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이제 청년들이 미술계에 대해 말한다

2015년의 1분기가 지난 지금, 미술계에서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Artist Run Space)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러한 공간들을 운영하는 주체는 대부분 청년이다. 이들은 과거의 대안공간처럼 기존 제도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어떤 지점을 목표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각자가 직면한 기존 미술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제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타입의 ‘대안적인’ 모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의 청년미술가들은 한두 가지 프레임에 가둘 수 없는 다층적인 방식으로 미술계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앞에서 서술한 공간 운영자들을 포함한, 젊고 진취적인 청년미술인을 통틀어 말한다.) 청년이 한시적인 개념임을 상기할 때, 이들은 미래의 미술계를 이끌 다음 세대로서 점차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청년미술가들이 ‘변두리에서 활약하다가 기성의 눈에 띄어 개별 호명되는’ 기존의 방식으로 제도권 미술계에 편승한다면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 이에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이 지점을 말하고자 한다.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지난해 12월 말 ‘유능사(최정윤+안대웅)’ 주최로 ‘교역소’에서 열린 좌담회 <안녕 2014, 2015 안녕?>에서 발화되었지만 당시 비평가 임근준이 호명한 이들로 구성된 모임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1월, 홍대의 디자인실기실을 작업실로 점유하고 있던 727NOW!에 건강한 미술계를 만들자는 대의에 동의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개인 컬렉티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공유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새로운 청년세대로 스스로를 호명하고 기존의 미술제도 또는 미술정책 차원의 변화를 요구한다. “새로운 주체가, 자신들의 목소리로”(강수미, <세대미학, 미술주체의 문제>, 《월간미술》 2015. 2, p.47. 이후의 인용구 모두 같은 글) 말이다.
‘청년관’이라는 구호는 “자신들의 사고, 감각, 취향, 판단에 따라 만든 자신들의 환경에서 새로운 미술을 시도”하는 데 안주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제도에 침투하는 새로운 방식의 예술운동을 위한 플랫폼 기능을 할 것이다. 따라서 청년의 이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청년관을 요구하는 것은 “공적 제도에 자신을 의탁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공을 위한 미술공간으로서, 동시대미술을 다루는 ‘국립’기관으로서 시의적절한 비전을 가지고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청년주체로부터의 질문이다.
지난 1, 2월에 두 차례의 강연과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현 미술계의 문제의식에 대해 논의한 이래로,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국립현대미술관을 향하여 동시대미술로서의 청년미술을 전시할 별도의 상설전시장을 만들 것, 그룹전과 소장품 구성에서 여성 및 성소수자의 비율을 늘릴 것, 신진비평가와 기획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 것, 내부 큐레이터 처우를 개선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차기 관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들에 관해서는 지난 3월 25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4월 8일에 624명의 지지서명을 포함, 관장 선임과정과 선발기준 투명화를 요구하는 민원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우리는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의 변화를 보며 ‘누가 관장이 되는가’의 중요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관장이 교체될 때마다 기관 내부에서 대규모 개혁을 겪는 것은 아무래도 소모적인 일이다. 따라서 국공립미술관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적확한 위치에서 필요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이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둘러싼 이슈에 주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4월 1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앞을 무대 삼아 <미술관의 탄생전>을 개최했는데, 한쪽에서 설치작업과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 측은 국립현대미술관 직원들과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자유로운 예술형식을 마주하는 경직된 행정의 현주소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강연, 라운드테이블, 서명운동과 민원, 전시 등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의 활동에 관한 정보와 자료, 칼럼들은 홈페이지(savethemuseum.net)를 참고.)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앞으로도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청년미술의 도약과 건강한 미술계의 미래상에 대해 고민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공적 미술기관과 제도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 새로운 주체들의 기대를 전할 것이다. 이제 청년세대의 부름에 제도권이 응답할 차례다.
송윤지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 학술/민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