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창작과 비평의 조화

이번 호부터 책의 형식, 즉 디자인을 살짝 바꿨다. 우선 본문 글씨 크기를 조금 키웠다. 때문에 각 꼭지별로 글 분량이 약간씩 줄어들었다. 글씨가 너무 작다는 의견을 종종 들었던 탓도 있고, 글 쓰는 필자나 읽는 독자 모두에게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 또한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느슨해지지는 않았다. 필자 섭외부터 사진하나 선택까지 더욱 심사숙고했다. 이 밖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구석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 모든 게 결국 책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어떤 평가와 반응이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리고 예전 ‘리뷰’ 꼭지에 ‘크리틱’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대신 ‘리뷰’는 ‘크리틱’과 ‘프리뷰’ 사이에 사진 한 컷으로 간략히 처리했다. 부언하자면 ‘크리틱’ 꼭지는 여기에 선정된 작가/전시 보다 이론가/비평가에게 방점을 찍고자 하는 의도에서 개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평’의 기능과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자 함이다. 지금까지 ‘리뷰’는 해당 전시의 이해당사자, 즉 작가 개인이나 전시기획자 혹은 갤러리나 미술관 관계자 위주였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거기에 선정된 것만으로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거나 마치 좋은 전시로 공인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크리틱’은 선정된 전시보다 글 내용과 필자에 권위가 실릴 것이다. 어떤 전시가 됐던 날카로운 분석과 냉철한 비판을 수용할 것이다. 이른바 ‘주례사 비평’을 지양하겠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이 처음이라 그 성과가 단박에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회를 거듭할수록 꼭지의 성격이 차츰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
창작하는 작가도 그렇지만 특히 미술이론을 전공한 사람은 몇 배 더 먹고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교수나 학예원구원 같은 안정된 직업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세컨드 잡 없이 오직 전업 글쟁이로만 생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월간미술》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 지연이나 누락 없이 모든 필자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제때 지불해왔다. 이건 자화자찬이 아니다. 너무나 기본이고 당연하며 심지어 윤리적인 문제라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제작환경이 열악한 여타 미술잡지사는 꼭 그렇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안타깝다. 이처럼 대부분 미술이론가의 원고료 수입은 불안정하다. 게다가 너무 헐값이다. 조속히 정상적으로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창작과 비평의 조화가 이뤄지고 궁극엔 우리 미술 판의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MM_CT이태호
명지대 교수, 문화예술대학원장
테마기획 <공재 윤두서>의 기획 단계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를 제안한 주역이다. 2014년 12월 24일 진행된 ‘공재 윤두서에 대한 모든 것’ 제하의 강연은 인산인해였다는 후문. 특별히 《월간미술》을 위해 새롭게 발굴한 윤두서 일가의 작업을 소개해 주었다. 한 편의 글에 아쉬움이 남는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진경산수화에 등장한 실경을 직접 답사한 연재글을 《월간미술》을 통해 곧 만날 수 있다.

 

[separator][/separator]
IMG_0727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12년에 이어 올해에도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비엔날레급 행사 <프로젝트대전 2014>를 진두지휘했다. 미술전문지 《가나아트》 기자로 미술계에 입성해 사비나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일했다. 민중미술, 분단미술, 공공미술, 액티비즘 등을 주제로 공공영역에서 예술적 실천을 위한 다수의 전시기획과 미술 평론활동을 선보였다. 2007년 석남미술상 젊은 이론가상을 수상했다.

 

[separator][/separator]

임근혜임근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작가 리경의 일본 개인전 소식과 <아프리카 나우>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제공해 줬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큐레이터십 석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2009년 영국 현대미술을 다룬 《창조의 제국》(지안출판사)를 냈고 3년 후에 개정판을 출간했다. 다시 유학길에 올라 영국 레스터대학 박물관학과에서 ‘한국의 문화정책과 미술관 운영’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separator][/separator]

Column

대학미술교육의 가능성을 말하다

지난 12월 6일 서울 서초동 한원미술관에서 대학미술협의회 주최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4시간에 걸쳐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의 주제는 ‘미술대학과 대학미술교육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었다. 사회자 김노암(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의 진행으로 김태호(서울여대 교수), 임근준(미술평론가), 류장복(작가), 강영민(작가)이 참여해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그리고 때로는 격론에 가까운 토론을 벌였다. 주제 자체가 별로 새로울 것 없는 해묵은 난제였기에 자칫 잘못하면 미술대학 성토대회로 끝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럼에도 현황의 문제점을 다시금 진단하고, 보다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기에 애써 마련한 토론회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참여자들은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에 서로 크고 작은 온도의 편차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난상토론’의 기대감에 걸맞은 토론회가 되었다.
이날 청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주최 측의 홍보와 독려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으나 개인 작업을 주로 하는 미술인의 성향도 한몫했다. 장르의 속성상 공동작업을 하는 연극, 영화, 무용과 달리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대응, 대처하는 것이 미술계가 대물림한 일처리 방식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아주 드물게 전국의 미술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한 사례가 있다. 2007년 7월 6일 고등학교 내신에 음악, 미술, 체육을 제외하겠다는 교육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광화문 집회. 이는 미술대학에 재직하는 전임교원들이 유사 이래 가장 많이 모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2011년 3월 18일 최초의 미술대학이 설립된 지 65년 만에 교육정책 및 교육환경 개선을 기치로 비로소 출범한 <전국 미술・디자인계열 대학장협의회>가 있다. 실상은 취업률을 전제로 한 ‘대학평가 반대’가 당시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었다. 이처럼 시급한 현안에만 마지못해 대응하는 안이한 상황인식과 대처, 그리고 전반적인 무관심이야말로 대학미술교육에서 가장 크고 시급한 선결과제 중 하나이다.
이날 토론에는 교육의 이념, 목표부터 교과과정의 운용, 학생 선발을 위한 입시제도 등 교육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부터, 실기공간과 설비, 장학제도, 졸업 후 진로 등 교육환경과 여건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두루 상정되었다. 그중 특히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수험생의 ‘창의성’과 ‘개성’ 파악이라는 미명아래 검증되지 않은 시험을 위한 시험, 본유의 자질보다는 아이디어 파악에 그치는 시험이 무수히 자행되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풍조를 나았다는 비판이 대저 주류를 이루었다. 대안으로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세분화된 실기시험을 지양할 것. 기초실기능력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개념을 설정할 것. 이에 따라 가급적 단순하고 평이한 방식으로 기본적인 소양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아울러 국·영·수 중심의 입시체계에 눌려 고사하다시피한 중등교육과정의 미술교육을 정상화하는 일, 즉 ‘창의성 교육’으로서의 ‘미술 공교육 활성화’야말로 대학미술교육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를 일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임을 몇몇 토론자가 역설했다. 또 이를 위한 가장 실질적인 대책으로 일반 대학의 내신에도 미술교과를 일정부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데, 미술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자신과는 무관한 내용을 그리도록 강요받는 게 현행 입시제도의 단적인 폐해이다. 대다수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입시준비를 통해 잘못 형성된 사고와 태도, 습관 등을 교정하느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전근대적인 양태이며, 우리나라의 대학미술교육은 물론 전반적인 시각예술 발전에 가장 크고 오래된 걸림돌이라는 점에 참석자 모두 동의했다.
또 다른 쟁점들도 대두되었는바, 그중 하나가 미술대학 무용론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오히려 미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나 외부 강사들을 주축으로 하는 소규모 교육프로그램과 중견 작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도제식 교육의 활성화 방안이 거론되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미술대학 자체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능동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교육정책의 막강한 영향력과 그에 대응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사전 준비와 결집의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정책을 입안하는 기관에 미술전문인력이 배제되어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서 대학 관계자들에게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처하고 구체적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는 대학미술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차원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미술계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과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대학미술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미술 현장에 대한 실질적이고, 생산적이며, 지속가능한 개입과 실천을 위한 ‘미술인 협동조합’을 결성해야 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시민사회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서 미술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추후 논의를 다짐하며 마무리되었다.
윤동천 서울대 교수, 대학미술협의회 회장

