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제274호

특별기획
106 대한민국은 미술축제 중!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고 대중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미술계도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 집중되어 열리던 미술행사가 전국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
고 있음은 미술의 대중화가 이제 정착했다는 방증일게다. 가을을 맞아 전국에서 많은 미술행사가
열리고 있다. 《월간미술》이 이들을 찾았다. 이제 5회를 맞은 청주공예비엔날레(청주예술의전당과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10.2~10.28)를 시작으로 두 번째 광주디자인비엔날레(김대중컨벤션센터,
10.5~11.3)가, 그리고 지난 2005년 시작되어 2년마다 열리는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APAP 2007)〉
(평촌시내 일대, 10.20~11.18)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아트 피플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경남의
클레이아크에서는 원로작가 신상호의 조각회고전(10.16~2008.3.30)이 열리고 있어 관객의 시선을
잡고 있으며, 경남도립박물관은 〈2007 경남국제아트페스티벌(GIAF)〉(10.12~11.11)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는 새로운 시립미술관의 건립으로 대중과의 거리 좁
히기에 적극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천아시아비엔날레〉(포천반월아트홀 일대, 10.1~31),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11.10~12.30) 등 특색있는 미술 프로그램이
하반기 미술 라인업에 포진해 있어 우리의 아트신을 더욱 풍부히 해주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
술축제 중이다. 축제를 즐겨보자!

테마기획
156 주한 외국대사관에서 만나는 세계미술

작가
136 작가탐구 이반
        분단체제 속의 행동하는 지식인, 李반 _ 김준기
142 해외한인작가 9 조숙진
       알 수 없는 神에게 _ 정용도
186 작가리뷰 _ 이석조
       아름다움을 넘어서 아름다움이 되다 _ 서영은

해외미술
148 월드리포트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일본․중국

전시
172 전시 초점 투모로우展
       불명료한 내일은 명료한 과거의 위장 혹은 지연 _ 반이정
180 전시와 테마 한국 현대사진 10인展
       전통과 진보의 기로에서 바라보다 _ 이경률
190 전시리뷰
       시티_넷 아시아․채널 1․구성연․유클리드의 산책․황혜선․성낙희․이수영
       정정주․민병헌․박병춘․최태훈․김창겸․김지원
198 전시프리뷰

학술․자료
207 논단
       시각예술, 교육할 수 있을까? _ 김형숙

인물․정보․기타
028 영문요약
089 에디토리얼
090 독자편지
092 아트러버 송영숙 _ 심정원
094 이색박물관을 찾아서 5 청주 고인쇄박물관 _ 남선우
096 사이트 앤 이슈
       이동기&가오유 2인전 _ 이준희
       상하이 주얼리 아트페어 _ 이건수
212 아트마켓 소식
       미술시장 안정과 경매 낙찰률의 함수관계 _ 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214 아트저널 뉴스․지역․피플․노티스․아트북
230 독자선물
232 넥스트 이슈

SIGHT & ISSUE 故임영방 제12대(1992~1997)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대쪽 같은 작은 거인의 귀천

지난 1월 31일, 관장님 부음을 접하고 잠시 멍해졌다. 언제나 찾아뵈면 반가이 맞아주실 줄 알고 바쁘다는 핑계로 뵙기를 미루고 시간을 보내다 관장님이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아뿔싸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 삶에 있어 은인 같은 분이 있게 마련이다. 내게 임영방 관장님은 은인을 넘어 부모님 같은 분이다. 세상의 고마운 분들로부터 늘 은혜를 입어 지금과 같은 꼴을 갖추고 살고 있지만 관장님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주신 분이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마친 나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불러 학예실장이라는 과분하고 무거운 짐을 주셨다. 그 부름에 조금이라도 답하고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부딪쳤다. 가끔 힘이 들고 어려운 기색을 보일라치면 저녁에 퇴근하면 소주 한잔하자고 슬그머니 이끄셨다. 허름한 대폿집에 들어서면 늘 미술관 직원들이 함께 있었다. 미술관 구석구석에서 소리 없이 자신의 일에 열심인 직원 몇을 저녁 술자리에 불러 스스럼없이 대해주시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때는 엄한 관장이 아니라 동지적 관계(?)에서 새로운 미술관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자리였다. 덕수궁미술관 시절부터 근무해온 그들에게 관장님이 그리는 선진적인 미술관의 시스템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설명하시면서 함께 새로운 미술관을 만들어갈 것을 당부하셨다. 그런 점에서 인간적인, 귀천과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해주는 그런 소탈한 분이셨다. 그런 관장님이 2015년 유난히 매섭던 겨울이 꼬리를 감추고 봄이 오려는 즈음에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관장님은 늘 섬기고 따르던 하느님의 품에 안기어 행복하실지 모르지만 속세에 남은 장삼이사들은 그 서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사실 임영방에게 세상은 너무 많은 임무를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어렵던 시절 홍콩과 프랑스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남다른 기회에 대해 국가와 민족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는 우선 학문적으로 보면 한국미술사에 근대적 개념의 미학과 미술사의 개념과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근대기 지식인이었으며,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는 의지로 지사적 실천을 행했다. 하지만 그는 인문학이라는 틀을 지키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학문적 원칙주의는 그의 삶에서도 그대로였다. 그는 자신의 가치와 철학에 따라 주도적으로 원칙을 만들고 이를 스스로 지킨 사람이다. 그 원칙 때문에 때로는 오해도 샀지만 자신의 원칙을 잠시 미룰지언정 허무는 법은 없었다. 이런 그를 보면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스로 만든 원칙을 지키면서 힘들고 때로는 거추장스러웠을까, 아니면 행복했을까’. 그럼에도 그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원칙의 삶을 살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우리에게 영원한 사표이자 대한민국에서 21세기까지 존재한 마지막 선비였다.
특히 한국 미술관에서 임영방은 변곡점이다. 그 이전의 미술관은 근대적인 미술관 아니면 개발도상국가형 미술관이었다면 그 이후의 미술관은 현대적인,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하는 미술관으로 전이해나간 과정 그 자체이다. 그래서 그는 큐레이터 중심의 미술관을 꿈꾸었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삶과 유리된 구름 위의 미술을 세상의 미술, 사람들의 미술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가 학문과 삶에서 추구했던 것처럼 미술이 삶 속으로 들어온다고 해서 그 가치와 격이 떨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고 그 이듬해 <93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을 논란을 물리치고 개최했다. 단색조회화라는 전대미문의 집단 개성화된 한국화단에 다문화적 당대미술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한국미술에 새로운 국면을 불러일으켰다. 또 <민중미술 15년전>을 열어 산발적인 미술운동차원의 미술을 한국미술사에 편입시켰다. 또 <올해의 작가>라는 제도를 통해 미술의 영역을 확대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기를 희망했다. 또 <일본현대미술전>을 통해 정치와 문화를 구분해서 일본을 대하고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고자 했다. 사실 그는 오늘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 건립에도 막후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광복 후 홍콩에서 동문수학한 후배 백남준과 함께 이탈리아와 베니스시를 설득하고 한국 정부를 이해시켜 건립 예산을 확보하기까지 안살림을 맡아 동분서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격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킨 1995년의 광주비엔날레도 그의 작품이다. 첫 비엔날레의 조직위원장으로 그는 자신의 유학시절 인맥과 경험을 최대한 가동시켜 척박한 불모의 땅에 비엔날레라는 씨앗을 움 틔웠다. 이후 그가 떠난 후의 광주비엔날레를 떠올려보면 그의 혜안과 지도력 그리고 실천의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미술사에서 그의 족적을 살펴보고 이를 서술한다는 것은 내겐 역부족일지 모른다. 미술사, 미학 등의 이론분야는 물론 문화정책과 박물관학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 하지만 그는 이론 또는 책상에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긴 문화운동가였다.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단구의 거목이었다.
인천에서 태어나 일찍이 개화된 가풍으로 인해 열린 세상을 누구보다 먼저 접한 그. 지사적 자세로 파란만장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헤쳐 나오면서, 가끔은 기뻐했으나 많은 시간을 통분하고, 혹은 질주하고, 때로는 돌아오면서 역사와 현재의 화해를 통해 미래를 그리고자 고군분투했던 임영방 관장에게 가장 큰 힘은 거침없는 용기와 강단 있는 명철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굽히지 않는 자신감과 소명의식이었다. 이런 지사적 풍모와 대쪽 같은 그의 기개는 조선 선비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관장님을 하느님의 품으로 보내드리고 나서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겠습니다. 계실 적 그리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하던 제가 이제야 깨우쳤지만 결코 관장님처럼 격과 결이 있는 삶을 살 수 없음이 더욱 부끄럽습니다. 부디 누구도 당신이 세운 올곧은 뜻을 거스르는 자 없는 하느님의 품 안에서 평안하소서.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취임식을 마치고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취임식을 마치고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임 영 방 Lim Youngbang
고 임영방(1929~2015)은 경기도 인천 출생이다.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1871~1940년 사이 파리시의 공공건물 내의 벽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미술대학 및 인문대학 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제를 이끌었으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에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저서로는 《서양미술전집》 《미술교육》 《현대미술의 이해》 《미술이 걸어온 길》등과 중세부터 바로크시대까지 시대별로 미술을 정리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미술》 《중세미술의 도상》 《바로크》가 있다. 서울신문비평상(1986), 프랑스 일급문화예술훈장(1996), 제36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 문화훈장(2006)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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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ute
50년 동안의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기리며

