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로와정 – 그 정도 거리

로와정  __  그 정도 거리

갤러리 팩토리 4.30-5.25

정치는 타자와의 관계설정의 문제이다. 나와 타자의 ‘거리’는 이들의 대화 방식을 결정한다. 이 대화는 온전히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불가능성의 인정, 즉 절대적 타자성의 인정이 대화의 첫 번째 전제조건이다. 자신의 언어를 고집하는 것도, 그 언어로 재단하여 연민이나 동정을 보내는 것도 폭력에 가깝다.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나에게 개입되는 언어를 통해 나의 언어를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 대화는 온전하지 않고, 혼란스럽고, 덜그덕거린다. 불편하다. 이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이 타자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이다.
로와정은 이번 전시 <그 정도의 거리>에서 이 ‘거리’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다. 나와 타자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 없이 거리의 불편함을, 덜그럭거림을 그 자체로 보여준다. 로와정은 거리의 문제를 중심과 주변의 (위계적) 관계가 야기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경계를 지운다는 하나마나한 추상적인 답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제시하는 것은 불편함 그 자체이다. 나의 언어가 문제시되고, 타자의 언어가 문제시되는 지점. 즉, 주체가 타자가 되고, 타자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상호 타자성의 인정이 이들 작업의 지향점으로 보인다. 두 다리로 지탱하던 사다리는 서로 연결되어 공간을 구획하고 있고, 전면을 향해야 하는 모니터는 후면을 보인다. (모니터를 보기 위해서는 전면이 마주한 거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시장 배치도는 그 자릴 떠나는 순간 텅 빈 종이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공간의 시각적 장치가 나에게 불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익숙하고 편안했다. 현대미술 어딘가에서 본 익숙한 문법들이다. 낯선 상황에 대한 익숙한 문법의 제시. 불편한 상황적 언어의 제시 그 자체로 이번 전시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유지하고자 했던 ‘그 정도의 거리’가 시각적 언어로 발현되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중심과 주변의 관계가 그들이 제시하고자 했던 절대적 타자성의 인정, 상호 타자성의 지향을 자욱한 안개 속으로 가져간 것은 아닐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이제 시작된, 그리고 중요한 이들의 문제의식이 타자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다성적 공간’에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대범・미술비평

 

[Priview] 6월

코리안 뷰티:두개의 자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17~9.2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자연’과 교감하며 독창적인 감성과 미감을 보여주는 140여 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전통예술의 범주에 머물러 있던 한국미에 대한 개념에서 벗어나 한국 현대미술만의 독자성과 창조적 미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를 통해 ‘자연’에 대한 한국 작가들의 사유와 철학이 어떻게 작품 속에서 구현되는지를 살피며 자연을 향한 작가들의 시선과 공감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자연’을 보여주고자 한다. ‘자연’이라는 주제 안에서 ‘울림’, ‘어울림’의 공간으로 나눠지는 이번전시는 두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진다. 1전시실은 본질이자 근원적 형태로서의 자연을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이고 2전시실에서는 자연 풍경, 현대인과 소통, 동물과의 교감을 키워드로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의 자연에 대한 관찰, 일상의 현대인을 바라보는 애정의 시선 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는 해학미 등 한국미술의 풍부한 감성을 읽어낼 수 있다. 김광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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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낫세르 가렘

유동체(流動體)II ;  아랍현대미술전

부산시립미술관 6.4~7.3

우리에게 생소한 아랍지역 작가 및 젊은 세대 예술가들의 지성과 예술혼을 접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상대적으로 외부세계와 단절되어있던 아랍권 예술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디지털 미디어 보편화로 인해 서구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치 충돌과 의식의 변화를 다룬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또한 아랍 도시들 간의 연결고리가 강화되면서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 팔레스타인 영역문제와 경제성장으로 인한 인구이동, 정체성 문제 등 아랍권 지형의 급격한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이 전시는 모로코, 이라크,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레바논, 바레인,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아랍 10개국 작가 22명의 회화, 조각, 사진, 설치, 영상, 필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랍권 예술가들의 사적 언어와 사회정치적 그리고 개념적 조형언어를 통해 한 시대를 살고있는 국가들의 주체와 공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과 그 과정을 살펴본다.  압둘 납세르 가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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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수천

작가 재조명_긴 호흡

소마미술관 5.30~7.27

소마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쉼 없는 창작열을 발휘하며 소신있는 작업을 해온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다.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고집스럽게 지켜온 김차섭, 전수천, 한애규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전수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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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로니혼

로니혼

국제갤러리 5.20~6.22

개념 미술작가 로니혼의 개인전. 이번 전시를 위해 약 3년에 걸쳐 제작된 글라스조각, 초상 사진작업, 드로잉을 통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던 작품세계의 심화된 연구 특히 자연, 정체성, 이원성들에 대해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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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지원

김지원

부산 조현화랑 5.23~6.22

그리기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꾸준히 탐구하며 일상에 대한 사유, 사회와의 관계를 모색해온 김지원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맨드라미를 소재로 인간의 삶 죽음 본원적 생명력 등을 다룬 대형 작품과 소품 50여 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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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티엔리밍

티엔리밍

학고재갤러리 5.23~6.15

중국 수묵 인물화의 형식언어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티엔리밍의 개인전. 작가는 의도적으로 같은 소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여러 소재를 사용해 현대화 된 중국의 모습을 수묵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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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본느보그

이본느보그

표갤러리 6.11~30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호주로 이주해 유럽, 일본 등지에서 작업하는 이본느 보그의 개인전. 작가는 공간의 이동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공간과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형태, 색상, 질감 그리고 구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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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해선-무제(1950년대)

