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SHIN’S DESIGN ESSAY 8

원형 복원과 파괴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사람은 누구나 중고 제품보다 새 제품을 더 좋아하게 되어 있다. 새것은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은 순수한 것이고 고장 나거나 망가질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 앉아서 오랫동안 썼고, 그래서 낡고 부실해진 의자나 조명이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받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같은 모델의 최신 제품보다 값이 더 나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합판 의자의 경우 1950년대에 생산된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은 상당히 비싸다. 물론 이 제품들이 지금 나오는 것보다 품질이 더 좋은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오리지널, 또는 진본에 대한 가치는 세월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진다. 세상에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예술작품뿐 아니라 대량 생산되는 공업제품에서도 오리지널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오리지널이 낡았다고 새로운 부품으로 수선하거나 개선하지 않는다. 그러면 왠지 오리지널이라는 품위에 흠집을 내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예스러운 나무의 질감에 반짝거리는 새 나사가 박혀 있다면 얼마나 이질적으로 보일 것인가? 오리지널은 영원히 변화하지 않는 원형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 자연의 힘에 굴복하는 자국을 남긴다. 표면은 변질되고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 원래의 맑은 색을 탁하게 만든다. 오래된 것 같은 그 느낌은 미학적 쾌감을 주기도 한다. 반드시 낡아야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오리지널들은 대개 세월 때문에 반드시 낡아지고 고색창연古色蒼然해지기 마련이다.
19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장인이자 디자이너인 윌리엄 모리스는 당시 영국에서 일어난 고딕 건축 복원운동에 반대했다. 19세기 영국에서는 고딕부흥운동이 맹렬하게 일어났다. 길버트 스콧이라는 건축가는 오래된 건물들을 과거 고딕의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명분 아래 건물에 남은 수많은 세월의 흔적을 모조리 없애고 옛날 양식을 만든다는 계획과 실행으로 큰돈을 벌고 있었다. 이런 원형 복원은 오히려 원형을 파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윌리엄 모리스에게 “옛날 건물이란 낡아가는 것”이고, 낡아감이야말로 건물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건축보호협회를 만들고 이렇게 호소했다. “오래된 기념비적 건물을 감시하고, 비바람을 막는 것 이상의 모든 ‘복원’에 저항하며 건물들을 보호하자.” 원형 복원은 또한 건물의 기능과 아무 관련 없는 겉모습만 바꾸는 것으로, 예술을 내용이 아닌 껍데기로만 보는 건축 장사꾼들의 무지한 짓이었다. 모리스는 당대 예술비평가인 존 러스킨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해 고건축 보호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들의 노동으로 지은 것을 우리가 허물 권리는 없다.… 그들이 남긴 것을 사용할 권리가 우리에게만 주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후손 모두의 것이다.”
최근 문화재청이 사직단社稷壇의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사직공원으로 알려진 종로구 사직동의 사직단은 원래 조선시대 국가의 안녕과 풍년을 위해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그러나 일제가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고 그 역사적 의미를 거세해버려 이를 다시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면 종로도서관, 시립어린이도서관과 같은 주변의 주민생활시설들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래된 과거를 복원하고자 최근의 역사, 현재의 생활을 파괴하겠다는 것과 같다. 종로도서관이나 시립어린이도서관 역시 가까운 역사의 원형이고 문화적 의미를 지니는 건물들이다. 더구나 현재 주민의 사랑을 받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반면 사직단을 복원한들 옛날처럼 제사를 지낼 것도 아니다. 그냥 박제화된 역사적 유적이고 관광지가 될 것이다.
만약 주변 시설을 침범하지 않고 복원한다면야 누군들 그런 문화적 사업을 말리겠는가! 역사를 기억하고 유적을 보존하여 후세에 알리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유적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변화해서 현재에 존재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변화해 지금에 이른 것 역시 우리 마음대로 허물 권리가 없으며 후손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이다. 자연적 흐름을 거스르는 원형 복원주의는 생활의 파괴를 동반한다. ●

ART BOOK 전통, 치열한 정체성 확인의 또 다른 이름

박계리《모더니티와 전통론》혜원 2014

박계리 (2)흔히 전통이라고 하면 시대에 뒤처진 것, 촌스러운 것으로 단정하기 쉽다. 최근 출간된 책 《 모더니티와 전통론》은 전통에 대한 보다 균형적인 시각을 제안한다. 우선 저자 박계리는 전통은 고정된 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개념이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전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선언하기보다 전통이 만들어지고 계승되고 사라지고 다시 호명되는 능동적인 과정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 책에 ‘혼돈의 시대, 미술을 통한 정체성 읽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19세기 말 대한제국기부터 20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지난 100여 년간 식민지, 광복, 전쟁과 분단, 세계화라는 가장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쳤다. 저자는 “20세기 한국 미술가에게 ‘전통’이라는 화두는 보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개념이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사의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 아방가르드가 되고 싶어 했던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러내고, 재인식하고, 재창조해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전통을 둘러싼 여러 논란 혹은 담론을 분석하기보다 개별 작가들이 이 혼돈의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전통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 면면을 드러냄으로써 그들의 치열한 고민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담론으로 접근할 때 생략되는 구체적인 삶의 풍경을 드러냄으로써 시대를 보다 효과적으로 읽어내고 작가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접근은 과거 읽기에만 유효하지 않다. 지금도 많은 작가가 세계화 시대에 끊임없이 논의되는 지역성의 화두와 연결해 전통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전통은 식민지시대부터 광복 이후 문화 권력에 의해서 정책적으로 자주 활용된 키워드로 지금도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이 정책에 의해 만들어지는 데 박물관은 전통이 유물로서 소장되고 집적되는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책의 전반부를 한국 박물관의 역사와 컬렉션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데 큰 비중을 두었다. 일제강점기 제실박물관(이왕가박물관)의 탄생부터 조선총독부박물관과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민족미술관,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식민지시대 제도로서 근대박물관의 왜곡된 미의식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컬렉션으로서 근대박물관의 전통 계승과 보존의 차원을 분석했다.
저자는 정체성을 치열하게 고민해 진정성을 확보한 작가와 함께 당시 미술 담론의 중심에 있던 작가 중 진정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작가들을 선별했다. “정체성의 문제에 있어서 작가의 역사성, 뿌리에 대한 고민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가가 어떤 범주의 인식지도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세계관 또한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서양 매체를 쓰는 미술가들은 서양의 작가들과 자신을 비교해야만 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기 때문에 일찍부터 한국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축적된 경험이 많죠. 반면 전통적인 매체를 쓰는 미술가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모더니스트가 되고 싶은데 전통을 고민하는 순간 복고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오랫동안 전통의 무게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그렇다면 ‘전통’ 하면 떠올리는 무수한 이미지와 개념들, 즉 향토와 무속, 연희, 민예, 민화, 문인화, 달항아리, 구수한 맛, 무기교의 기교 등은 어떠한 경로를 거쳐 현재 우리에게 전달되었을까? “예를 들어 오늘날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조선시대 달항아리가 어떻게 백자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어요. 본디 곡식을 담는 용도로 여성이 사용하던 달항아리가 어느 순간 조선시대 선비의 취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떠한 조건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게 되었는지 그 경로를 짚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연구 방법은 수입된 서양미술사의 단편적 흐름에 20세기 한국미술사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미술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20세기 미술사를 이해하는 시도로서 의의를 가진다. 서구의 ‘~이즘’ 식으로 한국미술사를 구분하다보면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색화와 민중미술도 정체성의 문제에 있어서 동시대성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오늘날 작가들이 전통과 한국성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소재주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 역시 전통이라는 화두를 놓고 유의미한 전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전통론에 대한 관심 속에서 저자는 북한 미술을 연구해왔으며 이 책의 후속편으로 북한미술의 전통론에 관한 연구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슬비 기자

박 계 리 Park Carey
1968년 출생했다. 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박사박위를 받았다. 2003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일했으며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예술과 정치-북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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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대한민국 박물관 기행
배기동 지음
공룡의 터를 보여주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에디슨과학박물관 등 국내의 이색 박물관 41곳을 유익한 정보와 함께 알기 쉽게 소개한다. 전통문화, 자연과 인간, 치료의 역사, 발명과 발견 등 8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책문 584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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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이탈리아 작은 미술관 여행
원형준 지음
서양미술의 꽃을 피워낸 르네상스와 화려하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이끌어낸 바로크 미술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교외의 작은 미술관과 성당 30곳을 소개한다. 조용한 공간에서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책읽는수요일 41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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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
정은혜 지음
미술 치료사인 저자가 8년여에 걸친 치료 경험 속에서 만난 정신병동의 환자들, 청소년거주치료센터 학생들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담았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창조적인 미술치료기법 사례 등을 여과없이 공개했다.
샨티 31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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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 심미주의 선언
문광훈 지음
삶의 심미성에 대해 인문학적인 사유를 이끌어낸 책이다. 동서양의 문화, 역사,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문화 전반의 내면적 성숙을 이끌어내려 한다. 저자는 예술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통념에 반문을 던진다.
김영사 472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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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 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배영란 옮김
프랑스의 설치미술가이자 사진작가인 저자의 자전적 수필집이다. 저자 특유의 감각적인 사진작품과 글로 이별 전후 시기를 기록했다. 1985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2003년 완성됐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담출판사 284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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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 제주체
김석윤, 박길룡, 이재성 지음
건축전문가가 소개하는 제주의 현대건축 가이드 북이다. 전통, 사회, 자연, 문학이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눠 건축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풍부한 도판과 친절하고 쉬운 설명으로 대중과 눈높이를 맞췄다
디 368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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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데이비드 실베스터 지음/주은정 엮음
미술평론가이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가까운 친구였던 데이비드 실베스터가 25년에 걸쳐 베이컨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었다. 베이컨이 받은 예술적 영감의 근원과 작업에 활용한 기법 등을 알 수 있어 그의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디자인하우스 344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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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 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
리코드 엮음
권명광, 목진요, 박완선, 방경란, 이수진으로 구성된 디자인연구소 리코드가 디자이너 13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좋은 디자이너는 어떤 존재인가’부터 디자인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두성북스 216쪽·15,000원

