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이다

양효실《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시대의창 2015

양효실 (1)국제상황주의, 68혁명, 네그리튀드, 누벨바그, 히피, 펑크, 레게, 치카노, 행동주의, 여성주의, 두리반. 이름은 낯익을 수 있지만 정작 각각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낯선 이가 많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이 ‘문화운동’이란 이름하에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는 20세기 초중반부터 21세기까지, 프랑스 영국 미국 멕시코를 넘어 한국에 이르기까지 길고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벌어진 문화다원주의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상투적인 말하기와 이미지에 도사린 자신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더 이상 그 편견 안에 숨어 살기를 거부하고 길거리에 나선 소수자들의 집단적인 문화운동”에 대한 글이라고 이 책을 소개한다. 1930년대에 일어난 포스트식민주의의 초기 맹아적 단계를 보여주는 흑인 정체성 운동인 네그리튀드를 제외하고 68혁명, 펑크, 힙합, 개념미술 등에 이론적인 영향을 준 국제상황주의에서 시작해 각각의 문화운동이 연대기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또한 인물 및 행동을 친절하게 명시해 두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운동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장소, 인종, 사건 등이 각기 다르다. 적에 대항하는 억압받는 ‘우리’를 보여주는 저마다의 저항 논의는 굉장히 다채롭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연대로 묶여있으며 파편적이고 일시적이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리더가 없는 것을 넘어 지도자가 생기려는 순간에 해체하려 하고 싸워야 할 어젠다가 있으면 오히려 친체제적인 이들로 비판하는 등 우발적이고 해체적이다.
문화운동은 “‘문화를 바꾸는 것이 곧 정치적인 혁명보다 급진적일 수 있다’는 신좌파의 상상력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관용어”라고 한다. 결국 문화혁명인 셈이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며 주로 언급됐던 예시를 중심으로 글의 토대를 잡았다. 그는 학생들과 호흡하며 최근 젊은 세대의 깊은 불안과 심해져가는 우울감을 목도했다. 그는 일련의 문화운동이 젊은이들의 삶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어떤 이야기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책을 저술하는 과정에 저자가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감동 포인트에 대해 “각 운동은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핍박받는 소수자들이 스스로 구현해낸 민주적인 형식을 띈다”며 “자유 평등 해방 등의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이들 운동은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과거의 운동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1969년 열린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뉴욕에서 3일간 열린 히피들의 음악 축제다. “개인 내면의 해방을 통해 세계의 변혁을 꿈꾸던” 히피들의 축제. 짧은 시간을 공유한 그들의 감각적 체험이 과연 지금의 우리에게 얼마나 폭발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혹자는 이 책에 나열된 과거의 문화운동이 “광장에 있었던 세대에게 전하는 노스탤지어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언급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문화운동이 ‘우연’에 의해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다. 과연 지금의 문화운동 흐름이 과거와 크게 변화했는지는 의문이다. 저자는 지금도 펑크적인 문화형식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문화운동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소규모 그룹을 살펴보았다면, 다음 책은 작가 개개인에 담긴 ‘소수자로서의 표현’에 주목할 생각이다.
책의 구성,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묻자 저자는 호탕하게 웃으며 “우연”을 강조했다. 우연의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파편의 조각을 예리한 눈으로 조사하고 기록하는 인문학자인 저자가 앞으로 보여줄 ‘우연’의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저자의 글쓰기는 또 하나의 운동의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임승현 기자

양 효 실 Yang Hyosil
1966년에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보들레르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단국대학교 등에서 현대예술, 여성주의 대중문화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주요 미술관을 소개한 《세계의 미술관》을 비롯해, 주디스 버틀러의 《불확실한 삶》, 《윤리적 폭력 비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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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8청화백자, 불화와 만나다
강우방 지음
도자 표면의 무늬를 단순한 ‘장식’으로 인식하던 편견을 깨고 도자와 불화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무늬를 찾아 분석했다. ‘영기문’의 개념을 이끌어내어 폭넓은 의미의 미술사를 제시한다. 저자가 직접 그린 채색분석이 이해를 돕는다.
글항아리 134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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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67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윤진영 지음
조선 시대 선조들의 예술 문화를 소개하는‘아름답다! 우리 옛그림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조선시대 관료의 생활상부터 조선 후기 풍속화에 등장하는 해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서민들의 모습까지 살펴본다.
다섯수레 176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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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6무엇이 예술인가
아서 단토 지음/김한영 엮음
현대미술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까? 앤디 워홀의 오브제 <브릴로 상자>가 예술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 미학서다. 각주와 텍스트로만 이뤄진 원서와 달리 다채로운 도판을 수록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은행나무 24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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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8창을 순례하다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외 지음/이정환 옮김
저자가 학생들과 함께 28개국을 답사하며 139개 장소의 창문을 선정하여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지역의 기후와 풍토 관습 문화적 깊이를 창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푸른숲 360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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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1순수예술의 발명
래리 샤이너 지음/조주연 옮김
예술의 관념이 변해온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18세기 예술에서 일어난 예술의 분리와 이에 대한 극복방안을 모색해본다. 기존 번역본에서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고 각주와 참고 자료의 최소화하여 읽기 쉽게 번역을 다듬었다.
인간의기쁨 527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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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0미감
이주은, 이준 지음
스토리텔링 창작 요리로 유명한 셰프와 미술사가가 만나 요리에 담긴 철학과 그림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글이다. 익히 알려진 식탁그림과 그 안에서 나눴을 법한 감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경 304쪽·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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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53일본으로 떠나는 서양미술 기행
노유니아 지음
모네, 르누아르, 고흐 등 인상파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고갱, 마티스, 세잔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도시 구라시키의 ‘오하라미술관’ 등 일본에 있는 서양 미술관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미래의창 25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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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6B컷
김태형, 김형균, 박진범, 송윤형, 엄혜리, 이경란, 정은경 지음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북디자이너 7인의 작업 중 채택되지 못한 ‘B컷’을 공개한다. 이미 출간된 책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고 각 디자이너가 북디자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철학뿐 아니라 업계의 문제점까지 지적한다.
달 416쪽·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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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37인도세밀화
왕용 지음/이재연 옮김
종교 세밀화, 무갈제국의 세밀화가 나오기까지의 역사적 변천사, 라지푸트 세밀화 등 인도 세밀화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 세밀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화파와 작가에 따른 특성을 분석했다.
다른생각 372쪽·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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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63박수근 아내의 일기
김복순 지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박수근의 인생을 함께한 아내가 들려주는 박수근의 이야기이다. 아내의 회고를 통해 그의 그림을 다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소설가 박완서와 미술평론가 유홍준의 해석을 수록했다.
현실문화 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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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44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김영숙 지음
빠듯한 일정으로 미술관을 방문한 여행자를 위해 바티칸 미술관에서 놓쳐서는 안 될 주요작품 100점을 골라 설명한다. 12세기부터 바로크시대에 이르는 회화를 통해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휴머니스트 23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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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861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
박홍순 지음
철학·문화·사회·경제 분야의 고전 18권 중 핵심 내용을 18명의 화가가 그린 54점의 그림과 함께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이끌어낸다. 미술 작품을 각 장의 도입부로 삼아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을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풀어낸다.
비아북 480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