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제4회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예술감독 백지숙 ‘개념미술’이 아니라 ‘개념있는 미술’을 제안한다
제4회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예술감독 백지숙 ‘개념미술’이 아니라 ‘개념있는 미술’을 제안한다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의 본 전시가 3월 28일 개막해 6월 8일까지 안양파빌리온과 안양예술공원에 새롭게 개관하는 ‘김중업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미국 현대음악의 거장 폴린 올리베로스가 안양 시민들과 함께 준비한 퍼포먼스인 ‘딥 리스닝(Deep Listening)’ 을 비롯해, 후지코 나카야, 컨플릭트 키친, 그라이즈데일 아츠, 앤소니 매콜, 오노레 도, 배영환, 송상희 등 총 27개 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24점의 신작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APAP는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미술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한국 공공예술 담론을 실험하는 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2012년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까스로 존폐위기를 면했다. 힘겹게 부활한 만큼 4회 APAP의 진두지휘를 맡은 백지숙 예술감독은 무엇보다 지난 APAP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공공예술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꾸미기 위해 공공성을 향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우선 연중 진행된 ‘작품 보존・관리 프로젝트’는 기존의 APAP 소장품 92점의 가치를 지속시키고 시민과 작품 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안양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다. 그 시작으로 1회 때 건립됐으나 제대로 활용된 적 없는 <알바로시자홀>을 <안양파빌리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공원도서관’, ‘만들자연구실’을 운영하는 APAP의 허브로 만들었다. 이밖에도 안양 곳곳에 방치된 작품들을 철거하거나, 적절한 장소로 옮기고, 일부는 개보수해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백 감독은 “처음부터 공공예술 작품에 보존연한(life cycle)을 지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개별 작품을 보존관리의 일반론으로 접근하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시민들의 삶과 유리된 작품을 제대로 살려내려면 그 과정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정교한 보존 관리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회 APAP는 특별히 ‘퍼블릭 스토리’를 전달하는 ‘미디어’에 대한 고민을 주제화한다. 백 감독은 공공예술이 그동안 너무 물질적으로 이해됐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라고 하면 테크닉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APAP 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관점, 미디어의 문법을 각자 해석하는 과정, 미디어의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옛날 식의 광장 개념을 대체하는 현재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공 담론의 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궁극적인 가치를 두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최태윤이 총괄하는 ‘만들자연구실’은 지난해 2월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오픈 소스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워크숍을 제공해 메이커 문화를 실험했다. 독립큐레이터 김윤경이 기획을 맡은 ‘인터페이스 : 나의, 나만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공공장소에 물리적인 결과물로 남은 APAP 소장품을 시민들의 삶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APAP를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형태의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공모사업 ‘공공미술 2.0’에 선정돼 공공미술 아카이브를 마련하는데 주력하며, 현재 안양 시내 5개 도서관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1970년부터 공공미술을 지원해 온 미술단체인 ‘크리에이티브 타임(Creative Time)’과 교류하며 <리빙 에즈 폼> 노마딕 버전 전시를 아시아에 처음 선보인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