Hot People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대기업 아트마케팅의 첨병

미술에서 주목받으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아이디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성을 하나로 응축할 수 있는 힘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전해야 한다. 큐레이터 이대형은 끈질기게 위험요소를 무릅쓰고서라도 과감하게 일을 ‘저지르는’ 배짱 좋은 큐레이터다. 이대형은 아트사이드의 큐레이터로서 미술계에 발을 들이면서 국내에 중국현대미술 작가를 다수 소개했다. 이른바 ‘아시아통’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전시기획 경력을 쌓던 그는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그곳에서 쏟는 관심은 중국, 일본미술에 국한되었다. 그때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올인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라는 일관된 지점을 지니지만 이를 보이는 큐레이팅 방식은 끊임없이 변모해왔다.
미술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07년, 그는 특정 작가들만을 주목하는 일방향적 시장 프레임에서 벗어난 전시를 구상했다. 2008년 이대형이 기획한 <블루닷아시아>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면서 “큐레이터의 눈을 통해서 작품을 봐야 합니다”는 귀에 쏙 박히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젊은 작가들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블루닷아시아> 이후 진행한 은 한국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린 대표적 전시로 손꼽힌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초래된 금융위기 이후 예산이 80% 가량 축소된 상황에서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진행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경제 난항 속 수많은 위험요소를 안고도 그는 전시를 강행했다. 강단 있는 기획력으로 25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람객을 이끌어냈다. 이에 전시는 2010년 <코리안 아이-환상적인 일상>으로 이어졌다. 2012년에는 사치 갤러리에서 직접 작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동명의 전시가 이뤄졌다. 이후 이대형은 서구와 한국현대미술의 고리를 넘어서 세대 간, 장르 간 교류에 초점을 맞춘 <코리안 투모로우>, 한국 여성작가의 범주화를 거부하는 <코리안 우먼 노마딕 코드> 등 다채로운 기획을 꾸준히 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서 그의 업무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연속이다. 해외 큐레이터, 장르, 세대 간 협업을 꾀하던 그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과 기업이 두루 협업할 수 있는 환경에 서있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2011년 브랜드 슬로건을 ‘모던 프리미엄’으로 내세우면서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문화 사업에 투자해왔다. 마케팅팀이 오랜기간 다져온 문화 융성의 토양위에 그가 함께하게 된것이다. 이대형은 마케팅 사업부 조원홍 전무 이하 다양한 인력과 함께 큐레이팅 환경을 조성하며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10년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후원한다. <올해의 작가상> <젊은 모색> 의 틈바구니 속에서 비교적 지원이 뜸한 중진작가를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그 첫 번째 작가로 이불의 전시(2014.9.30~3.1)가 열리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국내외적으로 계획된 프로젝트 중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있다. 우선, 2025년까지 10년간 진행할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바인홀의 전시가 있다. 또한 미국의 한 미술관과 10년간 파트너십 체결했으며, 전 세계 수억 명의 뷰어를 지닌 미디어 회사와의 아트티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 30분간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심층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작가 하나하나의 소개보다 플랫폼 자체를 구축해 토양을 다져야 작가, 큐레이터 등이 발굴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결국 미술계에 또 하나의 마케팅 플랫폼을 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형은 “현 시점에서 큐레이팅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방정식을 만들고, 그 사이의 연결성을 구축해 나가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다. 맥락을 이해하고, 판을 분석하는 안목이 큐레이터로서 그가 새로운 방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임승현 기자

외관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외관. 3층에서 5층에 이르는 쇼윈도에 ‘카 로테이터’에 매달린 자동차가 설치되어 있다. 문화예술공간 역할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 최초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이다.

이 대 형 Lee Daehyung
1974년 태어났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큐레이토리얼 스터디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아트사이드에서 열린 <5인의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전>을 시작으로 지난 13년간 서울을 넘어 런던, 뉴욕, 베이징 등에서 열린 다수의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큐레이팅 회사인 Hzone을 설립했고, <코리안 아이>와 등의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테이트모던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성사시켰다.

 

HOT ART SPACE

가나_이이남 (7)

이이남 개인전
2014.12.16~2.8   2014.12.16~1.31
<다시 태어나는 빛>으로 명명된 이이남의 개인전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가나아트 부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애니메이션 작업과 더불어 오브제를 영상과 혼합하고 동서양 명화를 적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 박홍순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근중 (2)
김근중 개인전
고려대학교 박물관 2014.12.8~1.11
김근중의 개인전 <꽃, 이전 이후>는 탈형상을 선언했던 작가의 근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고려대학교박물관과 금산갤러리가 공동으로 펼치는 <한국화 예찬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전시. 생명을 잉태한 씨앗부터 화려한 꽃을 피우기까지의 모든 요소가 캔버스를 메우고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해 (2)
AIA: 개인으로부터의 정치전
김해문화의 전당 윤슬미술관 2014.12.17~2.28
한국, 대만, 홍콩, 마카오, 중국, 일본 아시아 6개국 작가가 참여한 <AIA(Asia Independent Art): 개인으로부터의 정치전>은 각국에서 10여 년 동안 활동한 독립적인 미술단체가 모인 전시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진 아시아 국가 단체의 네트워크를 위한 새로운 대화법을 찾는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강경구 (1)

