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2014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 조민석

한국 건축사 100년, 남과 북의 두 얼굴

예견된 소식이었을까.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한국관은 참가한 65개의 국가관 중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미술과 건축을 통틀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이 사자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 6월 13일 예술가의집에서 이번 비엔날레 한국관을 이끈 커미셔너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을 비롯 큐레이터 배형민(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경기대교수) 그리고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비엔날레 수상에 대한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회의장은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좌중의 흥분된 분위기와 달리 막상 수상을 이끈 조민석 커미셔너는 “수상자를 호명할 때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며 비록 격앙된 어조이지만 의연한 태도를 취했다. “비엔날레 초반 감독과 심사위원들이 한국관 전시에 보인 뜨거운 관심을 보며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삼성미술관 리움 블랙박스의 건축가로 한국에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다. 그가 제시한 비엔날레 국가관의 공동 주제는 <근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 . 반면 조민석이 이끈 한국관의 제목은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  조민석은 렘 쿨하스가 전시를 통해 이끌어내고자 하는 맥락을 정확히 짚어냈다고 평가받는다. 렘 쿨하스가 소장으로 있는 네덜란드 설계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에서 근무한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렘 쿨하스는 비엔날레를 통해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 자체가 조명받기를 바라며 건축의 각 요소(element of architecture)에 주목한 전시를 꾸몄다. 한국관의 경우, 한반도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연결하는 주제로 남한과 북한의 건축 형상 변화에 주목해 100년 한국 건축의 큰 획을 담아냈다.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대립관계에서 남과 북이 주고받는 건축 현상에 주목하며 우연과 필연, 개인과 집단, 영웅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 등을 아우르는 한반도 건축의 단편들을 모았다. 보편성과 전체성을 전제로 한 건축용어인 ‘조감도’와 대비되는 ‘오감도’란 이상의 시에서 빌려온 용어로 마치 퍼즐조각을 모으듯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는 크게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모뉴먼트(Monumental State)’, ‘경계(Borders)’, ‘유토피안 투어(Utopian Tour)’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안세권,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소, 닉 보너의 컬렉션, 최원준, 마크 브로사, 강익중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당초 북한의 건축가가 직접 참여하거나 공동 감독의 큐레이팅 형식을 고려하여 여러 통로를 거쳐 접촉하며 의사를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닉 보너의 컬렉션, 찰리 크레인, 필립 모이저 등의 외국인 작가들을 통해 북한의 건축을 살폈다. 특별히 이번 비엔날레는 공모 방식으로 커미셔너를 선정하였고 공모 과정을 포함하여 약 14개월간 동일 주제로 전시를 치밀하게 준비할 수 있어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축가 조민석은 올해 11월 플라토에서 또 하나의 건축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번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를 아르코미술관으로 옮겨와 전시할 예정이다. 그는 앤서니 폰테노와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유명전>을 공동 기획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굵직한 건축 전시를 이끌고 있는 건축가이다. 건축 전시기획자이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젊은 건축가는 한국 건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임승현 기자

조민석은 1966년 태어났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OMA, 조슬레이드 아키텍처 등에서 일하며 유럽과 뉴욕의 다양한 건축 및 도시 계획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99년과 2003년에는 미국 프로그레시브 아키텍처 어워드를 수상했고, 2000년에는 뉴욕 건축연맹에서 주관하는 미국 젊은건축가상(뉴욕건축가연맹)을 받았다.

베니스 (2)

베니스 (1)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전경

 

 

[Sight & Issue] Art Basel

바젤에서 발견한 미술시장의 민낯

올해 45회째를 맞는 아트바젤(스위스 바젤 메세 플라츠, 6.19~22)은 철저히 작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위한 잔치였다. 몇 년 전까지 보였던 ‘프레스 프렌들리’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공식 개막 전날. 프레스 등록과 동시에 본전시장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던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오로지 VVIP와 대회 관계자, 그리고 참여화랑 관계자를 제외하곤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다. 아트바젤의 전략적 행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285개 화랑이 참여하는 아트바젤의 첫인상은 전언했다시피 이전보다 구매고객 중심인데다 이전보다 확장된 행사규모, 그리고 특정 작가의 작품으로 쏠리지 않는 다채로움이 돋보였다. 특히 부속행사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비엔날레급 전시로까지 비치는 <Art Unlimited>는 규모가 훨씬 커졌으며, 또 하나의 부속행사였던 <14 Rooms>는 아예 독립되고 특화된 아트바젤만의 전유물이라는 느낌을 충분히 주었다. 약 한 달 전 열린 아트바젤 홍콩의 첫 대회가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가운데 아트바젤의 자신감은 최상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세계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 아트바젤만큼은 예외였다. 일반인 공개 전인 6월 17일 VIP 공개 당시 15분 만에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3200만 달러(한화 325여억 원)에 팔렸으며, 데이비드 호크니의 풍경화는 400만 달러(한화 40여 억원)에 거래됐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블룸버그》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헤드라인을 ‘바젤의 백만장자들은 미술이 현금보다 나은 투자(대상)라 확신한다’고 뽑았다.
아트페어 못지않게 관람객을 즐겁게 만든 것은 <Art Unlimited>였다. 특히 국제갤러리 소속으로 출품한 양혜규(왼쪽 페이지 아래 오른쪽)의 <서사적 분산을 수용하며-비카타르시스 산재의 용적에 관하여(Accommondating the Epic Dispersion-On Non-cathartic Volume of Dispersion)>(2012)는 높이가 10m, 넓이가 800m2에 이르는 대형작품으로 <Art Unlimited> 입구에 설치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블라인드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 관람객의 시선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이 작품은 ‘디아스포라’가 사회에 수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베를린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 중앙홀에 설치됐던 것을 바젤로 옮겨와 소개했다. 양혜규는 이번 전시에 대해 “기존의 디아스포라가 내포한 의미를 작가로서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이 작품이 비록 아트페어에 전시되어 있지만 사실은 이후 뮤지엄 등의 기관과 콜라보레이션하고자 하는 일종의 예고인 셈”이라고 밝혔다.  3년 전부터 이 전시를 기획한 뉴욕 출신의 지아니 예처(Gianni Jetzer)는 <Art Unlimited>가 비엔날레의 한계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상업성과 비상업성보다는 작업이 함의하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비엔날레와의 차이로 큐레이터의 역할을 들 수 있다. 비엔날레는 큐레이터가 하나의 주제로 작업하는 프로젝트지만 아트페어는 전시되는  작품이 갤러리의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고 시장에 기반한다”라고 답했다.
또 하나의 부속전시인 <14 Rooms>도 아트바젤을 찾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4 Rooms>는 데미안 허스트, 요노 오코, 브루스 나우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14명의 작가의 기념비적 퍼포먼스를 재현한 전시로, 14개의 방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관객은 각각의 방에 입장해 실시간으로 재현되는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바젤=황석권 수석기자

· 전시광경. 산티아고 시에라의  2014 퍼포먼스

<14 Rooms>전시광경. 산티아고 시에라의 2014 퍼포먼스

 