VIP 1950-60: 빈티지사진

북서울미술관 6.10~10.12

명지대학교 한국사진사연구소와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1950-60년대 한국현대사진사의 대표작품을 살핀다. 현일영 이해선 이형록 한영수 홍순태 주명덕의 작품을 통해 한국현대사진사의 흐름을 조망한다. 이해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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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최인선

최인선

아라아트갤러리 6.5~8.5

1989년부터 생각의 형태화, 사고 조각, 지각의 창, 미술관 실내, 날것의 빛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 최인선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대작 40점을 포함 약 370점의 작품을 통해 25년간의 작품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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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강형구

Oh! Marilyn!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5.13~7.20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 등 시대의 상징적 인물을 소재로 초상작업을 진행하는 강형구가 특히 주목했던 시대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린 마릴린 먼로의 초상과 작가가 소장한 사진, 포스터 등의 자료가 함께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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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백순실

백순실

금산갤러리 5.28~6.20

인간의 감각을 한 화면에 조화롭게 표현하는 작가 백순실의 개인전. 작가는 ‘보이는 소리 들리는 색’을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서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화면에 청각을 끌여들여 신간 속에 생겨났다 사라지는 소리를 그림이라는 공간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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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어스트 뮐러

Silence is Movement

아트클럽1563  5.23~7.30

존 케이지의 작품을 중심으로 크리스티안 하케 호어스트 뮐러 마리케 하인즈-혹 권순학 천경우 천영미가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는다. 이번 전시는 시각미술의 범주를 확장시키며 현대미술의 시초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호어스트 뮐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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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김윤수

지금 그리고 저편

누크갤러리 5.22~6.29

각각 다른 방법으로 현대사회의 단면을 작업에 담지만 작업 속에서 ‘지금, 여기’가 갖는 문제들이 가져올 ‘저편’을 생각하는 김윤수·노충현의 2인전. 앞에 놓인 문제만을 생각하는 작업이 아닌 그로 인해 다가오는 저편을 풍경으로 보여준다.  김윤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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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김선형

김선형

고려대학교박물관 5.27~8.21

블루라는 색에 먹의 역동성을 결합해 이상향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김선형의 개인전. 2008년부터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를 소재로       ‘Garden Blue’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작 중심으로 총 59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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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김기라

김기라

페리지갤러리 5.30~7.5

페리지갤러리의 개관기념전. 작가는 이념·계층·지역갈등 같은 사회적 문제를 회화, 설치 등의 작업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회의 각종 대립 속에서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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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최대진_회전목마_2014

지구적 산책

스페이스 비엠 5.24~6.30

김수영 염중호 최대진 작가가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 도시를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놓는다. 평범한 사실들이 나열되는 풍경 속에서 인식의 상투성을 해체하는 방법을 15점의 작품을 통해 제시한다.  최대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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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강홍구_영도04. pigment print .100x120cm.2012

사회적 풍경

LIG아트센터 5.22~6.28

강홍구 이상원 이혜인 전소정 정재호 진기종이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다. 유토피아적 세계가 아닌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사회와 예술의 접점을 모색하여 현실 이면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본다. 강홍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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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박성란

박성란&정지훈

사루비아다방 6.20~7.19

지역 간에 단절된 소통을 원활히 하며 지역 미술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지역네트워킹 프로젝트 2014’.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루어지는 이번전시는 박성란 정지현이 참가하여 큐레이팅 과정을 통한 성과물을 전시한다. 박성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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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미정

이미정

쿤스트독갤러리 5.30~6.12

사회에서 규정한 강제성이 개인의 역할을 구속하고 하나의 가치로 대변되는 세상을 비판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내는 이미정의 개인전. 작가는 열심히 일하는 노동의 가치만이 옳다고 인정되는 사회 안에서 개인의 주체적인 행동 방향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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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박진아

박진아

하이트 컬렉션 5.30~8.2

출발지와 행선지라는 이질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 장소인 공항을 무대로 작업을 진행하는 박진아의 개인전. 완결성을 지닌 공간이 아닌 이동 통로이며 스치는 공간으로서의 공항을 현대인의 삶과 연결지어 부유하는 듯한 붓질과 색감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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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방앤리

Arrival: Unexpected Dialogue

갤러리 시몬 5.20~7.4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된 젊은 작가 그룹전.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방&리, 조애리, 박윤경이 참여하여 설치, 회화, 미디어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옴니버스 형태의 전시로 앞으로 펼쳐질 현대미술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 방&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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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권순영

권순영

갤러리 팩토리 5.31~6.22

폭력과 희생의 이야기를 다뤄온 권순영이 회화, 드로잉을 통해 고통이 소비되는 현실에 주목한다. 폭력이 발생하는 사회의 구조적 측면이 아닌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애도를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하고 그 내부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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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줄리앙스피와크

줄리앙 스피와크

트렁크갤러리 5.29~6.24

신체의 일부를 가구의 부분으로 설정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습에서 나타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내는 줄리앙 스피와크의 개인전. 작가는 몸으로 표현된 조각을 통해 신체의 지각, 환경과의 관계, 시간성 등 확장된 의미를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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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옥

권순옥

갤러리 아리수 6.18~24

수묵에 담담한 채색을 곁들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권순옥의 개인전. 작가는 주로 파랑, 분홍, 노랑 등 자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색과 먹을 함께 사용해 부드러운 색채 속의 힘있는 필력을 조화롭게 구성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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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은선

