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IONAL NEWS

광주
양림동에 들어선 이색 문화공간
〈양림의 화가들〉 2.23~3.25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

양림(楊林), 버드나무 가득한 마을에 서양인 선교사들이 들어온 건 1904년의 일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은 이곳에 교회와 집, 학교와 병원을 짓고 봉사와 나눔의 복음을 실천하며 정착했다. 1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로부터 받아들인 광주 최초의 서양 문물은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대로 이어지고 있다. 호젓한 자연과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이 잘 보존된 거리를 배경으로 찻집과 맛집이 곳곳에 숨어있어 20~30대들의 명소가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개관한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은 생동하는 양림동의 현재를 보여주는 접점이다. 폴리곤(Polygon, 다각형)은 규정되지 않은 장르의 융복합이 이뤄지는 현재의 예술 활동이 모이는 곳이다. 과거 선교사 사택 차고지였던 이곳은 이제 현대예술가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식 개관전시로 양림동과 인연이 깊은 6인의 작가를 초청하여 〈양림의 화가들전〉을 개최했다. 양림동에서 뛰어놀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긴 황영성과 우제길, 삶의 터전이자 정착지로서 평생 이곳을 떠나지 못한 한희원과 정운학, 이곳에 작업실을 짓고 창작의 영감을 얻은 신수정과 이이남 모두 고즈넉한 분위기의 양림동과 호랑가시나무의 매력에 매료되어 일생을 함께한 작가들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한껏 머금은 4월,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새로운 창작물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성장해가길 바란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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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
지속가능한 폐허를 발굴하는 페인팅
〈감만동 발굴展: UNEXPECTED WALL〉 3.21~4.14 감만창의문화촌 갤러리

부산의 재개발구역은 현재 160여 곳에 육박한다. 그리고 그 수는 검색할 때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중 재개발예정지 선정 문제로 오랜 기간 주민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공가(空家)가 늘어나는 등 마을의 본모습을 잃어버린 감만동에서 작가 양자주의 개인전 〈감만동 발굴展: UNEXPECTED WALL〉이 열렸다. 작가가 부단히 일궈온 페인터(painter)의 정체성은 예술과 사회 문제에 페인팅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 탐구해온 과정에 여실히 드러난다. 쌓고 부수는 문명의 반복행위가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가 하면(〈Untitled Series〉) 재개발 현장의 공가 담벼락을 지름 2cm도 채 되지 않을 지문으로 도배(〈Dots Series〉)하기도 했다. 최근엔 부산의 대규모 재개발 구역에 속하는 못골, 초량, 온천장, 감만동에서 채집한 건축폐기물, 여러 겹의 벽지, 덧칠해진 페인트 조각, 단열재 등을 재구성한 페인팅(〈Material Series〉)을 선보이고 있다. 인류의 페인팅에 대한 사유의 궤적을 이번 양자주 작가의 개인전에서도 볼 수 있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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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은주+haniitter’s, 〈 로스트 (포)레스트 Lost (for)rest 〉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7

대구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만들다
〈대구예술 생태보감〉 3.2~4.23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예술발전소는 ‘청년다움·다원적 가치·공간미디어’라는 기치 아래 시각예술뿐 아니라 음악과 무용 등의 공연예술을 포함한 대구 예술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구예술 생태보감전〉을 기획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가가 협업 지점을 모색하고, 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예술 생태보감’이란 제목을 붙였다. 대구의 선데이페이퍼를 주축으로 경산, 울산 등 지역 간 연대를 준비한 ‘테트라포드 연합 준비팀’을 비롯해 방천시장에 거점을 둔 작가 모임 ‘방천밸리’, 1980년대에 활발히 활동한 중견 작가 ‘그룹 6·7’, 회화 작가로 구성된 ‘PPT(Painting-Painter, Team)’, 대구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작가들이 모여 만든 ‘Individuality’, 광주에서 활동하는 ‘코끼리협동조합’과 대구의 애니메이션 작가가 공동 작업한 ‘코끼리협동조합 협업프로젝트’ 등 총 6팀이 각기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지역 중심의 작가 모임, 자생적으로 결성된 작가 집단, 혹은 이번 전시를 위해 그룹으로 결성된 작가들이 느슨하게 경계 지어진 범주 안에서 대구의 예술 생태계를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생태계는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그 자체로서의 완결성을 가지고 독립된 체계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대구예술 생태보감〉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대구예술발전소가 신진 작가를 발굴·지원하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여러 예술 장르가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대구 예술생태계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민정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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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
버리는 것과 버려지는 것의 관계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3.6~5.5 중선농원 갤러리2

봄을 맞이해 중선농원에서는 윤석남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선보인다. 회화와 드로잉, 조각, 설치작업 1025점이 중선농원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신문에서 유기견을 돌보는 이애신 할머니의 기사를 우연히 접한 작가는 버려진 개 1000여 마리를 20년 넘게 보살피고 있는 할머니의 보금자리 ‘애신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곳에 머물며 버려진 동물이 받는 충격과 버리는 인간의 비정함을 작품에 담았다. 1,025개의 조각은 이애신 할머니가 보살피던 유기견 수를 의미한다. 유기견 제각각의 생김새와 표정들을 드로잉한 후 나무를 잘라 표면을 갈고 밑칠 하는 과정을 무려 5년 동안 지속해 작품을 완성했다.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관람자를 응시하는 개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움을 넘어 이들을 버린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버려지는 존재를 통해 버리는 존재를, 약자의 모습을 통해 그들을 휘두르는 권력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025’라는 숫자는 자기중심적,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환기이기도 하다.
이승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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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사진전_누에_나방

2016년 12월 16일 사진작가 장근범과 관람객 100여 명이 완주 복합문화지구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록사진전 누에-나방〉을 마련했다.

전주
공장의 품격 있는 변신
복합문화지구 누에, 팔복예술공장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되살리는 ‘재생’. 최근 들어 구도심 활성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폐산업시설 재생’이 주목받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따라 완주와 전주에서도 ‘공장의 품격 있는 변신’이 진행되고 있다. 완주군은 2016년부터 용진면의 옛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의 누에를 키우고 관리하던 잠업시험지 21개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복합문화지구 누에 (nu-e)’라는 새 이름을 걸고 작년 한 해 동안 전시, 레지던시, 공연, 파티 등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된 2차부지 공간 재단장에 들어가며 주민 놀이터 형태로, 공연장, 전시장, 휴식 공간 등을 마련해 주민들이 언제든지 방문해 머물며 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해 리모델링을 완료한 1차 부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편, 전주시 팔복동 제1산단 내에 위치한 팔복예술공장에서는 매주 한 차례 인근 주민과 예술가, 공단 근로자가 참여해 공간이 지닌 역사와 특성, 이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함께 고민하고 공간의 성격과 쓰임새를 모색하는 집담회가 열린다. 또한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무료대관 전시 〈Grey Matter〉를 개최했다. 오늘날의 정치, 경제 및 투쟁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회색 물질’이란 주제 아래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8명의 외국 작가 작품에 녹여내었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 사진, 자수 작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문화재생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집담회 및 파일럿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공간의 성격을 최적화하는 중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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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전
삶은 여전히 아름답지 않다!
〈2017 Next Code〉 3.2~4.26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대전충청지역 청년작가 등용문 〈Next Code전〉이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우리 앞의 생’이라는 다소 무거운 느낌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40세 미만의 작가 51명의 경쟁자 중 5명의 작가가 최종 선발됐다. 이들은 ‘생의 안으로’와 ‘생의 밖으로’에 해당된 섹션에서 작업을 전시한다. 먼저 ‘생의 안으로’ 섹션에 속하는 작가 중 박은영은 염료를 먹이는 먹지에 무수한 선 드로잉으로 숲을 전사하는데 이는 점차 자신을 초극하는 구도자의 고행이자 삶-예술을 창조하는 유희의 행위가 된다. 신기철은 ‘바니타스’를 주제로 불안의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정의철은 자아에 대한 성찰로 〈Unfamiliar〉라는 제목의 연작을 선보인다. 뭉개져버린 얼굴은 자아의 껍질 속 알맹이에 닿고자 하는 작가의 고통스러운 내면의 흔적이기도 하다. 한편 ‘생의 밖’ 섹션에는 철과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해 교회나 골목, 창문, 전봇대, 주택가 등의 소외된 공동체 공간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이홍한과 사회적 규범과 자아의 영향 관계, ‘표류’하거나 표류했던 자아의 연극성을 반성하는 작업을 보여준 정미정의 작업이 전시된다.
‘생의 안’과 ‘생의 밖’ 어디에도 이들 청년이 쉬어갈 공간은 없어 보인다. 고단함과 치열함이 교차하는 그들의 땀내 젖은 그림이 유독 가슴을 저리게 하는 이유이다.
유현주 미술평론