 

[Sight & Issue] Sung Donghun in Taipei

다루기 힘든 재료와 겨루다

IMG_8497철을 소재로 중량감 가득한 작업을 해온 조각가 성동훈. 그가 타이베이(台北)에 머물며 진행한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었다. 6월 4일 타이완의 철강기업 둥화(東和)강철의 먀오리(苗栗) 공장에서 열린 <제2기 둥화강철국제레지던시 작가전시회(東和鋼鐵第二屆國際藝術家 駐廠創作成果發表會)>에서 타이베이 작가 쑹쉬더(宋璽德)와 성동훈의 작품이 전시된 것이다. 성동훈은 25점을 출품했으며 그의 작품은 전시장 실내외에 배치됐다. 이를 위해 성동훈은 약 3개월 동안 이곳 공장에 머물면서 작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둥화강철이 세운 둥호아트파운데이션이 주최한 것. 전시 개막 전날 성동훈의 이곳 작업장을 찾았다. 둥호강철은 성동훈에게 철슬러지 30톤을 제공했으며, 공장 한 켠에 별도의 작업장을 조성해줬다. 성 작가는 “약 25년 동안 철을 주된 재료로 작업했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철제품을 만들고 남은 폐기물인 슬러지에 눈이 갔다. 철의 어머니 같다고나 할까? 이 재료는 부피가 크고 중량이 상당하며 용접이 힘들어 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를 재료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당초 주최 측은 철강 및 H빔 등 철과 관련한 생산품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성 작가는 제철소 입장에서는 폐기물로 여기는 슬러지에 더욱 눈길이 갔다고 한다. 폐기되는 것이 당연했던 슬러지는 그의 손을 거쳐 돈키호테로, 의자로, 황소 등으로 변신했다. 제작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고. 처음 사용하는 소재여서 여러 실험 단계를 거치느라 그랬다. 재료의 특성상 이번에 출품한 작업은 마치 현무암이나 풍화된 돌처럼 거친 느낌이 가득하다.
둥화강철에서 성 작가에게 제공한 지원은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철을 가공하고 다루는데 있어 공장의 기자재와 장치는 물론, 과장급 간부가 책임을 맡은 별도의 인력도 제공했다. 그래서 성 작가는 한국에서 작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개막식에 참여한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축사에서 “최고 품질의 철을 마다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슬러지를 긁어내 이러한 장관을 연출한 성동훈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철조각이 차갑고 단단한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성동훈의 작업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야생적인 힘이 넘친다”고 말했다.
이미 타이베이 주밍미술관과 가오슝의 피어2(Pier2)에 작품이 소장된 성 작가는 올해 말까지 타이베이와의 인연을 지속한다. 9월 투씨아트 갤러리(ToSee Art Gallery)와 함께 하는 ‘타이베이아트페어’와 쑨원미술관(Sun Yat Sen Museum in Taipei)에서의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타이베이의 유리회사와 함께 이번 둥화강철과 진행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둥화강철아트파운데이션은 둥화강철이 1000만 타이베이달러(한화 약34억 원)를 출연하여 설립한 것으로 다수의 국제적인 예술행사를 후원 및 주최해왔다. 이번 국제레지던시프로그램은 2회째이며 타이베이와 해외작가 각각 1인을 후원한다.

타이베이=황석권 수석기자

 

Kim shin’s design essay 1

‘누끼’ 사회

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어떡하다 보니 방송 출연을 하게 됐다. 어떤 공방을 찾아가 제작 과정을 촬영하는 거다. PD가 오더니 ‘누끼’로 간다고 한다. ‘누끼!’ 잡지 밥 좀 먹은 나도 누끼는 좀 아는데. 그 PD가 방송 촬영에서 누끼는 어떤 과정을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라 나중에 편집할 때 순서를 맞추고 일단 되는대로 찍는 거라고 설명해준다. 잡지 편집에서는 사진 속 대상을 가위로 오려내듯 따내서 배경을 날려버리는 걸 뜻한다.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이는 거 같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비슷하다. 방송이든 인쇄 미디어든 중요한 건 최종 결과물이다. 어떻게 촬영하든 최종 결과물이 대중에게 어색하지 않고 이해할 만하면 된다. 누끼란 결국 맥락을 제거하는 것이 아닐까.
방송에서는 어떻게 촬영했든 최종 편집에서 그 흐름이 자연스러우면 된다. 일단 많은 내용을 찍어서 재료를 풍부하게 만든 뒤 취사선택하고 순서를 좀 바꿔주면 얼마든지 매끄러운 이야기와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누끼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악마의 편집’을 가능케 하는 건 바로 이런 식으로 그 복잡한 맥락을 제거해서 메시지를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편집에서 누끼란 특정 피사체만을 따로 떼어내 배경과 분리함으로써 그 피사체의 사회적 의미를 제거하는 것이다. 전쟁터 속 군인도 누끼 따버리면 평온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누끼의 또 다른 목적은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복잡한 배경을 제거하면 피사체는 눈에 더욱 띄게 마련이다. 스튜디오에서 모델들은 늘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 벽면을 배경으로 카메라에 잡힌다. 누끼 따기 쉽게 말이다. 패션 잡지 표지 속 여신들을 보라. 아무것도 없는 흰색 바탕 위에 누끼 따진 상태로 하얀색 치아를 드러내며 밝게 웃고 있지 않은가. 이는 마치 미술관의 흰색 벽에 걸려 있는 예술작품과 같은 것이다. 예술의 탄생 자체가 바로 이 누끼의 과정이다. 인물화와 조각은 그것이 원래 놓인 위치에서 미술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즉 누끼 따짐으로써 그 사회적 기능과 역사적 맥락을 상실하고 말았다. 순수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디자인은 미술관에 입성하고자 더욱 처참하게 누끼 따졌다. 뉴욕의 현대미술관이 1934년에 개최한 최초의 디자인 전시는 <기계미술전>이다. 이 전시에는 프로펠러, 볼 베어링, 스프링 등이 전시되었다. 그것들은 각각 비행기, 공장의 거대한 기계와 같은 기능적 맥락에서 벗어나 추상적 형태의 순수한 미적 가치만이 돋보이도록 철저하게 누끼 따진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사물을 미술관에 들여놓는 일은 고상한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에게 몹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 누추한 사물에서 최소한의 미적 가치만을 누끼 따서 전시함으로써 자존심의 상처를 피할 수 있었다. 이는 무슨 뜻인가? 미술관에 전시된 디자인으로는 그 진정한 뜻을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적, 기능적 맥락으로부터 벗어나 내용은 증발하고 오직 형식미만 남았기 때문이다.
어떤 인물이나 사물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 맥락을 제거함으로써 그에 대한 이해도를 낮추거나 편협한 해석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대하게 만들려고 하거나 누군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할 때 사람들은 그를 누끼 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나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후보들의 TV토론을 보면서 그런 유혹에 빠진 후보를 보았다. 그는 청문회나 법정의 피고인에게 질문하듯 상대 후보에게 자꾸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 종용한다. 예, 아니오의 강요는 맥락 없는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누끼 따기형 질문이다. 상대 후보자가 대답을 회피하고 상황 설명을 길게 하는 것은 맥락을 회복하려는 방어 행위다. 우리가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앞뒤 맥락을 다 알아야 한다. 누끼 딴 피사체의 배경을 살려야 하고, 문장의 앞 뒤를 충분히 들어야 하며, 사물이 위치한 생활 공간을 다 보아야 한다.
방송, 잡지, 책, 미술관 등 모든 미디어에서 누끼는 필수적이다. 미디어는 비싸기 때문이다. 지면, 시간, 공간이 부족하다. 모든 정보를 다 담을 수는 없다. 간추려야 한다. 미디어의 누끼 행위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대신 시청자, 독자, 관객도 모든 걸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자유가 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정치적 대립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을 좋게 평가하기보다 나쁜 놈으로 만들려고 이 누끼 행위가 성행한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려야 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언제든지 나도 누끼 따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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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최초의 디자인 전시 <기계미술> 광경