ART JOURNAL

예술로 탈바꿈한 자동차와의 추억
현대자동차,〈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열어

자동차를 이용하며 생겨난 일상 속 소중한 추억을 미술가가 나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는 캠페인을 통해 폐차 예정이거나 중고로 차를 판매하게 된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창의적 예술의 모티프로 삼은 전시다. 자동차를 재료로 삼은 전시이지만 모터쇼처럼 자동차 자체를 보여주는 형태가 아니다. 캠페인 기간동안 1만8000여 건의 사연이 접수돼 전시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김병호, 김종구, 양민하, 우주+림희영, 이용백, 한진수, 에브리웨어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연이 당선된 이들의 차를 그들만의 예술적 감각으로 작품화했다.
사연을 시각화하는 작가들의 방법은 저마다 달랐다. 참외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처음 산 포터를 떠올리게 해달라는 사연에 김종구는 포터의 일부를 갈아 쇳가루로 만들어 아들의 사연을 써내려가는 퍼포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쇳가루 산수화를 해온 김종구의 작업세계와 맥이 닿아 있어 전시의 설득력을 높였다. 이광호는 자동차 운전석을 뜯어내 여행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캠페인의 첫 사연인 프로포즈할 때 썼던 차를 사용해 작업한 에브리웨어는 핸들을 돌리면 전면에 설치된 후방카메라를 통해 사연자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줌인되는 인터랙티브 아트 <메모리얼 드라이브>를 탄생시켜 주목을 받았다.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로 변신한 자동차와 그 속에 담긴 사연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 14명 작가의 작품 외에도 김용호, 오중석, 아놀드박 , 서대호가 참여한 사진전 <모멘츠(moments)>와 대학생 공모전 <드림(dream)>도 함께 열려 자동차에 대한 전시의 폭을 넓혔다.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의 전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 웹사이트(brilliant.hyundai.com)에서는 전시 작품 및 작가소개뿐 아니라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신청자들의 사연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어 전시는 끝났지만 전시에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월 현대자동차는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체결한 장기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터바인 홀에서 열릴 ‘현대 커미션’ 첫 번째 작가를 공개한 바 있다. 첫 번째 작가로 선정된 멕시코의 설치작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의 작품은 10월 13일부터 전시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 미술관과의 파트너십 협약, 미디어회사와의 아트TV 협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안을 발표하는 등 미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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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승__보이스리스_전시전경

예술언어로 아픔을 치유하다
장민승,〈2014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최종 수상자로 선정돼

장민승 작가 사진 (1)에르메스 재단은 2월 13일 〈2014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수상자로 장민승(사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시상식을 열고 상패와 상금 2000만 원을 수여했다. 장민승은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1차 심사 선정자인 슬기와 민, 여다함과 함께 12월 19일부터 2월 15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장민승의 <보이스리스(voiceless)>는 “사회의 무겁고 비극적인 주제를 섬세하고 감성적인 예술적 언어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훌륭했다. 동시에 여러 장르의 매체를 익숙하게 다루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이번 심사 위원에는 공성훈, 홍승혜 작가와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의 팡웨이창 시니어 큐레이터, 샤르자비엔날레 12의 주은지 큐레이터 등이 참여했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2000년 제정됐으며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임민욱, 양아치, 구동희, 정은영 등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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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진 〈무제〉 99×185cm 2005

북한미술 마주하기
국내외 북한미술전시 잇따라 열리다

남북 분단 70년을 맞아 북한미술을 살펴보는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우선 1월 29일부터 3월 6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유럽에서 들려주는 북한 미술전, 숨겨진 보물들이 드러나다〉가 계속된다. 네덜란드 ‘스프링타임 예술재단’의 프란스 브루르선 대표가 최근 10년간 개성을 7차례 방문하며 수집한 북한작가작품 2500여 점 중 70명 작가의 150여 점을 공개했다. 스프링타임 예술재단은 그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북한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전시해왔다. 특별히 2월 18일부터 3월 6일까지 방문자를 대상으로 전시작 중 하나인 장현철의 〈일요일에〉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어 주목된다. 한편 미국 뉴저지에서도 북한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려 주목된다. 1998년부터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북한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미국조선미술협회 신동훈 회장이 기획한 〈광복 70년 남북분단 70년-선우영 개인전〉이 2월 14일부터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선우영은 정창모, 김상직, 리석호와 함께 ‘북녘의 4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다. 선우영은 2005년 <제8회 베이징 국제미술제>에서 <백두산 천지>로 최고상인 금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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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 (1)

미술품 대거 기증 줄잇는 대구미술관
재일동포 하정웅 46점, ㈜유성건설 김인한 회장 456점 등

하정웅3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이 대규모로 작품을 기증받는다. 미술관 측은 “지역의 대표적 건설사인 ㈜유성건설 김인한 회장과 재일교포 사업가이자 컬렉터인 하정웅(사진)이 대구미술관에 대규모 작품 기증 의사를 전달했다. 대구·경북지역의 근・현대미술 작품소장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측은 “2014년 12월 ㈜유성건설 김 회장이 작품 기증의사를 밝힌 데 이어 올해 1월 456점의 기증목록을 전달했고, 현재 일부가 미술관 수장고에 입고 됐다”고 밝혔다. 기증 목록에는 이우환의 <조응>(2004), <바람과 함께>(1990), 판화 등과 대구의 근대미술가 이인성의 <연못>(1933)이 포함돼 있다. 또한 강우문 신석필 이경희 전선택 감창락 도팔량 백낙종 백태호 변종하 서석규 등 대구·경북을 연고로 한 근현대 작가의 작품 220여 점도 기증목록에 포함됐다.
그동안 광주, 부산, 대전 등의 공립미술관에 작품을 대거 기증했던 재일동포 사업가이자 컬렉터 하정웅도 대구미술관에 46점의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곽인식의 판화 3점과 손아유의 회화 및 판화 43점이 포함됐다. 대구미술관에서는 2013년부터 시작된 ‘전국 시도립미술관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순회전 <하정웅 컬렉션 특선전: 위대한 유산>이 2월 10일부터 5월 17일까지 열린다.
한편 미술관 측은 “오는 6월경 작품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식 기증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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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프레스코로 그린 백자의 이미지
최병진 개인전〈원초적 프레스코〉열려

최병진의 다섯 번째 개인전 <원초적 프레스코전>이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 서울관에서 2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개최되었다. 작가는 2003년 에꼴 드 가나에서 프레스코 과정을 이수한 후 지금까지 10여 년간 프레스코 기법을 주로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 역시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장점을 살려 프레스코 바닥에 스미는 안료의 느낌을 수묵의 특성과 연계한 작품을 발표했다. 하얀 프레스코 바닥에 청색으로 그려진 매화, 소나무, 산수는 조선시대 유백색 항아리의 그림과 이미지가 중첩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된 그림들은 청색을 주로 썼는데 청양(靑羊)의 해를 맞아 청색의 기운을 강조 하고자 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작가는 젖은 석회에 채색하는 습식기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 순도가 좋은 제천지역의 석회암으로 만든 석회를 사용하는데 전통적 방식으로 10년간 숙성시킨 후 작업에 활용하게 된다.
작가 최병진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충북대학교 강사, 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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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청년미술상의 마지막 수상자
〈2015년 부산청년미술상〉‘이윤주, 은주’ 공동수상

제26회 ‘2015년 부산청년미술상’에 이윤주와 은주가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부산공간화랑(대표 신옥진)이 주관하는 부산청년미술상은 매년 만 35세 이하로 부산에 거주하며 전년도에 개인전을 연 작가 중 지역미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작가를 선정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이 수여되며 이듬해 상의 심의일을 기준으로 7일간 수상작가 전시기회가 주어진다.
부산청년미술상 심사위원회는 “이윤주 작가는 기억이나 이미지들을 현재로 소환함으로써 급격한 변동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다시 호흡하게 만드는 전략을 회화적으로 풀어내고 있고, 은주 작가는 일반적인 전시공간에 담기지 않는 ‘언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심사는 김만석(심사위원장, 미술평론가), 강태훈(작가), 감민경(작가), 예유근(작가), 방정아(작가), 조은정(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가 맡았다. 관례에 따라 지난 2월 6일에는 부산공간화랑에서 25회 부산청년미술상 수상작가(서평주) 전시 오픈과 함께 26회 수상작가 시상식이 있었다.
한편 1989년 제정돼 26년간 부산 미술인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부산청년미술상’은 부산에서 유일한 화랑 자체 주도의 미술상으로서 지역 미술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 작가상 선정을 끝으로 수상제 폐지가 결정되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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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2)

도자의 새로운 영역을 열다
네일 브라운스워드,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수상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조직위가 국제 공모전 수상자 10인을 발표했다. 대상의 영예는 ‘국보’를 출품한 영국 작가 네일 브라운스워드(사진)에게 돌아갔다. 수상작은 다큐멘터리 필름과 도자접시 6점과 작업대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은 도자 장인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과 급속도로 사라지는 무형문화재를 테마로 다뤄 ‘도자의 영역 확장’이라는 방향성이 잘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 수상자에겐 5000만 원의 상금과 2017 비엔날레 전시 특전이 주어진다. 한편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색: Ceramic Spectrum – 본색・이색・채색’을 주제로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경기도 이천, 광주, 여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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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헌

임응식의 사료를 한눈에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자료집 출간

가현문화재단(이사장 송영숙)은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자료집 제9호로 사진작가 임응식의 스크랩북을 출간했다. 이 책은 故 임응식이 1930년대부터 2000년까지 수집한 자료를 엮은 스크랩북 및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 영상, 음성 기록물의 목록을 총정리해 수록했다.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 준비 단계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는 스크랩북을 바탕으로 정보를 구체화하고 열람이 편리하도록 보완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이번 자료집에 소개된 목록의 주요 내용 전문을 실은 서적을 발간할 예정이다.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사진미술관과 한국사진문화연구소를 운영하는 예술재단이다.

