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대구
영화가 미술에 접근하거나 혹은 그 반대가 되거나
〈홈 시네마 전〉 열려
대구미술관 프로젝트 룸에서 진행 중인 〈홈 시네마 전〉(6.11~10.16)은 미술가가 생각하는 영화에 관한 실천적 명제를 모은 전시다. 이 전시는 “웬만한 영화보다 재미있다” 이번 전시가 저예산 영화 제작비보다 적은 예산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런 언급은 미술의 굴욕일 수도, 혹은 긍지일 수도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에서 왜 100년 단위가 아닌 130년인가에 대해 의문은 든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영화란 장르가 등장한 지 대략 130년 됐다는 사실은 대구미술관과 프랑스의 예술기관인 메종 데 자르 드 크레티엘의 협업으로 선보인 이번 전시명이 왜 〈홈 시네마〉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전시는 영화 발명 이전과 초기에 고안된 카메라 옵스큐라, 회전요지경 등과 뤼미에르 형제가 완성한 시네마토그래프를 연상시키는 오브제 및 미디어아트가 뮌, 진기종, 유화수, 정연두 작가에 의해 구현되어 있다. 이들 작업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수면의 과학〉(2005/프랑스)처럼 오래된 아날로그 취향을 재현한 놀이에 가깝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감상자의 감각과 인식에 새로운 경험을 부여하는 작품도 있는데, 그 수가 훨씬 많다. 에티엔 레이, 유비호, 짐 캠벨, 로렌 모페트, 오용석, 델핀 두칸&앙투안 슈미트, 니콜라 베르니에의 작업이 이에 해당된다. 영화를 보는 시간과 장소, 영화라는 텍스트, 영화를 보는 행위. 이는 마리아노 페소티, 니콜라 매그레트, 에밀리 브루트&막심 마리옹, 티에르 푸니에의 작업에 깔려 있는 3개의 맥락을 꼽은 것이다. 마리아노 페소티의 〈에덴동산〉(2014)을 제외한 나머지 미디어아트 작품은 관객이 직접 화면을 선택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이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장 뤽 고다르적인 질문에서 한발 나아가 ‘그렇다면 이제 영화와 영화가 아닌 것의 다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선택하게 한다.
영화를 의미하는 단어 가운데, 시네마는 필름보다 한 단계, 무비보다 두어 단계 높은 사회적 위계를 품기 때문에 미술가들은 시네마를 미술과 함께 논의될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 이에 대해 대중은 얼마나 설득당할까? 다행스럽게도 〈홈 시네마 전〉이 각자 집에서 영화를 골라 보는(이미 실현되어 도리어 고색창연해진) 미래상을 풍자하는 것처럼, 작가들은 예술과 기술 사이에 성기게 벌어진 여러 틈을 제한된 조건에서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데 실패하진 않았다.
윤규홍 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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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를 비추다〉와 〈예술가와 함께하는 그림있는 마을전〉
5.3~7.1 제주현대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은 미술관이 들어선 한경면 저지리 일대에서 제주청년작가전 〈제주를 비추다〉와 〈예술가와 함께하는 그림있는 마을전〉을 동시에 오픈했다. 전시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을 초대하여 현재의 제주미술을 돌아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전시명은 두 개지만 참여 작가는 동일하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꿈을 그려내는 강은정,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공간을 연구하는 강태환, 복잡한 생각이나 다양한 감정을 지닌 인간성을 형상으로 구현하는 고윤정, 파도를 소재로 감정을 표현하는 김동원, 일기를 쓰듯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김소라, 조각난 추억들을 퍼즐 맞추기 하듯 되새기는 김수연, 작품 속에 자신을 이입하여 자아를 찾고자 하는 문성공, 제주 자연의 일부를 극사실화로 재현하여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문창배,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초점을 맞추어 역으로 아름다운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박재윤, 아픔과 두려움을 드러내 치유시키는 서성봉, 동자석을 의인화하여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는 신승훈, 집약적 노동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지 기법을 사용하여 구도의 의미를 담고자 한 오기영, 따뜻함과 고요함 속의 기억의 겹이 화면에 머물게 한 이미성, 대상의 또 다른 이미지에 빛을 품게 하는 이성종, 작업이 삶의 의미가 되는 이승수, 과일을 소유하고 싶은 아름다움으로 재구성한 이은경, 자연의 찰나의 순간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영원히 빛나게 하는 조기섭, 예술이라는 방법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대중과 소통하는 최창훈, 그림으로 대화의 연결고리를 찾는 현덕식, 달동네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홍다슬 총 20명의 대표작품을 45점을 만날 수 있다.