이은선

갤러리 조선 6.5~27

관계에 대해 탐구하고 시각예술을 통해 이를 실험해 온 이은선 작가의 전시 ‘소실점’.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작가가 일관되게 선보여온 색종이로 꽃을 접어 흔적을 남기는 작업과 벽화, 설치 작업 및 많이 알려지지 않은 초기 작업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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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송필용

3인의 사유

온유갤러리 6.19~7.14

소통과 빛, 자연과 삶 그리고 기억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박성태 송필용 최철의 단체전. 다른 예술분야의 작가들이 만나 사유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고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과 사유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송필용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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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심영철

심영철

제주현대미술관 6.14~8.22

복합채널을 통해 소통을 극대화 해온 작가 심영철의 작업 세계를 되돌아본다. Cosmic Matrix라는 타이틀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들이 아우러져 한층 더 진화된 ‘우주’의 색과 소리, 그리고 미지의 형상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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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옥,_A_dress-skin,_91x130,_oil_in_canvas,_2014.

Perfect skin

샘표스페이스 6.2~7.4

대중매체로부터 강요당한 아름다움의 기준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생각해본다. 대중잡지에 등장하는 여성 이미지를 재해석한 전상옥과 지희킴이 회화·드로잉·설치작품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전상옥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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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이재삼

이재삼

아트사이드 갤러리 6.10~7.2

대나무, 소나무, 매화 등 한국적 정서가 짙게 담긴 소재들을 캔버스 위에 목탄으로 표현해 온 이재삼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국적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달빛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에 흐르고 있는 한국적 감수성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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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강순자_월간미술

강순자

에이블파인아트뉴욕갤러리 서울 6.4~17

화면을 꽉채워 구성하지 않고 여백을 살려 ‘비어있음’을 통해 삶의 진리를 이야기하는 작가 강순자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화면에 구성된 두가지의 물체사이의 간극과 여백을 이용해 삶을 성찰하며 조화로운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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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라온 장은경

장은경

울산 라온갤러리 6.10~22

‘순수’를 화려한 색과 감각적인 형상으로 구현하는 장은경의 8번째 개인전. 작가는 하늘, 집, 계단, 문 등 다양한 대상을 소재로 삼아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행복에 대한 염원을  ‘Nerverland’ 시리즈를 통해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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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정민희

공생공유

부산 홍티아트센터 5.15~6.20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삶과 그 배경이 되는 공간인 도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본다. 변대용 손몽주 유혜수 윤영화 이석 정민희 조영주와 협력작가 12명이 생각과 작품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다. 정만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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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박정희

박정희

세종갤러리 5.27~6.8

꽃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박정희의 개인전. 각박한 삶의 현실을 벗어나 밝고 따뜻한 색채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일상을 소박하고 따뜻하게 표현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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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홍경표

홍경표

부산 갤러리 조이 5.24~6.24

울진을 중심으로 한 동해 풍경을 소재로 작업하는 홍경표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의 삶의 기반인 동해의 남성적이고 강인한 자연 풍경을 빠르고 거친 붓놀림을 통해 전달한다. 동적인 이미지에서 시각적 쾌감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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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우영희

우영희

부산 해운대아트센터 6.24~29

화려한 색채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통해 꿈과 현실에 대해 작업하는 우영희의 개인전. 작가는 양분된 화면을 이상과 현실로 구분해 삶에 대한 단상을 허무함과 그리움으로 나타내며 등장하는 여인의 표정과 자세에 감정을 이입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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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상민

이상민

갤러리3 5.21~6.15

판유리에 형상을 새기는 과정을 통해 작품에 시간을 담아 조각하는 이상민의 개인전. 작가는 대상의 형태를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조각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며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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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티에고 모데스토

상상의 숲

갤러리 가비 6.20~7.4

브라질 작가 티아고 모데스토의 작품 12점과 한국적 요소가 짙게 가미된 서하나의 회화작품 8점을 선보인다. 동화의 대표적 소재인 숲과 동물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티아고 모테스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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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마레 배달래

배달래

부산 갤러리 마레 6.10~23

생명과 환경,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배달래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생명에 대한 관심을 비무장지대라는 장소로 옮겼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생명의 흔적들을 통해 작가만의 ‘찬란한 슬픔의 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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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은효진

은효진

갤러리 예담 6.18~24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해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질병과 배고픔에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앵글에 담았다. 이번 전시의 작품 판매 수익금은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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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김진혁작

아-안중근

대구 우봉미술관 6.21~27

중국 하얼빈시의 안중근 기념관 개관을 기리고 안중근 의사를 추념하기위해 김진혁과 중국 수묵작가 권오송이 모였다. 이번 전시에서 권오송의 최근작 20여 점과 김진혁의      <아! 안중근-붉은 소나무> 시리즈 20여 점을 함께 선보인다. 김진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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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곽연진

곽연진

갤러리 올 6.11~16

‘꿈’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인간 무의식중에 존재하는 관계와 인연에 대해 고민하는 곽연진의 개인전. 작가는 인물이 부각되는 그림을 통해 얼굴에 담긴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내면을 형상화하며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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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이남

상상공장 살아있는 미술관

문화공장 오산 5.1~6.29

구본석 김성호 김진화 박성순 박현웅 서희화 소현우 이이남 전경선 정찬부 주후식 최성철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대미술의 창의성과 미래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산업의 발달로 나온 폐자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이남 작

