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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2016년 주요 전시

임승현 기자

2015년 국내 미술계는 이제는 공식처럼 자리 잡은 ‘비엔날레 쉬는 해’를 어느 해보다 활발하게 보냈다. 우선 ‘광복 7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이슈가 비엔날레의 공백을 채우는 대규모 전시의 중추 역할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만 3개의 동일 주제 전시가 열렸으며 광복, 통일, 북한 등의 역사적 키워드가 대두했다. 또 다른 전시 흐름으로 ‘비미술의 미술관 유입’을 들 수 있다. K-pop 아이돌 스타 지-드래곤이 참여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서울시립미술관, 2015.6.9~2015.8.23)은 대중문화와 미술관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다. 포스트 뮤지엄을 지향하며 미술관의 문턱을 낮춘다는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조화된 전시 구성, 아이돌의 성급한 예술가 만들기 프로모션이라는 비판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중문화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공론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국내 패션 전시의 질적 향상으로 평가받은 〈디올 에스프리〉(DDP, 2015.06.20~2015.8.25) 역시 범시각문화의 미술관 진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시다. 허영만의 만화를 조명한 대규모 개인전, 스탠리 큐브릭, 필립 가렐 등의 영화도 줄줄이 전시장으로 들어왔다. 이 밖에도 건축가 조민석이 감독해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한반도 오감도전〉(아르코미술관, 2015.3.12~2015.5.10) 부터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조명한 〈한국건축예찬: 땅의 깨달음전〉(삼성미술관 리움, 2015.11.19~2.6) 등 건축 관련 전시가 지속적으로 이어진 점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었다. 이러한 미술관의 장르 확대는 ‘전시’라는 매개체가 미술계 내부에서 통용되는 문법에 국한되지 않고 범문화 장르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적극적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전시 활용 및 구성’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전시만큼이나 떠오른 이슈는 ‘미술시장’이었다. 〈KIAF〉의 경우 차별화된 VIP 관람방식, 페어 속 공공미술전 등 홍콩 아트바젤을 벤치마킹함으로써 국제적인 트렌드를 따르려는 시도가 있었다. 또한 국내외 시장에서 단색화가 미술시장의 키워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반면 새로운 시장의 등장도 눈에 띈다. 신생 공간을 중심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굿즈 2015〉(2015.10.14~18)는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미술 행사 중 하나였다. 기존 미술시장의 형태를 탈피하고 작업과 상품의 중간지대에서 작가들이 부스를 차리고 소비자를 직접 만났다. 이 행사는 관객-소비자, 예술가-생산자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로써 시장에 새로운 층이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부풀었다.
새로 개관한 거대한 몸집의 국립기관도 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04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이 꾸려진 지 10년 만에 공식 개관했다. 오랜 기간 속 끓이던 문제에 종지부를 찍은 국립기관도 있다. 1년 반 이상 공석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직에 최초로 외국인 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가 취임한 것이다. 마리 관장은 지난해 3월 바로셀로나 현대미술관장 재직 시 스페인 군주제를 풍자한 전시를 검열한 사실이 알려져, 그의 관장 취임을 반대하는 미술인들이 서명운동(국선즈)을 벌이기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자체검열에 따른 전시작품 철거 등으로 불거진 ‘검열’논란은 미술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을 맞이하는만큼 지난해 홍역을 치른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