[Art Book] 여기, 아티스트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세상과 이야기하다

안희경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아트북스 2014

paris 743이 책은 2010년 5월부터 2011년 6월까지《월간미술》에 연재된 안희경 씨의 현대미술의 거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엮은 것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네트 메사제, 윌리엄 켄트리지, 키키 스미스, 강익중, 제프 월, 무라카미 다카시 등 그 이름만으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는 본지에 연재되었던 원고를 바탕으로 내용과 사진을 보강하고, 인터뷰 형식의 글을 산문체로 풀어냈다. 당시 담당기자로서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소감을 물었다. “쓸 때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견딜수록 양파처럼 벗겨져 나가는 세상에 대한 제 시각을 표현할 수 있어 포만감을 느꼈습니다.” 안 씨는 인터뷰에 참여했던 작가 모두 이번 책 출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추가로 요청한 사진을 보내주었다며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몇몇 독자에게서 반응이 있었다며 이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섭외과정에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이다. 에피소드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실은 그 ‘미친’ 섭외력이 어디서 연유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제 소개를 비롯해 작품에 대한 제 의견이나 서구와 다른 한국적, 동양적 시각에 대한 이야기 등 되도록 많은 내용을 섭외 이메일에 담아요.” 진실된 마음을 최대한 전하려 노력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섭외과정은 그들이 세상에 대해 던진 메시지에 대한 안 씨의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일링을 해도 그들과 만나는 약속을 잡기란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윌리엄 켄트리지는 메일을 보내고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이후 파리에서 그의 전시를 관람하던 중 우연히 마주쳤다고. 그 자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찾아와서 인터뷰할 수 없냐는 제안을 받고 좌절했는데 이후 켄트리지가 뉴욕 전시를 열며 맨 처음 연락한 이가 바로 안 씨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난 작가에게서 느낀 인간적인 면모가 궁금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만나기 전, <785시간>이라는 그녀의 공연을 봤어요. 그 무대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을 마주하며 상대가 스스로와 마주하도록 거울을 들어 비춰주는 사랑 가득한 치유사의 모습이었어요. 다들 마리나와 마주 앉았다 일어나면서 눈물을 쏟았죠. 마리나는 상대의 온 감정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한 몸으로 공감한 거예요.” 이런 안 씨의 공감은 기사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기사를 읽은 마리나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나보다. “마리나의 스태프 한 명이 제게 귀띔하더군요. 마리나가《월간미술》 기사의 영역본 프린트를 흔들며, 모두에게 그랬대요. “나의 인터뷰 기사는 이래야 해”라고요. 하하.”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 8인과의 대화’이다. 말 그대로 작가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 경고 또는 제안 등을 의미하리라. 그들이 미술을 통해 세상에 하고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안 씨는 “작가 자신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일상,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목격하는 것들이 바로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아네트 메사제도 모든 아이디어는 그녀의 하루에서 온다 했어요. 강익중의 경우도 숙련된 그 시간을 지나서 무심하게, 굳이 하려 하지 않아도 되어지는 그런 작업으로 가려 한다고 했거든요.” 결국 예술가의 생활이 곧 작업인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문구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이다. 미술이, 작가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88세인 지그문트 바우만 선생이 그러더라고요. 젊어서는 세상의 진보가 직선으로 뻗어간다고 믿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추의 운동(pendulum)’이라고. 결국 관성을 끊는, 그러니까 억압이 억압으로 되갚아지는 반복된 힘의 역사가 아니라 힘을 흡수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거라고요.” 간디가 그랬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그랬으며, 강익중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안 씨는 “‘변화’는 한 개인의 완전한 변화에서 출발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작가의 1차적 발언을 담은 책이다. 비평적 시선보다는 작가의 생각이 날것 그대로 실린 셈이다. “작가의 말은 작품에 접근하는 매우 중요한 답이라고 여깁니다. 제가 작가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 제일 조심했던 부분이 ‘저는 당신의 작품이 이런 의미를 전달한다고 여깁니다. 맞죠?’라는 식의 접근이에요. 물론 비평의 영역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작가의 말에 더 집중해서 귀 기울여야 한다고 봐요.“ 답을 미리 생각하고 그것에 작가의 생각을 끼워넣는 일종의 오독(誤讀)을 경계하자는 의미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대신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작가를 물었다. “정말 만나고 싶은 분은 제임스 터렐입니다. 그리고 지금 런던 서펜타인갤러리에서 다시 3개월 쇼를 열고 있는 마리나요.”
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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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미술품감정학-진위·가격감정과 위작의 세계
최병식 지음

미술비평, 경영, 박물관 정책 등을 연구해 온 저자가 해외를 직접 방문하고 7년간  감정 시스템과 판례 등 다수의 사례를 수집, 분석한 책. 미술품 감정의 기초개념부터 진위감정의 판단 방법과 과학적 분석의 세계적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동문선 438쪽·4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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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1)이미지 인문학1
진중권 지음

디지털 생활 속에서 이미지를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철학사의 근본적 단절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보면서 변화하는 미학적 패러다임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인간에 대해 살펴본다.
천년의상상 336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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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기억하는 드로잉:서용선 1965-1982
김형숙 지음

인간과 자연, 역사와 사회의 관계를 표현하는 작가 서용선의 창작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는 책. 작가의 학생 시기 드로잉 자료를 기반으로 일기장, 작가노트, 가족 및 친구와의 인터뷰를 더해 예술가 서용선의 창조성의 원천을 탐색해본다.
교육과학사 380쪽·1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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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톡톡! 미술가에 말걸기
류한승, 박순영 지음

현재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35세 이하 젊은 작가 16인의 작업에 대한 솔직하고 상세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작가중심, 사실 중심 인터뷰를 지향하며 작가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 그들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페도라 프레스 304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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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미술품 잔혹사
샌디 네언 지음/최규은 옮김