ART BOOK

에고(ego)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

할 포스터 지음/김정혜 옮김 《콤플렉스》 현실문화 2014

얼마 전 ‘강적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청와대 건축 구조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동인 위민관이 직선거리로 500미터나 떨어져 있어 업무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미국의 백악관조차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부통령실 및 내각회의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을 민주공화국의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조선 시대 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더군다나 청와대 본관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지붕만 한옥 양식으로 되어 있는 정체불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권위적이면서 키치적인 건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청와대가 전통 계승 강박과 근대화 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날것으로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책장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콤플렉스 complex》. 《실재의 귀환》으로 잘 알려진 할 포스터가 미술과 건축이 친연성을 뽐낸 지난 50년의 궤적을 살펴보는 책이다. 센세이셔널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예술계에 건축이 개입하는 방식과 예술이 건축에 개입하는 태도에 대해 섬세한 분석을 시도한다. 그래서 그는 ‘콤플렉스(complex)’라는 개념에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첫째, 미술과 건축이 병치되고 결합되는 여러 조합의 경우를 가리킨다. 이는 사전적인 뜻에 충실한 해석인데, 사실 미술은 모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건축과 운명을 같이했다. 건축사가 미술사의 한 부분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둘째, 문화를 경제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의 포섭력이 어떻게 미술과 건축의 조합을 매력적인 지점 혹은 디스플레이 장소로 재용도화하고 있는지를 지적하기 위해 콤플렉스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살짝 의심의 뉘앙스를 가지고 미술과 건축에 접근한다. 그는 ‘미술-건축 콤플렉스’가 ‘군산 복합체’처럼 불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경계심을 가질만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된 F1963이라는 공간은 기업의 자본력과 예술 자본이 만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미술을 통한 축제의 장이 펼쳐졌지만 F1963에서 단연 으뜸은 테라로사 카페였다는 사실은 할 포스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셋째는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것, 장애나 증후를 가리킨다. 할 포스터는 여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표명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문화 활동에서 장애나 증후가 매우 내재적이고 자연스럽게 나타나기에 극복은 차치하고 있는 그대로 밝히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건축구조가 정통성에 대한 강박장애를 쉽게 드러내는 것과 달리 미술과 건축의 만남은 형태와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어 그 뒤에 숨은 강박 증후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전제 아래 그는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미술가가 회화, 조각, 영상을 건축 공간으로 확장하고 건축가들은 그만큼 시각예술과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분석한다. 협업과 경쟁으로 나타나는 이 두 분야의 조우는 현재의 문화경제 지형에서 이미지 만들기와 공간 구성하기의 근간이 된다. 예술센터나 페스티벌 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이나 도시를 브랜드화하려는 정부가 미술과 건축의 연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기관의 정체성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더불어 미술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은 흔히 신소재, 신기술, 뉴미디어에 주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 우리는 유휴공간 활용이라는 명분과 스펙터클을 은연중에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폐공장이나 창고 등을 개조한 미술 공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이유로 건축적 요소와 미술적 요소가 뒤섞이는 공간에 흥미를 느낀다. 할 포스터는 이를 미학적 테크노의 숭고함으로 해석하고, 프로이트가 말한 ‘에고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면, 생산자로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간학제성(間學際性)이다. 한때 도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간학제성이 이제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으로 자리 잡아 상호 연결, 협력, 네트워크를 강제하는 규범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의심하는 그의 말은 융합과 협력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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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1선사 · 고대 회화
홍선표 지음
한국회화사가 탄생하고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회화적 요소부터 삼국시대 고대국가들의 회화를 다룬 개관적 연구서이다. 지역별 · 시대별 변화 및 영향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국미술연구소 460쪽 ·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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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0생활예술
강윤주, 심보선 외 5인 지음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자원으로서 예술을 ‘생활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다. 학자 · 활동가 · 행정가 등 예술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생활예술 이론을 집대성하고 관련 사례들을 검토했다.
살림 432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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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6시네마 인문학
정장진 지음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영화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화 속 예술작품의 이야기를 다룬 책. 예술가들의 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와 남다른 감각으로 예술작품을 영화에 녹여낸 감독들의 영화 21편을 소개한다.
동녘 26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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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3성찰하는 티칭 아티스트
캐스린 도슨 외 1인 지음 / 김병주 옮김
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교육자와 예술가의 중간 위치인 티칭아티스트(teaching artist)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 연극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티칭아티스트들의 사례 25가지를 소개한다.
한울 아카데미 408쪽 ·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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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9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
홍명섭 지음
‘예술로서의 철학’과 ‘철학으로서의 예술’의 실천을 꿈꾸는 저자가 정년퇴임 후 교육현장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 저자는 자신이 ‘사용’해본 현대철학을 바탕으로 ‘효과’를 본 예술적 사유를 소개한다.
아트북스 33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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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8이연식의 서양미술사 산책
이연식 지음
미술사 입문자를 위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르네상스의 작품들부터 서양미술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는 책. 저자는 현대미술까지 순차적으로 소개한 뒤 행위예술에서 샤머니즘과의 연관성을 찾아 예술의 태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나무 28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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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3한국인이 캐낸 그리스문명
김승중 지음
토론토대학 고미술학과 교수이자 도기화(vase painting) 연구로 정평이 난 저자가 그리스문명을 재해석한 책. 그리스신화와 역사의 상호 관계, 그리스인 특유의 시간관을 중심으로 그리스예술과 문화를 설명한다.
통나무 392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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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5전진하는 페미니즘
낸시 프레이저 지음 / 임옥희 옮김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향후를 전망한 책. 저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입장에서 기존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을 지적하고 이로부터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돌베개 15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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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2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유현주 지음
매체 이론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의 디지털 문학의 궤적을 짚어보고 향후를 조망한 책. 디지털 문학의 미래를 전망하는 저자의 시각은 디지털 시대의 생산자(창작자), 소비자(수용자)의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문학동네 16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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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57미래를 위한 디자인
조원호 지음
디자인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계 각지의 혁신적인 디자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공존을 돕는 디자인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다.
미술문화 26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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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44북해에서의 항해
로절린드 크라우스 지음 / 김지훈 옮김
모더니즘적 매체로서 그 한계에 직면한 현대미술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편을 제시한 책. 저자는 책과 동명의 작품으로부터 예술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포스트 – 매체’ 담론을 펼친다.
현실문화A 13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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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65게이트웨이 미술사
데브라 J. 드위트 외 2인 지음 / 조주연 외 3인 옮김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주제라는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한 미술 안내서. 시대순으로 미술사를 나열하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키워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술을 이해하는 나름의 길을 찾도록 의도했다.
이봄 624쪽 · 55,000원

ART JOURNAL

자연 속 뮤지엄 SAN 2017년 첫 기획전 개최
〈색채의 재발견〉 〈한국미술의 산책 Ⅱ: 단색화〉와 제임스 터렐 작품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강원도 원주에 오크밸리리조트에 위치한 뮤지엄SAN에 찾아든 봄기운을 맞아 ‘색채’를 주제로 한 전반기 기획전 〈색채의 재발견〉을 지난 3월 17일 개최했다. 색채가 갖는 의미를 미술과 색채를 구현하는 작가를 통해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이다.
미술에서 색채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아 왔다. 형태에 존속된 조형적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 색채는 19세기로 들어서야 그 자체로 독립된 미술의 요소로 자각된다. 이번 뮤지엄SAN의 〈색채의 재발견전〉 기획의도 역시 이 같은 미술사적 맥락에서 비롯됐으며 전시를 담당한 노은실 뮤지엄SAN 학예연구사는 이를 “색채의 반란”으로 표현했다.
전시에 참여한 13명의 작가는 전통적인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독자적인 색채미를 보여주는 작품부터 환경과 시대의 상징으로서의 색채, 현 사회의 소비문화를 비판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교감의 색채’와 ‘시대의 색채’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서 천경자, 김종학, 전혁림, 박생광, 이중희, 박지혜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예술적 영감을 색으로써 표현한 작가로 꼽혀 첫 번째 섹션 ‘교감의 색채’를 채웠다.
이어지는 ‘시대의 색채’ 섹션에는 정철교, 서용선, 홍경택, 함경아, 최인선, 이상원, 김병호의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큰 캔버스가 이미지로 강렬하게 다가와 시각뿐만이 아니라 촉각적인 경험을 하게 한다.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단색화를 다룬 〈한국미술의 산책 Ⅱ: 단색화〉도 동시 진행된다. 지난 3월 열린 〈한국미술의 산책 Ⅰ: 서양화전〉에 이은 두 번째 상설 기획전시다. 권영우, 김기린, 박서보, 서승원, 윤형근, 이우환, 정창섭, 정창섭, 하종현 등 대표적인 단색화가 13명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한국의 단색화가 태동된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든 작품과 현전된 근작을 소개하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단색화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미술관은 이와 같은 뮤지엄SAN의 근현대 컬렉션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시리즈 형식의 전시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원주 = 곽세원 기자

위 최인선 〈날것의 빛〉(사진 왼쪽) 캔버스에 유채 260×484.5cm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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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시 공간 (재) 개관 소식
백남준기념관, 페이스갤러리, 갤러리 BK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백남준기념관(오른쪽 사진)이 개관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의를 수용해 백남준이 1937년부터 1950년까지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 집터에 위치한 작은 한옥을 매입하여 백남준기념관으로 재건립했다. 건축가 최욱이 리모델링을 맡았으며 28평 남짓한 단층 한옥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기념관 조성과 운영을 맡은 서울시립미술관은 이곳에서 작년 7월 백남준 서거 10주기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으며, 개관식과 함께 첫 전시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를 열었다. 전시 제목은 백남준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백남준이
30여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한 1984년을 출발점으로 하여 백남준의 기억과 상상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백남준 이야기’, ‘백남준 버추얼뮤지엄’, ‘백남준의 방’, ‘백남준에의 경의’ 총 4부로 이루어진 각각의 주제는 기념관의 입구와 중정(中庭)을 포함한 공간 전체에서 상이한 주기와 형태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진행된다.

현대미술 전문으로 뉴욕미술계를 이끄는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가 3월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페이스서울’을 개관했다. 페이스서울 디렉터는 아라리오갤러리 출신으로 2015년부터 페이스홍콩에서 활동한 바 있는 이영주 씨가 맡았다. 페이스서울은 개관전으로 도널드 저드, 아그네스 마틴, 장샤오강 등 전속작가 10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갤러리 BK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재개관했다. 재개관 기념전으로 김대수와 손진아의 개인전을 3월 9일 동시 개최했다. 김대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나〉라고 명명한 이번 전시에서 빛을 상징하는 백색을 통해 바라본 자연 풍광을 담은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의자를 모티프로 한 회화작업으로 잘 알려진 손진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의자 대신 식물의 다양한 패턴과 흐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 전시 모두 4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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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예술공원

예술은 쉼을 만들고, 쉼은 예술을 만든다”
3월 30일 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작품 첫선

