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제281호

특별기획
090 미술과 법

‘미술’과 ‘법’.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에 등장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손가락
이 가리키는 방향이 각각 다른 것처럼 이 둘이 지향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전자가 이상향
을 추구하는 속성으로 비쳐지는 반면, 후자는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미술》은 이번호 특집으로 지향점이 전혀 다른 이 둘 사이를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
했다. 그러나 둘 사이의 차이를 찾아내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미술계가 반드시
고려할 법과 연관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미술계의 주축이 되는 작가와 화랑의 관
계에서 짚어봐야 할 점을 필두로 초미의 관심사이긴 하나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한 저작권
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노동력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받는 과정에
반드시 등장하는 세법 문제도 빠뜨리지 않았다. 또 판례와 사례를 통해 미술계에 적용되는
법리적 해석을 재밌는 일러스트와 함께 다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우리 미술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입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법 하면 자신과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늘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지면에서 펼쳐지는 재판에 독자 여러분의 법정 방
청을 승인한다.

테마기획
116 일본 컨템포러리 아트신 둘러보기
        일본 젊은 작가들의 新어택 _ 김인선
        일본 현대미술계 탐방기 _ 류동현

작가
152 벽안에 비친 우리 작가 1 배병우
        자연에 내재한 진실 _ 로버트 C. 모건
172 작가리뷰
        김근중ㆍ무애(無涯)의 강가를 거닐다 _ 장동광
        서용ㆍ돈황에서 천국을 만나다 _ 최태만
        김선형ㆍ세계를 반영하는, 나를 투영하는 정원 _ 고충환
        리경ㆍ발언과 침묵의 예술 _ 서진석
        권부문ㆍ소유할 수 없는 풍경의 호흡 _ 카트린 그루

해외미술
138 월드 토픽 차이궈창
        불꽃처럼 터지는 환영 그 너머 _ 정연심
144 월드 리포트
        미국ㆍ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일본ㆍ중국

전시
192 전시와 테마 중견사진작가 4인의 개인전
        메시지와 이미지, 인간과 자연사이에서의 변주 _ 박영택
156 전시리뷰
        이미지 연대기ㆍ김홍주ㆍ정광호ㆍ김윤수ㆍ방정아ㆍ김정명ㆍ이지현
        일본 토와다시 현대미술관 개관전ㆍ슬기와 민ㆍ김홍석ㆍ최기석ㆍ마이클 주
164 전시프리뷰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73 에디토리얼
074 독자광장
076 아트러버 9 김명성 _ 심정원
078 사이트 앤 이슈
ART HK 08 _ 성하영
198 포토에세이 37 _ 염중호
200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214 독자선물
216 넥스트 이슈

2008년 5월 제280호

특별기획
112 사진, 현대미술의 리더가 되다

1839년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서 세계 최초로 카메라의 발명이 공표된 이후, 사진은 하
루가 다르게 발전해왔다. 그 변모 속도는 마치 수천 분의 일초를 헤아리는 셔터 스피드
만큼이나 숨가쁘다. 이렇듯 오늘날 사진은 단순한 기술의 차원을 넘어 독자적인 예술장
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미술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심 매체가 되었다.
바야흐로 사진이 현대미술의 리더가 된 것이다. 《월간미술》은 이와 같은 상황에 발맞춰
동시대 사진예술의 현재진행형을 점검하는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사진은 어떻게 현대
미술의 중심이 되었는가?’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이번 기획은 한국을 중심으로 동북아
시아에서 트라이앵글을 형성하는 중국과 일본의 동시대 사진예술의 특성과 현황을 살
펴본다. 때마침 10월에 대구에서 열리는 〈제2회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도 한중일 삼국
의 과거와 현재사진이 중점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번 특집기획이 현대미술의 총아
로 부상한 사진예술의 최전선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작가
152 3545 작가 김옥선
        떠도는 삶에 대한 기록 _ 박영택
188 작가 리뷰
        이상남·알고리듬 회화 표면의 영도(零度) _ 강수미

해외미술
158 월드 토픽 서세옥
        구름이 흩어지는 공간, 山丁의 수묵세계 _ 우현수
162 월드 리포트
        독일ㆍ오스트리아ㆍ영국ㆍ프랑스ㆍ미국ㆍ중국ㆍ일본