2016년 전시 키워드
그렇다면 2016년에는 어떤 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현재까지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발표한 전시일정을 살펴보면 몇 가지 키워드가 눈에 띈다. 첫 번째는 ‘故 백남준’이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계속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열린 첫 추모전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그루브_흥〉(2015.11.13~1.29)이다. 이어서 갤러리 현대에서는 아카이브 형태로 백남준을 추모하는 전시를 연다. 백남준이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펼친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와 관련된 기록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퍼포먼스라는 현장성과 역사화된 자료를 같은 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백남준 작업의 의미를 되새긴다. 비슷한 기간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인문, 과학, 미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기획자로 참여하여 백남준과 그의 작업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비디오 신디사이저전〉, 백남준아트센터와 간송문화재단이 만나 고미술과 백남준을 연결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회고전은 새로운 담론 제시보다는 작품이나 자료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열리는 백남준의 추모전이 백남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다른 키워드는 ‘한불수교 130주년’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5~2016년을 ‘한불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지난해 9월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 데 이어 다가올 3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출신 작가의 전시가 다수 열려 관객을 맞이한다. 우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도시괴담〉(4.5~5.29)을 들 수 있다. 이 전시는 팔레 드 도쿄 국제 레지던시 파비옹과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협업으로 진행한다. 김아영을 포함한 6명의 젊은 작가가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공동 워크숍을 진행한 후 그 결과물을 발표하는 형태다. 의례적인 각국 작가 프로모션을 떠나, 함께 양국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주목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 밖에도 같은 기간, 롤랑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 담긴 사진론에 기반을 둔 현대 사진전을 서소문 본관과 일우스페이스에서 연다. 프랑스의 공공기관 CNAP와 FRAC의 주요 사진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관의 협조를 받아 열리는 또 다른 전시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프랑스 프리시 라 벨드 데 현대미술센터가 공공 주최하는 질 바비에 개인전, 프랑스 국립음악창작센터 GRAME의 전시를 초청해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 초청전〉이 있다. 이외에도 에르메스 아뜰리에에서 〈Quoi ?-L’Eternite〉(5.10~7.10)란 타이틀로 열릴 사단 아피프의 개인전, 독특한 유리구슬 모양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장 미셸 오토니엘 개인전(국제갤러리, 2.2~3.27) 등 프랑스 출신 작가의 개인전이 다수 열릴 예정이다.
한편 2015년 미술시장뿐 아니라 전시에서도 중심축이었던 단색화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창섭 개인전>(국제갤러리, 2.26~3.27), 갤러리 현대에서 5월 26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릴 <한국 추상 드로잉(가제)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단색화의 입지가 흔들릴 만한 논란도 있다.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서 5억여 원에 낙찰된 이우환 작품, <점으로부터 No. 780217>의 감정서가 위조된 사실이 밝혀지며 위작 논란이 점화된 것이다. 위작논란의 대두는 단색화의 미술사적 의미는 물론 시장에서의 위치에도 적색신호등이 켜진 것과 같다.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역사성과 가치에 대한 신뢰는 최우선되어야 한다. 앞으로 ‘위작 유통’ 논란이 미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위작 유통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올해 눈여겨볼 만한 전시 흐름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저항의 미술, 한국적 리얼리즘으로 평가받는 민중미술을 들 수 있다. 그 첫 테이프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자문한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2-리얼리즘의 복권전〉이 끊는다. 가나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릴 이 전시는 1980년대의 한국적 시대 상황에서 등장한 민중미술의 미술사·역사적 의미를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다. 학고재는 3월에 <주재환>, 10월초에 <민중미술전(가제)>까지 민중미술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올해만 2차례 열 예정이다. 한편 주재환은 7월부터는 김동규 작가와 함께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김동규와 함께 〈2016타이틀 매치전〉을 선보일 예정이라 상·하반기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단색화를 이어 우리만의 고유한 미술사적 흐름으로 민중미술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지속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미술사의 흐름을 적립하고자 하는 시도가 잇따라 포착되는 가운데 지난해에 비해 고미술 부문에서는 주목할 만한 전시가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 아쉽다. 반면 젊은 작가를 주목하여 소개하는 전시는 각 기관에서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와 별개로 기존의 화이트 큐브를 떠나 2014~2015년에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신생 공간의 전시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그들의 단발성 전시 방식이 올해는 하나의 층으로 자리매김할지 혹은 이들의 전시 방식이 미술관으로 입장하면서 기존 범주에 합류할지도 지켜볼 만한 이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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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의 전환점에 서서