선생님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이 제가 스무 살 학생 때였으니 벌써 50년 전 일입니다. 그 당시 저는 미술대학에 대해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니 당연히 미술에 관련된 논의가 활기차게 흘러넘치고 ‘미술로 세상을 열어’ 갈 저에게 빛이 되어줄 곳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허기진 지식욕을 채워주기에는 실기 위주의 미술대학 분위기는 기대와 영 딴판이었습니다. 게다가 한일회담 반대시위로 매 학기 정상적으로 수업이 이뤄진 적이 거의 없던 때였습니다.
바로 그러할 때 선생님이 미술대학(저에게)에 나타나셨습니다. 지성적인 면모의 패션, 걸음걸이까지 멋지던 선생님은 저에게 막연히 동경하던 미술의 나라 프랑스 그 자체였습니다. 해맑은 미소는 말할 것도 없고 서투른 모국어까지 멋있어 보였으니 선생님의 뭔가가 제게 씌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학보사 편집을 맡고 있던 저를 선생님은 퇴근길에 자주 데리고 다니시면서 세상 보는 시각을 넓혀 주셨습니다. 심지어 동베를린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 저를 데리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졸업한 뒤 한참 지나 문리대 미학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당신이 원하던 인문학의 자리로 옮기신 것을 축하드렸지만 당신은 그래도 미술대학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훌륭한 제자를 많이 배출하셨으니 보람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저의 특별한 인연이 다시 시작된 것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님으로 재직하실 때였습니다. 과천의 산속에 뚝 떨어져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관장으로 계시면서 〈휘트니 미술관전〉과 〈아! 고구려전〉 등 몇 개의 특별전으로 미술관의 대중화에 대성공을 거두셨습니다. 그 직후에 당시 운동권미술인 ‘민중미술’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선생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큰 결단으로 지금도 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그 당시 선생님의 주위에는 불온한(?) 민중미술전을 열지 말라는 따가운 시선과 만류가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러한 시선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시회의 개최를 밀고 나가셨습니다. ‘민중미술’은 허구가 아니라 분명히 이 땅에서 만들어진 리얼리즘미술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빛나는 업적은 은퇴 후 세검정 시절에 이룩한 인문학적 저술 활동입니다. 르네상스미술과 중세미술, 바로크미술에 이르기까지 거의 800~1000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저작들을 80세 전후의 고령에 펴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아깝게도 선생님은 낭만주의 미술에도 손을 대시다 영면하신 걸로 전해 들었습니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원고들은 저희 제자들이 능력이 되는 대로 출판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저술은 그 자체로 인문학적 학술활동으로서의 가치만이 아니라 미술의 지평을 인문정신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어 미술학도로써 또 제자로써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남을 가르치는 데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선생님은 많은 일을 하시면서 알게 모르게 후학들에게 모범으로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한 인간이 참다운 스승을 모실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을 은사로 모실 수 있는 인연을 가지게 된 것은 저희 제자로서는 정말 행운입니다. 저희는 이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선생님의 인문정신의 가르침을 우리들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 높은 곳에서 이제는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김정헌 작가,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스승의날 모임을 마치고 제자들과 함께(앞줄 왼쪽부터 김정헌, 임영방 부부, 안필연, 뒷줄 왼쪽부터 최태만, 임옥상, 박영남)

스승의날 모임을 마치고 제자들과 함께(앞줄 왼쪽부터 김정헌, 임영방 부부, 안필연, 뒷줄 왼쪽부터 최태만, 임옥상, 박영남)

 

2007년 10월 제273호

특별기획
128 Performance Art of Korea 1967-2007
한국 퍼포먼스아트, 그 40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1967년 겨울. 오리진, 무동인, 신전동인 등이 국립중앙공보관에서 벌인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을 그 시발로하는 한국 퍼포먼스아트가 어느덧 불혹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발생과 동시에
소멸하는 운명을 지닌 퍼포먼스아트는 그러나 강력한 전위적 에너지가 충만한 장르로 평가받는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의 행위미술 1967-2007전〉(8.24~10.28)이 열리고 있다.《월간
미술》은 한국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한 역할을 담당한 퍼포먼스아트의 연원부터 현재까지를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전시를 통해 소개된 작가는 물론, 화려하고 밝은 빛이 비추지 않는 길에
스스로 빛을 내며 걷는 퍼포먼스 작가가 여러분을 기다린다. 한국 퍼포먼스아트 첫세대인 성능경과
최근 세대인 이윰이 마주한 세대간 대담과 각 세대 작가 3명이 털어놓는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온 이
야기도 들어본다. 그리고 시대를 거치면서 무엇이 작가에게 퍼포먼스를 하도록 지시했는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우리 퍼포먼스 아트가 출발하는데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서구의 퍼포먼스 아트를
살펴본다. 자, 이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담은 몸짓이 독자여러분 앞에 벌어진다.

작가
164 작가탐구 최재은
        순환하는 시간의 숭고함_심상용
194 3545 작가 박윤영
        말할 수 없는 알레고리적 내러티브_홍성민

해외미술
170 월드리포트 중국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일본ㆍ이스탄불

전시
178 전시리뷰
        Shall we smell?ㆍ한중 현대미술 교류ㆍ홍성철ㆍ민균홍ㆍ임상빈ㆍ한용진ㆍ장재록ㆍ
        김일권ㆍ정재호
189 전시프리뷰
200 화제의 전시 금누리+안상수=?展
        디자인과 금속의 예술화, 그 경계에 대한 질문_진휘연
206 전시와 테마 윌리엄 모리스展
        윌리엄 모리스의 북 유토피아_이광주ㆍ이주은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105 에디토리얼
106 독자편지
109 제12회 월간미술대상 수상자 발표
114 아트러버 6 권기찬_심정원
116 이색박물관을 찾아서 4 별난물건박물관ㆍ롤링볼뮤지엄_남선우
118 사이트 앤 이슈 현태준展_황석권
214 아트마켓 소식 미술안목을 키우는 법_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216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230 독자선물
232 넥스트 이슈

2007년 9월 제272호

특별기획
086 나의 아름다운 미술관
         My Beautiful Museum

아름다운 미술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과 조화로운 공간. 독특한 개성의 미술관 건물을 나오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좋은 전시를 봤다는 만족감에 젖어든다. 이렇게 기억에 오래 남는, 다시 방문하
고 싶은 “나만의 아름다운” 미술관들…. 박물관, 미술관은 19세기 계몽주의 세기의 연속성 상에서
그 중요함이 강조되어 왔다. 특히 미술관 건축은 그 안에서 전시가 이루어진다는 특수한 목적,
관람객과의 관계 등 건축가들에게는 도전의 대상이자 건축의 꽃이라고 할 정도로 매력 있는 프로
젝트다. 최근 우리 나라 미술관 건축은 전문화와 특화, 복합화의 중심에 있으며 작품성면에서 한
국 컨템포러리 건축의 주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월간미술》은 최근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미술관을 찾아가 본다. 미술관 건축의 역사와 개념, 중요성 등을 살펴보고,
우리 나라 미술관 건축의 현황과 컨템포러리 건축의 궤적에 대한 심도있는 대담을 통해 한국 미술
관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찾아가 볼 수 있는 독특한 건
축 양식의 박물관 미술관을 소개한다. 이제 “나의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테마기획
164 대한민국의 큐레이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_ 임근혜 이숙경

작가
116 작가 탐구 오치균
        풍경의 겁데기를 관통한 회화의 지층 _ 기혜경
122 3545 작가 유현미
        회화, 조각, 사진의 하이브리드 _ 박영택

해외미술
128 월드 리포트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미국ㆍ오스트리아ㆍ일본ㆍ중국