EDITOR’S LETTER

돈과 의지의 결합

특집기사로 아라리오를 다루자는 제안에 기자들마저 처음엔 시큰둥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별히 뭐 나올게 있냐는 반응도 있었고, 특정 갤러리를 너무 빨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라리오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 존재를 처음 접한 건 1990년대 중반, 지금은 폐간된 《가나아트》에 실린 광고를 통해서였다. 당시로서는 이름도 생소했고, 게다가 서울이 아닌 천안에 있는 갤러리가 미술전문지에 광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2002년 갤러리를 새로 오픈하고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yBa 주요작가 작품을 대거 컬렉션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에도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갤러리 마케팅과 특히 컬렉터이며 작가인 김창일 회장의 행보는 국내외 미술계 인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뉴스 메이커로서 아라리오와 김창일 회장의 존재감에 정점을 찍은 사건은 건축가 故 김수근의 ‘공간空間’ 사옥 매입과 제주도 뮤지엄 개관. 그 규모나 소장품의 수준은 접어두고라도, 아무리 성공한 사업가라고는 하지만 순수하게 개인의 역량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선 유례를 쉽게찾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스위스의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 1921~2010가 연상된다. 소규모 화랑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아트페어 <아트바젤>를 만들었고, 나아가 재단을 설립해 뮤지엄으로 화상의 꿈을 완성한 전설적 인물 말이다. 오늘도 바젤-바이엘러미술관을 찾는 관람객 발길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보잘 것 없던 작은 도시 바젤은 명실공히 세계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 했다. 맨해튼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넘게 가야하는 거리에 있는 디아:비컨 역시 마찬가지다. 미술관 하나 때문에 비컨Beacon이라는 작은 마을은 전 세계 미술순례자의 성지聖地가 됐다. 우리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창덕궁 옆 담쟁이로 뒤덮인 작은 벽돌 건물이나 지방 소도시 시외버스터미널, 제주도 구도심 미술관을 보기위해서 제 돈 들여 멀리서 비행기타고 날아 온 노랑머리 관람객을 보는 일도 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돈 많은 사람은 미술에 의지意志가 없고 반대로 의지는 있는데 정작 돈이 없는 미술인이 많더라. 당연히 나는 후자에 해당한다. 아무쪼록 돈과 미술에 대한 의지, 이 둘을 두루 갖춘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하길….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ML-CO이규현
이앤아트 대표
《조선일보》 미술담당 기자를 거쳐 현재는 전시기획과 전시 홍보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이앤아트’를 운영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그림쇼핑》 《그림쇼핑2》 《안녕하세요? 예술가씨!》 《미술경매이야기》 등 미술전문책을 썼다. 연세대 국문과, 중앙대 예술대학원 박물관미술관학과,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대학원 과정을 졸업했고, 뉴욕 포댐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MB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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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SI신현진
미술비평
마감 직전 ‘작가보수제’에 관한 정부 발표 내용을 확인해 원고를 수정하는 순발력을 발휘해주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시카고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뉴욕 아시아 아메리칸 아트센터 프로그램 매니저, 쌈지스페이스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해 현재 신자유주의와 현대미술에서의 제도적, 존재론적 관계를 고찰하는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며, 현대미술 비평 작업으로 소설 쓰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HOT PEOPLE 《나의 미술기자 시절》 출간한 1세대 미술 언론인

‘거북이 기자’의 미술 인생

 

이구열의 《나의 미술기자 시절》이 지난해 말 출간됐다. 이구열에 대한 설명으로 ‘한국 최초의 미술기자 이구열의 취재 노트’란 부제는 더할 나위 없다. 회고록을 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위의 권유로 소일거리 삼아 기자 시절 쓴 기사와 이후 저작의 중요부분을 발췌해 묶었다. 또한 각 글이 쓰인 배경과 이후의 상황 묘사를 덧붙여 기사와 관련된 미술계의 논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매일같이 사무실에 출근해 자료를 정리하고 ‘독수리 타법’으로 틈틈이 써온 글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책이 오래전 일들을 회고하며 적어 내려간 글임에도 불구하고 필력이 생동하는 까닭은 고령에도 글쓰기를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구열은 기자시절부터 기사 말미에 자기 이름 중간 글자를딴 ‘龜’를 넣어 종결지으면서 일찍이 ‘거북이 기자’, ‘거북 씨’로 불렸다. 1959년 미술기자 활동을 시작해 1973년 기자 생활을 마감하면서 연구소를 차리고 미술비평을 해온 ‘거북 씨’의 글은 한 사람의 인생이자 한 시대의 증언으로 읽힌다.
“미술 전문기자 1세대”라는 타이틀은 늘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금이야 미술계의 원로로서 명성을 갖지만 미술 저널리스트로서 첫발을 내디딜 당시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선배 세대의 모델이 없기 때문에 그의 모든 행보는 늘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미술 전문기자가 전무하던 시기에 그의 기사는 미술 전문가와 애호가들에게 단비와 같아서 자연히 기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미술계의 좌표가 서서히 다져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기자, 비평가, 연구자의 일에 뚜렷한 구분이 없었다. 각자의 직업에 따라 기록의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미술에 대한 기록자이자 연구자로서의 사명감과 전문성에는 차이가 없었다. 저널리스트로서 이구열은 기사에 전문성을 부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또 기록했다. 그는 현장에서 작가, 이론가들과 만나며 보고 들은 것을 사소한 부분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당시에는 미술인들의 흔한 일상적 대화였지만 이렇게 모인 기록은 현재 한국 근현대미술의 귀중한 아카이브 자료가 됐다. 또한 국내 미술전문 매체가 전무한 상황에 해외 미술의 경우는 아쉬운 대로 신문사에서 구독하는 잡지 《타임》, 《뉴스위크》, 《라이프》 등에 간간이 실리는 예술기획기사를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대신했다. 타고난 정보욕과 자료욕으로 자료를 필기하고 기사 스크랩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1년 설립된 삼성미술관 리움의 ‘한국미술기록보존소’는 그가 기증한 약 4만여 건의 자료와 책을 근간으로 삼았다고 할 정도다. 1975년부터 그가 운영하고 있는 한국근대미술연구소도 귀중한 자료가 겹겹이 포개져있는 정보의 보고다. 미술평론가 이일의 사라진 원고에 대한 일화는 그의 넘치는 자료를 반증한다.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로 미술을 전담하던 시절 그는 편집 진행부터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혼자 담당하는 미니 미술잡지 《미술》을 창간했다. 제2호를 준비하면서 미술평론가 이일이 파리에서 유학 중이란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는 일면식도 없던 이일에게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 미술계 동향을 정리한 글을 청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어렵게 원고를 받았으나 애석하게도 《미술》은 5·16군사정변 이후 위태로워진 출판사의 경영난으로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창간호가 곧 종간호가 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사무실에 두었던 이일의 원고는 수많은 자료와 뒤섞여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2007년 우연히 사무실의 한 캐비닛에서 사라졌던 원고가 발견되었다. 그 원고는 같은 해 《미술평단》의 ‘이일 추모 호’에 게재됐다. 40년이 훌쩍 넘은 후에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일의 자료에 얽힌 사연만큼이나 《미술》 자체는 큰 의미를 지닌다. 비록 창간 즉시 사라지는 비운의 숙명을 맞았으나 우리나라에서 미술 전문잡지를 시도한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잡지의 구성이다. 최순우, 김원룡, 이경성, 조희룡 등 당대 최고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고 고미술부터 현대미술, 해외미술 동향을 기사화했다. 특히 인상적인 기획으로 이구열은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화를 그린 춘곡 고희동과의 인터뷰를 꼽는다. 열흘 가까이 진행된 특별 인터뷰는 고희동의 살아생전 유일한 증언으로 남았다. 한국미술사의 중요한 아카이브인 것이다.
그는 미술기자를 그만둔 이후 지금까지 미술 언론인이자 비평가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미술에 대한 안목은 선택의 문제다. 그 선택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인정받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 설사 동의하지 않는 독자가 있더라도 감수하고 기자 개인의 뚜렷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끝없이 공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보충해 나아가야 한다”며 미술 전문 언론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언했다. 비단 미술기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미술계의 모두에게 전하는 원로의 충고다.
임승현 기자

이 구 열 Lee Guyeol
1932년 태어났다. 1959년부터 1973년까지 민국일보사, 경향신문사, 서울신문사, 대한일보사에서 미술기자로 재직했다. 예술의전당 전시사업본부장, 문화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근대한국미술의 전개》 《한국문화재수난사》 《나혜석-그녀, 불꽃같은 생애를 그리다》 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2014년에는 《나의 미술기자 시절》을 발간했다. 1975년 한국근대미술연구소를 세우고 약 40년 동안 미술계와 문화재 발굴 현장의 중요내용을 기록해왔다.