전시
106 화제의 전시 아네트 메사제
        여성성 속에 숨겨진 그로테스크 _ 우정아
194 전시와 테마 줄리앙 슈나벨
        신표현주의 화가, 문제적 감독으로 거듭나다 _ 한창호
170 전시리뷰
        After the Pictorial Turn / 3회 회화모음 Privacy / Dazed&Paintedㆍ이머징8,
      한국 드로잉 100년ㆍ2008 금호 영아티스트ㆍ봄날은 간다ㆍ이종목ㆍ천대광ㆍ
        남대웅ㆍ백현진ㆍ박은선ㆍ이이남ㆍ이누리ㆍ임태규
180 전시프리뷰

학술ㆍ자료
198 논단 아시아 현대미술과 자본과의 관계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79 에디토리얼
080 독자광장
082 핫피플 최광식 _ 류동현
084 이색박물관 8 근현대디자인박물관 _ 남선우
086 사이트 앤 이슈
        카르티에&티파니전 _ 황석권
        SeMA2008 _ 류동현
        박성태전 _ 황석권
        The Alliance전 _ 성하영
208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222 독자선물
224 넥스트 이슈

2008년 4월 제279호

특별기획
108 한국미술의 新미술공간 리포트

지난해 전국적으로 100여 개가 넘는 전시장이 문을 열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
운 미술공간들이 생기거나 기존의 미술공간들이 새로운 미술중심지로 옮겨 재개관하는
등 미술판의 지형도가 지역별로 크고 작게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술시장의 열기에
부응하듯 경매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문을 열었고,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대안공간이 활
동 방향을 잡으면서 지역미술계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월간미술》은 이 변화의 현장
을 찾았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청주, 제주, 경기 일대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미술공간과 각 지역 미술현장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중앙 집중식 한국
미술계가 지방자치를 중심으로 자생력을 갖고 한 걸음 성장하려는 시점에 미술공간의
등장과 지역미술계의 변화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짚어본다. 부디 다양해진 미술
공간의 정보가 당신의 발걸음을 전시장으로 움직일 수 있길 바란다.

작가
150 3545 작가 구동희
        겉 보고는 모른다 _ 성기완
170 작가 리뷰
        하종현ㆍ발언과 침묵의 예술 _ 김미경
        이길래ㆍ자연의 재현을 넘어서 형태의 구축으로 _ 최태만
        김중만ㆍwhispers of the flower_ 이건수
        이주원ㆍshadows of the mind _ 이건수
186 나의 예술론 5 염중호
        사물들의 정체를 밝혀라

해외미술
156 월드 토픽 피터 도익
        정지된 시간 속을 부유하는 기억의 잔영 _ 이숙경
162 월드 리포트
        중국ㆍ오스트리아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미국ㆍ일본

전시
192 전시리뷰
        MEENA&SASAㆍ원성원ㆍ심정리ㆍ한진만ㆍ한성필ㆍ뮌ㆍ샌 정ㆍ박지숙
198 전시프리뷰

학술ㆍ자료
206 미술사라이벌 8 마티스vs.피카소
        모더니즘의 양극, 마티스와 피카소 _ 송미숙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85 에디토리얼
086 독자광장
088 이색박물관 7 필룩스 조명박물관 _ 남선우
090 사이트 앤 이슈
        블루닷아시아2008 _ 황석권
        샤넬 모바일아트전 _ 이건수
        미디어 퍼포먼스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_ 김주환210 아트저널
210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222 독자선물
224 넥스트 이슈

2008년 3월 제278호

특별기획
090 Fun Fun한 공동작업의 세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요즘 국내외 작가들 중 듀오(Duo)나 팀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많이 눈에 띈다. 또 평소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프로젝트에 따라 일시적으
로 모여 작업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이러한 공동작업(collaboration works)은 자신과
의 외로운 싸움을 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작가에 대한 일반적인 환상을 유쾌하게 깨뜨
려버린다. 사실 ‘공동작업’의 형태는 미술사에 있어 오랜 전통이다. 대가와 여러 명의
조수가 큰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한다든지 한 작품을 여러 작가가 완성한 예는 종종 찾
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예술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익명의 존재가 되어 스
스로를 팀의 이름 아래 숨기고 각자의 생각을 협의ㆍ소통하며 공동으로 창작활동을 하
는 예는 현대에 이르러서 나타났다. 이러한 요즘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은 과
거 소그룹운동과도 선을 긋는다. 과연 미술에 있어 ‘공동명의 저작권시대’를 보여준다
고 할 수 있겠다. 힘께 해서 더욱 즐거운 공동작업의 세계를 살펴보자.

테마기획
154 아케트ㆍ2007년 전시, 어떻게 보셨습니까?

