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손몽주 표-류-로

홍티아트센터 2014.12.15.~1.30

손몽주는 합성고무밴드를 이용해 공간을 횡단하는 일종의 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이 작업들은 ‘공간의 변형과 확장’이라는 주제를 구현하며 지난 10여 년 동안 800km에 달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손몽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이 작업들은 공간의 문제뿐 아니라 빛의 효과와 관객 참여적 의미를 더해가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왔다. 손몽주의 작업, 특히 공간을 띠로 나누는 아이디어는 무척 신선하고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가진 듯 보인다.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작품 설치가 가능한 매우 유용한 설치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의 여러 양상에도 불구하고 손몽주의 작업은 공간에 지나치게 형식주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미학적 순수주의 혹은 형식주의를 넘어서려 한 설치미술을 하면서도 그의 작업은 여전히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아이러니 같은 것. 다시 말해 캔버스를 공간으로 확장한 정도의 실험으로만 느껴졌다. 물론 특정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다양한 개념들이 교차하는 설치미술의 기본적인 특징을 가지고는 있지만 공간은 여전히 중성적인 배경, 즉 삶이나 존재가 가지고 있는 무게가 탈각된 공간이었다.
최근 작가는 “표류로”라는 주제의 전시를 열었다. ‘표류’의 미래적 가치를 담기 위한 제목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번 전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작가의 작업이 내용과 형식에서 커다란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티프는 단순하다. 대마도를 방문하면서 그곳에서 표류해온 고사목을 우연하게 발견하게 된다. 무심하게 떠내려 온 표류목을 통해 작가는 ‘시간’ 혹은 ‘삶의 의지나 지향’과 같은 의미들을 사유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표류”의 의미는 어쩌면 삶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일지도 모른다.
다대포 홍티아트센터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는 그곳에서 표류목을 구해 이번 전시를 진행했다. 무중력의 공간을 부유하는 듯 한 표류목들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장소’와 ‘사물’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이다. 이러한 표류목의 등장은 중성적인 혹은 배경으로서의 공간을 ‘의미’와 ‘해석’의 장소로 전환시킨다. 시간의 결이 켜켜이 새겨진 표류목과 작가 특유의 띠 작업이 만나 정서적 반응을 호출하는 공간을 연출했다. 형식주의의 버릇을 온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이번 전시는 새로운 시작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흘러가는 것의 무게에 대한 자각, 이것이 손몽주의 ‘표류로’ 전시에 대한 긍정의 이유다.
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

REVIEW

김기철 개인전
블루메미술관 2014.11.1~1.4

사이먼 앤 가펑클(Simon&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1965)에서 따온 동명의 전시 타이틀은 소통 부재의 시대를 의미한다. 20여 년간 ‘소리’를 조각의 소재로 작업해온 작가는 역으로 ‘침묵’에서 또 다른 소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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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

빈우혁 개인전
갤러리 바톤 2014.12.17~1.17

전시 제목인 <아르카디아>는 이상적인 세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내면의 혼돈을 살피고 평온과 위로를 맞이한다는 의미다. 현재 작가는 독일 베를린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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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후 개인전
갤러리 도스 1.7~13

송영후는 카메라에 담은 일상적 풍경을 왜곡하여 편집한 후 프린트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이로써 회화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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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수_아트스페이스J

구성수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J 2014.12.6~1.16

<Photogenic Drawings&at First Sight>라는 전시 제목 아래 작가가 그간 펼쳐온 연작을 소개한다.
전시는 조각, 회화, 사진이 혼재되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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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김병기

김병기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14.12.2~3.1

구순을 훌쩍 넘긴 고령에 작업을 하는 김병기(1916~)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감각의 분할>로 명명된 이 전시는
한국추상미술 정립를 주도한 작가의 60년 화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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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넘어

마흔 넘어서 붓 놓긴 글렀어
UNC갤러리 2014.12.23~1.16

전시 제목이 말하듯 40대를 살아가는 작가 12인이 모여기획전을 열었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각자 과거 자신의 초심을 찾는,40대 작가가 벌이는 일종의 ‘파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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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민

배지민 개인전
해운아트갤러리 1.20~25

생활에 대한 표현 신념을 바탕으로 수묵작업을 하는 배지민의개인전. 전시 <안녕! 생명!>은 작가가 고향인 부산에서 생활하면서 발견한 풍경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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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미술관 (2)

장(場)-자연, 과학, 예술의 혼성
남포미술관 2014.12.16~1.18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남포미술관에서 나로호 발사 성공 2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열었다. 작가 7명의 작품 20여 점이 출품됐다. 우주시대를 맞이하여 각 작가의 우주관을 선보이고자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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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 (1)

고원(高原)의 기억과 힐링
삼탄아트마인 2014.10.1~2.28

강원도 정선 폐탄광이 문화의 중심지로 재탄생했다. 그렇게 조성된 삼탄아트마인은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예술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전시는 이곳의 과거와 미래를 담기 위해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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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희

세상의 시작
강원도 양양 동호 해변 일대 2014.12.31~1.1

작가 윤주희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새해맞이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적인 일상을 경이로운 순간으로 전환하고자 마련됐다. 해돋이를 매개로 벽면 영상설치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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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1)

본질주의
이연주갤러리 2014.12.10~2.1

부산 이연주갤러리에서 열린 이 전시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예술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관람객에게 사색의 시간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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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전
곽갤러리 2014.12.13~1.12

경기도 양평 곽갤러리가 개최한 <게릴라전>은 20여 명의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만든 전시다. 작가와 관람객이 출품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선보인 자리였다.

PREVIEW

불협화음의 하모니

아트선재센터 2.7~3.29

‘조화’라는 주제로 오늘날의 아시아를 예술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특히 냉전시대 이후 현재까지 중국,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질서 및
복잡한 관계들을 재검토한다. 통합된 공동체라는 아시아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과 가정을 해체하는 한편, 예술작업을 통해 아시아를 보다 복합적인 관점으로 숙고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전시, 퍼블릭 토크, 그리고 웹사이트 등을 통한 담론의 장을 만들고, 조화의 개념을 예술, 역사, 정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대화를 이어 나간다. 주한 독일문화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4개국의 기획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제 교류 프로젝트로 서울에서 시작되어, 일본과 대만으로 순회하며, 각각의 지역과 전시장소마다 고유의 주제를 정해 확장하는 전시와 담론을 선보일 예정이다.
천 지에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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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현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27~5.24

국내에서 비디오를 본격적으로 예술에 도입한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故박현기의 개인전. 동양적인 정신 위에서 펼쳐지는 비디오작업과 함께 1000여 점에 달하는 작품과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박현기의 진면모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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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주생활

일민미술관 2.6~5.17

우주라는 먼 공간의 이야기가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그 우주를 좀 더 가까이에서 다채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총 115점의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방식과 방법으로 과학과 기술 그리고 예술에 대해 다루고 있는 현재의 우주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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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양혜규

삼성미술관 Leeum 2.12~5.10

양혜규의 개인전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리움이 개최하는 두 번째 한국 중견작가 개인전이자, 2010년 이후 처음 열리는 양혜규의 국내 개인전으로, 그간 국내 관람객들에게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양혜규 예술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세미 회고전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코끼리” 라는 영물을 매개로 삼은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적 작업인 광원조각 <서울 근성>과 최대 규모의 블라인드 설치작품 <성채>, 봉투 콜라주 작업인 <신용양호자들>, 방울조각 시리즈 등이 전시되는 것은 물론 짚풀을 사용한 대규모 신작을 국내외 최초로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해온 양혜규의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향후 작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어 주목된다. 이번 전시는 설치, 영상, 사진등의 다양한 매체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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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숭고의 마조히즘