서울의 자랑, 시민의 안식처 한강이 ‘예술’이란 옷을 입고 보다 아름다운 쉼터로 거듭난다. ‘한강예술공원’ 조성을 위해 내건 슬로건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한강의 자연성을 존중함으로써 인간의 쉼을 넘어 한강의 쉼을 추구한 “회복하는 한강”, 도시 자연 사람의 관계를 다시금 짚어보며 서로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관계 맺는 예술”, 이 두 가지를 통해 새로운 쉼의 경험을 주는 “경험하는 공원”이 바로 그것.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한강을 배경으로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신진작가가 참여 제작한 공공예술작품 8점이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마당 일대에 선보였다. 인간 형상을 2차원의 선으로 단순화하여 자연 환경으로 확장된 함영훈의 〈무제(두 사람)〉, 원기둥 모양의 슈퍼미러로 제작하여 작품이 놓인 하단부가 그대로 투영되는 김지윤의 〈도깨비 스툴〉, 선재로만 이뤄진 오픈형 작품으로 시민들이 그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조재영이 〈바람의 집〉이 오픈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됐다. 또한 ‘2016 한강한장 공개공모’ 한강상 수상작인 〈그린풀장〉이 조경가 최재혁에 의해 잔디풀장으로 구현됐다. 건축가 심희준, 박수정은 폐어선 남해호, 경동호, 해춘호를 재료로 한강을 찾은 시민에게 쉼과 공간의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KEAB (백희성)+JHA(정진호)+HLD(이호영, 이해인)가 협업한 〈온더리버 아트플랫폼〉(위 사진)은 건축, 선박, 조경 분야 전문가가 프로젝트팀을 이뤄 진행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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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행사29

〈제35회 2017 화랑미술제〉 폐막
한국화랑협회 94개 회원관 참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 10~12일

한국화랑협회(회장 이화익)가 주최하는 〈제35회 2017 화랑미술제〉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 10~12일에 열렸다. 작년보다(89개) 늘어난 총 94개의 갤러리가 참가해 국내외 작가 500여 명의 작품 2500여 점을 선보였다. 가나아트센터,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동산방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등 국내외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주요 갤러리들이 모두 참가했다. 3월 9일 개막식에는 김영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들과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네이버와 협력해 신진작가의 작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특별전 〈나의 공간, 나의 취향(My Space, My Taste) 2nd Edition〉이 열렸다. 참가 화랑들은 45세 이하 작가들의 작품 중 가격 3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 크기 100호 이하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채널 ‘아트윈도’에서 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졌다.
한국화랑협회는 이번 행사기간 동안 작품 거래액이 약 3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행사의 37억 원보다는 적은 액수다. 관람객 수는 작년보다 3000여 명 늘어난 3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한국화랑협회는 “작년보다 일일 평균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면서 “미술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랑미술제〉는 1979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로 한국화랑협회 회원관들의 대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품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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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융성을 위한 다각적인 모색
〈2017 국제건축문화정책 심포지엄〉, 〈2017년 박물관 교육 심포지엄〉 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회장 배병길)가 주관하는 〈2017 국제건축문화정책 심포지엄〉이 3월 10일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개최되었다. ‘문화의 숨 : 건축(Air of Culture: Architecture)’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세계 각국의 건축문화정책 사례와 성과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 적합한 건축문화정책을 논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3월 28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국내 국·공·사립 박물관 교육 관계자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2017년 박물관 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1부 ‘박물관 교육의 발전적 성과’, 2부 ‘박물관과 지역의 동반 성장’, 3부 ‘박물관 교육의 확장 가능성’이라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립전주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박물관 교육의 최근 연구 동향과 다양한 운영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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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아트갤

640 아트타워 첫 신진작가 기획전 개최
한영국 〈타오를 준비가 돼 있는가〉

640아트갤러리가 참신하고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2016년 9월 진행한 〈2017 제1회 신진작가 공모〉에 4명의 작가 김은미, 이다희, 이마리아, 한영국이 최종 선정됐다. 우수작가에 선발된 작가에게 지원되는 개인전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영국으로, 〈타오를 준비가 돼 있는가〉 제하의 전시가 3월 19일 열렸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성냥에서 인간 삶 그리고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성냥을 불에 타오르기 전, 타들어가는 순간, 다 타버린 후로 나누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삶과 죽음, 빛과 어둠 같은 필연적이고도 순환적인 관계를 이야기한다. 타버린 성냥이 감각적인 묘사와 색채로 표현된 회화 작품이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4월 19일 막을 내리며, 오는 5월엔 이다희가, 9월에는 이마리아가, 마지막으로 11월에 김은미가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640아트갤러리’는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에 개관한 복합문화예술공간 640아트타워 내 위치한 전시공간이다. 총 5개 룸으로 구성된 이곳은 감각적이고 역량 있는 국내외 미술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그밖에 최신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연주회, 공연, 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640 아트홀’과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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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청년 작가의 예술을 향한 애정
허동화 화업 60년 수집인생 40년 특별전 개최

2017 환기미술관 특별기획전으로 허동화의 화업 60년을 되돌아보는 〈허동화 : 충만充滿〉이 3월 10일 열렸다. 작가의 순수 회화작품과 전통 보자기에서 착안한 아상블라주 작품과 색천, 종이를 이용한 콜라주와 금속 오브제 등의 작업에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녹아 있다.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넘쳐나는 창작욕과 예술을 향한 애정은 그가 평생 일궈온 수집과 창작의 다양한 작품 군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환기미술관의 독특한 전시공간과 이루는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이어진다. 허동화는 오랜 기간 전통 보자기와 자수 등 규방문화재를 수집, 보존하는 데 힘써왔다. 규방문화를 일반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1976년 개설된 한국자수박물관 관장직을 박영숙과 공동으로 위임해오고 있다. 40여 년간 꾸준한 수집활동을 통해 보자기, 자수, 다듬잇돌, 발, 침장, 의상과 장신구 등 3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BRIEFING

제품설명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말이 딱 와 닿는 요즘입니다.” 우리 책 교열을 봐주시는 선생님이 내가 보내드린 마지막 교열 원고 말미에 덧붙여 주신 글귀다. 그렇다. 엄동설한 동짓달 매서운 추위보다 이 무렵 꽃샘추위가 오히려 더 춥게 느껴지는 법, 특히나 올 봄은 이래저래 어느 해 봄보다 물심양면 더 추울 것만 같다. 가뜩이나 미술판에 재미있는 일이 통 없는 요즘, 시국마저 이 지경이니 마땅한 기삿거리 찾기가 녹록치 않다. 매달 초, 우리 기자들은 머리를 쥐어 짜낸다. 이런 와중에 이번달은 내가 자진해서 총대를 맸다. 기자들이 제안했던 기획안은 숙성시켜 다음 달 이후에 소개할 예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얼마 전 술자리에서도 엉뚱한 주제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제품설명서〉와 〈사용설명서〉의 차이에 대한 것이었다. 얼핏 보면 그게 그거 같지만 작정하고 따져보면 둘 사이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아무튼 그 자리에선 〈사용설명서〉가 〈제품설명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라는 데 의견일치 했다. 제품의 제원(諸元)에 대한 단순정보가 담겨있는 〈제품설명서〉와 달리 〈사용설명서〉는 제품에 대한 객관적 소개를 넘어 그 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또는 효용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안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설명서〉를 〈사용설명서〉로 승화해서 활용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는데 공감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특집에 대한 〈제품설명서〉(절대로 〈사용설명서〉가 아니다)를 필자별로 구분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다.

김권정 _ 태극기 역사에 대한 일반론적인 개론. 이번 기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관람을 적극 추천 권장함.
목수현 _ 구체적인 문헌과 사료에 근거해 태극기의 역사를 서술. 한국 근대미술 전공자인 필자는 논문 〈일제강점기 국가 상징 시각물의 위상 변천〉 등을 발표했고, “미술을 단지 특정 영역의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시대의 정치와 문화를 통해 조망”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 2014년 김복진미술상을 수상했음.
노형석 _ 자칫 누락될 뻔 했던 해방공간 시기 태극기의 위상을 거론하면서, 태극기가 특정 세력의 독점물이 아님을 확인시킴. 이한열 영정을 그린 최민화 작가의 후암동 자택 모임자리에서 특집기획 얘기를 듣고 적극 참여의사를 밝히고 글과 자료를 보내왔음.
이경민 _ 10년 전 기획된 전시 서문임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둘러싼 표상의 정치학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시킴. 게재된 모든 사진은 정식 절차를 거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용했음.
이경란 _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동분서주 바쁜 와중에도 “태극기 잘못이 아니야”라는 제목의 짧지만 깊은 울림의 글을 보내줌. 새로운 공동체 속에서 누가 상징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누가 상징을 소비하는지 가려내자고 주장함.
노순택 _ ‘역시 노순택이야!’ 소리가 절로 나옴. ‘이미지 전쟁’이란 타이틀을 내세운 이번 특집의 의도와 내용을 이보다 더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작가는 없을 듯함. 2007년 3월 특집 ‘386세대 미술인의 지금 여기‘를 비롯해 2016년 12월 동상 특집에도 결정적 사진자료를 제공했음.
최 범 _ 태극기는 공화국의 국기로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 기호라고 지적함. 도상과 신화로서의 태극기를 도상학/계보학/ 역사학 관점에서 분석하고, ‘태극기=대한민국’이라는 기호(기표와 기의의 조합)를 공유하면서도 이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데 이견을 제시함. 그러면서 태극기 신화에서 벗어나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펼침.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작은 글씨를 읽을 때 말이다. 그래서 자주 인공눈물을 주입한다. 그러면 잠시라도 눈앞이 맑아진다. 누진다초점 렌즈를 장착한지도 이미 오래. 큰 효과는 없다. 안경을 벗은 채 코를 박고 보는 게 차라리 편하다. 종합감기약 같은 약(藥)을 사면 들어있는 ‘사용상 주의사항’ 설명서나 보험약관 같은 글씨는 왜 그리도 작은지 불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HOT PEOPLE 이태호

2014년 5월호에 첫 연재를 시작한 〈이태호 교수의 진경산수화 톺아보기〉가 이번 호를 맞아 일단락된다. 때마침 이태호 교수가 기획한 〈한국미술사의 절정展〉이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노화랑에서 열렸다. 전시를 통해 우리 미술사의 절정을 톺아보는 그를 만났다.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된 옛 유물과 과거 민주화운동, 현 시국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진심 어린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좋은 그림 실컷 보며 나름대로 인생을 즐겼습니다.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태호의 ‘절정’은 지금 이 순간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미술사 인생 이모저모를 들어보자.

