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사회적 존재로서의 예술

사회적 존재로서의 예술


이동연 지음 《예술@사회》 학고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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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에 발간된 이동연 한예종 한국예술학과 교수의 《예술@사회》는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처한 상황을 서술하고 발전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는 책이다. ‘예술과 노동/예술과 복지/예술과 도시재생/예술과 시간/예술과 검열/예술과 행동/예술과 기술/예술과 거버넌스’라는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주제와 관련된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올바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에서 예술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증거로 예술과 돈을 분리하는 경향 때문에 예술가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요구하거나 받지 못하는 점, 늘어난 정부 소유의 창작 공간이 오히려 예술가의 자생적 공간을 해침으로써 자립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는 점, 예술가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진 않는다. 위기 ‘덕분에’ 예술가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예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예술 노동의 사회적 자본’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추리 미군기지 건설 반대 예술행동, 용산 참사나 세월호 침몰,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사회 문제에 ‘파견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시민혁명에 앞장섬으로써 예술이 사회와 적극적으로 관계 맺으며 그 실천적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예술가의 노동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고 그들의 사회적 위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돕는 예술 정책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는 예술가들이 창작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박정희 정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대한 검열의 계보를 음반, 웹툰, 영화, 게임을 예로 들어 정부의 통제를 매우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2011년 제정된 ‘예술인 복지법’이 졸속으로 만들어져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함을 지적하고 정책의 패러다임이 구제에서 권리로, 선제적 대응으로, 함께 상생하는 것으로 변화하기를 촉구한다. 더불어 현재의 예술 정책은 예술 거버넌스가 실종된 위기를 맞이했다고 진단하는데, 이를 극복할 방향으로 거버넌스의 철학과 담론을 지속적으로 토론할 것, 예술 거버넌스 매개의 중심에 예술가가 있을 것, 예술의 지원 체계 안에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것 등을 제안한다. 나아가 최근 이슈가 되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 현상’도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 담론이 새로운 기술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만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그보다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기술혁명이 가져다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라고 주장한다.

‘예술 노동’의 특수한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함의가 이루어져 예술가들이 적절한 보상, 지원 아래 인정받을 수 있기를 촉구하는 책의 메시지는 사실 교과서적인 담론에 머물기 쉬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답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우리 예술이 처한 위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이를 방지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보다 많은 사람이 이 사안에 대해 고민하면 좋겠다. 책에서 저자는 예술은 ‘특수한’ 노동 형태이며 ‘특수한 가치’가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예술의 특수성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예술이 현재 처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을 통해 ‘생각하고 상상하고 계획하는 예술가의 시간’이 의미 있는 노동의 시간이며 눈에 보이거나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어도 예술적 효과는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를 바란다.

또한 서문에서 저자는 그간 책을 어렵게 쓴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쉽게 쓰려 애썼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여러 미학자의 이론을 인용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읽혔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가 궁금한 일반인, 내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수 있는지 알고 싶은 예술가, 예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이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 한 권으로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침반 역할은 분명 해줄 수 있을 것이다.

| 정하윤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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