HOT PEOPLE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문경원&전준호

두 작가가 보는 예술의 미래

올해로 56회를 맞이하는 <베니스비엔날레>가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린다. 1895년 첫 대회를 개최한 이후 비엔날레의 꼭대기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 없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전 세계 미술인의 시선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한국관 출품 작가로 선정된 문경원 전준호 작가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작가를 만나기 위해 통의동 작업실을 찾았다. 당장 다음 주부터 촬영을 앞두고 있어 두 작가는 물론 스태프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커미셔너와 비엔날레 개막 전에 작품에 대해 함구하기로 협의한 바가 있어서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기자에게 양해를 구한 두 작가는 그래도 출품작의 큰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카셀도쿠멘타>(2012)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작품이 나올 겁니다. 카셀 때는 분리된 두 개의 화면이 예술의 탄생과 종말, 그 사이를 증거했다면 이번에는 예술행위를 통해 자아를 깨닫고 존재를 증명하고 창의성을 갈망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큰 틀은 카셀 때와 맥락을 같이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과 형식은 큰 차이를 보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또한 타 분야 인사들과 협업했던 방식은 시나리오에 녹여서 보여줄 예정이라고. 따라서 영상 안에 두 작가의 예술에 대한 인식이 이벤트처럼 숨어 있다고 귀띔했다. “주인공이 자기의 존재를 전혀 모르다가 창의의 발현에 의해 기쁨을 느끼게 되죠. 이로써 자신이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 증명하면서 미래를 기약하는 내용입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두 작가의 참가가 더욱 주목받는다. 커미셔너를 맡은 이숙경 테이트모던 큐레이터는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많은 관객과 소통이 가능한 장점을 잘 살려내는 작업을 기획할 것”이라고 두 작가 선정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두 작가는 “카셀 때 시도한 협업이 어떤 결과를 향해 가는 단계였다면,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기대하는 큐레이터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총감독을 맡은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All the World’s Futures’를 주제로 내걸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양상에 대한 작가들의 인식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다. 주제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미래’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던 두 작가는 자신들의 작업 콘셉트와 연결되는 주제라 반가웠을런지도.
그들은 개인작업에도 몰두해야 한다. 현재 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 개인전을 열었거나 진행 중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작가는 상대의 전시와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문 작가는 지금 YCAM(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2014.11.1~ 1.11)에서 <Promise Park>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붕괴된 사회문명, 남아 있는 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는 프로젝트입니다”(전준호) “지난번 개인전(<그의 거처전>, 갤러리 현대, 2014.8.29~2014.9.28)에서도 발견했지만 전준호 작가는 자기 성찰과 고민을 작업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굉장히 명료하게 드러내죠. 수공(手功)을 들여 이룩한 작업을 통해 예술적 실천을 실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문경원) 의견이 충돌하면 서로 말도 안한다고 하지만 이렇듯 협업뿐만 아니라 각자의 작업을 통해서도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두 작가다. “문 작가는 삶을 보고서처럼 보고, 전 작가는 소설처럼 봅니다”라고 농담처럼 서로를 비평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통해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볼 수 있었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6년여 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운 좋게도 계속 그럴 수 있게 계기가 마련돼서”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두 작가는 시카고와 취리히 등지에서 온고잉(ongoing) 형태의 프로젝트를 지속한다. “저희의 의지로 그만두자고 할 상황이 아닙니다. 마치 물에 따라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그들의 협업과 개인작업 이 삐걱대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바로 부지런함에 있다.
오는 5월. 그들의 작품을 베니스에서 보게 될 전세계 관람객은 무슨 질문을 받을지 궁금하다.
황석권 수석기자

전준호  나무 거울 책 31(H)×70(W)×116(L)cm, 35(H)×480×415.6cm(좌대), 2012~14

전준호 <마지막 장인> 나무 거울 책 31(H)×70(W)×116(L)cm, 35(H)×480×415.6cm(좌대), 2012~14

 문경원  YCAM 전시광경 2014

문경원 < PROMISE PARK > YCAM 전시광경 2014

문 경 원 Moon Kyungwon
1969년 태어났다. 이화여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의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 영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을 비롯 일본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현재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 준 호 Jeon Joonho
1969년 태어났다. 동의대와 첼시 미술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일본,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10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국내외 주요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내일의 작가상’(성곡미술관, 2001), ‘올해의 작가상’(국립현대미술관, 2012), ‘눈 예술상’(광주비엔날레재단, 2012), ‘멀티튜드 아트 프라이즈’(UCCA 베이징, 2013) 등을 수상했다.

SIGHT & ISSUE Hello! 2015 Good Bye! 2014

2015년을 시작하며 2014년 미술계를 정리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주목해야할 전시’와 ‘젊은 세대’, ‘미술 시장’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다. 먼저 2015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가 발표한 전시 라인업을 통해 올해 눈에 띄는 이슈와 전시를 짚어본다. 이어 지난해 연말부터 대두되고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예술활동과 공간 문제 관련 새로운 움직임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2014년 미술시장의 흐름을 결산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2015년 주요 전시 길라잡이

이슬비 기자

지난 2014년은 세월호 사건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미술계에서도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다. 먼저 짝수연도인 비엔날레 해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성격의 비엔날레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특히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 제시카 모건이 이끈 <광주비엔날레>와 작가 박찬경이 기획한 <미디어시티 서울>의 경우 감독의 특성이 잘 반영된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비엔날레의 전시의 질을 떠나 행사 운영 및 진행에 따른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창설 20주년 특별전에서 작가의 작품이 철거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 일은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사퇴로 이어졌다. 부산비엔날레의 경우 감독 선임 문제를 둘러싸고 우여곡절 끝에 ‘제도개선위원회가’ 발족돼 장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는 국공립 미술관 관장 자질론이 유난히 많이 거론되었고 결정적으로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직위 해제되는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 최고경영자 출신 배순훈 관장이 돌연 사퇴한 데 이은 정 관장 직위 해제 사태를 계기로 한국 대표 미술관 수장 자질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공론화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올해는 국내 비엔날레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비엔날레 측은 전시 수준뿐 아니라 행사 운영 방식에도 힘을 쏟아야 할 시기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지나가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2015년 미술관과 갤러리 주요 전시 라인업이 발표되었다.
현재까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공개한 전시 라인업을 살펴보았을 때 단연 눈에 띄는 이슈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 문제와 분단 현실을 다룬 전시들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는 야심 차게 <북한(가제)전>(7.21~9.27)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을 주제로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들과 북한 출신 작가들의 작품, 북한의 우표, 포스터, 선전물 등의 수집품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미술관 측은 “현재 북한 측과 직접적인 교류채널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며 제대로 성사된다면 만수대창작사 소속 북한 작가들의 작품을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최초의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석으로 남아있는 관장 선임 문제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에서 7월부터 10월까지 월북작가 <이쾌대전>을 개최한다. 초기 습작부터 6・25전쟁 포로수용소 시절까지 대표작을 망라해 리얼리즘 미술의 대가 면모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2011년부터 해마다 <리얼 DMZ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아트선재센터는 올해에도 8월부터 10월까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또한 분단 이후 60년간 남북한 건축의 양상을 다방면으로 조명한 건축가 조민석 기획의 <한반도 오감도전>이 3월부터 5월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2014년 제14회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상반기에는 미디어아티스트 거장들의 전시가 연이어 개막해 꼭 보아야 할 전시들로 손꼽힌다. 2016년 10주기를 앞두고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을 제대로 조명하려는 추모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1월 21일부터 3월 15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백남준전 <W3>을 시작으로,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월 말부터 백남준 추모 9주기를 맞아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텔레비전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소장품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 <TV는 TV다>와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계승하는 국내 신진작가의 신작 전시<2015 랜덤 액세스>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11월 영국 테이트모던에서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로 선정된 이숙경 큐레이터가 기획한 소장품 중심의 백남준전이 열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국내 비디오아트 선구자인 박현기(1942~2000)의 개인전(1.27~5.25)이 열려 그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한다. 2012년 미술관에 기증된 박현기 아카이브 약 2만 점 중 상당 부분이 미술계에 최초 공개되는 만큼, 그의 미술사적 위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백남준의 제자이자 현대미술의 영상 시인이라 불리는 빌 비올라 전시가 3월부터 5월까지 준비돼 있다. 11월 말에는 혁신적인 영상으로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남성 원로 작가와 중견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올해에는 여성 작가들의 굵직한 전시와 페미니즘 전시가 다수 포진해 있다. 선두주자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 양혜규의 전시(2.12~5.10)이다. 2012년에 열린 서도호의 전시 이후 삼성미술관 리움이 두 번째로 마련한 한국 현대미술가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초기작부터 인조 짚을 재료로 한 신작까지 국내에서 활동이 뜸했던 양혜규의 작업 전반을 살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리는 한국 여성주의미술의 대모 윤석남의 개인전(4.21~6.28)은 초기작과 대표작을 비롯해 역사 속에 등장하는 여성 위인을 주제로 한 최신작을 소개한다. 버려진 파편으로 도자기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 이수경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대구미술관과 9월부터 11월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12월에는 플라토에서 한국 역사의 상처를 재조명하는 작가 임민욱의 개인전이 잡혀 있다. 이밖에 국제갤러리에서는 6월 북한 주민의 수공 자수회화 신작으로 구성된 함경아의 개인전과 yBa 멤버이자 미술계 악동으로 잘 알려진 트레이시 에민의 개인전을 12월에 개막한다. 그리고 6월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리다 칼로전>도 기대해볼 만 하다. 코리아나미술관에서는 5월부터 7월까지 규범과 경계를 가로지르는 저항적 제스처로서, 위계와 권위 해체하는 급진적 행위로서의 페미니즘 퍼포먼스에 관한 국제 기획전 <Radical Gestures>를 연다. 국내외 여성 안무가 및 퍼포먼스 아티스트 15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9월에는 동아시아 지역 페미니즘 미술의 현재와 의미를 조명하는 <FANTasia : 아시아 페미니즘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소개된다.
또한 올해에는 국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즐비하다. 먼저 이탈리아 조각의 거장 노벨로 피노티의 대규모 회고전(2.28~5.17)이 서울미술관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놓치지 않고 봐야 할 전시로 철학·문학·영화·연극·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기반을 두고 조형적 실험을 펼쳐온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12.1~2016.2.28)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준비 중이다. 2012년 양현미술상 수상자이자 멕시코의 대표적 개념미술 작가인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4.18~8.2)와 2014년 백남준미술상 수상자인 파키스탄계 영국인 작가 하룬 미르자(10.15~2016.2.14)의 개인전이 각각 아트선재센터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대구미술관에서 준비한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개인전(5.30~10.18)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4년 런던 프리즈 마스터즈에서 주목을 받은 일본 작가 우에마쓰 게이지의 개인전이 4월부터 6월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개최된다. 성곡미술관에서는 재중교포 최헌기(추이셴지)의 국내 최초 회고전(3.6~5.31)을 기획하고 있으며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는 4월에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작가 크리스틴 아이 추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으로, 국제적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였으나 그동안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서구권 작가들의 개인전이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한편 고미술 분야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많다. 용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 올해 10주년을 맞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불교미술에 집중한 전시를 대거 선보인다. 그 중에서 기획특별전으로 준비한 전시는 <고대불교조각대전>(9.24~11.15)이다. 불상의 탄생부터 시작해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18개 기관에 소장된 불교조각 명품 150여 점을 공개한다. 리움에서도 두 개의 고미술전이 마련돼 있다. 한국미술의 정수 가운데 세밀함의 특징을 지닌 작품들을 내세운 <세밀가귀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전>(7.2~9.13)과 한국전통건축을 관련 사진과 영상, 고미술, 관련모형, 도면, 아카이브 등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전통건축예찬전>(11.12~2016.2.7)이 그것이다. ●

