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JOURNAL

미술관에 들어온 지-드래곤
서울시립미술관에서〈피스마이너스원 展〉열려

전시로 미술계가 설왕설래하기는 오랜만이다. 그 술렁임의 중심에 대중 음악가 지-드래곤(G-Dragon)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서울시립미술관, 6.9~8.23)가 있다. 2013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린 데이빗 보위의 음악적 연대기를 다룬 전시〈David Bowie is〉는 10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뉴욕 모마에서 열린 뷔욕의 회고전(3.8~ 6.7)은 비판과 옹호의 공방 속에서 막을 내렸다. 대중음악가와 미술관의 만남은 최근 몇 차례의 국외 사례만 보더라도, 논란과 함께 관객몰이에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들어온 지-드래곤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시에는 유니버설 에브리띵, 콰욜라, 페브리커 건축사무소 SoA, 방앤리, 박형근, 손동현 등 국내외 14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지-드래곤이 제안한 ‘피스마이너스원’이라는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며 저마다의 해석으로 신작을 제작했다. 전시 제목 ‘피스마이너스원’은 평화(PEACE)로운 유토피아적 이상향이 결핍(MINUS)된 현실 세계에서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ONE)을 찾는다는 의미다. 동시에 무대 위 화려한 아이돌 가수이자 외로운 인간 지-드래곤을 뜻하기도 한다.
이 전시를 둘러싼 논란의 초점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닌 공공성에 맞춰진다. 우선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입장료(성인기준 1만3000원, 청소년 1만1000원)에 대한 비판이 있다. 또한 대형연예기획사가 아이돌스타에게 아티스트 이미지를 덧입히는 마케팅에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멍석을 깔아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심지어 예술의 범주가 무엇이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6월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홍희 관장은 논란을 예상했다는 듯, 취임 후 강조해 온 포스트뮤지엄 개념을 강조했다. 미술의 대중화와 관련 “미술관은 대중 공간으로서 사회적 소통의 장”이라는 것이다. “크로스장르로 펼쳐진 이번 전시는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포스트모던 큐레이션의 본보기로서 충분한 명분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안타까운 것은 전시 구성과 내용에 대한 비평보다는 아이돌과 미술관의 만남이라는 이슈만 중점적으로 회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제에 미술관을 찾는 관람층 저변을 확대하고, 탈장르와의 접점을 찾는다는 미술관의 의도를 고려하더라도, 전시 구성과 내용의 화살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애매모호하다. 지-드래곤에 대한 관심이든 그의 생각을 공유하는 대중음악과 현대미술의 콜라보레이션이든 전시가 끊임없이 ‘말’을 생산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임승현 기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아트부산 (1)

〈아트부산2015〉의 비약, 세계적 국제아트페어를 꿈꾸다
3만6000여 명 방문, 판매액을 152억 원 돌파

6월 5일부터 8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아트부산2015>(운영위원장 손영희)이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와 비교해 양적·질적인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갤러리 수가 지난해 162개보다 24% 늘어, 전 세계 16개국 201개의 갤러리가 참여해 총 4,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5월부터 전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의 영향으로 기대치에 못 미친 3만6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판매액은 지난해 85억 원을 훌쩍 넘긴 152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아트부산’ 측은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올해부터 ‘아트쇼부산’에서 ‘아트부산’으로 행사명을 변경하고 조직을 개편해 출범된 ‘사단법인 아트쇼부산’이 주관을 일임했다. 해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아트부산>이 세계적인 국제아트페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규모뿐 아니라 내실을 다지며 안정적인 자립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현대모터스튜디오(1)

자동차와 미디어의 만남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에브리웨어의〈앙상블〉선보이다

방현우 허윤실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작가 그룹 에브리웨어의 신작 〈앙상블〉이 강남구 신사동 현대모터 스튜디오 1층에서 전시된다. 이 작품은 현대차 중 제네시스 쿠페를 구성하는 부품과 배관 등을 분해하여 그 위로 소형 모형차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작가는 2만개 이상의 부품이 어우러져 움직이는 자동차가 되듯 작가도 많은 이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을 완성시킨다는 뜻에서 작품명을 〈앙상블〉로 정했다.‘자동차를 타고 자동차 내부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를 내건 이 작업은 소형차에 카메라를 부착해 지나가는 인물 및 풍경을 찍어 설치물 뒤에 부착한 미디어 월을 통해 보여준다. 자동차의 시점에서 촬영된 화면은 독특한 미감과 분위기로 관객의 이목을 끈다. 작가는 “최근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1인칭 시점 촬영’을 활용하면서 자동차가 자동차를 관찰하는 모습을 담아 기계 본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다”고 말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는 6월 3일부터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응노미술관

‘다원적 예술가’로서의 이응노를 조명하다
〈이응노의 조각, 공간을 열다전〉열려

1960~1980년대 제작된 고암 이응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이응노미술관 소장품전이 6월 16일부터 8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소장품전은 그동안 미술사적으로 주목받은 회화작품을 넘어 추상적 미감이 돋보이는 조각을 소개해 이응노의 예술적 흐름의 해석을 확장시켰다. 조각 100점과 드로잉 20점, 콜라주 2점, 회화 2점, 태피스트리 1점 총 125점과 고암의 미망인 박인경 여사가 기증한 조각작품 57점이 최초 공개되어 이응노의 조각예술 세계를 폭넓게 조망하는 사료로서의 기능을 강화했다. 최초 공개되는 작품 중에는 고암이 나무 도시락을 쪼개 간장 고추장으로 색을 낸 〈구성〉, 사람들이 팔을 벌리고 서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높이 3.5m의 대작 〈구성〉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전시에 대해 이지호 이응노미술관 관장은 “회화뿐 아니라 조각 등 다양한 장르로 외연을 넓힌 이응노 화백의 양식적 다양성을 확인하고, 국제적인 작가로서의 면모를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 (1)

캠핑으로 의기투합한 레지던시 아티스트
〈2015 가창창작캠프〉열려

최근 캠핑문화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미술이 동승했다. 지난 6월 9, 10일 이틀간 대구시 인근 가창창작스튜디오(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우록분교 터)에서 <2015 가창창작캠프>가 열렸다. 가창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대구권역에서 운영 중인 레지던시 프로그램 소속 작가들을 주축으로 예술발전소, 영천창작스튜디오, 미술광장 레지던시 작가들 그리고 광주 미디어레지던시 작가들이 합세했다. 이는 최근 광주시와 대구시가 맺은 “달빛동맹”이 예술계까지 확산된 양상이다.
이번 창작캠프는 비슷한 표제 아래 진행된 여러 행사와 비교해, 형식적인 내용을 가급적 줄인 것이 띄었다. 캠핑이라는 말 그대로 놀이와 식도락을 행사의 중심에 놓고, 개별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폐교를 활용한 스튜디오 운동장에서 진행하면서 각종 운동 시합과 둘렛길 산책을 하고, 심야에는 카를 드레이어 감독의 ‘잔다르크의 수난’ 등 고전 예술영화도 상영했다. 평론가 이선영이 ‘독백과 대화’라는 주제로 강연했으며, 희망자를 중심으로 작가별 작업 소개와 자유토론도 이어졌다.
창작캠프는 원 거주지를 떠나 창작스튜디오를 찾아간 젊은 작가가 또다시 그곳을 떠나 만난 집결지라 할 수 있다. 가창창작스튜디오는 현재 거주한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을 릴레이 형식으로 벌인다. 또한 10명의 작가와 5명의 평론가(반이정, 윤규홍, 이대범, 이선영, 홍경한)를 연결한 멘토링 및 비평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작가들에게는 중국 항저우 예술단지에 선발 파견하는 혜택도 부여한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전주_이당 (2)

동네 목욕탕에서 미술관으로
군산 이당미술관 개관전,〈김수남, 아시아의 원(原)풍경전〉열려

군산시 영화동 40여 년 된 목욕탕 건물이 전면적 리모델링을 거쳐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5월 23일 개관한 군산 이당미술관(관장 정태균)이 들어선 ‘영화빌딩’은 1969년 준공된 건물로 1층에 300m2 규모의 목욕탕이 있었고, 2층에서 4층까지는 20여 개의 객실을 갖추고 군산항을 찾은 선원을 맞이했던 여관이었다. 2008년 이후 빈 건물로 방치되다가 지난해 5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여 4층 990m2 규모의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미술관 측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 창작 지원에 힘쓰고 미술관이 위치한 군산 근대역사문화거리의 특성에 맞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 다양한 예술실험이 시도되는 공간을 지향한다”며 젊은 미술인의 창작 지원과 군산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해 미술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객실로 이용되던 일부 공간에서 5명의 입주작가가 작업하고 있다.
이당미술관은 5월 23일 개관식을 갖고 개관전으로 〈김수남, 아시아의 원(原)풍경〉(5.23~ 7.19)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고(故) 김수남(1949~2006) 선생의 1980~1990년대 아시아의 토속문화를 기록한 <아시아> 시리즈와 <한국의 굿> 등 대표작 60여 점이 전시되었다. 김수남 선생은 1970년대 화전민, 부산베트남 난민수용소 등을 기록하였고, 전국 각지를 돌며 한국의 무속신앙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였다. 굿판의 모습을 담은 《한국의 굿》 20권 전집(열화당)은 예술적 가치는 물론 사라져가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기록한 문화인류학 자료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아시아로 관심을 돌려 아시아 각국 소수민족의 무속과 문화를 촬영했다. 2006년 마지막 촬영지인 태국 치앙마이에서 카메라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왈종

제주를 담은 그림으로 마음을 전하다
왈종미술관,〈유니세프 기금마련전〉 열어

6월 2일 왈종미술관 개관 2주년을 맞아 〈북한 어린이 돕기 유니세프 기금마련 이왈종 판화전〉(6.2~8.31)과 한국유니세프 친선대사 ‘안성기의 팬 사인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기영 (주)월간미술 대표, 서대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칠성 KBS제주방송총국장을 비롯한 각계각층 인사와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왈종은 인사말을 통해 “북한 어린이에게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힘닿는 데까지 유니세프 기금마련 행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이왈종은 2012년부터 유니세프 기금마련 판화전을 개최했으며 매년 유니세프에 3,000만원을 기부해 왔다. 올해는 ‘북한 어린이 돕기’ 유니세프 기금으로 3,000만 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이왈종의 판화 25점이 전시된 〈북한 어린이 돕기 유니세프 기금마련 이왈종 판화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alartmuseum. co.kr)을 참고하면 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미술품감정책 (1)

