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문경원&전준호
두 작가가 보는 예술의 미래
올해로 56회를 맞이하는 <베니스비엔날레>가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린다. 1895년 첫 대회를 개최한 이후 비엔날레의 꼭대기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 없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전 세계 미술인의 시선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한국관 출품 작가로 선정된 문경원 전준호 작가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작가를 만나기 위해 통의동 작업실을 찾았다. 당장 다음 주부터 촬영을 앞두고 있어 두 작가는 물론 스태프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커미셔너와 비엔날레 개막 전에 작품에 대해 함구하기로 협의한 바가 있어서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 두 작가는 그래도 출품작의 큰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카셀도쿠멘타>(2012)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작품이 나올 겁니다. 카셀 때는 분리된 두 개의 화면이 예술의 탄생과 종말, 그 사이를 증거했다면 이번에는 예술행위를 통해 자아를 깨닫고 존재를 증명하고 창의성을 갈망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큰 틀은 카셀 때와 맥락을 같이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과 형식은 큰 차이를 보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또한 타 분야 인사들과 협업했던 방식은 시나리오에 녹여서 보여줄 예정이라고. 따라서 영상 안에 두 작가의 예술에 대한 인식이 이벤트처럼 숨어 있다고 귀띔했다. “주인공이 자기의 존재를 전혀 모르다가 창의의 발현에 의해 기쁨을 느끼게 되죠. 이로써 자신이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 증명하면서 미래를 기약하는 내용입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두 작가의 참가가 더욱 주목받는다. 커미셔너를 맡은 이숙경 테이트모던 큐레이터는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많은 관객과 소통이 가능한 장점을 잘 살려내는 작업을 기획할 것”이라고 두 작가 선정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두 작가는 “카셀 때 시도한 협업이 어떤 결과를 향해 가는 단계였다면,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기대하는 큐레이터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총감독을 맡은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All the World’s Futures’를 주제로 내걸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양상에 대한 작가들의 인식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다. 주제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미래’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던 두 작가는 자신들의 작업 콘셉트와 연결되는 주제라 반가웠을런지도.
그들은 개인작업에도 몰두해야 한다. 현재 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 개인전을 열었거나 진행 중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작가는 상대의 전시와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문 작가는 지금 YCAM(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2014.11.1~ 1.11)에서 <Promise Park>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붕괴된 사회문명, 남아 있는 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는 프로젝트입니다”(전준호) “지난번 개인전(<그의 거처전>, 갤러리 현대, 2014.8.29~2014.9.28)에서도 발견했지만 전준호 작가는 자기 성찰과 고민을 작업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굉장히 명료하게 드러내죠. 수공(手功)을 들여 이룩한 작업을 통해 예술적 실천을 실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문경원) 의견이 충돌하면 서로 말도 안한다고 하지만 이렇듯 협업뿐만 아니라 각자의 작업을 통해서도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두 작가다. “문 작가는 삶을 보고서처럼 보고, 전 작가는 소설처럼 봅니다”라고 농담처럼 서로를 비평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통해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볼 수 있었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6년여 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운 좋게도 계속 그럴 수 있게 계기가 마련돼서”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두 작가는 시카고와 취리히 등지에서 온고잉(ongoing) 형태의 프로젝트를 지속한다. “저희의 의지로 그만두자고 할 상황이 아닙니다. 마치 물에 따라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그들의 협업과 개인작업 이 삐걱대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바로 부지런함에 있다.
오는 5월. 그들의 작품을 베니스에서 보게 될 전세계 관람객은 무슨 질문을 받을지 궁금하다.
황석권 수석기자
문 경 원 Moon Kyungwon
1969년 태어났다. 이화여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의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 영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을 비롯 일본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현재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 준 호 Jeon Joonho
1969년 태어났다. 동의대와 첼시 미술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일본,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10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국내외 주요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내일의 작가상’(성곡미술관, 2001), ‘올해의 작가상’(국립현대미술관, 2012), ‘눈 예술상’(광주비엔날레재단, 2012), ‘멀티튜드 아트 프라이즈’(UCCA 베이징, 2013)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