변곡점을 맞은 한국미술사가 이태호의 절정

2004년 노화랑에서 연 〈20세기 7인의 화가들〉 이후 13년여 만에 갖는 기획전입니다. 우선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네. 〈20세기 7인의 화가들〉을 기획한 때가 2004년이었어요. 그때부터 노승진 노화랑 대표와 이와 유사한 전시를 꼭 다시 하자는 논의를 꾸준히 해왔고, 드디어 이번 2월에 〈한국미술사의 절정〉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지금 시기에 〈한국미술사의 절정展〉을 연 이유가 특별히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지속적으로 논의는 해왔지만 우리 둘 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했어요. 그러다 지난 2016년 6, 7월 무렵 ‘한국미술사의 절정’을 얘기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좀 말씀해주세요.
그동안 연구해온 자료를 정리해서 그걸 토대로 최근 몇 차례 강의를 진행했어요. 그중 이번 전시의 기틀이 된 건 2012년 8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 ‘한국미술사의 라이벌’ 강좌입니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대향 이중섭과 미석 박수근, 그리고 연암 박지원, 고암 이응로, 수화 김환기를 더해 조선 후기 도공부터 김환기까지 12명의 작가를 통해 우리 미술의 지난 300년을 되짚어 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총 5차례 진행한 그 강의는 제게 조선시대와 근현대의 경계가 해체된, ‘우리’의 미를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 보는 계기가 되어줬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많은 혼란기와 식민지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의 문화유산과 예술작품이 턱없이 저평가되었죠. 그렇게 안 좋은 상황을 다시 회복시켜 놓은 사람이 바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입니다. 무척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과 중국만 봐도 이 세 작가의 스타일을 찾을 수 없어요. 우리 고유의 현대 형식을 그들이 일궈낸 셈이죠.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추구한 근본적인 아름다움은 다름 아닌 ‘조선미(美)’라는 겁니다. 저의 이러한 깨달음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16년 K옥션 아카데미에서 ‘한국미술사의 거장, 조선과 근대 12인의 화가’를 주제로 진행한 강의와 현장답사 수업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이 두 경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절정’을 키워드로 그에 맞는 작가를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전시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한국미술사의 절정展〉에 참여한 작가 모두 한국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더군요. 교수님과 노 대표님 두 분의 노고가 컸을 듯합니다.
얼마 전 전시장을 다녀간 분이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평을 남겨 주셨어요. “미술사가와 화상과 소장가의 콜라보레이션이 잘된 전시”라고. 40여 년간 미술사가로서 개인 소장가의 작품을 발굴하며 논문을 쓰고 발표해왔어요. 그리고 노 대표는 40년 동안 화랑을 운영하며 두터운 인연과 신뢰, 경험 등을 쌓아왔고요. 우리 두 사람의 연륜을 조합한 결과물이 이번 전시로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노화랑이 올해로 창설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40주년을 내세우자고 제안했지만 노 대표가 극구 반대했어요. 본인 때문에 전시의 의미가 퇴색되는 걸 원치 않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370억 원이 넘는 보험가액과 야간 경비 비용 지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전시기간 동안 전시장에서 함께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득도하는 모습에서 단지 그림을 사고파는 화상이 아닌 ‘문화사업’으로써 미술계에 보답하고 싶다고 한 그의 깊은 뜻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전하고 싶네요.

전시 제목에서 유독 ‘절정’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미술의 절정은 언제였는지 고민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교수님께서 보시는 한국미술의 절정은 언제인가요.
도록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우리의 역사에서 ‘절정’의 위업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의 시기를 겪으며 이룩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도기를 거치고 조선이 몰락한 후엔 식민지와 분단 시대를 연이어 겪었습니다. 분단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남한은 근대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격변을 또 한 차례 겪어야 했어요. 그러한 시대를 지나오며 우리는 승리와 좌절을 맛보고 패배감과 갈등을 경험했습니다. 이 300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미술사에서는 가장 조선적인 것 또는 한국적인 것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들이 배출됐어요. 그야말로 ‘절정’이 창출된 시기인 셈이죠.

지난 300년이 한국미술의 절정이라고 보신다면. 지금 우리의 미술은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시나요.
그렇지 않아도 ‘절정 그 이후’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한국미술의 과거를 돌아보면, 1960~1970년대에 서구의 모더니즘 미술을 수용하면서 앵포르멜과 단색화 물결이 이어졌고,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을 계기로 민중미술이 운동처럼 떠올랐죠.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지는 촛불집회의 정신이 그때부터 이어져온 게 아닐까 싶네요. 저도 그 열기에 함께 호흡하며 “과연 우리가 지금의 하강기를 딛고 또 하나의 절정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린 절정을 찍고 난 후 하강하는 지점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 같습니다. 단색화, 민중미술에 이어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디지털아트까지. 하강기이면서 혼란기인 것 같아요. 현재 한국 사회가 퇴행 몰락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잖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 앞서 말한 저의 의구심이 실현될 수 있기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지금 이 같은 ‘절정’의 작품들을 톺아보며 민주주의 사회가 성숙하고 문화의 격조가 상승하기를 바랍니다.

계속해서 리홀아트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미술사가들이 사랑한 질그릇과 무낙관 그림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전시에 참여한 윤용이, 유홍준, 그리고 저, 이렇게 우리 세 사람은 미술사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친했습니다. 윤용이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함께 근무했었고 유홍준 교수는 《월간미술》의 전신 《계간미술》 기자로 일하면서 알게 됐죠. 저흰 유독 사람들이 눈길을 잘 주지 않는 토기나 질그릇, 민화, 무낙관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미술사적 감동에 관심을 뒀어요. 유 교수는 “사람들이 사지 않는 게 화가 나서 샀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것을 볼 때마다 눈물겨워 구입하게 됐어요. 근대 수묵화의 작품성이 뛰어남에도 대다수가 서구 미술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안타까웠죠. 마침 명지대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제자 리우식이 성북동에 갤러리를 개관하는데 개관 기념전으로 저희 세 사람이 소장한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어요. 처음엔 잠시 망설였지만 학문적 도반으로 한 생을 같이하며 명지대 미술사학과를 세운 보람을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전시장을 방문했는데 관객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작한 도록이 다 떨어졌다고 하니 반응이 좋은 게 아닐까요? 사실 예상하지 못햇습니다.

작품을 구입할 때 교수님만의 특정한 기준이나 취향이 있나요?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 위주로 보는 편입니다. 토기의 경우 평범하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게 많아요. 신라 이전 토기, 질그릇을 보면 한국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갖고 있어요. 고려 청자, 조선 백자도 작품성 면에서 좋긴 합니다만, 중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태나 제작방식 등이 변형된 부분이 있죠. 그래서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백제 시대의 항아리도 백자 달항아리 못지않게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제 교수님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 저희 《월간미술》과는 2015년 5월호부터 오는 3월호까지 12번의 연재를 하셨는데요. 교수님 인터뷰를 앞두고 첫 회를 읽어보았습니다. 본문글에 앞서 “이 연재는 나로서는 조금 부담스럽고 색다른 시도”라는 말이 쓰여 있더군요. 그동안 《월간미술》 독자들과 만나온 소감을 짤막하게 말씀해주세요.
지난 연말에 정년 기념강연을 준비하며 그 동안 쓴 글을 세어 본 적이 있어요. 무려 583편이나 되더군요. 논문만 보면 180여 편 정도 될 것 같아요. 글 목록을 죽 훑어보니 대체로 청탁을 받고 쓴 글이었어요. 그런데 《월간미술》에 연재한 글들은 제가 ‘쓰고 싶은’ 글이에요. 미술사를 연구해온 4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정년을 앞둔 나 스스로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제가 먼저 제안했죠. 12편의 〈진경산수화 톺아보기〉 연재를 통해 서울 전체를 아울러 봤어요. 서촌 필운대에서 시작해서 인왕제색도, 한강, 그다음에 북한강, 동대문파, 도봉산, 북한산, 이번 3월호에 실리는 서대문파까지. 한편으론 2010년에 쓴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2011년 우현 고유섭 학술상 수상)를 좀 더 세부적으로 다룬 겁니다.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글로써 담아내고 수묵스케치를 해봤네요. 주변 지인들의 반응도 좋았던 것 같아요. 연락도 많이 받았거든요.

연재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계획하고 있어요. 퇴임 후엔 ‘서울산수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 동경, 북경, 파리, 베를린, 뉴욕 등으로 진출하고 싶어요(웃음). 사실 연재를 계속하고 싶긴 했습니다. 그러나 정년과 함께 백수가 되고 주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5~6개월 정도. 정리가 끝나면 다시 서울 연재를 시작하고 싶어요. 그땐 서울 전체가 아닌 ‘서울의 속살보기’를 콘셉트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생각해두신 얘깃거리가 있다면요?
서촌의 옥류동 계곡 등지에 아름다운 풍경이 굉장히 많아요. 또 북한산도 전체만 봤지 면밀히 들여다보면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숨은 명소가 많습니다. 그러한 곳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나도 그렇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자연 풍경이 알고 보면 작품 속에서만 봐온 인왕산, 보현봉, 문수봉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좋잖아요? 서울의 이야기를 보다 지엽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그동안 좋은 그림 실컷 보며 행복했습니다. 나름대로 인생을 즐겼다고나 할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겠지요.

진행 ㆍ정리 = 곽세원 기자

이 태 호 Lee Taeho
1952년 전라북도 옥구읍에서 출생했다. 1974년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78년 홍익대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로 근무했다. 1982년부터 전남대학교 교수, 2003년부터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2016년 2학기에 정년퇴임했다. 전남대박물관장, 명지대박물관장, 문화재위원, 홍성 고암이응로생가기념관 명예관장, 한국은행화폐도안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까지 ‘고구려고분벽화’ ‘진경산수화’ ‘초상화’ ‘근대미술’ ‘민중미술 관련 논문 평론 등 600여 꼭지의 글과 저서 25권(공저 포함)을 발간했다.

