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광주

미시적 일상으로의 초대
〈The Room; 사색의 공유〉 1.20~3.1 롯데갤러리

농익은 기교와 필력으로 한국화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는 두 여성 작가의 전시가 한창이다. 전시는 개인의 감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심리적 공간으로 ‘방(Room)’을 설정하고 이를 맘껏 엿볼 수 있도록 펼쳐놓았다. 응집된 내면의 세계를 현실 속 이미지들로 조합하거나 섬세한 감성과 관찰력으로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권인경은 동양화의 부감법을 활용하거나 수묵화 표현기법을 적절히 차용하여 독특한 구도의 화면을 구성했다. 기억된 이미지의 파편인 고서를 콜라주한 화면 중심부를 향해 켜켜이 포개어 자신만의 내면의 요새(fortress)를 견고하게 구축하였다. 임남진은 사적인 공간에서 반복되는 일상적 보편성에 주목했다. 침실을 점령한 널브러진 술병과 빨래건조대,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아 조촐한 식사를 하는 어느 중년 남성의 뒷모습 등 애처로운 도시인의 자화상을 화면에 담았다. 작품을 보며 괜스레 부끄러워진 이유는 일주일째 방치된 내 방 침실과 식탁에서 혼밥을 즐기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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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의 과거와 현재의 교차지점에 대한 탐색
〈라이브쇼 – 개○예정 편〉 2016.12.30~2.24 제주시 관덕로 14

제주_옥인콜렉티브 워크숍

옥인콜렉티브〈제주 개더링 – 제주와 떡국〉프로그램 현장

제주에서는 지역 밀착형 리서치와 커뮤니티 아트를 기반으로 제주 원도심을 재탐색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가칭) 개관 사전 팝업 프로젝트이기도 한 〈라이브쇼 – 개○예정 편〉은 제주 원도심의 장소성과 역사성,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연결 짓는 과정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권혜원, 박금옥, 세시간 여행사(윤세라, 이예지), 옥인콜렉티브(김화용, 이정민, 진시우+ 객원 아티스트 박주애), 이원호, 조윤득, 진나래, 최정수 등 총 8팀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가 제주대학병원 건물을 개조해 사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이전의 흔적들을 기록하거나 성곽길을 답사하면서 현황을 리서치하고 원도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마련하였다. 이외에도 리서치, 워크숍, 좌담회, 상영회,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제주 원도심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지층을 지역 사회와 함께 탐색한다. 또한 원도심 내에 유휴공간(제주시 관덕로 14)을 커뮤니티 룸으로 개방해 언제든 지역 주민들이 프로젝트를 참관하거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도 함께 공유하는 형태로 같은 공간에서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제주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함께 탐색한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으며 개관을 앞둔 센터의 방향성과 역할을 알리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원도심 내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센터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승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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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창 앞에 낭만이 가득하다
〈낭만창전(浪漫窓前)〉 1.9~2.25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_.STUDIO1750

경북대학교미술관은 2017년 첫 전시로 〈낭만창전(浪漫窓前)〉을 개최한다. ‘창 앞에 낭만이 가득하다’는 의미의 조어(造語)를 제목으로 내세운 이 전시는 자연을 즐기며 자연의 이치로 만물을 만들어 기른다는 ‘화육(化育)’을 주제로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낭만적 태도 또는 분위기를 작품으로써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6명(팀)의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3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기수는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의 뒤에 행한다”는 공자의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 영감을 받아 기존 작품을 지우개로 지우거나 낙서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본질을 담아냈다. 신성환은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의 ‘천지현황(天地玄黃)’을 머리는 하늘에 두고 육체는 땅(현실)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의 실존으로 해석하여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작품에 담는다. 무나씨의 4연작은 사과 씨앗이 싹을 틔우고 사과나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씨앗에 담긴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순환을 말한다. 박방영은 ‘꽃의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다(화기천지(花氣天地))’는 작품 제목처럼 자연의 강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표현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남미 큐레이터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동양의 자연사상을 바탕으로 우주와 자연을 담아내는가 하면 낭만에 젖어 음유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익숙하고 일상적인 소재 ‘자연’이 낭만이라는 감성의 옷을 입고 관람객의 마음을 감싸 안는다. 이민정 미술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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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어떤 통찰
〈아름다운 순간〉 2016.12.13~2.19 대전시립미술관