한국미술 감정의 이모저모
《2014한국미술품감정 학술연구집》발간

(사)한국미술품감정회가 2013,2014년 2회에 걸쳐 주최한 미술품진위감정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엮어서 학술연구집을 출간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 지난 10년간 감정한 주요 작가 중 김환기 이대원 오지호 김창열 천경자 김종학을 선정해 각 분야 전공자들의 심화 연구 결과를 담았다. 김미정 기혜경 김인아 최정주 김이순 김기리 김상균의 연구문이 게재됐고 오광수가 책 머리말을 썼다. 미술작품의 진위감정은 미술사 연구에서 전제되어야 하는 분야로 이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평창기간 (1)

생명의 약동이 펼쳐지다
7월 개막하는〈2015 평창비엔날레〉

〈2015 평창비엔날레〉가 7월 2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215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생명의 약동(Élan Vital)’이라는 주제 아래 주제전시, 특별전, 부대행사 등 3부분으로 나뉜 6개의 행사가 17곳의 장소에서 펼쳐진다. 주제전은 강요배 김영준 이이남 등 한국작가 29명과 세계 13개국 22명의 작가가 참가한다. 특별전으로는 박수근 서거 50주년 전시인 〈포스트 박수근전〉, 비무장지대 (DMZ)를 방문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DMZ 별곡전〉과 강원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힘 있는 강원전〉이 여러 강원지역에서 펼쳐진다.
한편 평창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지난 6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창비엔날레의 주제와 비전을 발표했다. “2013년 창설돼 올해 2회를 맞는 행사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한 ‘문화올림픽’ 실현과 강원 문화의 세계화 기여를 목표로 한다”는 것.
전시 및 행사 관련 자세한 장소 및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www.pcbien.org)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

시대의 어둠을 알아채는 작가들
〈민중미술 2015-잠수함 속의 토끼전〉열려

토끼는 사람보다 감각이 예민하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 잠수함 내 산소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토끼를 잠수함 내부에 사람과 함께 투입했다고 한다. 산소가 부족하면 토끼가 먼저 죽었다.
모든 시대는 그 동시대성을 체험하는 자들에게는 어둡다.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하는 일, 더불어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빛을 지각해야만 하는 일. 이처럼 동시대의 예술가는 이 시대의 암흑과 어둠을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먼저 알아채야만 한다.
민주항쟁 28주년을 맞아 〈민중미술 2015-잠수함 속의 토끼전〉이 부산민주공원, 부산가톨릭센터, BNK부산은행갤러리에서 열렸다. 올해 전시는 (사)부산민주항쟁기념 사업회가 소장한 민중미술계 주요 작가 작품과 신진 작가들의 다채로운 참여로 이루어졌다.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는 ‘민중미술가 열전’ 두 번째 기획으로 〈박불똥 작가 특별전〉(6.10~7.12), 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에서 〈우정의 외면〉(6.10~7.12), 부산은행갤러리에서 〈민중미술 소장 작품전〉(6.10~23)이 진행된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한국 조각과 이론의 발전을 위하여
‘2015 김세중 조각상’ 수상자 선정

김세중기념사업회(이사장 김남조)는 윤석남 이완 김홍희를 각각 ‘제29회 김세중 조각상’, ‘제26회 김세중 청년조각상’, ‘제18회 한국미술 저작·출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세중 조각상’과 ‘김세중 청년조각상’ 심사위원으로는 최만린 김이순 문주 최태만 최은주가 맡았고 한국미술저작·출판상 심사는 이어령 오광수 이기웅 최열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7월 14일 용산구에 위치한 ‘예술의 기쁨’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의 사회는 김태곤이 맡고 이어령과 김남조가 참석한다. 한편 같은 날, 김세중기념사업회가 운영하던 공간에 신축한 작은 회관 ‘예술의 기쁨’ 개관 기념전(7.14~12.24)도 열린다.
김세중기념사업회는 1986년 조각가 김세중 교수가 별세한 후 유가족 및 고인과 친분이 있던 문화계 인사들이 뜻을 합해 발족됐다. 광복 이후 한국 조각계를 이끈 1세대로서 고인의 위치와 의미를 기려 조각상을 설정했다.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제1회 김세중 조각상을 시상했다. 이후 1990년에 40세 미만의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제정하고 이후 미술이론의 심도있는 발전을 도모하고자 비평가를 위한 수상제를 만들어 지원 범위를 확장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EIP_가로형

산업으로서의 디자인
새롭게 단장한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오는 10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디자인과 더불어 신명’을 주제로 열린다. 6회째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올해 처음으로 광주디자인센터 주관으로 진행된다. 총감독은 최경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장이 맡았다. 행사는 2개의 주제전, 3개의 본전시, 4개의 특별전, 학술행사, 부대행사 등으로 꾸며진다. 전체 예산은 23억 원이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가 내건 화두는 ‘산업으로서의 디자인’이다. “그동안 행사를 주관해왔던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분리된 이유는 ‘예술’과 ‘산업’의 모호한 경계에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이전 행사들과 차별화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것이 최경란 총감독의 각오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의 건축가 이토 도요와 뉴욕현대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뮤지엄의 안드레아 칸첼라토 관장 등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들이 전시 큐레이터와 작가로 참여한다. 특히 이들은 광주지역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모델을 제시한다. 최경란 총감독은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동·서양의 가치가 융합된 디자인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제시할 것”이라며 “미래 디자인산업의 지역 핵심 콘텐츠로 발돋움시키고자 로컬과 글로벌의 융합을 통한 지역 디자인산업의 브랜드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임무상

프랑스에 펼쳐진 해송
임무상 초대전〈Betagne 海松〉열려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대서양 연안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트레가텔의 시의회 센터에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2013년 12월 이탈리아 초대전(Padova, Abano ARTisima Gallery) 참석차 우연히 들른 트레가텔 지역에서 해송을 보고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작업한 수묵회화 30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는 평소 소나무에 애정을 갖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나무 생태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영국과 마주한 브르타뉴 지방의 지리적 특성에 주목했다. 임무상은 2010년부터 서울, 파리, 이탈리아 등에서 20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 파리 Selective Art 전속작가로 활동 중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강연 포스터-2015 evite.indd

평양현대미술을 말하다
평양현대미술 특강 열려

2011년 9월 첫 방문을 시작으로 7차례 평양을 오가며 북한의 현대미술을 연구해 온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가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구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동시대미술을 통해 본 평양’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화가이자 교육자로서 그는 지난 5년간의 행보를 <평양-서울 프로젝트>라 명명하고 평양 방문 시 작가 인터뷰, 전시, 미술 관련기관 등을 방문하며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 존스홉킨스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강연을 펼치기도 한 그는 현재 평양현대미술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우수잡지

‘우수콘텐츠잡지’ 《월간미술》
기사 내용, 편집 디자인 등 우수한 경쟁력 인정받아

지난 5월 29일 한국잡지협회 대회의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5년도 우수컨텐츠잡지 선정증 수여식이 열렸다. 우수콘텐츠잡지 선정·지원 사업은 지난 2005년, 잡지 산업 진흥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잡지시장을 활성화하고 잡지 콘텐츠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매년 모든 분야의 잡지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수콘텐츠잡지를 선정하고 있다. 이기영 (주)월간미술 대표는 “미술 전문지의 역할뿐 아니라 일반 독자층에 미술지식을 공급하는 대중지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것이며, 미술문화 활성화에도 적극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interview

이균“예술은 영혼을 되찾는 길이다”
이균 前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

최근 출간된 책 《한국 여인상 조각사》 (코람데오)의 저자를 만났다. 그의 경력이 이색적이다.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를 지낸 이균은 정년퇴임을 한 학기 남겨두고 홍익대 미술대학원에 진학해 조각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각종 미술공모전에서 수상한 그는 현재 마가미술관에서 세 번째 개인전 <새로운 구상>(5.23~7.23)을 열고 있다.
늦게 미술을 공부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원래 고1까지 미술반 활동을 활발히 했고 사생대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받은 적이 있다. 취미가 미술관 순례와 컬렉션인데 재직한 학교도 미대로 유명한 홍익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동기는 신문칼럼에서 78세에 그림을 시작해 100세에 화가가 되었다는 미국의 대표적인 민속화가 로버트슨의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60세는 충분히 젊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백화점의 문화교실에 등록해 드로잉을 익히고 미대입시학원에서 조각모델링을 배웠다. 이왕 시작할 바에야 제대로 배우자고 생각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국제무역학을 전공했는데 미술과 관련성이 있다면?
경제학이라는 학문과 예술은 전혀 무관하다. 예술은 정서적이고 심적인 부분을 채워준다. 사람들은 경제학자가 예술에, 그것도 늦은 나이에 조각을 시작하는 것을 기이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작품에서 연결고리가 하나 있다면 <블랙스완>을 들 수 있다. 1770년 영국의 쿡 함장이 호주 대륙을 발견하면서 블랙스완이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이 한 마리가 ‘백조는 희다’라는 통념을 깨트렸다. ‘블랙스완’은 경제학에서는 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1930년대 세계대공황,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등의 사건을 들 수 있다. 실제로 국제경제에서나, 인생살이에서나 꽤 자주 출몰하는 현상이다. 이처럼 블랙스완은 기존의 수많은 사례로 정착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단 한 가지의 반례를 상징한다.
동시대 조각은 재료의 물성뿐 아니라 비물질적인 측면까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대학원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접했다. 하지만 나는 난해한 이론이나 미학을 동원하기보다 명료한 언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늦깎이 조각가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조각에 임하고 싶다.
《한국 여인상 조각사》를 출간한 동기는 무엇인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작가는 조각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여인상부터 만든다. 이 책에 포함된 유학 1세대 작가 7명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조각사에 관한 책은 있지만 여인상 조각에 대한 책은 없어 출간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조각사를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이 책에 다룬 작가들에게서 배운 후진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다루고 싶다.
이슬비 기자

