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EFING

《월간미술》활용법

또 다시 오월이다. 오월은 왠지 ‘오월’이라고 써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진짜 오월 같으니까.
아라비아 숫자로 ‘5월’이라고 쓰면 달력에 빨갛게 표기된 온갖 기념일이 먼저 떠오른다.
5.1 노동절부터 5.5 어린이날, 5.8 어버이날, 5.14 석가탄신일, 5.15 스승의날, 5.16 성년의날, 5.18 광주민주항쟁기념일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기념일이 많다. 매달 시기성을 고려해서 월간지를 만들어 내는 입장에선 행복한 달이 아닐 수 없다. 이현령비현령, 아무 기념일에 대충 꿰맞춰도 누가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로또 추첨하듯 무작위로 테마를 선정하지는 않는다. 나름 고민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그리하여 이번 특집, 어린이날을 염두에 뒀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한편으론 지난 호 특집이 너무 무거웠던 까닭도 크게 한몫 차지했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좀 뺐다. 화보 이미지도 한결 가볍고 발랄하다. 아무튼 특집 진행하는 걸 옆에서 지켜 본 바, 우리나라 참 많이 좋아졌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어린이미술관/박물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이렇게 훌륭하다니. 격세지감이다. 솔직히 그동안 어린이문화공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깨달았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실버산업이 유망하다지만 베이비 혹은 유소년 (미술)교육 관련 사업이야말로 영원불패란 걸.
어쨌든, 이번 특집은 어린 자녀가 있는 독자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독자에겐 그다지 흥미롭지 못할게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해 본다. 이번 기회에 책꽂이에 꽂혀있던 《월간미술》 과월호를 다시 꺼내보시라고. 예컨대 어린이박물관 기사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면, ‘중고교 미술교과서’를 다뤘던 지난 2015년 11월호를 다시 꺼내 보시란 말이다. 그러면 ‘미술교육’이란 큰 틀에서 이런 기획기사의 의미가 다시 보일 게다. 또 다른 예. 이번호 작가 꼭지에 등장한 작가 이왈종 강요배 부지현은 제주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향이 제주도이거나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면서 작업하는 작가다. 제주도 소식은 이것뿐 아니다. 감귤농장 ‘중선농원’에 새로 생긴 전시공간 갤러리2 관련 내용도 짤막하게 실렸다. 이 기사를 핑계 삼아 ‘제주도 미술’이 특집으로 소개됐던 《월간미술》을 다시 꺼내 보시라. 2013년 6월호다. 지금이라도 당장 제주도로 날아가고 싶어질 게다.
내친김에 하나 더, 해남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개관기념전 소식도 한 페이지 실었다. 멀리까지 발품 팔아 취재해 온 기사지만, 역시 이것만으로 흡족하지 못하다. (좀 오래됐지만) 2006년 5월호를 찾아보시라. ‘불교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가 특집이었다. <한국 불교미술의 이해>, <불교미술 아는 만큼 보인다> 같은 텍스트와 전국 주요사찰 성보박물관 정보등 불교미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와 테마’ 꼭지 최진욱과 오치균 개인전 기사도 마찬가지. 《월간미술》 더 깊이 읽기가 가능하다. 두 작가의 전시를 비교분석하며 비평에 대한 딜레마를 토로한 반이정의 글은 2012년 3월호 특집 ‘안녕하세요, 비평가씨!’를 다시 꺼내 읽게 한다.
《월간미술》은 정기간행물이다. 유통기한 혹은 유효기간은 오직 한 달. 그래서 대형서점 책꽂이에 한 달 넘게 꽂혀 있을 수 없다. 그 달에 팔리지 못한 책은 천덕꾸러기 재고상품으로 전락한다. 제때 팔리지 않아 몇 달이고 아니 몇 년째 먼지 쌓인 채 서점 책꽂이에 초라하게 꽂혀있는 시집이나 소설책 신세에 비하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월간미술》은 월간인 듯 월간 아닌 월간지다. 그러니 유통기간이나 유효기간 따윈 무시해도 좋다. 《월간미술》은 두고두고 다시 꺼내 보는 책이니까.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HOT PEOPLE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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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심향(趣向心向) : 미술평론가의 수집미학〉
이길이구갤러리 3.24~4.28

수집품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인품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한다. 한 사람의 취향을 비롯해 삶의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다양한 사물을 수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미술 작품뿐 아니라 고미술품, 아기자기한 취향을 반영한 소품과 문구류, 자신을 꼭 닮은 심슨 캐릭터 등 수집의 범주도 다양하다. 그는 수집한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수집미학》 을 발간하기도 했다. 서울 신사동 이길이구갤러리에서 박 교수의 소장품 30여 점이 공개됐다. 수집품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의 심미안을 살펴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실 박 교수는 본격적으로 수집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모으는 것은 투자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머니 사정상 구입 가격도 그리 비싸진 않다. 무엇보다 보는 순간 그를 매혹하는 것들이다. 그는 수집품을 창고에 쌓아 보관하지 않고 연구실 책상과 책장 위에 올려놓고 매일 눈길을 준다. 연구실 책상 앞 가장 잘 보이는 공간에는 삼국시대 토기들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수집한 토기만 100여 점에 달하는데 그는 아득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 질박한 형상이 아름답기 그지없다며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박 교수는 비평 행위나 수집 행위를 설명할 때 ‘편애’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비평이나 수집은 제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저를 사로잡는 무엇을 찾는 과정이죠. 전시를 보고 글을 쓰는 것, 골동품 가게를 둘러보고 물건을 사는 것이 분리된 행동은 아닙니다.” 감각의 촉수를 벼리며 자신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일관된 행위에 가깝다.
일단 수집의 단계에 들어서면 물건 하나를 사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단다. 그 역시 자신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하나의 체계를 세우는 일종의 분류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과정이 언젠가는 《수집 미학》의 후속편으로 소개될 것이다.
이슬비 기자