서울대미술관 2.4~4.19

고창선, 구동희, 박준범, 손몽주, 오용석, 임상빈, 정재연이 참여해 타인으로부터 고통을 받으면서도 만족을 느끼는 심리상태인 마조히즘을 예술에 대입해 작가 혹은 작품과 관객간의 관계로 치환화해 시각화한 작품을 전시한다.
임상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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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15 랜덤 액세스

백남준아트센터 1.29~5.31

매체를 능숙하게 다루며 존재하는 것을 변형 새로운 무언가로 창조하는 신진 작가를 소개한다. 김웅용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박승원 서영란 양정욱 오민 이세옥 이수성+김시원+윤지원 차미혜 최은진이 참여해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승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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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DDP 1.27~2.17

아티스트 14명이 인생에서 한때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자동차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시킨다. 또한 폐차나 중고차가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개인의 사적인 추억, 기억이 사회전반을 아우르는 공감으로 재환원되는 과정을 담는다.
에브리웨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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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장현주

갤러리 조선 2.5~26

장현주 작가의 다섯 번 째 개인전으로 어릴 때 부터 자연을 벗삼아 자라왔던 그가 기억하는 ‘숲’이라는 주제를 심도있게 풀어낸다. 그가 말하는 숲은 그의 작업에서 알 수 있듯이 말없이 기댈 수 있고 때로는 산들산들 걸으며 작은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그의 유일한 휴식처이자 작은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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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천성명

스페이스k 과천 1.19~2.27

무언가 온전치 못한 모습의 인물을 통해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와 현대인의 단면을 들춰내는 천성명의 전시. 이번전시는 익명의 인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분절된 신체기관들을 “부조리한 덩어리”라 명명하고, 선전(宣傳)의 성격을 띤 기념비 형상으로 대상과 방식을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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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

소마미술관 1.25~5.10

서구 사실주의ㆍ인상주의 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장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들이 한국을 찾는다. 이번 특별전에는 보스턴미술관 4대 걸작으로 꼽히는 ‘씨 뿌리는 사람’ ‘감자 심는 사람들’ 등 밀레 작품 25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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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정수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11~3.14

예술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우정수의 첫 개인전 <불한당의 그림들>. 작가는 검은 그림이라는 제목의 드로잉을 통해 오늘날 돈과 권력의 힘으로 거짓이 진실이 되고 약한 자가 유린당하는 현실을 우울한 색채와 주제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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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네 이웃을 탐하라

아마도예술공간 1.19~2.3

강병욱 구민정 이유림 지혜 백장미 윤나영 장경현 유기주 최수진이 참여해 자신들의 공간으로부터 이웃으로 나아가려는 현상을 형상화한다. 지금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풍경을 재구성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사회화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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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최선

송은아트스페이스 2.13~3.28

예술의 본질과 이에 대한 우리의 통념이 갖는 이분법적인 경계의 모호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최선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개인전 <메아리>에서 예술의 재료와 표현방법이라고 규정하기 힘든 재료와 작업과정을 통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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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워터스케이프

포항시립미술관 1.15~3.29

예술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을 분리하지 않는 40여명의 미술인과 영화인작업을 모았다. 국가와 영토로서의 물, 국경과 분쟁 대상으로서의 물, 그리고 최근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물의 사유화를 둘러싼 갈등을 통해 ‘현실로서의 물’을 이야기한다.
알프레도 자르작

PREVIEW 2

사물이색 & 텍스트 유희

경남도립미술관 1.29~5.13

사물재료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탐구하는 사물이색전이 열린다. 우리 주변의 일상적 사물을 그대로 집적, 배열한 작품, 그리고 사물의 부분적인 요소를 결합, 적용, 대체, 변용함으로써 원래의 용도나 모양이 변경된 작품 등을 전시한다. 또한 같은 전시장 2층에서는 개념미술의 등장 이후 현대미술에서 일반화된 텍스트를 통해 예술에 접근한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경계가 모호해진 기존의 약호 체계를 위반하는 텍스트의 유희를 통해 ‘이해한다는 것’, ‘안다는 것’이 얼마나 표피적이고 단편적인지를 드러낸다.
임승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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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무도모른다

인사미술공간 2.4~3.8

신진기획자들이 기획한 2014 큐레이터워크숍 성과보고전 <아무도 모른다: Nothing we could know>. 오늘날 괴담 이면에 내재된 우리 사회의 병적 징후를 이미지 매체를 통해 들여다보고 작품들이 서로의 서사를 통해 재구성되기를 의도한다.
타다수 타카미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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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흔해빠진 풍경 사진의 두거장

공근혜갤러리 2.6~3.8

디지털 시대에 수십 년 동안 한결 같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만을 사용하는 배병우와 마이클 케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의 소나무” 라는 공통 분모로 이 두 사진가가 처음 만나 예술로서의 사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마이클 케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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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정엽

윌링앤딜링 1.30~2.22

인간의 내면과 기억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표현하는 이정엽의 개인전 <기억의 흔적>. 작가는 기억의 흔적들을 더듬어 끄집어내고 이를 재구성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을 통해 보는 이에게 정서적 울림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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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배병규

시선이 머문 풍경

통인옥션갤러리 2.4~28

자연 풍경을 소재로 자신의 감성을 전개하고 정서를 펼치는 9명의 작가를 모았다. 공성훈 김덕기 김성호 류재현 배병규 이만나 이현열 임효 정일영의 풍경그림을 통해 자연을 가슴에 품고 풍경 속 시선이 머무는 지점에서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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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도돌이표

갤러리담 1.29~2.10

갤러리 담이 2014년에 선보인 작가 임춘희 신조 토시마츠구레모토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 현대인이면 누구나 느끼는 소통의 어려움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읽으며 새로운 방식을 찾아본다.
임춘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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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혜

설윤혜

하나로 갤러리 2.4~10

복잡한 삶속에서 여유를 바라는 마음을 유색인종을 소재로 평면회화로 담아내는 설윤혜의 개인전. 작가는 희노애락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과 원초적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며 <그들의 연가>라는 주제로 엮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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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양주혜

신세계갤러리 1.22~2.25

공사장의 가림막, 문화관광부 청사, 아르코미술관 외벽 등 다수의 공공적 성격의 설치작업과 조형물 작업을 해 온 양주혜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 <시간의 그물>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직물 소재의 대상 위에 색점을 찍은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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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선형

청안갤러리 2.3~3.28

푸른 색을 바탕으로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선형의 신작 20여 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 전해 온 고유의 정서와 예술성을 어떤 방식으로 현대의 미감과 조화롭게 혼합시킬지에 대해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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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山사람들

문화공장 오산 1.8~3.8

오산을 비롯 부산, 아산, 울산, 익산의 시민과 함께 하는 사진전. 이번 전시는 시민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변순철 작가의 작업이 모티프가 되었다. 아마추어 동호회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그 결과물을 전시로 구성한다.
변순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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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구인전