스페셜 리포트
164 2007미술시장 분석과 2008 미술시장 전망
        2007년 한국미술시장의 성과와 과제_서진수
        전문가 8인이 말하는 2008년 미술시장 전망

작가
116작가 리뷰
        홍승혜ㆍ’유기적 기하학’, 순수 조형과 그리드 읽기 사이에서_김정희
        곽남신ㆍ회화하면서 회화의 도그마에 빠지지 않기_심상용
        권이나ㆍ진정성이 간결함을 만날 때_김종근
        박석원ㆍ45년간 켜켜이 쌓은 삶의 積과 意_김이순

해외미술
132 월드 리포트
        프랑스ㆍ스페인ㆍ영국ㆍ오스트리아ㆍ미국ㆍ독일ㆍ일본

전시
082 전시초점 나의 아름다운 하루展 일상, 꿈 그리고 예술_류한승
086 화제의 전시 열정, 천재를 그리다展 모딜리아니와 ‘막연한 동경’의 시대_김인혜
140 전시리뷰
        바깥미술회ㆍ전준호ㆍ그림의 대면, 동양화와 서양화의접경
        김태곤ㆍ서윤희ㆍ안두진ㆍ진기종ㆍ이배경ㆍ이학승
146 전시 프리뷰

학술 자료
172 논단 동양예술의 정수를 이어받은 화가 윤형근_카이 홍
182 한국의 미 정조시대의 미술과 그 현대적 의의_전준현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63 에디토리얼
064 독자편지
066 아트러버8 전우성_심정원
068 이색박물관6 헬로우 뮤지엄_남선우
070 사이트 앤 이슈
        근조 숭례문, 우리문화재 수난史_이광표
186 아트저널 뉴스ㆍ지역 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98 독자선물
200 넥스트 이슈

2008년 2월 제277호

특별기획
066 니하오! 베이징

2008년 새해를 누구보다도 더 들뜬 마음으로 맞이한 이들은 바로 베이징 시민이 아니었
을까? 오는 8월 8일 오후 8시 8분 8초에 개막하는 하계올림픽을 통해 명실공히 세계 정
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임을 확인받는다는 자부심이 그들을 들뜨게 만들었을 것
이다. 그런데 이러한 두근거림은 이미 중국미술계에는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을 뿐
만 아니라 지금은 시장에 매몰된 자신의 모습을 고민하는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
고 있다. 《월간미술》 편집부 전원이 베이징을 찾았다. 우선 중국미술의 대표주자라고 일
컬어지는 작가부터 앞으로 중국미술을 책임질 젊은 작가를 직접 만나 그들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가를 품어주는 공간으로는 베이징에 퍼져있는 798, 쑹
좡, 차오창디, 지우창 등 예술특구에 위치한 중국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한국갤러리를
찾아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의 중국미술을 잉태한 교육기관으로 양대산맥에 해당
하는 중앙미술학원과 칭화대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물론 《월간미술》은 중국미술의
이면에 있는 고민의 흔적도 놓치지 않았다. 중국미술잡지 편집장들, 전시기획자들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것으로 우려 속에서 희망을 찾는 내용이다. 이 페이지를 넘기면 이제
베이징이 여러분 앞에 펼쳐진다. 중국을 넘어 세계의 심장이 되겠다는 베이징의 야심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니하오! 베이징!

테마기획
148 특명! 윈도를 점령하라
         현대미술과 윈도의 만남 _ 김성원
         도시 건축의 감성요소, 쇼윈도 _ 홍성용

작가
136 3545 작가 함경아
         어떤 미술의 하이퍼텍스트 _ 강수미

해외미술
142 월드 토픽 로빈 로드
         길 위에 남겨진 몸진, 로빈로드 _ 이현애

학술ㆍ자료
174 한국의 미
         추상과 해학의 본질, 계룡산 분청사기 _ 김영원

전시
158 전시리뷰
         트랜스 팝ㆍ금호 영아티스트ㆍ메트로폴리스 인 서브웨이 월드
         현장예술 도큐먼트:들 가운데서ㆍ정영훈ㆍ양아치ㆍ안영나ㆍ한애규
166 전시프리뷰

인물ㆍ정보ㆍ기타
026 영문요약
051 에디토리얼
052 독자편지
054 사이트 앤 이슈
         미리보는 2008년 주요전시 _ 류동현
178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90 독자선물
192 넥스트 이슈