HOT PEOPLE | 이광례

《미술 철학사 1, 2, 3》미메시스 2016

미술을 바라보는 인식은 철학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철학이라는 시대의 인식에 대한 탐구가 미술을 보는 시각을 만드는 것이다. 근래 출간된 《미술 철학사 1, 2, 3》(미메시스)은 바로 서구 미술사를 바라보는 철학적 인식체계를 정리한 책이다. 총3권으로 구성된 《미술 철학사》는 강원대 철학과 이광래 명예교수가 10년을 준비해 펴냈다. 2656쪽에 달하는 방대한 노작(勞作)이다.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 권력과 욕망, 재현과 추상, 해체와 종말의 부제를 달고 있다. “이성의 체조에만 몰두해온 철학자에게 지적 피로골절을 치유하는 것이 미술이었다”는 이 교수는 “19세기 후반 학예의 칸막이를 걷어낸 이래 미술은 철학적 가로지르기의 중요한 사유공간”이라며 “독자에게는 ‘미술의 철학지도’를, 미술에 관심을 가진이나 종사자에게는 ‘철학적 미술지도’를 내보이고 싶었다”고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박사과정에 임한 현역작가들과 한 약속도 이유가 됐다. 서문에서 이 교수는 “미술사를 욕망의 계보학으로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의미는 그간 미술사가 외면했던 욕망의 울타리 밖도 살피자는 것이다. 유의미성의 범위를 넓혀보자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기에 이 책은 작가들이 철학을 하기 시작한 시기로 르네상스 시대를 지정하고 그 이후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뼈대를 ‘시대를 떠나 미술은 그 자체로서 의미’라는 유미주의적 관점을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바,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시대를 떠난 예술은 존재할 수 없지만, 시각 자체의 감각만으로 받아들여지는 예술도 없다”고 답했다. 인간 사유의 정서가 초시공간일 수 없다는 의미다.
책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데 있어 본지가 가진 고민과 저자와의 상통하는 고민의 지점이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미술의 지도는 갈래를 잡을 수 없는 만큼 ‘거대한 무질서’ 그 차체”라며 “전문가 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중은 통계적 의미일 뿐이다. 《월간미술》도 그 통계적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내년 《미술과 문학의 파타피지컬리즘》이라는 책을 펴낼 계획이다.
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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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미메시트아트뮤지엄에서 열린 이광래 교수의 저자 강연 장면

 

HOT PEOPLE | 이경순

〈Honesty-in your life〉누브티스 3.28~4.30

성북동에 위치한 누브티스(Nouveautes)는 갤러리와 카페, 고가구점, 레스토랑 등이 함께 들어선 복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누브티스는 ‘새롭다’는 뜻의 프랑스어 ‘Nouveau’와 ‘구상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Textele’를 합성하여 만든 이름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비전과 창조”,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구상”이란 의미를 담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는 태극과 팔괘를 응용해 디자인한 이른바 ‘히딩크 넥타이’로 유명세를 탔다. 또한 전직 대통령과 유명 정치인, 경영인 등이 이 대표가 디자인한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백제금동대향로, 해시계, 가야금,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디자인에 활용한다.
누브티스를 실제로 방문해 보니 넥타이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그간 디자인하고 수집한 넥타이와 스카프, 각종 액세서리 등이 고가구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경영자로서 이중 역할을 담당하던 이 대표는 최근 작가로 변신했다.
자신이 세운 누브티스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 대표는 전시 타이틀을 <Honesty-in your life>로 명명했다. 이 대표는 “넥타이의 기본 심지를 주제로 삼았다”며 “나비, 들꽃, 장미, 눈, 코, 잎, 와인글라스, 선물꾸러미, 옷걸이를 콜라주 형태로 풀어냈다”고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캔버스에 위의 요소를 그리고 그 위에 넥타이 형태로 천을 잘라 붙인 작품이 공간 여기저기에 설치됐다. 이 대표는 “솔직함, 정직, 당당함을 주제로 작가로서 하고픈 이야기를 화폭에 옮기게 되었다”고 이번 전시의 주제를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다양성을 담은 공간과 이 대표의 다방면에 걸친 욕심이 닮아있다는 느낌이다. 이 대표는 향후 제주와 파리에서도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석권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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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 대표가 디자인한 넥타이와 소품을 모아놓은 진열대 광경

 

HOT ART SPACE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4.8~17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74년 바그다드에서 열린 <제2회 아랍예술 비엔날레>와 천안문 사태와 베를린 장벽 붕괴가 일어나기 직전인 1989년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아방가르드전>. 이 두 전시를 재연하면서 2022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릴 ‘적도 콘퍼런스’를 추적해 나간다. 시공간의 개념을 넘어 불안의 시기에 작가들이 취하는 행위와 자세를 살펴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샤르자예술재단이 공동제작한 전시로 하산 칸의 〈아득한 추억에 관한 긴 간주곡이 있는 짧은 이야기〉, 5·18 민주광장에서 오디오 튜닝 차량을 통해 음향적 자유를 표현한 〈오토모빌〉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전시기간 내내 이어졌다. 전시는 아랍에미레이트 샤르자에서 6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제공 김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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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_가나 (7)

김병기 개인전
가나아트센터 3.25~5.1

김병기 화백은 평생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추상과 구상 등 이분법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형상성을 탐구해왔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는 미공개작과 신작 5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 제목 ‘百世淸風: 바람이 일어나다’는 일제강점기, 전쟁, 이민 등을 겪은 그가 살면서 힘들 때마다 읊었던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마지막 연의 한 구절 “바람이 일어나다. 살아야겠다”에서 따온 것이다. 100세에도 붓을 놓지 않은 김 화백은 고령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전시 개막식에 참석해 자신의 나이보다 작품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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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 (2)

artist’s achive-나의 10년의 기록
충무아트홀갤러리 3.11~4.3/4.8~5.8/5.13~6.6

현재 미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40대 작가 3명이 출품한 전시. 총 3부로 구성된 이 전시에 이현열(사진) 나형민 윤종석이 순차적으로 참여한다.
먹 선의 반복으로 작업하는 이현열, 여백을 살리며 한지에 토분을 이용한 기법의 나형민, 그리고 주사기를 이용해 점묘화 작업을 하는 윤종석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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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도시괴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4.5~5.29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레 드 도쿄와 교류 프로젝트로 열리는 전시. 두 기관의 레지던시 협업으로 양국의 작가 7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김아영 작가가 참여했으며 그가 기획한 퍼포먼스(사진)가 개막일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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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식 (2)

임동식 개인전
대전시립미술관 4.12~5.29

‘동방소년 탐문기’라는 부제를 단 작가의 개인전은 회고전 형식으로 꾸며졌다. 회화, 드로잉, 아카이브 등 총 165점이 출품됐다. 금강현대미술제, 야투(野投) 등 자연미술에 선구자 역할을 했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풍경 자체를 숙고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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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동행 (2)