전시
136 화제의 전시 누보팝展
        누보 팝이 앵글로색슨계 팝에서 갈라지는 것들 _ 심상용
157 화제의 전시 사경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展
        그림으로 설파한 佛心의 세계 _ 배영일
142 전시리뷰
        MoA Picks-매체의 기억ㆍ-스케이프ㆍ정미영ㆍ정운학ㆍ박미나ㆍ김범ㆍ박홍순
148 전시프리뷰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67 에디토리얼
068 독자편지
070 핫피플 오병남 _ 황석권
072 이색박물관을 찾아서 3 울릉도 독도박물관 _ 류동현
074 사이트 앤 이슈
        이규일 소장품전 _ 이준희
        조영남 아트쇼 _ 황석권
        창원아시아미술제 _ 이준희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전 _ 황석권
182 아트마켓 소식
        그림, 알고 사야한다_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184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98 독자선물
200 넥스트 이슈

SIGHT & ISSUE 함창예고을-금.상.첨.화錦.上.添.畵

비단과 술이 익는 마을, 함창의 미술프로젝트

우리나라에서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벌어진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이 사업은 지금까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조용히 진행돼 왔다. 조용하게 진행됐다란 말은 기획 특성상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미술계 안에서 작가들과 기획자에게만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미술공간과 행사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예술계의 관심도 당연히 여기에 맞춰져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생산(작가의 창작), 소통(전시와 비평), 수용(관객의 반응)의 세 꼭짓점 중에서 주로 생산 장소로 쓰이던 곳에 나머지 요소를 불러들인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의 마을프로젝트는 작년에 발주한 사업 가운데 가장 크게 진행되는 행사다.
<함창예고을-금.상.첨.화>라는 표제를 붙인 프로젝트는 비단 위에 꽃을 얹었다는 금상첨화(錦上添花)에서 꽃 화(花)를 그림 화(畵)로 바꾸었다. 예부터 뽕나무와 누에를 키워서 비단의 고장으로 이름 높은 이곳에 그림까지 더한 마을을 일군다는 뜻의 ‘금.상.첨.화(錦.上.添.畵)’는 프로젝트 전체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함창 간이역 앞에 세워진 육근병의 미디어아트 작품은 누에고치 형태로 상주시 함창의 장소성을 함축해 보여준다.
전체 둘레길은 육근병과 오승환의 작품이 설치된 함창역을 <금상첨화> 가운데 ‘금(錦)’으로 잡고, ‘상(上)’에 해당하는 가야마을에 정의지, 양현진, 오유경과 김경아, 이창호, 프로젝트팀 2반(최혜정, 달문, 나다), 가야사랑마을공작소, 김성석의 작업이 들어갔다. 읍내 전통시장의 담벼락과 아케이드 천장에 각각 백용성과 이강준의 벽화와 조형물이 ‘첨(添)’을 이뤘고, 마지막 ‘화(畵)’에는 가장 많은 작가(이재형, 고순정, 윤동환, 라온(이미정, 신순단, 박남규), 김승영과 박기진, 김석환, 있다1(최정은 등)과 2(요아킴 등), 상주예총 협업, 안경진, 이승원)이 들어갔다. 이는 미술의 각 분야에 더하여 공연, 출판까지 아우르는 총체 예술의 성격을 띤다.
상주 특산품인 비단과 더불어, 전쟁 직후부터 ‘세창도가’란 명성을 쌓으며 함창에서 번성하던 양조업이 자취를 감춘 지금, 함창프로젝트는 양조장 폐건물을 예술공간으로 되살려냈다. 모두 여섯 개의 복합전시공간으로 변신한 이곳은 예컨대 김승영, 박기진 작가의 협업 <술도가>(술을 빚어내는 집이란 뜻으로, 지역에서는 ‘술도가이’라는 발음에 가깝게 쓴다)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맥락을 얻었다. 무엇보다 함창마을프로젝트가 큰 조형물을 놓거나 선전 문구를 뿌리는 식의 자치단체 홍보수단으로 변질되는 선례를 따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는 출발 단계에 선 이 프로젝트가 아직도 원 거주민에게는 예술마을 정착이건 관광산업 혹은 양조업의 부활이건 하나의 활력 요소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함창=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 디렉터

육근병 <터> 철근 철판 FRP 영상설치 310×230×290cm 2014 함창역 앞에 설치됐다

육근병 <터> 철근 철판 FRP 영상설치 310×230×290cm 2014 함창역 앞에 설치됐다

 

2007년 8월 제271호

특별기획
076 카셀도쿠멘타12 & 뮌스터조각프로젝트07

베니스비엔날레와 함께 독일發 미술축제가 세계인의 관심 속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5년에 한번
열리는 〈카셀도쿠멘타12〉(6.16~9.23)와 10년에 한번 열리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6.17~
9.30)이 그 주인공들. 지난 도쿠멘타가 플랫폼 형식의 담론 중심 행사였다면 이번 도쿠멘타는
관람객이 미적체험을 겪을 수 있는 작품 중심의 전시로 구성했다고 총감독 로저 M. 뷔르겔은
밝혔다. 이와 함께 〈도쿠멘타 매거진〉 프로젝트를 마련해 볼거리와 담론 사이의 균형을 맞추
고자 노력했다. 100여 명 작가의 작품 480여 점이 출품된 이번 도쿠멘타의 현장을 《월간미술》
이 직접 찾았다. 아울러 1977년 시작된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네 번째 행사도 카셀도쿠멘타와
하루 사이를 두고 대장정에 올랐다. 시작부터 함께한 카스퍼 쾨니히 총감독의 진두지휘로 총
36명 작가의 조각작품 34점이 뮌스터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로저 M. 뷔르겔, 카스퍼
쾨니히 총감독의 인터뷰를 비롯, 카셀도쿠멘타, 뮌스터조각프로젝트의 생생한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
140 해외 한인작가 8
         박은선ㆍ고요 속의 움직임, 안단테 혹은 알레그로 _ 이건수
146 작가리뷰
        문범ㆍ회화의 탈규범적 시도 _ 진휘연
        한진섭ㆍ유토피아와 세속적인 삶을 보듬는 조각 _ 고충환
170 젊은작가구역
        정혜련ㆍ백승우ㆍ신기운

해외미술
118 월드토픽 써모클라인展
        ZKM을 점령한 서구와 ‘다른 것들’_ 낸시 아다자니아
132 월드토픽 메이드 인 저머니展
        독일 현대미술의 최전선 _ 심정원

전시
068 전시와 테마 까레이스키展
        민족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회화의 힘 _ 김보희
072 화제의 전시 플래시 큐브展
        공간에 투사된 욕망 읽기 _ 심상용
154 전시리뷰
        쿨 비츠ㆍ한국화 교류ㆍ홍승남ㆍ송명진ㆍ추경ㆍ박수인ㆍ정연두ㆍ서동욱
        공시네ㆍ이강욱ㆍ김소라
162 전시프리뷰

학술ㆍ자료
176 논단 발굴, 김환기 가계 _ 이태호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53 에디토리얼
054 독자편지
056 아트러버 5  이우복 _ 심정원
058 이색박물관을 찾아서 2 한국잡지박물관 _ 류동현
060 사이트 앤 이슈 26-도큐먼트展 _ 황석권
182 아트마켓 소식
2007년 상반기 미술시장 동향 _ 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184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98 독자선물
200 넥스트 이슈

HOT ART SPACE

가나아트콜렉션
가나인사아트센터 1.27~3.16

인사동 가나아트센터가 내외관을 리뉴얼하고 <가나아트콜렉션전>을 전관에서 진행한다. 1월 27일부터 3월 16일(<고암 이응노전>은 3월 1일까지)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한국근대조각전>, <근대한국화 4인전>, <해외작가전: 기억과 체험>, <외국인이 본 근대 풍물화전> 그리고 <고암 이응노 미공개 드로잉전 1930~1950s>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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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혜 (1)

양주혜 개인전
신세계갤러리 본점 1.22~2.25

<시간의 그물>을 타이틀로 한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프랑스 유학시절부터 30여 년간 해온 색점작업으로 구성됐다. 그를 대표하는 바코드 작업과 더불어 ‘지난 시간을 지우고 새로운 시간을 덧입히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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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1)

최선 개인전
송은아트스페이스 2.13~3.28

제12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작가인 최선의 이번 전시 제목은 <메아리>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와 연관있는 재료를 이용하거나 다양한 외부인을 제작 과정에 적극 참여시켜 완성한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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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

텍스트 콜라주
경남도립미술관 1.29~5.13

윤성지 이광기 조은지 3인의 작가가 참여해 현대미술에 일반화된 소재인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문법을 거부하는 텍스트가 이미지화될 때 벌어지는 다양한 미적체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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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_일우 (6)

