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5 오완석
“나의 관심 주제는 ‘0과 1’, ‘+ -‘, ‘육체와 정신’, ‘직전과 경계’를 통해 바라본 있음과 없음 이다. 작업방식은 평면에서 형상을 오리거나, zero base 퍼포먼스를 하고, 타 작가의 다음 작품에 크기대로 케이스를 만들고, 포장된 상자를 뒤집어서 그것이 가진 외부를 포장한다.”
– 오완석
공간을 만들다, 사유하다 그리고 살피다
“작업은 장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오완석 작가에게 작업에 대한 정의를 부탁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대뜸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은 그의 작업이 개념미술의 문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형적 의미보다는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작품의 요소 주변을 거닐면서 그 사이의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하기에 그랬다. 따라서 오 작가에게 관람객의 반응과 사유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 작가가 말을 이었다. “이는 지리적 위치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닙니다. 심리적 위치 같은 것입니다. 이 심리적 위치를 기본으로 하여 ‘있음’과 ‘없음’이라는 맥락으로 인식이 확장되는 환경을 만들면, 두 발로 서 있거나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처럼 다양한 가능성으로 ‘생각을 만드는 장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관객과 장소가 만나서 인식이 확장되는 환경을 작업합니다.”
오 작가의 작품을 대하는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다. 지각되는 공간과 그 안에 직접 들어섬으로써 새로이 생성되는 공간과 개념 사이에서 발생하는 난감함, 당황스러움 등이 예상됐다. “물론, 관객의 반응, 저도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말은 관객의 반응을 예상하거나 유도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내비치는 것이다. “2012년 작, <중요한 생각만 하는 네모>의 경우 대전에 있는 대안공간 스페이스 씨에서 전시에 앞서 작가 9명을 대상으로 미리 실험을 했습니다. 전시장 바닥에 실을 네모모양으로 펼쳐 놓고 중요한 생각을 하는 곳으로 지정하고, 그곳에 들어가서 서 있는 것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나오죠. 실험은 한 시간 정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들어가서 소리를 지르며 욕하는 사람, 등을 떠밀어도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며 화이트홀이라고 말하는 사람, 시덥지 않게 보는 사람, 들어갔다가 좋지 않은 기억이 생각났다며 실을 헝크러뜨린 사람 등 다양했습니다.” 작가 자신도 실험 대상이었는데 네모 안에 들어가 앉아있거나 왠지 모르게 그 위를 넘어가게 되지 않고 주위를 돌아가게 되었다고. 이 작업은 전시장에 들어온 관객이 전시공간과 유리된, 그러나 연약한 재료로 만들어진 경계를 넘어 완전히 다른 공간임을 인식할 때 벌어지는 현상을 경험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는 작품 <case>를 대상으로 벽면에 “ __가(이) 작품을 만든다면 그 크기는 _×_×_cm이다.”라는 문구를 적어놓고 관객이 사이즈를 적어 내게 했다. 관객이 써낸 사이즈에 맞는 상자를 제작, 전시장에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대부분이 숫자였지만 가끔 “거짓말로 치수를 대답했다”, “난 글 쓰는 사람이다”, “인격을 담는다” 등의 대답도 있었다고. 미술에 대한 상상을 유도하고, 작품 제작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끔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case>를 보고 머릿속에 어떤 형상을 떠올린다는 의미는 새로운 무엇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비슷한, 존재하는 무엇을 떠올린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술에서 ‘창작’이, ‘관념의 형상화’가 바로 이러한 내용이 아닐까? 공감한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저 또한 이 작업을 두고 미술 그 자체의 시스템을 작업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사실 크기를 정확히 하는 것은 이 작업에서 중요하지 않은 작은 부분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작업으로 펼쳐놓는 작가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 현실의 생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 “전시장에 작업이 올라가는 것 자체로 작품이 팔린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마음에 불안감이 듭니다.” 이 불안감은 현재 우리 미술시장과 문화예술 풍토에서 작가가 극복하기 결코 만만찮은 일이다. 올해 오완석 작가가 이 불안감을 극복하는 과정은 하반기에 대전 쉐마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황석권 수석기자
오완석은 1983년 태어났다. 충남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2013년 카페 안도르에서 첫 개인전 <0 + – -0>을 열었다. 또한 <닫힌 스튜디오>(스페이스 씨, 2012), <집 그리고 길>(대전시립미술관, 2013), <흔들리는 경계>(테미예술창작센터, 2014), <빛2014, 하정웅 청년작가초대전>(광주시립미술관, 2014) 등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4 하정웅 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전에서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