사월의 동행
경기도미술관 4.16~6.26

전시가 개막한 날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수많은 추모객이 미술관 앞 분향소로 모여든 날이었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세월호 희생자를 추념하는 이 전시에는 22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과 상처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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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 개인전
조은숙갤러리 4.21~5.14

한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판화의 다양한 변화를 꾀해온 작가 구자현이 카날로그 레조네 형식으로 판화 전작을 다룬 도록 《구자현 판화 전작도록 1978-2016》의 출판을 기념해 개인전을 연다. 이번에 발간된 도록은 국내 판화 작가 중 전작을 한 권으로 묶은 드문 경우다. 특히 각 작품에 판화를 찍은 이의 이름까지 표기해 눈길을 끈다. 이번 출판물은 일본 아베출판사에서 출판 및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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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주 개인전
제주 중선농원 갤러리2 4.16~8.31

제주도에 핫(Hot)한 갤러리가 또 하나 생겼다. 제주시 영평길 269번지 중선농원 내에 문을 연 갤러리2(대표 정재호)가 바로 그 곳. 갤러리2 개관기념 전시로 중견작가 김홍주의 개인전이 8월까지 열린다. 특히 이 전시에는 나무를 깎고 채색한 김홍주의 입체작업이 처음 선보인다.
중선농원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문정인 교수의 부친이 생전에 가꾼 감귤농원으로 문 교수와 며느리 김재옥 부부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농원의 창고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큰 창고는 갤러리2 전시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해서 비영리로 운영되며, 작은 창고는 카페로 쓰인다. 부속건물은 예술인문서적 도서관 청신재(晴新齋)로 꾸며졌고 문 교수 부친이 거주하던 공간은 게스트 하우스(太麗莊)으로 변모됐다.
제주=이준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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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2)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3.26~5.31

1993년 처음 발간된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답사기》 1권은 ‘남도답사일번지-강진, 해남’으로 시작된다. 이 책에도 소개된 미황사는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 해남군 달마산 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자리 잡은 절이다. 1200년 역사를 지닌 미황사에 있는 누각 자하루가 미술관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그동안 자하루는 방학기간동안 어린이청소년에게 ‘한문학당’으로 사용돼 왔다.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열린 전시에는 미황사를 테마로 신작을 출품한 작가 32명이 참여했다. 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선두 김억 김영택 김은숙 김주호 김천일 김현철 민정기 박구환 박미화 박방영 서용선 손민아 송필용 신재돈 신태수 안윤모 안혜경 오원배 윤석남 윤후명 윤희수 윤혜덕 이수경 이수예 이인 이인성 이종구 조병연 하성흡 홍웅선 금강스님. 특히 이 전시는 해남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온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이 함께 주관했다.
해남=이준희 편집장

REGIONAL NEWS

대구

꿈틀거리는 산세가 맞닿은 서양화와 동양화
<Mountains전> 열려

산을 그림에 담는 독일과 한국 작가 2인전이 열리고 있다. 보데(Bode)갤러리에서 오는 5월 26일까지 이어지는 〈Mountains〉가 그것이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동 중인 하리 마이어(Harry Meyer)(사진 아래)는 대담한 원색의 물감을 캔버스에 듬뿍 발라서 두꺼운 질감을 내는 작가다. 대구 출신의 차현욱(위)은 먹의 짙고 옅음으로 역동적인 산수화를 그리는 한국화 작가다. 두 작가 모두 이번 전시의 주제인 산과 같은 풍경을 다룬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은 전통적인 화풍에 매이지 않고 혁신성을 따른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동?서양의 두 화가는 산이라는 대상을 공유한다는 점 이외에도 실재보다 주관적인 의식으로 걸러낸 추상성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시는 ‘그림 속에 담긴 에너지’를 강조한다. 기운생동이 강조되는 동양화의 필법을 사용하는 차현욱과 같은 작가의 작업에 대해 에너지 혹은 기를 언급하는 게 흔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하리 마이어가 작품에서 에너지에 관해 해석한 점이 눈에 띈다. 관객들이 이들 작품에서 관념적인 비유로서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은 꿈틀대는 붓질의 흔적이다. 이런 힘은 산을 담은 그림을 좀 더 추상적인 회화로 거듭나게 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이며 전통적인 산수화 기법을 구사하던 차현욱은 최근에 이르러 형상을 하나의 패턴처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하리 마이어 또한 자연을 모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관적인 감정을 끌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두 주인공은 보데갤러리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작가들이다. 하리 마이어는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갤러리 본점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전시를 치른 바 있는 전속 작가다. 또한 차현욱은 작년에 〈보데 청년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된 화가로서, 독일 전시를 포함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데갤러리가 한국 진출 이후 보여주는 행보는 여러 가지로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소속된 작가들을 반복해서 노출시킴으로써 해당 작가와 미술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쌓는 경영 전략이다. 유명 작가들을 잇달아 초대하여 갤러리 위상을 과시하거나 단기 이윤을 얻으려 하는 상당수의 화랑과 보데갤러리의 전시 사이클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어떤 관점에서 현 풍토를 거스르는 면모까지 보이는 보데의 행보는 미술계가 눈여겨봐야 할 현상이다.
윤규홍 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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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주 〈이성의잠〉 캔버스에 유화 130×390cm 2016

배남주 〈이성의잠〉 캔버스에 유화 130×390cm 2016

부산

‘나’를 찾아가는 길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열려

‘삶’과 ‘여행’이라는 단어가 서로 자주 비유되는 것은 낯선 환경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7일까지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맥화랑에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전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삶이라는 여행 길 위에선 30대 작가들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작품이 구성됐다.
조각작업을 선보인 감성빈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직면한 아픔과 슬픔을 타인의 형상을 빌려 이야기한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완성된 작품을 통해 각자의 슬픔을 위로받기를 바란다. 회화작업을 선보인 배남주는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중간세계를 ‘대안적 이상세계’로 설정하고,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이미지와 대안적 이상세계의 이미지를 200호 사이즈의 거대한 캔버스에 함께 풀어냈다. ‘부엉이 작가’로 알려진 한충석의 회화작업은 부엉이에게 투영한 작가의 모습을 통해 변모하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는 사회적, 관습적으로 정리된 질서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정립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은경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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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폴리3(2)