제주의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이 청년작가들의 작품은 제주를 생생하게 비추고 있다. 자연을 찬양하거나 평화로움을 묘사하는 등 표면적으로 제주를 다루기보단, 그 안에서 삶을 살아내고 작업을 이어가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흔적들이다. 이 20명의 이름을 기억해둬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나연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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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국적 감성을 담은 자연풍경
〈꿈에도 바람은 분다〉
조선대 미대 초대학장을 지낸 서양화가 고 진양욱(1932~1984) 화백의 회고전 〈꿈에도 바람은 분다〉가 6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남 담양의 대담미술관에서 열린다. 진 화백은 지난 1984년 쉰둘의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독자적인 화풍을 구사하며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진 화백은 서양화 2세대의 선두 주자로, 서양미술의 인상파와 사실주의 화풍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 화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55년 조선대 미술학과에 입학하여 낭만주의적인 문학성과 장식성이 강한 그림을 그렸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후에는 스승인 오지호 화백의 영향을 받아 직관을 통해 대상을 단순화하고 거친 붓질과 원색적인 표현을 즐겼다. 특히 일본 유학시절 그는 야수파의 대가 루오와 피에르 보나르의 영향으로 색채주의를 자신의 화풍으로 승화시킨 스승 임직순 화백의 화풍을 이어받아 인상파에서 야수파를 거쳐 색채주의까지 섭렵하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박진현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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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수묵으로 담담한 여유를 그리다
이홍규 아홉 번째 개인전 〈내 마음의 풍경〉
한국화가 이홍규의 아홉 번째 개인전이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5.4~10)과 전주 우진문화공간(5.12~24)에서 잇달아 열렸다. 이홍규는 수묵을 기조로 주변의 익숙한 자연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설경을 소재로 한 실경산수는 이홍규 화풍의 주류를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 멀리서 관조하는 듯한 시선을 통해 자연을 거닐던 옛 선인의 여유로움을 연상시키는 화풍이 강조되었다. 아울러 촘촘하게 들어선 나무들에서 삶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겨우내 쌓인 눈밭에서 시간의 지층을 봄으로써 화면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는 “작품 속의 고즈넉한 풍경은 자신을 통찰할 시간을 찾게 해주며 비로소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게 해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홍규는 전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10년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2013년 김치현미술상 청년작가로 선정되었고, 한국화대전 추천작가, 산묵회·지붕전 회원, 전주교육대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정환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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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삶의 한 지점을 바라보는 2인의 시선
〈Net-to-Net〉 6.17~23 가톨릭센터 內 대청갤러리
섬유미술가 윤필남과 설치작가 김경화가 협업하여 선보이는 〈Net-to-Net〉은 그물망 같은 사회시스템 속에서 개인과 사회의 모순적 관계를 탐구한다. 이들은 ‘병원’, ‘집’, ‘사각지대’라는 3개의 공간을 연극무대의 세트장처럼 구성하여 그물처럼 촘촘히 짜인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표현했다.
윤필남, 김경화의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병원〉은 다양한 색으로 염색한 광목천으로 벽면과 각종 병원 기구들을 제작해 공간을 병실처럼 조성한 설치작품이다. 섬유 오브제와 함께 설치된 김경화의 십장생도는 찢어지기 쉬운 신문지에 그려져 시각적인 임팩트를 주지만 가까이서 보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병원이란 장소가 가지는 모순적인 면을 말하려는 듯하다. 〈병원〉 옆에선 아파트 평면도가 그려진 바닥과 벽에 유행 지난 전화기, 침구 등을 설치한 〈집〉을 마주하게 된다.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이 공간의 가치는 예전과 다르게 변질되고 퇴색해 아파트 브랜드가치와 평수가 개인의 부(富)와 사회적 권력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된 지 오래다. 전시장 CCTV 아래에 엎드린 사람의 형상을 한 또 하나의 작품은 개인의 자유와 인간 본연의 존엄성이 억압되는 현실을 말한다. 그물망에 걸린 큰 물고기는 도망가기 위해 아예 그것을 찢어버린다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법(法)이 때로는 권력자의 도구로 사용된다.
윤필남과 김경화가 제기한 사회적 문제들이 진부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대의 이면에 주목하여 “개인의 일상과 존엄마저 지키기 힘든 현 사회에서 그물망은 어떻게 재조직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관람자에게 묻는다.
김은경 예술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