Play with Drawing
일우스페이스 1.8~2.25

19명의 작가가 드로잉 및 설치작품 60여 점을 선보인 전시는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해 세대별로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작가의 내면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 ‘날것’의 성격을 지닌 드로잉의 매력을 발견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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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연 (4)

김부연 유작전
갤러리 팔레 드 서울 1.28~2.10

뜻밖에 요절한 故 김부연(1969~2013)의 유작전이 열렸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세계를 화면에 옮겼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업은 순수함과 밝음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이번 유작전은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개최한 것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2007년 7월 제270호

특별기획
066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로 손꼽는 베니스비엔날레가 6월 10일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52회를 맞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어느 해보다 전세계 미술인에게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베니스비
엔날레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인이 총감독을 맡았다. 뉴욕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자 예일대
학장인 총감독 로버트 스토(Robert Storr)는 실험성 짙은 젊은 작가의 작품이 주로 선보이던 과거
비엔날레의 관행에서 탈피해 미술사에 기록되는 대가의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그가 내세운 본
전시의 주제는 ‘감각으로 생각하기- 정신으로 느끼기:현재 시제에 걸맞게 96명의 작가가 참여한
본 전시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동성이 줄어든 반면 보수적이고 학술적인 성격이 두드러졌다.
또한 아프리카를 비로산 제3세계 국가에 각별히 주목함으로써 현재시제에서 현대미술의 좌표를 점검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1986년 처음 참가한 이래 1995년에 독립 전시 공간을 마련한 한국관은
이번에 처음로 한 명의 작가, 이형구를 내세워 개인전 형식으로 꾸몄다. 커미셔너 안소연(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실장)은 볼거리로 넘쳐나는 비엔날레에서 명료하고 집중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인상적인
전시를 연출한 것이다. <월간미술>은 베니스 현지 취재를 통해 이번 비엔날레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
한다.

작가
098 작가탐구 이형구
         미래 공상 생물학자의 신종 아니마투스_이지윤
110 3545작가 박소영
        물렁해, 슬픈 것들_강태희
116 해외 한인작가7 천성림
        내러티브 설치의 작가, 천성림_박민우
146 작가리뷰 전준
        고요와 평온 속의 다의적 층위_진휘연
150 젊은작가 구역
        이창원ㆍ이영빈ㆍ김재옥ㆍ정강

해외미술
104 월드토픽 바젤
        바젤에 부는 한국미술 열품_이준휘

전시
122 전시와 테마 거울신화展
        셀러브리티 사진을 향한 대중의 욕망_신수진
128 전시리뷰
        재활용주식회사ㆍ역의 정점ㆍ도구로부터-신체와의조응ㆍ홍순명ㆍ채우승ㆍ황인철
        이재삼ㆍ이옥련ㆍ윤정미ㆍ이혜영ㆍ김동유ㆍ이소영
136 전시 프리뷰

학술ㆍ자료
158 논단 미적 가치와 가격 사이의 부조리한 간극_심상용
168 미술사 라이벌7 마네 VS. 휘슬러
        모더니즘 회화의 서로 다른 문을 연 마네와 휘슬러_송혜영

인물ㆍ정보ㆍ기타
028 영문요약
051 에디토리얼
052 독자편지
054 핫피플 안소현_이준희
056 아트러버4 유상옥_심정원
058 이색박물관을 찾아서1 제주도 아프리카 박물관_이건수
060 사이트 앤 이슈
166 아트마켓 소식
        경매, 세계미술시장의 파워이동_한국시각문화정책연구원 미술시장팀
172 아트저널
        뉴스ㆍ지역ㆍ피플ㆍ노티스ㆍ아트북
186 독자선물
188 넷스트 이슈

SPECIAL FEATURE 우리가 모르는 이슬람문화

이슬람 문화의 어제와 오늘
최근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우리 삶에 부쩍 다가온 ‘이슬람’.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이슬람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현재 무슬림 인구는 18억에 육박하고 아프리카 중북부 지역,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 걸친 57개국이 이슬람회의기구(OIC, 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에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슬람’하면 22개의 아랍국가에 국한된 ‘아랍’이나 지역적 의미의 ‘중동’을 떠올리기 쉽다. 또는 일부 지역의 정치적 이슈와 전쟁 및 특정 테러 무장단체 이미지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슬람문화를 떠올리며 혹시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한다면, 그것은 이슬람문화에 대한 무지가 불러일으킨 불안감 때문은 아닐까. 《월간미술》은 이슬람의 문화와 미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슬람문화 전반, 이슬람 전통문화와 오늘날 미술의 모습, 이슬람에 대한 서구의 시선을 포함해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슬람문화까지 접근해 본다.
이번 특별기획이 이슬람문화에 대한 왜곡 없는 이해를 돕는 최소한의 가이드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모르면서 알고 있고, 알면서 실체가 없던 세계, 이슬람의 새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서울중앙성원 2층 남성예배실 내부 앞 페이지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한남동)에 위치한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 사진 조영하

서울중앙성원 2층 남성예배실 내부 앞 페이지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한남동)에 위치한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 사진 조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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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문화 용어 사전

임병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 연구교수

국가와 지역

이슬람 Islam 이슬람은 종교적 명칭이다. 이슬람 국가라 하면 이슬람법 샤리아에 따라 이슬람교도(무슬림) 지도자가 통치하는 국가이다. 일반적으로 중동, 지중해, 중앙아시아, 카프카스, 발칸 반도, 북아프리카, 서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이슬람회의기구(OIC, 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에 포함된 57개국을 말한다. OIC는 이슬람 국가들의 연대 강화와 교류 촉진, 민족독립을 지향하는 무슬림에 대한 투쟁지원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랍 Arab ‘아랍’은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아랍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을 통칭하며, 아랍연맹(League of Arab States)에 가입된 22개국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는 국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 이슬람국가이지만, 민족적으로 아랍인이 아니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도 많이 있기 때문에 모든 이슬람국가가 아랍 국가는 아니다. 특히 중동에 있는 터키와 이란은 아랍이 아닌 이슬람국가이다. 이란은 과거 페르시아제국을 건설했던 아리아인의 나라로 아랍인과는 민족적으로 다르다. 터키도 13세기에 중앙아시아로부터 이동해 와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건설한 투르크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동 Middle East 원래는 유럽에서 본 지리적 개념으로 극동(Far East), 근동(Near East)에 대하여 그 중간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현재의 중동은 아랍연맹에 가입한 아랍국가 22개국(팔레스타인 포함)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이스라엘 등의 비(非)아랍국가로 이루어진다. 종교적으로 이슬람이 압도적이지만 기독교 각파가 소수파로 존재한다.

서아시아 West Asia 지리학적으로는 ‘서남아시아’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며 ‘근동, 중근동’ 등의 명칭도 이 지역을 가리킨다.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있으며, 자연·민족·역사·문화적으로 큰 공통점이 있다. 이 지역의 주요국으로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터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스라엘 등이 있다.

아랍에미리트 United Arab Emirates 정식 명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nited Arab Emirates, U.A.E.)이다. 1892년 영국 식민 지배하에 있던 6개 아미르국(토후국), 즉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아즈만, 움무 알꾸와인, 후자이라가 1971년 입헌연방국으로 독립하면서 결성한 연방공화국이다. 1972년 라으스 알카이마가 참여함에 따라 현재는 총 7개 아미르국이 연방을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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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탈레반 Taliban 1994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주(州)에서 결성된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로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한 세력이다. 약 2만5000여 명의 학생 (딸리분)이 주축이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알 카에다 Al-Qaeda 197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아랍 의용군으로 참전한 오사마 빈 라덴(우사마 빈 라딘)이 결성한 국제적인 테러 지원 조직이다. 1991년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반미 세력으로 전환하였으며 빈 라덴의 막대한 자금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파키스탄, 수단,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총 34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대, 본부’란 뜻의 ‘알까이다(al-qā‘īdah)’가 변형된 명칭이다.

이슬람원리주의 이슬람의 성서인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원래의 이슬람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이슬람화운동이다. 이슬람근본주의 이슬람주의, 이슬람개혁운동, 이슬람부흥운동, 이슬람정통주의라는 말로도 사용된다. 이것은 서구 열강이 중근동에 진출했을 때 전통 이슬람이 외압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부패하고 무능하여 이슬람세계의 파탄을 가져온 데 대한 반동으로 나타났다.