광주

‘맛과 멋’으로 광주시의 일상을 새롭게 물들이다
광주폴리Ⅲ 참여 작가 발표

4월 8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와 천의영 광주폴리Ⅲ 총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폴리Ⅲ 참여 작가와 주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시의 일상성’을 폴리의 새로운 핵심 개념으로 내세운 이번 광주폴리Ⅲ의 세부 주제는 ‘맛과 멋’이다. 천의영 총감독은 “도시를 경험하는 일상적인 화두로 접근해 새로운 광주폴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주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올해는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이자 건축그룹 MVRDV의 공동 대표인 위니 마스(Winy Maas), 독일의 미디어아티스트이자 건축가인 얀 에들러(Jan Edler) 등 해외 작가를 비롯해 건축가 조병수, 2014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대표작가 문훈, 신예 건축가 김찬중, 미디어아티스트 진시영, 외식 사업가 장진우 등이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7명이 참여한 이번 폴리는 건축의 시각적 요소와 음식의 미각적 요소가 접목된 형태를 통해 지난 광주폴리의 연계성을 갖는 동시에 일상 속의 광주폴리를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폴리Ⅲ은 설치물 수도 4개로 대폭 줄여 8개였던 지난번과 달리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전망대 역할을 담당할 뷰(View) 폴리, 광주비엔날레와 네덜란드창조산업기금(Creative Industries Fund, NL)의 상호 협력으로 진행되는 GD(Gwangju Dutch) 폴리, 맛집형 폴리를 통한 도시재생을 꾀하는 쿡(Cook) 폴리, ‘빛의 산책’을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아트 뻔뻔(FunPun) 폴리 등 총 4개의 건축물로 구성된다.
곽세원 기자

광주 (1)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보다
비움박물관 개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쌀독, 잠든 아이들 옆에서 어머니가 실을 잣던 물레….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하는 생활소품들이다. 1960년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우리나라 가정도 현대적 생활양식으로 바뀌었다. 가마솥은 전기밥솥이, 베틀로 짜던 무명천은 나일론이 대신하면서 쓸모가 없어진 구닥다리들은 고물상 또는 아궁이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 20세기 초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용품을 한자리에 모은 비움박물관(관장 이영화)이 광주에 문을 열었다. 이영화 관장은 지난 40년간 직접 사용했거나 전국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는 민속품 수 만 점을 수집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옛 물건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 위해 지난 2년동안 건물을 신축하고 수집한 민속품을 정리해 박물관을 세운 것. 5층 규모(1300㎡)의 박물관은 광주시 동구 대의동 전남여고 길 건너편 옛 광주읍성 동문인 ‘서원문터’에 자리 잡았다. 이 관장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했지만 박물관 주제와 입지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가 상통했다.
박물관 외관부터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독특한 모양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곧게 세워진 기다란 나무기둥 3개는 처마 밑 기둥을 연상시켰다. 회색 시멘트 외벽에 큼직하게 설치된 나무 조형물은 창호지를 덧씌웠던 문틀 모양이다. 이 관장은 “시집와서 살림을 정리하다 시할아버지 편지함을 버리려는데 오래된 물건이라 선뜻 버릴 수가 없었다”며 “그 이후부터 가난이 묻어 있다고 업신여겼지만 선조들의 삶의 일부분을 담당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세월의 장터’를 큰 주제로 1층은 ‘겨울’, 2층은 ‘가을’, 3층은 ‘여름’, 4층은 ‘봄’ 테마로 구성됐다.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을 자랑하는 5층 옥상에는 장독대가 펼쳐져 있다. 박물관 곳곳에는 이 관장이 전시품을 소재로 쓴 시 액자가 걸려있다. ‘…여기 서있는 물건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감동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는 시 ‘민속이 머무는 곳’에서 박물관 개관을 앞둔 그의 마음이 전해진다.
박진현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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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1)

전주

석전 황욱의 모습을 보다
석전의 흉상 제막식과〈기증유물특별전〉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황병근 선생 기증유물특별전Ⅱ〉를 개최했다. 석전(石田) 황욱(黃旭, 1898~1993) 서거 23주기를 맞아 흉상 제막식에 이어 4월 7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석전의 아들 황병근이 기증한 유물 가운데 석전의 서예작품과 수집품 158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계속된다. 황병근은 1999년 수집한 문화재 5000여 점을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하였고 2000년, 2002년, 2012년에도 추가로 기증한 바 있다. 문화재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고자 하는 기증자의 뜻을 국립전주박물관은 학술자료 발간과 전시회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석전 황욱은 1898년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태어났다. 손바닥으로 붓을 잡는 악필(握筆)로 널리 알려져 있다. 65세에 수전증이 오자 우수 악필로 극복하고 오른손마저 불편해지자 좌수 악필로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악필과 함께 하나의 필획을 쓸 때 세 번을 꺾듯이 쓰는 삼과절법(三過折法)을 폭넓게 활용했다. 이러한 필법을 적용하여 마치 괴석처럼 꿈틀거리는 형상의 독창적인 서체를 구사했다. 석전의 작품은 화엄사와 오목대 등의 현판 글씨로도 남아있다.
이번 전시 오픈에 앞서 4월 6일에 〈석전 황욱 선생 흉상 제막식〉이 석전 기념실에서 열렸다. 만년의 모습을 새긴 선생의 흉상은 전북대 미술학과 엄혁용 교수가 제작했다.
최정환 미술비평