REGIONAL NEWS

제주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던 그날
〈바람 잔 날, 그때 제주〉 2016.12.15~3.15 제주 4·3평화기념관

김남흥, 김산, 김성오, 김시현, 조기섭, 강술생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32점의 작품을 선보인 〈바람 잔 날, 그때 제주〉는 2018년 4·3사건 70주년을 준비하는 프롤로그 성격의 전시로, 4·3 이전의 제주 풍경을 보여준다. 전시제목 ‘바람 잔 날’은 4·3 ‘이전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때보다 과거인 때를 돌아보며 그날 이후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전시된 작품에는 하나같이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적막한 골목과 초가집, 파도가 일지 않는 침묵의 바다, 어둠과 빛이 대비되는 동굴의 모습 그리고 앙상한 가지들. 작품에 나타난 풍경들은 곧 다가올 광풍을 예견하는 듯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고요하며 정적이다. 역사와 예술이 끊임없이 맞물리며 이어져온 4·3미술의 한 예를 보여준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가 담긴 공간을 예술로 시각화하고 공유하려는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올해로 24회를 맞이하는 4·3 미술제 또한 한 달가량 앞두고 있다. 4·3을 직접 경험한 세대와 현 세대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요즘, 예술과 문화가 하나의 매개가 되어 무엇을 기억하고 드러낼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이승미 미술사
위 강술생 〈그리운 얼굴〉철 구조물, 천, 끈, 돌,스마트스트립조명,거울, 아크릴판,300×300×300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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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이정기〈표리부동-사과〉혼합재료 60×60×60cm 2015

전주
호남 미술, 작품으로 말하다
〈호남의 현역작가들〉 2.10~3.26 전북도립미술관

호남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전라도’라는 동질성을 갖는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 현역 미술가 교류전 형식이며 서로의 역량을 살피고 호남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전시로 총 16명의 전업 작가가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전북작가는 김성민, 김영봉, 박성수, 서완호, 이가립, 이주리, 조헌, 홍남기 등이고, 광주·전남 작가는 김명우, 박세희, 박정용, 송영학, 설박, 이인성, 이조흠, 이정기 등이다. 김영봉은 인간의 생리적 현상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에너지원을 모으고 이를 생태계로 되돌리는 설치작품인 〈생태화장실〉을 출품했다. 조헌의 〈상대적 시간1〉은 자화상 연작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잊고 있다가 가끔씩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됐을 때 느끼는 여러 결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정기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경험을 빛깔은 좋지만 속은 곯아있는 사과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김명우는 흰 바탕 위에 검은 모래를 사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링크된 포털 사이트의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만들었다. 최신 기법이지만 정작 재생되는 영상은 엉터리 한국어 강좌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과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전북도립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이 지난해 호남 미술 발전을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라 두 미술관이 협력하여 진행한 첫 번째 전시이며 오는 2018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동일한 주제로 새롭게 작가들을 구성하여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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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주
아카이브로 만나는 원로작가 3인의 작품세계
〈호남미술을 말하다〉2016.11.15~2.19 광주시립미술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후기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이 한 말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1993) 서문에 인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애정 어린 호기심으로 지식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녹아들 것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번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동선을 따라 아카이브(기록물 자료)를 효율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원로작가 3인, 탁연하, 조규일, 박행보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 작가별로 구획된 독립 공간에 창작물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 기사, 도록, 사진, 문헌 등의 1차 자료와 원작을 함께 배치해 그들의 예술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증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또한 작품 제작 동기와 과정을 채록한 인터뷰 사운드가 전시장을 은은하게 감싸며 분위기를 환기시켜 관객이 작품 설명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하였다. 1970~1980년대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한 3인의 원로작가 활동 전개과정을 담은 기록 자료는 지역 미술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단순한 구도와 밝은 색감으로 생동감 있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조규일, 간결한 필선과 먹의 농담, 그리고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한국화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박행보, 4·19기념탑(1961), 어린이헌장탑(1966)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초기 광주 조각계의 기반을 다진 탁연하의 작품을 아카이브 속에서 감상하다 보면, 그 동안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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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ture accidentee dans une rue du quartier de Songpa-gu, Seoul. Air -Terre Projet Korea - ON/OFF Tendance Floue / Coree France 2015-2016

파트릭 투르는뵈프〈대기/땅〉 2,524장의 사진, 비디오 1,290,000초, 2015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낯선 이곳의 익숙한 시선
〈KOREA ON/OFF〉 2016.12.17~2.22 고은사진미술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마지막 공식프로그램인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사진창작집단 탕당스 플루가 지난 16개월(2014.10-2016.1)간 한국의 면면을 기록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사진전이다. 총 14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탕당스 플루는 독립성을 원칙으로 삼아 1991년부터 협업해오는 그룹으로, 이번 전시에는 12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태극기의 구성 요소인 음양과 사괘를 모티프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경향’을 뜻하는 ‘탕당스(tendance)’와 ‘희미함/흐릿함’을 뜻하는 ‘플루(flou)’의 합성어이기도 한 이 작가그룹이 바라본 한국은 어떠했을까? 인종이 다르다는 이질감에서 기본적으로 받게 되는 낯선 자극을 초월한 ‘한국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파트릭 투르는뵈프는 궁전이나 저택의 외관을 흉내 낸 채 원색적인 네온사인으로 괴이함을 더하는 ‘한국적’ 모텔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플로르-아엘 쉬렁이 담은 무당들의 굿판 표정은 수많은 영혼을 담아낸 그들에게서 비선형적 시간성이 감지되기도 했다. 알랭 빌롬은 2015년 메르스(MERS) 사태에 공포를 느끼며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사람들에게서 탈(가면/탈이 나다)을 발견해냈다. 한국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근대성을 언제나 낯설게 느껴온 필자지만 남성적이고 피상적인 근대성 그 자체인 한국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고 왠지 모를 민망함이 느껴졌다. 프레임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단지 보이는 것을 찍었을 것이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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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구
지난 10년, 대구 미술의 변화와 흐름
〈2017 DAC 소장작품전 [지난 10년]〉1.25~2.26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예술회관은 해마다 전년도 수집 작품을 선보이는 〈소장작품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10년’이란 제목으로 2007년 이후 수집한 작품 가운데 40점을 선별했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사유와 몽상 사이’에는 대구의 대표 작가 이명미, 정은주의 작품을 비롯한 회화 15점이 전시되며, ‘두 개의 현실’은 미디어, 설치작품을 통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의 조형 언어를 제시한다. ‘보다, 다시 보다’는 사진 등을 중심으로 사회, 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 대구 미술계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는데, 신진 작가 양성을 위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해온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이 두드러졌다. 참여 작가 40명 가운데 37명이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발된 작가들로 꾸려졌으며, 이들은 점차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는 추세이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고 신진작가 지원 정책이 어떻게 지속적인 작업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민정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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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전
공동체를 보는 방식
〈대전다큐멘타 2016: 공동체감각〉 2016.12.16~3.1 dtc갤러리

복도의 끝에서 끝까지 걸으며 텍스트와 그림을 보는 사이 승하차 승객들이 서로 반대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버스처럼 아쉬움을 남기고 작품 앞을 떠나는 모습. 대전복합터미널의 dtc갤러리에서 열리는 〈대전다큐멘타 2016: 공동체감각전〉의 제목은 필자에게 어떤 공동의 목적도 이념도 없는 ‘무위의 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에 포함된 4인의 작가는 ‘임동식, 석용현, 우평남, 전범주’이며, 이들은 전문 화가의 길을 걸어온 작가와 일상 속에서 예술을 몸으로 습득한 작가로 분류된다. 문화관광박사로 일하면서 구름, 나무 등에 부처의 얼굴을 그리는 작가 석용현과, 산에서 주운 무뿌리 그대로 조각(자연물조각)을 만드는 우평남, 이들은 임동식의 그림 〈자연예술가와 화가〉에서 만나게 되는 일상의 화가들이다. 화가를 화가로 규정하는 것도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결정되는 관점일지 모른다. 전범주의 알록달록한 아크릴판 작업 〈The Way of See the World〉에서 눈에 힘을 주어 글자를 찾아 읽으면 ‘블랙’은 흰색 점들로 쓰여 있고 ‘화이트’는 검은색 점들로 쓰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시선이 편견이나 선입견의 망점들로 뒤덮인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화가와 비화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에 대해 갖는 우리의 환상 혹은 선입견들은 공동체 내부를 가르고 반목시킨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여기 예술가들처럼 오로지 그림이 좋아서 자신의 전시를 할 뿐이다. 어떤 특정한 목적으로 공동체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시는 말하는 것 같다.
유현주 미술평론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16

달콤한작업실 16(2)

소리와 목소리

폴은 작은 물건들을 파는 가게를 운영한다. 카푸친 수도회의 수사 같은 스타일을 하고서는 도자기를 굽고 세계 여러 곳의 독특한 물건들도 수집해서 판다. 그녀는 나와 동갑내기인데다 동향인 점은 우연이라 해도, 검은 수사복 같은 옷차림을 좋아하고 성별 구분하는 장신구를 썩 좋아하지 않는 취향까지 관통하는 사이다. 게다가 그녀와 나는 둘 다 연남동에서 용산으로 이사를 한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나는 폴의 가게에 가끔 가서 물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독특한 물건들이 갖고 있는 제각각의 이야기를. 그리고 꿈값을 내듯 값을 치르고 하나씩 내 작업실로 옮겨온다.
이번에 가져온 것은 음반이다. 다홍색 천으로 감싼 음반 케이스 중앙에 정사각형 산화구리판이 붙어있었는데, 적황색의 금속은 미세하게 녹슬어 제 몸에 기묘한 무늬를 만들었다.

“DMZ에서 녹음한 사운드 스케이프예요. 제작자는 영화음악감독 출신이고요.”

그녀는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라며 음악을 틀었다. 폴의 가게에 스산한 바람 소리가 휘몰아쳤다. 열두 개 트랙 모두 바람 소리로 가득했다. 풀잎이 바스락거리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폭우가 쏟아지고 새들이 지저귄다. 산사의 풍경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무심한 바람. 이 길 위의 소리를 붙잡기 위해 복잡한 녹음 장비를 싣고서 얼마나 자주 그곳에 갔을까.

묘하게도 바람 소리에서 계절이 느껴졌다. 여름의 바람과 겨울의 바람은 소리에 묻어있는 물기도, 그 무게도 다르다. 온전한 자연의 소리가 남아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오직 DMZ(비무장지대)뿐일지도 모른다. 오직 민간인통제구역이라는 경계 너머에서만이 자동차 엔진 소음이 자연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연의 소리만을 담으려 한 것도 아니다. 국적을 가진 자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는 어느 경계에서 들리는 소리인 것이다.