1994년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 윌리엄 터너의 작품 2점이 사라졌다. 이 작품 회수 과정에 중심 역할을 한 저자가 미술계 뒷이야기를 실감나게 전달한다. 미술품 도난과 추적 과정을 생생한 문장으로 풀어내 미술에 문외한인 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미래의창 223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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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0)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코코 지음/이연석 옮김

그리스신화를 소개한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저자의 두 번째 명화 해설서. 성서의 내용을 그림과 함께 설명한다. 그림 속 성경 이야기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일본인의 시각으로 해석한 독특한 해학이 돋보인다.
북폴리오 26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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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Great Art 시리즈3  세계의 디자인
필립 윌킨스 지음/박수철 옮김

1860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디자인 명작 94점을 800여 장의 일러스트와 함께 연대순으로 소개한다.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기술 및 재료를 상세히 서술하여 지난 150년의 디자인 발전 과정의 핵심을 살펴본다.
시그마북스 256쪽·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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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2)그림 속 경제학
문소영 지음

미술작품들을 통해 경제학적, 경제사적 개념과 사건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저자는 서구의 성화에 묘사된 독점과 담합부터 경제 대공황과 뉴딜정책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을 중심으로 풀어낸 경제사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맥락을 짚어본다.
이다미디어 375쪽·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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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장미의 열반
김아타 지음

자연드로잉 프로젝트를 통해 구도자의 자세로 예술을 천착해 온 사진작가 김아타의 산문집. 작가의 철학적 고뇌와 일상 속에서 깊어지는 사유를 차분하고 일상적인 어조로 풀어냈다. 글 사이사이에 배치된 작가의 작품은 글의 깊이를 더한다.
박하 44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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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중국 고대미술사
이동민 지음

중국 미술사를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했다. 저자는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대인들의 의식세계를 알아야 한다며 고대 중국인의 관념이 어떻게 변하여 왔는지를 도기, 청동기, 무덤 벽화 등 17개의 장르로 나눠 설명한다.
수필과 비평사 299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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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
황인범 지음

도편수이자 목수인 저자가 서촌에 위치한 로버트 파우저의 ‘어락당’을 전통 한옥 맛을 살리면서 현대적 삶이 어우러지게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각 건축요소의 개별적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한옥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돌베개 33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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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로고 디자인의 비밀
빌 가드너 지음/옮긴이 이희수

아이덴티티 개발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너인 저자와 세계적명성의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노하우를 공개한다. 브랜드에 대한 리서치부터 아이디어 창조 과정과 시각적 구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3단계로 정리하여 설명한다.
아트인북 216쪽·32,000원

[Art Journal]

장욱진의 예술정신을 잇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개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장욱진의 예술세계와 정신을 기리는 미술관이 6월 13일 개관식을 갖고 경기도 양주시 장흥에 개관했다. 개관전은 이보다 이른 4월 29일에 개막했다.
현재 미술관은 유족과 장욱진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기증 받은 장욱진의 벽화, 유화, 판화, 먹그림 등 23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개관전은 장욱진의 대표작 60점을 전시하는 <장욱진 명작 60선>과 기증작 중 21점을 선보이는 <기증소장품전> 그리고 <건축자료전>이다. <장욱진 명작 60선>은 하늘, 나무, 집, 사람의 네 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장욱진의 대표작 <자화상>은 연미복을 입고 보리밭길을 걸어가는 신사 장욱진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작은 크기(14.8×10.8cm)에도 불구하고 주목된다. 전시실에 작은 보리밭을 조성하여 관람객이 이 보리밭을 지나 자화상과 대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구성이 눈에 띈다(오른쪽 사진).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에 영구 설치되어 이번에 일반 관람객에게 처음 소개되는 두 벽화(<동물가족> 과    <식탁>)은 인간 장욱진의 삶과 작가로서 그가 견지한  태도가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으로. 생전에 작가가 주로 작업하던 덕소 화실 벽과 부엌에 그려진 벽화로 벽 자체를 떼어내 전시되었다.
최페레이라 건축(최성희, 로랑 페레이라)이 설계하여 2014년 김수근건축상을 수상한 미술관 외관은 장욱진의 <호작도>에 그려진 호랑이 형상을 본땄다. 이 건물은  한국적 향토미와 서구적 모더니즘을 접목해 토속적이면서 계산적인 구조의 장욱진 그림과 주변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은 앞으로 장욱진의 예술정신을 이어가는 국내외 현대작가 주제기획전, 시민과 함께 하는 전시와 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양주시립 미술창작스튜디오를 산하 기관으로 두고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777레지던스와 중견작가를 조망하는 장흥조각레지던스를 운영하며, 기획전, 오픈스튜디오를 포함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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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인물

하모니즘, 완전한 합일의 세계

김흥수 화백 별세

하모니즘 창시자’ 김흥수 화백이 6월 9일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영결식은 6월 1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조강훈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정관모 전 이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한국미술협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박광진, 유희영, 허계 원로작가와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 김 화백이 생전 애착을 보였던 어린이 영재미술교실을 거쳐간 제자 60여 명 둥이 참석했다. 고인은 서울시립 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되었다.
고인은 여성의 누드와 기하학적 도형의 추상화를 대비해 그리는 등 상반된 두 면을 한 화면에 조화시켜 완전한 합일을 나타내는 독특한 조형주의(하모니즘) 화풍을 창시하여 국내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제지간으로 만난 부인 고 장수현(1962~2012) 김흥수미술관 관장과 43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1992년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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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

한국 조각과 미술이론의 발전을 위해

‘2014 김세중조각상’  수상자 선정

김세중기념사업회(이사장 김남조)가 주최하는 ‘2014 김세중조각상’ 수상자로 본상에 정현, 청년조각상에 최수앙, 한국미술 저작 출판상에 김달진이 선정됐다. 김세중조각상은 한국 현대조각 제1세대 작가인 김세중(1928~1986)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올해로 28회를 맞이했다. 심사위원으로 조각상 부분은 이종각, 김인겸, 정형민, 박숙영, 김복기가 맡았고 저작출판상 부분은 이어령, 오광수, 이기웅, 최열이 참여했다.
본상 수상자 정현은 철도 침목,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용도 폐기된 재료로 강한 생명력을 표현하며 문명과 인간실존의 문제를 다뤄왔다. 최수앙은 극사실적인 인체 조각으로 사회구조의 모순과 소모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김달진은 ‘김달진자료박물관’에서 간행한 출판 프로젝트로 학술적·공공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선정되었다. 시상식은 6월 23일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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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2)