바야흐로 ‘비엔날레의 해’다. 짝수 해가 되면 미술계는 비엔날레라는 매가톤급 전시 준비로 분주해진다. 올해 열릴 대표적인 비엔날레 3인방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주제와 참여 작가 라인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시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해 못지않다. 스펙터클한 비엔날레를 지향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의 비엔날레는 전반적으로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는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담론 제시보다는 소통을 중심으로 한 전시 구조의 매개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인다.
우선 제11회를 맞이한 〈2016 광주비엔날레〉(9.2~11.6)의 경우, 지난해 6월 스웨덴 스톡홀름 텐스타 쿤스트홀(Tensta Konsthall) 디렉터 마리아 린드(Maria Lind)(사진왼쪽)를 예술총감독으로 선정했다. 스웨덴 출신인 그는 그동안 제도권 전시와 차별화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반영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기존에 그가 선보인 전시가 기관의 역할과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의 긴밀한 연결을 이뤄내는 등 ‘과정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도 광주 지역민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최종 주제어 선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감독이 임의로 주제를 제시하기보다 키워드를 던진 오픈포럼, 국내외 리서치 등을 통해 주제어를 공개적으로 구체화해가는 과정부터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5년 12월 3일에는 오픈포럼을 개최하고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물음하에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이라는 3개의 키워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보조 기획자 4인(네덜란드 거점 큐레이터인 최빛나를 비롯해 미쉘 웡(Michelle Wong) 홍콩 아시아아트아카이브 연구원, 마르가리다 멘데스(Margarida Mendes) 큐레이터, 아자 마모우디언(Azar Mahmoudian) 아시아시각예술센터 공동 큐레이터)도 선임되어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한편 2014년 감독 선임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부산비엔날레는 9월 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리는 〈2016부산비엔날레〉감독을 일찌감치 선정했다.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 윤재갑(가운데)이 전시감독을 맡았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큐레이터로서 한·중·일 3국의 자생적 아방가르드를 다루는 내용이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 윤재갑 전시감독은 “1990년대 이전의 로컬 아방가르드 시스템과 1990년대 이후에 대두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 이 둘의 관계(연속-불연속-습합)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생각이다”라며 전시 얼개를 밝혔다. 특히 이번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 전체를 활용하여 역대 비엔날레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전시장 규모가 넓어진 것은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도 마찬가지다. 백지숙(오른쪽)이 예술감독을 맡아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열릴 이번 비엔날레는 예년과 달리 전시공간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기존 전시공간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포함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까지 장소를 넓혔다. 광주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역시 프리비엔날레 행사를 열면서 본 전시 시작 전부터 예열을 가하고 있다. 앞으로 연속적인 워크숍과 학교를 운영하며 총 4번에 걸쳐 비정기 간행물을 제작 및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27일 열린 출판 회의로 출간할 간행물의 서두를 열기도 했다. 백지숙 감독이 밝힌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떠돌아다니는 지식의 꼴들에 반사되는 미래의 모습들”이다. 다시 말해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은 동시대 미디어들이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의 다양한 양상에 초점을 맞춰갈 예정이다. 백지숙 감독은 전시를 짚는 주요 내용으로 “아시아 지역에 집중했던 지난 회에 비해 남반구의 주요한 몇 가지 상상력을 견인하며, 여성, 청소년, 장애와 보철, 불확실성과 독창성 등을 토픽으로 한다”고 전했다.
올해 비엔날레는 전체적으로 전시장소를 분산하여 공간마다 전시의 차별성을 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기적인 관계항을 확장하는 방식을 취해 본 전시의 화려한 개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시 과정 자체를 비엔날레 행사로 포함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미술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비엔날레의 화려함을 걷어내고,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비엔날레의 앞길이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ARTIST ESSAY 문화가 이어지는 낭만의 성(城), 라 나풀(La Napoule)

