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암시걸

Noam Segal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LG전자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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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의 LG전자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이다. 파리 팔레 드 도쿄, 뉴욕 퍼포마, 시카고 현대사진 박물관 등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했으며, 브살렐 저널(Bezalel Journal of Visual and Material Culture)의 객원 편집자로 활동했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VA)에서 큐레이터 실무를 위한 석사 프로그램의 교수이자 연구 책임자로 재직했으며, 현재 뉴욕 구겐하임에서 예술 및 기술 문제와 관련된 장학금 및 출판물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 Maya Barkai 제공: 구겐하임 미술관

아그니에슈카 커란트 〈The End of Signature〉 프로젝터,
자동 펜, 종이, 펜, 받침대, 컬렉션 슬롯, 가변 크기 2015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소장
© Agnieszka Kurant. Photo: David Heald.
©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New York

현시대 예술의 단면, 예술에서의 기술

LG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하 구겐하임) 후원이 결정되고 LG – 구겐하임 어워드(LG+Guggenheim Award)가 제정되면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향후 5년간 구겐하임에서 새로운 활동을 펼쳐갈 노암 시걸과의 인터뷰를 통해 큐레이터로서의 방향과 함께 예술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관점을 들어봤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 시대에 미술관 컬렉션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확인해 봤다.

LG와의 협력으로 구겐하임에 새로 생긴 직책을 맡았는데요. 구겐하임에서의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LG 구겐하임 예술 및 기술 이니셔티브 (LG×Guggenheim Art and Technology Initiative)는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연구하고 그 명성과 명예를 홍보하기 위해 고안된 직책입니다. 구겐하임과 LG가 5년간 다각적인 협력을 목표로 구성했습니다. 기업의 예술 매체로서의 기술에 대한 전례 없는 투자로 구겐하임은 기술이 사회를 형성하고 사회에 의해 형성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이를 고취하는 선구적인 예술가에게 필수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 구겐하임에 LG전자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매년 기술 기반 예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이룬 예술가를 선정해 시상하는 LG – 구겐하임 어워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이 주관하고 LG전자가 후원하는 이 어워드는 박물관 관장, 큐레이터, 학자 및 기타 예술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심사위원단이 심사를 맡습니다. 선정된 예술가는 100,000달 (한화 약 1억 3000만원)의 사례금을 받게 됩니다.

이제 곧 발표되겠지만 어워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학술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이 위원회를 통해서 신체, 예술, 과학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이론과 미디어 및 추상 개념과 관련된 연구를 함께 진행하려고 합니다. 문화 및 기술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그룹에 참여함으로써 예술에서 기술에 대한 이사회 구성원의 광범위한 경험과 파생된 다각적인 관점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집단적 전문 지식은 생태학, 퀴어, 환경, 컴퓨터 비전, 시간성, 메커니즘, 유기성, 양자 물리학, 식민성, 원주민성 및 Web3 애플리케이션 내 사회 정의에 대한 최신 데이터를 포함한 여러 주제를 포괄합니다. 연구 확장을 위해서 2026~2027년을 목표로 뉴욕 구겐하임에서 열릴 대규모 프레젠테이션을 계획하고 있으며, 기술 기반의 더 많은 작품을 포함하도록 구겐하임 컬렉션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LG의 구겐하임 후원은 경제적 후원 외에 기술도 후원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업 후원 양상과 차별화되는데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올해 실제로 진행된 《Sarah Sze: Timelapse》 전시에서 LG는 기술 파트너로 빔 프로젝트와 기술을 후원했습니다.1

2023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첫 수상자로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가 선정되었습니다. 첫 수상자는 상의 방향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데, 딘킨스가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빌려 설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 6인의 심사위원단은 딘킨스를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는데요. “딘킨스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특하고 뛰어난 업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입니다. 윤리와 사회적 형평성에 중점을 두고,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기계 학습의 새로운 모델을 탐구하는 그녀의 포괄적이고 협력적인 접근 방식은 AI 기술에 대한 투명성, 참여 및 접근성을 강력하게 합니다. 특히 AI로 인해 남용될 위험이 가장 큰 커뮤니티에서 이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AI기술을 둘러싼 공개 담론이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우리는 딘킨스의 업적과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2

스테파니 딘킨스 〈Secret Garden〉 WebXR 2020

심사평을 보면 기술에 대한 접근방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요?