[Review]토탈리콜-기록하는 영화, 기억하는 미술관

토탈리콜  __  기록하는 영화, 기억하는 미술관
일민미술관 4.11-6.8

<토탈리콜전>은 미술관과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맥락에 따라 보여주기의 제시와 수용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다룬다. 미술관과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차이는 생산자(작가)에게는 형식의 가변성으로, 수용자(관객)에게는 감상의 자율성으로 요약된다. 이 차이를 좌우하는 것은 공간이라는 요소의 개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의 관건은 작품 배치와 설치에 있어 공간이라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식에 있다.
일단 블랙박스를 피하려고 한 미술관의 의도는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영상물로만 구성된 전시에서 공간의 분리는 이미지와 소리의 간섭을 피하는 손쉬운 방식이나, 영화관과 다른 종류의 지각 경험을 지향하는 기획 의도에 위배된다. 대신 주최 측은 공간을 터 작업 간의 간섭을 수용하되 이를 통제하는 쪽을 택했다. 이 경우 실질적 난점은 이미지보다 소리에 있다. 빛의 산란은 스크린의 방향을 달리함으로써 극복 가능하며, 시각의 인지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서 타 작업의 존재가 감상에 실질적인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반면 소리의 중첩은 관람의 주요 방해물이다. 모든 작업에 헤드폰을 배치할 때 소리의 간섭은 사라지나 관람 가능한 관객의 수가 제한되고, 스피커를 선택하면 다수의 관객이 관람 가능하나 산란 효과가 극심하다. 미술관은 음향의 유무와 비중, 자막의 존재 여부에 따라 헤드폰과 스피커를 혼합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 딜레마에 대응한 듯하다. 예를 들면 스피커와 헤드폰을 혼용한 <고진감래>(2014)를 음향이 없거나 헤드폰만 배치한 작업 사이에 배치해 소리의 충돌을 피하는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음향이 있는 작업으로 구성된 2층의 경우 미술관 측의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소리의 방해가 현격해서 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고충임이 드러난다.
한편, 개별 작업을 공간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은 기획 의도를 구현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 배치에 비해 미흡한 감이 있다. 이 전시에 참여한 9팀 중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셋이나, 그중 상영이 아닌 설치라는 차이를 분명히 구현해낸 작가는 정윤석이 유일하다. 흰 벽 대신 나뭇결이 드러나는 거친 가벽에 투사된 영상은 흔들리는 화면 및 거친 숨소리와 함께 용산참사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육화해낸다. 영화계 기반의 작업 중에서 영사기, 스크린, 관객, 공간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예는 이행준+홍철기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영사기 앞 아크릴판에 반사되어 산란되는 그림자는 빛이 만들어낸 환영이라는 매체의 근본 조건을 드러낸다. 같은 맥락에서 공간의 해석에 있어 의미 있는 시도는 단채널보다 다채널 설치다. 하지만 3채널 작업인 김소영의 경우 채널들의 이미지와 소리가 서로 조응하며 합을 이루기보다 연관된 작업 세 개가 병치된 쪽에 가까웠다. 양면 스크린을 활용한 배윤호의 작업 역시 양쪽 영상 간의 대조가 뚜렷하지 않고 음향의 차이도 모호해서 설치의 효과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상영 장소는 특정한 관례를 함축한 구축된 제도의 상징이다. 미술과 영화라는 별개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이 전시는 융복합 프로젝트가 부상하는 동시대미술의 추세를 따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장르를 규정하는 규범에 대해 재고하는 자기성찰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문혜진・미술이론

[Review]이제-온기

이제  __  온기
갤러리 조선 3.12-4.18

회화는 그녀 자신이 거주하는 세계를 가장 간결하며 필연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자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이다. 이 세계는 폐쇄적이며 섬처럼 독립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고립된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세계는 그녀 자신과 그 밖의 존재들, 사물들, 운동들의 총합이다. 그럼에도 회화는 세계를 간략하게 스케치하고 있다. 마치 세계의 표면을 가볍고 부드럽게 쓰다듬듯. 통속적이며 일상적인 그러나 별 볼일 없는 풍경이 스냅사진처럼 툭툭 던져진다.
사물들, 사건들이 던져져 있다. 그것이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걸 듯, 그러나 자신의 말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의 대화방식처럼. 불가능한 대화 또는 말걸기. 버벅거리는 혼잣말.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벽을 더듬거리며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흔히 볼 법한 어둑하고 그늘진 애매모호한 풍경이 펼쳐진다. 평범한 일상에 편입되지 않은 또는 거부하는 사물들, 사건들이 연속되는데, 이는 무척이나 미시적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끝맺고 제한하지 않는다면 세계와 사물과 사건은 결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회화의 고유한 존재방식이기도 하다.
그림은 바람을 담고 있고, 사물과 사건을 담고 있다. 검은 새가 불길한 전조를 뿌리면서 세계를 가르면, 검은 인물이 빛 없는 거리에 누워 있으면, 제주도와 브루클린과 종로바닥에서, 해가 지는지 빛이 엷게 번지면, 그녀들은 지나쳐 가고 자동차는 달리기를 멈추고 세계는 불현듯 다가온다. 세계가 너무 갑자기 다가오기 때문에 결코 화합하지 못한다. 그 안에 온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삐져나온다. 회화는 그렇게 세계와 결코 만날 수 없는 순간을 담는다. 애초에 실패하는 사건이기에 세계를 담아내는 재료나 방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회화의 위태로운, 숭고할 정도로 불안한 존엄성이 드러난다.
회화는 단순한 재현의 기술, 눈속임 같은 것이 아니다. 무한히 열려있는 구멍들, 차원들의 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와 만나고 세계를 번역하는 불투명한 시선들, 언어들, 거의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는 마법적인 순간들. 회화는 그 순간에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 아주 미묘하게 흘러가는 공기의 흐름마저 이미지로 포착되는 것. 그 이미지는 투명하기도 하고 불투명하기도 하다. 빛이 있고 그림자가 있는 이미지들이 세계와의 불가능한 만남을 열어놓는다.
작가가 애써 묘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풍경이 곧 회화로 제시된다. 이렇게 엉성하고 구멍이 많은, 그리하여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어딘가로 흘러가버린 텅 빈 회화를 깊이 껴안는다. 몇 년 전 웃통을 벗고 정면을 바라보던 작가의 자화상처럼 회화는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누구에게나 가슴은 있다. 그녀는 가슴으로 말하고 가슴을 향해 말을 건다. 세계와 만나는 아주 단순한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고통을 전달한다. 나는 그녀를 통해 회화, 풍경, 세계와 사물이 분리되지 않는 어떤 순간, 어떤 장소를 확인한다. 아니 차라리 한 편의 시(詩)를 본다.

