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KDK P
페리지갤러리 3.12~5.9
KDK(김도균)의 사진은 공간이든 사물이든 일정량의 심리적 거리를 유추하게 한다.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담았음에도 실체적 모습을 짐작하기 힘든 시각 결과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에 대한 작가적 인상을 우발적인 감정에 의존하지 않고 예민하고 내밀한 파악이 선행된 포착으로 기록해낸다. 관찰이 아닌 포착은 우발과는 다른 작가적 시각이고 직감이며, 학습이나 숙고로 해결되지 않는 절대치에 해당한다. 이렇게 선택된 대상은 사유의 틀을 거쳐 모순된 실존을 부여 받는다.(포장상자 같지 않은 포장상자<P>) 사물의 앞뒷면도 양가성도 아닌 서로 다른 가치를 한 컷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작가의 시선 혹은 감각 때문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 방향은 기본 구조에서 전혀 다른 면모를 유추해내는 상상력이다. 포장재의 주인공 격 상품을 들어낸 후 포장상자의 구조를 클로즈업하여 마치 제3의 공간으로 보이게 하는 전이는 전혀 예기치 않은 사건이 된다. 상상력과 상반되는 두 번째 방향성은 존재의 근원으로 파고들어가 원초적 핵심을 들여다보는 행위다. 살피지 않고 인식으로만 잔재한 경계 면, 포장재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모서리, 틈새 구조는 KDK로부터 제품 포장재라는 제품의 주변이 아닌 목적성이라는 전혀 다른 존재 가치를 부여받는다. (Package, Perigee, Pure) 화면의 색감 역시 불필요한 생각을 유발할 원소들을 배제한 흰색의 모노톤 위에 그라데이션이 주는 느낌이 이전 KDK의 작품에 비해 따뜻한 감상에 들게 하여 조금 더 친숙한 느낌의 일상을 만나도록 해준다.
결국 <P>는 아름답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며, 예술특구가 아닌 일상 영역의 과자, 휴대전화, 호박죽, 치킨의 포장상자들이다. 그러나 <P>는 굳이 본래의 목적과 처지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고 상상할 필요도 없는 온전한 예술작품이다.
“가장 풍부한 사건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흔히 그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보이는 것 위에 눈을 열기 시작할 때, 이미 우리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것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ㅡ D’ Annunzio 《죽음의 명상》 중에서
예술의 일상성. 필자는 ‘일상’이라는 소박하고 친숙한 이름 아래 여전히 어렵고, 불친절한 조형언어를 남발하여 예술과 일상, 예술가와 대중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유지한 수많은 시각예술작품을 보아왔다. 때문에 합목적의 예술이 차라리 정직하다고 생각해왔다. <P>를 만난 오늘, 합목적의 예술이 어떻게 일상과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교집합을 보았다. 게다가 의도보다는 우연에 가깝지만-KDK의 <P>는 2~3년간 일상생활에서 모은 포장지나 포장용기 일부 또는 전체를 찍은 사진 중 75개를 고른 전시이기 때문에-전시공간인 Perigee(근지점)갤러리의 의미와 모기업인 KH바텍(휴대전화 케이스 제작업체)의 기업 특성이 매우 잘 만난 선례가 될 전시로 보인다.
김최은영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