권여현 〈원숭이소나무〉캔버스에 유채 181×227cm 2010

권여현 〈원숭이소나무〉캔버스에 유채 181×227cm 2010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아름다움 자체는 개념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포착하는 시선 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공감할 수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아름다운 순간〉은 양민하, 김세일, 권여현, 윤종석, 백한승, 복진오, 이민혁, 차이밍량 등 총 8인의 작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촘촘한 시스템 망 사이로 빠져나오는 아름다움의 ‘순간’을 통찰한다. 전시는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의 이상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구원에 이를 수 있는가’. 예컨대 김세일의 조각 〈하늘〉에서 우리는 철선 구조물 사이에 갇힌 새를 통해 무한히 펼쳐져야 할 하늘을 연상하며 ‘아름다움의 실체적 조건’으로서의 공간을 앙망하게 된다. 윤종석의 얼굴작업은 주사기로 쏘아 두꺼운 층을 이루는 인물-풍경이다. 이는 순간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풍경으로, 기억을 통해 ‘아름다움의 이상’에 접근함을 이야기한다. 차이밍량의 영상작업 〈Beautiful 2012, Walker〉는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고찰한다. 홍콩 도심의 빠른 리듬 사이로 먹을거리가 들어 있는 봉지를 든 채 천천히 걷는 승려의 걸음을 대비시키는 영상에서 속도의 간극을, 그리고 삶의 덧없음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어떤 아름다움 혹은 비애미가 느껴진다.
유현주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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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막연한 나누기(÷)
〈2016 안녕, 예술가전 [+,-](더하기, 빼기)〉 오픈스페이스 배 2016.12.16~1.31

사진 오른쪽 이한솔 〈~를 위한 잔상〉혼합재료 가변설치 2016

사진 오른쪽 이한솔 〈~를 위한 잔상〉혼합재료 가변설치 2016

어떤 현상에 대한 반성 혹은 비평의 편에 서서 이뤄지는 모임은 언제나 흥미로워 보인다. 2015년 첫 시작을 알린 〈안녕, 예술가〉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오픈스페이스 배의 지원을 받아 작업하는 모임이다. 비슷한 주제로 고민하는 작가들이 서로를 동료로서, 예술가로서 지원하고 지역 미술계가 안고 있는 공공의 문제를 가시화해 비평의 기능을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형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총 2번의 〈돗자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는 부산시립미술관 잔디밭이나 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앞 공터에서 일시적인 담론 공간을 생성해 각각의 제도권 미술이 지닌 문제를 직접 언술하는 퍼포먼스였다.
〈2016 안녕, 예술가전 [+,-](더하기, 빼기)〉는 지난 2016년 한 해의 행적을 소개하고 〈안녕, 예술가〉라는 청년 작가 모임이 각 멤버에게 미친 영향을 작업 형태로 드러내는 전시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예술에 대한 새로운 사유는 대체로 ‘운동’의 성격을 띠었다. 당대를 지배하는 주류의 사유를 전복하고, 또 다른 사유에 다시 전복당하는 흐름 자체만으로 결과 여부를 떠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3년 여 동안 한국에서 소위 ‘청년’ 예술가가 주축이 되어 내놓은 발언들은 이와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매체나 미적 사유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가진, 급진적인 정치 감성을 가진 존재로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모호한 비판이라던가 물리적 생존에 대한 연민에만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그 막연함이 작업의 주제가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재사유할 수 있을까?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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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제주 어멍, 바당의 딸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기념 ? 〈제주해녀문화 특별전〉 2016.12.6~3.31

전주_제주해녀문화전 전시장

인류의 무형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해녀문화’를 종합적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해녀의 역사, 제주해녀의 물옷과 물질도구, 제주 해녀의 뭍의 일과 살림, 신앙, 예술로 화한 해녀의 삶, 해녀공동체, 출가해녀와 해녀노래 등의 이야기가 100여 점에 달하는 유물과 미술작품, 다양한 영상과 체험품 등으로 표현됐다. 그중에는 제주도 해녀박물관 소장품 80여 점이 함께 전시되어 해녀의 물질을 위한 의복과 도구를 비롯해 해녀들의 삶 전반을 육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특별전은 제주 해녀를 소재로 활동한 대표적 작가 장리석의 작품과 수년에 걸쳐 제주 해녀와 호흡하며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낸 김흥구·김형선·김다운의 사진도 전시되어 현대미술의 어법으로 표현된 제주해녀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관객 참여형 영상작업 〈디지털 해녀바당〉, 어린이 불턱 체험공간, 도서관이 운영되며 전시 기간에는 제주해녀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