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역사의 관절을 최대한 느슨하게 만드는 책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 – 예술, 기술, 전쟁》 프리드리히 키틀러 지음/ 윤원화 옮김 2011 현실문화

‘아트북 다이제스트’에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이 책을 소개한다는 건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판에 붙여진 친절한 부제에 따르면, ‘예술’이 선두에 서있고 ‘기술’과 ‘전쟁’이 뒤따르는데, 카메라 옵스큐라와 투시도법에서 시작해 브뤼넬레스키와 알베르티를 언급하며 사진, 영화, TV로 이어지는 목차를 훑고 나면 언뜻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서와 위계를 전제로, 즉 ‘예술(사)’ 중심으로 이 책을 펼치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어렵사리 끝까지 꾸역꾸역 읽어냈다 해도, “저장, 전송, 처리의 일반원칙”이라는 공식 수준을 넘어 책의 중핵을 해명하는 이들을 보기도 쉽지 않다. ‘키틀러식 독일어’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특유의 악명 높은 글쓰기 스타일, 특히 설명적이었으면 싶은 곳에서 ‘함축적’이다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에 천착하는 독특한 진자 운동식 서술방식이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여전히 불투명하게 보인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이 책이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미술’이나 ‘예술사/미술사’를 ‘옹위’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의 서사극(Episches Theater)을 설명하면서 발터 벤야민이 쓴 특유의 비유- 서사극의 서사(narrative)란 발레 강사가 학생들에게 주는 최초의 요구과제, 즉 자신의 관절을 최대한 느슨하게 풀어놓으라는 것과 같다-를 빌리자면,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품이나 인명, 미술사나 영화사의 에피소드들은 우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존재로 작동/부유하는 ‘발레리나(노)’ 같다. 너무나 친숙하고 당연해 보이는 지점에서 그들은 우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매끈하게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던 분과학문의 교과서적인 역사는 어느새 지그재그로 분기하며 재배열된다.
예를 들어 브뤼넬레스키와 알베르티는 현실 속 대상과 닮은 이미지를 ‘재현’하는 도구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대상의 모방(Mimesis)이라는 플라톤적 체제를 이어간 ‘스승과 제자’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지형과 환경의 한계에 속박되어 대상을 그저 모사하는 데 그친 전자에 비해, 투시도법을 통해 시각적 활동을 비율의 문제로 ‘가상화’(혹은 탈영토화)하고, ‘그림 수학화’한 알베르티는- 호환이 불가능하던 아날로그 미디어의 삼분체제(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0과 1의 정보값으로 일원화한 ‘미디어의 미디어’인 컴퓨터로 직결되는 -전혀 다른 벡터에 속한다. 혹은 – 20세기 내내 크라카우어부터 바르트에 이르는 수많은 이론가가 따로 또 같이 지적한 것이지만- 도상적 코드화의 필터로 환원될 수 없는 ‘실재계’의 포획장치인 사진을, ‘상상계’, 즉 ‘그림’과 혼동해 ‘그림처럼’ 보이게 하려고 ‘아름다운 그림’을 뜻하는 ’칼로타입(Calotype)’을 만든 탈보트의 사례는, 대개 영화의 전신으로 간주되는 연속사진을 찍어놓고서도, ‘전직 화가’로서 이를 보다 정확한 대상의 모방이라는 목적에 우겨넣으려 했던 머이브리지와 함께, 전통적인 사진사와 영화사의 연속성으로부터 탈각되어 부유한다.
개별 분과학문의 역사 속에서 이들이 대개 ‘연속적’으로 보이는 건-파노프스키가 도상학(Iconography)과 구분하려 애쓴 ‘도상해석학(Iconology)’을 포함하는 커다란 의미에서 -우리가 그들을 무언가를 닮은 ‘도상(icon)’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시 아날로그적 ‘도상’의 차원에서 보통 (‘필름’으로서의) 영화와 연동되어 이해되지만, 불연속적인 점과 데이터의 집약적 효과로 ‘브라운관’에 번역되어 나타나는 전자공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텔레비전 역시 영화와는 전혀 다른 계열의 역사에 속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예술사’에 대한 ‘기술사’나 ‘매체사’ 혹은 ‘전쟁사’로 보충해 읽는 것보다 더 그럴듯한 오독은 없다. 그때 이 책은 ‘완독하기 힘든 책’에서 ‘완독할 필요가 없는 책’ 혹은 ‘완독할 필요는 없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미술과 건축, 사진과 영화, TV와 컴퓨터를 넘나들며 15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서구 역사를 종횡무진하는 이 책을, 무엇보다 ‘지금’ 읽어야 한다면, 그건 이 정도의 분량으로, 이 책만큼 개별적인 분과학문들의 영토와 지도를 체계적으로 내파(implode)시키고, 생산적으로 교란시키는 책을-아직까지 한국어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어쩌면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현실 혹은 역사 자체가 언제나 이미 그렇게 내파되고 교란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곽영빈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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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고향
임종업 지음
작품 속 장소를 통해 작가의 삶과 그 장소에 깃든 역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까지 읽어낸다. 작가 12명의 고향을 찾아가 취재한 내용과 작품 이미지가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 등을 제공한다.