ART BOOK

화가 고희동의 일생

조은정《춘곡 고희동》 컬처북스 2016

한국 사람들에게 춘곡 고희동(春谷 高羲東, 1866~1965)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서화협회 창립자’로 알려져 있다. 1909년부터 4년간 동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우고 귀국했으니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수식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막상 그의 일생이나 당시의 평가에 관해 제대로 아는 독자는 거의 없다.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조은정 교수는 2015년 10월, 고희동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춘곡 고희동》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서화협회 창립자라는 화려한 수식어 이면에 가려진 고희동의 일대기와, 관리로서의 입장 및 그에 대한 당시의 평가를 풍부한 사료로 고증하며 찬찬히 밝혀나갔다. 또한 고희동과 동행한 예술인을 고찰하면서 한국 근대 화단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우선 저자가 중점을 둔 부분은 미술계 활동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고희동의 신상이다. 1장 <비파동 고씨 집>에서는 고희동의 가계 즉, 부친 고영철과 그 형제 및 고희동의 형제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고희동은 1886년 음력 3월 11일 고영철(高永喆, 1853~1911)의 4남 중 3남으로 태어났다. 고희동의 집안은 잡과(雜科) 합격의 역관 출신자를 여럿 배출한 이름난 중인 가문이었다. 아버지 고영철도 수표교 근처에서 활동한 육교시사의 구성원이었고, 중국어 역관으로 영선사 학도로 선정될 만큼 역량 있는 관리였다. 역관 출신 중인 계층의 관리라는 입장과 이를 통해 형성된 대외적인 교유 관계는 고희동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장 ‘관립 한성법어학교’에서는 고희동의 학창 시절을 주목했다. 아버지 고영철은 고희동을 보통 소학교로 보내지 않고, 관립 한성법어학교에 입학시켰다. 과거가 폐지될 무렵, 프랑스와 대한제국의 이권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관직 진출을 위한 지름길이 프랑스어 수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세인 1899년 9월에 한성법어학교에 입학한 고희동은 4년 정도 이 학교에 머물면서 그의 일생을 바꾼 신세계를 경험했다. 우선 미술교사 레미옹(Leopold Remion)을 만나 서양화를 접한 사건이다. 고희동은 한성법어학교의 설립자 마르텔의 초상을 그린 ‘레미옹 선생’을 보고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고 증언했다. 그만큼 서양화라는 장르는 그에게 충격이었던 것이다. 또한 교과 성적표에서 ‘미술’이라는 과목이 발견되어, 그가 관립 한성법어학교에서 미술을 직접 배웠음을 알 수 있었다.
4장 ‘동경유학’에서는 관리와 미술이라는 두 영역을 평생 짊어지게 된 고희동의 일본 유학을 고찰했다. 고희동은 대한제국의 관리로 재직한 1906년 무렵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당시 궁내부 차관이었던 고미야 미호마쓰(小宮三保松, 1859~1935)가 내린 일본 출장의 명을 받아 도쿄로 건너갔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그림공부를 위한 도일이 아닌 식민지와 다름없는 한국에 일본으로부터의 공적인 서양화 수용을 의도한 조처”로 판단한다. 또한 신문물로 간주된 미술 수학과 프랑스 사람과의 교유에서 경험한 서양미술에 대한 개인적 동경에서 비롯된 행적으로 추정한다. 고희동의 일본 유학 생활 중에 한일합방이 되어 관료의 입장에서 출장 명목으로 연구한 미술을 이제 예술가의 입장이 되어 수학하는 처지도 지적했다.
7장 ‘서화협회 시대’에서는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운 고희동이 귀국 후 서양화가 아닌 전통서화를 원하던 시대의 궁내부 관리답게 동양화를 제작한 사실도 언급했다. 저자가 힘을 주어 기술한 부분은 고희동과 전통화단의 관계이다.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직함과 함께 회자되는 서화협회 창립자라는 타이틀만으로 고희동을 평가하기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전통화단은 서양화를 배운 고희동을 높이 평가하고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막상 고희동은 스승인 안중식(安中植, 1861~1919), 조석진(趙錫晉, 1853~1920)이 세상을 뜨자 동양화의 전통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고희동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남긴다.
10장 ‘권력의 규칙’에서는 광복 이후 철저히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선택한 고희동의 정치적 입지와 미술계에서의 지위를 기술했다. 고희동은 국가가 개입하여 예술을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창설에 깊이 관여하면서 정치가와 미술가의 두 가지 행보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후 일흔이 넘은 고령에 고희동은 노익장의 화가가 아닌 정치가로 입문했고, 74세에 민주당 공천 신청자 중 최고의 나이로 지금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서울특별시 참의원에 당선되었다. 그의 유창하고 시원한 연설만으로 기적같이 이룩된 당선이었으며 미술인으로서 처음 일궈낸 쾌거였다.
이렇듯 저자는 미술가와 정치가의 삶을 동시에 영위한 고희동의 일생과, 그가 머문 시대의 예술을 동시에 조망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일대기와 가족 및 교우관계를 파악하고자 방대한 양의 관련 자료를 발굴했고,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독자에게 합당한 정보를 제시했다. 최초의 서양화가, 최초의 예술원 회장, 최초의 국전 심사위원장, 최초의 고령 참의원…. 이제 언제나 선구자였던 ‘고희동’이 입체적으로 기술된 이 저서를 읽으며 근대로의 여행을 떠날 차례이다.
송희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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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김정헌의 이야기 그림·그림 이야기
김정헌 지음
작가 김정헌이 자신의 작품을 총망라한 화집과 함께 작가노트, 평론을 엮어 발간한 책이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 본능’으로 그림 또는 그림에 등장한 인물들이 직접 발화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의 모든 그림에 시각적 서사들을 담았다.
헥사곤 368쪽·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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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4)추사코드
이성현 지음
문예인이 아닌 정치인 추사 김정희를 이야기한다. 지금껏 추사의 작품이 표피적으로 해석되어왔음을 지적하며 서화 속에 숨은 그의 정치관과 정책방향 그리고 정치 후계자 육성을 위한 은밀한 설계 등을 상세하게 파헤친다.
들녘 45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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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5)철학자의 여정
유지은 지음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과 함께 충청남도의 숨은 명소 9곳을 소개한다. 기다림, 우국충정, 효, 우정, 희생, 배움, 재능, 전통을 각 장의 키워드로 삼아 설명함으로써 단순히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일반 여행서와 차별화했다.
이야기나무 120쪽·1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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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1)월급쟁이, 컬렉터 되다
미야쓰 다이스케 지음/지종익 옮김
평범한 직장인이 1994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해 현재 300여 점의 컬렉션을 일구어낸 과정과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작품을 구입하고 보존 및 보관하는 방법 등 컬렉팅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아트북스 164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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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2)백남준 이후
이은주 지음
한국 미디어아트의 계보와 담론을 다룬 자료가 부재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미디어작가 15명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후대 작가들의 행보를 살펴봄으로써 1980년대부터 태동 하기 시작한 미디어아트의 계보를 조망하고자 한다.
미디어아트 플랫폼·유피 453쪽·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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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7)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르네상스 후기 종교개혁의 말기였던 16세기 후반, 격동의 진원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카라바조의 일대기와 작품을 다룬다. 작품의 극적인 명암 표현을 성(聖)과 속(俗)으로 해석해 그를 가장 사실주의적 그림을 그린 화가로 평가한다.
21세기북스 412쪽·2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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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8)피드백 노이즈 바이러스
데이비드 조슬릿 지음/안대웅·이홍관 옮김
미술잡지 《옥토버》의 편집위원 데이비드 조슬릿의 첫 번역서다. ‘생태형식주의(eco-formalism)’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하며 이미지 자체가 갖는 정치성을 설명하고 미술사와 시각문화가 어떻게 정치적 절차에 참여 가능한지 보여준다.
현실문화 31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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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0)나혜석, 운명의 캉캉
박정윤 지음
처음에는 연민에 끌렸고 그 후엔 애정으로, 마지막엔 슬픔으로 남은 나혜석의 일대기를 한 편의 소설로 빚어냈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틀을 통해 그녀의 비극적 운명에 한 배를 탄 주변 사람들의 운명을 엮으며 면밀히 풀어간다.
푸른역사 42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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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3)조선의 아트저널리스트 김홍도
이재원 지음
해학과 풍자로 조선 백성들의 삶을 그린 화가 단원 김홍도. 그의 풍속화가 사실은 그를 총애한 정조의 명에 의해 그려진 ‘민생 보고서’이자 ‘국정 참고자료’였음을 밝히고, 이를 통해 오늘의 정치 현실을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살림 496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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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6)예술가의 여관
임수진 지음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나혜석, 김일엽, 이응노의 작품과 삶을 그들이 묵었던 수덕여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했다.
이야기나무 164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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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9)모네가 사랑한 정원
데브라 맨코프 지음/김잔디 옮김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손수 가꾼 지베르니 정원과 함께 논한 책이다.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실제 자연환경에 구현함으로써 삶과 예술의 진정한 합일을 이룩한 작가 모네의 예술세계를 살펴본다.
중앙 books 243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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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12)공예로 생각하기
글렌 아담슨 지음/임미선 등 옮김
공예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옛 공식에서 벗어나길 제안하며 오히려 공예가 미술과 다른 점을 부각했다. 대리보충, 물질, 기술, 목가와 아마추어 문제 등 공예가 지닌 특성을 검토해 미술 내에서 공예가 갖는 입지를 재점검했다.
미진사 308쪽·18,000원