EDITOR’S LETTER

진정성의 승리

“ … “그만 찍고 밥 먹어! 그게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미대 6년 넘게 다녔으면 됐지. 쯧쯧…, 에그! 저놈은 도움이 안 돼!”. 비디오 작업에서 부모님이 촬영을 하고 있는 내게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물론 싫거나 미워서 하는 말씀은 아니다. 미술을 하는 내게 있어 이러한 현실은 사회의 계급과 국가권력이 생활세계에 어떻게 교차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통해 나와 가족, 나와 미술, 나와 사회와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며 그러한 일상의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
– 2001년 대안공간 풀에서 열린 임흥순의 첫번째 개인전 <답십리 우성연립 지하 101호> 《작업노트》에서

그렇다, 임흥순은 이런 작가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실천’이라는 화두를 끈질기게 잡고 있다. 《작업노트》에서 밝힌 것처럼 ‘나와 가족, 나와 미술, 나와 사회의 상관관계’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오고 있다. 그러면서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서서히 진화해 왔다. 초기 페인팅 작업부터 단편 비디오 영상작업을 거쳐 최근에 다큐멘터리 장편영화로까지 형식은 확장됐고,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 활동했던 프로젝트 소그룹 ‘믹스 라이스’ 시절은 오늘의 임흥순을 있게 한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생각된다.) 내용은 자신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 이주 노동자와 제주 4·3, 그리고 아시아 여성노동자의 현실까지 한층 폭넓어 졌다. 이런 그가 이번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작가 최초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위로 공단>은 런닝타임이 95분이나 되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애초에 비엔날레 출품을 위해 제작된 작품이 아니다. 그러니 수상에 대한 기대도 없었으리라.
반면 한국관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7채널 영상 설치 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은 화려하고 쌈빡하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를 목표로 만들어 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필두로 대기업과 각 분야 전문가에게 후원과 지원도 받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부 국내 미술관계자 사이에서) 국가관 황금사자상 수상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올해는 한국관 개관 20주년이 되는 해고, 커미셔너나 작가 모두 나름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며, 여기에 유명 여배우가 출연했고, 전문적인 촬영장비가 동원돼 만들어진 작품이었기에 내심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축지법과 비행술>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물론 호불호가 갈리지만) 썩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축지법과 비행술>과 <위로공단>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마치 국가대표 축구팀이나 프로야구 같은 인기종목과 필드하키나 럭비 같은 비인기 종목의 차이라고나 할까? 누군가는 임흥순의 수상에 오버하며 호들갑떨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개천에서 용 났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하더라. 거두절미하고, 나는 임흥순의 이번 수상을 ‘진정성의 승리’라고 대변하련다.
P.S. 지난달 사무실에 붙어있던 시간은 고작 며칠. 연이은 출장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 여러 가지가 걱정되고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이 마감 직전에야 복귀했다. “그런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장기간 편집장 부재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빈자리가 무색할 정도로 기자들은 모든 일을 알아서 착착 해내면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 왜냐구? 만약 진짜 그랬다면 “편집장이 없어도 우리끼리 알아서 잘 돌아가니 그 놈에 편집장 있으나마나다” 뭐 대충 이런 얘기일 테니까. ‘헉~!’ 소리가 절로난다. 다행히도 속 깊은(?) 우리 기자들은 이번 기회에 편집장이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 분량의 일거리를 남겨놓고 기다리고 있더라. 하여튼 고맙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유진상유진상 계원예대 교수

굵직한 해외 미술이벤트 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미술인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특히 유진상 교수처럼 원고를 청탁할 수 있는 필자라면야 더더욱 그렇다. 현지에서 바로 진행된 원고청탁에 주저함 없이 응한 유 교수. 다양한 국내외 반응과 레퍼런스를 살펴보느라 마감일정을 살짝~ 넘겼으나 그만큼 고민의 깊이를 더한 원고를 생산하기 위함이리라. 그 고민의 흔적은 특집에서 살펴보시길.

[separator][/separator]

함영준 (1)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커먼센터 멤버

한창 준비 중인 전시 내용을 정리해달라는 청탁에도 흔쾌히 응해준 너무나 감사한 필자이자 동시에 이번호 마감기간 물에 빠진 휴대폰으로 기자를 마음 졸이게 한 장본인. 시대의 변화를 세심한 관찰력으로 읽어내 미술을 이해하는 ‘힙(Hip)’한 큐레이터. 2013년 영등포에 위치한 ‘커먼센터’를 개관하고 직접 기획한 〈오늘의 살롱〉, 〈스트레이트〉 등은 그만의 감각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전시다. 올해부터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로도 근무 중이다.

HOT PEOPLE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작가 임흥순

작가가 보내는 존경과 위로

이번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한국 작가 3인이 참여한 것도 화제였지만, 임흥순 작가의 은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것 또한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임흥순의 이번 수상작은 <위로공단>. 심사위원단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본 작품”이라며 “가볍게 매개된 다큐멘터리 형태로 그의 인물들과 그들의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로공단>은 우리 근대화, 산업화 시기 식구들을 위해 노동 현장에 투신한 여성노동자들의 과거 삶을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값싼 노동력을 요구하는 지금의 현실을 접붙여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임 작가는 담담했다. “수상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이라 실은 매우 당황스러웠죠. 미술전시를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작품에 등장한 분들을 생각하니 수상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수상이라는 개인적인 영광이 그분들이 지내온 모진 세월과 힘겨운 현실과 맞바꾼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그래도 수상으로 가계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작가에게 힘이 된다. 제도권 미술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난 자신의 수상 소식에 다른 이 또한 어떤 가능성을 본 것에 환호했으리라는 것이 임 작가의 말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8월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오쿠이 엔위저와 대면했으며 두 번의 미팅을 거쳐 최종 출품작가로 선정됐다. 작가 스스로 본전시 출품작가로 선정된 이유를 비엔날레 현장에서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사실 총감독의 의도를 대략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자본에 대한 그의 생각이 저의 작업과 맞닿아 있구나 짐작했을 뿐이였어요. 미술의 변방에 위치한 작가였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었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 점이 본전시에 출품하게 된 이유가 됐던 것 같아요. 전시가 개막한 뒤 구체적인 사례와 단순하면서 직접적인 작업이었기에 그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매체를 통해 <위로공단>이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해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받은 작품”이라고 알려져 작가의 경험에 바탕한 이른바 ‘리얼스토리’로 보도됐다. 언론의 속성이 무언가 드라마틱한 내용을 원하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머님과 여동생, 그리고 형수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저에게 많은 지지와 지원을 해주셨던 분들이니까”라고 말했다. 30대에 사회와 현실 비판을 담은 작업을 할 때는 이런 감정을 최대한 감추려고 했단다. 그런데 <금천미세스> 작업을 하면서, 나이 40을 넘어가면서 자신의 감정에 오히려 솔직해지는 작업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현실을 비판하고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말하고 그러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떤 희망이나 비전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작업하면서 인터뷰한 여성들에게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경이로움과 존경심이 생겨났어요. 시대에 상처받으신 그분들은 분노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는 삶을 사셨더군요. 세상을 다차원, 다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어요. 그것이 오히려 제가 배운 점입니다.”
스스로 금천예술공장 입주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며 그 이전 작업은 80% 정도가 ‘시행착오’라고 말한 그다. “<금천미세스>를 비롯 제 첫 장편 <비념>을 거쳐 <위로공단>은 지금까지 해온 제 모든 작업의 복합체라고 볼 수 있어요. 초창기 개인적 관심사였던 가족과 사회 계급, 계층, 노동자의 문제 등으로부터 우리 근대사에 등장하는 다른 어머니, 다른 가족, 이웃들로 이야기의 주제가 옮겨간 것으로 봐요. 그 내용을 억지로 이어 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려 했습니다.”
임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경로로 관객을 맞이하게 된다. 우선 <위로공단>은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또다른 신작으로 7월에는 일본 신미술관에서, 12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각각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황석권 기자

임 흥 순 Im Heungsoon
1969년 태어났다. 경원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샤르자 비엔날레>(2015), MoMA PS1(2015), 국립로마현대미술관(MAXXI) <미래는 지금이다(Future is now)전>(2014), 아르코미술관 <역병의 해 일지전>(2014)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상’(2014), 인천다큐멘터리리포트 ‘베스트러프컷’(2014) 등을 수상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프로그램 참여작가다.

임흥순 은사자상 (2)

 베니스 비엔날레 시상식 장면

24 위로공단
  <위로공단> 스틸 컷

HOT PEOPLE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인문과 예술의 만남, 미술관이 된 캠퍼스”