양혜규  2011 (Courtesy of Kukje Gallery)

양혜규 <성채> 2011 (Courtesy of Kukje Gallery)

윌리엄 켄트리지  201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 예정)

윌리엄 켄트리지 <시간의 거부> 201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 예정)

맨위 우고 론디논 <Where Do We Go From Here> 1999(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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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소의 시대를 맞은 ‘잉여’의 집단 대응

안대웅 유능사 일원

연초 벽두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전시공간의 기지개가 심상치 않다. 1990년대 후반 대안공간 설립 붐 이후 실로 오랜만에 감지되는 활기다. 사실 그 사이에도 수없이 많은 전시공간이 생성과 소멸을 겪었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이 조금 달리 보이는 건, 비단 공간 운영자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유능사(안대웅, 최정윤) 주최로 교역소에서 열린 촤담회 ‘안녕 2014, 2015 안녕?’은 새롭게 짜이는 판형을 약소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좌담회에서 흘러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어떤 점이 이런 새로운 공간에 특이성을 부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의 계획은 무엇인지 점검해보자.
이날 가시화된 젊은 공간의 제 모습은 확실히 익숙한 성격의 것이 아니었으며, 형태적으로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이른바 ‘기대감소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불황의 국면에 어떻게든 반응한 결과라는 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미래보다 현재 주어진 현실적 상황에 충실하자는 태도–즉 지속적인 공간의 운영보다, 당면한 사태가 문제시되는–역시 대략 공통적이었다.
가령 상봉동에 위치한 ‘오픈베타’ 공간 반지하는, 관리자1 돈선필에 따르면, “어떤 작업공간이 부재하다”는 상황 인식으로부터 탄생한 공간이라고 한다. 따라서 반지하는 작업실과 전시장의 중간 형태를 표방하며, 간섭을 최소화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내 작업실 같은 환경’을 조성/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돈선필에 따르면, 부담을 극소화하기 위해서 모든 작가를 익명 처리한다고 한다.) 반지하가 일견 기대감소의 시대에 완벽히 적응한 코쿤형 공간으로 보인다면, 그 인근에 위치한 교역소의 ‘이벤트’는 한 순간을 불태우는 카니발이라 할 만하다. 총 33개의 팀이 4일간의 공연과 상영, 강연을 릴레이식으로 이어간 오픈 이벤트 <상태참조>는 SNS상의 타임라인 모습을 실제 공간에서 의태하고 반복하며, 공통의 세대적 감각을 확인하는 시간성을 순간적으로 직조/창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역소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정시우는 “주어진 공간과 시간, 경제적인 제약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노력”이라고 그들의 기획을 설명했다. 이런 독특한 방식의 미술-사건 존재론을 미술평론가 임근준은 “기회 특정성”이란 말로 해설하기도 했다.
한편, 황학동 벼룩시장에 위치한 케이크갤러리의 경우, 낙후한 중앙상가 건물 주인이 건물 두 개 층을 예술가에게 레지던시로 내준 것이 발단이 되어, 전시공간으로 변모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큐레이터 윤민화는 레지던시가 전시장으로 바뀐 이유 중 하나로 “젊은 큐레이터를 위한 오픈 플랫폼”의 필요성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작가와 마찬가지로 요즘은 기획자 또한 공모전이란 관문 없이는 전시가 불가능한데, 케이크의 경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기획안을 펼치고 싶은 큐레이터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2013년 이후 케이크의 전시를 맡게 된 윤민화는 신진작가 개인전 기획과 함께, 황학동의 장소특정성을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여러 방면으로 실험 중이다.
시청각과 커먼센터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입지점으로 이미 잘 알려진 공간이다. 현시원과 함영준은 공통적으로, 전시할 마땅한 공간을 찾는 일에 어려움을 겪던 중, 우연한 기회에 공간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두 공간은 전시장 컨디션의 제약(시청각의 한옥, 커먼센터의 대규모 폐허)을 제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하며, 기존에 흔히 볼 수 없었던 콘셉트의 기획전을 개최해 관심을 끌어 왔다. 특히 <오늘의 살롱전>(커먼센터)과 <구동희전>(시청각)은 당대의 시각(간)성에 관해 질문을 던진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올해의 계획으로 빠르게 넘어가자. 반지하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2015년 10월까지 스케줄이 꽉 잡혀있다고 했다. 또 교역소는 4월쯤 <상태참조> 이벤트와 비슷한 종류의 릴레이전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크갤러리는 상반기에 압구정 코너아트스페이스 등 생경한 장소에 위치한 미술 공간들과 연합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하반기에 작가 김민의 개인전과 큐레이터 노해나의 기획전이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청각은 상반기에 학교를 주제로 한 기획전과 잭슨홍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며, 하반기에는 외부 기획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커먼센터는 2월 말경 경향하우징페어에 맞춰, 가구를 주제로 큐브 아트페어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젊은 작가 집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밝히는 데이터베이스 지도 작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좌담회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그밖에 다양한 움직임이 존재한다. 한남동에 자리 잡은 구탁소는 예술가와 일반 직업인이 협업하는 형태의 프로젝트를 1월 말부터 가동하고 있으며, 창신동에 위치한 사진전문 갤러리 지금 여기는 3월에 ‘높이’를 주제로 개관전을 열 생각이다. SNS상에서는 모이고 흩어지며 컬렉티브형 모임, 전시/이벤트, 좌담 등을 조직하고 공유하는 움직임이 심심찮게 포착되곤 한다.
한편 이런 공간들의 현존은 그 자체로, 현 미술 제도의 가시권에서 무엇이 배제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좌담회에 참관한 로커 오도함과 미술애호가 구슬의 제안에 힘입어 ‘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으로 구체화되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 미술 제도 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제가 광범위한 층위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다. 트위터 검색란에 ‘#청년관을위한예술행동’을 쳐보자. ●

 2014년 12월 교역소에서 열린  행사광경

2014년 12월 교역소에서 열린 <상태참조> 행사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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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술시장 결산: 회복의 청신호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2014년 미술계와 미술시장은 봄의 세월호 참사로 전시와 행사가 연기되거나 중단되었지만 가을 들어 주요 행사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국내외에서 유명 작가 전시가 빛을 발한 한 해였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리움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등 국내의 대형 미술행사가 한꺼번에 열려 안복도 누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잠깐 조명이 밝았던 2010년을 제외하고는 6년 내내 조도도 낮고 노면도 고르지 못했던 미술시장도 긴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오랜만에 햇빛을 보았다.
화랑에서는 중견작가와 원로작가 전시가 재개되고 해외작가 초대전도 하나둘씩 늘어났다. 화랑들이 역사보다 판매 규모가 크고 역동성이 높은 아트페어를 선택하여 참가하고, 비용 부담으로 주저하던 해외 아트페어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근현대미술품 전문 경매시장은 6월 메이저 경매부터 시장의 호조를 상징하는 낙찰총액 40억 원대에 진입해 연말까지 그 추세를 이어갔다. 2014년은 대형 미술행사가 몰리고 미술시장이 서서히 회복 징후를 보인 한 해였고, 그 중심에는 단색화 열풍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판매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가격이 높은 중견작가와 원로작가 전시를 미뤄온 화랑들이 서서히 초대전과 기획전을 열기 시작했다. 미술시장 주체들이 양도소득세 과세에 적응하면서 불황기의 사업 재정비와 불황 탈출을 위한 자구책 시도 등 적극성을 보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14년 문화계 전반에 걸쳐 확산된 ‘복고’열풍과도 맞아떨어진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과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등이 미술시장의 회복을 도왔다.

1차시장 화랑의 중견・원로 작가 전시 재개, 아트페어의 재편
주요 갤러리들이 백남준, 오승윤, 이승택, 김구림, 정상화, 곽인식, 윤명로 등 원로 생존작가와 작고작가 기획전, 초대전을 개최하여 미술시장 부활을 선도했다. 그리고 조현화랑의 단색화 작가 전시인 <Working with Nature>, 리안갤러리의 키키 스미스, 노화랑의 오치균, 페이지갤러리의 안창홍, 아트사이드의 오원배, 그리고 페리지갤러리의 김기라, 권오상, 홍경택 등 중견・청년·해외 작가의 전시가 미술시장 회복에 힘을 실어주었다. 화랑의 판매가 크게 체감할 정도로 호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5년간에 비해 전시에 대한 의지가 살아난 것은 확연히 드러났다.
2014년 아트페어 역시 활기를 띠었다. 결과가 공개된 8개 아트페어를 관람한 인원이 30만 명에 달하고, 판매총액도 446억 원을 넘어 2010년대 들어 300억 원대에 머물러있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외에도 <G-Seoul>, <마니프>, <서울아트쇼>, <대전국제아트쇼>, 부산의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BFAA 국제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페어>, 그리고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아시아프>와 <카우지> 등 20개가 넘는 아트페어가 전국적으로 개최되어 2014년 한 해 많은 관람객이 미술시장을 찾아 미술품을 구매했다.