갤러리 분도 2.2~24

9인이 벌이는 단체전이라는 뜻과 좀 더 좋은 작가를 섭외하거나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업 갤러리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빗대어 풍자하는 뜻의 중의적 목을 붙힌 기획전 하용주 정용국 장재철 이강원 오상택 로와정 노충현 강석호가 참여한다.
로와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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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김은정

갤러리 마레 2.25~3.7

복잡한 현대의 문명 속 순수의 정서를 아름답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김은정의 도예전. 작가의 행복한 마음이 곱고 소담스런 입체감으로 도드라지는 이번 전시는 벽면장식, 입체 등 여러가지 테마의 형태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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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최수진

이유진갤러리 1.31~2.21

작가가 주로 조형적 자극을 받는 여행이나 산책에서 포착된 풍경들과 연관된 작가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최수진의 개인전 <모서리 산책, 무지개 숨>. 이번 전시는 다채로운 색채와 표현주의적 기법의 회화 최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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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파올로 벤츄라

갤러리 바톤 2.4~3.6

디오라마기법을 활용해 자신의 예술적 상상을 실현시키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파올로 벤츄라. 작가는 디오라마 기법을 통해 미니어쳐로 제작된 소품과 시공간적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배경을 결합하여 상상의 영역에 머물던 “결정적 장면”의 시각화를 이루어낸다.

PREVIEW 3

엄기향

이공갤러리 2.26~3.4

시간의 흐름에 때라 대상에 대한 시각이 변화함을 고궁의 나무를 통해 전하는 엄기향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시절을 지나온 경북궁의 나무를 통해 시간의 허무함과 권력, 세월의 무상함을 간결한 드로잉을 통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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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브린 데이비스

트렁크갤러리 2.5~3.3

서양화의 과학적 접근방법과 대비되는 동양화의 여백의 미와 수묵화의 직관성에 매혹 됐다는 작가 브린 데이비스의 사진전. 작가는 이 같은 접근방식을 통해 서양적이고 남성적 형태언어로, 여성적인 동양풍경을 포착해 명상세계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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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서윤희

쉐마미술관 1.15~2.24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기억의 간격이라는 커다란 테마 아래 종이의 얼룩과 번짐을 이용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준 서윤희의 개인전. 작가는 ‘기억의 간격’의 작업을 위해 청주 벌랏마을에서 진행된 기억의 간격위에 보여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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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양태근

성남아트센터 2.24~3.5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간과 자연에 애도를 표하며 공존의 가치를 향하는 양태근의 개인전. 작가는 자연 존중의 철학과 인간과 자연의 대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생태학적 인식’을 작업의 바탕으로 하며 자연파괴를 반성하고 에코토피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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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송영은

삼진미술관 2014.12.12~2.28

캔버스의 중첩과 화면 위 색채중첩을 통해 다층적인 조형성을 꾀하는 송영은의 개인전. 작가는 소재의 특성을 강조하여 시각예술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과 이러한 구성적 화면 구축을 통해 회화의 구조적 양식화에 근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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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숙

민경숙

갤러리 수 2.4~10

작가는 어떤 대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가장 순수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였던 아이의 마음을 꿈꾼다. 이번 전시인 <兒里의 하늘과 바람…>에서 순수한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자연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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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

정영진

갤러리 파비욘드 2.16~3.3

정영진은 벽에서 벽으로 연결되는 가는 실로 현대인의 인연의 끈을 설명한다. 견고한 벽을 타고 연결된 가는 실은 고독한 현대인의 위태로운 삶 속에서 그나마 지탱할 수 있는 부분을 상징하며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있는 인연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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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량_Existence-heart_II_80x80cm_Etching_2010

오이량

에스플러스 갤러리 부산점 1.6~2.22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평면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오이량 작가의 37번째 개인전.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면서도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오이량의 작업은 존재에 대한 다양한 형태적 해석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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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주_소리-하모니1_116.8X91cm_혼합재료

허은주

허은주갤러리 2.3~16

소리를 시각화하는 허은주의 16번째 개인전. 작가는 자연의 소리든 악기의 소리든 그 소리는 마치 우리 삶의 축소판 같은 지혜를 담고 있다고 느끼며 소리의 하모니를 주제로 사실적인 이미지들을 거의 배제하고 소리 그 자체에 더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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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의식주(衣食住)…예술로 말하다

아트스페이스J 2.24~3.31

인간의 삶의 기본조건인 의식주를 통해 예술에 가까이 다가려는 취지의 두 번째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먹거리를 소재로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일상의 식재료’가 현대미술 속에서 ‘예술의 주재료’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김광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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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최혜심

가나아트스페이스 2.25~3.5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습을 한글 단어의 모습과 연결지어 그 뜻과 감정을 더욱 깊게 이해하도록하는 최혜심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언어의 상징성과 의외성에 주목하여 가장 아름다운 글자를 분해하고 재조합 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감정을 비추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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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 이규옥_장락무극_66x94.5cm_종이위에_수~

멋과 풍류-3인묵향

미광화랑 2.7~3.6

설 명절을 전후하여 부산, 경남에서 활동하던 작고작가 3인의 대표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연로 하신 분들에겐 향수를 잘 달래주고 젊은이들에겐 교육적 측면에서 “멋과 풍류”를 알릴 지난시절의 작품들을 돌아보며 온고지신으로 삼고자한다.
이규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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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bottle1 (1)

김종인

갤러리 세인 2.27~3.13

병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심미적, 기능성, 그리고 촉각성까지 연결되는 개념으로 보고즐기고 사용하는 도자기를 보여주는 도예가 김종인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도자기의 미적기능에 활용성을 더한 다변용된 도자기를 선보인다.