김노암 ・문화역서울284 전시감독

[Review]한효석-Crematorium-공중부양돼지

한효석  __  Crematorium-공중부양돼지
갤러리 아트사이드 4.10-5.1

전시장에는 얼굴 피부가 벗겨진 인물 초상화가 있고, 한켠에는 머리가 둘인 새끼돼지 형상이 금박이 된 채로 진열대 안에 설치되어 있으며, 아래층에는 덩치 큰 어미돼지와 새끼돼지들이 뒤엉킨 채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데, 이 형상들은 그 크기와 색이 실제와 완벽하리만큼 똑같이 재현되어 있어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다. 그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장면을 실제와 혼동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시장 입구에는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불덩이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이 열정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익명인이 잠시나마 욕망과 망각의 멍에를 내려놓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작가의 글이 쓰여 있다.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하기에는 작품을 처음 대할 때의 인상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고깃덩어리 초상과 돼지의 죽음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고깃덩어리로 묘사된 인물과 눈이 마주치면 마치 얼굴 피부가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약간의 감정이입이 가능한 정도이다.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니 그렇다면 저 끔직한 것들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갖게 하려고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자행한 결과라는 것을 눈앞에 던져놓고서 우리에게 죄의식을 갖도록 하려는 것일까.
이번 전시는 <검증되지 않은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의 개인전 이후 작가가 5년만에 연 전시이다. 말하자면, 5년 동안 준비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살덩어리 초상과 돼지 사체로 이루어진 전시는 그때와 구성이 비슷해 보인다. 다른 점은 이전 초상화가 동양인이 주를 이룬 반면, 이번은 서양인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고, 조각에서는 돼지형상과 본인의 두상을 결합한 작품이 아닌 온전히 돼지 사체 자체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얼굴의 피부를 벗겨낸 초상화에 대해 작가는 인종이나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얼굴의 본질에 대한 묘사이며, 이는 인간 존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얼굴의 골격이나 생김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한갓 고깃덩어리여서 동양이든 서양이든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조각에서 본인의 두상을 제거하고 오로지 돼지 사체로만 묘사한 점은 큰 변화로 보인다. 예전의 작품이 동물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나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 작품에선 죽음을 직시하는 작가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괴기스러울 정도로 생생한 돼지사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 시간 돼지농장에 작업장을 만들고, 번식을 위해 길러지는 모돈(母豚)이 죽거나 비좁은 우리에서 새끼돼지가 죽으면 바로 실제를 본떠서 작업을 했다. 모든 죽음은 인간이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최대이윤을 내기 위해 구축한 환경에 의한 것이다. 그는 돼지 사체를 통해 죽음을 얘기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자행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동물을 ‘살처분’하는 끔직한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먹거리의 풍족함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지 못한다. 고깃덩어리에 대한 연민에서 과잉생산의 욕망이 만들어낸 돼지사체라는 결과물은 우리에게 인간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육당하고 살처분당하는 동물로부터 우리가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는 홀로코스트나 테러 등을 목격하면서 인간의 잔혹함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이러한 재난들은 비록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그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대체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붕괴나 추락, 그리고 어떤 침몰 등 현대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잠재적인 것이 부분적으로 현실화되는 것이면서, 동물의 생매장과 홀로코스트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한효석의 작품은 지극히 혐오스럽고 끔직하다. 그는 “미술이나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없는 것들을 끌어오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현대예술은 아름다움이 예술의 고유한 미덕이라는 전제을 포기한지 오래다. 결국 자신의 피를 얼리거나, 동물을 산채로 절단해 박제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충격은 감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감상은 이제 이성이 아닌 감성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돼지 사육은 단지 거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가올 재난의 암시일지도 모른다. 재난을 재현하는 것은  현대예술에서 금기시되곤 한다. 끔직한 현실을 재현하기에 예술의 모방적인 방식은 본질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에 대한 암시는 예술이 해야 할 임무일 수도 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예언할 수 있는 힘은 상상력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고, 상상력은 여전히 예술의 고유한 덕이기 때문이다. 한효석의 작품을 보면서 예술에 있어 재현에 대한 윤리를 생각해 보게 된다.