경매시장도 회당 낙찰총액 40억 원 넘어
집계된 7개 경매회사의 낙찰총액이 918억6,6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경매시장이 완만한 U자를 그리며 회복세를 보였다.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2010년과 2011년의 900억 원대에서 2012년과 2013년 내리 하락세를 보였다가 2014년 다시 900억 원대로 상승했다. 서울옥션의 국내경매가 낙찰가 기준 2013년 243억8,661만 원에서 2014년 279억8,046만 원으로 15% 증가하고, 해외경매가 149억3,075만 원에서 138억752만 원으로 8% 감소해 전체적으로 6% 증가했다. K옥션의 국내경매는 2013년 188억1,713만 원에서 2014년 303억6,013만 원으로 61%나 증가했다.
고미술 전문회사인 마이아트옥션은 288점 낙찰에 낙찰총액이 83억4,590만 원에 달했고, 아이옥션은 1,568점 낙찰에 낙찰총액이 56억9,376만 원에 달했다. 두 회사 모두 낙찰총액이 2013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에이옥션은 1,486점 낙찰에 낙찰총액이 23억3,280만 원, 온라인 경매를 주로 하는 아트데이옥션은 823점 낙찰에 낙찰총액이 17억2000만 원, 옥션단은 662점 낙찰에 낙찰총액이 16억2,538만 원에 달했다.
양대 메이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여름경매가 1회당 낙찰총액 40억 원을 넘었고, 가을경매가 70억 원대, 그리고 겨울경매가 60억 원대를 넘어 경매시장의 회복세를 보여주었다. 경매회사들은 지난 5년간 비용 절감을 위해 온라인 경매를 확대해왔으며, 그 결과 2014년에 온라인 시장이 크게 확대되었다.
국내 작가들이 10년 이상 참가하고 있는 크리스티 홍콩 경매의 우리 작가 낙찰총액도 커졌다. 봄경매에서는 45점 중 36점이 팔려 낙찰률 80%, 낙찰총액 44억3,635만 원을 기록했고, 가을경매에서는 31점 중 28점이 팔려 낙찰률 90%, 낙찰총액 65억5,664만 원을 기록했다.

단색화 열풍의 무한 질주
2014년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1970~1980년대에 등장한 단색화였다. 7월 한 달간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정상화전>과 8월 말부터 50일간 계속된 국제갤러리의 <단색화의 예술전>은 2014년 전시 중 단연 핫이슈였다. 단색화 열풍은 아트페어에서도 나타났다. 9월에 열린 국내 최대 미술품 장터 KIAF에서 9개 화랑이 선보인 단색화 작품은 박서보 13점, 윤형근 9점, 정상화 6점, 정창섭 5점, 하종현 3점 등 총 36점이었으며, 공급가액만 32억 원에 달했다. 아트바젤, 프리즈 마스터즈, 피악 등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단색화 작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단색화 열풍을 수치로 확연히 볼 수 있는 곳이 경매시장이다. 서울옥션과 K옥션에서 낙찰된 단색화 작품이 3월과 6월 경매 때는 각각 12점과 10점에 불과했는데, 9월 경매에서 20점, 그리고 12월 경매에서는 35점으로 급증하고 12월의 낙찰총액은 9월 경매의 4배에 달했다. 낙찰률을 보면 정상화가 94%, 윤형근 84%, 박서보 81%, 그리고 하종현과 정창섭의 작품이 모두 팔려 단색화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정상화의 거래가 급증하며 낙찰총액이 상승했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도 3점이 8억9,352만 원에 팔렸고, K옥션이 참가한 홍콩 UAA경매에서도 3점이 2억2,746만 원에 팔렸다.
크리스티 홍콩 가을경매에서도 이우환을 포함한 단색화 섹션이 신설되어 열기가 대단했다. 정상화와 윤형근의 낙찰액 합계가 7억6,261만 원에 달했다. 단색화 작가들의 국내외 전시가 잡혀 있고, 전속화랑 간, 그리고 경매회사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2015년에도 단색화 열풍과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 수출입은 전년대비 감소
미술품의 수출입은 2013년에 비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미술품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13년보다 수출이 39% 감소하고, 수입 역시 5% 감소했다. 총액만 발표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전년에 비해 회화와 판화의 수출은 줄고 조각은 증가했다. 그리고 회화의 수입은 줄고 판화와 조각의 수입은 증가했다.

미술시장 회복기 펀더멘털 강화, 정부와의 협력 필요
2014년은 중견작가와 원로작가, 그리고 해외 유명작가를 중심으로 화랑 전시가 재개되고, 기존의 아트페어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후원하는 신설 아트페어가 증가하여 경쟁 양상을 보였다. 미술시장에서 가장 먼저 경기 변동을 느낄 수 있는 경매시장이 낙찰률과 낙찰총액에서 모두 호전되어 미술시장의 회복을 알렸다.
2015년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오랜 침체 후에 찾아온 경기 회복을 더욱 가열하고 호황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시장의 체계화, 전속작가제와 작가 관리 정착을 통한 신뢰성 제고, 작가와 딜러 육성, 비평 구축, 세계화, 시장 질서 준수, 그리고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나타난 작가 재조명과 단색화 이외의 미술운동 및 개별 작가 연구에 대한 투자와 출판 등을 통해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 투자 확대와 장기 투자를 위해 문화융성을 내세운 정부와의 협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

서울옥션 경매 광경. 서울옥션과 더불어 한국 양대 경매회사인 K옥션의 회당 낙찰가 총액이 40여억 원을 넘었다. 사진 서진수

서울옥션 경매 광경. 서울옥션과 더불어 한국 양대 경매회사인 K옥션의 회당 낙찰가 총액이 40여억 원을 넘었다. 사진 서진수

 

KIM SHIN'S DESIGN ESSAY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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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즐거운 나의 집>(2014.12.12~2.15) 전시광경

즐겁고 행복한 나의 집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옛날에는 일단 아파트 한 채 사두면 곧바로 집값이 올라 그 집을 팔고 더 비싼 집으로 옮겨가곤 했다. 그런 부동산 거품 시대가 지난 지금 아파트 소유는 더 이상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다. 은행 이자 내는 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집을 사는 게 손해라는 말도 있다.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집은 그저 부의 가치로만 측정되는 거 같다. 집 사기가 옛날보다 쉬워져도, 집을 소유한 사람이 많아져도, 집값이 옛날보다 떨어져도 여전히 한국인들은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며칠이 멀다하고 이사 트럭과 사다리차가 와서 짐을 내리고 싣기를 반복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난민 아닌 난민이다.
아르코미술관에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전시를 보았다. 첫 전시장은 거실이다. 테이블 위에 잡동사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크리스털 잔과 크리스털 재떨이, 섹시하게 생긴 장식용 용기들, 각종 트로피, 액자에 끼워진 상장, 봉황을 새겨 한껏 권위를 부린 유리 재질의 감사패, 가짜 앤틱 전화기와 이국적인 무늬가 수놓인 전화기 받침대, 모조 고려청자, 중국 여행에서 가져온 듯한 도자기, 사람 모양 인삼이 들어있는 병, 바둑판과 바둑돌, 야구공, 에펠탑 기념품, 지구본, 미니어처 범선, 위스키 로얄살루트 병, 타자기, 이제는 볼 수 없는 검정색의 다이얼식 전화기, 손잡이가 달린 카세트 겸 라디오, 레이스 달린 천 커버를 씌운 티슈통… 우리나라 어느 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 하나하나 보면 결코 미술관에 들어올 만한 그런 고상하고 수준 높은 것들이 아니다.
집주인은 이런 것들을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고 장식장에 넣어두고 벽에 걸어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가짓수가 늘어난다. 이것들은 집주인이 이룬 사회적 성취의 증거이고 취향과 기호의 표현이며 여행지에서 가져온 기념품의 과시다. 집이란 이런 잡동사니들의 집합소이고, 한 가족의 역사와 기억을 진열한 전시장이다. 어느 것 하나 사연 없는 것이 없을 것이다. 가족이 겪는 경험과 시간의 흐름으로 한국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도 그 주인에 따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집이 된다.
최근에 출간된 송미경의 단편 동화 <아빠의 집으로>를 읽었다. 고아원에서 살던 한 소년이 친부모를 만나 진짜 자기 집으로 향한다. 두 살 때 친부모가 아이를 잃어버려서 소년은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는 앵벌이, 그 뒤 낡은 고아원에 수용된 고아로 갖은 고생을 하며 자랐다. 그는 늘 깨끗한 집, 맛있는 음식, 친절한 가족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이 정말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꿈이 실현되자 소년은 진짜 친부모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깨끗한 집 역시 더러운 자신을 더욱 초라하고 주눅 들게 만든다. 그가 꿈꾸던 집은 실제로는 그를 위축시키고 긴장시키기만 한다. 소년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딱 하루, 오늘 하룻밤이라도 천우와 함께 지내던 낡고 비좁은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휘청거리던 이층침대와 낡은 누비이불 틈으로 몸을 밀어넣고 싶다. 나는 진짜 엄마와 아빠가 살고 있는 이 깨끗하고 밝은 집을 벗어나 내 마음대로 발가락을 까딱거리거나 다리를 떨며, 천우와 동전 따먹기를 하다가 잠들고 싶다. 오늘 하룻밤만이라도.” 이 소년의 간절한 마음은 집이란 개념을 다시 생각게 한다. 집이란 자기와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곳은 익숙한 사물들로 채워져 있으며 그것마다 사연이 있다.
이사하는 날, 모든 짐을 빼내 텅 비어버린 집 안을 볼 때 밀려오는 이상한 기분, 섭섭한 마음을 누구나 경험할 것이다.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 집의 가장 중요한 기능, 즉 따뜻함도 공중으로 사라진다. 건축과 디자인, 인테리어 책과 잡지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보여준다. 위대한 건축가들이 지은 명성 높은 집은 결국 사람 사는 공간이 아닌 그 자체가 미술관이 된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집은 늘 부동산의 가치로 평가되며 그것으로 매매와 이사가 반복된다. 전시 <즐거운 나의 집>과 동화 <아빠의 집으로>는 우리에게 집의 가치에 대해 다시 묻게 만든다. 집은 아름다움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가족과, 또는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과 기억으로 가치가 높아진다. 집은 ‘내 집’이어야 하는 것이다. ●