위  나무  가변설치 2015 아래  설치장면 2015

위 < Je Suis… > 나무 가변설치 2015 아래 < Je Suis… > 설치장면 2015

예술적인 공간에서 받은 영감

조숙진 작가

나는 어릴 때부터 언젠가 내 집을 짓게 된다면 침대 위에 하늘이 보이는 창을 만들어, 밤이 되면 까만 밤하늘에 수놓인 별을 바라보고, 비가 오면 창에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도 보고 빗소리 들으면서 잠들 수 있는 그런 창을 만들리라 꿈꿨다. 경계를 나누는 담은 없애고, 집 앞마당에 커다란 나무를 심어 어릴 적 타고 놀던 것과 같은 간단한 그네를 달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네 아이들이 탈 수 있게 말이다. 작은 문고리까지 직접 디자인해 집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살아가는 동안 이 꿈은 가끔씩 되살아나곤 했다. 남프랑스 ‘라 나풀 (La Napoule)’이란 성(chateau)에 자리한 아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해 약 한 달간 그곳에 머물면서 다시 그 꿈을 떠올렸다.
지중해 바로 옆에 있는 이 성은 14세기에 지어진 건축물로 한 부부-헨리와 마리(Henry and Marie Clews)-가 제1차 세계대전 말인 1918년에 구입하여 약 18년 동안 함께 디자인하고 개조해가며 증축했다. 헨리는 뉴욕의 부유한 은행가(banker)의 아들로 잠시 은행가로 일하다 조각가가 됐고 마리는 이 성의 완성을 위해 디자인과 조경을 틈틈이 공부했다고 한다. 이 성은 원래 헨리의 작업실겸 부부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됐고, 가까운 예술인들의 모임공간으로도 쓰였다. 그러다가 1923년 헨리가 세상을 떠나자 마리는 그를 기리기 위해 1951년 라 나풀 아트 재단(La Napoule Art Foundation)을 만들었고. 이후 대중에 공개됐다.
이 성 중정에 세워진 건물의 중심에는 아치형 문이 있다. 문 위를 장식한 돌에는 ‘ONCE UPON A TIME…’ 이라 새겨져 있다. 마치 동화 속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하다. 산책하다 보면 당시 그들의 시간과 공간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화려하고 장중하게 조각된 나무 문, 아치형 창문, 돌기둥, 나무책장 등 건물 세부와 가구 장식에는 H, C, M 또는 H, M 의 이니셜이 새겨져, 두 사람이 협력자로서 함께 의논하며 만들었음을 시사한다. 두 사람의 이니셜은 동반자로서 살아온 그들의 아름다운 시절과 깊은 사랑을 상징하는 듯하다. 헨리의 작업실에는 그의 작품부터 의자에 걸쳐진 그가 입던 베이지색 작업 재킷까지 그대로 남겨져 있다.
나에겐 발코니가 있는 제일 좋은 침실을 준 대신, 약간 작은 작업실이 주어졌다. 이 아름다운 곳 주변에도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소음과 소형 비행기의 소음을 2주간 견디다, 조용한 작업실을 요청했다. 결국 공사현장과 좀 더 떨어진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작업실 하나를 배정받았다. 작업실 창문으로 지중해의 맑은 물속을 내려다보고, 파도소리를 들으니 내 안에 죽어있던 어떤 생명이 살아나듯 에너지가 샘솟았다. 세찬 파도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시작했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즐거웠다. 마음이 충만해지고, 모든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곳 정원은 영국식 정원처럼, 이곳저곳에 낭만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이 숨어있었다. 철학가의 길, 소극장, 작은 규모의 클로이스터도 정원 주변에 세워졌다. 정원처럼 작가들의 작업실도 각기 다른 모습이다. 옛 소극장이 현재는 작가의 작업실과 갤러리로 나뉘어 쓰인다. 어떤 작업실은 등대처럼 둥근 돌탑 꼭대기에 있어 좁은 나선형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어두운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만나는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탑 꼭대기 둥근 방, 돌 벽에 뚫린 작은 창문들, 그곳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파란 바다 때문이다. 어떤 작업실은 사각형 돌탑에 풀밭으로 된 너른 발코니까지 있어 탁 트인 지중해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위치, 크기, 형태, 풍경이 모두 다른 작업실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기 다른 특징이 살도록 꾸민 헨리와 마리의 창의적인 생각이 이룬 재미난 공간들이다.