그 소리들은 특별히 아름답거나 영롱하지 않았다. 황량했다. 숲을 스치고 언덕을 기어오르고 강물을 쓰다듬고 무심하고 아슬아슬한 소리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정리되지 않은 소리들 속에 도시의 틀 안에서 안주하는 인간은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질서를 이해했다. 이 소리들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을까? 영화 〈컨택트〉에서 들은 외계어 헵타포드어처럼, 목소리 같기도 하고 목소리가 아니기도 한 어떤 소리처럼. 자연이 내는 소리는 우리의 언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의 언어일지 모른다. 혹은 노래인지도 모른다. 가령 이런 의미를 가진 노래. “…북쪽에서 철새 떼가 곧 도착한다니. 나무가 다칠까, 물이 병들까 걱정하지 말기를. 이미 많은 새가 오는 길에 죽어버렸으므로…거대한 폭풍이 시작되어 길 잃은 별들이 쏟아지고 세상은 아래와 위가 뒤바뀐다 하네…”

DMZ에서 시작된 바람은 남산 꼭대기에도 잠시 머물렀다 갈 테고, 어쩌면 나는 그와 닮은 소리를 이곳에서도 들을지 모른다. 남산 아랫길 해방촌 작은 서점에 한 문학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간 그 밤에 내 귀를 때리던 찬바람의 소리도 DMZ의 그 바람 소리였을지 모른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 소리 위로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는 달콤했다. 겨울이야말로 인간의 언어에 압도적인 권력을 주는 계절임이 틀림없다. 나붓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언어의 주술에 나는 휘둘리고 만다. 목소리에는 무언가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서점의 고요한 공기를 가르며 따뜻한 저음이 끊어질듯 이어졌다. 목소리는 강렬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다. 탄생과 더불어 소멸하는 것이다.

젊은 평론가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이야기했다. 나는 카버의 작품 《대성당》(문학동네, 2014)을 떠올렸다. 《대성당》의 내용은 이렇다.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과 함께 TV를 보게 된 주인공은 채널을 돌리다 대성당이 나오는 화면을 고정한다. 눈앞에 펼쳐진들 결코 보지 못하는 맹인은 당연히 대성당의 형태를 알지 못한다. 그는 맹인의 요청대로 대성당을 설명하려다 종이에 연필을 쥐어주며 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러니까 맹인의 손과 자신의 손을 겹친 채로 무언가를 그린다. 어느 순간 그는 눈을 감고 손에 의지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리하여 비로소 거대한 건축물의 경이를 맞닥뜨린 주인공의 경탄에 찬 목소리가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큰 따옴표는 멋진 도구다. 목소리의 실체를 드러내는 유일한 도구)

눈을 감고서 더 잘 보이는 것이 있고 목소리를 듣고서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소리는 풍경이며 목소리는 안내자이므로, 이 둘은 우리의 상상을 더욱 거대하게 만든다. 젊은 평론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작업실로 돌아오니 벽을 통해서 옆집 사는 나이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암동 작업실은 오래된 목조 집인데다 한 채의 집을 절반으로 나누어 각각 한 집씩 들어와 사는 구조다. 게다가 나무벽으로 두 집이 나뉘어 있으니 목소리와 다양한 소리들이 서로 넘나드는 것이다.

벽을 통해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분자분 길게 말이 이어지지도 않았고 부부의 대화가 흐르지도 않았다. 기침소리, 낮은 탄식과 신음, 단발적인 응답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TV 소리 사이로 들린다. 그 소리와 목소리로 나는 무언가를 조금 알아챈다. 타인의 삶이 흐릿하지만 분명하게 다가온다. 매일 저녁 6시엔 샤워를 하는 아들과 감기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말없이 TV를 보는 어머니의 존재를 느낀다. 오래 지속되어온 한 가족의 삶, 나와 한 번도 교차한 적 없는 타인과 이렇듯 가까이 있음을 미세한 소리와 목소리로 듣는다. 그렇다면 나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벽의 반대편에서 들리는 소리와 목소리는 어떠할까? 그들에게 ‘나’라는 상상은 어떤 형태일까? ●

ART BOOK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동무론》 《동무와 연인》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김영민 지음, 한겨레출판

20여 년 전, 예술이 가진 의미와 가능성 그리고 예술가에 대한 환상(?)을 품은 한 민간인이 사표를 던지고 미술계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동시대 예술이 학연, 지연 그리고 제도와 자본에 의존적일 수 있다는 현실 혹은 조건을 확인한다.(심지어 학원과 화실 인연까지 등장한다!) 현대예술의 가치와 맥락 아래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하고 농담처럼 성골과 진골 그리고 육두품이라 이야기한 미술계 내부 시스템과 제도는 여전히 가려져있다. 그렇게 학연과 지연이란 연고의 공동체, 공공미술에서 전형화된 공동체가 아닌, 세 번째 공동체를 위한 조건과 가능성에 관심을 두면서 송도 삼부작(2009~2011)을 기획할 무렵 김영민의 동무론 3부작을 한 번에 만났다.

동무론은 《동무와 연인》(2008) 《동무론》(2008) 이후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2011)로 이어진다. 《동무와 연인》은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이란 부제 아래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지적이고 예술적 관계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살핀다. 종합 일간지 연재 성격의 글인지라 비교적 수월하게 읽히는데, 순우리말 ‘동무’는 친구(親舊)도 동지(同志)도 연인(戀人)도 아닌, 동무(同無)로 재구성된다. 차이의 서늘한 긴장 속에 함께 길 없는 길을 걷다 그림자조차 감춰버릴 수 있는 모호한 관계다. 《동무론》은 ‘인문 연대의 미래 형식’이란 타이틀을 가지며 신뢰를 바탕으로 실천적 관계를 지향한다. 신자유주의의 물신주의자들과 세속에 상처받는 선량한 바보들의 사잇길, 그 틈 속에 동무의 길이 있다고 말하며 무능의 급진성을 이야기한다.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는 ‘공부가 된 생활’과 ‘생활이 된 공부’가 겹치는 장소, 즉 “비평과 생활이 일치하는 곳”으로서 “비평의 숲”을 탐색한다. 필자는 비평을 제도권 학제의 ‘인식의 노동’이 아닌, ‘체계의 노동’과 ‘정서의 노동’을 가진 모든 활동으로 재구성한다. 비평은 “동무로서의 생활을 말하는 것”으로, 비평이 성숙, 만남, 사귐, 평등, 자유, 해방, 치유, 구원이 되면서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하되 하나가 되지 않음)과 ‘화이불류’(和而不流,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음)하는 나무들의 숲, ‘비평의 숲’으로 나아간다. ‘동무 공동체’는 비평의 숲을 이루는 ‘인문학적 교양’의 공동체로 타자와 함께 사유하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가능하다. 또한 공동체의 기원과 전유를 재구성하여 다른 공동체성을 위한 정치성을 상상케 한다.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의 장소는 기존의 사유와 실천을 온전히 재배치하는 개입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희망의 공간’이다. 이 책은 앞선 2권의 책에 비해 쉽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인문’을 ‘미술’로 바꿔 생각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주장할 때, 삶과 예술의 일치라는 수사가 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정권이며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어 내밀화하던 때에 이 수사는 문화 정책의 슬로건 혹은 공공 기금을 따내기 위한 기획서용 키워드로 재생산됐다. 동시대 예술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예술의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 방식과 과정은 신자유주의에 더욱 포섭되어왔다. 비평을 예술가(작가와 기획매개자들을 모두 포함한)가 자본과 제도에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갖기 위한 모든 사유, 상상 그리고 실천이라 한다면, 지금 여기에 든든한 뿌리를 가지고 진지전으로 비평과 생활이 일치하는 장소성을 가진 숲을 함께 이루어가려 한다면, 세월호 사건 이후 혹은 현 시국에 예술의 무용(無用)과 무능(無能)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공동체 담론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장 – 뤽 낭시, 자크 랑시에르, 조르주 아감벤, 모리스 블랑쇼, 알폰소 랑기스, 마이클 테일러, 막스 베버, 알렉상드르 마트롱, 안토니오 네그리 등 서구 이론가들의 책들과 이론들이 소개됐다. 공동체 담론은 커먼스(Commons) 이론까지 확장되었지만 역시 서구 이론이 압도적이다. 예술의 사회적 의미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 겸 기획자로서 현대미술과 공동체 담론의 관계를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좋은 말이고 좋은 의미인 건 알겠다. 그런데 붕 떠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주 살짝 떠있는 긴장을 유지하면서 지금 여기에 비평적 상상과 실천을 위한 연대를 이야기하는 김영민의 동무론은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전형적이고 세속적인 공동‘체’가 아닌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동무 ‘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사회에서 예술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되지 않을까.
채은영 미술이론, 임시공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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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5120세기의 한국미술2
김영나 지음
미술사학자인 저자의 《20세기의 한국미술》 시리즈의 두 번째 책.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가운데 형성된 미술의 양상과 시대정신, 작가별 특징 등을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세밀하게 조명한다.
예경 383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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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37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박규리 지음
산을 모티프로 하는 비구상적 형태의 자연을 선, 면, 색채로 탐구한 화가 유영국의 예술 여정을 다룬 책.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추상미술의 터전을 개척해가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담았다.
미술문화 2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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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34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
스튜어트 프랭클린 지음 / 허근혁 옮김
국제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Magnum) 소속 사진가인 저자가 다큐멘터리 사진의 미학과 의미를 재조명한다. 인간의 삶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사진 역사 속 주요 사건과 쟁점들을 분석한다.
토러스북 21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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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60위대한 화가들
디미트리 조아니데스 지음 / 주일령 옮김
미술사학자이자 근 · 현대미술 분야 전문 경매사인 저자가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미술 대가 52인과 가상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새로운 기법, 당시의 시대상 등을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이숲 220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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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35안목
유홍준 지음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세 번째 시리즈. 안목의 본령이 예술을 보는 눈이라는 관점을 통해 우리나라의 훌륭한 역대 안목들이 미를 어떻게 보았고 그 안목을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소개한다.
눌와 320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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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8샤넬, 미술관에 가다
김홍기 지음
2008년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동일한 책의 개정증보판. 시대별 복식의 변천사, 패션 용어의 유래, 역사적인 배경 등을 통해 그림 속에 등장하는 패션 아이템의 역사와 패션과 미술의 관계를 설명한다.
아트북스 30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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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57미식의 역사
질리언 라일리 지음 / 박성은 옮김
예술작품을 통해 음식문화사를 연구하는 저자가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다양하게 변모해온 미식의 역사를 담았다. 그림, 조각, 시 등 18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인류가 사랑한 요리법들을 살펴본다.
푸른지식 408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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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7프랑스 시노그라퍼
뤼크 부크리스 외 4인 지음 / 권현정 옮김
연극 · 오페라 · 무용 · 전시 등 다양한 공연예술작품에 적합한 공간을 구상하고 연출하는 ‘시노그라퍼’ 57명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171점의 사례를 통해 각 세대별 시노그라퍼들의 작품세계와 작업 방식을 설명한다.
미술문화 304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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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0

