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의 기록자들
2019. 9. 11 ~ 2020. 2 .2
부산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은 <시간 밖의 기록자들> 전시를 통해 동시대의 역사 인식 태도와 그 다층적인 변화 양상을 모색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6명 작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아카이브 세계를 유영하며 복제와 변형, 재생산, 순환 등의 조작 방식에 따라 산출되는 이질적이고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독해한다.
김가람, <4ROSE 무빙 아카이브>, 3채널 비디오 설치, 15분, 부산현대미술관 커미션, 2019
강신대, <파국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9분 55초, 2016
요한 루프, < ★ >, 싱글 채널 비디오 4K, 1시간 42분 39초, 2019 | © Johann Lurf
기술 혁신에 의해 새로운 미디어와 정보 플랫폼이 등장했다. 이에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적이고 형식적인 차원은 물론, 역사 인식 주체로서 각각의 개별자, 집단, 대중이 역사를 기억하고 경험하는 행위에 전반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새로운 매체 환경과 운영 체제에서 지식과 정보의 형태와 그 수용 방식이 변화하듯 역사적 자료와 정보 또한 다원화돼 자유자재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변화가 보다 정교한 역사 쓰기와 읽기의 조건이 되는 대신 오히려 그 불충분함이 드러나는 중이다. 그렇다면 역사 인식의 질적 변화와 함께, 그 구조가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역사적 시간과 과거의 차원을 어떻게 마주하고 경험해나가고 있는가?
호 추 니엔, <두세 호랑이>, 2채널 HD (CGI) 프로젝션, 10채널 사운드, 18분 46초, 2015
courtesy the Artist and Edouard Malingue Gallery
<시간 밖의 기록자들>은 재현된 역사를 접하며 기억을 재구축해 나갈 수밖에 없기에 보다 정교하고 기민한 역사 인식을 요청받는 세대를 가리켜 ‘후-기억 세대’라 칭한다. 후-기억 세대와 상응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은 방향성을 상실한 채 탈구된 시간을 거닐며 유약하게 구성되는 자신만의 역사적 기억을 토대로 구체적인 지표가 될 역사적 이미지를 다시금 발굴, 수집, 독해하는 리얼리즘적 형식과 이를 재단, 편집, 재배치하는 예술적-심미적 형식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역사 기술을 시도한다.
노재운, <인시네마그램> , 비말라키넷, 루프, 부산현대미술관 커미션, 2019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이미지와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구글링(googling)’해 몽타주 하거나 대중매체의 소비재가 되기를 자처하며 온라인 담론의 움직임을 모방하고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디지털 시대를 표상하는 리서치 방식과 그 기록 체계를 매개로 동시대의 역사적 시간을 탐색하고 기술한다. 이는 현대 기술 과학의 발전 속에서 필연적으로 출현한 표현 형식 중 하나다. 작품은 동시대 시공간이 어떻게 ‘기술(technology)’에 의해 ‘기술(description)’되는지, 나아가 이렇게 재현된 세계가 우리의 역사적 기억과 사유 방식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반추할 수 있도록 한다.
자료제공: 부산현대미술관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