강경구 개인전
스페이스 K_서울 2014.12.4~1.22
10여 년 전 인도를 여행한 작가는 갠지즈 강에서 삶과 죽음이 교차해 떠다니는 광경을 목격했다. 작가는 그 사유의 결과물이 바로 개인전 <浮游(부유)하다>라고 밝힌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그저 부유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역사주의적 맥락에서 조명한 전시.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미술관
왕칭쑹 정연두 2인전
대구미술관 2014.9.20~2.1
아시아 현대사진의 단면을 조망하는 전시로 한국의 정연두와 중국의 왕칭쑹의 작업을 선보인다. 정연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32가구의 가족사진을 비롯해 97점을 왕칭쑹은 개방 이후 자본주의의 거센 풍파를 맞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업 16점을 출품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준권
김준권 개인전
아라아트센터 2014.12.10~29
작가의 30년 목판화 화업을 정리하는 전시로 <나무에 새긴 30년>이란 타이틀 아래 300여 점을 아라아트센터 전관에서 선보였다. 홍익대 회화과 재학 중이던 작가는 1980년대부터 목판화에 천착했다. 또한 동명의 화집이 출간되어 전시의 의의를 더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표

첸웬링 개인전
표갤러리 2014.12.19~2.13
이른바 ‘차이니즈 아방가르드’ 1세대 작가로 불리는 첸웬링의 개인전은 로 명명됐다. 중국의 역사와 전통에서 소재를 끌어오는 그의 작품에는 돼지,소, 물고기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공통체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송원-1

모바일홈 프로젝트
송원아트센터 2014.11.21~2014.12.19
의 .
[section_title][/section_title]

IMG_9850
2014 관두비엔날레
국립타이베이예술대학 관두미술관 2014.9.26~2014.12.14
국립타이베이예술대학(國立臺北藝術大學)의 관두(關渡)미술관이 주최하는 <2014 관두 비엔날레>의 주제는 ‘識別系統(식별계통, Recognition System)’.
이번 비엔날레는 타이완을 비롯,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커미셔너 10명이 각각 1인의 작가를 추천하여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설원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작가 장석준과 함께 참여했다. 타이베이=황석권 수석기자

WORLD REPORT Taipei Biennial 2014

IMG_9571

양혜규 Female Natives 2010 Medicine Men 2010 Field of Teleportation 2011

IMG_9578

오파비바라OPAVIVARÁ의 Fromosa Decelerator 16개의 해먹 다기 나무 220×1000×1000cm 2014

타이베이비엔날레 2014

<타이베이비엔날레2014>는 여타 비엔날레에 비해 매우 조용한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그에서 비롯되는 공명은 결코 작지 않다. 9회째를 맞이한 <타이베이비엔날레 2014>가 2014년 9월 13일 개막해 새해 1월 4일까지 타이베이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극렬가속도劇烈加速度, The Great Acceleration’이며 우리에겐 이른바 ‘관계의 미학’으로 저명한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가 총감독을 맡았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인간에 의해 변화되는 지구에 대한 각각의 단상이 펼쳐졌다. 그 현장을 《월간미술》이 직접 찾았다.

확인하는 비엔날레? 살피는 비엔날레?
황석권 본지 수석기자

아시아 미술계에서 타이완臺灣이 갖는 의미는 의외로 미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국, 일본 등 인접한 국가에 비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데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향에 함몰돼 <타이베이비엔날레>를 간과한다면 이 비엔날레의 독특한 이면을 놓치는 일이 될 것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타이베이비엔날레>는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점을 그간의 전시를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이베이비엔날레 2014>는 어땠을까? 예술감독으로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가 선임되었을 때부터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 자신이 동시대미술에서 저명한 기획자이자 이론가로서 니콜라 부리요의 관계의 미학은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미술의 혼재성hybridity 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이론으로 손꼽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타이베이비엔날레 2014>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총감독 니콜라 부리요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프레임이 견고한 총감독이 풀어내는 전시는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일까?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계의 미학의 이론적 내용과 사변적 실제론 사이의 대화”라고 이번 비엔날레를 정의한 그가 풀어낸 지금의 세상은 인간과 관련한 모든 것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도 드러난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에서 처음 비엔날레 큐레이팅을 한 부리요가 주제로 제시한 ‘극렬가속도劇烈加速度, The Great Acceleration’가 그의 이론과 어떻게 맞물릴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극렬가속도’는 말 그대로 가속화된 인류의 문제, 즉 산업화, 글로벌화, 그리고 환경문제, 기술적 변화 등을 함축하는 매우 농도 짙은 다중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에서 인류가 새로운 지질학적 힘으로 작용한다는 비공식적 지질학적 용어에서 차용한 ‘인류세the Anthropocene’의 의미가 새삼 부각되는데 전시에서 이 용어의 개념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궁금했다.
<타이베이비엔날레 2014> 취재를 위해 지난 대회에 이어 타이베이시립미술관을 방문한 기자는 비정형 전시공간인 미술관 동선에 적응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동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하다가도 다시 겹쳐 그 구조를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칫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준다.
입구에 들어서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협업그룹 OPAVIVARÁ의 가 맨 처음 관객을 맞이한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해먹에 누울 수 있게 한 이 작품은 이전 대회에서 한나 후르트치히의 가 관객을 맞이한 바로 그 장소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작품 외형이나 내용은 전시 성격을 가늠하게 하는 일종의 선입관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정자亭子를 떠올리게 하는 목재 구조물과 그 내부의 해먹, 다기茶器 등이 구비된 이 작품은 대번 부리요가 말한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제시로 보인다. 흡사 부리요 《관계의 미학》 도입부에 등장하는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의 <모마의 해먹Hamoc en el MoMA>을 연상하게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전시 도입부는 부리요가 제시한 이론의 확립을 위해 준비된 것이겠구나 하는 강한 선입견을 주입하는 공간이었다. 이런 작업을 접하면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나름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법이다. 입구를 지나면 타이완 작가 황포친 Po-Chin Huang의 을 만날 수 있다. 타이완의 경제혁명 시기를 거친 작가의 가족사를 대비시킨 이 작품 옆에는 펑훙친Peng Hung-Chin의 가 3D프린터로 제작돼 있다. 이곳을 지나면 부리요가 “선사시대의 풍경”으로 지칭한 전시장이 연결된다. 산업화시대의 풍경과 인간이 자연의 단순한 일부였던 자연의 시대 풍경이 전시장 벽을 사이로 전개되는 것이다.
데쓰미 구도 Tetsumi Kudo,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 카미유 앙로Camille Henrot 그리고 양혜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 전시장은 연대기 순으로 나열된 발굴 현장을 재현한 박물관을 보는 듯한 광경을 선보였다.