조선 예술에 미치다
전기열 지음
20대 때부터 고미술을 수집해온 저자가 조선 도자기에 깃든 한국인의 미의식을 자신의 소장품과 함께 들려준다. 한중일 도자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수집 체험을 바탕으로 조선 예술을 보는 기준을 제시한다.
아트북스 336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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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1럽의 시간을 걷다
최경철 지음
영국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유학 기간 동안 가이드 일을 했던 저자가 관광객의 눈으로 유럽의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중세의 로마네스크부터 근대의 모더니즘까지 도시를 명소로 만든 건축물의 역사를 안내한다.
웨일북 53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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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54좋은 건축의 10가지 원칙
루스 슬라비드 지음 / 김주연, 신혜원 옮김
각양각색의 목적에 부합하는 건축의 기본을 알려주는 입문서. 건축 전공자나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축의 10가지 기본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시공아트 19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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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3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지음 / 오숙은 옮김
유럽과 북미를 오가며 미술 위조 범죄 사례를 추적, 연구해 온 저자가 르네상스 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성공한 위조 범죄와 실패한 사례를 분석한다. 돈, 권력 등이 뒤얽힌 범죄의 배경을 파헤치며 예술품 위조의 위험성을 알린다.
학고재 352쪽 · 22,000원

ART JOURNAL

수교 1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이 함께 이뤄가는 창의적인 미래
〈2017 – 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한국 내 영국의 해〉 개막

한국과 영국의 문화예술을 상호 교류하는 국내 최초의 공식 행사,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한국 내 영국의 해〉(이하 한영 상호교류의 해)가 2월 20일 개막해 2018년 3월까지 공연, 전시, 음악, 스포츠, 과학 등 다양한 영국문화예술행사가 서울, 부산, 대전, 전주, 통영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영국의 혁신적이고 우수한 예술과 창조산업을 소개하고, 두 나라의 문화예술 공동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개막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2월 20일 김혜선 〈한영 상호교류의 해〉 총감독(아래 사진 왼쪽부터),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캐런 브래들리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마틴 프라이어 주한영국문화원 원장, 그라함 셰필드 영국문화원 글로벌 예술 본부장, 최석규 〈한영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렸다. 주한영국문화원이 이번 행사에 내건 슬로건은 바로 “크리에이티브 퓨처스(Creative Futures)”. 한국과 영국의 문화예술과 창조산업 분야 교류를 통해 ‘장기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동협력과 제작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번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5가지 주제별(다양성과 통합, 디지털 기술을 통한 변화와 혁신, 창의 기업가정신, 창의 교육) 접근을 통해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차별성을 보여준다. 주제에 맞춰 마련된 행사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센터가 협력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Connected City〉가 있으며, 셰필드의 사이트 갤러리와 영도의 깡깡이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플랜비가 협력해 영도를 재생시키는 〈부산 – 셰필드 : 인터시티 아트 프로젝트〉가 부산에서 진행된다. 또 이번 행사는 중심과 주변의 경계 해체를 시도한다. ‘장애와 예술’ ‘예술과 고령화 사회’ ‘성소수자 인권과 젠더 문제’를 키워드로 한 공연, 콘퍼런스, 연구, 영화 행사가 예정돼 있다.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융합한 아트 프로젝트가 서울, 대전에서 진행된다. 또한 창의교육을 모토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영국왕립예술협회가 협력하는 〈한영 창의교육 전문가 방문교류 및 콘퍼런스〉가 5월에 열리며, 그 외 오페라, 무용, 시각예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워크숍, 레지던시, 포럼, 마스터 클래스 등이 행사 기간 내에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시각예술 행사를 소개한다. 〈한 · 영 현대미술교류전 페인팅쇼〉(7.4~9.24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테이트미술관 컬렉션-누드>(8.11~12.24 소마미술관), 〈영국문화원 소장품 기획전 God Save The Queen(가제)〉(9.12~11.12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윌리 도허티>(10.1~31) 곽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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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도 이어지는 별들의 전쟁
박경근, 백현진, 송상희, 써니 킴 〈올해의 작가상 2017〉 후보로 선정돼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를 지원, 육성, 후원하고자 제정된 〈올해의 작가상 2017〉 후보 작가 리스트가 발표됐다. 박경근, 백현진, 송상희, 써니킴(사진 왼쪽부터). SBS문화재단 후원작가로 선정된 후보 4인은 ‘올해의 작가상’ 운영위원회가 위촉한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작가추천위원단’의 추천을 받았다. 이들은 국내외 각 4,000만 원의 창작후원금을 지원받으며, 향후 7개월간 오는 9월 13일부터 2018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되는 〈올해의 작가상 2017〉에 선보일 신작에 대한 협업을 이어간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2차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한다. 최종 수상자는 1,000만 원의 후원금을 추가 지원받는 동시에 작가 다큐멘터리가 S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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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술 공간 나들이
313 아트프로젝트, 수애뇨 339, 보리생명미술관

313

최근 들어 미술관·갤러리가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는 서울 성북구에 또 하나의 미술공간 ‘313 아트프로젝트’가 새 둥지를 틀었다. 재개관 기념전으로 이완의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마련했다. 313 아트프로젝트가 독자적 주제를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표현하는 30~40대 작가 8명의 개인전을 올 한 해 동안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성북동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로,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이기도 한 이완의 회화 연작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가 비엔날레보다 앞서 국내에 공개되며 영상작업 〈메이드인〉 시리즈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수애뇨 (2)
서울 종로구 평창길에 예술공간 ‘sueno 339’가 문을 열었다. 그 첫 번째 전시로 공간 이름인 수애뇨를 주제로 한 〈터. 위. 꿈展〉이 3월 5일까지 이어진다. 수애뇨는 스페인어로 ‘꿈’을 뜻한다. 역량과 가능성이 엿보이는 젊은 작가 강현선, 권대훈, 박용호, 정정주, 조소희가 참여해 회화, 조각, 영상, 설치작업 15점을 선보인다.

보리생명
지난 2월 13일 충남 천안시에 ‘보리생명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천안 백석대(총장 최갑종)가 백석학원설립 40주년을 맞아 개관한 이 미술관의 명칭은 ‘보리작가’로 알려져 있는 송계 박영대 화백의 작품세계를 담아 정해졌다. 개관전으로는 박 화백이 기증한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향후 다양한 기획전으로 백석대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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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인사 소식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 이화익 제18대 한국화랑협회장

프로필 12월 9일 최효준 관장(사진 왼쪽)이 서울시립 미술관 제5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최 관장은 2월 20일에 열린 취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관람객의 심리적, 경험적 측면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mindful) 미술관’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운영 전략으로 1) 공공성과 대중성의 균형 2) 현실적 사회적 의제를 콘텐츠화 3) 지역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직 4) 분관들을 통한 지역 거점 특성화와 개념적 통합 등을 설정했다. 최 관장은 삼성문화재단 수석연구원(1993~1998),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2000~2002)으로 근무했으며 전북도립미술관장(2004~2009),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장(2009~2011), 경기도미술관장(2011~2015)을 역임했다.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 프로필 사진한국화랑협회 회장 선거가 2월 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가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와 갤러리 현대 디렉터를 거쳐 2001년 9월 종로구 인사동에 이화익갤러리를 열었다. 이 대표는 그동안 화랑협회에서 총무이사, 홍보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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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JCC예술상 및 프론티어 미술대상〉 수상자 발표
〈JCC예술상〉 이승택, 〈JCC프론티어 미술대상〉 진기종(대상) 임선이 차승언

재단법인 재능문화(이사장 박성훈)가 예술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제정한 〈제1회 JCC 예술상 및 JCC 프론티어 미술대상〉 수상자가 지난 1월 31일 발표됐다. 〈JCC예술상〉은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9명의 미술계 인사로 구성된 작가추천 위원회를 통해 12명의 작가를 추천받은 후 2회의 심사를 거쳐 이승택(사진 왼쪽)을 최종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 원이 지급된다. 공모를 통해 진행된 〈JCC프론티어 미술대상〉(진기종 임선이 차승언)에는 총 270명이 지원해 예선 및 본선 심사를 거쳤다. 대상에는 상금 2000만 원, 우수상에는 상금 1000만 원이 각각 지급된다. 수상자들은 3~5월 JCC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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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겸재정선미술관장 별세
겸재와 미술을 사랑한 인문학자