‘광주정신’을 탐색하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

광주비엔날레 창립 20주년을 맞아 예술비엔날레 전시와 함께 대규모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그후>를 개최한다. ‘달콤한 이슬’은 망자에 대한 치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감로도에서 빌린 것이다. 1980년 광주의 상처를 기억하고 치유하면서 동시에 지금 우리의 현장을 시각미술로서 풀어낸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광주정신’을 탐색해 나가기 위해 전시, 강연 시리즈, 퍼포먼스의 3개 방식으로 다각적 접근을 시도한다. 전시는 8월 8일부터 11월 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계속되며 ‘국가 폭력’을 주제로 광주와 유사한 경험을 지닌 오키나와, 타이완, 제주의 작품을 연결한다. 또 저항미술 작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과 루쉰의 판화 100점을 선보인다. 강연 시리즈는 올해 1월부터 시작하여 10월까지 각 섹션의 해당 전문가와 시민이 활발한 토론을 진행하며 광주비엔날레 폐막식에 맞춰 광주발 매니페스토형태로 선포될 예정이다. 특별 프로젝트는 윤범모 책임큐레이터를 비롯해 총 8명의 협력 큐레이터 체계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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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1)

조각에 특화된 비엔날레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열려

창원시가 주체하고 창원조각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제2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9월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달그림자’라는 주제로 열린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11개국의 작가 42팀이 참여하여 창동지역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통적 조각의 의미를 넘어 퍼포먼스, 지역 아카이브, 시민참여형 작품을 선보여 조각 영역의 확장을 모색한다. 또한 창원에서 열리는 여러 지역 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전시 장소에 따라 차이를 주어 돝섬에서는 생태환경 복원 건축 조각을, 마산항 중앙부두에서는 공공조각과 시민참여미술을, 창원시립문신미술관에서는 예술성 높은 현대조각을, 창동 일대에서는 도시재생 및 공동체 미술 관련 작품을 각각 배치한다. 최태만 예술감독은 비엔날레 주제인 ‘달그림자’에 대해 “마산 합포구 영월대에서 착안한 것으로 일상 속에서 비치는 예술이라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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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2)

익살 속에서 고독을 이야기하다

윤길현 개인전 <남자들의 소소한 이야기>

조각가 윤길현의 10번째 개인전이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남자들의 소소한 이야기>(6.18~23)라는 주제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우리시대 남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은유적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남자하면 외로움, 고독, 눈물이란 단어가 연상된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금전적 궁핍과 사랑에 서툴렀던 젊은 시절의 모습과 서툰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에 등장하는 우산은 언제 거친 비바람에 찢어지고 망가져버릴지 모를 현실의 위태로운 상황을 이야기한다. 또한 책의 이미지는 힘겨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써내려간 과거의 일기처럼 일상 속에서 작가가 다져온 삶의 의지를 반영한다. 작품 속 남자들의 표정에는 외로움과 고단함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배어있다. 미묘한 시선과 웃음은 다소 익살스럽게도 보이지만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체득한 표정으로 이해된다. 이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이번 전시는 남자들의 삶의 여정에 대한 작가의 수다라 하겠다. 삶의 무게를 수용하고 극복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남자의 모습을 익살과 해학이 깃든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작가 윤길현은 전주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KIAF, 화랑미술제, 지붕전, 전주조각회전, 미술관은 놀이터전 등 다수의 기획 초대전에 참여하였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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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의 변화

오광수 운영위원장 사퇴

전시감독 선정 문제로 논란이 있어왔던 부산비엔날레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6월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오 위원장은 당시 전시감독 선정 투표에서 전시기획자 김성연이 1위로 나오자 2위 득표자인 프랑스 기획자 올리비에 케플랑과 공동감독을 하라고 김씨에게 요구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김성연의 공동감독체제 거부와 문화단체의 반발로 공동감독 진행은 무산되었고 미술계 및 부산의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오 위원장 사퇴 요구가 잇따랐다.
한편 부산비엔날레의 비민주적인 운영과 불공정한 감독 선정을 문제 삼으며 국내 및 세계적으로 보이콧 운동을 전개 중인 부산문화연대 측은 오광수 위원장 사의발표 이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혁신 의지를 분명히 하고 개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보이콧 운동을 철회할 생각이 있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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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3)

장애미술을 위한 신호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6월 6일부터 14일까지 문화역서울284 전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과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개선 및 대중화와 장애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이들 작품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88명의 장애작가의 작품이 22개 갤러리와 협력해 소개됐으며, 장애작가와 비장애작가의 콜라보레이션 전시도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는 총 1,577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아트페어를 통해 총 11점, 경매를 통해 총 27점이 판매됐다. 장애인창작아트페어는 이번 행사를 발판으로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된 성격을 견지해 미술분야의 다양성과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장애인 미술아티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역량있는 작가 발굴에 계속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다. 김최은영 예술감독은 “장애인 미술 사상 국내 최초로 개최된 이번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반작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문화역서울284의 틈새 공간 곳곳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자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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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3_민중미술심포지움

민중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열다

민중미술 2014 잠수함 속의 토끼전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현실 인식과 사회발언을 현재 우리 시대의 문제로 제기 한 기획전시가 열렸다. 2014 민중미술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민중미술 2014 잠수함 속의 토끼전>(6.10~7.20)이 그것으로 부산의 원도심 지역 일대 갤러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민주공원 기획전시실,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갤러리, 스페이스 닻, 미부아트센터 등에서 전시가 열리며 기획전시 외에도 민중미술 심포지엄, 홍성담 작가와의 만남, 미술관기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민주공원전시실에서는 홍성담 작가 특별전이 열렸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홍성담 기획전으로 작가는 동북아시아 역사문제를 오늘의 시각으로 다룬 <야스쿠니의 미망> 연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부산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에서는 강영민, 낸시랭 등 팝아트 작가들이 참여한 ‘팝아트와 친구들의 위장취업’,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갤러리와 스페이스 닻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순간에 알 수 있는 것들’이라는 타이틀로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여 민중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보여준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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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 (1)

한국과 이집트 여가수의 만남

광주시립미술관 중동현대미술특별전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은 한국과 이집트의 여가수 이난영과 움쿨숨(Oum Kulthoum)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만났다. 오는 7월 13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 아랍 주제 대형전시인 중동현대미술특별전 <상실과 사랑의 노래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두 여가수의 가상만남을 통해 ‘상실과 사랑’이라는 한국과 아랍의 공통된 정서를 현대미술로 표현했다. 이란 출신 세계적인 예술영화감독 쉬린 네샤트(Shirin Neshat), <2013 베니스 비엔날레> 아랍에미리트 대표작가 모하메드 카젬(Mohammed Kazem) 등을 비롯해 중동지역 작가 18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샘 바더윌(Sam Barda-ouil·레바논)과 틸 펠라스(Till Fellrath·독일)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지난 2010년 아랍의 재스민 혁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이난영과 이집트의 국민가수 움쿨숨을 불러들였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전시 중간 이난영과 움쿨숨 두 가수의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감동을 더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진 속 움쿨숨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려주는 <Ruins in Space>와 이난영과 움쿨숨의 노래 영상이 교차적으로 상영되는 전시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참여작가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는 이란 출신 쉬린 네샤트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쉬린 네샤트는 미술가 겸 영화감독으로 <1999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2000 광주비엔날레> 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2009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번 광주전에서 선보이는 비디오 설치작품 <격동(Turbluent)>(1998)은 명확하게 이분법적인 거대한 흑백 대비와 사운드를 통해 이슬람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젠더와 권력이라는 주제를 묵직하게 제시하고 있다. 베이루트 출신인 레이드 야신(Raed Yassin)의 <Ruins in Space>(2014)는 완전히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두 명의 무희를 ‘우주’라는 낡은 위성전파를 통해 연결시켜 공간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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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 (1)