ART BOOK 논픽션과 픽션이 오가는 고구려 벽화고분 이야기

전호태 (1) 전호태 《비밀의 문 환문총》김영사 2014

“1988년 어느 여름날 대학 선배로부터 건네받은 이 책은 환문총의 벽화가 왜 두 번 그려졌는지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중요한 서적이다.” 연구서를 발견한 국립박물관 미술부의 학예사 한인규의 증언이다. 그러나 한인규는 저자의 페르소나 정도로 보이는 허구의 인물이다. 환문총이 실존하는 고구려 벽화고분이며 기존의 벽화 위에 다시 벽화를 그렸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비밀의 문 환문총》은 고구려 벽화고분 전문가 전호태가 30년 이상 연구한 자료를 기반으로 환문총을 색다르게 해석한 서적이다 .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구 총체를 학술 용어를 나열하거나 연구서 방식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와 스토리텔링 사이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다큐텔링’이다. 최근 방송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팩션faction과 유사하다. 환문총은 생활풍습을 그린 기존의 벽화 위에 단순한 동심원문을 그린 미스테리한 고구려벽화고분이다. 그러나 논문으로 쓰기에는 사료가 부족해 늘 수수깨끼의 단편들로만 남아있었다. 결국 저자는 자료와 고증을 바탕으로 친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친근한 접근을 시도해 오히려 높은 관심과 설득력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직접 고분을 발굴 및 조사한 일본 관학자와 그곳에 있었던 조선인의 에피소드부터 불교에 귀의한 소그드족 청년 호자의 전법여행 여정을 통해 서역과 고구려, 신라의 불교문화를 소개한다. 또한 고구려 대귀족의 세계관의 변화, 신라와의 전투 이후 평양성이 함락된 상황에서 국내성 일대 고구려인의 삶까지 시공간을 옮겨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글쓰기는 철저한 연구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시도다. 저자는 “연구서와는 다른 소설식 어법 사용이 익숙지 않아 고생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다큐텔링’은 연구서를 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녹일 수 있다”며 새로운 장르 글쓰기의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글이 지닌 전문성도 강조했다. 이번 책은 지난 10년간 저자가 대중과 전문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를 꾸준히 했기에 가능했다. 고구려 벽화고분, 나아가서는 고구려사를 쓰면서 어린이, 청소년, 비전문가, 전문가 등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해왔다. 학술 연구서 저술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관심도 함께 나아가야 학술 분야 연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이가 고구려에 어렴풋한 역사적 자부심을 갖지만 고구려에 관한 연구는 백제와 신라에 대한 연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저자가 처음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를 결심하던 때 주변인들 대부분이 만류했다. 그러나 전호태는 문헌사 및 양식사 위주의 기존 연구방식보다 지성사적인 방법론을 취하며 이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연구 초기에는 자료가 불온서적으로 취급되어 읽지 못하거나, 유적을 보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일제강점기에 쓰인 연구서에 실린 고구려벽화고분의 이미지와 내용을 표로 정리해 완벽히 암기했다. 보지 않은 것을 상세히 묘사하는 그의 역사적 상상력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2004년 연구차 북한을 방문했을때, 일본을 통해 저자의 연구서를 읽은 북한의 고구려벽화고분 연구자들이 그의 생생한 상황 묘사에 나이 지긋한 노교수로 착각했다고 한 에피소드는 그의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묘사력을 알게해 준다.
안타깝게도 저자가 연구를 시작하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구려사 연구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비·취직·실견 불가라는 3불不의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구려사가 좀 더 폭넓은 지성사적방식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다큐텔링’의 새로운 글쓰기 방식은 대중의 관심과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임승현 기자

전 호 태 Jeon Hotae
1959년 태어났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미국 UC버클리대 및 하버드대 방문교수를 엮임했다.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 《살아있는 우리 역사, 문화유산의 세계》 를 포함 다수의 저서가 있다. 2001년 제 41회 백상출판문화상 인문과학부문 저작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울산대 박물관장 및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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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간송미술간송미술36:회화
백인산 지음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 간송미술관의 작품 중 조선시대의 문화를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회화 36점을 묶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의 차분한 해설로 우리 그림에 나타난 이야기를 읽어가며 우리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다.
컬처그라퍼 30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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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나키와 예술아나키와 예술
앨러니 앤틀리프 지음/신혜경 옮김

행동주의 예술비평가인 저자가 예술사에서 아나키즘에 대해 집중 고찰한 책. 1860년대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철학, 사회·정치적인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아나키즘 예술가들이 그 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학사 297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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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아트마켓 바이블
이지영 지음

예술품 어드바이저이자 큐레이터인 저자가 미술시장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풍부한 사례 그리고 친절한 참고도판을 통해 미술시장 시스템, 각 나라의 미술시장 특징과 흐름 등을 설명한다.
미진사 32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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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예술,철학을 만나다
장병희 지음

근현대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예술을 감상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작품과 한국 영화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을 데카르트, 헤겔, 프로이트, 데리다 등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접근해 미학적 의미를 고찰해 본다.
까치 32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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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철학을 담은 그림
채운 지음

유명 작가의 작품을 장자와 니체를 넘나드는 폭넓은 경구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작품을 통해 저자는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진정한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일상적인 이야기와 그림에 대한 상세한 해석은 독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청림출판 312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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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영숙 지음

짧은 여행에서 미술관을 들를 때, 중요한 작품만은 놓치지 않고 감상하려는 이들을 위한 명화 안내서. 실제 미술관의 관람동선을 따라 중요한 작품을 짧게 설명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간략한 스페인사 소개를 곁들여 배경 이해를 돕는다.
휴머니스트 22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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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한의사는 무당이 아니다
이하림 지음

미술사와 한의학을 전공한 저자가 한의사가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에 초점을 맞추며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또한 신체, 질병 등의 묘사가 나타난 미술 작품을 소개해 치료의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폭넓게 접근했다.
H하우스 39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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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노은주·임형남 지음

고궁, 사찰, 가옥 등의 전통건축을 건축가 부부의 눈으로 소개한다. 우리 전통건축에 나타난 시대적인 의미와 공간적 가치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 나열을 지양하고 자연과 공간의 배치, 공간의 의미를 해박한 인문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지식너머 312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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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디자인의 역사
케롯&페터 피엘 지음/이경창·조순익 옮김

디자인의 기원부터 양식, 운동, 학파를 연대순으로 소개하면서 디자이너들의 개별 작품도 살펴본다.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사건과 디자인의 양식적 주제를 궤도를 같이해 해석했다. 간략한 설명과 풍부한 도판은 디자인의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
시공문화사 512쪽·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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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물관 경영과 마케팅
이보아 지음
저자가 오랜 기간 박물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박물관의 정의, 유형, 역할, 경영과 마케팅 등을 설명한다. 박물관의 기초 이론부터 최근의 경영사례와 전략 등을 다각도로 접근해 분석한 전문 박물관 경영 연구서다.
김영사 34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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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창조도시 요코하마와 뱅크아트1929
최선 지음

저자가 2011년 일본 요코하마의 <뱅크아트1929 레지던시>에 참여할 당시 만난 일본 작가와 그곳의 전시 공간을 소개한다. 또한 요코하마의 문화예술 정책인 〈창조도시 요코하마〉와 그 핵심기관인 〈뱅크아트 1929〉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담았다.
수르 20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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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스몰 토크:뉴욕에서의 대화
맹지영・유J 지음

서울과 뉴욕의 미술계를 경험한 큐레이터와 아트 디렉터인 두 저자가 두 도시의 미술 현장을 소개한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해 예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이야기 주제를 미술관 갤러리뿐 아니라 일상 속의 공간으로 넓힌다.
북노마드 256쪽·15,000원

ART JOURNAL

연대하는 삶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다른 방식의 O(Another O)〉열려