CURATOR’S VOICE

생각하는 손 〈고 김근태 3주기 추모전〉DDP 갤러리 문 2014.12.4~21
미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추모’할 수 있을까?
한 인물이 아니라 그가 전하고 싶었던 것, 자신의 육신을 돌보지 않고 꼭 이루려 했던 것, 그가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민했다. 우리는 그의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화두에 공감했다. 김근태 서재공간을 통해, 서른 개가 넘는 기술자격증으로 상징되는 노동현장의 청년 김근태가 ‘따뜻한 시장경제론’으로 나아가는 발자취를 되짚어 봄과 동시에, 미술인들은 이를 화두로 우리시대의 노동문제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의 부활을 꿈꿨다.
작가들을 초대할 때, 2가지 기준이 있었다. 하나는 고 김근태선생과 생전에 친했던 미술가들 보다는 잘 몰랐지만 김근태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작가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김근태 정신의 확장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화두와 관련되어 ‘노동’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미술가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다. 특히 현재 각각의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생각하는 손’들과 같이 하고 싶었다. 돌아가신 과거의 고 김근태선생이 아닌 지금 현장에서 김근태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가 묻고 싶었다.
김진송, 박서원, 배윤호, 심은식, 안지미, 옥인콜렉티브, 이부록, 리무부아키텍쳐, 이윤엽, 임민욱, 전소정, 정정엽, 콜트콜텍기타노동자밴드,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함께 해주셨다. ‘생각하는 손’이라는 화두가 함축하고 있듯이, 이번 기획에서는 미술 장르 간의 차별적 가치를 주지는 않았다. 영상 및 설치 작가, 화가뿐만 아니라 목수 김씨가 초대되었고, 이번 전시 도록을 디자인 한 안지미, 전시 관련 시각디자인을 총괄한 박서원은, 갤러리 안에 전시된 다른 작가들과 나란히 참여작가로 소개되었다.
참여 작가들도 장르를 넘나들었다. 리무부아키텍쳐는 재활용된 나무들도 ‘근태가 살던 방’을 꾸몄다. 유품들이 낱개의 자료로 존재하다, 이 공간에 놓여짐으로써 김근태로 부활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파견 미술가’ 이윤엽은 노동 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생각하는 손’으로의 부활을 꿈꾼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콜트콜텍기타노동자밴드(이하 콜밴)’, 에서도 이윤엽의 손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생각하는 손을 지닌 노동자들도 당당히 예술가로서 초대되었다. ‘노동자가 예술가’, ‘노동이 예술’이라는 개념이 싹트고 있는 콜밴은, 농성 도구로 구축된 설치작품을 통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손’으로 변모되어가는 과정의 역사를 보여주었다. 희망지킴이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0 프로젝트>도 전시되었다. H는 Heart를, 20000은 자동차란 이만개의 부품이 조립되는 고도로 정교한 과정임을 상징한다. 전시 오픈날에는 코란도를 만들었던 쌍용자동차의 이창근실장이 예술가로서 무대에 올라 노동자이자 장인이었던 자신들이 코란도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하는 손’이 부활하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하였다.
옥인콜렉티브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콜밴’의 상처들, 배윤호가 기러기 아빠와 주말 부부들에게 보내는 화두. 가족을 위해 떠나지만 결국 정주하지 못하고 쓰러져 죽을 우리 세대들에게 보내는 화두의 쓸쓸함에 대하여, 임민욱, 정정엽은 ‘이들의 상처를 어떻하지?’ 되묻게 하였다. 정정엽은 <생각하는 손>이 꿈꾸는 세상은 연약한 것, 소심하고 섬세한 것, 소수의 생명이 함께 노래하는 세상임을 이야기 하였고, 임민욱은 추모전 개막 퍼포먼스를 통해 김근태의 마음을 담아냈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며 계속된 질문은 ‘애도’를 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술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추모’할 수 있을까? 였다.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다고 하지만, 말로 해도 다 설명되지 않는 것, 다 말할 수 없는 것, 말로는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을 미술로는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미지로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관람객들에게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고민과 고뇌에 우리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섞여서 또 다른 열린 시각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성향의 매체가 이번 전시를 각자의 시선으로 읽어내고,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이 찾아온 전시장 풍경이 기획자들을 행복하게 했다.
박계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

 

EXHIBITION & THEME Africa Now: Political Patterns

 

 

아프리카 (9)

Yinka Shonibare, MBE (왼쪽) Victorian children’s dresses made of Dutch wax printed cotton 각 460×280cm 2010

글로벌라이제이션 이후 소수자, 제3국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아프리카의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는 극히 드물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나우: Political Patterns>(2014.12.6~2.15)는 그 동안 간과해온 아프리카의 예술을 대거 소개한다. 미국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 출신 작가를 포함한 20명의 작품 100여 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민속적인 면을 강조한 작업을 단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탈식민주의 이론, 이민세대의 인종차별, 아프리카 대륙 내의 사회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작가들의 작업을 선별해 흑인 디아스포라의 탈식민주의적 예술적 성찰을 엿 볼 수 있다.

정체성이라는 환영(spectre)-정체성 정치학으로서의 아프리카 현대 미술

정현 미술비평

사회 전반에 팽배한 정체성에 대한 요구는 개인적으로는 견고한 자아 형성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공동체, 집단, 국가, 민족, 인종, 성 그리고 종교의 관점이 투사되면 정치적 차원의 의무가 등장한다.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의 위계질서가 서구 중심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거대 명제로부터 출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민족과 인종의 동일시는 백인 남성 중심의 역사를 주류의 세계사로 만들었다. 주변의 반란이 촉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라는 기획물은 세계를 관측하는 절대적인 창이 되었고 수세기에 걸친 유럽 국가의 식민지 개발은 열등한 민족, 인종, 성이란 고정관념을 인류에 심어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의 관성에 균열을 만들고 이 틈새로부터 세계에 관한 인식의 틀을 이동시키고 확장시키기 위한 노력은 1960~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시작되었다. 혁명적 사유의 시작은 사상가, 문학가들이 주도했고 시각예술계에서는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정치적 관점을 바탕에 둔 시도가 일어난다. 주변의 혁명은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고 예술, 문화, 학술 등의 분야에서 이른바 소수적 사고가 핵심 사상이 된 것은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낸 큰 변화의 물결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 전환기를 목격한 세대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것일까? 현재 미국에서는 부조리한 흑인 차별이 끊이지 않고, 백인과 흑인 사회 간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술계에 다문화, 다원주의가 반영된 첫 전시는 1980년대 말 파리의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마술사들>(1989)로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동시대작가를 유럽 작가들과 동등하게 다루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특히 이 전시로부터 자연스레 탈중심주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전시 방법론이 제시되면서 이른바 세계화 현상을 재현하는 대신 작가들의 국적, 비서구권 국가의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시도를 통해 다양성을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 패러다임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비서구권 작가들은 여전히 민족지적 성격이 강한 작업들을 소개하며 타자의 영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1세기 이후, 아프리카 대륙은 세계화 헤게모니 문제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2005년 유럽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아프리카 리믹스>라는 전시가 영국의 헤이워드 갤러리 주최로 열린 바 있다.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망라하며 25개국 60명이 넘는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아프리카의 정치·경제·환경적 조건을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제시한 최초의 블록버스터 전시였다. 규모로 본다면 <아프리카 나우>는 <아프리카 리믹스>보다 작은 기획전이지만, 전시가 지향하는 바를 보면 10년의 시간차만큼 기획의도의 시각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 나우>라는 표제는 다소 전형적으로 보이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다. 아프리카를 타자로, 민족지적 표상으로 보여주기보다 탈국가, 탈전통, 신세대의 시점이 반영된 혼성적 성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늘날의 시각예술전시가 과거의 만국박람회나 인류학 박물관이 추구하던 지배자의 시선으로 희귀한 타자의 세계를 감상하던 방식을 거부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아프리카는 변화 중이다. 세계화는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화는 무조건 배척하거나 비판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어떻게 권력이 비윤리적으로 세계를 분할하고 타자를 이용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아프리카의 정체성
전시에서는 아프리카의 클리셰를 발견하기 어렵다. 잉카 쇼니바레, 크리스 오필리는 아프리카의 전형적 기표와 대상의 관계를 전치하여 그 틈에 각인된 식민과 개발의 역사, 고정된 관점을 뒤흔든다. 존 아캄프라는 정체성과 세계 정치지형도 간 힘의 논리를 지성적이면서도 시적인 영상언어로 풀어낸다.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영향을 보여주는 베레코, 카네미이어, 윌리 등은 전 지구적 문화의 맥락 안에서 아프리카의 현재를 시각화한다. 이외에도 전통공예에 뿌리를 둔 현대공예를 소개하는 전시 안의 또 다른 전시인 <정치적 패턴>은 탈전형적 질료를 사용해 현대 디자인과 정치 간의 맥락화를 시도하는 작가들을 통해 가장 전통적 방식의 공예품을 가장 정치적인 조형언어로 변용한다. 대중 미디어가 소개하는 이국적 아프리카, 광활한 대지와 정글은 사실 환영으로서의 아프리카에 가깝다. 과장된 휴머니티가 넘실대는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퍼드 주연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노예의 지난한 삶을 다룬 <뿌리>나 후피 골드버그의 <컬러퍼플>과 같은 드라마처럼 말이다. 민족지적 시선이 두려운 까닭은 삶과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 중이라는 점에서다.
정체성 연구 또한 변화 중이다. 정체성은 고정된 성질이 아닌 개인과 사회, 내면과 외부세계 간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정체성 또한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 중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역시 다문화, 다원주의를 국가의 문화정책으로 표방하고 있지만, 제도에 의한 문화행정은 오랜 시간 뿌리내린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리지는 못한다. <아프리카 나우>는 전시 자체가 주는 만족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한 사고를 바꿔줄 신선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일회적 전시로 머물지 않고 초대 작가들과의 대화 및 동시대 아프리카 문화를 함께 다룰 또 다른 기회를 기대한다. ●