이슬람국가 IS 이라크·샴 이슬람국가(ISIS : Islamic State of Iraq and al-Sham) 또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의 줄임말이다. 두 이름이 혼용된 데는 시리아·레바논·요르단 지역의 옛 지명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4년 6월에 시리아와 이라크의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이슬람원리주의 국가를 선포했다. 인질들을 참수하거나 화형하는 등의 장면을 동영상으로 퍼뜨림으로써 전 세계를 공포와 경악에 떨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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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알라 Allāh ‘알라’는 아랍어 정관사 ‘알’과 ‘신’이라는 뜻의 명사 ‘일라’의 결합으로, 이슬람의 유일신을 뜻한다. 그런데 간혹 ‘알라신’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신신’이라는 이상한 의미가 된다. 따라서 이슬람의 신을 뜻할 때는 ‘알라’라고 하는 것이 옳다. 간혹 이를 ‘하나님’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의 유일신과 혼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알라’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좋다.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는 유일신 알라를 지칭하는 이름이 99개가 나오는데, 우리는 이 이름들을 통해 알라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 자비로우신 분, 왕, 신성하신 분, 믿는 자들의 보호자, 승리하시는 분, 창조자, 용서하시는 분, 모든 것을 아시는 분, 재판관, 사랑을 주시는 분, 가장 강하신 분, 유일하신 분, 복수를 하시는 분, 상속자, 안내하시는 분 등등.

코란 Koran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슬람의 성서를 지칭하는 용어로 ‘코란, 꾸란, 쿠란, 꾸르안’ 등과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아랍어로는 ‘알꾸르안(al-Qur’ān)’이라고 발음되는데 ‘알’은 정관사이며 ‘꾸르안’은 ‘읽혀야 할 것’이란 의미이다. 아랍어 원음에 맞는 ‘꾸르안’이란 용어의 사용이 바람직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코란’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코란은 114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 분량이 일시에 계시된 것이 아니라 메카에서 13년, 메디나에서 10년, 총 23년 동안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부분적이고 간헐적으로 계시되었다. 이슬람법 샤리아의 제1법원(法源)으로서 무슬림이라면 코란에 명시된 내용은 반드시 준수해야만 하는 알라의 절대적인 명령이다.

무슬림 Muslim 이슬람을 믿는 신도를 가리키는 용어이며, 간혹 ‘모슬렘’이란 용어도 쓰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알라의 명령에 순종하는 이’라는 뜻이며, 전 세계의 무슬림 수는 약 16억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무함마드 Muḥammad 이슬람의 마지막 예언자이며, 간혹 ‘마호메트’란 명칭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잘못된 용어이다. 무함마드는 서력 570년에 태어나 632년에 사망한 역사적 인물이며, 그가 건설한 이슬람제국이 인류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인류에 공헌한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회교 回敎 종교로서의 이슬람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회교 또는 회회교’는 중국의 회족이 이슬람을 믿은 데서 유래한 용어다. 그러나 전 세계 약 16억 이상이 믿는 종교는 회교가 아니라 이슬람이다. 간혹 ‘무함마드교, 마호메트교’라는 용어들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크게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를 의미할 때는 ‘이슬람(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카 Mecca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 제1의 성지로 원래 아랍어 발음은 ‘막카(Makkah)’이다. 메카는 이슬람 이전 시대부터 무역과 종교 (우상숭배)의 중심지였으며, 특히 메카의 카아바 신전은 이슬람이 도래한 이후 모든 무슬림의 예배 방향(끼블라)이 되었다. 메카 순례는 경제적 능력이 되는 무슬림에게 평생 한 번은 수행해야만 하는 의무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의 메카”라고 하면 ‘중심지, 센터’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메디나 Medina 사우디아라비아 히자즈 지방에 있는 이슬람의 제2성지이며, 아랍어로는 ‘알마디나(al-Madīnah)’라고 발음한다. 원래 명칭은 유대인이 거주하던 ‘야쓰립’이었으나, 예언자 무함마드가 622년에 핍박 받던 추종자들을 이끌고 메카에서 이곳으로 이주(히즈라)한 다음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카아바 al-Ka‘bah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하람성원 중앙에 있는 정육면체의 대리석으로, 모든 무슬림이 가장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성소이다. 무슬림들은 매일 5차례의 예배 시간에 이곳을 향해 기도한다. 순례 의식도 이곳에서 시작되고 이곳에서 끝난다. 산 자나 죽은 자 모두가 돌아가야 할 고향과 같다.

샤리아 Sharī‘ah ‘큰 길, 절대자인 알라에게 다가가는 길’이란 뜻으로 이슬람법을 가리킨다. 샤리아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알라에 의해 계시된 것이며 코란, 하디스(순나), 합의(이즈마으), 유추(끼야스)의 4가지 법원(法源)에 기초한다.

이슬람 종파 이슬람의 종파는 크게 수니파, 시아(쉬아)파, 카와리지파로 구분되며, 그 외 열두 이맘파, 일곱 이맘파(이스마일파), 자이드파, 알파위파, 드루즈파, 바하이파 등은 시아파의 소수 종파들이다. 수니파는 무슬림의 약 90%를 차지하는 다수 종파로서 4명의 정통칼리파(아부 바크르, 우마르, 우스만, 알리)를 예언자 무함마드의 합법적인 후계자로 인정한다. 시아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이며 사위였던 제4대 정통 칼리파 알리와 그의 후손만을 후계자로 인정한다. 카와리지파는 신에 의한 칼리파 계승을 주장하며 알리 진영에서 ‘이탈한 이들’이다.

수피 Sūfī 이슬람 수도사를 가리키는데, 양털을 뜻하는 ‘수프(Sūf)’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양털 옷을 걸치고 세속적인 삶 대신 금욕생활을 통해 오로지 알라에게 헌신하는 고행의 길을 택했다. 이들은 신에게 가까이 가는 길은 오직 금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코란 구절을 반복해서 외치는 행위(디크르)나 음악과 춤을 통해 알라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춤(수피댄스)을 통해 그들의 간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다. 12세기경 이슬람 내에서 수피즘이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전개되었으며, 이후 금욕주의에 머물지 않고 환희와 기쁨으로 충만한 사랑의 신비주의로 발전하였다. 그 결과 사랑을 노래한 많은 시인과 성인을 배출한 수피즘은 메소포타미아,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로 확산되었다

지하드 Jihād ‘노력, 투쟁, 성전’이란 뜻이며, 신앙과 원리를 위한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인 투쟁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이교도들과의 물리적인 싸움을 가리키는 ‘성전’이란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실정이다. 카와리지파와 이바디파는 지하드를 6번째 기둥으로 정하고 있다.

이슬람의 다섯 기둥 Five Pillars, Arkān al-Islām 이슬람교도(무슬림)들이 준수해야만 하는 5가지 의무를 말한다. 첫 번째 기둥은 신앙 고백인 ‘샤하다(Shahādah)’이며, 두 번째 기둥이 매일 5차례 수행하는 예배인 ‘쌀라(Ṣalāh)’, 세 번째 기둥이 가난하고 빈궁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징수하는 ‘자카트(Zakāh)’이다. 네 번째 기둥은 이슬람력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 한 달 동안의 단식인 ‘싸움(Ṣawm)’, 다섯 번째 기둥이 평생에 한 번은 수행해야 되는 메카 순례인 ‘핫즈(Ḥajj)’이다.

아단 Adhān 신도들에게 하루 5번(새벽, 정오, 오후, 저녁, 자기 전)의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뜻한다. 예배 시간이 되면 무앗딘이 이슬람 사원의 첨탑(미나라)에 올라가 메카를 향해 서서 소리 높여 외치는데, 지역에 따라 리듬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칼리파 Khalīfah ‘후계자’란 뜻이며 예언자 무함마드가 632년 사망한 뒤 그의 지위를 계승했던 지도자를 가리킨다. 무함마드의 뒤를 이은 4명의 칼리파를 ‘정통 칼리파’라고 하며, 칼리파란 칭호는 이후 우마이야조, 압바스조에서도 사용되었다. 칼리파제는 1924년 터키 공화국에 의해 폐지되었다.

술탄 Sulṭān ‘힘, 권위, 통치, 통치자’란 뜻이며 이슬람의 최고 권위자인 칼리파가 지방 총독과 같은 통치자에게 수여하는 칭호이다. 칼리파가 정치, 군사 및 종교의 최고 지도자인 반면 술탄은 군사와 정치 권력을 의미한다. 술탄이 이슬람세계의 최고 통치자를 의미하게 된 것은 오스만제국의 무라드 1세 때부터였다. 오늘날에는 오만과 브루나이가 정부 형태로 술탄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일부 부족 지도자들이 술탄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맘 Imām ‘지도자 또는 모범’이라는 뜻이며, 이슬람 공동체인 움마의 지도자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금요일에 행하는 집단 예배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수니파에서는 이슬람 교단의 지도자인 칼리파를 가리키며 종교적 기능이 아닌 행정적·정치적 기능을 담당했다. 시아파에서는 공통적으로 제4대 정통 칼리파였던 알리의 자손만을 이맘으로 인정하였다. 학식이 뛰어난 이슬람 학자를 부르는 존칭으로 사용되었다.