박순영・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Review]이원철-Time

이원철  __  Time
스페이스22 4.3-29

1970년대 초,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와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던 세션 연주자들이 있었다. 앨런 파슨스와 에릭 울프슨인데, 그들이 1975년에 결성한 그룹이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The Alan Parsons Project)이다. 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진보적인 음악성과 세련된 사운드로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진작가 이원철과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술관에서 공원을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하였는데, 작가의 <The Starlight>시리즈 작품을 대면하는 계기가 되었다. 야간 촬영이지만, 생경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작품은 매우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그때부터, 이원철의 작품을 관심 있게 보았다. 그 보다 먼저 제작된<unfinished…>시리즈는 호주 유학시절에 묘지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는데, 역설적으로 삶의 마지막 의식을 치른 묘지를 ‘완결되지 않은’,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제목의 전시로 만들었다. 귀국 후에 전국의 고분을 소재로 <The Starlight> 때처럼, 야간 촬영 노출 정도에 맞춰서 생과 사가 공존하는 생경한 풍경을 특화된 감각과 공간적인 표현으로 연출하였다. <The Starlight>가 낮과 밤, 빛과 어두움, 시간성의 숨은 현상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unfinished…>는 삶과 죽음, 인간의 실존과 부재에 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시리즈의 미덕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동화 같은 시각적 볼거리와 서정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원철이<Time>으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로 작품의 변화와 작가가 나아가려는 방향이 명확하게 보이는 듯하다. 우선, 좋았던 점부터 말하자면, 작가가 10여 년 전부터 일관되게 탐구하고 진행해온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주제는 <unfinished…>, <The Starlight>의 연장선상에서 결론에 가까울 정도로 정답이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는 시간과 영원성에 관한 내용이다. 화면 안에 움직이는 사물들은 장(長)노출기법에 의해 사라지듯 표현되고, 영원한 것은 시간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시곗 바늘도 영원으로 인도하는 도구로서 존재할 뿐이므로 그것이 제거됨 또한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London United Kingdom> 시리즈 중에 실내 기차역 같은 장면과 이름 모를 현대식 건물사이의 휴식 공간, HSBC은행 건물이 있는 담벼락 작품을 보면서 영국 출신의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가 1980년 발표한 <Time>이란 노래가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사진과 음악이라는 장르를 관통하며 다가오는 감흥(感興)은 분명히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예술이 지니는 확장성인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최상의 단계에 이르렀음이 통했다고 하겠다.
이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품의 배경으로 나오는 8개국 도시의 풍경들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전시의 중요한 개념이 시간성에 있다. 바꾸어 말하면, 장소성에 큰 비중이 없다는 것이다. 나머지 작품들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문화와 건축양식의 장소성이 주제의식을 약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장소를 짐작하기 어려운 넓은 실내 공간의 시계들을 소재로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이국적인 풍경과 화려한 건축양식에 주제의식이 희석되지 않고, 움직이는 모든 사물이 실루엣의 잔상으로 존재와 부재를 넘나드는 여운을 보여주었을 때, 시간의 영속성(永續性)과 미학적인 깊이는 배가(倍加)되었을 것이다. 이런, 나의 판단이 오판이라는 가정도 해보았다. <The Starlight>, <unfinished…>에서 보여준 시각적인 볼거리를 위해 건축적인 장식미를 도입했다는 가정을 해보아도 주제의식을 약화시키는 선택이라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원철 사진의 시각적인 볼거리는 인간들이 구축해놓은 인공물이 아니라, 빛과 어두움인 자연현상에 적절한 사물과 결합된 개념 있는 노출의 미학에 의해 성립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도록에 쓴 필자의 말을 인용하여 ‘현상 너머의 실재에 대한 탐구’임을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접근해도, 이번 ‘Time’이라는 주제의 무게와 깊이를 담기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진작가 이원철에게서 받았던 첫인상, 즉 현실에서 보기 힘든 동화 같은 풍경(Atopia)이나 낯선 장소(Unfamiliar place)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 데 대한 만족과 그에 따른 기대가 커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성이란 주제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작가로서 평생을 매달려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Time>에 반복되는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to the sea”(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강이 바다가 되듯 계속 흐르고 있다.), Till it’s gone forever…(영원히 끝날 때까지…)Gone forever…(영원의 끝…) Gone forevermore(언제나의 끝…)
세월의 무상함과 시간의 영속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가사 내용이다.  끝.

손성진・소마미술관 큐레이터

 

[Review]방&리-Friendship is universal

방&리 __ Friendship is universal
대안공간 루프 3.28-4.29

각종 오브제들과 언어가 뒤섞인 방&리의 전시 작품들을 엮어주는 매체는 단연 ‘빛’이다. 전시장의 입구에서 관객의 발을 멈추게 하는 거대한 무대조명은 리드미컬한 음악처럼 전시장을 환하게 비추거나 어둡게 하는데, 밝혀지고 어두워지는 대상은 그 작품 앞에 서 있는 관객들이다. 작품이 말하고 관객이 듣는 고전적인 위치를 전복시키려는 듯 조명은 관객이 선 자리를 명료하거나 불명료하게 비춘다. 할로겐 조명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제목은 <Bury your head in the sand like an ostrich>. 이 제목은 작가의 의도를 밝히기도, 숨기기도, 회피하기도 한다. 명령문으로 이루어진 제목의 작품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각성이 일어날 지, 의미가 어긋나는 불편한 느낌을 감수할지는 개별적 시간 속에 있는 개별적 관객의 몫이다.
광섬유를 이용한 작업과 LED 조명을 이용한 그들의 작업은 대체로 언어를 이용한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 <Can’t take my eyes off you>, <Our daily bread>, <Friendship is universal>, <Cul-de-sac>, <Elephant in the living room> 등의 작업은, 빛을 기본으로 하는 뉴미디어를 이용해 실제 언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당혹스러운 점은 대개 언어를 이용한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딱 떨어지는 통쾌한 이유나 명확히 의도된 불일치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장과 ‘우리의 일용할 양식’의 관계,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는 문장과 동일한 작품에서 보이는 화면의 인터랙션, ‘elephant’와 ‘象’과 화면에서 보이는 흐린 영상들, 박제된 산양의 몸을 감싸고 있는 ‘죄’라는 글자의 네온 빛, ‘우정은 보편적이다’라는 문장에 연이은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이 문장이나 단어들이 언어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해되어야 할 것 같은 기대를 지속적으로 저버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많은 매체와 많은 언어, 그것들이 기존의 좌표를 잃고, 혹은 본래의 의무를 벗어나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것 같은 혼란스러움은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거의 모든 작품에 내재되어 있다. 그것이 정서이든 메시지든, 그들은 수렴이 아닌 발산을 전략으로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선택한 매체의 은유, 그들이 선택한 명료한 언어의 불명료성, 이러한 특성들이 차후의 작품들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지켜보고자 한다.