2008년 1월 제276호

특별기획
064 靑年美術人에게 告함

뿌리 없는 나무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또한 세대와 세대가 면면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순리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 시대는 이
전 시대를 지탱했던 이들이 몸으로 만들어낸 공간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룩한 업적은 현재를 지탱
하는 주춧돌과 같다. 비록 그 존재감은 시간이라는 물리력에 희석된다 할지라도, 그들의 정신은
격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월간미술》은 미술계 각 분야의 원로에게 우
리의 앞길을 묻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 어르신의 말씀은 때론 엄하고 따끔한 질책으로 다가오지
만, 앞으로 우리 미술계를 이끌어 갈 젊은 세대를 향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다. 오늘 미술계를 바
라보는 원로의 시선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들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작가
090 3545 작가 김성수
          멜랑콜리아들 또는 나쁜 꽃 _ 강수미
124 작가리뷰 김용호
        진실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 _ 신수진

해외미술
098 월드 토픽 데미안 허스트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에 대한 도전자 _ 김성희
104 월드 토픽 피슐리 & 바이스
         피슐리와 바이스, 현자가 전하는 메시지 _ 김영애
110 월드 토픽 터너 프라이즈 2007
       정치적 미술의 새로운 단계, 혹은 되돌아보기 _ 이숙경
118 월드 리포트
       중국ㆍ오스트리아ㆍ프랑스ㆍ독일ㆍ일본

학술ㆍ자료
156 논단 라운드 테이블: 현대미술이 처한 곤경
166 칼럼 후기 자본주의와 예술의 상관관계 _ 서진석

전시
130 화재의 전시 샌디 스코글런드展
        메이킹 포토의 살아있는 역사 _ 최봉림
138 전시리뷰
        어머니와 딸ㆍ무브온아시아 2007ㆍ세계속의 한국현대미술-뉴욕ㆍ김태호ㆍ박화영
        서혜영ㆍ홍범ㆍ방명주ㆍ황재형ㆍ윤동천ㆍ신미경ㆍ정보영ㆍ김승영
148 전시프리뷰

인물ㆍ정보ㆍ기타
026 영문요약
049 에디토리얼
050 독자편지
052 핫피플 오쿠이 앤위저 _ 황석권
054 사이트 앤 이슈
          아트 대구 2007 _ 이준희
          탕즈강展 _ 류동현
170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82 독자선물
184 넥스트 이슈

EDITOR’S LETTER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벌써 14년이 지났네요. 2001년 9월11일, 세계가 놀란 세계무역센터 폭파·붕괴 사건이 일어 난지 말입니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3천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지요.
여객기가 쌍둥이 빌딩에 처박히던 때 맨해튼은 이른 아침이었어요.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에서 저는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아파트 상가 호프집에서 생맥주 잔을 부딪치고 있었고요. 공교롭게 그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당시 저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답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CNN 화면을 보면서 낄낄댔고, 심지어 ‘우와~(멋있다)!’라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처음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까닭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부끄럽습니다.
사실 호프집 TV에서 긴급속보로 접한 뉴스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건물이 무너지고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선뜻 믿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똑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보면서 차츰 제정신을 차렸답니다. 이처럼 9.11은 한동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리얼이 지나치면 오히려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사건 이후, ‘오사마 빈 라덴’, ‘알 카에다’, ‘테러’, ‘이라크’ 같은 낯선 말들이 뉴스에서 오랫동안 회자 됐습니다. 그러던 중 2011년 빈 라덴이 사살되면서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 종지부를 찍는듯했지요. 하지만 사정은 여전히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IS’, ‘참수’, ‘화형’, ‘보복’… 처럼 더 무시무시한 용어가 새로 등장했으니 말입니다. 전선戰線도 미국을 넘어 유럽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짓고 있던 우리도 이제 이 싸움이 남의 일이 아닌 처지가 됐습니다. 자발적으로 IS에 가담했다는 ‘김군(君)’ 소식 들으셨죠?
잘은 모르지만, 이 전쟁의 본질은 (극악무도한 일부) 이슬람 테러집단과의 단순한 싸움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21세기에 벌어지는 종교전쟁인 동시에 뿌리깊은 역사의 갈등에서 비롯된 문명의 충돌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때, 앞서 언급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이슬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더군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슬람과 그 문화를 무조건 배척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이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부랴부랴 특집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시사주간지도 아닌 미술 전문지에서까지 웬 이슬람 타령이냐고 불편해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미술 역시 세상만사의 한 부분입니다. 미술과 사회를 따로 떼어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이번 특집기사가 그동안 잘 몰랐던 이슬람과 그 문화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글 제목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제목을 인용했습니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임병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이번 이슬람 미술 특집기사는 이슬람 전공자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임 교수는 이슬람문화 용어 사전 집필에 참여해 이슬람 문화의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특히 본문 글제목을 아랍 문자로 표기해주었다. 부산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아랍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랍세계의 헌법 번역과 이슬람법 샤리아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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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문현주
대구미술관 홍보마케팅팀장
대구미술관 문현주 팀장은 바쁜 와중에도 침착하고 꼼꼼하게 취재진을 응대하고, 기자간담회를 무리없이 진행했다. 대기업 홍보팀을 박차고 대학원에 진학했고, 미술관 개관때 부터 미술관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대구미술관의 영문 MI(부처 아이덴티티)인 ‘dam’을 보고 ‘수자원공사 건물’이냐고 진지하게 묻던 한 관객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고. 앞으로 대구미술관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는 유능한 홍보우먼으로 남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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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947이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마감 직전 지면상 불가피하게 원고 분량이 늘어날 때가 있다. 순발력 있게 글 내용을 보완해준 노고에 감사드린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 미술사학과에서 현대미술과 사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와 아트 인스티튜트 시카고 대학(SAIC)에서 강의했으며, 스마트 미술관과 아트 인스티튜트 시카고(AIC)에서 큐레이터 경력을 쌓았다.