마흐디 Mahdī ‘인도된 자, 신에 의해 올바르게 인도된 자’를 뜻하며, ‘메시아’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은폐와 현현(또는 재림)을 특징으로 하는 마흐디 사상은 시아파의 핵심 사상이다. 알라가 874년 무함마드 알마흐디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들로부터 그를 은폐하였으며, 언젠가 마흐디가 인류를 인도하기 위해 현현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라센 Saracen 중세 때 유럽인들이 이슬람교도(무슬림)들을 부르던 호칭이다. 그리스·로마에 살던 라틴문화권 사람들이 시리아 초원의 유목민을 사라세니(Saraceni)라고 부른 데서 연유하였다. 7세기 이슬람이 도래한 이후로는 비잔티움인(人)이 이슬람교도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고, 십자군을 통하여 유럽 전역에서 사용되었다.

무어인 Moors ‘피부색이 어두운 자’란 뜻이며, 유럽에서 북아프리카 사람들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아랍인을 모로(Moros)라고 부르며, 1492년 재정복 이후에도 스페인에 남아 외견상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아랍인을 모리스코스(Moriscos)라고 하였다. 유럽인의 식민지가 점점 팽창하면서 무어인이 무슬림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에 사는 무슬림을 흔히 ‘무어인’이라 부르고, 필리핀에 사는 무슬림 소수 민족도 ‘모로스 또는 모리스코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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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양식

모스크 Mosque 무슬림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이슬람사원을 가리키며, 아랍어로는 ‘마스지드’라고 한다. 건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드리는 모든 곳이 모스크이며, 어느 곳에서나 근행되는 예배는 효력이 동일하다고 한다. 그러나 카아바 신전이 있는 메카의 하람성원에서는 10만 배, 메디나의 예언자사원에서는 1000배, 예루살렘의 악사사원에서는 500배의 효력이 있다고 한다.

미흐랍 Miḥrāb 이슬람사원의 한 벽에 메카 방향(끼블라)으로 만들어져 있는 아치형 홈을 가리킨다. 이슬람은 우상을 금지한 대신 미흐랍을 메카 방향의 벽에 설치하고 예배의 표상으로 삼았다. 미흐랍은 예배를 인도하는 이맘이 서는 장소이기도 하며 보통은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민바르 Minbar 이맘이나 설교자가 설교하는 연단을 가리키며, 예배 방향을 가리키는 미흐랍 옆에 있다.
피슈타크 Pishitaq 직사각형 틀을 가진 이중의 아치형 입구를 가리키며, 인도에서 기원하였으나 아나톨리아와 이란의 건축 양식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체, 아라베스크 무늬, 유약을 바른 타일로 장식되기도 한다.

미나렛 Minaret 이슬람사원(모스크, 마스지드)에 있는 첨탑을 가리키며, 아랍어의 ‘미나라(등대)’에서 유래했다. 하루 다섯 차례의 예배 시각에 무앗딘이 올라가 예배를 권유하는 아단을 하는 곳이며, 유사시에는 망루나 전망대 구실도 했다. 미나렛의 형태는 이라크의 사마라모스크와 이집트 카이로의 이븐 뚤룬모스크에 있는 나선형(말위야) 첨탑에서부터 연필 모양의 가느다란 첨탑, 4각형 첨탑 등 매우 다양하다.

끼블라 Qiblah 무슬림들이 행하는 예배의 방향을 가리키며, 이슬람 초기에는 예루살렘이었으나 이후 메카로 변경되었다. 무슬림들은 예배뿐만 아니라 짐승을 도살할 때도 죽은 자를 매장할 때도 얼굴을 메카 방향으로 향하게 한다.

이완 Iwan 3면이 벽으로 에워싸인 아치형의 현관을 가리킨다. 사산조 때 유행하였으며 이후 이슬람건축에 포함되었다.

칸 Khān 숙박시설과 무역센터의 기능을 결합한 건물을 가리킨다. 보통 ‘칸’에는 마구간, 창고, 숙박시설, 모스크가 갖추어져 있다. 현재 가장 유명한 곳은 이집트의 최대 전통 시장인 ‘칸 알칼릴리’를 들 수 있다.

아라베스크 Arabesque ‘아라비아풍’이란 뜻이며, 그리스 공예가들에게서 유래했으나 우상을 숭배하지 않는 이슬람교의 특성상 살아 있는 신의 형상을 만들지 않는 대신 신을 찬미하는 의미로 매우 정교하고 정형화된 양식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문자와 식물, 기하학적인 무늬가 배합되어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며, 이슬람 장식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무까르나스 Muqarnas 이란에서 유래한 독창적인 건물 장식 방법으로서, 아랍-이슬람 건축물에서 벽과 천장이 연결되는 모퉁이에 사용되거나, 입방형의 구조물을 아치형으로 바꿔주는 연결 부위를 장식하는 데 사용된다. 무까르나스에는 쐐기를 박아 연결한 나무 조각이나 모퉁이를 둥글게 마무리하기 위해 수직적으로 배합한 석고 주조에 조각을 한 형태 등이 있고, 말벌 집의 모양이나 종유석을 닮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식의 아름답고 독특한 기하학적 설계는 창문이나 출입문, 미흐랍이나 돔 천장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마드라사 Madrasah ‘학교’라는 뜻이며, 전통적으로 이슬람 학자인 울라마를 육성하기 위한 고등교육기관이다. 법학을 중심으로 코란학, 하디스학, 언어학과 같은 전통 학문 외에도 수학, 천문학, 의학, 철학 등의 외래 학문을 가르쳤다. 마드라사가 이슬람세계의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 잡은 것은 11세기 셀죽조 때부터이며, 10~12세기에 존재한 파띠마조가 카이로에 건설했던 아즈하르모스크의 마드라사는 세계 최초의 대학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후 마드라사는 유럽 대학의 본보기가 되었는데, 대학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구분하거나 검은 가운을 입는 것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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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할랄 Ḥalāl 과 하람 Ḥarām 할랄은 ‘허용된 것, 허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이란 뜻이며, 특히 음식 가운데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고기에 적용된다. 그 외 과일, 채소, 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류, 어패류 등의 모든 해산물 같이 이슬람 율법 하에서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한다. 반면 하람은 ‘금지된 것, 금지된, 신성한’이란 뜻이며 술과 마약류처럼 취하게 하여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 돼지고기와 개 등의 동물, 자연사했거나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되지 않은 고기들과 같이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을 하람이라고 한다.

오른쪽과 왼쪽 아랍인은 악수를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선물을 주고받을 때, 코란을 만질 때에는 반드시 오른손만을 사용하고, 왼손은 화장실에서 용변 후 씻을 때, 신발을 닦을 때, 코를 풀 때 사용한다. 잠을 잘 때도 오른쪽 방향으로 자며 왼쪽으로 자는 것을 피한다. 화장실에 갈 땐 먼저 왼발을 화장실 안으로 내딛는다. 손톱을 자를 때는 오른손 먼저, 그 다음이 왼손, 오른발, 왼발 순으로 깎는다. 칫솔질도 입안의 오른쪽부터 한다. 이러한 아랍인의 문화를 ‘오른손 사용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장례문화 아랍인은 이슬람 전통에 따라 장례식을 치르는데, 우선 고인의 몸을 씻기고 흰 천으로 감싼다. 그리고 사망 당일 매장하는데, 고인의 머리를 메카의 카아바 신전으로 향하도록 눕힌다. 보통 매장은 이른 오후 예배를 마치고 특별 장례예배 후 진행되며, 매장이 끝난 후 조문객들은 고인의 가족을 찾아가 위로한다.

마흐르 Mahr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돈으로 ‘신부값’이란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으나 ‘혼례금’이란 용어를 권장한다. 이것은 만약의 경우에 대한 일종의 보험금 성격을 가지며, 신부의 고유 재산이다. 만일 이혼을 할 경우에는 신부가 혼례금의 전체를 다 가지게 되며, 초야를 치르기 전에 혼인 관계가 깨어지면 절반을 신부가 갖는다.