이윤희・미술비평

[Review]박미경-역사 없는 밤의 세계

박미경  __  역사 없는 밤의 세계
송은아트큐브 4.11-5.28

언뜻 보면, 태곳적 자연의 모습인 듯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웅장한 규모와 깊이, 중량감을 가진, 인간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언어와 야생의 규칙만으로 구성된 풍경. 그것이 박미경의 그림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면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현실의 시간, 현실의 공간을 채록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기억에서 연동하여 자동기술처럼 토사하고 쌓아올린 형상들로, 자연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풍경처럼 보이나 풍경이 아닌 그림인 것이다.
이처럼 기억의 재구성과 변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그의 그리기는 독특한 공정(?)이 요구된다. 우선 그에게는 무엇을 그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빈 캔버스 위에 점이나 선과 같은 단편적인 조형 요소들이 단서가 되어 작가의 기억 속 편린들을 자극하고 그 감정의 부추김에 의해 다음 단계의 전개 방향이 무의식적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 속에서 작가의 의식으로부터 호출된 낱낱의 기억들, 무의식으로부터 연원된 무수한 우연과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돌발적으로 교차하고 상충하는 자가증식의 과정을 거쳐 낯선 풍경과 같이 전혀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무의식과 꿈에서 자신들의 리얼리티를 찾고자 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의 자동기술법과 어느 정도 유사해 보이기도 하나 박미경의 경우, 현실의 의식적 상황들을 부정하는 방편으로서의 ‘설정’이 아니라 현실의 경험과 기억을 의식하면서 초현실의 세계로 나아가는 중간 과정의 ‘소임’이라는 점에서 그와는 다른 지점의 수행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미경의 회화에서 두드러지는 표현적 특징은 거대 서사적인 화면 장악력과 캔버스의 배후로까지 넘어갈 듯한 디테일의 깊이라는 상극적인 감성 표현이 탁월하게 조우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작은 이전에 비해 풍경적 표현의 스케일이 장대하게 발전했는데, 그 까마득한 거리감으로 인해 심리적 공간이라는 정황마저 망각한 채 시각적 경외심에 설득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의 확장은 그의 기억과 심리에 근거한 감정이 어떤 식으로든 영역을 넓혀 발산된 것으로 이해된다. 무채색을 선호한 것이 한없이 가라앉는 어둡고 묵직한 심리의 표정인지, 나이프의 경직되고 날선 단선의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는 기억 속 상처와 예민한 정서를 들춘 것인지, 혹은 그 모든 것을 넘어서려는 단호한 의지의 선언인지는 여기서 부차시된다. 박미경에게 중요한 것은 그리기라는 행위 자체와 캔버스 위에 새롭게 나타난 과거 속 수많은 박미경과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끄집어내고 다시 곧추 세우며 나아가려는 그의 심리 풍경은 기억의 씻김과 의식의 안식을 위한 본능적 행위처럼 다가온다. 그의 예술적 진중함과 진득함은 당분간 이 지점에서 발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주・OCI미술관 수석큐레이터

[Review]선을 치다

선을 치다
우민아트센터 2.13-4.19

선을 ‘긋다’ 혹은 ‘그리다’가 아닌 ‘치다’라고 명명한 제목은 드로잉의 확장을 함축적으로 선언한다. 드로잉(drawing)이 단지 작품의 밑그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하나의 중요한 장르라는 아이디어에 근거한 전시는 많이 있었지만 대개는 그리기 기법에 충실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데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전시는 2차원의 평범한 드로잉을 넘어서 입체, 설치, 영상 등 다양하게 변주하는 드로잉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시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송진수의 작품은 마치 펜으로 빠르게 그려나간 스케치처럼 보이지만 실은 굵은 철사를 연결하여 만든 속이 텅 빈 입체 조형물로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3차원의 공간에 그려진 선이라는 점에서 드로잉의 고정관념을 깰 뿐 아니라 동시에 조각이란 본디 양감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개념도 뛰어넘고 있다. 곧이어 만나게 되는 김보민의 동양화는 선 하나에도 작가의 정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동양화의 전통을 꼬집기라도 하듯 라인테이프를 들여와 과장되게 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지는 김철유의 펜 드로잉은 컴퓨터로 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까이에서 화면을 관찰하면 펜의 세밀한 번짐과 자연스러운 육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작품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로잉이라는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기존 관념의 해체를 통해 드로잉의 새 관점을 제시한다. 전시 동선과 상관없이 8명의 작가가 각각 송진수 김병주의 공간 입체 조각, 양연화 이정민의 애니메이션, 김보민 이승현이 보여주는 선의 확장과 재해석, 김정주 김철유의 세밀한 펜화 등으로 짝을 이루며 상호 소통하는 점도 흥미롭다.
본 전시는 개관 3년 만에 심도 있는 전시 기획으로 ‘이동석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중부권의 주요 미술관으로 자리 잡은 우민아트센터의 2014년 첫 기획전으로, 외부 큐레이터를 초청하여 확장된 시선을 보여주려는 시도에서 기획되었다. 전시를 맡은 큐레이터는 사회적 이슈를 진지하게 다루는 기존의 전시기획과 맥을 이으면서도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선보이기 위해 ‘드로잉’을 주제로 선택했다고 한다. 꾸준하게 젊은 한국 작가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선’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어낸 기획력이 돋보이며, 우민아트센터의 넓은 공간을 조화롭게 채워 시각적인 즐거움도 충만하다.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Review]최인선-날것의 빛

