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테스터

김영나 개인전《TESTER》

두산갤러리 서울
2023. 6. 7 – 7. 8

테스터 TESTER는 흔히 어떤 제품이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실험 과정이 결론을 내리기 직전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개발자는 처음 세웠던 가설의 논리나 상상했던 기능에 대해 충분한 확신을 지닌 채 마지막 빈칸 ― 테스트 TEST 단계를 남겨둔다. 김영나는 이번 전시에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실험자 TEST+er로 명명하고 시각 예술 장르 사이에서 상호작용해온 지난 시간을 검토한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유리 선반에는 그간의 작업을 총망라한 193점이 작품이 아카이브 되어 있다. 포스터, 전시 아이덴티티, 도록, 이미지 등으로 구성된 이 기억의 덩어리는 관람객이 주체적으로 작동 방식을 발견/창조할 수 있도록 선택되고 배치되었다. 전면을 가득 채운 벽화〈SET v.24〉(2023)는 출판물의 지면으로부터 시작된 작가의 지난 프로젝트 〈SET〉(2015)의 공간적 변주다. 이전과 다른 지지체를 만나 이미지는 강력하고 간결한 디자인 패턴과 화려하고 경쾌한 색감의 회화적인 어법으로 재해석되어 시각 실험을 지속한다.

이번 전시는 설립 이래 젊은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해 온 두산갤러리가 초기 작가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활동을 긴 호흡으로 지원하고자 기획되었다. 김영나는 2013년 제4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이래 2014년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선택표본》을 개최하였고, 다음 해 두산갤러리 뉴욕에서는 《SET》을 개최했다. 이전의 아카이브를 톺아보며 김영나 작가가 TESTER로서 어떠한 실험을 해오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도 있다.

《선택표본》
2014.07.16 – 2014.08.23
두산갤러리 서울
>>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기

《SET》
2015.10.08 – 2015.11.05
두산갤러리 뉴욕
>>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기

김영나의 다음 TEST는 무엇이 될까? 윈도우 갤러리의 설치 작품 〈54개의 블록Ⅱ〉(2023)은 작가의 다음 행보를 가늠하게 해준다. 디자인을 예술의 범주 안에서 바라보았던 오웬 존스 Owen Jones의 『장식의 문법 Grammar of Ornament』(1865)를 재해석하여 만든 윈도우 갤러리의 조각은 임시적 상태를 유지하며 동적 움직임을 강조한다.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듯한 작품은 TESTER 김영나의 수행이 현재 진행 중이자 여전한 전진의 상태임을 고한다.

그래픽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자 각종 출판물 디자인의 협업자로 일해온 김영나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 석사 졸업 후 네덜란드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다수의 개인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글, 사진: 문혜인
자료: 두산 아트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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