아프리카 (13)

Kevin Beasley 〈Untitled(Sack)〉(가운데 조각) foam, resin, t-shirt, mattress, cover, cotton, thermal shirt 58.4×129.5×40.6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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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새로 찾은 아프리카의 아이덴티티”
신은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이번 전시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작가를 소개한다. 그러나 한편 아프리카 출신이지만 서구권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많은 편이다. 아프리카 미술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궁금하다.
참여작가에 남아공 출신 작가 6명(팀), 모잠비크, 알제리, 마다가스카르,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 출신 작가 9명이 포함돼 있다. 거의 절반의 작가가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다. 존 아캄프라와 잉카 쇼니바레 역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각각 가나와 나이지리아 출신이며 자신의 뿌리는 아프리카에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이다. 반면, 안톤 카네마이어와 히스 내쉬는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백인 아프리카너이다. 아프리카라는 아이덴티티를 피부색이나 지역으로만 국한하지 않았다.
전시의 구성과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고대 그리스 풍의 기둥을 세운 방의 경우, 마치 유럽지역의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전시 디스플레이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알려달라.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우리의 인상이 막연히 전통조각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역으로 이용했다. 제국주의의 상징인 박물관은 일찍이 식민지에서 값나가는 보물이나 유물을 가져다 전리품처럼 진열하는 장소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정치적으로는 식민제국주의가 종결된 시대라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신식민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3층 전시장의 한 섹션을 잉카 쇼니바레의 방으로 채웠다. 특별히 이 작가를 주목한 이유가 있는가.
특별히 잉카 쇼니바레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다른 작가에 비해 설치와 조각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작품이 많아 그렇게 했다. 작품 내러티브도 강렬하고 조각의 동세와 영상의 사운드까지 모든 특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윌리 로만 시리즈 사진은 우리 측에서 처음으로 삼면화 기법을 써서 평균 높이보다 높게 걸었는데 잉카의 스튜디오와 갤러리 측에서 아주 만족해하며 이제부터 이 작품 디스플레이를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로서, 관람객들이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2층 규모의 작지 않은 공간에 공예, 사진, 회화, 영상, 조각 등 다채로운 미디엄의 작업과 작가군을 선보였다. 존 아캄프라는 우리나라 영화제에서도 작품이 소개된적 있지만 갤러리 피스로는 처음으로 듀얼 스크린 형식을 선보였다. 영상미와 사운드 그리고 내러티브가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1월 23일에 문강형준, 임동근, 김소영, 김현미, 서동진, 심보선, 권명아, 박자영과 함께 글로벌 이주와 문화정체성에 관련된 학술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임승현 기자
사진 조영하

곤살로 마분다 Gonçalo Mabunda (뒷쪽)가 설치된 전시 광경

곤살로 마분다 Gonçalo Mabunda <무제 (mask)>(뒷쪽)가 설치된 전시 광경

 

 

EXHIBITION TOPIC 프로젝트대전 2014: 더 브레인

예술은 인간의 마음작용 중 가장 복잡한 과정을 거친 산물이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하는 격년제 미술행사 <프로젝트대전 2014>(2014.11.22~2.8)의 주제는 ‘더 브레인’이다. 대전시립미술관, 카이스트 KI빌딩,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등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감각과 인지, 물질과 파동 등 뇌에 관한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펼쳐 보인다.

뇌로 바라보는 자아와 세계

유현주 미학

‘뇌’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전시가 있다. 바로 대전시립미술관과 카이스트가 주관한 이 그것이다. 2012년 처음 ‘에네르기’란 주제로 과학예술의 포문을 연 데 이어, 이번 전시는 뇌과학 기반의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미디어아트라고 부를 만하다. 전시의 전체 구조는 ‘뇌’에 대한 큰 주제 아래, 미술관을 비롯해 네 개의 장소에서 세분화된 소주제들과 그 아래 하위 섹션들로 나뉜다. 미술관에서는 ‘인간의 뇌, 제2의 자연’을 주제로 뇌와 신경의 세계를 시각화하고, 카이스트에서는 ‘인공의 뇌, 로봇은 진화한다’는 제목으로 인공지능을 비롯한 인간-로봇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대전창작센터에서는 카이스트 및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자들과 작가들이 융합한 <아티스트프로젝트(ArtiST: Art in Science and Technology)>를 선보이며, 원도심에 위치한 대전스카이로드에서는 ‘미디어스카이’라는 제목으로 거대한 영상패널을 통해 거리의 시민들에게 말을 건넨다.
미술관에서의 주제는 뇌과학의 의제들을 예술과 융합시키려는 기획 의도를 잘 보여준다. 먼저 뇌 존재 자체의 정체성을 묻는 작업들을 ‘뇌라는 물질’, ‘파동으로서의 뇌’라는 섹션에서 선보인다. 말하자면 뇌를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갖는 하나의 물질적 ‘자연’으로 보고자 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뇌의 단백질 세포 구조를 시각화한 <단백질 초상>(마르타 데 메네제스), 난독증을 앓는 작가 자신의 뇌 촬영을 시도한 <나의 영혼>(캐서린 도슨), 인간 뇌의 해부 이미지를 QR코드로 전달하는 <스캔>(니나 셀러스), 뇌신경세포체인 뉴런의 성장과 활동을 마치 숲의 공간과 유사한 이미지로 비유한 <마술 숲>(앤드루 카니>에서 우리는 물질로 환원된 뇌를 만난다. 그러나 물질로 환원된 뇌만으로 인간의 자율적인 사유작용을 설명하기엔 미흡하다. 따라서 이어지는 전시는 ‘파동으로서의 뇌’를 통해 사유와 감정을 파동으로 풀어내는 작품들을 펼쳐보인다. 에마뉘엘 페랑의 작품 <인사이드 브레인, 아웃사이드 브레인>은 뇌를 뉴런과 시냅스로 구성된 기계로 환원하고자 하는 오랜 인류역사를 보여준다면, 리사 박의 <좋은 생각>과 샘슨 영의 <음악가의 해부학>은 각각 감정의 작용을 뇌파로 시각화한다거나, 연주자의 뇌파를 데이터로 삼고 그 데이터를 다시 전자음으로 바꾸는 퍼포먼스를 통해 감정과 사유과정의 비밀을 뇌의 물리적 과정으로 환원시킨다.
모든 사유작용이 과연 뇌의 의식작용으로 증명될 수 있을까? 무의식은 어떨까? ‘의식과 무의식’ 섹션에서 오윤석의 작품 <감춰진 기억-꽃> 등은 바로 그러한 뇌과학의 담론 가운데 하나인, 즉 무의식을 의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와 일치한다. 일정기간 해온 운동을 오래 쉬었다가 재개했을 때, 의외로 몸은 쉽게 이전의 방법을 기억하는데, 이는 무의식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의식작용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러한 ‘머슬메모리’ 이론을 적용해, 작가가 감춰진 기억과 공포의 결과물을 극복하고자 그린 그림들이 결국은 무의식이 아닌 ‘의식작용’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기억의 층위’와 ‘뇌화한 마음’ 섹션에서 전개된 다른 작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의 비연속적이고 비선형적 기억이란 현실과 연결된 개인의 내러티브(뮌, <오디토리움>)이며, 사회의 특정 조건에 따라 의미망을 만드는 의식작용(전승일, <트라우마는 인간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김기라 변영돈, <이념의 무게_한낮의 어둠>)으로 설명된다. 흥미로운 것은 미술관 전시의 모든 방향이 인간의 뇌를 자연의 뇌로 설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모호할 뿐 아니라 그러한 것의 증거를 찾는, 어두운 ‘밤의 과학’을 언급하는 과학자도 여전히 많은데, 이러한 뇌과학적 인식이 얼마만큼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예술이 앞장서서 이러한 뇌과학의 과제들을 풀어내고 해석한다는 점은 놀라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앤드루 카니 라이드 영상 24분 2002