최인선  __  날것의 빛
갤러리3 4.4-25

전시장에 들어서면 백색의 색점들이 다채롭게 반짝거리며 나란히 놓인 3점의 <백색의 침실>(2013) 시리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왜 이런 작품을 그렸는지를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관람자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퍼져나가는 듯한 감각의 축제 속에 던져진다. 그러나 숨을 돌리고 찬찬히 살펴보면, 그 감각의 축제는 단순한 감각적 쾌락의 장면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물성이 짙게 드러나는 날것의 빛, 색으로 이루어진 점, 선, 면, 그리고 회화공간의 구성은 최인선이라는 작가가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회화와 인간 사유의 본성에 대해 얼마나 치밀하게 회화적 행위를 통해 사유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최인선은 타고난 모더니스트이다. 그는 자신의 회화에 대해 ‘감각논리’나 ‘색채질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감각은 세계의 사물들과 그 성질들을 우리 마음속에 질서지우는 통로이다. 미술가의 사유는 감각논리로 형상화된 색채질서로서 드러난다. 나는 이번 최인선의 전시를 통해 한 명의 포스트모던 모더니스트를 보았고, 최근 예술학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감성적 인식의 과학이 최인선만의 감각논리와 색채질서로서 육화되는 현장을 보았다고 해야 할까?
<백색의 침실>이 보여주는 눈부신 백색 점들로 구성된 화면은 숨쉴 틈을 만들 듯 사이사이에 올려진 원색의 두꺼운 색점들로 인해 더욱 다채롭고 경쾌한 빛의 향연을 선사한다. 빛을 만드는 것은 그림자이며, 그림자 없이는 빛이 없다. 빛과 그림자는 형상을 만든다. 최인선의 화면에 쏟아지는 무수한 백색 점은 화면에 바로 짜낸 두꺼운 물감덩어리의 색점 하나하나가 스스로 그림자를 품고 있기에 영롱한 빛으로 현현한다. 그것은 감각 속에서 육화되는 빛, 물감덩어리들이다. 백색점 하나하나가 서로 어우러져 반짝거리는 화면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은 작가의 치밀한 감각적 사유가 색채질서를 통제하고 있기에 가능한 즐거움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색점으로 이루어진 빛을 보면 인상파가 떠오른다. 언뜻 보면 ‘날것의 빛’이라는 용어는 인상파 화가들의 감각인상으로 파악된 빛과 유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상파의 빛이 자연 관찰과 광학적 사실주의를 드러내는 태양이 비추는 야외의 빛이라면, 최인선의 빛은 태양이 없는 실내로 들어온다. 그것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 마음속으로 들어온 ‘날것의 빛’이다. 인상파의 빛이 태양에 기원을 둔 ‘광학적 과학’의 빛이라면, 최인선의 빛은 세계의 물성을 감지하는 몸, 감각적 사유라는 ‘마음의 과학’이 창조하는 빛이다. 그의 빛은 감각의 총체로서 몸이 미술의 집인 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개념화로 걸러지지 않은 생생한 빛이다. 이것이 그가 <뮤지엄 실내-날것의 빛>이라는 제목을 사용하는 이유일 것이다.
날것의 빛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은 백색과 원색으로 구성된 질서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전시장 입구 왼편에 놓인 회색 톤의 <미술관 실내-날것의 빛>(2014)에서 보듯이, 이작품은 두꺼운 백색이나 원색 점들의 향연 대신, 겹겹이 쌓이고 축적된 평면적인 붓질의 흔적을 드러내는 회색톤의 실내공간이다. 수직과 수평으로 분할된 공간 속에서 중첩된 붓질의 면들만큼 묘사된 사물들도 중첩되고 있다. 작품 왼쪽의 화면에 수직으로 분할된 두 개의 화면은 각각 다른 시점의 분리된 공간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인이 그려진 오른쪽의 화면은 다르다. 오른쪽도 여전히 수직과 수평의 화면으로 구성돼 있으나, 그려진 사물들은 수직선에 의해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중첩되면서 공간적 깊이와 실재감을 주는 것이 흥미롭다. 팔걸이의자와 여인의 치마의 중첩, 소파테이블과 여인의 치마의 중첩, 여인의 가슴부위를 지나가는 책장의 수평선의 중첩이 있다.
이는 마치 사진을 찍을 때 전경과 후경 어디에 초점이 맞추어지느냐에 따라 전경의 물체가 드러나기도 하고 후경의 물체가 드러나기도 하는 것처럼 이러한 중첩은 화면 공간의 깊이를 전해준다. 수직의 구성에 의해 잘려나간 여인의 손목은 이 장면 속의 시간성까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여인이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움직임을 보고 있는 듯, 여인이 존재했던 순간의 공간과 여인이 사라진 공간을 중첩시키면서 시간의 경과를 화면 속에 담아낸다. 이처럼 이번 최인선의 전시 ‘날것의 빛’은 경쾌한 감각적 즐거움에서 출발하여 지각적 공간, 감각적으로 육화된 영성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비범한 감각과 작가적 욕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연희・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