난 이 낭만적인 성에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해변을 거닐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모래 위로 쓸려온 나무, 플라스틱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올 땐 열린 마음으로 새 작품 구상이나 스케치를 하리라 맘먹었는데 시간이 지나가니 점차 작품방향이 명확해져갔다. 많은 사람이 라 나풀은 깨끗해서 아무것도 주을 것이 없다 했지만, 이 아름다운 곳에도 버려진 물건이 있고, 버려진 공간이 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남부 프랑스에서 작품에 빠져 지냈다.
그곳에 머물기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성 안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테라스가 있는 돌탑을 방문했다. 탑 옆에 지하로 가는 계단이 있었다. 지하 문이 열려 있어 조금은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는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난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어둠 속에 돌무덤 2기가 다정하게 마주보고 있었다. 마리와 헨리가 그곳에 안치돼 있었던 것이다. 돌무덤에는 그들의 개인적 특징과 취향을 반영한 돌조각이 새겨져있었다. 돌조각은 익살스럽기도 했지만, 전체 분위기가 숙연하고 낭만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그들의 죽음과 지고한 사랑에 경의를 표했다. 돌 벽에 뚫린 작은 창으로 보이는 파란 바다의 움직임은, 공간의 정적과 어둠과 대비돼 더욱 초현실적이고 아름다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의 염원대로, 무덤은 반쯤 열어놓았고 꼭대기에 그들만의 비밀의 방을 만들어 두었다. 헨리와 마리는 그들의 영혼이 작은 창문으로 빠져나가 그 비밀의 방에서 영원히 결합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들의 삶과, 사랑, 일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이 내게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 그들이 18년이란 긴 세월동안 만들어간 과정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았다. 내가 품어온 꿈을 그들이 이루어놓은 것 같기도 했다. “집을 짓겠다는 나의 어릴적 꿈이 단순히 내가 살집이 아니라, 이렇게 앞으로 올 세대를 위한 문화, 예술, 교육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생애에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능력과 순수한 열정이 있는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꿈을 이루어도 좋을 거 같다. 많은 작가가 혼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사색하고, 예술적인 공간에서 영감을 받으며 작업한다면, 우리의 감성을 울리는 따뜻한 작품, 닫힌 생각을 열리게 하는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 뉴욕 웨스트 빌리지 ‘코넬리아 스트리트 카페’에서 한 시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모든 부모가 자식들을 예술가가 되라고-시인이든 화가든, 음악가든-부추긴다면 세상은 더 평화롭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나는 이 말에 깊이 동감한다. 분명 부정적, 폭력적인 에너지는 창의적인 에너지로 발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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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did you leave or what did you lose? 〉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5 (photo by Rollin Leo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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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did you leave or what did you lose? 〉(부분)