ART JOURNAL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를 한데 모았다
호암미술관, 〈세 가지 보배: 한국의 불교미술전〉 개최

한국 불교의 특징과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호암미술관에서 4월 5일부터 11월 6일까지 계속되는 <세 가지 보배: 한국의 불교미술전>이 바로 그것이다. 5월 14일이 불기(佛紀) 2560년을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번 전시는 불교를 구성하는 세 가지 근본 요소, 즉 삼보(三寶)를 기준으로 구성되었다. 삼보란 우주의 진리를 깨달은 부처를 의미하는 불보(佛寶), 부처의 가르침인 불경을 가리키는 법보(法寶) 그리고 계율을 지키고 불도를 닦아 실천하는 승려를 뜻하는 승보(僧寶)를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부전시는 1부 ‘부처의 세계’, 2부 ‘부처의 가르침’, 그리고 3부 ‘구도의 길’로 각각 명명됐다.
전시에는 국보와 보물 각 7점을 비롯해 총 40여 점의 불화, 불상, 사경, 불구 등이 출품됐다. 주요 출품작을 살펴보면 1부에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가지 주요 장면으로 그린 <팔상도(八相圖)>(조선, 18세기, 위 사진)와 제작 과정이 명문에 밝혀진 국보 85호 <금동 신묘명 삼존불(金銅 辛卯銘三尊佛)>과 삼국시대 유일한 삼존불인 국보 134호 <금동 보살 삼존상(金銅菩薩三尊像)> 등이 눈에 띈다. 2부에는 섬세한 묘사와 필선이 금색으로 표현된 국보 235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紺紙金泥 大方廣佛華嚴經普 賢行願品)>과 대승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공(空)사상을 담은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初雕本大般若波羅蜜 多經)>(국보 241호)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장승업의 <송하고승도(松下高僧圖)> 등 고승을 그린 회화작업과 고려와 조선시대에 제작된 법구 및 불교 관련 공예품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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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미술사학 권위자의 갑작스런 타계
김미경 교수 별세

DF2B6890김미경 강남대 교수가 지난 4월 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58세. 고인은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적인 저서로 《한국의 실험미술》, 《모노하의 길에서 만난 이우환》 등이 있다. <제11회 하종현미술상(평론부문)>을 수상했으며 현대미술사학회 회장, 한국예술연구소 (KARI) 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의 실험미술과 단색조 예술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해왔다. ‘단색화’의 용어에 대한 재검토부터 국제적인 전시와 세미나를 기획하는 등 국내 미술자료 아카이브에도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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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수상소식
〈제7회 홍진기 창조인상〉〈제1회 박수근미술상〉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이 〈제7회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5월 9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 원과 상패 및 메달이 주어진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인재 발굴과 지원에 힘을 쏟았던 홍진기 前 중앙일보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2010년 제정된 상으로, 문화예술·과학기술·사회발전 세 분야에서 창의적인 업적을 남긴 개인 혹은 단체를 뽑아 상을 수여한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미술상도 있다. 박수근 화백의 정신을 계승하고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박수근 미술상〉이다. 첫 수상자로 작가 황재형이 선정됐다. 중앙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황재형은 강원도 태백에 정착한 1983년부터 탄광촌 광부들의 일상과 그곳 풍경을 그려온 작가다. 심사위원들은 “무게감 있는 색감과 인본주의적 리얼리즘을 구사해온 그의 작품은 시각적 자극이 난무하는 동시대 미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5월 6일 박수근 미술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0만 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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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선박, 초현실주의 건축으로 변신
신스랩 아키텍처(신형철),〈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최종 선정

신형철 건축가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과 현대카드 (대표이사 정태영), 뉴욕 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2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에 신스랩 아키텍처(신형철)가 최종 선정됐다. 선정된 팀은 1000만원의 상금과 별도의 작품제작 설치 지원을 받는다. 작품 제목은 ‘템플 (Temp’l)’. 템퍼러리(temporary)와 템플(temple)의 합성어이다. 임시로 설치되는 파빌리온 형태의 명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버려진 선박 내부를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규모, 조형성, 재활용이라는 3가지 개념을 바탕으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7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 마당과 제8전시실에 선보인다. ‘쉼터, 그늘, 물’을 주제로 진행해온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2014년 문지방(권경민 박천강 최장원)의 〈신선놀음〉, 2015년 SoA(이치훈 강예린)의 〈지붕감각〉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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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예술창작기지 (1)