페리지 홀 앤 갤러리(Perigee Hall&Gallery) 개관

음악과 미술로 거리를 좁히다

페리지갤러리가 5월 26일 서울 서초동의 KH바텍 사옥에  개관했다. 2013년 5월 음악연주공간 페리지홀을 오픈한 지 약 1년 만이다. 김종숙 KH바텍 사회공헌(CSR) 본부장은 “중견작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공간으로 전시장을 운영할 것”이라며 “40대 작가를 중심으로 중견작가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갤러리의 계획을 밝혔다. 페리지는 서로 다른 궤도를 돌고 있는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지는 근지점이란 뜻으로 음악, 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고자 이름 붙였다. 페리지 홀 앤 갤러리는 기존의 틀에 박힌 형식을 깨고 열린 예술공간을 추구한다. 개관전은 김기라의 개인전 <마지막 잎새>(아래 사진)로 7월 31일까지 열린다. 공연장에 비해 전시공간이 작은 편이라 1층 로비와 홀까지 전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 중이다. 이후에는 권오상,  홍경택 작가의 전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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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갤러리 (1)

갤러리 온유 개관

지역주민의 열린 사랑방

경기도 안양의 한 병원건물 지하에 갤러리온유가문을 열었다. 문화예술 기반이 취약한 지역사회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한다는 취지로  4월 10일 세워졌다. 임산희 대표는 두 달여간 갤러리를 운영하다보니 주민들이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갤러리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티 클라스, 벼룩시장 등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해왔으며 앞으로는 유아 교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보통 갤러리의 휴관일이 월요일 것과 달리 이곳은 화요일과 수요일 휴관한다. 월요일에 환자가 가장 많이 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병원에 들른 환자들이 전시를 통해 잠깐이나마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바라는 갤러리의 운영철학이 담겨있다. 현재 <송필용, 박성태, 최철의 3인 (6.19~7.28)이 열리고 있고, 8월에는 허명욱 작가의 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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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의 공익적 활용을 위한 첫걸음을 떼다

가나문화재단,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 사재로 출범

DF2B0143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사재 3억 원을 털어 가나문화재단(이사장 김형국)을 설립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20여 년간 수집한 230여 점의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을 기증하고 매년 3억~5억 원으로 추산되는 재단운영비도 출연키로 했다. 화랑주가 공익성을 바탕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해외에선 전례가 꽤 있다. 스위스 바젤에 있는 바이엘러미술관이나 프랑스의 매그미술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재단 측은 앞으로 레지던시, 전시, 출판, 교육 및 홍보, 그리고 기금마련과 후원회 구성을 위한 기타 부대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 사업으로 가나현대미술관(가칭)을 건립하기로 했다.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지낸 김형국 초대 이사장(사진)은 “이번에 기증된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 중에는 우리 근현대미술사에 남을 정도의 가치를 가진 작품도 있다”며 “올해 연말쯤 기증작 중 일부와 오윤, 정종여 등의 미공개 작품을 발굴하여 전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재단설립이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구비되었으나 소프트웨어가 부재한  우리 공공미술관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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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원 (3)

예술원의 어제와 오늘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60주년 기념전 열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60년을 기념해 <어제와 오늘전>을 4월 17일부터 7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최했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우리나라 예술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고 예술가를 우대하기 위해 1954년 문을 열었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예술원은 한국 미술계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우리 화단의 맥을 이어왔으며, 오늘날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1979년부터 매년 근현대미술사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전을 통해 한국미술 발전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왔다.
이번 전시는 예술원 미술분과 작고 회원 35명과 현 회원 22명의 대표작품 79점을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의 유서 깊은 전통을 계승하는 전시이자, 한국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이다. 또한, 대한민국예술원 60년사와 작가들을 예우하고 축하하는 미술계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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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3)

박서보의 삶을 파헤치다

《Park Seo-Bo: From Avant-garde to Ecriture》 발간

싱가포르 출판사 booksactually에서 작가 박서보의 삶과 예술을 연대기적으로 짚어낸 책,
《   Park Seo-Bo: From Avant-garde to Ecriture》(2013)를 발간했다.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1980년대 이후의 삶과 작업 일대기를 당시 있었던 굵직한 사건, 행사, 전시 이미지와 젊은시절의 인물사진과 함께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 케이트 림     (임연기)은 박서보와 심도있는 인터뷰를 수차 진행했으며 작가의 말을 바탕으로 그의 젊은시절을 독자에게 가감없이 전한다. 영문으로 발간되어 국제 미술시장에 박서보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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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5)

자금성의 레드를 말하다

사진가 송영숙, 《THE RED》 발간

자신만의 스타일로 폴라로이드 프로세스를 완성한 작가 송영숙이 1998년 갤러리 현대에서 열렸던    <송영숙 사진전> 전시작을 비롯해 당시에 촬영한 폴라로이드 원본을 중심으로 구성한 사진집         《    THE RED》가 출간되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자금성의 모습을 재해석한 53점의 이미지를 작가 주명덕이 선정해 기획 편집하고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문화비평가 홍가이의 글이 실렸다. 한편 이 책은 가현문화재단이 사진 출판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1979년부터 사진 출판을 선도해온 도서출판 시각을 인수한 후 발간한 첫 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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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술3

신미술회 창립 40주년 맞아

<제61회 신미술회전>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신미술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제61회 신미술회전>이 열렸다. 신미술회(회장 이승환)는 1974년 2월 설립된 한국신미술회를 모태로 하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창립전을 시작으로 한국 구상미술을 주도해왔다. 이러한 토대에는 당시 한국구상미술의 대표 작가인 박득순 김창락 김인승 안재후 등 창립회원의 역할이 컸다. 신미술회는 프랑스의 쇼몽시와 캐나다의 토론토 초대전을 비롯한 해외 초대전과 부산, 대구, 광주, 김천 등 각 지역의 미술관과 유명 갤러리 초대전을 통해 한국 구상미술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앞장서왔다. 현재 80명의 회원으로 구성되며 회원 각자가 왕성한 작품 활동에 임하고 있다.

 

Editor’s letter

차라리

여러모로 뒤숭숭한 요즘이다. 그래도 지구는 여전히 돈다. 어제와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돌고 있다. 여기에 발 딛고 사는 99.99%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도 마찬가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심히 지속된다. 미술판도 예외는 아니다.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처럼 크고 작은 전시가 끊임없이 열렸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이천십사년 유월, 유독 눈에 띄는 전시 세 개가 있다.