이론과 실재의 만남?
그러나 2층으로 올라가자 1층 전시장과 다른 양상의 작품이 전개되었다. 1층 전시작 피터 뷔게노Peter Buggenhout의 나 나타니엘 멜로즈Nathaniel Mellors의 유의 작업이 인류의 등장과 그 이후의 단상을 제시하듯 보여줬다면, 2층은 부리요의 의도보다 적극적인 제스처로 전체 전시의 주제를 구현하려는 작가 각각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만난 수라시 쿠솔웡 Surasi Kusolwong 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5톤에 육박하는 실타래를 전시장에 가득 채우고 그 안에 12개의 금목걸이를 숨겨 놓았다. 물론 목걸이를 찾아낸 관람객은 그것을 가져갈 수 있다. 뭐랄까, 가장 아날로그적인 인터랙티브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디지털 신호로 변환시켜주는 센서가 설치된 인터랙티브 작업을 만났던 관람객은 자신의 욕망과 작품이 조우하는 공간에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했다.
같은 층에 있는 시마부쿠 Shimabuku의 설치작업 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그것이 숙명이라고 믿는 우리에게 ‘멈춤’과 ‘되돌아감’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또한 은 비슷한 크기의 석기와 최신 태블릿PC를 함께 제시하는데 ‘기억’을 상징하는 석기는 손에 들면 마치 전화기처럼 통화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요나 프리먼과 저스틴 로Jonah Freeman&Justin Lowe의 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모형 건축물이 놓인 정식 전시장으로 인식되는 장소 옆문으로 들어서면 이곳이 과연 전시장인지, 아니면 스태프의 휴게공간 같은 미술관의 숨은 공간인지 착각을 불러일으켜 마치 공사 중인 미술관의 자투리 공간을 발견하는 인상을 주었다.
3층에서 만난 올라 페슨 Ola Pehrson의 (1999)는 의식적이지 않은 식물을 통해 인간 부재의 시대에 대해 생각해보는 작업이다. 사무직 노동자가 관상용으로 쉽게 마련하는 난초과 식물인 유카를 컴퓨터에 연결, 주식투자의 패턴을 학습시킨다는 내용. 유카에게 가는 물과 태양의 양이 주식시황에 맞게 조절된다.
린궈웨이Lin Kuo-Wei의 는 마치 지구본을 맞대놓은 듯한 형태의 작업이다. 자전축을 중심으로 전동장치에 의해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구체球體는 갈리는 소리와 함께 서로의 외부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부리요는 이번 <타이베이비엔날레 2014>를 통해 적어도 이론과 실재의 관계를 드러내려는 의도는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점이 현지 작가나 기획자가 이번 비엔날레를 비판적으로 보는 빌미를 제공한 것도 같다. 1990년대 말부터 부리요가 이론과 일련의 전시를 통해 보여준, 어떻게 보면 동어반복을 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비판을 들었기 때문이다. 타이완의 한 기획자는 “어떤 비엔날레도 그러한 비판을 받겠지만 이른바 현지화, 즉 타이베이에서 유럽의 기획자가 보여준 것은 유럽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적어도 타이베이는 이 전시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미술 이벤트에서 해당 국가와 주변 국가의 담론들을 적극 수용하는 ‘변별력 있는 비엔날레가 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적어도 ‘타이완의 현실이나 타이완이 속한 아시아의 문제’가 제대로 거론되지 못한 점은 분명한 것 같다. ●

IMG_9695

아니카 이Anicka Yi Le Pain Symbiotique 2014

 

KIM SHIN’S DESIGN ESSAY 6

과잉 사회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호칭으로서 ‘씨’는 상대방을 꽤 높여주는 말이었다. 사전에서도 씨를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제는 씨가 별로 대접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은 ‘씨’ 대신 차라리 ‘님’을 쓴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그 사람의 직위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사장님, 실장님, 대리님, 위원님 하는 식으로 호칭을 붙여야 그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 대접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냥 아무개씨라고 말하면 왠지 그 사람을 하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직위를 모르면 차라리 아무개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늘날 호칭은 과잉되었다.
실수를 한 점원이 고객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쩔쩔매며 “네 네 고객님” 한다. 고객은 왕이 아니지만 기업은 고객을 왕으로 모실 것을 직원들에게 강요한다. 그리하여 고객을 높이 받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팔 물건까지 높이는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난다. “네 고객님, 이 물건은 1백만 원이세요.” 1백만 원이 아니라 수억 원의 물건이라도 물건이 높임을 받을 순 없다. 오늘날 서비스는 과잉되었다.
영화 <카트>를 보면 계산원이 잘못했다며 벌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손님은 계산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고 명령한다. 진상 주민들에게 고통 받은 아파트 경비원도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의 오너 2세 조현아 씨도 승무원을 무릎 꿇리고 잘못을 빌라고 했다 한다. 아니 승무원이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었다는 말도 있고. 어찌되었든 잘못을 하면 무릎을 꿇는 것이 기본이 된 거 같다. 오늘날 사죄 방식은 과잉되었다.
얼마 전 수입 자동차 브랜드 행사장엘 갔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핸들과 대시보드를 보니 뭔 작동 버튼이 그렇게 많은지…. 내장 컴퓨터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춘 것은 기본이고 메뉴가 엄청 많고 아주 디테일하게 각종 정보들을 보여준다. 구식 자동차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 차를 몰다간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자동차뿐인가. 스마트폰, 카메라 같은 기기들은 쓰지 않는 기능들로 가득 차 있다. 각종 물건의 기능 역시 과잉이다.
과잉은 현대 소비사회의 본질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으로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자동차는 극도로 호사스러운 물건이었다. 자전거조차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자동차는 오죽했을까. 20세기 초반에 헨리 포드가 저렴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자 자동차는 민주화되었고 이제 지위재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GM에서 스타일링을 통해 화려하고 값비싼 자동차들을 내놓음으로써 특별한 자동차 소유로 자신을 뽐내고 구별짓기를 하고자 하는 부자들의 욕망을 충족해주었다. 이때 나온 럭셔리카들은 쓸데없이 과잉된 디자인을 낳게 된다. 화려한 크롬도금, 테일 핀 같은 디테일이 추가되고 형태는 비행기를 흉내 내기까지 한다. 전화기, 오디오, 라디오, TV, 컴퓨터가 모두 그런 진화과정을 거쳤다.
모든 사람이 그 물건을 소유했다는 것 자체로는 더 이상 자랑이 될 수 없을 때 물건은 과잉적 속성을 띠기 시작한다. 어떤 기능을 갖추었느냐, 어떤 재료로 만들었느냐, 마감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물건의 가격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평범한 물건에서 지위재로 격상된다. 그렇지만 기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외모를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은 좀 더 쉽게 물건이 업그레이드되었음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금으로 만든 시계라고 시간을 더 잘 알려주는 건 아니다. 독일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혁신은 고갈되지 않는다”고 혁신 찬양의 말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혁신은 고갈되는 것 같다. 그럴 때 과잉 디자인은 얼마나 좋은 대안인가. 뭔가를 과잉되게 디자인하는 건 고갈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편도 요금이 1000만 원 넘는 비행기 1등석 손님은 도대체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아야 할까? 서비스가 과잉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 서비스는 마치 루이 14세가 통치하는 베르사유 궁전의 대단히 복잡하고 엄격한 궁전 법도를 흉내 내기에 이른다. 그런 법도 아래에서 인간은 초라한 노예가 되어 절절매게 되는 것이다. ●