 

2007년 12월 제275호

특별기획
100 전격해부 2007 한국 미술시장

KIAF 175억 원 매출, 박수근 작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 원에 낙찰, 신생 경매회사들의
경쟁적 시장진입, 국내 화랑의 해외진출 및 해외 화랑의 한국진출 등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술시장
의 열풍이 2007년 한국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 미술시장은 한치 앞을 예견하기 힘들 정도
로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다가 하반기에는 주춤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가
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자성 아래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
면 블루칩 작가를 이을 다음 주자를 물색하는 발빠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월간미술》은
2007년 한국 미술시장을 총정리하는 기사를 마련하고 미술시장으로 몰리는 유동자금의 흐름과
올 한 해 열린 아트페어 및 경매, 아트펀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보
았다. 전문가들의 시장분석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이 과열인지 호황인지 알아보고, 향후 발전 가능
성을 모색한다. 또한 해외 미술시장의 시스템과 우리 미술시장의 구조를 비교해보고, ‘2007년 한
국 미술시장을 읽는 10가지 키워드’로 미술시장의 변화와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주식
시장처럼 미술시장도 정보가 곧 돈이라면 과연 어떻게 미술시장을 읽어야 하는가? 미술시장의 과
열 속에 미적 가치와 예술품에 대한 향유는 묻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 이제부터 다사다난했던
2007년 한국 미술시장으로 들어가 미술과 시장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만들어보자.

테마기획
176 영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대공개!
         X세대 이후 세대 작가들에 대한 보고서 _ 류한승
         효과적인 포트폴리오 작성법 _ 심정원

작가
130 3545 작가 김형관
        재현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그림 _ 김정락
154 작가리뷰 정종미
        부재하는 것에 대한 응시 _ 강선학

해외미술
136 월드토픽 마사 로슬러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_ 강태희
140 월드리포트
        영국ㆍ스위스ㆍ미국ㆍ오스트리아ㆍ중국

전시
146 전시와 테마 한국미술_여백의 발견展
        한 시대의 담론을 위한 미술여백 채우기 _ 오광수
158 전시리뷰
        푸른대양, 청춘의 개화ㆍThe Edge of Sensationㆍ안창홍 정복수
        경계 없는 지평ㆍ장윤성ㆍ김혜련ㆍ다리(daRi)ㆍ배준성ㆍ왕열
        문틴 앤 로젠블룸ㆍ노자영ㆍ경기, 1번국도ㆍ이용덕ㆍ장현주
167 전시프리뷰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75 에디토리얼
076 독자편지
078 핫피플 김원방ㆍ이희수 _ 이준희
080 사이트 앤 이슈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_ 황석권
         한국실험미술제2007 _ 황석권
         대구텍스타일아트도큐멘타 2007 _ 이준희
ACAF 뉴욕 _ 이용우
200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214 독자선물
216 넥스트 이슈

