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분단국가의 예술 창작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3가지 제안, 즉 ‘드레스덴 선언’을 하였을 당시 드레스덴 공대의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은 기립박수를 보냈으며, 이 기사는 독일 전역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번 2016년 드레스덴 시와 드레스덴 미협이 주체가 되어 열린 드레스덴 아트페어는 ‘한국’을 주제로 내세웠다. 독일 통일의 전문가들과 드레스덴 시장, 작센안할트주의 문화부 장관과 정치인들 그리고 미술계의 주요 인물들을 초청하여 남북한 예술과 분단을 주제로 대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중 3번째 사항인 “예술과 문화 사업을 통하여 분단국의 이질감 극복을 위해 전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선언과 일맥상통하는 행사로 볼 수 있다.
대담회 진행을 맡은 유어겐 카일 박사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 괴테문화원 원장을 지내는 동안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하였으며, 북한 사회와 예술의 특성이 동독 시절의 분단체제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개회사로 청중에게 남북한 미술과 동서독 미술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하였다.
전 드레스덴 공과대학 부학장이며 사회학 교수인 레베어크 교수는 동서독 분단체제하에 진행된 예술을 통한 ‘대리전쟁’ 현상에도 두 나라 예술가들이 체제에 반대하는 저항 미술로써 통일에 적극 기여하였으며, 통일 이후에는 오랜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인 이질감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진 박사는 이러한 동서독 예술에 대한 연구에서 남북한도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동독 출신 작가 차브카는 동독체제에서 금지시되었던 마지막 ‘다다이스트’로 자신을 소개하며 통일 이전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중앙 중심의 엄격한 통제로 작가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수많은 동독의 작가가 이 억압에 대항하여 저항예술을 펼쳐왔음을 본인의 체험담을 통해 증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이광 쿤스트페어라인64 대표는 북한 작가들에게는 동독에서 주어졌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마저 주어지지 않으며, 남한에서는 이러한 실상과 북한 미술의 특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광 대표는 북한 예술의 정체성을 청중에게 설명하고, 프로파간다의 목적 아래 작업하는 북한 작가들과의 소통의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남한의 민중미술과 동서독 미술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서양미술, 특히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남한의 민중미술은 그 역사가 짧고, 마르쿠스 뤼퍼츠, 바젤리츠, 펭크, 안젤름 키퍼 등 독일의 저항 미술가들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반면, 남한 내에서 그 지도적 역할과 예술가의 본질적 측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모자란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한국미술의 전통성 회복이야말로 오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인해 상실된 전통과의 맥을 다시 잇는 길이며, 남북한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과제임을 언급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와 민중미술의 사회적 역할 확대, 남한 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쿤스트페어라인64의 북한 관련 프로젝트 <반+반=한국(Halb+Halb=Korea)>을 소개하였다. 남북한, 독일 작가들이 베를린에 모여 한 아틀리에에서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할 예정이며, 독일 작가로는 동독작가들로 섭외 중이다. 이러한 작은 문화의 통일이 특히 베를린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은 이러하다. 베를린은 한 도시 안에서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며, 두 체제 아래 이질감의 극복을 위해 예술가들이 치열하게 정체성을 탐구하고 대리전쟁을 치러내는 저항예술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타국의 통일과 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데 대하여 독일 정부와 청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대담회를 마쳤다. 청중은 한 시간 반을 넘기는 대담회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중했다. 그들의 호응은 한국의 분단 상황과 남북 예술의 교류가 독일의 경우처럼 ‘대리전쟁’이라는 예술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었으며, 예술가들의 사회적인 역할이 평화에 기여하고, 사회 내의 갈등을 완화시키며, 공동체로서의 소속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광 쿤스트페어라인64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