <SeMA 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의 지금을 살펴 볼 수 있는 젊은 작가 전시인 <프로젝트139>(9.4~11월 말)를 개최하고 서울대미술관은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과 공동기획으로 유럽 디지털아트를 소개하는 <Hybrid Media Art전>을 연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미디어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실험적인 전시를 주로 보여준 아트선재센터는 이번달부터 미술관과 갤러리가 문을 닫는 시간인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에 관객을 맞이하는 이색전시를 선보인다. (2.15~3.30)을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는 그간 전시장으로 사용된 적이 없거나 공개되지 않았던 건물 내외의 공간을 활용한다. 그리고 박이소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의 작업을 살펴보는 <박이소 개인전>(4.19~6.1)도 열린다. 박이소의 드로잉을 통해 그의 생각과 개념,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일 것이다

왼쪽·구현모 설치 전경 오른쪽·뮌 <Auditorium> 설치 2014
올해 새롭게 개관을 준비 중인 미술관과 갤러리도 있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있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기대를 모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내의 디자인박물관은 3월 21일부터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전시한다.《 훈민정음 혜례본》을 포함한 80여 점의 작품을 연중 전시해 그간 1년에 두 번씩 간송미술관 앞에 길게 줄 서 몇 시간씩 전시를 기다리던 팬들을 설레게 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한·중·일 만화소설전>(1.7~2.20)을 마지막으로 청담동 공간을 정리하고 3월부터 소격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로 옆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 아라리오갤러리가 어떤 전시를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이밖에 주요 갤러리에서는 해외 유명 작가와 국내 작가의 선 굵은 개인전과 다양한 그룹전이 준비되어 있다. 현대갤러리는 1월에서 2월 사이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이우환, 김종학 등 한국근현대미술의 대표작가 그룹전을 열고, 6월에서 7월사이는 LA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Reading Los Angeles>를 개최한다. PKM갤러리에서는 구현모, 함진의 개인전이 열리고, 국제갤러리에서는 줄리안 오피, 로니 혼, 빌 비올라 등의 유명 외국작가와 국내의 인기작가 김홍석 이광호의 개인전이 열린다. 부산의 조현화랑은 지난해 플라토에서 인기를 모았던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 그룹 일원으로 유명한 아야 다카노(Aya Takano)의 개인전을 기획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화이트블럭은 2월경 갤러리에서 미술관으로 새단장한다. 2014년 새로 입주한 스튜디오 작가들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서용선, 전수천 등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프로젝트아카이브 전경

미술시장의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sation)과 함께 우후죽순으로 생긴
비엔날레에 대해 세계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제도권 미술의 대안으
로 시작한 비엔날레가 미술 권력의 또 다른 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비엔날레의 새로운 모색을 꿈꾼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전시에 지친 미술애호가에게 올해 국내 비엔날레는 무엇
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국내 비엔날레 중 최대 규모인 <광주비엔날레>를 살펴보자. 올해로
20주년이자 제10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를 주제로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 1980
년대 초반 활동하던 진보주의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노래제목
에서 착안한 제목으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역사의 재구성을 보여줄 예정이
다. 특히 불 지르기(Burning)는 파괴와 재생의 역사 속 예술의 변증법을
추적하고 역동성과 변화를 꾀하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이번 전시감
독을 맡은 제시카 모건(Jessica Morgan)의 기획이 기대된다. 그녀는 런
던 테이트 모던의 큐레이터로 혁신적인 전시를 보여온 바 있다. 테이트 모
던에서 열린 티노 세갈 전시를 기획해 현대미술의 담론을 경제학으로 확장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력 큐레이터로 파토스 우스텍(Fatos
Ustek)과 에밀리아노 발데스(Emiliano Valdes)가 참여하며, 테레사 키틀
러(Teresa Kittler)가 보조 큐레이터를 맡았다.
한편 <미디어시티서울>은 정식명칭을 울>(9.2~11.23) 로 변경했다. 이 행사는 2000년 <미디어시티>라는 명칭
으로 개막하여 2년마다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프리비엔날레 행사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의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알랭 바디우, 세실 빈터를 초대한 강연, 아시아 고딕을 주제로 한 워크숍 등을 통해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시감독은 미디어아트 작가이자 영
화감독인 박찬경이 맡는다. 아직 전시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아시아의
‘귀신 정치학(hauntology)’을 주제로 삼고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지배적
역사서술에서 누락된 고독한 유령을 소환해 인류학적 공동체 상상을 복원
하고 식민 혹은 제국에 맞서는 새로운 지혜를 구하고자 한다.
감독 선임 문제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부산비엔날레는 프랑스의 평론가
이자 매그미술관 재단 이사장인 올리비에 캐플랑(Olivier Kaeppelin)을
전시감독으로 최종 선정하고 전시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당초 논란이 되
었던 공동감독 기획은 한국인 큐레이터 1~2인을 초대하는 것으로 대체되
었다. 이러한 기획자 구성에 대해서 부산비엔날레 측은 ‘서구 편향이 되는
것을 지양하고 균형 있는 작가 초청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작
가를 선정하여 올리비에 감독의 기획안에 부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라’ 했다. 하지만 1월 28일 현재 전시주제는 커녕 한국인 큐레이터로 누가
참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개막 일정은 다
가오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결정된 것 없이 파행을 거듭하여 우려의 목소리
가 높다.
위의 세 행사를 마주하기 전에 우리를 찾아오는 프로젝트가 있다.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이다. APAP는 ‘퍼
블릭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3월 28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
는 2005년 이후 지금까지의 진행되었던 일정을 돌아보며 화자의 관점에
서 현대미술과 대중이 교차하는 요소를 부각시켜 ‘모두를 향한 지식’, ‘각자
를 위한 이야기’, ‘서로를 위한 듣기’로 나눠 APAP의 이야기를 화자의 관점
에서 엮어갈 예정이다. 또한 알바로시자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을 재개관
하여 전시장소로 활용된다. 이번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백지숙 감독의
스토리는 과연 무엇일지 그 스토리를 통해 어떤 경험을 불러일으킬지 기대
된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