대학 강의실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의자와 책상이 줄지어 있고 그 앞에 권위적인 강단이 놓인 건조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공간은 작가들의 그림과 함께 예술적 공간으로 변모해 생동하고 있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는 휴식의 시간을,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는 사색의 공간을 제공한다.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 들어선 ‘성신캠퍼스 뮤지엄 군집미술관’은 교정에 문화 융성을 이끄는 예술적 감성의 옷을 입힌 공간으로 교육과 문화계 전반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캠퍼스뮤지엄이란 생소한 프로젝트에 도전해 진두지휘한 이는 다름 아닌 이 대학의 심화진 총장이다. 심 총장은 평소 “교육에도 감성적 힐링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마니프(MANIF) 조직위원회 김영석 대표와의 만남은 캠퍼스를 문화예술공간으로 가꿔 지성과 함께 감성을 고양시키고자 했던 결심에 도화선이 되었다. 강북구 미아동 운정그린캠퍼스는 2010년 건립 당시부터 문화예술 캠퍼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건물 중심을 관통하는 아트갤러리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떠올리는 것도 이러한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캠퍼스를 미술전시장으로 꾸미려는 발상은 신선했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에게 생소한 개념을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심 총장은 지난 1년 2개월간 30여 차례의 운영위원회의를 진행하며 ‘캠퍼스뮤지엄’의 형태를 차근차근 잡아나갔다. 작가 선정단계부터 참여해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후에도 작품이 걸리는 위치, 캡션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애정을 갖고 관여해왔다. 작품 보존 관리에도 신경 썼다. 공조기 시스템 및 항온항습기 시설을 완비했고 햇빛에 작품 색이 변질되지 않도록 층마다 유리창에 UV필름을 부착했다. 캠퍼스는 그 자체로 전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그의 열정적 모습은 이러한 “강의실이 과연 전시공간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회의하던 원로 작가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운영위원들이 적극 협조하고 작가들이 작품을 선뜻 기증하면서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1차 프로젝트로 구자승 김영재 류민자 유휴열 유희영 제정자 최예태 전뢰진 전준 최만린 민경갑 총 11인의 원로 작가가 각자의 이름을 딴 개인미술관을 강의실, 복도 로비 곳곳에 열게 되었다. 개인미술관을 갖게 된 11인의 작가에 대해서는 단순히 그림을 기증받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별로 ‘디지털카탈로그 레조네’ 제작 지원, 지적재산권 보호 대행은 물론 사후 유가족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 방안 모색 등 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갈 예정이다. 대학 측은 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공간과 지원의 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심화진 총장은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가 뮤지엄으로 탈바꿈했다는 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대학이 사회공헌 그리고 예술·인문 정신 확산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돈암동 수정캠퍼스, 더 나아가서는 성신학원 전체로 퍼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또한 재학생만이 향유하는 문화에 그치지 않도록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심화진 총장 본인이 미술에 애정을 갖고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개관 이후 캠퍼스 뮤지엄을 찾은 문화·교육·정관계 인사들의 전시 도슨트 역할은 주로 심 총장의 몫이었다고 한다. 심 총장은 작은 체구지만 어떤 이보다 열정이 가득했다. 캠퍼스 곳곳을 걸으며 작품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심 총장의 눈에는 미술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이제 11곳의 미술관을 관리하는 관장이 된 셈이니까 더 열심히 미술을 공부하고 전시를 봐야겠다.” 심화진 총장/관장이 이끌어갈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인 캠퍼스 뮤지엄이 성신여대 교정을 넘어 국내 미술계 안팎에 어떻게 번져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승현 기자

심 화 진 Shim Whajin
1956년 태어났다. 성신여대 대학원 의류학 박사를 졸업하고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육학 명예박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5기 KNA 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성신여대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2005년부터 2년간 학교법인 성신학원 제25・26대 이사장직을 수행했다. 현재 전쟁기념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2007년부터 지금까지 성신여대 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DF2B1178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복도에 위치한 ‘성신캠퍼스 뮤지엄’

KIM SHIN’S DESIGN ESSAY 10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 <프랑크푸르트 부엌> 1926~1827
2011년 MoMA에서 열린 <Counter Space: Design and the Modern Kitchen> 전시광경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성건축가 리호츠키가 선보인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붙박이 싱크대와 찬장을 갖춘 현대식 주방 시스템의 효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ft of Joan R. Brewster in memory of her husband George W. W. Brewster, by exchange and the Architecture & Design Purchase Fund

분 바르는 여자들이 학교 많이 오면 안 된다고?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20세기 초에 바우하우스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진보적인 학교였다. 교장 발터 그로피우스는 그야말로 최전선의 모더니스트였다. 하지만 그런 진보 인사조차 당시 바우하우스에 여학생이 너무 많이 입학하는 것을 우려해 그 수를 제한하려고 했다. 바우하우스에 입학을 해도 여학생들은 전공이 편중되었다. 주로 직조와 도자기에 집중되었다. 금속이나 가구와 같은 전공에는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마리안느 브란트는 금속을 전공한 극도로 예외적인 여성이었다. 남성 중심의 금속공방에서 브란트는 차별을 받았다. 남자들은 그녀에게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만 시켰다. 오늘날 바우하우스의 금속공방을 대표하는 사람은 바로 마리안느 브란트다. 그녀가 디자인한 찻주전자와 탁상용 조명, 재떨이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금속 파이프 의자들과 함께 바우하우스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 제품들은 당시 독일 산업체에서 생산돼 가난한 학교 바우하우스의 재정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로피우스가 제한하려고 했던 여학생에게서 바우하우스의 지속성이 보장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마리안느 브란트뿐만 아니라 초기 모더니즘 디자인의 역사에서 여성은 배제되거나 차별을 받았다. 프랑크푸르트 주방으로 현대적 시스템 키친의 원조를 탄생시킨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는 디자이너이기 전에 뛰어난 건축가였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건축계는 논쟁적이고 정치적 신념이 강한 리호츠키의 건축적 능력을 폄하했다. 그녀는 자신이 단지 주방기기 디자이너로만 기억되는 것에 한이 맺힌 삶을 살아야 했다. 아이노 알토는 본인도 건축가였지만 남편인 알바 알토가 건축가로서 위대한 길을 갈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스스로 건축에서 벗어나 가구와 인테리어 분야로 자신의 재능을 제한했다. 레이 임스는 남편 찰스 임스와 함께 모든 가구 디자인에 참여했다. 남편은 주로 공학적인 부분을 책임졌고, 레이는 미학적인 부분에서 더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1946년에 뉴욕 현대미술관의 초청 전시회가 열렸을 때 제목은 ‘찰스 임스의 새로운 가구’였다. 그 뒤로도 오랫동안 레이의 이름은 배제되었다가 지금은 모든 디자인이 찰스와 레이 임스의 이름으로 표기되고 있다.
초기 모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위대한 성과 뒤에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일한 여성들이 있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는 마리온 마호니 그리핀이라는 출중한 직원이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의 LC 시리즈 의자들은 샬롯트 페리앙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네덜란드 데스틸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이자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슈뢰더 주택은 게리트 리트벨트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주택의 혁신적인 개념은 이 집의 여주인인 트루스 슈뢰더로부터 나온 것이다. 리트벨트는 디자인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트루스 슈뢰더의 범상치 않은 디자인 능력을 알아보고 그 뒤로도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만약 이 여성들이 20세기 중반 이후에 태어났다면 자하 하디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세기에 기득권자인 남자들은 여성을 감정적이고 예민하고 변덕스럽고 수줍어하고 덜 솔직하기 때문에 사회적 활동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고 노동의 영역에서 제외시켰다. (값싸고 반복적인 공장노동에서만 여성이 까다로운 남성을 대체할 자원으로 환영 받았다.) 여성은 부드럽고 순종적인 존재로서 가정을 지키고 남성을 위해 헌신하는 일로 그 역할이 조정당했다. 서구 사회에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데 1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것이 고정관념이라는 사실은 남성들이 더 우월하게 한다는 모든 분야에서 수많은 여성이 똑같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여성이 남성보다 재능과 능력이 떨어진다는 관념과 신화가 생긴 것이다. 여성이 핑크색을 좋아하고 부드럽고 조용하고 소극적이라는 건 교육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신화일 뿐이다.
박용성 전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2015년 대입 전형 과정에서 여학생보다 남학생을 더 뽑으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오면 뭐하나”라는 그의 말에 이게 과연 21세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인가 귀가 의심스럽다. 그는 정말 남성이 일을 더 잘한다는 신화가 기회 균등의 상실에서 온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한국은 이 남성우월주의 신화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여전히 투쟁이 필요한 후진적인 사회인 것이다.●

ART BOOK

비엔날레의 판타지즘에 태클을 걸다

심상용 《속도의 예술》한길사 2008

MM_ABD비엔날레는 과연 미술의 유토피아적 미래를 확장시킬 최선의 형태인가? 지난 5월 9일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했고 전 세계 미술인의 시선은 베니스에 집중됐다.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위치한 작가를 확인하고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세계미술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미술담론의 장으로 이해되며 비엔날레는 관객들의 눈을 자극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비엔날레도 같은 공식을 채택해왔다. 2014년에는 광주, 부산, 서울을 비롯해 창원, 대구, 금강 등 6곳에서 국제비엔날레가 열렸다. 그러나 특색 없이 동시다발로 열리는 비엔날레에 대해 본래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현대미술의 무목적성 판타지즘을 자극하는 비엔날레라는 형태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2008년《 속도의 예술》을 펴낸 저자 심상용은 비엔날레 전시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지금은 비엔날레가 갖는 판타지즘에 콩깍지가 한꺼풀 벗겨지면서 비판적인 시각이 심심치 않게 논의되지만 이 책이 출간됐을 때만 해도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서는 국내 비엔날레의 성공가도를 막는다’는 언짢은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책에서 “이 책의 요지가 비엔날레를 반대한다는 식의 정치적 행동주의나 선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히려 “비엔날레라는 거대한 물적 인적 집적을 불가피한 운명이거나 미래의 비전으로 믿고 추구하게 만드는 정신과 심리의 저변에 돌고 있는 강력한 욕망을 확인하고 그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p.36~37)라고 밝히고 있다. 책이 출간된지 8년이 흐른 지금, 비엔날레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상황은 악화되었다.”
저자가 비엔날레를 해석하는 이론적 토대는 폴 비릴리오의《 속도와 정치》와 예술과 경제의 관계를 톱니바퀴에 비유한 예술사회학자 레이몽 물랭의 영향을 받았다. 폴 비릴리오에 의하면 현대의 모든 기계에는 모터가 달려 있다. 사회의 구성물 대부분에 모터가 부착되면서 현대사회는 빠른 속도를 재촉해 왔다.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다양성은 사라지고, 가속에 가속을 더하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권태다. 심상용은 “속도의 문제는 미술에서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현대미술 담론이 휘발되는 주기를 앞당겼고, 미술의 트렌드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마다 교체되는 궤변적 메커니즘을 생성했다. 또한 비엔날레는 ‘글로벌 아트’의 등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국내 비엔날레 시장이 확산된 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비엔날레는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아트’로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엑스포로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거래와 교환이 이뤄지는 글로벌 아트시장은 존재할 수 있지만 ‘글로벌 아트’는 전체주의화된 무형의 단어일 뿐이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우리 스스로 ‘글로벌 아트’에 대한 아웃라인을 만들고 하나의 이미지로 착상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강박성에 사로잡혀 있다”며 비엔날레를 통해 단순히 스타작가를 생성해내는 것이 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내실을 단단히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 속도의 예술》이 출간될 당시보다 악화된 부분은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그리고 미술관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최근 아트페어가 ‘전시’를 흡수하는 움직임이 만연하다. “철저히 경제적인 논리로만 봤을 때, 새로운 스타작가들이 빠르게 순환되어야 한다.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미술계의 구조에 시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 작가를 발굴하여 거래뿐 아니라 공급도 담당하겠다는 논리인데 이는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미술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경제 급성장으로 얻은 이익은 강조되지만 그로 인해 잃은 것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저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며 반성과 대안을 찾는 논의의 장이 열릴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임승현 기자