<간송문화(澗松文華)-문화로 나라를 지키다展>
1부:간송 전형필 3.21~6.15, 2부:보화각 7.2~9.28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오르세미술관展-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5.30~8.31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아트스펙트럼2014> 5.1~6.29 삼성미술관 Leeum

제목만 보더라도 화려하고 풍성하다. 그야말로 東西古今 미술의 ‘종합선물세트’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의 미술을 동시에 비교 관람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 뭔가 이상하다. 단추 구멍을 잘못 끼운 것처럼 편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로 장소 때문이었다. 각각의 전시성격과 전시장 조합이 어색했다.
우선 한국 전통문화의 명품이라 일컬어지는 간송 컬렉션. 사실 그동안 성북동 보화각의 낙후된 전시환경이나  지나치게 폐쇄적인 미술관 운영에 불만을 갖고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이제라도 최신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나와 대중과 거리 좁히기를 시도한 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그 파트너가 서울디자인재단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간송이 보유한 콘텐츠와 DDP 하드웨어의 만남은 좋게 말해 전위적이고 반대로는 쌩뚱 맞기 그지 없다. 실제로 동대문 주변과  DDP 현장은 이도저도 아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오르세미술관展-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의 시초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10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오르세미술관展-인상파와 근대미술>이 처음 열렸었다.  당시《 월간미술》도 여기에 호응해 인상주의 특집기사를 냈었다. 그래선지 전시는 대성공이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여파는 여전히 계속된다.  그후로 방학시즌만 되면 대형기획사가 언론사와 손잡고 인상주의 언저리 작품을 앞세운 블록버스터 전시를 유치하는 게 연례행사처럼 됐으니 말이다. 여하튼,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오르세미술관展>은 출품작 수준이나 전시구성 면에서 좋은 전시다. 그런데 전시 장소가 ‘박물관 Museum’이다. ‘미술관 Museum of Art’이 아니다.  이것 또한 이상하다. 굳이 따지자면 이상할 일도 아니지만, 단순히 생각하기엔 좀 그렇다는 얘기다. 하기야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미국미술 300년전>이 열린 전례가 있으니, 이걸 가지고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모양이 뒷북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양미술사 전공자인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은 서양의 명화(?)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당위성과 의미를 이미 여러 차례 피력했다. 이런 전시 개최가 정말로 합당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자상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아트스펙트럼2014>은 리움 큐레이터 5명과 외부 기획자 5명이 선정한 작가 10명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올해 처음 <아트스펙트럼 작가상>도 제정됐다. 수상자에겐 상금 3천만 원과 2016년 플라토에서 개인전 기회가 주어진다. 역시 삼성(미술관)! 통크고 파격적이다. ‘신진, 젊은, 발굴, 지원, 미래, 경쟁’이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대부분 작품이 의욕 넘쳐 보였다. 하지만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리움 블랙박스가 마치 무덤처럼 느껴졌다. 미술관이야말로 미술작품의 종착역이요 무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의 조로(早老)를 부추겼고, 조금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젊은 작가의 작품을 너무 일찍 박제로 만들어 한꺼번에 생매장해버린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세 전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목격했다. 겉모습은 그럴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뭔가 허술하고, 엉성하고, 아귀가 맞지 않는.  ‘고도 압축 성장’의 결과가 낳은 전형적인 한국    ‘짬뽕문화’의 민낯 말이다. 그러면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차라리 <간송문화展>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오르세미술관展>은 삼성미술관리움에서 그리고 <아트스펙트럼展>이 DDP에서 열렸다면 어땠을까.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컬럼] 2014 부산비엔날레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년 11월 1일. 부산시청 앞마당에서는 보기 드문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형태를 벌이는 문화예술인들의 다양한 행동과 텍스트들이 지나가는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이다. 관련부서 그리고 시장 또한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사태의 발단은 무엇보다 부산비엔날레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규정에도 없고 합의도 되지 않은 공동감독제를 느닷없이 제안한 데 있다. 감독선정위 투표에서 과반수로 최다 득표 한 후보자(김성연, 한국)를 두고 2위(올리비에 캐플랭, 프랑스)에게 먼저 공동감독을 제안하여 수락(2013.10.10)받았고, 이후 1위에게 공동감독 수락 여부를 질문하여(10.17) 거부하자(11.21) 3위(한국) 득표자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 역시 거부하자 (11.27) 2순위를 단독 감독으로 선정했다. 어처구니없는 처사로 이 정도면 누가 봐도 막 가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절차는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정기 감사(2014.2.4) 후 발표된 감사소견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지면 관계상 하나만(짧게) 인용한다.
– 공동감독제를 결정함에 있어 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정관 제30조(임원회의 의결사항) 1.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 4. 총회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위배함.
-운영위원장은 자신과 자신을 운영위원장 후보로 추천한 인사 및 당연직 임원 그리고 전시감독 추천위원 2명을 포함한 9명으로 전시감독선정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구성함으로써 [정관 제32조(분과위원회)]를 위배하고, “당연직 이사”를 겸할 수 없도록 한 [정관 제33조 (겸직금지)]를 위배함(2013년 사업추진 및 회계 정기감사를 2014.2.4, 6 양일간 서류 및 실지, 대면감사를 통해 실시한 후 발표된 감사소견서에서 일부발췌).
이와 같이 감독선정 외에도 비엔날레 운영상 수많은 문제가 있음이 감사결과 드러났고 지역 최초로 20여 개의 문화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며 결집해 ‘부산문화연대’가 탄생되는 계기가 됐다. 문화연대가 주축이 되어 수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열었고 성명 발표 등을 통해 문화민주주의 회복을 꾀하고 있다. 작금의 문화권력에 만신창이가 된 부산비엔날레의 상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1981년 태동한 부산청년비엔날레가 여러 계층과 작가, 그리고 시민사회에 회자될 수 있었던 가치의 원천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발적 실천과 조직 운영 태도였다. 현재 부산비엔날레를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문화사대주의적 권력은 절대 용인하거나 방관해서도 안 될 것이다.  부산비엔날레 사태에 대해 타지역에서 SNS를 빌어 “힘내세요” “멀리서 응원 합니다“라는지지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진짜 멀리 있지 않은 사람들이 그래봤자 질 것이라는 냉소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결코 아님을 인식하고 다음 비엔날레 그리고 그 다음의 역사 앞에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부산문화연대는 비단 비엔날레의 문제만이 아니라 오늘날, 독선적 문화권력으로 병들고 침몰해가는 문화예술계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오만과 독선 앞에 다음과 같은 보이콧 선언을 했다.
부산문화연대는 ‘2014 부산비엔날레’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한다.(http://boycott2014.net 2014.5.1. 천명한  부산문화연대 ‘2014 부산비엔날레’에 대해 ‘보이콧’선언 관련 홈페이지 인용)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엄격하게 진행해야 할 감독선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심사를 해야 할 위원이 감독후보를 직접 추천하였고, 규정에도 없는 공동감독제를 제안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였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잘못된 결정을 수정하지 않았으며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대화도 거부하였다. 단지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유감을 표현한 것이 사과의 전부였다.
이에 부당한 절차로 선정된 감독이 진행하는 행사에 대해 문화예술인을 비롯하여 시민들이 참여하는 보이콧운동을 전개한다.
1. 부산비엔날레에서 개최하는 전시 및 행사, 스태프 및 자원봉사, 기부, 후원 등 참여 거부.
2. 오광수 운영위원장 및 전체 운영위원, 관련 책임자의 퇴진.
3. 2014년 부산비엔날레 파행 운영의 문제점과 과제의 공론화와 새로운 비엔날레를 위한 개혁 청사진 제시.
향후 대안적 비엔날레의 활동들을 통해 가난하지만 당당한 예술가의 대열에 동참하시길 바란다.