결혼문화 아랍인에게 결혼은 종교적 의무이자 사회적 의무이다. 아랍인이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는 혈연적, 종교적 동질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예전에는 사촌 간의 결혼과 무슬림 간의 결혼이 지배적이었다. 무슬림 남성은 기독교도나 유대교도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 만일 이교도 여성이 결혼 후에도 자신의 종교를 고수한다면 남편 사후에 상속권을 부여 받지 못한다. 한편 무슬림 여성은 무슬림 남성과만 결혼할 수 있다.

인샬라 in shā’a Allāh ‘알라가 원하신다면’이란 뜻이며, ‘인샤알라’라고 발음하는 것이 원어에 더 가깝다. 보통 미래의 예정된 행위나 약속과 함께 사용되며, 간혹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정당함으로 이해되나 기본적으로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라마단 Ramaḍān 이슬람력(히즈라력) 아홉 번째 달의 명칭이며, 코란이 최초로 계시된 신성한 달로서 이슬람교도(무슬림)들의 의무 단식 기간이다. 이슬람력은 태음력이기 때문에 라마단 달은 1년 중 어느 계절이나 될 수 있다. 단식하는 기간은 라마단 달 30일 동안 검은 실과 흰 실이 구분되는 새벽부터 해가 지는 낮 시간 모두가 해당된다.

하렘 Harem ‘신성한 장소, 성소, 여성, 부인’이란 뜻이며, 아랍어 ‘하림(ḥarīm)’이 터키풍으로 변형된 명칭이다. 보통 이슬람사회의 여성과 부인들이 거처하는 방을 가리키며, 특정한 상황을 제외하고 일반 남성의 출입이 금지된 장소이다.

우두 Wuḍū’ ‘세정, 소정’이란 뜻이며, 보통 정규 예배인 쌀라를 하기 전에 행하는 일정한 정화 의식이다. 우두용 물은 흐르는 물이어야 하며, 물이 없는 경우에는 모래, 흙, 돌 등을 사용하는 ‘따얌뭄’이라는 정화 의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이슬람사원 안마당에는 우두에 사용할 수 있는 분수, 샘, 수도 등이 있다.

아라비아 숫자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는 1, 2, 3, 4, 5, 6, 7, 8, 9, 0의 열 자를 말한다. 원래 인도의 범어 알파벳으로부터 전와되어 아랍인이 유럽에 전파했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생겨났다. 피사노 등에 의해 개량되어 15세기 말기에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인도-아라비아숫자’라고도 한다.

터번 Turban 인도에서 비롯된 복식으로, 주로 인도인이나 이슬람교도가 머리에 둘러 감은 천을 가리킨다. 긴 천을 머리에 둘러 심한 더위를 피하고, 또 바람을 막기 위해 쓴다.

히잡 Ḥijāb ‘베일, 커튼, 휘장, 장막’ 등을 뜻하며, 무슬림 여성이 사용하는 얼굴가리개를 통칭한다. 히잡은 여성의 머리, 목을 가리지만 얼굴은 가리지 않는다. 눈만 내놓은 얼굴가리개는 ‘니깝(niqāb)’이라고 부르며 ‘부르카(burqu‘)’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의 모든 부분을 가리며 사물을 확인할 수 있게 눈 부위만 망사로 돼 있다. 이란에서는 머리와 몸을 가리는 베일을 ‘차도르(chador)’라고 하고, 터키에서는 이를 ‘차르샤프’라고 한다.

명예살인 요르단, 이집트, 예멘 등의 이슬람국가에서 간통이나 정조 상실 등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남편이나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해당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가리킨다. 살해한 가족은 붙잡혀도 가벼운 처벌만 받기 때문에 일부 이슬람국가들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왔다.

할례 Circumcision 남성의 성기 일부인 포피를 제거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슬람사회에서는 할례가 의무 사항이 아닌 예언자 무함마드의 권고 사항으로 준수되고 있다.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코란의 계율에 따라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할례를 한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새로운 무슬림에게는 나이에 관계없이 건강에 피해가 없는 한 할례를 권장한다. 여성의 할례는 코란과 순나(하디스) 어느 쪽에서도 권장되지 않으며, 간혹 발생하는 여성 할례는 이슬람의 전통이 아니라 아프리카 일부 부족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히즈라 al-Hijrah ‘이주’라는 뜻이며, 622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 지배층의 박해를 피해 추종자들을 이끌로 메디나(당시는 야쓰립)로 이주한 사건이다. 622년을 히즈라력의 기원으로 정한 인물은 제2대 정통 칼리파인 우마르였다. 칼리파 우마르는 히즈라력의 시작을 음력인 무하르람(히즈라력의 첫 번째 달) 제1일로 했는데, 이날은 서력으로는 622년 7월 16일이다. 영어로는 ‘히즈라 기원으로’라는 뜻의 라틴어 ‘Anno Hegirae’의 머리글자인 ‘A.H.’로 표시한다. 태음력이기에 매 월이 29일, 30일로 번갈아 지나게 되며 1년이 354일이다.

아랍 서체 원어로는 ‘알캇뜨 알아라비(al-khaṭṭ al-‘arabī)’라고 하는데, 이슬람이 피조물의 형상을 그림이나 조형물로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였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반면에 기하학적인 문양과 아랍어 서체를 통한 독특한 예술이 발전하였다. 아랍어 서체는 이슬람사원이나 건축물의 벽면, 도자기, 금속이나 목제 세공품 등의 표면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가장 많이 쓰이는 아랍 서체는 쿠파체이고, 나스크체는 인쇄체로, 루끄아체, 쑬루쓰체, 페르시아체, 디완체는 필기체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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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 국기에 왜 초승달과 별 모양이 많은가?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는 13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중동을 지배한 오스만제국의 국기에서 유래했다. 오스만제국이 붕괴된 후 탄생한 새로운 국가들이 이를 모방해 국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스만제국의 국기는 붉은색 바탕에 하얀색 초승달과 별을 그린 것이었다. 오스만제국이 초승달과 별을 국기에 넣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기원전 4세기 비잔티움(현재의 이스탄불)이 마케도니아의 공격을 받았을 때 달빛 덕분에 성이 함락되지 않았다, 오스만제국을 건설한 오스만 베이의 꿈에 초승달과 별이 나타나 제국의 수립을 예언했다, 달의 여신 다이나와 성모 마리아의 상징인 ‘베들레헴의 별’을 나타낸다 등. 또한 초승달이 뜬 밤에 별(천사를 상징)이 내려와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계시를 내려주었다는 설과 메카에서 메디나로 무함마드가 이주(히즈라)할 때 초승달과 별이 지켜주었다는 설도 무슬림에게는 설득력이 있다.

SPECIAL FEATURE 이슬람문화의 이해

최영길 명지대 명예교수

우리는 지금 항공산업의 발달로 하루 정도면 세계 어느 나라든 못 갈 곳이 없을 정도로 지구촌 일일생활권 안에서 살고 있으며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1분 이내에 세계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구촌 한 가정, 한 가족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종교라는 장벽이 때로는 부모와 자식, 형제와 형제간 갈등과 불화를 조성하고 나아가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마찰과 충돌 그리고 국가와 국가 간에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다행과 불행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불교, 유교 그리고 기독교문화에 친숙해졌지만 14세기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이슬람문화에 대해서는 너무도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슬람세계의 미술도 마찬가지다. 동상이 우상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꾸란(코란)》*의 경고에 따라 조형 및 조각미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반면 우주에 관한 사색과 연구를 강조한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기하학적 미술과 꾸란 문구를 인용한 이슬람 서체미술의 발달은 다른 미술사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절정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미술은 여전히 생소하다.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유목민 출신의 두 인물이 있다. 가장 빠른 말을 타고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초원의 유목민 칭기즈 칸과 가장 느린 낙타를 타고 가장 느린 속도로 가장 오랜 기간에 방대한 제국을 건설한 사막의 유목민 무함마드(우리에게는 마호메트로 알려져 있다)가 있다. 13세기 몽골에서 시작한 칭기즈 칸은 세계가 지켜본 가장 방대한 지역을 정복했으나 그 후예들은 지금의 몽골인들이 살고 있는 영토 외에는 별로 남겨놓은 것이 없다. 그러나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발한 무함마드의 이슬람 회복운동은 그의 추종자에 의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왕국을 포함한 서남아시아에서부터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을 포함한 중앙아시아권,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터키 등을 포함한 중동권과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수단 등을 포함한 아프리카 대륙 중・북부에 걸쳐 57개 국가에 달하는 이슬람문화권을 형성했고 전 세계에 18억 무슬림을 남겨놓았다.
우리는 이슬람문화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개문화 내지는 열등한 종교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구 방송매체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문화를 테러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왜곡됨 없이 세계인에게 올바르게 이해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전 세계 18억 무슬림도 자신들의 문화가 있는 그대로 이해되기를 바란다. 자기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 그리고 그 문화 속에서 생성된 문화적 가치관을 가지고 타문화를 평가하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문명의 충돌, 특히 《성경》이 밑거름이 되어 발전해 온 서구문명과 《꾸란》이 바탕이 되어 성장해 온 이슬람문명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18억 무슬림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그들의 실체를 인정할 때 그들도 우리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우리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가 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되면 그들이 우리를 찾을 것이요 그들이 우리를 자신들의 세계로 부를 것이다.