심 상 용 Shim Sangyoung
1961년 태어났다.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예술학으로 석사와 박사, 파리 1대학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현대미술의 욕망과 상실》 《명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 《천재는 죽었다》등이 있다. 현재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7)마크 로스코
아니 코엔 솔랄 지음/이인혜 엮음
프랑스 문화역사가인 저자는 색 자체의 존재감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마크 로스코 회화의 근원을 ‘유대인 이민자’라는 사실에서 찾는다. 한 화가의 일대기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미술의 성장을 살펴본다.
다빈치 304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3)그림이 보인다
리즈 리딜 지음/안희정 옮김
영국 런던 슬레이드 미술대학교 회화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그림을 보는 방법을 구성과 형태, 재료와 장르를 망라해 살펴본다. 특히 그림의 디테일을 확대해 짚어봄으로써 그림 감상의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DnA 248쪽·16,9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5)그림에 나와 우리를 묻다
박제 지음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 속 대표 작가 20명의 작품을 20가지 테마로 분류해 살펴본다. 정의, 용기, 중용, 창의력, 개혁 정신, 허영, 거짓 등 1부와 2부로 나눠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의 가치를 제시한다.
이숲 240쪽·16,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1)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애너 바츠와베크 지음/이정연 엮음
미술운동, 장소의 개념, 공공성의 문제 등 다각적 측면에서 전 세계 각지의 대표적인 거리미술 작품을 분석해 거리미술에 새로운 미술사적 해석 측면을 제시한다. 또한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의 다양한 스타일도 소개한다.
시공아트 264쪽·19,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2)사진기호학
진동선 지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스티븐 쇼어, 구본창, 배병우, 이갑철 등 국내외 사진가의 주요 작품을 통해 사진 표현, 해석을 둘러싼 코드를 기호학을 빌려 설명했다. 사진기호학의 기초 개념부터 형식과 내용을 다루는 실전까지 다뤘다.
푸른세상 552쪽·27,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4)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장우진 지음
만화 형식을 취해 미술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간다. 이미지와 텍스트, 실사와 패러디, 철학적 논제와 콩트 등이 돋보인다. 미술작품의 조형 원리에서부터 미술의 장르, 담론을 두루 살펴보며 현대미술에 접근한다.
궁리 340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9)시대를 훔친 미술
이진숙 지음
《러시아 미술사》, 《미술의 빅뱅》 등을 펴내며 다양한 시대와 매체로 미술사에 접근해온 저자의 신작. 피렌체 르네상스와 프랑스혁명부터 양차 세계대전, 미국 대공황까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 속에서 회화를 읽어나갔다.
믿음사 556쪽·30,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6)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
제인 필드루이스 지음/신혜정 엮음
누구나 무엇인가를 창작하거나 휴식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아트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저자는 소설가, 미술가, 음악가, 원예가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의 개성있는 작업실 36곳을 소개한다.
북노마드 184쪽·16,8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이정아 지음
사소하게 스쳐가는 일상의 의미와 소중함을 그림을 통해 일깨운다. 기자, 에디터, 웹진 편집장,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저자의 감각적인 글은 명화와 만나 자전적이며,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팜파스 244쪽·13,800원

 

[separator][/separator]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 존 말루프, 마빈 하이퍼만 지음/박여진 엮음
40여 년간 거리로 나가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미공개로 생을 마감한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의 셀프 포트레이트와 희귀한 컬러 사진 등 235점의 작업을 담은 책. 사진을 통해 작가의 삶을 역추적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윌북 289쪽·25,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8)뜻밖의 미술
제니 무사 스프링 외 지음/손희경 엮음
공공 장소에 불쑥 나타나서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 설치미술의 순간을 생생한 도판과 함께 소개했다. 방 안을 떠도는 흰 구름, 도시 속으로 들어온 알루미늄 빙산 등 58개 팀의 작품을 소개하며 대중과 현대미술의 거리를 좁힌다.
아트북스 180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아트북 (10)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
나카노 교코 지음/이연식 옮김
짧고 간결한 설명으로 인상주의 회화의 중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 시민사회의 성장, 노동자와 여성의 삶 등을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봄 264쪽·12,800원

ART JOURNAL

우성 김종영의 예술세계를 만나다
김종영 탄생 100주년 맞아 회고전 잇달아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 김종영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전국에서 열린다. 특히 김종영미술관, 서울대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불각의 아름다움,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라는 같은 주제로 특별전을 이어가 주목된다.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아래)은 1부(김종영의 삶과 예술)와 2부(김종영과 그의 빛)로 나뉘어 5월 7일부터 8월 28일까지 이어진다. 1부에서는 유품, 연구자료, 유실된 작품 등을 연대기로 소개해 김종영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도록 했다. 2부 전시는 김종영의 예술관(觀)을 잇는 한국 조각가들의 작품을 모아 보여준다. 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에서 격년으로 시상하는 ‘김종영조각상’, 김종영미술관이 진행해온 ‘오늘의 작가’ 수상자들의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한편 5월 7일부터 7월 26일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위)에서는 ‘한국 현대조각의 형성기의 조각가들’을 주제로 김종영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조각가들과 그의 제자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특히 김종영이 흠모했던 세잔과 김정희의 예술세계를 비교한 부분은 새로운 시도로서 김종영의 작업을 읽는 신선한 접근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편 전시에 맞춰 5월 21일에는 논의의 장을 확대해 조은정 김진아 최태만 등이 김종영의 예술세계를 분석하는 글을 발표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두 전시가 끝난 후에는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김종영미술관과 서울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를 통합 및 재구성한 전시(9.10~12.9)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개관 1주년 기념전시로 《simple 2015 장욱진과 김종영전》(4.28~ 8.16)(가운데)을 열었다. 소박함과 순수함을 표현한 장욱진과 김종영의 작품 40여 점을 함께 선보여 두 작가가 표현한 고독한 자기수행의 결실을 볼 수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온라인을 통한 한국미술 탐방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한국 문화를 담다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는 5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글아트프로젝트에 새롭게 합류한 국내 기관을 소개하고 1만3500여 점의 국내 문화유산을 온라인으로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기가픽셀과 제작 플랫폼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의 총괄 디렉터 아밋 수드가 참석해 구글아트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내용을 전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기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재단법인 아름지기, 호림박물관을 포함해 총 10곳이다. 구글컬쳐럴 인스티튜트 사이트(www.google.com/culturalinstitute/home)에서 ‘박물관 보기’를 통해 온라인으로 박물관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경우 여러 층에 걸쳐 설치된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해 온라인 관람만의 장점을 살렸다. 또한 약 70억 픽셀(화소)로 이미지를 찍어, 육안으로 관찰하기 힘든 캔버스 위 물감의 질감과 세밀한 붓터치 묘사를 볼 수 있는데, 국내 작품으로는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이우환의 <선으로부터>와 ‘덕온 공주의 원삼’과 같은 전통 복식을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정배 관장 직무대리는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과 미술작품이 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 문화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비엔날레의 새 수장
임동락, 제9대 집행위원장으로 최종 승인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5월 21일 부산시청에서 ‘2015년도 제2차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부산비엔날레 제9대 집행위원장으로 임동락(사진)을 최종 승인했다.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2014년 6월 전임 운영위원장 사퇴이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임동락 집행위원장은 5월 21일부터 2017년 2월 28일까지 부산비엔날레 행사 실행 총괄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임동락은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 부산국제바다미술제 등의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1954년 대전 출생으로 조각가이자 현재 동아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예술인마을이 열리다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형공공주택 오픈

서울 중심부인 중구에 예술인마을,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형공공주택(이하 막쿰)이 들어섰다. 이곳에는 미술 설치 건축 영화 영상 연극 문학 출판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29가구가 입주했다. 지난 2013년 SH공사 모집 공고를 통해 그해 겨울 입주민이 선정된 후 올해 3월 입주가 시작됐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모인 이곳은 긍정적인 자극과 협업을 통해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월 30, 31일 이틀간 막쿰의 오픈을 알리는 개막행사가 진행됐다. (위치: 서울시 중구 만지래로 27길 69)

[section_title][/section_title]

미술의 문턱을 낮추다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2015〉열려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2015〉가 5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렸다. 아트페어에는 77개의 국내 갤러리와 4개의 해외 갤러리가 참여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00여 점을 선보였다.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특별한 행사들이 마련되었다.
아트와 디자인, 건축을 결합한 작품을 소개하는 〈디자인 아트워크 특별전〉, 브랜드 캠페인 일환으로 BMW 코리아가 진행한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맨퍼디니와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호주 원시예술전〉, 〈스타 초대전〉 등 다양한 전시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매년 국내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영아티스트〉에는 김명진 김수원 김한나 김민경 문지혜 신예담 이지현 임남훈 전기숙 조혜윤이 선정되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예술과 패션의 만남
이세현과 살바토레 페레가모의 협업

5월 7일 청담동 페라가모 플래그십에서 이세현과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션이 발표됐다. 이 에디션에는 이세현의 신작 〈Between Red-JAN02〉를 재해석한 스카프, 포켓칩 숄 등이 포함됐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아뜰리에 아키가 Art advisory로 참여해 작가와 브랜드 사이의 예술적 가교 역할을 했다. 행사 당일에는 페레가모 플래그십 건물 전면에서부터 전공간에 이세현의 작품과 작품이 담긴 다양한 페레가모 제품이 전시됐다.
한편 이세현은 올해 6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기획전>과 9월 프랑스 릴에서 열리는 <Lille 3000전> 등의 해외전시에 참여하고 9월에는 미메시스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광주, 2015 무등에 서다
임옥상, 5・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전시 열어