서상호·부산문화연대대표

 

[핫피플]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제시카 모건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제시카 모건

비엔날레를 불태우라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 이 확고한 선언은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다. 지난 5월 1일,   기자는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제시카 모건 <제 10회 광주 비엔날레>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제시카 모건은 유럽 각국의 기자들에게 자신이 리서치한 광주의 역사적 사건과 맥락을 설명했다. 외신들의 관심은 제시카 모건의 시선으로 본 광주에 모아졌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전시는  특히 ‘장소성’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장소는 그녀의 큐레이토리얼에 큰 역할을 한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타 도시와 달리 광주는 관광도시가 아니다. 광주의 강한 역사적 맥락은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데 부담이 되기보다는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하는 데 확실한 메시지를 갖게 한다.” 1년이 넘는 리서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국인 큐레이터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맥락(context)을 숨기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나에게는 새롭지만,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맥락, 잘 알려진 작가들을 어떻게 새롭게 보여주고 해석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한국의 맥락을 배제한 채 전적으로 외국인의 눈에 비친 모습만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서구인의 시선이 삽입되었음을 시원스레 인정했다.
지난 5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일간지와 전문지 기자를 상대로 열린 간담회에서 제시카 모건을 다시 만났다.  광주의 역사적 맥락만큼이나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도 확고하다. 일종의 선언으로 읽히는 ‘터전을 불태우라’란 주제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카는 “이 문구는 시공간에 따라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갖는다. ‘불태우다’는 표현은 한국이 지닌 상실의 역사, 파괴의 시간을 떠올리면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너머에서 우리 이웃들은 무엇인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앞을 향한 움직임이자 미래의 열쇠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무엇인가 다른 것을 성취하여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질문을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하우스(비엔날레)를 불태운 이번 비엔날레는 어떤 장소로 읽힐 수 있을까? 그녀는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나 유사할 것이다. 미술관의 경우는 기관의 비평이나 미술관 내의 해석에 기반을 둔 일련의 예술에 대한 통념적 흐름(계보)이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아이디어에 함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리뉴얼이 필요하다. 예술적인 부분을 포함해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새로운 기운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을 꾸몄던 작가 제레미 델러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장 전면 외벽에 화재가 나 벽을 뚫고 나오는 문어의 모습을 거대 실사 출력의 고화질 배너로 설치할 예정이다. 이 모습은 ‘리뉴얼’하는 비엔날레의 이미지를 시작부터 강화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규모 설치 신작을 선보일 얼스 피셔, 스페인 출신 듀요 엘 우티모 그리토 등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을 포함 참여작가의 90%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전시하는 작가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총 39개국 106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한국 작가는 전체의 약 20%인 20팀이다. 하우스는 신체, 기관, 체제 등 무한히 적용될 수 있는 메타포다.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는는 9월, 전시 관람자, 비엔날레라는 전시체제, 광주라는 공간 그리고 제시카 모건의 큐레이토리얼이란  하우스의 불씨가 어떻게 변화되어 퍼저나갈지 그 양상이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제시카 모건은 1968년 영국에서 출생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런던 커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에서 다수의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영국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2014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면에 전시될 제레미 델러의 대형 패널작품 예상도

2014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면에 전시될 제레미 델러의 대형 패널작품 예상도

 

 

[핫피플] 미국 조선미술협회장 신동훈

미국 조선미술협회장 신동훈

남과 북을 오가는 畵商

1988년부터 지금까지 100여 차례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서울과 베이징, 워싱턴, 뉴욕 등에서 북한 화가의 그림을 소개해온 이가 있다. 미국 조선미술협회 신동훈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사)남북문화예술원 주최로 5월 1일부터 11일까지 월전미술관 한벽원갤러리에서 월전 장우성(1912~2005)과 북한 미술계의 두 거장 정창모(1931~2010), 선우영(1946~2009)의 그림을 선보인 <남북한 유고작가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를 가능하게 한 인물이 바로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은 어떻게 분단된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자동차 정비 관련 일을 하다가, 1977년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현재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누구나 쉽게 북한을 방문하지는 못한다.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신 회장은 1988년 워싱턴에 처음 화랑을 열었다. 당시 한국화를 미국에 소개하다가 우연히 북한에도 우리 그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이후 베이징, 연해주 등 중국을 돌아다니며 북한 그림을 열심히 사 모았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가짜 그림으로 밝혀졌다. 수업료를 톡톡히 낸 셈. 그래서 그는 직접 북한을 방문해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북한화가의 진품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평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에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북측이 비자를 쉽게 내주지 않았죠. 중국에서 쌓은 인맥을 총동원해 어렵게 첫 방북(訪北)에 성공했습니다. 처음엔 북한 미술인을 전혀 만나지 못했죠.”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그는 결국 당시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정창모와 선우영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생전 ‘만수대창작사’에서도 유일하게 개인 작업실을 가질 만큼 각별한 대접을 받는 화가였다. 공훈예술가, 인민예술가로 불린 그들의 수많은 작품은 북한에서 국보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20여 년간 계속됐고, 그 사이 두 화가에게 그림을 직접 건네받아 소장하게 된 것이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의 그림은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국가의 재산이죠. 그럼에도 작품을 건넨 두 화가의 결단과 용기가 지금과 같은 엄청난 드라마를 연출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정창모, 선우영 두 화가야 말로 비운의 남북분단시대 미술사의 상징이죠. 그들의 그림이 남북이 하나 되는 길에 미흡하나마 기여하고, 한반도 미술을 뛰어넘어 세상에 널리 소개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 신 회장은 정창모와 선우영 외에도 김상직(1934~2010), 리석호(1904~1971)의 그림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북한 화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이제 사명이 됐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우리 민족의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서 한국이나 미국의 박물관이나 기관에 기부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중국도 북한 그림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데 정작 같은 민족인 한국에서는 북한 그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무엇보다 남북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남북한의 문화적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북쪽이나 남쪽 서로가 서로의 그림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슬비 기자   

신동훈은 1948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났다. 1977년 미국으로 이민가 1988년부터 북한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국과 중국, 서울에서 화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2001년 워싱턴과 뉴욕지역 한인을 중심으로 미국 조선미술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한벽원갤러리 전시광경. 정창모의 (오른쪽)

한벽원갤러리 전시광경. 정창모의 <향산계곡>(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