소동 200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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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빛의 세계
박남희, 이현경, 강지용 지음
아시아의 공예 전반에서 발견되는 특징인 ‘쪽빛’을 통해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의 공예를 살핀다. 문화적 기술의 원형이자 생존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공예를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과 창작의 메커니즘을 재발견한다.
미술문화 352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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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김광우 지음
동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를 묶어 비교 분석하는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의 3편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두 거장을 꼽았다. 예술계의 르네상스를 완성한 그들의 발자취와 독자적인 업적을 정치·경제·종교와 연관 지어 살펴본다.
미술문화 416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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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향기의 미술관
노인호 지음
시각으로만 감상하는 예술이 아닌 오감을 활용해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또한 자존, 고독, 혁신, 본질, 일상이라는,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자신의 길을 소신 있게 걸어간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라고디자인 175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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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래 예술
서현석·김성희 지음
1990년대부터 201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진행되어 온 공연예술, 이른바 ‘다원 예술’을 다룬다. 연극, 춤, 몸, 언어, 관객 등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조망함으로써 공연예술의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행보를 함께 모색해본다.
작업실유령 6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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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옛그림과 소리를 함께 이야기한다. 옛사람들의 삶이 투영된 그림과 음악을 살펴보며 그리기와 부르기의 미묘한 접점은 어디에 있는지, 그림들이 연주, 가곡, 판소리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아본다.
김영사 284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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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디자인학
무카이 슈타로 지음/신희경 옮김
오랜 기간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디자인학을 가르쳐온 저자가 퇴임 전에 한 마지막 강연을 기록한 책이자 그의 첫 번째 번역서이다. 일본 현대 디자인 이론의 시원(始原)인 그가 평생에 걸쳐 실천하고 다져온 디자인 철학, 정수를 담았다.
두성북스 512쪽 ·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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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변태 미술관
야마다 고로, 고야마 준코 지음/이용택 엮음
미술평론가 야마다 고로와 카피라이터 고야마 준코가 서양 미술사에 대해 논한 대담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어디서부터 미술사를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르네상스에서 인상파까지의 미술을 다룬다.
21세기북스 43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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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세기 유럽의 현대미술
김수현 지음
밀레니엄 이후 9 · 11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유럽의 미술관 전시를 중심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현대미술의 개념 변화를 살펴본다. ‘또 다른 리얼리즘’, ‘확장된 영역으로서의 설치’, ‘추상과 반영’, ‘새로운 내러티비티’ 등을 다룬다.
눈빛 25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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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형은 골법이다
김영길 지음
30여 년간 뉴욕에서 활동해온 화가답게 현장감 있는 필체로 현대적 조형원리를 이야기한다. 동양화의 조형원리 중 하나인 ‘골법(骨法)’을 ‘최소화와 경향성’으로 해석해 이를 서양 현대미술에 대입해 설명하였다.
기파랑 25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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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 copy가난한 컬렉터가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
엘링 카게 지음/주은정 엮음
내 집, 내 방에 걸어 놓고 싶은 작품을 찾는 예비 컬렉터들을 위한 안내서. 맨몸으로 직접 미술계에 뛰어든 저자의 아트 컬렉팅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컬렉터가 흔히 할 수 있는 실수를 되짚어 재치 있는 에세이로 담아냈다.
디자인하우스 2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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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빈센트와 함께 걷다
류승희 지음
빈센트 반 고흐 삶의 궤적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 고흐의 흔적이 묻어 있는 21개 유럽 도시를 차례로 소개하며 그에 대한 섣부른 정의보다 저자에 눈에 비친 그대로를 담고자 하였다.
아트북스 392쪽 ·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