민중미술 1세대로 꼽히는 임옥상이 5·18민주화운동 35주년을 맞아 광주에서 뜻깊은 전시와 이벤트를 펼쳤다. 옛 전남도청 앞 민주평화광장 분수대 앞에서 시민참여형 예술퍼포먼스를 선보였는가 하면 ‘광주, 2015 무등에 서다’라는 주제 로 신작전을 개최했다.
5월 16일 광주시 동구 남동 민주평화광장 분수대 앞에서 펼친 시민참여형 예술퍼포먼스 작품 〈무릉무등(武陵無等)〉에는 어린이와 학생, 시민들이 참여해 1980년 ‘그날’의 정신을 기렸다. ‘나’와 ‘너’, 민주주의에 대한 사전적 정의 등을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하게 써내려간 시민도 있었고, ‘누가 너를 남과 북으로 갈라 놓았느냐’, ‘혼자 외롭지, 둘이면 외롭지 않아 같이 가’ 등의 글귀를 쓴 학생도 있었다. 1980년 5월 광주여고 1학년 학생이었던 50대 여성은 “아무것도 모르고 상무대를 지나 금남로를 걸었다. 피의 거리를…”이라고 적었다. 이 행사는 5월 15일부터 26일까지 메이홀에서 열린 신작초대전을 기념한 퍼포먼스로, 5월 9일 오후 5시 18분에 시작해 다음날인 10일 오전 새벽 5시18분까지 12시간 동안 계속됐다. 5·18 광주민주항쟁 35주년을 맞아 20년 만에 광주에서 전시를 여는 임옥상은 “결국은 사람이다”라는 말로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평소 ‘벽 없는 미술관’, 공공미술 등을 통해 시민 참여를 강조해왔다.
이와 함께 ‘광주, 2015 무등에 서다’ 주제의 신작전에서는 캔버스에 흙으로 그린 무등산과 사람들의 얼굴, 대한민국헌법병풍 등 임씨의 회화작품 20점을 선보였다.광주=박진현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다시 전열을 가다듬다
새롭게 출발하는 독립잡지《브라켓([B]racket)》

대구에서 종이로 발간되는 독립잡지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미술 관련 독립잡지는 《브라켓([B]racket)》(이하 브라켓) 일 것이다. 《브라켓》은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편집의 주축을 맡아왔다. 지난 2013년 10월에 창간호를 낸 《브라켓》은 무료 배부 형식으로 발간됐다. 초창기 500부를 찍던 발행부수가 1000부로 늘어나며 전국으로 독자층을 넓혀놓은 상태다. 이 잡지의 편집장은 미국인 제스 힌쇼(Jess Hinshaw)로, 디자인과 관리 모두 외국인을 주축으로 발행했다. 이들은 대구를 중심으로 교환교수, 외래교수 등의 활동을 하면서 시각 출판 디자인과 전시 활동을 함께 해 온 동료들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활동이 보장될 수 없어 《브라켓》은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현대조각가 정세용이 《브라켓》의 새 편집장으로 추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작품 전시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가 독립출판 잡지의 편집장이 된 사실은 문화계에 화제로 떠올랐다. 정세용은 창작 활동 이외에도 대구 방천시장 내에서 대안 미술공간 <스페이스 바>를 수년째 꾸려왔고, 시장 일대에 아트마켓을 조직해서 운영해왔다. 또한 그는 꾸준히 《브라켓》 창간 편집진과 교류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켓》은 어려운 과제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매달 적지 않은 액수의 출판비용 충당은 큰 어려움이다. 여기에, 최근 정세용의 대안공간이 인근 김광석길의 관광 열기에 연동해 상업지구로 변하며 건물주가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일까지 벌어진 상태다. 이와 같은 안팎의 어려움에도 《브라켓》은 특별한 예술 활동인 동시에 사회운동으로 지지 받을 가치가 있다.대구=윤규홍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우리 시대 각양각색의 자화상을 보다
서신갤러리 에서 열린〈자화상전 십육전〉

서신갤러리 대표 기획전 〈자화상전 십육〉이 5월 13일부터 6월 9일까지 계속된다. 올해로 16번째를 맞은 이 전시는 기존 작가들과 신진작가, 미술학도들의 작업을 통해 전북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왔다. 이번 자화상전은 조각,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하고, 젊은 작가들 간 교류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올해는 작가 37명, 군산대 예원예대 원광대 전북대 조선대 등 5개 대학 미술 관련학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 186명, 총 223명이 참여했다. 김시오, 이가립, 이동형, 이보영 등의 신진작가들을 비롯해 김정인, 양성모, 이주리, 윤대라, 탁소연 등 독특한 작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그리는 작가들과 중견작가들까지 폭 넓은 장르와 주제의 작품이 출품됐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새로운 물성으로의 전이
박은생 개인전〈흔적/The Trace〉열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40대 중견 조각가 박은생의 개인전 <흔적/The Trace>이 4월 10일부터 5월 25일까지 해운대 폼갤러리에서 열렸다. 그는 20년 넘게 철이라는 금속재료 본연의 성질에 관심을 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철 조각은 자연 발생학적 담금질을 거치면서 본래의 표면 광택을 잃고 새로운 물성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과정을 통해 시간과의 상관관계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용접의 뜨거운 불길을 이겨낸 예술가의 우직한 노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로 주목받았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희망을 노래하다
이광오 개인전 〈HAPPY VIRUS〉열려

캔버스에 기쁨과 희망을 담는 작가 이광오의 개인전이 5월 6일부터 12일까지 갤러리 이즈에서 열렸다. 미술평론가 임두빈 단국대 교수는 “누군가 이광오의 그림에 슬픔과 고통이 없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의 그림에 기쁨과 희망과 사랑만이 있어 허구가 아닌 진실한 세계라고 말하겠다”며 그가 그린 현실세계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광오는 1993년 단성갤러리에서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칠보회화의 표현을 넓히다
추원교 개인전 〈Good Luck〉열려

40년 넘게 산업공예, 금속오브제, 칠보회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 공예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추원교의 개인전이 인사아트센터에서 5월 20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그의 작업은 칠보를 새로운 회화 방식으로 해석해 한국성과 국제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원교는 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8회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금속공예디자인학회 회장을 겸임하고 한양대 디자인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창작과 비평의 현재성을 확보하다
〈2015 비평페스티벌〉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가 기획한 새로운 형태의 ‘비평예술 프로젝트’ 〈2015 비평페스티벌〉이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예술창작과 비평담론을 자유롭게 발화하는 장으로 2014년 상반기에 진행된 동명의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이 행사는 시각예술 비평 패러다임의 전환을 목표로 기획됐다. ‘말과 예술’ ‘현실 속 미술창작과 비평’이란 주제로 2회의 비평워크숍을 열고 마지막날 〈비평: Live〉를 진행할 예정이다. 총괄행사는 팟캐스트를 통해 현장 생중계하고 이후 웹사이트에 아카이브해 공개할 예정이다.
비평 워크숍에 참여하고자 하는 작가와 비평가는 5월 26일부터 6월 3일 6시까지 이메일 (art_free@naver.com)로 접수가능하다. 이외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비평페스티벌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zoom in 갤러리 FM

“누구나 미술을 가까이에서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

“언젠가는 미술관을 세우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나 내실 없이 미술관 건립만을 목표로 조급하게 나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못하면 다음 세대 혹은 그 다음 세대가 이루겠죠.” 올해 초 안국동 대로변에 위치한 우리은행 2층에 개관한 신생 갤러리, 갤러리FM의 배기성 대표(사진)의 말이다. 이제 막 갤러리 문을 연 초보 관장이지만 그의 말에는 느림의 운영미학이 담겨있다. 처음 공간을 운영하기에 조급한 마음이 앞설 만도 하지만 배 대표는 갤러리의 분위기만큼이나 차분하고 평온했다. 그는 대표이기 전에 오랜 기간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수집해 온 컬렉터다. 미술에 입문한 지는 약 35년이 흘렀고 그간 대중을 대상으로 미술작품 수집과 관련한 강의, 글쓰기도 해왔다. 은행에서 근무하던 시절, 굵직한 갤러리들의 대표를 고객으로 응대하다보니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생겼다. 1980년대 후반, 한 오디오 관련 잡지에 배 대표가 소장한 오디오가 표지에 소개될 만큼 열정적인 오디오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컬렉터로서의 과감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도자, 목가구, 고서화, 그림, 조각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수집하며 안목을 높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술전시와 옥션 행사장을 종횡무진한 열정적인 컬렉터이지만 대표로의 역할 변화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컬렉터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작품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로서, 소장자로서 다가가다 보니 겪는 문제다. 그럼에도 30년간 근무했던 직장을 은퇴한 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개인 컬렉션의 매체를 규정짓지 않았듯, 갤러리에서 여는 전시도 규제 없이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콘셉트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배 대표는 “재정적 기반이 되는 일부 미술전문가들만이 갤러리를 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 같은 샐러리맨도 그림을 오랫동안 애호하고 공부한다면 공간을 꾸릴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라며 갤러리를 운영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갤러리FM’이란 이름도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군대용어인 ‘FM(Field Manual)’, 즉 야전교범이란 뜻을 그대로 차용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이자 FM라디오 음악방송처럼 언제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꾸미고자 한 의도를 담았다.
올해 갤러리FM은 총 4회의 기획 전시만을 열 예정이다. 다급하게 준비해서 공허한 전시를 열기보다 철저한 리서치를 통해 내실이 다져진 전시만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첫번재 기획전시는 이희중의 개인전 <심상풍경과 우주>(5.14~31)이다. 기획전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배 대표의 소장품이 전시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57 우리은행 재동지점 2층)
임승현 기자

[section_title][/section_title]

interview
“라익스아카데미(Rijksakademie) 레지던시프로그램
참여작가가 정체성을 뜻한다”

