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페이스 2014] 김덕영-겉과 속, 표면과 이면

뉴 페이스 2014 김덕영 겉과 속, 표면과 이면_황석권

뉴 페이스 2014
김덕영
겉과 속, 표면과 이면_황석권

벽지가 떨어진 벽, 그 이면의 검은 테이프 마감, 전시장 가벽에 수없이 박힌 망치, 마치 후면에서 자동차가 들이받고 쳐들어온 사고 현장과도 같은 공간, 벽 모서리에 세워진 기둥 사이의 균열 등. 김덕영이 그간 , , , , , <색각검사표 작업> 등에서 보여준 바다. 일견 충격적이지만, 작가는 강렬함 속에 디테일을 감춰놓았다. 마치 자동차의 상향등 불빛에 일시적으로 시력이 마비돼 놓친 바를 다시 한 번 찾아보라는 식이다. 그의 초기작 <검은 파도> 연작은 이면에 숨은 그 무엇에 관심을 가진 그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서를 제공한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간다. “나의 작업은 대상의 겉과 속, 표면과 이면, 껍데기와 알맹이와 같은 양면적 가치가 공존하는 상황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 노트 중) 그러한 태도는 지난 호《 월간미술》의 표지를 장식한 에서도 드러나는 바다. 언뜻 김덕영의 작업은 결과로서 존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결과가 아닌 망치가 벽에 박히는 과정에 있다. “망치는 도구(tool)죠. 무엇을 만드는 것이에요. 그 망치가 벽면에 박히는 것은 어떤 이미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작업을 생각했을 때는 망치를 관객이 직접 벽에 박거나 박힌 망치를 관객이 빼서 집어가는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고 한다. “벽체를 모티프로 하는 작업은 부서지고 변형되어 있지요. 그 안의 것이 ‘어떤 것’이라는 점이 결과로서 드러나게 한 작업입니다.” 그러니 연작은 힘을 가하는 ‘행위’에 집중하고 <Pang! Defensive Sffensive Space>는 그 결과물인 셈이다.
최근 끝난 <EX_AIR: 경험의 공기전>(창동창작센터, 1.24~2.14)에 출품했고, 지금은 작업의 모티프로 사용하는 ‘색약검사표’이지만 사실은 김덕영 작가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어 한 동안 방황(?)하게 만든 핸디캡이었다. 그런데 이전 김덕영의 작업과 맥락적으로 닿아있지 않을 것 같은 이 작업은 그의 말대로 “조금 다른 시선”이다. 작가는 ‘규정된 약점’을 ‘나의 시선이 갖는 차이’로 풀어낸 셈이다. 김덕영에게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묻자 “지금 어떤 일이 제게 일어나는 이 순간입니다”라고 담담하게 답한다. 작가는 앞으로 1년간 독일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창작센터에서 레지던스 프로 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일단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김덕영에게 앞으로도 ‘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길.

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