앤드루 카니<마술 숲> 라이드 영상 24분 2002

마음의 실체,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가
카이스트에서의 전시 <인공의 뇌, 로봇은 진화한다>는 실제적인 과학자들의 과제와 연계되면서도 창조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예술작업에 다가서고 있다. ‘로봇’을 ‘움직이다 느끼다 생각하다 표현하다’의 동사에서 접근하여 인간이 만든 로봇, 마치 ‘인간’ 자신의 재현과 같은 ‘휴머노이드’를 꿈꾸는 작업 등을 소개한다. 컴퓨터가 인식한 얼굴 구름(신승백 김용훈, <클라우드 페이스>)과 단어를 창조하는 로봇(전병삼, <전병삼룡이>)은 신기함을 넘어, 실제 인공지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묻게 한다. 한편 강현욱의 작품 <아픈 강아지>는 바이러스가 주입된 로봇인형을 통해 통제 시스템하에 놓인 인간 자아와 사회를 통찰한다. 이는 2013년 4월 19일 인공위성을 개인이 혼자 쏘아 올리는 작업을 했던 송호준의 <인공위성 메들리>에서 엿보이는, 기존의 과학자들에게만 허용된 과학실험 등 국가 권력과 분리되지 못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언급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창작센터의 <아티스트프로젝트>는 과학자와의 융합적인 작업이 아니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성과들을 내놓았다. 원동민의 <하이데거>는 과학자들의 협력 끝에 그들과 했던 인터뷰의 단편들을 모스부호로 치환한 후 그것을 음악으로 구현한 매력적인 사운드아트이다. 한편 <미디어스카이>에서 작가들은 신체 어딘가에 있을 ‘영혼’의 영역을 탐색하기도 하고(박형준, <떠다니는 신체>), 적, 청, 록을 연속으로 바라볼 때, 눈과 뇌의 협업으로 인한 잔상효과로 결국 흰색을 바라보는 인식의 불완전성(석성석, <뇌.색>)을 들추기도 한다.
대전발 과학예술프로젝트의 두 번째 활시위는 첫 번째보다 한결 힘 있게 당겨졌다. ‘눈’이 아니라 ‘뇌’로, 감각작용 및 모든 인식을 ‘뇌’의 작용으로 보는 시대가 온 것일까? 자아와 세계를 ‘뇌’로 해명하는 것은 곧 우리 삶을 물리적인 현상과 체계로 명쾌하게 이해하자는 것인데, 거기에서 예술은 과학 너머의 것을 노래하기도 한다. 마치 인간이 끝내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형이상학적 요구가 있는 것처럼,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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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페랑, 구에놀라 바공, 스테판 드구탱 <귀류법: 뉴로스위치>(왼쪽) DIY 전자장치, 종이 프린트 2014

사진 박홍순

 

EXHIBITION FOCUS 이창원 개인전

family_2009_홍차잎, MDF, 목재_252x400cm

이창원 <가족> 홍차잎, MDF 252×400cm 2009 베를린 안도파인아트 (AANDO Fine Art) 갤러리 전시광경

Shadow Casters 이창원 개인전 <그림자의 주인>

현실과 환영,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관계를 파고드는 작가 이창원의 개인전 <그림자의 주인>(2014.11.6~1.30)이 갤러리 시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현상과 그 이면을 들춰내는 장치로서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신혜영과의 대담을 통해 리얼리티와 왜곡된 이미지의 관계를 드러내는 이창원의 작업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살펴본다.