엘리자베스 판 오딕(Els M.W.A. van Odijk) 라익스아카데미 디렉터

광주에 건립될 예정인 아시아문화의전당 내 아시아문화정보원 개관을 위한 세미나가 지난 4월 30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렸다. 아시아문화정보원의 아시아문화아카데미에 대해 소개하고 사업의 전문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월간미술》은 이 세미나에 참석한 세계적인 레지던시프로그램 네덜란드 라익스아카데미(Rijksakademie)의 엘리자베스 판 오딕(Els M.W.A. van Odijk) 디렉터를 만났다.
이번 방문목적은 무엇인가? 우선 광주문화의전당 건립 진척 사항을 확인하고 레지던시프로그램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는 10년 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했는데 올해 이를 기념하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라익스아카데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철저히 작가의 성장과 계발에 목적을 두고 있다. 레지던시프로그램에 특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대중적인 행사로 1년에 1번 3일간 오픈하우스를 여는 데 약 7000명이 작가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라익스아카데미는 17세기에 왕립학교로 출발했기 때문에 고미술 작품이 많다. 간혹 그것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레지던시프로그램 작가 선발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매년 12월 홈페이지에 작가 모집공고를 내고 이듬해 1월 한 달간 지원서를 접수한다. 작가 선정은 심사위원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맡긴다. 왜냐하면 작가 선정 그 자체가 우리 아카데미의 질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45~50명이 선정되는데 해외에서 25명, 나머지는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채운다. 프로그램은 2년 동안 진행된다.
라익스아카데미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들의 특징이라면? 지원서를 읽어보면 한국 작가는 사회구조를 작품에 반영하려는 의욕이 있다. 그들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본다.
9월, 아시아문화의전당과 벌일 파일럿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4명은 라익스에서, 4명은 공모를 통해 한국과 인접국가에서 선발한다. 광주에서 아시아지역에 대한 아카이빙 프로그램을 3개월 동안 하고, 1년 뒤인 2016년에 역시 3개월 동안 라익스에서 작가별로 시차를 두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황석권 수석기자

EDITOR’S LETTER

입장바꿔 생각하기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어김없다. 때가되면 비를 내려 대지를 적시고 따사로운 햇빛으론 꽃을 피운다. 간혹 심술을 부릴 때도 있지만, 세상만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 조화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지난겨울은 가뭄이 무척 심했다. 예년에 비해 눈도 조금 내렸고 비도 거의 오지 않은 까닭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실감하지 못했지만, 농사짓는 분들의 근심은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얼마 전 내린 비로 간신히 해갈은 됐다지만 ‘물’과 관련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두어 달 전쯤 본 가뭄 실태를 전하는 뉴스화면. 항공 촬영으로 전하는 소양강댐 상류는 완전히 말라 거북등처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욱 놀란 건 (덕분이라고 말하기엔 찜찜하지만) 댐이 만들어 지면서 수몰되었던 마을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광경이었다. 수십 년 동안 물 아래 잠겨 있던 마을은 폐허의 수준을 넘어 말 그대로 유령도시처럼 보였다. 집과 건물은 완전히 부서져 사라졌고 겨우 도로의 흔적 일부만 남아 이곳이 한때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슴속 깊은 곳이 먹먹했다. 마치 내가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마냥 숨이 턱 막혔다. 새삼스레 인간이란 잔인한 동물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잘 먹고 잘살겠다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무지막지하게 통째로 물속에 빠트려 버리는 게 바로 사람이란 동물이니까. 여전히 ‘물’과 관련된 트라우마에서 온 국민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어서일까. 뻔뻔한 인간(성)에 대한 혐오와 절망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인간에 대한 희망과 연민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은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이번 특집 ‘동물원을 다시본다’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뜬금없어 보이는 동물원이란 테마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부연하자면 인간의 시선과 가치관, 즉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미술은 아름다움의 성질을 보는 시선을 다루는 기술이다. 결국 시선의 정치는 이미지의 정치로 나타난다. 모든 의미화 정치에 대처하는 방법은 결국 관점 투쟁밖에 없다. 가치관을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가가 다시 인생의 최종 심급일 수밖에 없다.”(강성원, 《시선의 정치》, 시지락, 2004, p. 135)

미술이란 근대 이후 인간이 고안해낸 수많은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제도와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술은 일차적으로 물질과 시각에 의존한다. 같은 맥락에서 무엇인가를 컬렉션하고 진열-전시한다는 점에서 박물관/미술관과 동물원은 이란성 쌍둥이다. 컬렉션의 대상과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따라서 박물관/미술관은 유물/작품의 공동묘지이며, 동물원은 동물의 감옥이라는 과격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박물관/미술관이나 동물원을 만든 주체도 인간이고 그것을 구경하는-바라보는 주체도 인간이다. 자아(自我)의 상대개념인 타자(他者)없이 인간은 세계에서 고립된 채 존재할 수는 없다. 결국 나 이외의 대상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 맺고 그것을 타자화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물원을 ‘다시본다’라고 쓴 행간의 의미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이번 호부터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의 새 연재물을 선보인다. ‘진경산수화 톺아보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톺아본다’는 뜻대로 옛 그림 속 현장을 직접 샅샅이 답사하며 추적한 흥미로운 글이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박소현박소현 도쿄대 미술관학 박사

이번 특집이 단순히 동물원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도록 풍부한 시각을 부여해준 주인공이다. 그녀는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박물관과 미술관, 미술사의 제도적인 측면에 관심을 두고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도쿄대 문화자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separator][/separator]

MM_CT조사라 광주비엔날레 홍보사업부

2013년 광주비엔날레 홍보사업부 언론홍보 담당으로 옮기기 전까지 8년 동안 《전남일보》 기자로 일했다. 그래서일까. 광주비엔날레 취재 때마다 기자가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집어내 제공해준다. 이번 박양우 대표이사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전남대 신문방송학과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늘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기자를 대하는 명확하고 우아한 홍보담당자다.

COLUMN

이제 청년들이 미술계에 대해 말한다

2015년의 1분기가 지난 지금, 미술계에서는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Artist Run Space)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러한 공간들을 운영하는 주체는 대부분 청년이다. 이들은 과거의 대안공간처럼 기존 제도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어떤 지점을 목표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각자가 직면한 기존 미술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제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타입의 ‘대안적인’ 모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의 청년미술가들은 한두 가지 프레임에 가둘 수 없는 다층적인 방식으로 미술계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앞에서 서술한 공간 운영자들을 포함한, 젊고 진취적인 청년미술인을 통틀어 말한다.) 청년이 한시적인 개념임을 상기할 때, 이들은 미래의 미술계를 이끌 다음 세대로서 점차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청년미술가들이 ‘변두리에서 활약하다가 기성의 눈에 띄어 개별 호명되는’ 기존의 방식으로 제도권 미술계에 편승한다면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 이에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이 지점을 말하고자 한다.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지난해 12월 말 ‘유능사(최정윤+안대웅)’ 주최로 ‘교역소’에서 열린 좌담회 <안녕 2014, 2015 안녕?>에서 발화되었지만 당시 비평가 임근준이 호명한 이들로 구성된 모임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1월, 홍대의 디자인실기실을 작업실로 점유하고 있던 727NOW!에 건강한 미술계를 만들자는 대의에 동의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개인 컬렉티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공유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새로운 청년세대로 스스로를 호명하고 기존의 미술제도 또는 미술정책 차원의 변화를 요구한다. “새로운 주체가, 자신들의 목소리로”(강수미, <세대미학, 미술주체의 문제>, 《월간미술》 2015. 2, p.47. 이후의 인용구 모두 같은 글) 말이다.
‘청년관’이라는 구호는 “자신들의 사고, 감각, 취향, 판단에 따라 만든 자신들의 환경에서 새로운 미술을 시도”하는 데 안주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제도에 침투하는 새로운 방식의 예술운동을 위한 플랫폼 기능을 할 것이다. 따라서 청년의 이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청년관을 요구하는 것은 “공적 제도에 자신을 의탁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공을 위한 미술공간으로서, 동시대미술을 다루는 ‘국립’기관으로서 시의적절한 비전을 가지고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청년주체로부터의 질문이다.
지난 1, 2월에 두 차례의 강연과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현 미술계의 문제의식에 대해 논의한 이래로,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국립현대미술관을 향하여 동시대미술로서의 청년미술을 전시할 별도의 상설전시장을 만들 것, 그룹전과 소장품 구성에서 여성 및 성소수자의 비율을 늘릴 것, 신진비평가와 기획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 것, 내부 큐레이터 처우를 개선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차기 관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들에 관해서는 지난 3월 25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4월 8일에 624명의 지지서명을 포함, 관장 선임과정과 선발기준 투명화를 요구하는 민원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우리는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의 변화를 보며 ‘누가 관장이 되는가’의 중요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관장이 교체될 때마다 기관 내부에서 대규모 개혁을 겪는 것은 아무래도 소모적인 일이다. 따라서 국공립미술관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적확한 위치에서 필요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이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둘러싼 이슈에 주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4월 1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앞을 무대 삼아 <미술관의 탄생전>을 개최했는데, 한쪽에서 설치작업과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 측은 국립현대미술관 직원들과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자유로운 예술형식을 마주하는 경직된 행정의 현주소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강연, 라운드테이블, 서명운동과 민원, 전시 등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의 활동에 관한 정보와 자료, 칼럼들은 홈페이지(savethemuseum.net)를 참고.)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은 앞으로도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청년미술의 도약과 건강한 미술계의 미래상에 대해 고민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공적 미술기관과 제도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 새로운 주체들의 기대를 전할 것이다. 이제 청년세대의 부름에 제도권이 응답할 차례다.
송윤지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 SAVE THE MUSEUM 학술/민원팀