젊은 기획자들의 시각이 드러나는 〈다른 방식의 ○(Another ○)전〉이 1월 14일부터 2월 14일까지 두산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이 전시는 신진기획자 양성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여한 김소영 박보람 박은지가 기획했다. 이들은 대안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예술에서 찾고자 한다. 이번 전시 제목의 주어격인 원문자‘○’에서 기성세대의 언어를 대체하고자 한 기획자들의 고민이 읽힌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발음되고 해석되는 부호‘○’를 사용해 새로운 관계 모색을 표현한 것이다. 3인의 기획자는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켜서 남보다 앞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온 세대다. 그런 무한경쟁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불안한 내일을 헤쳐 나가는 방법으로 ‘함께하는 삶’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시에 참여한 오디너리피플, 장서영, 장파, 최윤석, 한받 작가는 더불어 사는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오디너리피플은 전시참여 작가, 기획자 그리고 외부 필진이 참여한 작품(<탁구공>)을 선보여 새로운 방식의 연계를 제시했다. <탁구공>은 각자가 생각하는 3단어를 표현한 텍스트, 영상, 페인팅을 통해 일종의 ‘작업 끝말잇기’를 하는 형식이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블로그(takgoogong.tumblr.com)에 공개함으로써 참여자와 관람자의 연결 폭을 무한히 확장했다. 반면 사운드작업을 진행하는 자칭 ‘민중 엔터테이너’ 한받은 오프라인(전시장과 길거리)에서 관람객과 관계를 형성한다. 전시장에서 ‘구루부 구루마-언익스펙티드 리얼라이제이션’ 공연을 선보이는가 하면, 1월 23, 24일 이틀간 지원자를 모집해 ‘구루부-패션투어(‘미쓰-매치’전략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는 시장이 만들어낸 유행에 따라 패션을 소비하는 행태를 벗어나 주체적인 옷 입기를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버려진 옷가지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스스로 코디하고 두산갤러리부터 황학동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또 다른 참여 작가 최윤석은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한 드로잉,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공감각적 소통을 시도했다. 한편 참여작가 외에도 신보성 이창석이 결성한 팀 ‘힐긋’이 전시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공간에 분절을 배제한 공동 구역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기획자 3인은 전시 기획의도에서 작가의 독특한 방식에 따라 기존의 틀을 탈피하여 공존의 새로운 양상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시 메시지의 초점을 ‘틀을 깬 공동체’에 맞췄지만 기존 예술에서 표현된 공동체의 틀을 변주한 데 머문 듯 보이는 형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의 세상에 대한 목소리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은 매년 40세 이하 큐레이터 3명을 선정해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기획자는 1년간 강의, 세미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현대미술의 이론과 현장을 익힌다.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 한국 현대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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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성찰하다
인물 중심〈꽃미:사람 사이전〉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에서 〈꽃미:사람 사이전〉(이하 꽃미전)(2014.12.27~2.28)이 열리고 있다. 꽃미전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여는 전시로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는다.
이번 전시 부제는 ‘사람 사이’로 인물 작업을 주로 하는 8인의 회화와 조각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성민은 남자누드를 통해 작가를 비롯한 동시대인의 실존과 고독을 이야기한다. 조헌은 주변 인물의 미화되지 않은 일상을 진지한 시선으로 표현했으며, 윤철규는 소박한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나는 지인들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긍정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박시완은 기억에 근거한 인물의 모습을 거친 붓의 스트로크를 살려 형태를 깨뜨리고 심상에 집중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양순실은 얼굴 없는 마네킹이 되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준다. 이주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뒤엉킨 남성누드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성수는 평범한 여성 모델의 이미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자문한다. 윤길현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러운 순정파 남자를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함을 담아내고 있다. 강민지 큐레이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8인의 작가와 관객, 나아가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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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디자인비엔날레
변모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새로운 추진사업단이 주관, 예산은 줄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1회부터 행사를 주관해오던 광주비엔날레재단 대신 별도로 꾸려지는 추진사업단이 주관하게 된다. 또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행사 기간과 규모도 축소된다. 최근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광주디자인센터 내에 별도의 사업단을 신설하고 경험이 풍부한 광주비엔날레재단 인력 등 전문가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꾸려진 별도의 추진사업단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진행한다.
지난 2005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5차례의 행사를 치른 광주디자인 비엔날레는 그동안 ‘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최근 개혁 작업에 들어간 광주비엔날레재단과 광주비엔날레 혁신위원회에서도 재단 경영 효율화를 위해 광주시 위탁 사업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 제기됐다.
특히 매회 2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 경제와 연관되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별도의 조직으로 행사를 추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본연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생각이다. 기존 50억 원(국비 20억 원, 시비 20억 원, 민자 10억 원)이던 예산이 내년부터는 23억 원(국비 9억 원, 시비 9억 원, 민자 5억 원)으로 축소됨에 따라 행사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광주시는 남은 예산 22억 원(국비 11억 원, 시비 11억 원)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별개인 디자인 개발 사업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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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비엔날레가 걸어갈 방향
‘부산비엔날레 개선방안 공개토론회’ 개최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는 지난 1월 10일 부산디자인센터에서 ‘부산비엔날레 개선방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개토론회에서는 지난해 발족한 ‘제도개선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부산비엔날레의 새로운 목표와 과제를 담은 비엔날레 선언문 제정, 부산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운영, 학술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활성화, 부산비엔날레 재단법인 전환 문제 등이 논의됐다. 또한 이사회, 운영위원장, 전시감독 등에 관한 규정을 분명히 하자는 구체적인 개선안도 제시됐다. 기조발제는 제도개선위원회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전승보 세종문화회관 예술감독이 맡았으며, 미술평론가 임근준이 진행한 토론에는 서상호 오픈스페이스 배 대표, 우석봉 부산발전연구원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안원현 신라대 교수, 최태만 국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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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일상과 예술의 구분을 뛰어넘다
전소정, 제14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송은미술재단은 1월 9일 제14회 송은미술대상에 미디어아티스트 전소정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2014년 12월 12일부터 1월 31일까지 송은아트센터에서 예선과 본선심사를 통해 최종 결정된 대상 및 우수상 수상 작가 4인(도수진, 전소정, 조소희, 이진주(사진 왼쪽부터))의 전시가 열렸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향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우수상에 선정된 3인은 각각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또한 수상자 모두에게 ‘송은 아트스페이스-델피나 레지던시’의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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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_정미옥

대구_임현락

동양화와 서양화의 선이 교차하다
임현락 정미옥 2인전〈Seeing & Being〉

스페이스K 대구에서 열린 2인전 〈Seeing & Being〉(2014.12.11~1.30)은 임현락과 정미옥, 두 현대 미술가가 펼쳐 온 작업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한국화가 임현락은 장지와 먹을 주로 쓰며 평면회화와 공간 설치를 완성했으며, 서양화가 정미옥은 캔버스 위에 페인팅 작업을 선보였다. 두 작가는 모두 붓을 이용하여 선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선에 관한 개념은 한국화와 서양화의 접근 방식에서 다른 점을 보여준다.
정미옥의 ‘Seeing’은 우리가 회화를 바라보는 원리에 대한 해석이다. 착시효과에 기댄 옵아트는 정미옥이 일관되게 선보여 온 작품을 설명하는 특징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선이 눈에 띄지만, 여기에는 색의 명도와 채도가 연출하는 미묘한 변화를 패턴 속에서 반복되게 표현하는 과정이 작업이다. 작가는 이전에 주로 시도하던 스크린 프린트 방식의 판화 대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바른 연작 <Accumulation>(오른쪽)을 선보였다.
한편, 임현락은 ‘Being’을 통해 생명에 대한 본인의 성찰을 드러냈다. 도시의 회색 건조물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들풀을 보는 그의 시선은 한낱 잡초로부터 모든 생명체의 존속 의지를 읽고 있다. <바람> <호흡 ‘1초’>(왼쪽)와 같은 제목은 순간을 작품 속에 잡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수묵화와 설치작업이 율동하며 공간을 채운 임현락의 작업은 같은 전시 공간을 나누어 쓰는 정미옥의 작품 배치와 대비를 이뤘다.
현직 대학교수라는 공통점을 가진 정미옥, 임현락은 현대미술의 영역 내에서 가능한 철학을 각자의 작업에서 용이하게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왔다는 점도 공유한다. 많은 선을 반복해서 쌓거나 내리면서 작업을 완성한 이번 전시는 외형적으로 전시 공간의 해석에서 완성도를 높였다. 한 가지 구상을 환류적으로 제안한다면, 두 작가가 지닌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교차하여 평가하는 일일 것이다. 예컨대 서양화가 정미옥의 작업에 동양철학의 전일적인 시각을 적용하고, 한국화가 임현락의 작품 해석에 서양철학의 방법론을 적용하는 시도가 그것이다.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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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스 (3)
갤러리 탐방
“사진전문 갤러리를 넘어 새로운 방향성을 갖는다”

사진전문 갤러리로 알려진 갤러리 룩스가 옥인동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14년 3월 전시를 마지막으로 인사동에 있던 전시공간을 닫은지 약 9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갤러리 룩스는 시간이 갈수록 관광지화되는 인사동을 벗어나 작품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구축하기위해 옥인동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옥인동은 효자동에서 살짝 벗어난 동네라 아직까지 미술 갤러리가 모여있는 곳은 아니다. 미술 불모지에 전시장을 이전한 것만으로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건물을 신축하는 결단을 내렸다. 현재 1층은 카페, 지하 1층은 소규모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갤러리는 2,3층에 자리 잡았다. 심혜인 갤러리 룩스 대표는 “공연장이 들어서면 갤러리와의 다양한 협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갤러리 룩스의 전시가 다변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전문 갤러리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사진을 다루지 않겠다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을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심 대표는 “현대미술에서 더 이상 장르를 내세운 갤러리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전을 계기로 전시의 변화를 뚜렷이 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사진전문 갤러리’ 보다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불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갤러리 룩스의 이전 재개관 첫 전시 역시 사진전이다. 〈장면의 탄생〉은 1부(〈장면의 탄생: 모서리를 걷는 사진들〉, 1.22~2.21)와 2부(〈의문의 태도를 지닌 사진들〉 2.25~3.24)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번째 전시는 권오상, 김도균, 박승훈 등 8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또 한 가지 변화로는 전시 기간의 유연성과 대관전의 지양을 들 수 있다. 단독 건물에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전시 스케쥴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전시당 한 달 정도의 전시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또 대관전을 배제하고 갤러리의 기획전만으로 전시를 꾸려나갈 생각이다. 경제적으로도 큰 도전이다. 아트 컨설팅, 미술품 대여 사업도 차츰 확대해 갤러리의 역할을 다변화할 것이다. 물론 일관된 부분도 있다. 2008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2014년은 갤러리 이전 때문에 작가선정 기한을 놓쳐 2015년 선정된 작가는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 심사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지원전시를 이어갈 생각이다.
인왕산 아래 자리 잡은 전시공간은 고요하고 안정적이지만 전시장 내부가 다소 협소해 보이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공간보다 전시기획이 중요하다. 새로운 얼굴로 찾아온 만큼 앞으로 사진과 타 장르 간의 조화를 이뤄가며 만들어갈 갤러리 룩스만의 색깔이 주목된다.
문의 www.gallerylux.net 02-720-8488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