COLUMN 강수미의 공론장 2

양극화의 미학, 미술경향의 문제

1965년 출간돼 프랑스 젊은 층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은 지금 여기 20~30대 독자가 읽어도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 젊은이가 국내 예술대학 과/또는 유학을 마친 미술, 건축, 디자인, 영화, 연극, 패션, 무용 전공자라면, 그래서 남보다 나은 아비투스를 취득했고 세련된 감각을 가졌다고 자처한다면 더 그럴 것이다. 특히 연남동, 서촌, 경리단길, 한남동 등 소위 ‘핫 플레이스’가 마치 자기 취향의 고향, 자기 라이프스타일의 최신 버전, 자신의 미적 커뮤니티 혹은 심적 게토로써 감각의 쾌적함과 심리적 안락함과 지적 자존감을 높여준다고 느낀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제 형편, 경력, 지위를 볼 때 학생 때부터 갈고 닦은 자신의 미시전공/오타쿠적 지식과 아방가르드/앞서가는 안목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보상을 못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녀에게 《사물들》은 씁쓸한 일기장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 상품사회가 제공한 “오로지 그들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사물들에 둘러싸여” 자신과 통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자유롭고 여유롭게 일할 수 있다면 “삶은 하나의 예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경제 상황이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궁핍이 “그들의 현실이고”1 오늘 여기 88만원세대의 수입은 고사하고 신분조차 불투명한 젊은 예술인들의 현실이니 말이다.
이와 같은 간극, 즉 사물에 대한 취향의 사적 정치경제학과 사물을 소유할 수 있는 사회적 부와 권력의 불일치, 예술적 삶을 향한 꿈의 질적 수준과 예술을 전유할 수 있는 물질적 역능 사이의 낙차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크고 깊어졌다. 그 간극은 사회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됐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배태한 극단적 양극화가 그 간극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하지만 그 간극, 또는 양극화는 특히 요즘 뜨는 감각과 훈련된 열정, 디지털미디어 기반의 다원적 정보력과 의사소통능력을 지닌(이런 능력은 큰 잠재력이지만 현실 자본이나 힘으로 교환되는 행운은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청년세대에게 치명적 내상을 입히거나 강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능 면에서나 성실함에서나 그것을 소유하고 누릴 자격을 갖췄다고 자신하는 그/녀가 눈앞에 아른거리는/SNS를 보면 나보다 못한 이도 가진 욕망의 대상 획득에 번번이 실패한다. 그런 경우 그/녀는 점차 위축되고 자신과 세계 사이에 견고한 벽을 쌓기에 이른다. 혹은 반대로 과도하게 외부에 개방된 채 무조건 승자나 강자를 따라 하고 보는 카피캣(copycat)이 된다. 나는 여기에 한국현대미술의 어떤 문제를 결부시킬 수 있다고 본다.
우선 한국의 젊은 미술가(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이론가)들을 중심으로 보면, 그 간극은 하부구조적 원인의 단계를 넘어서 문화적 표현의 꼭짓점까지 차올랐다. 이름 붙이자면 ‘미적 경향의 양극화’ 내지는 ‘양극화시대의 양극화된 미술 경향‘이다. 첫째로는 만든 이에게나 감상자에게나 사적으로 내밀한 부분에 연결되는, 내향적이고 스케일이 작으며 멜랑콜리한 미술이 있다. 또는 그런 속성을 대중문화 속 이른바 ‘병(신)맛’ 코드나 ‘비주류/비정상’ 기호로 덧씌워 자신과 같은 심리 및 처지에 있는 커뮤니티 안에서 증폭시키는 미술이 있다. 둘째로는 문화적 주도권이든 경제력이든 현실 사회에 강한 우세종의 미술, 대표적으로 테리 스미스가 컨템포러리 아트 유형으로 꼽은 리모더니즘(remodernism), 레트로 센세이셔널리즘(retro -sensationalism), 스펙터큘러리스트 아트(spectacularist art)2 중 하나를 부단히 학습하고, 내면화하고, 재-재생산함으로써 그 일원이 되려는 미술이 있다(지난 글에서 청년작가들에게 전위적이거나 혁신적인 작품을 보유하고 있냐고 물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틈은 없지만 이 현대미술 유형은 대체로 과거의 유력 미술 유령들을 오늘의 글로벌미술시장에 맞게 재생한다. 기품 있으면서 섹시하고, 전통적이면서 센세이셔널 할 수 있게 ‘복고(retro-)’라는 위약과 ‘장관(spectacle)’이라는 강장제를 써서. 그러니 그것을 흉내 내는 새로운 세대의 미술은 낡은 미술 유령의 출몰을 뒷바라지하는 꼴이다.