개인적으로 예술과 기술의 관계를 제작자와 도구로 봅니다. 이전과 차이점은 신기술은 다른 종류의 도구라는 점이고, 페인트 붓이나 망치와 달리 형태가 없고 다른 결과물을 낸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캐너와 같은 도구는 현재를 기록하고 제작자의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여기서의 주체는 제작자이기 때문에 지금의 기술은 현시대를 표현하고 발전하게 할 수 있는 도구일 뿐입니다. 물론 AI와 같은 신기술에서는 새로운 사고와 고려가 필요합니다. 이는 다른 예술에서의 도구와 기술 활용과는 다른 차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성의 정보를 통한 재귀적 도구이기에 더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언급한 AI 기술과 같이 새롭고 점점 더 복잡한 기술의 등장으로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보존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구겐하임의 미디어아트 작품 소장 기준과 보관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디지털 보존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구겐하임은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최초 넷 아트 작품을 소장했고, 93년에는 최초로 VR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소장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두지 않고 기존 미술관 컬렉션에 반영된 전통과 유산적 영향의 상관관계, 작품이 역사 안에서 어떤 의미를 남길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소장된 미디어 작품을 위해 구겐하임 내 작품의 개념적, 물질적 기반을 이해하는 별도의 보존팀을 두고 있습니다. 보존팀에서는 인수 초기에 예술작품의 구조와 정체성을 알아보는 질문을 통해 과거 작품의 전시 형태를 확인합니다. 작품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공간에 따른 레이아웃과 같은 설치와 매개되는 변수에 대한 작가의 요구사항과 종속성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작품의 제작 과정을 아는 것입니다. 예술가의 기술적 팔레트 (technical palette)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작품의 세부 사항 정보를 요청합니다. 이는 컬렉션의 의사결정에 기초 자료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작품의 보존을 위한 문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존팀에서 확보한 정보들이 컬렉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스테파니 딘킨스〈#WhenWordsFail〉 WebXR 2020~2021

래 랭 이린 〈The Third 1/3 Monad〉360도 컬러 영상, 사운드, VR, 1분 30초 가변 크기 2018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로버트 H. N. 호 재단 컬렉션 © Lin Yilin.
Photo: David Heald. ©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New York

 2023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 스테파니 딘킨스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있다
Photo: Scott Rudd © Scott Rudd

큐레이터의 역할이 세분화되고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큐레이터들이 등장하는데, 큐레이터로서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저는 현대미술의 디지털·정치적·사회적 측면의 융합을 탐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방향에서의 지속적인 재평가와 조정을 수반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서의 큐레이터적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문으로 하는 학제간 분야의 해석학은 전체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을 조사함으로써 전체를 이해한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인간의 현상과 같이 이 부분도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상적인 큐레이션은 자신만의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와 새로운 관점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협상이 드러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전시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개별적 접근방식과 조건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큐레이터로서의 목표는 이러한 전시별 고유사항을 파악하고 그곳에서 예술작품이 꽃피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전시 맥락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공간의 구성, 심지어 조명과 같은 전반적인 사항이 모두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구겐하임에서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인 딘킨스와 함께 세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아마도 구겐하임에서 AI 기반 작품을 선보이는 가장 큰 전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다음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 선발을 준비하면서 대중과 함께할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으로는2026~2027년에 진행할 대규모 기술 기반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소영 기자

1. LG가 제공한 빔 프로젝트와 기술 후원을 통해 작가는 정 확한 시간에 원하는 이미지를 제공하고 프로젝터가 콘텐츠 를 개별적으로 생성하고 서버에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2. 2023년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심사위원은 뉴욕 더 키친 (The Kitchen)의 전무이사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레거시 러셀(Legacy Russell), 티나 리버스 라이언(Tina Rivers Ryan) 큐레이터, 버펄로 AKG 미술관의 냇 트로만(Nat Trotman),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공연 및 미디어 큐레이터 샤오위 웡(Xiaoyu Weng), 독립 큐레이터 겸 작가 아니카 이(Anicka Yi)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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