위 감정의 시대 프로젝트팀(김숙현 임샛별 조혜정)이 2014년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열린 <감정의 시대: 서비스노동의 관계미학전>에 선보인 영상작업 <역할극> 스틸컷

[Art Journal]

장민승__보이스리스_전시전경

여다함__죽은 불_ 전시전경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예술가 창작 지원의 새로운 방향

슬기와 민, 장민승, 여다함 제15회 후보작가 전시 열려

제15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 작가인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의 전시가 2014년 12월 18일부터 오는 2월 15일까지 서울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 1층에 위치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은 신작 <테크니컬 드로잉>을 통해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투명한 세계를 구축하는 데 동참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정체불명의 대상을 흐릿하고 거대하게 확대한 프린트 작업을 선보였다. 사진, 음악,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작가 장민승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접하고 무기력과 우울증을 느꼈다며 일본 고유의 함축적인 시 하이쿠와 소리 없는 언어인 수화(手話)를 통해 슬픔을 애도하고 치유를 희망하는 작업 <보이스리스>를 발표했다. 또 다른 후보작가 여다함은 버려진 플라스틱 포장재를 석고 캐스팅한 <죽은 불>과 세계 각지에 있는 동상의 자세를 춤으로 연결한 작업 <무뢰한 정신>을 출품해 현대사회에서 진리의 오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 미술상은 작가 3명을 선정해 작품 제작 및 전시를 지원하고 전시 평가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제15회 최종 수상자는 오는 2월 13일 발표된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지난 2000년 국내 진출 외국 기업 최초로 제정된 미술상으로 지난 15년간 중견 작가보다 젊은 작가 발굴에 앞장서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단 측은 수상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한국 미술계에 젊은 작가 층은 한정된 반면 그동안 시상제도가 급격하게 늘어나 이 상의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카트린 츠키니트 재단 이사는 “후보 작가 없이 16회부터 수상자 1명을 선정해 파리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신작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작가들에게 수준 높은 창작지원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더 역동적이고 풍요로운 한국현대미술 현장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추어 미술상도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부터 전 몽인아트센터 디렉터로 활동한 김윤경이 아뜰리에 에르메스 디렉터로 참여한다. 김 디렉터는 에르메스 재단이 한국과 프랑스의 국제교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작가 지원뿐 아니라 프랑스의 전도유망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위에서부터 슬기와 민 <테크니컬 드로잉>, 장민승 <보이스리스>, 여다함 <죽은 불>

[section_title][/section_title]

거장 (8)

개인 컬렉터가 사랑한 한국근현대미술
서울미술관 소장품전〈거장〉〈오 홀리나잇!〉열어

서울미술관은 11월 28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소장품전 〈거장〉과 〈오 홀리나잇!〉 을 이어간다. 〈거장〉은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근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36명의 회화 7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작 중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가 특히 주목된다. 한편 〈오 홀리나잇!〉은 운보 김기창이 신약성서의 주요 장면을 한국적인 성화로 재해석한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을 선보인다. 두 전시는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사진)이 지난 30여 년이란 세월 동안 수집한 작품의 일부를 대중에 공개하는 자리로 한국근대미술을 향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하정웅 콜렉터
역사적인 미술품 기증, 광주에 자리 잡는다
하정웅미술관 건립 추진

광주시가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사진)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의 이름을 딴 가칭 ‘하정웅미술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장현 광주시장과 하정웅 명예관장은 하정웅 컬렉션을 상설전시하기 위한 공간 건립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쳤다”며 “건립될 공간은 전시공간과 수장고 등을 갖춘 전시관으로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과 같은 분관의 성격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하정웅미술관’ 건립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같은 이유는 하 명예관장의 미술품 기증 역사가 광주시립 미술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하 명예관장은 고(故) 오승윤 화백과의 인연을 계기로 미술품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1992년 고 오승윤 화백과 함께 광주시립 미술관을 찾은 하 명예관장은 개관 초기 시립미술관이 소장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자신이 평생 수집한 작품들을 기증하게 된 것. 하 명예관장은 1993년 212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모두 2,524점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등 전국 시·도립미술관 에서 하 명예관장 기증 작품 순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하 명예관장의 기증 정신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전국 시·도립 미술관 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전시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전주_이종만

전주_최수일

전북미술계를 결산하다
이종만 목정문화상, 최수일 전라미술상, 이호철 김치현청년미술상에 각각 선정

(재)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은 제22회 목정문화상 미술부문 수상자로 서양화가 이종만을 선정하고 12월 28일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창작지원비 1,000만을 지원하는 시상식을 열었다. 이종만은 원광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고 1978년부터 중등학교 교사로 34년간을 재직하면서 한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11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라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일청)와 김치현청년미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강신동)는 제20회 전라미술상 수상자로 문자조형작가 최수일을, 제4회 김치현청년미술상 수상자로 조각가 이호철을 각각 선정하고 12월 12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작가 최수일은 회화성을 가미한 미술서예를 추구하면서 현대적 문자조형을 선보였다. 전주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서각을 중심으로 여덟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큐레이터를 역임하였다. 조각가 이호철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현실에서 느끼는 권태와 위트, 서정성을 중심으로 유희적 태도를 견지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현재 전북대 미술대학 조소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한국구상조각대전에서 장려상과 대교문화재단 조각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라미술상은 전북화방 고 이승갑 사장의 후원으로 1994년 제정되었다. 김치현청년미술상은 고 김치현 화백의 유지를 모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제정되어 유족이 지원하고 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까레다띠스

쉽게 다가가는 미술시장
까레다띠스 오픈

2014년 12월 10일, 서울 삼청동에 프랑스 갤러리 까레다띠스Carréd’artistes가 개관했다. 현대미술 대중화를 목표로 2001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시작해 현재 파리, 뉴욕 등 세계 주요 대도시에 30개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까레다띠스 서울 지점은 아시아 최초로 오픈해 특히 주목된다. 갤러리 소속작가 중 선정된 20명의 작품 9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사이즈 작품을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해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쉽게 미술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
예술의 낭만주의를 찾아서
실험적 예술프로젝트 2014