어쨌든 위 첫 번째 미술은 젊은 미술가들이 사회경제구조가 초래한 양극화에 대해 무력한 소외 또는 자발적 잉여생산 및 소비의 방식으로 응대하는 것이다. 두 번째의 미술은 정반대로 그 양극화 또는 간극을 양성하고 고착화한 문화예술경제의 패권적 기제를 영리하게 마스터하고 점유,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주인미술(라캉의 ‘주인담론’에 유비하자면)로 거듭나고자 하는 양태다. 그런 면에서 이 두 미술의 방향은 분리된 노선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대미술계에는 가령 현재는 우세종 미술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예외적 스타일이나 별스러운 취미라며 하루아침에 각광 받을 기회가 널려있다. 두 노선이 얼마든 뒤섞이고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미적 경향의 양극화’ 문제를 젊은 미술가들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현대미술 전반이라는 큰 틀에 맞추면 무엇이 보이는가? 막대한 물량 공세로만 구현 가능한 스펙터클 미술 기획안, 시쳇말로 ‘몰빵’에 가까운 ‘선택과 집중’ 정책을 통해 발탁한 스타 아티스트, 그/녀에게만 몰리는 재정 지원과 미술제도적 후원, 그런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통해서만 획득 가능한 문화예술지식 및 현장 경력에 독점적 지위 부여, 그것을 우월하고 유효한 것으로 가공해줄 수 있는 미술계 내부 전문가의 영향력 행사. 이렇게 다양한 성부(聲部)의 여러 박자가 긴밀하게 울려 퍼지면서 한국 미술계의 소위 ‘상위 1%(객관적 통계가 없으니 양극화를 표상하는 사회적 수치를 빌리면) 컨템포러리 아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보인다. 이는 짧게는 최근 몇 년, 길게는 10여 년 사이에 만들어진 현상이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 리움, 에르메스코리아, 양현재단, 일우재단,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아라리오, SBS, CJ, 현대자동차, 하이트 등을 통해 이뤄진 각종 미술사업, 즉 전시, 컬렉션, 상, 오디션, 국제교류, 작품 위촉, 출판, 국제비엔날레와 레지던시, 국제미술시장에서의 판매, 경매, 프로모션, 협업 사례에 등재된 소수의 작가/심사자/결정권자 이름과 그들의 작품/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것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한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 이름들과 사업들이 한국현대미술의 우세종이다.
그런데 위의 장면과는 반대로 보이는, 그러나 분명 동시대의 조건 속에서 동시대미술의 일부로 공존하는 미술 종(種)이 있다. 의식적으로 넝마주이의 질료와 방식을 써서 약함, 부적응, 결여, 궁핍, 불완전, 불안정, 버려짐을 드러내고 그렇게 해서 소수자적 감수성과 삶의 방식에 어필하는 작업이 그에 속한다. 가까운 과거에는 철 지났거나 폐허로 취급됐을 장소를 서로 알음알음 협력해 주변부 예술공간으로 변용하고 운영하면서 기업의 자본이나 공적 제도의 지원 대신 자생력과 문화예술 힙스터의 지지를 양분 삼아 커가는 미술 시스템도 있다. 그리고 뻔한 예가 되겠지만, 셀 수도 없이 많은 미술가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합당한 자리도 없이 각자의 현존으로 각자의 미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실에 고독하게 앉아 40년째 사군자를 연마하는 이서부터 공동체에 기여하는 미술을 실천하고 싶어 자비를 들여 강화도 섬 주민들의 미적 일상을 신문으로 만드는 이까지 말이다. 이들은 싫든 좋든 한국의 상위 1% 현대미술과는 현재로서는 다른 지점에 있다. 아니, 사실은 사회에서 말하듯 그 1%를 떠받치고 있는 99%의 나머지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도 어떻든 충분치 않은 사회적 인정과 경제 형편에 고통 받고, 스타 아티스트의 휘황찬란한 행보와 작품 앞에서 쪼그라든 채 어찌할 바를 모를지 모른다. 이렇게 보면 앞서 말한 젊은 미술가들의 현실과 어려움은 특정 세대가 아니라 대다수 미술인이 겪고 있는 현실이고 문제다. 문제는 가진 기성세대와 못 가진 청년세대, 의식과 취향이 ‘꼰대’인 이들과 그에 앞서가는 이들의 미학적 갈등이 아니다. 조건 설정에 따라 그것들은 얼마든 바뀌고 뒤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기형적으로 양극화된 미적 경향을 문화 경쟁력을 빌미로 내속시키는 미술계 상하부구조다. ‘세계적 미술관’ ‘국제적 지명도의 작가’ ‘글로벌 전시’ ‘명품’ ‘저명 전문가’ 같은 둔한 수사학 뒤에서 다수의 다종다양한 미술가능성이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든 꿈에서 깨 짚어야 한다.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