예술,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는 장치

신혜영(이하 ‘신’) 작가님 작업은 2007년에 열린 두아트갤러리 개인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지난 6월 고양스튜디오 전문가 방문 프로그램에서 처음 뵙고 이야기 나누었을 때 벽면에 붙은 작업 메모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냥 봐도 성실한 분 같은데 평소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거르고 다듬어서 작업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죠.
이창원(이하 ‘이’) 저는 저 자신이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단편적인 생각을 메모로 많이 남기는 편이에요. 그리고 관심사도 종교부터 다방면에 걸쳐있어 잡식성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사람은 어떤 TV 프로그램을 볼까 궁금해서 여쭤봤는데 당시 드라마 <내 생애 봄날>을 본다고 했죠. 나중에 찾아보고 저도 눈물 좀 뺐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힘이 빠지고 뻔한 내용이긴 한데 어느 정도 감동을 주는 면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보편적인 주제를 특별하게 풀어내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어요. 원래 평범한 이야기인데 어떤 관점,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느냐, 어떻게 펼쳐놓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 공감을 주는 작업이 되잖아요. 그런 점은 작가님의 작업과 일맥상통한다고 봐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평범한 나 자신을 조감도처럼 바라보는 거죠. 그게 작가의 시선인 것 같아요.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반복하는 것이 작가의 삶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해요.
작업에서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빛과 그림자 등 이원적인 구분이 자주 등장하고,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일상의 재료를 가지고 구체적인 사건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공통된 흐름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 관심사는 1998년 독일로 유학을 가서 저 자신에 대해 질문하면서 시작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점차 내 주변의 상황,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어요. 그리고 제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원래부터 알고 작업으로 풀어낸 것은 아니지만 제 작업에 대해 글을 쓰시는 분들이 종종 ‘플라톤의 동굴 비유’를 언급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어요. 동굴에서 사슬에 묶여 평생 앞만 보는 죄수들 뒤로 모닥불이 있는데, 그들은 그림자라는 환영을 실체라고 착각하며 그림자라는 현상의 근원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죠. 현상의 근원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곧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근데 동굴 비유가 지금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세계상인 것 같아요. 세계상은 세상에 대해 상상한 이미지인데 과거에는 종교에 따른 세계상이 있었고 어떤 시대에는 지구는 평평하다고 생각했잖아요. 세계상은 상상일 뿐이지만 굉장히 무서운 것일 수 있죠.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상상하는지 자꾸 드러내고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 없이 무의식적으로 어떤 세계상을 가지고 살다 보면 역사적으로 볼 때 위험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의무감이나 사명감을 가진다기 보다, 그런 상상이 제 작업의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작가님의 작업을 플라톤의 동굴 비유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동굴 비유가 사람들을 묶어놓고 리얼리티는 못 보게 하고 이미지만 보게 해서 이미지가 리얼리티라고 믿게 하는 거잖아요. 반면 작가님의 작업 방식은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대결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평행세계Parallel World> 같은 경우에는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공존과 대비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처음에 그림자를 보고 어떤 상상을 하는데 실제로 그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출처는 전쟁이나 재난에 대한 신문기사나 영상인 식으로요. 그것이 현실의 장면이라 리얼리티처럼 보이지만, 미디어가 보여주는 리얼리티라는 것 역시 결국 가려지고 왜곡되는 이미지잖아요.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중층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작업의 특징인 것 같아요.
요즘 저는 작업에 대해 관객이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 일종의 장치라고 상상해요. 저 자신이 보통사람인 것처럼 저는 보통사람들이 제 작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굉장히 궁금해요. 과거 세계상 속에서는 삶도 생각도 단순했지만, 지금은 서로 이율배반적인 세계상이 공존하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데 보통사람으로서 일종의 분열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동굴의 비유처럼 현상의 근원을 가린다면 사람들은 현상의 실체를 보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그것을 가리지 않으면 누구나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업할 때에도 그런 관계를 볼 수 있게 장치를 만드는 편이고, 그러면 사람들이 무심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죠.
이번 전시에서 1층에 설치된 <성스러운 빛Holy Light>은 앞에서는 종교적이고 경건해 보이지만, 뒷면을 보면 세속적인 삶을 이루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종교와 일상, 삶과 예술 등 플라톤의 이원론적 구분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인 것 같아요. 독일에서 처음 선보였죠?
네. 그동안 한국에서는 발표한 적 없어요. 전시장에서 맨 왼쪽에 설치된 작품이 2005년 독일에서 발표했던 것을 일부 다시 제작한 거고요. 그 작품에서 파생된 작업이 1층에 배치되었어요.
군복무 시절 스테인드글라스 제작 경험이 계기가 됐다고 하셨지요?
네. 스테인드글라스는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만 조율해서 공간 자체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꿔버리잖아요. 그 경험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사실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성당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성스럽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죠. 하지만 그게 사람이 만든 빛이잖아요. 그 빛을 통해 신을 느끼는 것에 대해 질문도 하게 됐어요.
그런 불경한 생각에서 시작된 거군요.(웃음) 사실 작가님의 작업에서 빛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그때부터 빛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제대하고 바로 빛에 관한 작업을 한 건 아니에요. 미대에서는 졸업할 때까지 돌, 용접 등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배웠죠. 이후 독일에 가서 사진이나 음식물 등 좀 더 다양한 매체를 가지고 실험을 많이 했어요.
독일 유학이 큰 전환점이 된 것 같네요. 조각은 실제 공간의 부피를 차지하고 물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기본 속성인데, 이후 작업들은 비정형적이고, 물질이 아닌 것일 수도 있고, 빛을 이용해 그림자가 공간을 점유한다거나 반사된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 전통적인 조각의 속성과는 거리가 먼 것들로 일관된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작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2003년 블라인드 형태의 구조에 찻잎을 뿌려서 형태를 만들면서부터였어요. 블라인드와 블라인드 사이에 재료가 어슴푸레 반사되는 빛을 어슴푸레 발견한 거죠. 그때부터 빛을 가지고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물질을 버리고 빛으로 작업했다기보다 그 빛이 여전히 물질을 지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거죠. 사람들로 하여금 반사된 빛을 보게 하지만 그 빛이 원래의 물질을 지시하기 때문에 물질을 넘어선 재료를 가지고 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작업의 재료가 찻잎처럼 대부분 일상의 하찮은 재료인데 만들어낸 이미지는 주로 영웅이나 신화 같은 것이더군요. 그런 대비가 무척 흥미로워요. 어떤 의도인가요?
영웅을 형상화한 동상은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세월의 풍파를 잘 견디는 단단한 재료로 만들지만 그 동상의 주인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이 바뀌면 금방 철거되거나 철거 논란에 휩싸이죠. 눈앞에 단단한 물질로 만들어져 있지만 사실은 연약하다는 본질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어떤 거리에서는 굉장히 웅장한 크기의 동상의 이미지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후’하고 불기만 해도 흩어지는 재료로 만들어진거죠. 게다가 찻잎은 가까이서 보면 낙엽처럼 보여요. 그런 시간성도 있고 동양적이고 명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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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플라스틱해> LED 패널, 블랙 라이트/피그먼트 프린트, 금속 프레임 44×64×8cm(각) 2014 갤러리 시몬 전시광경