이념과 사상
전 세계 거의 모든 문화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때로는 발전하고 때로는 퇴보 혹은 소멸했지만 이슬람문화는 14세기 동안 세계 정세와 과학문명의 발달에 따른 급속한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그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민족과 언어를 초월한 단일 공동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슬람은 종교이기 전에 국가 또는 공동체의 체제를 유지시켜주는 자유민주주의나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와 같은 이념이요, 사상이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다양한 상相을 가진 생활양식이요 생활문화이다.
이슬람은 존재와 소멸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비롯해 지구・태양・우주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偶然이나 어떤 물질의 진화進化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존재케 한 원인자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다는 창조론이 뒷받침된 정치사상이다. 민주주의를 정치사상으로 채택한 국가와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면 반체제 인사로서 제재를 받는 것처럼 이슬람사회도 그와 마찬가지다.

생활문화
이슬람사회는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동이 틀 무렵 드리는 아침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예배의 첫 조건이 청결이어서 얼굴과 손발을 닦는다. 이슬람사회에서 세수는 우리의 일상적인 세수와 개념과 방법이 전혀 다르다. 우리의 세수 목적은 청결이요 세수 방법은 일상적인 관습이지만 그곳 사회에서의 세수는 신을 경배하기 위한 행위다. 세수를 하지 않고 드리는 예배는 신이 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수하는 목적이 우리와 다르듯 방법과 횟수도 다르다. 의무적으로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려야하므로 세수도 다섯 번 해야 하며 닦는 방법도 무함마드의 전통에 따라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왼쪽 순으로 최소한 세 번 이상 닦아야 한다.
화장실문화도 우리와 다르다. 우리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일반적으로 오른편에 있다. 오른손으로 휴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슬람사회의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왼쪽 손으로 물을 사용하여 닦기 때문이다. 휴지 대신 주전자나 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용기 혹은 물 호스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음식을 먹을 때는 오른손을 사용한다. 14세기 전부터 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슬람의 화장실문화가 서구의 수세식 화장실문화로 발전하고 변기 개발의 동기를 마련해주었다.
음식문화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피를 먹지 말라는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짐승을 도살하는 방법이 우리와 다르다. 피를 최대한 제거 하기 위해, 짐승을 죽인 다음 피를 받아내는 우리의 도살법과 다르게 짐승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짐승의 목, 즉 식도와 정맥을 단번에 절단하여 도살한다. 동물의 피가 식용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우리가 즐겨 먹는 순대나 선지국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슬람 국가에 쇠고기라면이나 즉석 삼계탕, 쇠고기가 들어간 조미료 등 육식 동물의 고기가 들어간 식품을 수출하려면 반드시 이슬람 도살 방법대로 도살된 고기로 만들어진 식품이어야 한다.
돼지고기 역시 《꾸란》에서 식용을 금지한다. 그 결과 이슬람 사회에 돈육산업이 전무할 수밖에 없다. 돼지상像이 들어간 상품은 기능이나 디자인에 관계없이 이슬람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술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음료수로 여겨질 정도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꾸란》에 의해 술이 금지되는 이슬람사회에서는 술이 악의 근원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곳에는 주류 생산에서부터 그와 관련한 산업이 전무할 수밖에 없고 유흥업이 성황을 이룰 수 없으며 밤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유흥업소의 네온사인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에게는 술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와 사건사고가 있지만 그곳에는 술과 관련된 문화가 없을뿐더러 음주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니 음주운전 단속 경찰이 있을 필요가 없고 폭음으로 인한 술병환자가 없다.
공휴일과 명절도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대다수 이슬람 국가에서 공휴일은 금요일이요, 이슬람 달력 라마단 한 달 동안의 단식을 종료하면서 다음 달 첫날부터 3일간이 우리의 추석명절 같은 것이요 이슬람 달력으로 12월 10일, 성경과 《꾸란》에 등장한 예언자 아브라함의 전통에 따라 가축을 도살하여 신의 제단에 바친 그날부터 3일간은 우리의 새해와 유사하다. 이슬람사회의 전통 생활문화에서는 양력에 의한 크리스마스와 신년의 기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케르반 스페셜

아랍어 문화
아랍 출신의 무함마드가 이슬람 회복운동에 선봉적 역할을 하고 이슬람문화의 핵심이 아랍어로 기록된 《꾸란》을 일점・일획도 변질됨 없이 원본대로 보존하게 함으로써 《꾸란》의 언어인 아랍어가 인류 언어문화에서 가장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에서 시작된 이슬람 회복운동은 메디나를 최초의 이슬람국가로 탄생시키고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한 후 주변 국가로 퍼져나가면서 이슬람과 아랍어가 동시에 전파됐다. 이슬람이 전파된 곳에는 그 지역의 민족어가 차츰 사라지고 《꾸란》의 아랍어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꾸란》을 아랍어로 읽고 암기하는 이슬람 신앙생활이 아랍어 전파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아랍 무슬림은 《꾸란》을 아랍어 최대 걸작으로 간주한다.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22개 아랍국가가 생겨나고 《꾸란》의 아랍어가 표준어가 되면서 방대한 지역 간 이해할 수 없는 사투리로 인한 분열을 막는다. 《꾸란》의 본래 언어인 아랍어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생활언어로 남아 18억 무슬림의 종교 및 신앙생활의 공통언어로 전파된 현상을 두고 몇몇 학자는 ‘《꾸란》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18억 무슬림의 정신세계는 절대적으로 《꾸란》의 영향을 받고 있다. 매일 다섯 번의 예배를 통하여 적게는 27번, 많게는 80번까지 《꾸란》의 일부 구절을 암기하며, 특히 라마단 금식월에는 《꾸란》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분량을 읽거나 암기한다. 남녀노소, 학생과 스승, 농민과 도시인, 일반인과 전문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문맹자와 최고의 학벌을 가진 지성인과 장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604쪽에 달하는 책 한 권의 일부 또는 전 분량을 암기하고 암송하며 노래한다. 인류 역사 이래 책 한 권의 전 분량이 암기되는 유일한 책이다.

종교문화
종교로서의 이슬람은 유대교 및 기독교와 형제자매이다. 이 세 종교는 시발점이자 핵심인 존재론存在論에서 동일한 유신론有神論과 유일신唯一神 사상을 핵심 교리로 채택하고 있으며 모두 아담과 하와를 인류의 시조로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과 《꾸란》은 신이 금기한 열매를 맛본 아담과 하와의 사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아담과 하와가 죄의 구속을 받게 되었으며 죄가 원인이 되어 땅으로 추방되고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면서 인간의 원죄설原罪說을 주장하는 것이 성경의 핵심 내용이다. 《꾸란》에서는 아담과 하와가 신이 금기한 나무의 열매를 맛본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적으로 신과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망각에 의한 실수였다고 말한다. 또한 아담과 하와는 죄의 구속을 받고 창조되었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죄인이 들어갈 수 없는 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담과 하와는 죄의 구속을 전혀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아담과 하와가 땅으로 내려 온 것은 신을 대신하여 땅을 관리하고 다스리기 위한 신의 예정설에 따른 것으로 죄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인간의 원선설原善說을 제시한다.
예수와 무함마드의 조상은 아브라함의 가문에서 비롯되었다. 아브라함이 본처 사라의 몸에서 자식을 얻지 못하자 하갈을 두 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여 이스마엘을 낳고 그가 무함마드의 선조가 되었으며 이스마엘이 9~11세가 되었을 때 아이를 갖지 못했던 사라의 몸에서 이삭이 태어나 예수의 선조가 된 것이다. 이스마엘과 이삭, 즉 배다른 이 두 자식을 중심으로 장자 상속권 문제와 신의 제단에 바쳐진 아들이 누구인지를 놓고 기독교와 이슬람은 서로 다른 견해를 주장함으로써 그에 따른 두 종교문화도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다. ●

*이슬람문화 용어사전에서는《코란》으로 표기했으나 필자의 서술방식을 살려 《꾸란》으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