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임소담 Eclipse

갤러리 스케이프 3.4~4.10

작가 임소담은 회화작업을 하면서 대상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특정위치에 주목하는데, 이를 이번 개인전의 제목 ‘Eclipse’와 같이 일식 현상에 비유한다. 작가 노트를 통해 그녀는 “행성은 자신이 돌던 궤도를 지속적으로 돌 뿐이지만 관찰자가 특정 위치에 있을 경우 일식과 같은 기묘한 현상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한 “관찰자의 시점이 중요한 반면 작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면 작가에게 회화의 실천은 화가와 세상 사이의 우연적이고도 필연적인 사건이 화면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시장에 배치된 회화작업은 언뜻 스냅사진처럼 어떤 장면을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전선줄과 나뭇가지가 엉켜있는 장면, 감나무와 그 뒤로 손을 뻗어 감을 따려는 희미한 사람, 시선의 전면을 가로막은 철조망과 어두운 배경, 평범한 도심의 자투리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새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의 모습 등이다.(주로 고양이가 등장하고, 관찰자와 적당한 긴장관계를 설정한다) 그리고 화병에 담긴 꽃가지이나 화환 등과 그 외에도 다양한 식물 이미지들, 정물 등을 무심하게 늘어놓은 것들도 있다.
이러한 장면들의 대부분은 여행이나 일상 경험을 기록한 사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며, 작가의 기억과 손을 통해 다시 회화로 재현된 것이다. 사진으로 채집된 대상을 옮기는 것이지만 그리는 과정에 무의식적으로 기록된 배경이나 불필요한 사물 등의 요소는 제거되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가 작업을 진행할 때 밑그림 없이 시작하기 때문에 화면은 더욱 자유롭게 재구성되고 배치될 수 있다. 심지어 캔버스 전체를 물감으로 다 채우지 않거나, 흰색바탕의 테두리가 남겨져서 작업을 보는 사람에게도 열린 공간을 내어주게 된다.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된 화면을 보면 속도감 있게 칠한 붓자국의 과감한 색면 처리와 이와 대비되게 섬세한 여백의 라인, 캔버스의 질감이 느껴지는 얕은 붓질과 자연스럽게 번지고 흐르는 물감, 흰 여백으로 비워서 만든 이미지와 이것과 상반되는 어둡고 깊은 색의 배경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등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러한 회화적 수단은 작가가 그린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오히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몇몇 작품 속에는 여러 시간이 공존하는 것과 같은 색조를 동시에 사용해 우리를 낯설게도 한다.
임소담의 이러한 회화적 시도는 익숙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가의 경험과 기억에 우리의 눈과 마음을 열어놓는 일과 관계될 것이며, 그 사이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어볼 만하다.
임종은 독립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