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색 – 당신은 무슨 색인가요? 

〈콰야의 오일파스텔 클래스〉

고양이 키키와 코코가 반기는 상수동의 아늑한 작업실. 갓 내린 커피향이 켜켜이 쌓인 물건들 사이로 퍼져나가고 발밑에 자리 잡은 고양이들은 웅크리며 낮잠을 청했다. 나른한 고양이들의 하루처럼 콰야의 그림은 소소하고 편안하다. 동시에 과감한 색이 불꽃처럼 튀어 올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크고 작은 전시와 프로젝트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그의 작업실에서 보낸다.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다. 여러 곳에서 ‘콰야’의 이름이 보인다.
최근에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단체전 〈카와이 서울〉에 참가했고, 키아프 아트페어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키아프에 다녀왔는데 커진 규모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 관람객으로서 즐거웠었다.

혹시 첫 전시 기억나시나?
물론이다. 2017년 압구정이었다. 많은 분들이 오가며 봐주셨는데 이상하게도 큰 감흥은 없었다. 전시에 대한 감동보다는 그 자체에 대한 신기한 느낌이 더 컸다. 작업실에만 있던 작품들이 다른 공간에 걸려있는 게 좀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로부터 6년쯤 지났다.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었나?
나에게 그림은 시간을 잡아두는 작업이다. 지나치기 쉬운 하루의 순간, 잊어버리기 쉬운 일상의 사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작업하고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시간도 지나고 보면 소중해지기 마련이니까.

기억하기 위한 기록을 ‘그림’으로 남기는 이유는?
예전에는 단어나 짧은 글로 여기저기에 기록해두곤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긴 문장으로 옮겨놓기 시작했다. 문장으로 옮겨둔 것들도 왠지 모를 아쉬움에 그림으로 남겼더니 나중에 글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림은 당시의 맥락과 함께 정돈된 기억을 소환한다.

그때 하고 지금, 작품에서 변화가 있는지?
많이 바뀐 것 같다. 담고 있는 이야기들도 그렇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계속 바뀌는 것 같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많이 바뀔 것 같다. 

협업도 많이 하셨다. 특별히 즐거웠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콜라보 작업에 열려있는 편이라 대체로 재미있게 했었다. 그래서 특정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기 보다,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으로 기억된다. 평소에 혼자 작업하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여러 분야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생각들이 결국 작업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홈페이지 샵에서 자체적으로 굿즈도 판매 중이다.
굿즈는 관객과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다. 학생 때 작품을 구매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기에 좋아하는 작품의 엽서나 포스터를 구매해 소중하게 보관하곤 했었다. 아트 상품들은 작품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시간이 지나 펼쳐보면 전시의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의 관객들도 굿즈를 통해 작품과 좀 더 가깝게, 오래도록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꽤 신경 쓰이고, 수고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샵의 문은 계속 열어둘 생각이다. 

이번엔 《콰야의 오일파스텔 클래스》라는 책을 내셨다. 역시 관객과 더 가깝게 만나고 싶어서였을까?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그간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클래스에서 만나지 못했던 분들도 부담 없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비교적 다루기 쉬운 재료인 오일 파스텔을 주제로 드로잉 방법을 소개했다. 

오일 파스텔의 매력을 좀 더 설명해달라.
우선 편리하다. 크레파스랑 같은 재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업 공간이 없을 때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기 좋다. 유화의 경우 펼쳐놓을게 너무 많은데 그런 번거로움이 없다.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런 편리성이 그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비용 면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추천할 다른 재료가 있다면?
같은 이유로 색연필을 추천한다. 가볍게 펼쳐 놓고 쓰기에 좋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오일 파스텔이랑 같이 쓰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책을 만들 때 특별히 고민한 부분?
솔직히 책으로 강의를 만든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한정된 지면에서 글과 이미지로만 설명을 전달해야 하는데 오프라인처럼 부연할 수 없다 보니… 그래서 구체적인 강의를 제시하기 보다 책을 보며 같이 재밌게 그려보는데 초점을 맞춰 색이나 형태를 지시하는 가이드를 최소화했다. 느슨한 가이드를 바탕으로 각자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여백을 많이 뒀다. 스스로 분량이나 속도를 조절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물 간의 관계나 이야기에 대한 관심 덕분에 기존 작업에는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작품과 다르게 책에서는 오브제부터 차근차근 다루게끔 구성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인물은 그리기 어려운 만큼 가이드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처음 그림을 접하는 분들도 재밌게 시작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쉽고,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오브제 위주로 강의를 진행했다. 여러 오브제들을 그리다 보면 인물 드로잉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작가에게 특별히 의미 있는 오브제가 있을까?
콕 하나를 찍기는 좀 어렵다. 보시다시피 짐이 엄청 많은 편이다. (실제로 작업실에는 여러 물건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물건을 수집하는 성향이 있어서, 어떤 오브제든 간에 오래 두고 각각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추억하는 것을 좋아한다.

독자들이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는지?
책의 부제처럼 ‘자유분방하게’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가이드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을 조합해 보고 응용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면 좋겠다.

앞으로 책을 더 쓰실 생각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클래스로 만날 계획은? 많은 분들이 기다리실 것 같다.
한동안은 작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전시는 계속된다.

작업에 몰두하는 방법?
여유에서 작업이 나온다. 여유 있을 때 다른 경험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작업에 대한 열망도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몰두하다가 다시 여유를 찾고, 다시 열심히 작업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작업의 방식은?
완전히 자유롭게 작업한다. 어떤 틀이나 계획 없이 그려나간다. 그렇다 보니 결과물에서 드로잉 같은 느낌이 나기도.

특유의 매력적인 색상 선택과 조합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으셨다. 색 선택은 어떻게 하시는지?
역시나 즉흥적이다. 팔레트에 최대한 많은 색상의 물감을 펼쳐놓고 시작한다. 여러 색깔을 보고 바로바로 칠하기 때문에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기도 하다. 이런 방식이 작업을 더 재밌게 한다.

콰야의 요즘 색깔은?
무지개색. 여러 가지 색들이 섞여있다. 작업도 그렇고 여러 일들을 같이 하다 보니 복잡해지는 것 같다. 소모하는 아웃풋에 비해 인풋이 부족해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밤을 지난다 (과야過夜)’는 의미에서 찾은 이름, 콰야. 그러나 그는 다채로운 빛이 가득한, 따뜻한 낮과 어울리는 작가이기도 했다. 작가 앞에 펼쳐진 다양한 색들 중에서 다음엔 무슨 색을 고르게 될지,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작업실을 나섰다.

글, 사진: 문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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