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오롯이 그림과 마주하기
박현정《혼자 가는 미술관》 한권의책 2014
미술을 소재로 한 에세이는 거기서 거기다. 지나치게 감상적인 자기만의 감정을 독자에게 강권하기 일쑤다. 그림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 무자비한 명화 이미지와 자기 자랑 하기식 글이면 상황은 더하다. 특히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시각이 마치 미술 감상의 보편타당한 명제인 듯 논하는 어조를 띠면 독서의 피로감마저 느낀다. 그런데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감상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다면 상황은 다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작품과 독백하고 싶은 독자에게 전하는 미술이야기는 흥미를 일으킨다. 오히려 저자와 그림이 나누는 대화를 읽어내려가며 독자 또한 그림과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게 만든다.
혼자 가는 미술관》의 저자 박현정은 “독자를 의식할 여유가 없다”며 개인적인 자기의 미술 감상을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다. “그림과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쓰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영영 모르게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일단 글을 쓴다. 그 다음에 고쳐 쓰기를 하면서 작품을 제작한 작가 생각을 자주 했다”면서 책을 쓰게 된 자전적 동기를 말했다. 학술서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이 책의 주안점은 어떤 콘텍스트를 떠나 작품 그 자체를 경험하는 것에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는 않는다. 저자는 책에서 소개하는 작가에 관한 글, 도록에 실린 논문을 참고해서 객관적인 정보 전달도 꼼꼼하게 보탰다. 자연스러운 감상과 작품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가 골고루 조화를 이뤄 각각의 맛이 살아있는 글이 되었다. 이와 같은 글쓰기는 저자의 전작(《 아트 도쿄》공저)이나 역자로 참여한 서양미술사 책과는 거리가 먼 글쓰기 방식이다.《 아트 도쿄》의 경우, 일본에서 7년간 유학을 한 저자가 미술사를 공부한 남편과 함께 쓴 책으로 도쿄 미술관을 소개하는 기행서다. 저자는 오랜 기간 논문을 작성하며 막연히 다양한 글쓰기를 꿈꿨다. 필자는 한국과 일본의 대학원에서 각각 “대한제국의 왕실상징 문양인 오얏꽃”과 “야나기 무네요시의 전시관”에 대한 석사논문을 썼다. 오랜 기간 학술적인 글쓰기를 하다 보니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에 목말라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오얏꽃 문양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 《혼자 가는 미술관》에 등장하는 전시와 작가는 저자의 전공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천경자, 배영환, 서용선 같은 한국 근현대 작가들, 프랜시스 베이컨, 빌 비올라 같은 해외작가가 그의 책에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담으며,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목을 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미술전문가와 비전문가 구분 없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작품 자체를 경험 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책을 쓰면서 “논문이 ‘오얏꽃 문양에 관한 고찰’이었다면 이 책에 실린 ‘오얏꽃 문양, 서울 종로구 세종로 142-3번지’라는 글에서는 가능하다면 독자들이 그 꽃이 탄생한 시대에 고종이 겪은 고뇌를 짐작해보거나 하나의 사물로 오얏꽃을 보고 만지고 감각하게 되기를 바랐다. 우연히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지나치다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에 새겨진 오얏꽃을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독자를 상상해 봤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들썩하게 전시장에서 그림과는 무관한 수다를 떨며 그림을 본체 만체하는 일부 관람객의 모습을 떠오른 것은 왜일까. 따듯한 봄날, 진정 그림이 고픈 이에게 저자가 들려주는 은밀한 속삭임은 ‘혼자 그림 보기’의 좋은 멘토이자 친절한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승현 기자
박 현 정 Park Hyunjung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지바현에 거주했다.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미술이론 석사 과정을 거쳐 도쿄예술대 대학원에서 미술사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아트, 도쿄》(공저), 번역한 책으로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처음 읽는 서양미술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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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한국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
문혜진 지음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문제의 해답을 얻기 위해 저자는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의 비평계를 살펴보며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의 쟁점을 분석한다.
현실문화 320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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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창의적 공동체
알린 골드바드 지음/임산 옮김
지난 30년간 시각예술가, 미디어예술가, 공연예술가가 이룩한 성과를 연구해온 저자가 창의적 노력을 통해 합의와 실행 가능한 비전을 내세우며 공동체를 구성해나가는 예술가들의 공동체 연대 문화를 연구한 책이다.
한울아카데미 352쪽·2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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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 홍콩
박수강·주은영 지음
아트바젤 홍콩을 신호탄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선 홍콩의 아트마켓을 집중 분석한다. 홍콩의 미술시장 발전 현황을 살펴보고, 시장을 이끄는 대표 갤러리와 비영리 전시공간을 소개한다.
아트북스 26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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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다는 것
노석미 지음
선명하고 풍성한 색감으로 상상력과 재치가 넘치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작가 노석미가 ‘그린다는 것’의 의미를 전한다. 직접 그린 그림과 글로 자기만의 표현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10대와 일반인에게 신선한 자극을 전달한다
너머학교 184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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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미학
노영덕 지음
이해하기 어려운 미학을 입문자의 입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한 책. 일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딱딱한 이론 위주의 소개가 아니라 대중매체인 영화를 끌어들여 설명한다.
알에이치코리아 408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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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오은영 지음
마술을 단순한 오락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미술에 얽힌 역사, 이를 보여주는 그림을 통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명화 속에 등장하는 마술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마술사의 관점에서 시대의 특징들을 짚어 나간다.
북산 264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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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되는 순간
필립 드 몬테벨로, 마틴 게이퍼드 지음/주은정 옮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과 미술평론가인 두 명의 저자가 세계 각지에 있는 유명 미술관을 찾아가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담았다. 전문가의 시선을 버린 애호가로서의 순수한 마음을 담아 공감대를 형성한다.
디자인하우스 248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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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
쑤잉 지음/윤정로 옮김
그림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시대상은 물론 철학적 사상을 살펴본다. 특히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린 여러 작가의 작품을 나열하는 방식은 그림에 숨어 있는 의미를 자세히 파악하려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시그마북스 43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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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A.N 호지 지음/서영희 옮김
근현대의 서양 회화사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양미술사 개설서이자 입문서.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주요 회화운동을 대표 작가와 다양한 작품 이미지를 통해 설명한다.
미진사 220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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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제스처, 그리고 색
제이 마이젤 지음/박윤혜 옮김
세계적 사진작가인 저자가 사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빛 제스처 색이라는 세가지 요인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사진에 대해 논한다. 사진 찍는 기술보다는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담은 세계관을 표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시그마북스 264쪽·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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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앞에서 관상을 읽다
신민 지음
소규모 갤러리의 인턴으로 시작해 현재 한 갤러리의 기획실장으로 일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아트 에세이. 갤러리의 모습과 큐레이터의 삶을 영화, 드라마 등과 비교하며 써내려간 30편의 짧은 글로 생생하게 소개한다.
교보문고퍼플 241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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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최성웅 옮김
출간과 함께 귀스타브 플로베르 대상을 비롯한 7개 문학상을 석권하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모네의 수련으로 유명한 지베르니 마을과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예술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다.
달콤한 책 464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