왜곡된 진실을 드러내다
반사된 빛을 다룬 작업 중에서 일시적이고 고정되지 않은 형태로 그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업이 찻잎 작업인 거 같아요. 찻잎 작업 다음이 거울반사 작업이죠?
네. 제가 독일 유학 중일 때 한국에서는 찻잎을 이용한 스케일 큰 설치작업을 많이 선보였어요. 유럽에서는 리플랙션으로 이루어진 사진, 그림 작업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2008년까지 독일과 벨기에 갤러리와 일을 하면서 작품도 잘 팔리고 생계에도 큰 보탬이 됐죠. 그런데 그런 작업을 계속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진 거예요. 그래서 2009년 한 전시를 앞두고 뭔가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에 유리판에 그림을 그려 포지티브와 네거티브를 이용한 자화상 작업을 시도했어요. 나는 하나지만 여러 공간에 비춰 어떤 상황에 투영됐냐에 따라 내가 다르게 보이는 그런 작업이에요. 사실 드로잉 북을 보면 2004년부터 거울을 이용한 작업을 구상했는데 그동안 실현을 안 한 거죠.
자화상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작가가 그린 것은 유리에 네거티브 형상인데 빛에 비쳐서 그림자로 드러날 때 비로소 포지티브로 보이잖아요. 그런 방식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플라스틱해The Plastic Ocean>에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세계지도를 그릴 때 작가가 플라스틱 조각으로 표시해놓은 곳은 바다를 이루는데 우리의 눈에는 대륙이 먼저 보이죠. 그래서 오리-토끼 그림처럼 대륙인지 바다인지, 플라스틱 조각이 어떻게 놓이고 얼마나 조밀하게 모이느냐에 따라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세계지도에서 공룡과 같은 다른 형상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런 이미지와 리얼리티의 관계가 재미있어요.
도록에도 <플라스틱해>에 관해 짧은 글을 썼는데 우리가 세계를 파악할 때 육지를 실제 공간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는 빈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빈 공간에 쓰레기가 그렇게 많이 버려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반전시켜 본 작업이에요.
<엔젤 오브 더 미러Angel of the Mirror>는 어떤 작업인가요?
2013년 겨울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소장품이 옥션에 나왔다는 기사가 거의 모든 신문에 실렸어요. 기사들을 봤더니 온통 그 일가의 안목이 높았다든지 어떤 작품이 얼마에 낙찰됐다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있더군요. 그때 작가로서 예술이 과연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어요. 예술이 권력과 부의 장식에 불과한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면서 하게 된 작품인데요. 소장품 중에 하얀 천사가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거울을 들고 있는 공예품이 있었어요. 그 작품이 전 전 대통령 소장품이 얼마에 낙찰됐다는 기사의 대표 이미지로 쓰였는데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죠. 일가 사람들이 이 소장품을 가지고 있었을 때 저 거울은 무엇을 비추고 있었을까 그런 상상을 한 거죠.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왕비가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물었을 때 자신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처럼 저 거울도 광주라는 도시를 계속 비춰주는 내용으로 구성하게 된 거죠.
<엔젤 오브 더 미러>를 포함한 2층 전시는 두 개의 다른 작업이지만 하나로 느껴져서 좋았어요. <네 개의 도시Four Cities>는 바그다드, 평양, 서울, 후쿠시마라는 각기 다른 이슈를 가지고 있는 도시를 모아서 4개의 도시가 하나의 실루엣을 이루잖아요. 거기에 광주를 비추는 <엔젤 오브 더 미러>가 더해져 전체적으로 역사・정치・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도시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돋보이는 하나의 전시공간으로 다가왔어요.
우리는 미디어라는 창문을 통해서 어디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거나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식의 사건을 접하잖아요. 미디어가 바로 눈앞에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주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나랑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거리를 느끼거든요. <네 개의 도시>는 우리가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데 다른 세 개의 도시를 걸어서 몇 시간 가면, 아니 버스를 타고 몇 분만 가면 갈 수 있는 곳처럼 환영의 차원에서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사실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의 단절은 왜 생기는지 그런 생각에 하나의 도시처럼 연결해 본 거예요.
요즘에는 실질적인 거리 개념은 무너지고 심리적인 거리가 문제인 것 같아요. 미디어로 전쟁을 봤을 때 실제 전쟁의 참혹한 감정은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미디어 환경이 리얼리티를 리얼리티로 느낄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세상은 점점 이미지로만 드러나고 리얼리티는 숨겨지는 시대에 사는 것 같아요. 뉴스도 현상만 있고 진실은 가려져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해서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장치를 만든다는 말씀이 와 닿네요. 전반적인 작업이 영구적인 조각이 아니라 판매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지점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요.
한국 미술계는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와 비평 위주의 작가로 나뉘어 양극화가 심한 것 같아요. 물론 서양 역시 나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이렇게 심하진 않거든요. 설치작가도 작품을 판매하고 미술관에서는 커미션 작업을 통해 응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개인 소장가들이 일반적으로 작품을 투자 대상으로 간주한다든지 장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투자나 장식이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거든요. 작가가 성장하면 그 작업도 같이 성장한다는 점에서 투자일 수 있고 장식적으로 집이나 공간에 맞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데 교육의 문제라고 할까요.
저는 한국 사람들의 취미활동이 굉장히 섬세하고 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디오, 기계식 컴퓨터 자판, 만년필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세세한 것을 따지고 그 차이를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아직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파고들려고 하지 않고 무관심하거나 잘 모른다는 게 좀 신기해요. 그렇기 때문에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업이 관객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컬렉터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작가들이 작품이 판매되도록 잘 마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외국에서 작품을 잘 판매하는 작가들의 경우 작품 지시서instruction나 패키지가 완벽하죠. 아직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완성품으로서 마감처리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갤러리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큐레이터, 비평가, 기자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전반적으로 상승해야 겠지요.
네. 복합적인 문제죠
앞으로의 계획은요?
중국 베이징 코뮨에서 서진석, 이진명 큐레이터가 기획한 한국 작가 소개 그룹전 (2014.11.25~2.28)에 참여하고요. 연말에는 재충전해야죠.
진행 정리・이슬비 기자
사진 조영하

이창원(왼쪽)과 신혜영 이창원  쇼 케이스, 받침대, LED 조명 113×45×45cm(각) 2014

이창원(왼쪽)과 신혜영 이창원 <네 개의 도시 :바그다드, 평양, 서울, 후쿠시마> 쇼 케이스, 받침대, LED 조명 113×45×45cm(각) 2014

이 창 원 Lee Changwon
1972년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고 독일 뮌스터 쿤스트아카데미에서 파인아트 전공으로 석사학위(디플롬)를 받았다. 2003년 벨기에 갤러리 쿠세너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1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 독일, 영국, 중국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4년 제58회 인터나치오날레 베르기셰 쿤스트아우스슈텔룽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신 혜 영 Shin Hyeyoung
1975년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월간미술》 기자와 가인갤러리 큐레이터를 거쳐 현재 강의와 미술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CRITIC 이동기 무중력

갤러리 현대 2014.11.20~2014.12.28

이동기 하면 생각나는 것은 ‘비주관적 작품’이다. 그리고 대중문화와 팝아트. 지금까지 그가 경계하고 저항했던 것을 필자가 억지로 말을 만든다면 ‘개념미술적 작가중심주의’가 아닐까 한다. 먼저 이동기는 서구 개념미술에 반기를 든 제프 월(Jeff Wall)을 이야기한다. 개념미술에서 출발한 월은 그 한계를 절감하고 대중문화(광고판)와 작품의 물리적 크기에 주목했다. 즉 공허한 개념을 떠나 실제 작품을 보고 느끼라는 것. 사실 개념과 논리가 득세하는 최근 한국 미술계를 보면 월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은 작가중심주의. 이동기는 일전에 “작가는 작품의 창조자이고 마치 신과 같이 작품의 의미를 100% 규정해왔다. 작품의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야만 했다”라고 지적하며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작품읽기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일찍이 사이 톰블리(Cy Twombly)는 위계질서가 없는 낙서 같은 그림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감소시키고 익명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톰블리와 관련해 눈에 띄는 작업은 이다. ‘Doodling’은 지루한 수업이나 회의에서 딴 생각하며 낙서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 작품에는 이동기가 무심코 그린 낙서가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화면 전체엔 다양한 색의 작은 사각형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 사각형의 정체는 색종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 색종이가 흩날리는 장면을 찍어 보도한 사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색종이가 날리는 모양은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 우연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동기는 이 작품을 ‘절충주의’라고 부르는데, 절충주의의 대표작은 규모가 상당히 큰 과 이다. 에는 전단지의 글귀, 명랑만화, 광고 이미지, 작가의 낙서, 북한 포스터, 보도사진, 추상적인 그림, 패턴과 문양 등 실로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무작위로 혼재되어 있다. 그는 완성된 형태를 정해놓고 그림을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형태가 변형되는 것은 다반사이다. 그리고 소위 ‘추상’ 작업이 2층에 3점, 1층에 4점, 지하 1층에 2점 등 전시장 곳곳에 걸려있다. 이는 어떤 논리와 개념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 무의식, 우연, 즉흥으로 빗어낸 물감 덩어리이다.
이처럼 이동기의 작품에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낙서, 화려한 색채, 자유로운 형상 배치, 강렬한 북한 포스터, 상상력이 기발한 만화, 광고 이미지, 거대한 화면, 장식적인 패턴 등은 모두 개념주의적 작가중심주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회화가 가진 본연의 힘을 복권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물론 그의 작품에 개념적인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념만 보여주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개념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제안하는 그림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때론 복잡하고 혼란스럽지만, 그의 그림은 요즘 그가 관심을 갖는 ‘무중력’과 통하는 듯하다.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위 이동기 <파워 세일> 캔버스에 아크릴 360×840cm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