1 Georges Perec, 《Les Choses: Une histoire années soixante》, 1965, 조르주 페렉, 김명숙 역, 《사물들》,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1, pp.20~23.
2 Terry Smith, 《What is Contemporary Art?》,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9, pp.267~268. 참고할 것.

HOT PEOPLE 박우홍 제 17대 한국화랑협회 회장・동산방화랑 대표

代를 이은 畵商, 화랑협회 수장이 되다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3회 화랑미술제> 전시 포스터
위 2014년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렸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전시광경. 박 회장은 “임기 중 <KIAF>를 재설계할 것”임을 밝혔다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가 2월 12일에 열린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이하 ‘화랑협회’) 정기총회에서 제17대 화랑협회장에 선출됐다. 국내외 경제 침체로 우리 화랑가의 표정도 그리 밝진 못한 터라 더욱 막중한 책임이 지워진 지금, 3년 임기를 시작하는 박 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은 “화랑협회가 1976년 출범할 당시에는 회장을 맡은 이의 화랑에서 곁방살이를 했는데, 현재 회원화랑 수만 140여 곳에 달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이전 선배들의 공이지요”라고 인터뷰의 운을 뗐다. 그러나 현재 한국 미술시장은 화랑협회의 위상에 걸맞은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표정이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 미술시장이 봉착한 어려움의 원인을 분석했다. “우리 시장이 협소한 것은 잘 알려졌지요. 그런데 주변국인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상황도 매우 안 좋아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아트바젤 홍콩>이 성황을 이루며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죠. 그러니 우리 작가를 아시아에서 열리는 다양한 아트페어에 소개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 자국 시장에서 받쳐줘야 하는데 구조적 문제로 그러지를 못하고 있어요.” 작금의 상황에 대한 답답함의 토로다.
불황도 문제지만 시장 상황의 왜곡으로 화랑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큰 문제다. 박 회장은 이를 선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한 사회에서 화랑문화가 성숙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일고 있는 특정 장르에 대한 열풍은 설익은 감이 없지 않아요. 이를 뒷받침할 전시와 비평적 논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장의 열풍은 거품과 같아서 금방 꺼져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그는 한 단체의 수장으로 정책 입안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박 회장은 현재 입법부는 물론, 정책 입안을 담당하는 주무부서도 화랑계를 불신하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화랑에 대한 이미지 쇄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임기 중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화랑협회가 문화예술 분야의 한 축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상인들의 이익단체로 치부하는 시선을 느낍니다. 그간 쌓이고 쌓인 불신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겠죠.” 이를 타개해 이후 화랑계를 이끌어갈 세대들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역량을 기울일 것을 출마소견서에 적시했던 박 회장이다.
우리 미술시장을 몇몇 대형 화랑이 장악한 상황과 경매사와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이 문제에 대해 박 회장은 회원 화랑의 의견수렴을 적극적으로 해 하나 하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컬렉터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화를 지향하되, 질이 담보되며, 일반인이 컬렉터가 되는 데 있어 높은 문턱을 의식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작가의 유족이나 컬렉터의 기부문화 활성화와 그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함을 역설했다. 올해 시장을 예상해달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더 떨어질 것은 아니나, 나아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덧붙여 <화랑미술제>나 향후 열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변혁을 예고했다. “특히 <KIAF>는 적극적인 모멘텀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에 7개국(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싱가포르, 홍콩, 호주) 화랑협회와 머리를 맞대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묘안을 찾고 있습니다. 상호 단체가 주관하는 아트페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한 컬렉터를 연결시키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그러면서 KIAF의 재설계도 임기 내에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맡겨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박 회장의 부친은 화랑협회 2, 6대 회장을 역임한 박주환 전 동산방화랑 대표다. 지금도 고미술 전람회를 기획할 때면 부친에 대한 헌정전으로 생각한다는 박 회장이다. 이번 회장직 선출로 우리 화랑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부자(父子) 회장이 탄생했다. 2대에 걸쳐 화랑을 운영하는 그에게 현재 화랑계의 가업화(家業化) 상황에 대해 물었다. “우리 화랑은 당대에 한 작가의 특정 작품 경향을 트레이드마크화해 올인하는 경향이 있어요. 외국의 경우 할아버지 대에 상대하던 작가가 손자 대에 이르러 큰 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래서 화랑의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따라서 후대에 이르러 평가받을 수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대를 이어 지원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화랑의 역사가 오래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굴 작가가 의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미술관이나 비평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 셈이다.
새로운 수장의 선출로 화랑계가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미술계의 한 축으로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황석권 수석기자

박 우 홍 Park Woohong
1952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이사 및 부회장(1997~2002),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2002), 한국미술품 감정평가원 감정위원(2005~2014), 한국화랑협회 부회장(2009~2012)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동산방화랑 대표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