국내 유일의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1주년 맞아 다양한 볼거리 마련

4월 22일 거리예술 및 서커스예술 창작기지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개관 1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이 기획한 이번 행사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를 모은 공연 3작품, 거리예술전문가 양성과정인 ‘구조물 기획·제작’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형전시를 선보였으며 국내외 거리예술, 서커스 관련 도서, 간행물, DVD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을 공개했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진행될 창작지원사업에 서커스 장르를 새롭게 추가해 서커스 창작활동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교육 대상도 초등학생과 청소년으로 확대해 전문가 육성과 거리예술, 서커스 기반을 넓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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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 (1)

시대를 비춘 거울로 시간의 궤적을 읽다
윤광준 사진전〈달아난 시간의 발라드〉

지난 4월 7일부터 17일까지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사진작가 윤광준의 〈달아난 시간의 발라드전〉이 열렸다. 파버 카스텔(Faber-Castell) 창립 255주년 기념 초대전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 윤광준은 1980~1990년대를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사건을 주로 기록하며 사진을 시대의 기록물로 간주해온 여타 사진가들과 달리 그의 렌즈는 유독 ‘사람’을 향했다.
“실재했던 기억이 오늘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윤광준. 그는 작고 낡은 흑백필름을 5000만 화소의 최첨단 카메라로 재촬영해 1200×1800cm, 1120×70cm의 크기로 프린트 하는 등 작품 제작에도 과거와 현재를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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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의 현대적 재해석
뉴욕에서〈장치길 개인전〉열려

한국 전통화와 일본의 판화 방식을 재구성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 장치길이 5월 6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뉴욕 텐리문화학회(Tenri Cultural Institute)에서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민속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공간에서 오브제로 표현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주목되는 시리즈는 고향인 통영의 풍경을 전통적인 색상으로 담은 향토색 짙은 작업이다. 한국적인 색을 재현해내기 위해 분채와 석채 등의 재료를 사용해 한국전통의 색채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작가 장치길은 1961년 통영에서 태어나 계명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92년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통영 부산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매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11월 〈제3회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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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명호, 작품 무단 도용한 英디자이너 상대로 미국서 소송
사진작품에 대한 국제적 보호 안건 본격적으로 제기

사진작가 이명호가 4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패션디자이너 마리 카트란주(Mary Katrantzou)가 자신의 작품 〈나무…#3〉(위 사진)을 표절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마리 카트란주가 ‘마리 A to Z’ 컬렉션 중 알파벳 T에 해당하는 반팔 T와 가방(아래 사진)에 자신의 작품 일부를 무단으로 도용 및 변형했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인정과 손해 배상, 제품 판매 및 홍보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 중임을 밝혔다. 소송가액은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원)에 달하며 오는 7월 재판 예정이다. 경기도 시화호 인근에서 촬영된 〈나무…#3〉은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세운 뒤 멀리서 찍은 작품으로, 회화와 사진의 재현에 관한 미술사적 담론을 다룬 이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명호 (2)이명호 (1)

 

 

 

 

 

 

아틀리에스토리전_04

한국미술의 대중화를 꿈꾸다
sky A&C 주관〈아틀리에 Story전〉열려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틀리에 Story전〉이 열렸다. 스카이라이프와 스카이TV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에서는 스카이A&C에서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 〈아틀리에 STORY〉 시즌 1, 2편과 단색화 편에 출연한 강찬균 강형구 김근중 김호득 등 작가 22인의 작품 200여 점이 출품됐다. 또한 작가들의 스케치, 재료, 도구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작업실을 옮겨와 재현했다. 이를 통해 작업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시각화해 보여줌으로써 관객과 작가의 거리감을 좁혔다. 회화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현대미술의 이면을 다각도로 접근해 보여준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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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탐방

“작업실에서 미술관으로” 엄미술관

철, 구리 등 금속과 알루미늄 등을 사용한 추상조각으로 한국 추상조각 1세대 축을 이룬 조각가 엄태정(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의 이름을 딴 엄미술관(관장 진희숙)이 경기도 화성시 봉담에 들어섰다. 미술관이 들어선 공간은 작가 엄태정이 작업실로 사용하던 곳으로 원로 작가의 지난 30년간의 예술적 흔적이 묻어난다. 우선 고 김성국 교수의 설계로 지어진 건물을 포함한 총 4동의 작업 공간 중 한 동을 미술관으로 설립허가 받고 개관했다. 앞으로 차츰 전시공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엄미술관은 지난 몇 년 전부터 지역의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면서 작업 공간, 수장고 이상의 문화공간 역할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26일 개관식을 열고 정식 미술관으로서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개관전은 ‘문자 추상’으로 잘 알려진 남관의 회화작품으로 꾸며졌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진희숙 관장은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서 아뜰리에705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살려 다소 평가절하된 원로 작가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엄미술관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특별전은 1년에 3~4회 정도 준비 중이다. 원로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는 1층과 달리 2층은 엄태정의 조각과 드로잉이 전시되는 상설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상설 전시장이지만 시기에 따라 작업을 바꿔가며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야외 정원에서도 그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진희숙 관장은 “작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이자 그의 작업장을 미술관으로 변형한 만큼 완성도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한다. 또한 문화시설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기도 화성시에 등록된 사립미술관으로서 지역문화공간 역할도 하고 싶다”며 미술관 운영 방향을 내비쳤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융·건릉에 인근해 자리해 앞으로 문화예술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화성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www.ummuseum.com)
임승현 기자

엄미술관 (6)

BRIEFING

미술전문지 기자란?