대구예술발전소가 기획한 <실험적 예술프로젝트 2014>가 지난 12월 9일 개막했다. ‘수퍼 로맨틱스’(Super Romantics)를 표제로 내건 이번 전시는 1월 25일까지 계속되며 현대 미술의 여러 영역에 걸쳐 이완 전리해 차지량 왕우양을 포함한 국내외 작가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퍼 로맨틱스’이란 말은 유진상 전시 총감독계원예술대 교수의 설명에 따르자면, 과거의 낭만주의 개념을 이루던 유무형의 여러 태도가 현재에 이르러 더욱 강화돼 드러남을 뜻한다. 낭만주의가 오늘날의 새로운 문화에서 어떤 양상을 띠는지를 작업의 동기로 삼아 풀어내는 시도가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이다.
전시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복합적인 매체실험을 시도한 3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실험적인 색을 입힌 작업은 전시가 벌어지는 대구 지역 작가 조명과 국제 교류에 의해 다양성을 보장받고 있다.
을 .
이처럼 <실험적 예술프로젝트 2014>는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간 어렵거나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낭만주의’를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흥미롭게 환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거꾸로 현대미술을 전시장에 펼쳐놓기 위해 낭만주의를 억지로 뒤틀어 끌어왔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시감독이 언급한 대로, 낭만주의는 보통사람과 전문가 사이에 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사조다. 근대사회 이후 등장한 낭만주의와 거기서 파생된 예술사조에 굳이 사회학적 관점을 적용해 냉랭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 입장에 선 기획자와 감독들은 디지털 세대의 일반인에게 ‘사실은 이런 것이 예술에서 통하는 낭만주의’라고 명쾌하게 밝히는 태도 대신 대중이 생각하는 모호한 낭만성에 전시 홍보를 은근슬쩍 기대어버린 듯하다. 이는 매우 영리하거나, 혹은 안이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하겠다한 면이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윤경 작품

한국 조각에 힘을 더하다
김윤경, 최태만 김종영조각상 김종영학술상 각각 수상
제13회 김종영조각상과 제2회 김종영학술상 시상식이 지난 12월 12일 김종영미술관에서 개최됐다. 조각상 수상자인 김윤경(사진)은 그동안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1970년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거쳐 영국 골드스미스대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학술상을 수상한 최태만은 1962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2010 이천국제 조각심포지엄〉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고은전경 (2)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
고은사진미술관에서〈다큐멘터리 스타일전〉열려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 <다큐멘터리 스타일> (2014.12.9~2.25)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을 스타일, 즉 형식이라는 특정한 관점에서 조망하는 전시이다. 이 전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고은사진미술관이 지금껏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추구해 온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지방 최초의 사진전문미술관으로서 <부산사진의 재발견전>(2011.7.16~2011.10.2)을 통해 중요도에 비해 얕고 척박하기 그지없었던 부산지역의 사진 역사를 전시와 담론의 맥락에서 끌어냈고, 이후의 지속적인 연계 전시로 부산사진을 연구·정리해왔다. 뿐만 아니라 <근원The Origin전>(2012.12.8~ 2013.2.21)을 통해 부산사진에서 한국사진으로 확장하여, 한국사진의 역사적 정통성과 사진 본질의 정통성에 근거한 11인의 동시대작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스타일>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형식과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보여주는 사진가 8인의 작업을 통해 사진의 형식적인 요소와 내용적인 차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망을 부분적으로나마 제시하려 한다.
이번 전시에는 노순택, 박홍순(사진), 손승현, 이갑철, 이상일, 강용석, 이상엽, 주명덕이 참여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홍대미술 (1)
후학들을 위한 기금 마련 전시
홍대, 미술대학 교수작품전 열어

홍익대 현대미술관(관장 전영백)은 2014년 12월 3일부터 23일까지 <LA캠퍼스 건립을 위한 201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 교수작품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는 홍익대 교수 63명이 참여 작품 120여 점을 선보였다.
학교 측은 “후학을 위해 판매금을 기부형식으로 내놓아 그 의미가 크다”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홍익대는 LA에 해외캠퍼스를 건립, 매년 300여 명의 학생을 파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ditor’s Letter]

어제 같은 오늘

젊음과 늙음의 경계는 오늘에 있다. 늙은이의 오늘은 과거와 가깝고, 젊은이의 오늘은 미래와 가까운 까닭이다. 늙은이는 어제를 회상하고 젊은이는 내일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지금에 나는 분명 늙은이 임에 틀림없다. 언젠가부터 미래를 꿈꾸기보다 과거의 기억을 갉아먹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좀처럼 희망이, 밝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번호 특집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를 담당한 임승현 기자는 우리 편집부 식구 가운데 가장 젊다.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데, 십 수 년 나이 차이 나는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오죽이나 세대 차이를 실감 했을까. 그래도 내일을 좇는 임 기자에게 이번 기회는 여러 모로 공부가 되었을 게다.
최근에 본 전시 가운데 인상 깊었던 두 장면 있다. 먼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레트로 ’86-’88전〉(11.14~2015 1.11). 액자소설 같은 이 전시에서 그림마당 민 전시(김인숙 박영숙 윤석남 정정엽 등)와 관훈갤러리에서 열렸던 <로고스&파토스전〉(노상균 문범 문주 이기봉 등) 은 그야말로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국제갤러리 도날드 저드와 조습의 개인전이다. 눈치 챘겠지만, 내가 이 전시를 흥미롭게 견주어 본 이유는 이들 전시 사이에 존재하는 성격 차이와 다름의 간극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 현대미술의 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을 추구하고 차별화/전문화된 입장에서 미술과 세상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가들의 폭넓은 스펙트럼 말이다. 이런 다양성의 공존이야말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층을 두텁게 하는 요소일 게다. 이렇듯 미술에는 정답이 없다. 절대적인 가치판단도 불가능하고 우열도 없지만 호(好)-불호(不好)는 가능하다. 그러니 창작자와 향유자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판단하고 즐기면 된다. 여기서 《 월간미술》이 아주 적절한 ‘참고서’ 노릇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월간미술》이 ‘교과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충 한번 쓰윽 훑어보고 버리는 그저 그런 ‘잡지(雜誌)’ 나부랭이도 아니다. 서가에 두고두고 꽂아 놓고 다시 꺼내서 보는 ‘책’이다. 전문가와 일반인은 미술을 대하는 눈높이가 다르고 기대치에서도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러니 누구나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시의 차이와 간극을 즐기듯《 월간미술》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느덧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多事多難하지 않았던 해가 어디 있었으랴. 그럼에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유독 깊게 남는 2014년이다.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길 바란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MS-co

김언호 한길사 대표

마감기간이 되면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 사진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김신의 디자인에세이 참고도판으로 헤이리 한길책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윌리엄모리스의 《초서저작집》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김 대표에게 S.O.S.를 청했다. 이 박물관은 윌리엄 모리스의 책공방 캠스콧 프레스가 간행한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김 대표는 몇 번 통화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책을 예술품이라고 생각하며 책 만드는데 정성을 쏟는다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정은영정은영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

저드 재단 공동대표의 바쁜 일정에 맞추어 촉박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대담 진행을 맡아주었다. 그리고 전시 리뷰까지. 이번 도날드 저드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덕분에 가능했다. 정 교수는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예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에서 미술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댄 플래빈(Dan Flavin)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윌리엄앤메리대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방문교수, 필립스 컬렉션 미술관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한남대 교수를 역임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_MG_0391권유정 전시코디네이터

전시 진행을 위해 서울과 창원을 오가는 생활을 했던 권유정 코디네이터. 창원 현지에서 취재진을 이끌고 현장을 설명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소박한 듯 큰 행사라고 정의했다. 이 전시가 열린 창원은 현란함이 매력적이었다는 말과 함께.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대미술 행사가 쉽지 않았지만 그러한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이번 비엔날레가 일조할 것임을 확신했다. 미술이론과 예술경영 프로그램 등을 공부한 그녀의 관심사는 당연히 ‘커뮤니티 아트’다. 큰 키만큼이나 성장했을 계기가 되었길.