COLUMN 강수미의 공론장 4

인격화 또는 사물화, 미술제도의 문제

앞선 칼럼에서 나는 니콜라 부리요의 ‘관계미학’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거기서 훨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썼다. 그 말은 사실 완곡어법이다. 좀 더 진실에 가깝게 말하자. 부리요의 관계미학은 자신이 특정 개념 및 형식적 유사성으로 범주화한 미술을 ‘관객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존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예술’이라고 내세운 현대미술 담론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범주의 것들이 언제든 ‘체험시장 (Erlebnismarkt)’1의 마케팅 전략에 들어맞는 초고가/초 희귀 미술체험상품이나 ‘가벼운 고급 예술(High Art Lite)’2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눈감은 미술온실 속 논변에 가깝다. 그러니 최근 7~8년 사이 한국 미술계의 젊은 작가나 큐레이터, 그리고 대형 미술기관들이 그러듯이, 해당 논리와 작품은 물론 엇비슷한 경향의 미술을 베스트셀러처럼 돌려가며 읊고, 매입하고, 전시하고, 따라하는 데 그쳐서는 곤란하다. 요컨대 ‘관계’란 특정 작가들의 작품과 미적 경향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면서 그로부터 유무형의 이익/권력/유명세를 얻어내거나, 미술에 대한 사회의 속물적 환상을 자극하는 데 쓰는 개념적 액세서리가 아니다. ‘관계’는 미술이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삶에 기반을 두고 벌이는 행위인 한 근본적 요소이고, 미술이 하나의 인위적 사회 제도로서 존재하는 한 그로부터 책임과 권리와 의무와 역할이 정의되는 확실한 준거 중 하나다.
부리요의 책이 영문 번역되고 국제 미술계에서 반향을 일으킨 후 그에 대한 비판적 논쟁으로 나온 클레어 비숍(Claire Bishop)의 글 <적대와 관계미학>이 문제제기하는 핵심도 나와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지금 우리의 형편에 비춰 특히 마음에 와 닿는 비판은 이것이다. 부리요는 관계미학을 통해 일군의 작가와 작품을 앞선 시기의 미술과 분리하려 했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관계미술은 이전 세대가 꿈꿨던 거창한 미래의 유토피아 어젠다 대신 “이 세계에서 더 낫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경로라고 설파했다는 점이다.3 쉽게 말해 사회 개혁이나 역사 혁명 같은 멀고 거창한 목표 말고, 가까운 사람들과 취향에 맞는 사물에 둘러싸여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소우주의 현재화를 찬미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양극화의 미학, 미술경향의 문제>에서 짚은 것처럼 그런 상황은 더 거시적이고 더 막강하며 비가시적인 힘을 발휘하는 현행 패권 지형을 공고히 할 뿐이다. 이를테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나 미술계의 현상처럼, 청년세대가 눈앞의 작은 이익과 발등의 불 끄기에 매이고, 지금 여기의 기분 전환에 급급해서는 진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말이다.
비숍의 논문은 부리요의 논리에 매우 정교하고 생산적인 비평 논쟁을 제공했다. 그러나 부리요의 책이 받은 관심과 끼친 영향에 견주면, 비숍의 비판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여러 이론가 사이에서는 중요한 텍스트로 회자됐지만, 부리요의 그것처럼 작가나 전시나 미술관 등지에서 폭발적인 지지와 유행, 심지어 물신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왜 그랬을까? 비숍의 비판적 논의보다 부리요의 동시대미술계 일부(작가, 큐레이터, 작품, 경향, 시스템)를 위한 비평적 에스컬레이팅이 훨씬 더 미술제도에 먹히는 것, 그 제도가 원하는 지적으로 세련됐으면서 직관적으로도 매력적인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관계미학》을 통해서는 국제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타 작가와 큐레이터, 흥행을 열망하는 미술관의 전시기획에 부응하는 미술형태, 대중과 언론의 호기심이 꽂히는 아트 이벤트가 얼마든지 가능한데, 비숍의 논쟁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제도란 이 같은 냉정한 생리와 계산법으로 작동한다. 이미 비숍이 인용했던 할 포스터의 솔직한 지적, 즉 혁신적인 공공미술이나 장소 특정적 작업들이 문화 정치적 프로모션과 근친하는 일이 미술계에서 비일비재한 이유가 여기 있다. 심지어 “제도는, 상황이 달랐더라면 그것이 집중 조명했을 작업에 그늘을 드리울 수도 있다. 즉 제도가 스펙터클이 되며, 문화 자본을 끌어들이고, 또 관장이나 큐레이터가 스타가 된다.”4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역시 문제는 다시 ‘관계’다. 그런데 이때 관계는 단지 심리적이고 주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이며 객관적인 것이기도 하다는 통찰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미술제도와 우리는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 사람들은 대체로 제도를 두 가지 방식으로 대하는 것 같다. 하나는 인격화시켜서, 다른 하나는 사물화시켜서 말이다.
예를 들어 젊은 작가들을 뽑는 어떤 아트 레지던시 기관이 있다고 할 때 우리는 거기서 일하거나 그 선정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 제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지원자는 그런 사람들의 미적 지향이라든지 선호 경향 같은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역대 선정자들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탐문한다. 나아가 여러 관계(인맥, 학맥, 친분 등등)를 통해서 좀 더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실제로 그에 맞추려고 애쓰기도 한다. 다른 한편, 미술제도를 사물화하는 경우는 예컨대 국공립미술관의 관장이라는 중책을 ‘권력의 자리’로 물화시켜 능력과 자질과 인성과는 상관없이 처리할 때다.
또 특정 이익단체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공적 미술기관을 무고(誣告)하거나 집단행동으로 부당한 위력을 행사할 때다. 그럴 때 그들의 머릿속과 가슴속에 자리를 탐하는 자신의 능력 부족과 자질 및 인성의 궁핍함을 성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또 자신이 부당하게 대하는 그 기관 및 제도 안에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워지고, 타인의 고통이 아니라 이용가치만 셈해진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즉 미술제도의 차원에서 그 제도의 구성원, 행위자, 관계자, 그리고 제도 밖의 주체를 일종의 사물처럼 비인격화해서 취급하거나, 인간적 관계들에 과도하게 의존해서 제도를 운용하는 경우다. 기계적인 잣대, 실체 없는 통계지표, 허수로 가득 찬 경력 조건으로 국제 행사의 주관자를 지명하고, 대표 작가를 선정하고, 공적 지원금을 나눠주기. 또는 시스템의 규정과 가치평가 기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알음알음과 개인적 호불호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결국 책임지지 않기. 이런 사례들은 내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미술계에서 종종 겪거나 심지어 행위의 당사자들이기도 한 실제 상황이다. 우리와 미술제도의 관계는 현실에서 대략 인격 vs. 비인격, 인격 vs. 인격, 비인격 vs. 인격, 비인격 vs. 비인격 이런 양상으로 펼쳐지지만, 각각의 정도 차에 따라 무수한 변종의 관계가 가능하다. 아마도 미술계에 갓 진입한 젊은 작가(혹은 나이나 분야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미술계 경험이 적은 이들)가 각종 미술제도에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그런 복잡다단하고 불규칙하며 모호한 관계 양상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술계 현실은 충분히 어렵고 충분히 문제적이다. 하지만 가령 내게 유학 갔다 온 옛 학생이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여기는 다 연줄로 일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뭔가를 부탁해 올 때 무척 괴롭고 곤혹스럽다(그 괴로움과 곤혹감 때문에 답을 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함을 전한다. 미안합니다). 젊은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아무런 조건 없이 공개하는 곳에서 당연하다는 듯 ‘미술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치가 빨라야 하고, 기관에 있는 사람들과 잘 알고 지내야 한다’고 선언할 때 뭔가 아주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제도를 이용하는 일이 눈치로 인격화되고, 인간관계가 기관을 통해 물화되는 미술계 현실에서 “예술작품의 구조가 사회적 관계를 생산한다는 부리요의 주장”5에 경도된 지금 여기 미술 전문가, 작품, 전시, 미술관교육, 아트 프로젝트는 얼마나 기이한가.
3월 25일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는 사무소(samuso)가 기획한 ‘차고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사무소 옆 작은 주차장을 전시공간으로 내주는 ‘차고 프로젝트 공모’에 지원한 작가 16명/팀(이들은 선착순에서 밀려 전시 기회를 얻지 못했다)이 작품 발표를 한 그 행사에 묵묵히 3시간을 있었다. 그때 내가 경험하고, 이해하고, 생각한 것들을 여기에 다 쓸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술제도란 미술관 건축물처럼 딱딱한 하드웨어도 아니고, 온갖 이글거리는 욕망과 자의적 이해관계로 쥐락펴락하는 주관성의 덩어리도 아니라는 점이다. 미술제도는 ‘선착순’을 또 다른 경쟁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끔찍한 대상이다. 하지만 그것을 과도한 경쟁이나 비생산적 우열 짓기를 극복할 다른 길로 이해하는 이에게는 언제라도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나설 수 있는 현재의 준거다.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

1 독일 사회학자 게르하르트 슐체는 『체험사회』에서 동시대가 전사회적 체험합리성의 시대, 사회적 기제들이 거의 모두 경제적 목적에서 체험을 도구화/상품화하는 데 맞춰진 체험 지향적 사회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체험시장’은 그 구체적 경제 제도다. Gerhard Schulze, 《Die Erlebnisgesellschaft: Kultursoziologie der Gegenwart》, Gampus, 1992.
2 스텔라브라스는 1990년대 미술, 특히 yBas의 미술이 “예술처럼 보이지만(…) 그 대체물로 작동하는 예술”이라며 이 명칭을 부여했다. Julian Stallabrass,《High Art Lite》, Verso, 1999, p. 2.
3 Claire Bishop, , 《October》, vol. 110(2004, Fall), pp. 51~80 중 54. 인용구는 부리요의 것이다.
4 Hal Foster, 《The Return of the Real》, 이영욱・조주연・최연희 역,《실재의 귀환》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3, p. 292.
5 Claire Bishop, 같은 글, p. 63.

위 한선정 <리본> 리본에 출력 가변설치 2012
2012년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 <제27회 한선정 초대전> 전시장 입구에는 평론가, 기획자 등 한국 미술계 유명 인사들의 이름과 축하 메시지가 적혀 있는 리본이 전시됐다. 이 전시는 <아르코미술관 전문가성장프로그램>에 ‘선정’된 9명의 작가(곽이브, 김경호, 김진희, 박재환, 송유림, 신주영, 이수진, 장유정, 정주희)가 기획한 가상의 작가(한선정) 개인전을 빙자해 신진작가가 경험하고 바라본 공모, 전시, 비평 등 국내 미술 제도에 대한 풍자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