특집 제목을 결정하느라 마감 막바지까지 고심했다. 이슬비 기자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서 ‘자본주의-신자유주의 그리고 예술의 딜레마’라는 타이틀을 뽑아냈다. 딜레마라는 말처럼 이번 특집은 한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내용 전체를 차분히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야 비로소 그 의도가 조금씩 파악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처럼 이슬비 기자는 이번호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이런 성격의 특집을 여러 차례 제안하고 만들어 냈다. 가깝게는 2014년 3월호 <샤먼으로서의 예술가>, 6월호 <예술에서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11월 <이것은 여행이 아니다> 그리고 2015년 5월호 <시선의 정치, 동물원을 다시본다> 등이 좋은 예다. 무엇하나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흡사 막연해 보이거나 어마어마한 거대담론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슬비 기자는 이런 주제에 겁 없이 도전한다. 그리고 결국 곰삭은 결과물을 내놓는다. 바로 이런 점이 이슬비 기자의 차별화된 능력이자 장점이다. 아무튼 나는 이번 특집을 보면서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외쳤던 체 게베라(Che Guevara, 1928~1967)가 불현 듯 떠올랐다.
한편 《월간미술》은 지난달 수습기자 한명을 새로 채용했다. 응모한 수십 명의 지원서류를 봤다. 기본적인 신상명세가 담긴 이력서와 A4 두 장 분량의 자기소개서 가운데 이력서를 먼저 대충 훑어봤다. 우열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지원자 대부분은 석사학위 이상의 고학력자였고, 요즘 말로 ‘스펙’도 빵빵하고 경력도 화려했다. 심지어 ‘수습’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과분한 이력의 소유자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아주 꼼꼼히 읽었다. 객관적 사실과 정보만 담긴 이력서만으론 변별성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소개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기계로 찍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글쓰기 형식이나 내용이 대동소이했다. ‘대치동 논술입시학원에서 이런 걸 가르치나?’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이런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자칫 현란한 글재주에 홀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행간에 담긴 진정성을 간파(看破)하려 애썼다.
서류심사를 거치고 면접까지 통과해서 곽세원 씨가 수습기자 최종 합격자로 선발됐다. 곽세원 씨는 자기소개서에 이렇게 썼다. “미술기자는 큐레이터와 비평가의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많은 직업이 기계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하지만, 인간의 ‘감성’을 다루는 일, 즉 ‘예술’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숭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다루고 전달하는 ‘미술기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험난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초짜 수습기자가 부디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이번호부터 새로운 모니터 요원의 의견이 실린다. 따끔한 충고와 냉철한 비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격려와 조언을 기대한다. 2015년 4월호부터 올 3월호까지 1년 동안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해 준 6기 모니터 네 분, 배정인 이강호 이병일 홍지수 님께 이 자릴 빌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COLUMN

뉴(디지털) 미디어아트 시론

뉴미디어 작가 클레멘트 발라의 <Postcards from Google Earth>(2010-) 프로젝트 이미지 중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외곽지역 교량들의 모습인데 한결같이 올록볼록한 것이 요철이 많은 도로처럼 보인다. 실제 교량이 저런 형태로 존재한다면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작가는 2010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디지털 매핑을 통해 2차원으로 구현된 지구 표면을 훑어나갔다.
그리고 어딘가에 존재하는 구글어스의 ‘오류’들을 찾아내어 아카이브해왔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알고리즘의 오류 혹은 프로그램 오작동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언뜻 글리치 현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구글어스의 알고리즘과 프로그램 실행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구글어스가 위성으로부터 받은 데이터의 양이었다. 특정 지역에 구글어스 알고리즘의 데이터 처리능력을 초과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제공되다 보니, GPS 데이터와 위성사진 이미지가 매핑되는 과정에서 현실에서는 멀쩡한 교량들이 엿가락처럼 휘거나 늘어진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 작가의 집요한 추적의 결과들은 하이퍼-리얼한 재현이 붕괴되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보는 이의 지각이 당혹스러운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인 것이다.
최근의 뉴미디어 아트 작가들은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이 실행되는 과정을 역이용함으로써, 관찰과 데이터 수집의 대상을 프로그램 자신으로 역전시켜버린다. 프로그램이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타자화함으로써 관찰 대상으로 인지하고, 프로그램 자신이 목적 수행의 대상으로 역설정되는 것이다. 스털링 크리스핀의 <Data Mask>(2013)는 유전 알고리즘이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충족시킬 때까지 무작위적으로 얼굴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알고리즘에 의해 인공적으로 생성된 얼굴이 기계의 눈에는 얼굴로 인식됐지만, 인간의 눈에는 전혀 얼굴처럼 보이지 않았고 울퉁불퉁한 얼굴 표면은 오히려 괴기스러운 가면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이처럼 테크놀로지가 구현되는 프로세스를 실험적으로 다룸으로써 테크놀로지의 모순과 불완전성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전혀 새로운 이야기들이 갑론을박처럼 오가는 ‘장(場)’이 형성되는 것, 이것이 최근 뉴미디어 아트의 특징이다.
뉴미디어 작가들에게 시스템 오류나 에러,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의 불완전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연계된 담론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글리치 미학의 경우 의도적 혹은 우연적으로 발생한 디지털 에러들을 실패로 간주하지 않고, 오히려 테크놀로지의 내밀한 속성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 또한 글리치로 인해 파괴되고 변질된 데이터는 예술가에 의해 사운드, 웹, 이미지, 비디오, 실시간 오디오, 비디오 퍼포먼스 등을 위해 재가공된다. 1997년 IBM의 슈퍼 컴퓨터 ‘딥블루’가 카스파로프와의 체스 대결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대결 중 딥블루에 발생한 글리치 현상 혹은 프로그램의 버그 때문이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WIRED》, 2012년 9월) 테크놀로지 그리고 뉴미디어 아트 사이의 실험적인 매칭과 그 결과들이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누구도 매체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으며 결과도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공보다는 실패,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테크놀로지와 뉴미디어, 디지털 아트 주위의 담론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이유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긴밀하게 연결된 최근의 뉴미디어 아트는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어떤 예술매체보다 중요하다. 온라인의 수많은 이미지 파일은 어딘가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어 개인의 블로그나 웹페이지로 링크시켜 사용하곤 하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링크는 늘 불안하기만 하다.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디지털 아트를 컬렉션하고 아카이브하고 있지만, 동시에 디지털 아카이브와 보존 프로세스 및 플랫폼 개발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병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도를 아카이브와 보존 속도가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술품 보존 전문가뿐만 아니라, 엔지니어(하드웨어)와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의 협업 없이는 아카이브와 보존 프로세스 개발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큐레이터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히트를 비롯해 최근 활발하게 활동 중인 큐레이터와 디렉터들이 주목하는 현상이 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젊은 작가들이 테크놀로지 및 뉴미디어 아트와 교감하고 반응하여 보여줄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그것이다. 꼭 테크놀로지나 뉴미디어 아트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20여 년 동안의 삶에 함축된 디지털 세포들이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과학, 공학, 의학, 음악 등 장르와 매체를 불문하고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배남우 APAP(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위 클레멘트 발라(Clement Valla) <Postcards from Google Earth>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