[Column]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문화도 복지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백남준아트센터는 2014년 10월 28일 홈페이지 센터소식란을 통해 ‘11월 17일부터 2015년 1월 28일까지 전시교체 및 전시장 공사를 위해 전시장을 부분 운영하고 휴관한다’고 공지했다. 이 공지에 따라 1984년 새해 첫날 백남준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중계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주년을 기념하여 7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개최한 <굿모닝미스터오웰2014>를 개편하여 1층에서만 연장 운영하고 2층은 휴관하고 있다. 결국 백남준아트센터 1층과 2층에서 열리던 전시는 <굿모닝미스터오웰2014 하이라이트>란 이름으로 축소돼 1층에서만 연장 전시하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은 첫째, 백남준아트센터가 새로운 기획전을 꾸릴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전시를 연장해야 하는 형편이며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2층을 비워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백남준아트센터가 그동안 보여준 기획 역량을 고려할 때 새로운 기획전을 준비하지 못하고 기존 전시를 축소하여 연장할 수밖에 없었음은 백남준아트센터가 현재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11월 19일자 온라인판《 아시아경제》 기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올해 경기도미술관의 예산은 9억2,250만 원에서 2억6,000만 원, 실학박물관은 8억5,000만 원에서 1억9,992만 원, 백남준아트센터는 5억1,600만 원에서 2억3,120만 원으로 거의 대부분 50% 이상 삭감되었고, 백남준아트센터는 예산이 없어서 2층 전시공간을 폐쇄하는 등 공간 축소를 진행한다고 한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경기창작센터, 백남준아트센터는 실학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등과 함께 경기문화재단에 소속돼 있다. 비영리 공익 재단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문화재단으로 1997년에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은 2001년 1,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2002년부터 사무총장 직제를 폐지하는 대신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2005년 경기도 산하기관으로 편입된 경기문화재단은 2008년 3월 1일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통합을 단행하고, 그해 8월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했다.
문제는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로부터 받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것에서 비롯됐다. 경기도의 문화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2008년 이후 계속 삭감됐다. 즉 2008년 286억 원이던 출연금이 2009년에는 250억 원으로 줄었으며, 2010년에는 687억 원이 책정됐으나, 대부분 어린이박물관과 전곡선사박물관 건립비로 배정된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 운영예산은 200억 원대였다. 2012년 218억 원이던 출연금은 2013년 111억 원으로 줄었다. 경기도가 문화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계속 줄여야 했던 배경에는 문화예술을 위한 가용예산을 줄여야 하는 속사정이 있었다. 즉 지난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지자체가 매칭펀드를 조성해야 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급식, 보육 등의 복지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이쪽으로 예산을 집중 배정하다보니 애꿎은 문화예산을 줄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008년 도립박물관과 미술관이 문화재단에 통합된 이후 경기문화재단은 도립이면서도 민영화하였고, 경기도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각 소속기관에 분배하면서 예산 기근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운영예산의 거의 90%를 출연금에 의존하는 경기도미술관이나 백남준아트센터의 운영 악화는 예견된 사태였다. 결국 경기도박물관이나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구입예산이 몇 년째 전액 삭감된 상황이며 백남준아트센터는 기획전시의 축소연장과 2층 전시장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사태는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감사에서 ‘재단 사무처 및 산하기관의 출연금 대비 사업비가 매년 감소하여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에서도 확인된다. 경기도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재정 악화는 경기도의 출연금에 의존한 채 경영에 소홀했던 경기문화재단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인 ‘문화이음’ 선포식 개최, 재계 인사를 주축으로 한 문화예술기부후원회 ‘문화이음 소사이어티’를 발족하는가 하면 재능기부를 유도하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인문학강좌, 콘서트 등을 개최했다. 이 문화이음 사업으로 문화재단이 2013년 8억 원의 기금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경기도의 출연금이 점진적으로 삭감되고, 증액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일찍부터 기금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이런 점은 문화재단 소속 각 기관에도 해당한다. 매년 출연금이 삭감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구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각 기관장이 높은 전문성 못지않게 예술경영에 대한 비전을 갖고 기금 확보를 위해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먼저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는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문화의 시대’란 허망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가난을 문화예술의 미덕으로 여기거나 문화예술이 행정의 장식쯤으로 치부된다면 기껏 지어놓은 문화예술기관이 겪어야 할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며, 그만큼 문화발전도 기대할 수 없고 사람들이 누려야 할 문화권리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도 복지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급식과 보육은 당장 시급한 것이지만 정상적인 문화예술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가까운 장래에 문화예술의 빈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는 것에서 손 쉬운 대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복지로 보고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태만・국민대 교수

[Column]