_MG_0975미술사가 겸 미술평론가 이석우 겸재정선미술관장이 2월 14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전라남도 해남 출신인 이 관장은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드리안대와 일리노이대 등에서 서양사를 공부했다. 1980년부터 2006년까지 경희대 사학과 교수와 경희대 중앙박물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9년부터 서울 강서구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장을 맡았다. 이 관장은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회원으로 역사와 미술을 접목한 글쓰기에 주력한 미술사가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예술혼을 사르다 간 사람들》, 《역사의 들길에서 내가 만난 화가들》(상 · 하), 《역사의 숨소리, 시간의 흔적》, 《그림, 역사가 쓴 자서전》, 《명화로 만나는 성경》, 《대학의 역사》,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있다.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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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개최
세종대왕 탄신 620주년 기념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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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은 세종대왕 탄신 620주년을 기념하여 《훈민정음》에 담긴 한글 원형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디자이너 23팀의 작품을 소개하는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을 2월 28일 개막했다. 전시는 1부 ‘쉽게 익혀 편히 쓰니 : 배려와 소통의 문자’, 2부 ‘전환이 무궁하니 :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한글의 확장성’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28개의 한글 문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점 · 선 · 원에 기초한 한글 원형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풀어낸 영상, 입체, 그래픽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5월 28일까지.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매해 ‘국어 · 문화사’, ‘박물관 소장품’, ‘한글 디자인’을 큰 축으로 삼아 기획전시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한글 디자인’을 주제로 한 전시의 경우 한글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먼저 국외에 선보이고 다음 해에 국내에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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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아트 바젤 홍콩〉 개막
34개국 242개 갤러리 참가,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3월 23~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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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이 3월 23~25일에 열린다. 이번 아트페어는 ‘갤러리스(Galleries)’, ‘인사이트(Insights)’, ‘디스커버리스(Discoveries)’ 총 세 가지 섹터로 구성된다.
‘갤러리스’는 근·현대미술을 선보이는 갤러리 190개가 참여하는 메인 섹터이다. 아쿠아벨라 갤러리스(Acquavella Galleries), 하우저&워스(Hauser&Wirth), 가고시안(Gagosian), 화이트큐브(White Cube),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등이 참여한다. ‘인사이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섹터이며 ‘디스커버리스’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플랫폼이다.
행사장 곳곳에 대형 설치미술작품을 선보이는 ‘엔카운터(Encounter)’ 프로그램에서는 17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티나킴갤러리가 김수자 작가의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를 선보인다. 또한 홍콩 작가 킹슬리 응(Kingsley Ng)은 홍콩을 대표하는 이동수단인 트램과 홍콩 유명 소설가의 텍스트를 활용한 작품 〈25분 이상(Twenty Five Minutes Older)〉을 선보인다. 이 트램 작품은 행사기간 동안 운행되며 탑승객들은 트램이 담아낸 홍콩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행사의 VIP 프리뷰는 3월 21~22일, 베르니사지(Vernissage)는 3월 22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열리며, 일반 개장은 3월 23일부터 25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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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인의 축제
〈제6회 경주민화포럼〉 열려

〈2017년 제6회 경주민화포럼〉이 2월 24, 25일 양일간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채색문화와 작가정신’이란 주제 아래 다양한 민화실기 재료에 대한 연구와 지금까지 민화계에 등장하지 않은 학자와 원로 작가를 초청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들어보고 교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민화 이론과 기조를 다룬 지난 포럼과 달리 올해에는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색과 기법, 재료 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첫째 날에는 송규태 화백의 ‘나의 민화 인생 80년’ 제하의 강의 및 토크쇼와 최엽 강사의 ‘불교 회화와 민화와의 관계’, 김병기 화백의 ‘현대미술관 民畵性’ 등이 진행됐다. 둘째 날에는 성파스님의 ‘전통 미술재료와 옻칠민화’, 장경희 교수의 ‘규방자수와 민화’, 황재형 화백의 ‘창작과 작가정신’ 강의가 이어졌다.
한편,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윤범모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은 “민화의 이론과 실기 부문 양쪽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민화를 연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 분들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을 고려해 여건 개선과 폭을 넓히고자 노력”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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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개인전 개최
《세계일보》 창간 28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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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주최하고 스포츠월드가 후원하며 KT&G가 협찬하는 〈세계미술전〉 개막식이 2월 21일 서울 경희궁길 서울예술재단에서 열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미술계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세계미술전〉에는 김선형 작가가 초대됐다. 김선형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가든 블루’를 주제로 작업해왔으며 수묵화 같은 붓터치로 블루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작가는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경인교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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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친 성상화(ICON)
부산 미광화랑, 서상환 회고전 열어

한국 성상화의 거장 서상환 화가. /서순용 선임기자 seosy@

1960년부터 지금까지 성상화 작업에 매진한 서상환 작가 회고전이 2월 10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미광화랑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총 50여 점의 회화, 판화, 조각작업이 선보였다. 작가는 60여 년에 이르는 화업을 이어가는 동안 일관되게 성상화의 요소들을 기묘하게 변형시켜 비의적, 밀교적 양상을 띠는 독특한 형상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독보적인 종교화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 회화, 목조각, 판화, 도자 등의 양식을 과감하게 넘나들고 있다.
작가는 1940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1946년 귀국, 1960년부터 경남미술원 서양화부에서 미술을 배웠다. 경성대 신학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내셔널 크리스천대학교와 루이지애나 침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45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내외에서 열린 400여 회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18권의 화집을 펴냈으며, 현재 부산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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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젝트 비아 결과공유 세미나: 비아 살롱〉 열려
해외 전문가 특강을 통해 내용·규모 확장

비아살롱 현장사진_제니퍼프레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주관하는 〈2016 프로젝트 비아 결과공유 세미나: 비아 살롱〉이 2월 16, 23일 디뮤지엄에서 열렸다. 그동안 소규모 세미나 형태로 운영돼온 비아 살롱의 규모가 확장되어 해외 전문가 특강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총 3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리서치에서 프로젝트까지’를 주제로 비아를 통해 해외 리서치를 진행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한 시각예술 기획자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같은 날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미술시장과 아트페어’란 주제로 유럽, 미국, 아시아로 리서치를 다녀온 결과를 발표한다.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랑스 피악(FIAC)의 디렉터 제니퍼 프레이(사진 오른쪽)가 특강을 진행했으며 국내 전문가들과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했다. 23일에 열린 마지막 세션에서는 ‘뮤지엄 마케팅’을 주제로 리서치를 다녀온 선정자들이 미국 미술관들의 마케팅 현장에 대해 논의하고 뮤지엄 멤버십, 온라인 마케팅, 인게이지먼트 마케팅을 주제로 한 발표 및 토론과 미국 휘트니 미술관의 기업협력 디렉터 유니스 리의 특강이 진행됐다.

BRIEFING

어떤 장면들

# 1. 먼저 특집 얘기부터 하자면, 결국 곽세원 기자가 해내고 말았다. 월초 편집회의 때 나는 기자들에게 이런 망언(妄言)을 자주 한다. “이 특집기획, 다음 생(生)에 해보시라”고. 반성한다. 이번 특집 기획안도 바로 그런 예였다. 사실 기획안을 처음보고 실현가능성이 낮은 안건이라고 단박에 무시했다. 솔직히 더 중요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미적취향에서 비롯된 선입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미 아는 사람은 알 듯, 나는 비디오 영상작업이나 최첨단 테크놀로지 운운하는 이른바 뉴미디어 계열 작품에 몹시 거부감을 지닌 인간이다. 그런데 하물며 ‘인공지능과 미술’이라니. 모르긴 해도 당시 곽 기자는 나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절대 이 결혼 허락 못 한다”는 막장드라마 속 옹고집 노인네처럼 여겼으리라. 아무튼, 곽 기자는 오기가 발동한 듯 꾸역꾸역 기어코 보란 듯이 이렇게 특집을 만들어 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속속 들어오는 초고상태 원고를 읽으며 “이거 ‘보그 병신체’ 아니냐”는 망언을 또 쏟아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편협하고 옹졸하고 무심하고 무례한 나를 스스로 꾸짖고 반성하며 사과한다. 그럼에도 낯선 외래어 개념과 용어, 처음 맞닥뜨린 이름으로 넘쳐나는 글을 보면 여전히 골치가 아프다. 아마도 일부 독자도 나와 같은 반응일 수도 있겠다. 공부하는 자세로 차분히 읽어 내려가자. 그러다보면 ‘인공지능과 미술’의 실체에 반 발짝쯤이라도 다가 설수 있지 않을까?

# 2. 모든 가치판단이 그런 것처럼 나이 많음과 적음 역시 상대적이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새삼 나이를 적잖이 먹었다는 걸 실감할 때가 종종 있다. 좌식 식당에서 배불리 밥 먹고 일어설 때 나도 모르게 “에구구~” 소리를 낸다거나, 누군가에게 명함을 받아 들곤 좁쌀만 한 글씨를 보겠다고 안경을 들추는 것도 모자라 코앞까지 갖다 댄다거나, 남들 다 웃는데 뭔 얘긴지 혼자 못 알아듣고 멀뚱멀뚱 뻘쭘할 때처럼 말이다. 상태가 이 지경이니 인기 있다는 TV 프로그램 얘기에 끼지도 못하고 SNS 용어와 신조어에도 거의 까막눈 수준이다. 그렇다고 완전 구제불능은 아니다. 지난달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열린 〈룰즈〉와 두산갤러리 〈사물들 : 조각적 시도〉를 보고 그냥 ‘좋~다’가 아니라 ‘안구정화(眼球淨化)!’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젊은 작가들이 내놓은 수준이하 작품을 보고 오염됐던 눈이 이 두 전시를 본 후 말 그대로 깨끗해지고 맑아진 느낌을 받았단 말이다. 역시 개인적 취향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이 정도는 돼야 비로소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3. 안구정화에 이어, “○○○ 안 본 눈(目) 삽니다”라는 요새 말처럼 나는 “○○○ 안 들은 귀(耳) 삽니다”라고 외치고 싶다. 지난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만난 某 선생은 나를 보자마자 “왜 그렇게 마리 관장을 미워하고 싫어하냐”며 가르치듯 이렇게 연설(?) 하셨다. “일찍이 네덜란드로부터 조총(鳥銃)을 수입한 일본이 그것을 앞세워 임진년에 조선을 침략했던 것처럼, 우리도 유럽 미술계에 네트워크가 넓은 외국인 관장을 이용해 국제무대에 한국미술을 알리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헐~! 마침 그 양반을 만나기 전에 낮술도 한잔 했던 터라 자칫 흥분할 뻔 했지만, 다행히 조곤조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그 말 안 들은 걸로 하고 싶다.

# 4. 스페셜 아티스트 박은태. 여러 면에서 인공지능 특집과 대척점에 서있는 작가다. 작품의 내용이나 형식뿐 아니라 삶과 일치된 작가의 태도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겉멋만 들어 작품은 개떡처럼 해놓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며 ‘아티스트 피(fee)’를 요구하거나, 꼴같잖은 공간 운영자라며 공공기금 따먹기에 혈안 된 일부 젊은 세대와 박은태 같은 작가의 시대정신 차이는 무엇일까?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