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 2016 김지영
내가 할 수 있는 말, 예술에 대한 믿음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렸으며, 많은 예술가 역시 이 자장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당시 작가들은 현실이 이러한데 예술은 사치라며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고, 작업에 이 사건을 언급하기도 언급하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작가 김지영 역시 같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사건과 자신의 거리를 조율하며 이를 주제로 꾸준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성북동 한옥을 개조한 오뉴월 이주헌(利宙軒)에서 열린 개인전 <기울어진 땅 평평한 바람>(2015.11.19~2015.12.10)에서 작가는 원래 평평한 전시장 시멘트 바닥을 기울어진 마룻바닥으로 변모시켰다. 이외에도 심장박동과 유사한 북소리,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푸른색 조명, 깨진 화분 속 말라 비틀어진 식물들, 작가와 지인의 자는 모습을 그린 그림 등 전시장 곳곳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특정한 상황을 떠올리는 은유적인 장치가 된다. 관람객이 전시장을 들어서면 거대한 파도 앞에, 혹은 배 안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작가는 “전시장 자체가 각자의 호흡으로 사유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은 이 사건 발생 후 광화문 시위현장, 안산 분향소를 찾아갔지만 직접 팽목항에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이 처음이었다. 정작 내려가서 보니 그냥 평범한 바다여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팽목항 앞바다에 막연한 공포를 가졌던 것이다. 그때 작가는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공포와 두려움으로 스스로 거리감을 만들고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공포심을 조성하는 사회구조가 땅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이때 전시 제목의 ‘평평한 바람’은 죽음이 이 땅 위에 공존함을 암시한다. “타인의 고통, 이들의 죽음을 공동의 사건으로 인식하고 각자의 거리를 인정하며 공감할 때 연대의 가능성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사람의 공감이 깊어질 때 사회가 변할 수 있는거죠.”
김지영은 과거 작업에서 삶의 이면에 도사린 폭력성에 관심을 가지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작가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감히 무엇을 말해도 되냐보다 어떻게 말하는지가 더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오히려 미술의 힘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의심하고 스스로 제한을 두고 검열한 것은 아닌지 질문하게 된 것이죠.”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작업이 사무소 차고에서 선보인 <선할 수 없는 노래>였다. 그리고 각자의 거리감 자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 2014년 4월부터 1년간 진도 바다의 풍속을 비트로 변환시킨 북소리를 듣고 그날의 파도를 상상해서 그린 <4월에서 3월으로>를 선보였다. 세월호 사건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처럼 작가는 앞으로 변주를 계속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이 사건을 말할 예정이다. 예술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고 몰두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슬비 기자
김지영
1987년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반지하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교역소, 사무소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아트스페이스 풀, 아마도예술공간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