나라 밖의 우리 문화재, 오해와 이해

외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을 다루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게 된다. 문화재를 다루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들에 대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들 문화재에 대한 총체적인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개인 소장품을 포함하여 전부 몇 점이나 되는지, 국가별 소유 숫자는 얼마나 되며, 그 나라들의 어떤 기관이나 개인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회화, 서예, 조각, 도자기, 금속공예, 목칠공예, 기타공예, 석조물, 건조물 등 분야별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시대적 분포는 어떻게 되며, 격조는 얼마나 높은지, 반출 경위는 어떠한지 등등 하나같이 규명을 요하는 상태이다. 이것들이 어느 정도 파악되어야 반드시 환수해야 할 것과 현지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를 올바르게 소개하는 데 활용할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이러한 일은 워낙 방대하고 시간과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어서 개인이나 민간단체에서는 ‘제대로’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국가가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장기간에 걸쳐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되었으나 설립된 지 2년밖에 안되어 인적구성, 예산, 시설 등 모든 것이 어설프고 어려운 점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제약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조사 연구, 활용 홍보, 경영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기초를 잡아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는 한 점 한 점 모두 보배롭지만 동시에 우리 손바닥 위에 놓여있는 밤송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밤송이 안에 맛있고 건강에 좋은 밤이 들어있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수많은 가시와 두껍고 견고한 껍질에 싸여있다. 섣불리 밤알을 꺼내려다가는 손바닥이 가시에 찔리거나 자칫 떨어뜨릴 수도 있다. 소중한 밤알을 꺼내려면 먼저 그것을 둘러싼 가시와 껍질을 제거해야 한다. 밤알은 알토란 같은 우리 문화재, 가시와 껍질은 많고도 견고한 저해요인인 셈이다. 문화재 환수나 현지 활용은, 밤송이의 수많은 가시나 단단한 껍질처럼 예민한 저해요인들과 장벽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실현이 가능한 일이다. 계절이 바뀌면 밤송이는 스스로 입을 벌리고 밤알을 밖으로 토해낸다.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들도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꿈같은 생각을 해보지만 마음이 조급한 우리는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수가 없다.
외국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들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많은 국민은 막연하게 ① 외국에 있는 문화재는 모두 약탈 문화재이고, ② 따라서 모두 환수해야 하며, ③ 환수하되 우리 돈은 한 푼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는 약탈 문화재와 더불어 국가 간의 외교적 선물이나 무역거래, 개인 간의 선물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환수’ 못지않게 현지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를 올바르게 소개하는 데 쓰는 ‘현지 활용’도 지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한번 빼앗기거나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는 대부분 어떠한 형태로든 대가를 치러야 하므로 단돈 10원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거두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이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대대적, 적극적으로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해 자국의 수많은 문화재를 환수하고 있는 것은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우리는 그렇게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이 그렇게 함으로써 자국의 국위를 세계만방에 드높이 선양하고 자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양시킴으로써 보다 큰 국익을 도모하고 있는 사실만은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
해외의 우리 문화재 환수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서두른다는 점이다. 성급하게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두르면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반면에 오히려 장래의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경우, 더 많은 문화재가 더욱 깊이깊이 숨어버리게 된다. “문화재 환수는 조용히, 느긋하게, 치밀한 계획하에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이유이다.
해외 소재 문화재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너무도 안타까운 것은 그중의 절대 다수가 ‘사장(私藏)’ 또는 ‘사장(死藏)’되어 있어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공공의 박물관이나 기관들에 소장된 문화재들조차 수장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듯 무관심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에 있던 외규장각의 의궤들도 박병선 박사의 노력에 힘입어 세상에 밝혀지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사장 상태에 있었다. 유사한 예가 수없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장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 우리 문화재들이 현지에서 빛나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하여 다방면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 박물관들의 학예원들을 초청하여 한국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고조시키고, 아울러 보존 상태가 열악한 문화재들에 대하여는 우리의 인력과 기술을 동원하여 보존처리를 해주는 일 등은 그러한 예의 대표적 경우에 해당된다.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우리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해외 소재 문화재는 어림잡아 최소한 15만6,000여 점에 달하며 그중 6만7,000여 점이 일본에 있다고 파악되지만 실제로는 곱절이 넘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일본 소재 우리 문화재가 다른 어느 나라에 있는 것들보다 값져서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에 우리 정부가 요구한 4,000여 점의 문화재 중에서 1,432점이 환수되었으나 격조가 높지 않은 것이 다수를 차지했다. 우리 정부의 준비 부족과 다급한 경제협력 때문에 문화재 환수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기가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자국의 한국문화재 소유 상황을 폭넓게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에 알려주지 않고 숨긴 데에도 원인이 있었음이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해 밝혀졌다. 보도에 의하면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 정부는 자국의 박물관, 대학, 동양문고 등이 소유한 한국문화재의 현황과 반입경로 등을 조사하고 문서로 작성까지 했으면서도 우리 정부의 반환 요청을 염려하여 그 문서들을 숨겨왔다는 것이다. ‘일한회담 문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이 제기한 소송에서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의 도쿄고등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따르면, 1965년 한일회담 관련 문서들 중에는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문화재 목록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한국의 반환 요청을 염려하여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8년에는 일본 정부가 한일회담 관련 외교문서 1,916건을 공개하면서도 22건은 밝히지 않았는데 그중에 문화재 관련 문서가 8건이었다. ‘한국 국보 고서적 목록’, ‘한국 국보 미술공예품 목록’, ‘이토 히로부미 수집 고려도자기 목록’ 등이 그중에 포함되었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일본 소재 한국문화재를 폭넓게 조사하여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우리 정부에는 비밀에 부쳐온 것이다. 그 개연성은 진작부터 짐작해온 바이나 이번에 일본의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그 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이 우리 문화재를 이처럼 꼭꼭 숨기고 있고 사장(死藏)상태를 이어가고 있어서 우리 국민은 어떤 소중한 문화재들이 그 나라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각종 전시를 통한 현지 활용조차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 일본이 최소한 어떠한 우리 문화재들을 소유하고 있는지라도 밝히면 좋겠으나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일본에 사장되어 있는 우리 문화재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밝힐 것인지 지혜를 모으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모든 기회를 엿보는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극도로 경색된 한·일 간의 외교관계가 완화되고 우호적인 관계를 되찾기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 속에서 우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해 ‘돌아온 문화재 총서’의 두 번째 사업으로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의 노력에 힘입어 1996년에 일본 야마구치현립대학(당시 야마구치여자대학)으로부터 되돌려받은 ‘데라우치문고(寺內文庫)’를 다루기로 했다. 첫 번째 사업이었던《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은 왜관수도원의 선지훈 신부가 오랜 노력 끝에 독일의 상트 오틸리엔(St. Ottilien)수도원으로부터 영구대여 형식으로 되찾아온 정선의 화첩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 화첩에 대하여 영인본 제작, 환수과정 및 학술적 의의를 밝히는 글들을 모은 단행본 발간, 특별강연회 개최, 고궁박물관과 협력하여 전시회 개최, 유공자 표창 등 다각적인 연구와 소개를 하여 국민의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두 번째 사업 대상인 데라우치문고에 대해서 철저한 학술적 검토를 기반으로 한 단행본 발간, 특별강연회 및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즉 재단은 올해 ‘돌아온 문화재 총서 2’의 사업성과인《 경남대학교 데라우치문고 조선시대 서화》와《 경남대학교 데라우치문고 간찰 속의 조선시대》(11월 발간)를 발간하고, 특별강연회(12월 16일)와 <고국으로 돌아온 데라우치문고> 특별전시회(12.17~2015.2.22)를 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돌아온 데라우치문고는 물론 재일 한국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한·일 양국 국민에게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양국의 관계가 경직되어 있더라도 문화재와 문화 분야에서는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고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들이 햇빛을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비단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만이 아니라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사장되어 있는 문화재들에 대해서도 같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참으로 멀고 험하다는 느낌이 든다.
안휘준・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