조 숙 진 Jo Sookjin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와 플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를 졸업했다. 서울 뉴욕 파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8년 하종현 미술상을 수상했다. 1988년부터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5

같이 식사할래요?

이따금 사람들은 정말 궁금하다는 얼굴로 이런 질문을 한다.
“그런데 식사는 어떻게 해요? 늘 사먹어요? 점심과 저녁 모두?”
“그게… 해먹기도 하고, 사다 먹기도 하고 그래요.”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대충 먹고요, 아니면 그냥 굶어요…’다. 한 블록만 걸어나가도 낮이건 밤이건 맛집을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는-그만큼 맛집이 많다고 소문난-연남동에 살면서도 밥 먹는 일은 매일 고민되는 일이다.
처음엔 점심 한 끼는 만들어 먹을 계획이었다. ‘원플레이트 퀴진(one plate cuisine).’ 접시 하나에 담기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식사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메뉴도 짜고 레시피북도 만들었다. 핫플레이트와 전기밥솥을 포함해서 프라이팬, 냄비, 국자와 집게 등 몇 가지 기구들도 구비해두었다. 그러나, 먹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재료 준비- 조리-식사- 뒷정리로 이어지는 과정이 길고 번잡했다. 작업실에는 싱크대도 조리대도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 해도 너저분한 상황을 초래했다. 그리고, 작업실에서 음식냄새가 나는 것이 무척 거슬렸다. 음식 냄새가 가면 어디로 가겠는가? 책이다, 책. 그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다, 어느 소설가의 북 콘서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 작업실을 구한 그 소설가는 작업실에서는 집필 외의 활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도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생활의 흔적이 끼어들지 않는 무균의 장소로 남겨두겠다고 말이다. 나는 그 소설가의 목소리에 깊이 감화했다. 그리하여 원플레이트 퀴진의 생활화를 선언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작업실에서는 절대 요리를 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도, 가끔씩 뜨거운 밥과 가벼운 반찬들로 차린 소박한 밥상이나 간단하고 심심하게 만든 파스타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한 끼를 때우려고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나, 이 동네에는 심심하고 가벼운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없음을 깨닫고 서운할 때를 대비해 냉장고에는 몇 가지 재료들이 늘 구비되어 있다.
얇게 저민 마늘과 흑후추, 올리브오일로 맛을 낸 파스타. 리넨 클로스를 깔고 파스타를 그득 담은 접시를 놓고 커트러리를 얌전히 놓는다. 여기에 바게트 몇 조각을 곁들인다. 타임이나 바질을 좀 뿌리고 싶지만 이 정도도 근사하다. 밥을 먹고 싶다면 잡곡밥에 김, 명란젓, 가벼운 절임채소만 있으면 된다. 적당한 크기로 썬 양배추를 마늘기름에 볶아 향을 내고 간장(폰즈소스도 좋다)으로 간한 다음, 고춧가루를 조금 뿌리면 완성되는 양배추 볶음은 따뜻한 반찬으로 아주 좋다. 작업실에는 늘 차가 있으므로 오차즈케도 만들 수 있다. 밥에 일본 증제녹차를 붓고 명란젓, 오징어젓갈을 곁들이거나 와사비향이 나는 후리가케를 조금 뿌리면 담백한 한 끼가 된다. 근처 빵집에서 사온 바게트의 속을 갈라 버터를 바르고 치즈와 햄을 넣어 간단 샌드위치도 만든다. 프랑스에서 점심식사로 늘 먹던 장봉뵈르(jambon beurre) 샌드위치-바게트를 반으로 잘라 버터와 햄을 넣은 것-는 서울의 점심으로는 왜이리 부실할까…. 늘 그 생각을 하면서.
반면, 절대로 식당에 가지 않고 작업실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있다. 치즈를 듬뿍 잘라 넣고 화이트와인을 조금 넣어 끓인 다음 바게트와 감자를 찍어넣는 퐁듀다. 풍듀에는 내 첫 프랑스 체류지인 안시에서 보낸 겨울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안시는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며 알프스 자락 끝에 있어 겨울이 특히 아름답다. 안시의 대표메뉴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르블로숑, 에멘탈, 콩테 치즈를 섞어 끓인 뒤 빵과 야채를 찍어 먹는 사부아식 퐁듀(fondue savoyarde)였다.
겨울은 퐁듀 팟과 워머를 꺼내는 시기다. 친구 몇과 단출한 모임을 계획하고 곧바로 떠올린 음식이 퐁듀였다. 보통은 몇 가지 음식을 테이크아웃해서 펼쳐놓고 먹고 마시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을 위한 작은 식탁을 차리고 싶었다. 연희동 사러가마트에서 에멘탈, 그뤼에르 등 몇 가지 치즈와 빵, 감자 등을 샀다. 와인은 친구들이 준비할 터였다. 작업실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벨기에산 경성치즈와 스모키 모차렐라도 꺼냈다. 화이트와인을 조금 붓고 네 종류의 치즈를 섞어 냄비에 넣고 끓인다. 빵도 깍둑썰기, 찐 감자도 깍둑썰기다.
뜨겁게 데운 냄비를 가운데 두고 모두 둘러앉아 먹는 음식에 나는 특별한 애착을 느낀다. ‘원플레이트 퀴진’은 혼자 먹는 한 접시의 음식이지만 ‘원팟 퀴진’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먹는 식사를 뜻한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어깨를 맞대고 뜨거운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 시간이 아닐까? 그 따뜻함이 나는 늘 간절하다.
치즈가 바글바글 녹아 서로 엉길 즈음, 퐁듀팟에 옮기고 손님들 앞에 내놓았다. 약간 어두운 조명과 촛불 속에 겨울이 깊어간다. 뜨거운 치즈와 차가운 와인. 이 정도의 요리라면 작업실에 잘 어울리지 않은가. 밤이 깊어가는 만큼 와인잔도 비어간다. 이야기가 길어져도 괜찮다. 치즈는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 ●

ART BOOK

예술사로 피워낸 역사학자의 꽃

폴 존슨 지음/이창신 엮음《창조자들》황금가지 2009

한 시대 문화의 꽃은 예술이다. 꽃은 사상이라는 뿌리와 정치경제라는 둥치와 사회라는 가지를 바탕으로 피어난다. 따라서 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뿌리, 둥치, 가지 모두를 알아야 하듯이 예술도 그 시대의 사상, 정치경제, 사회를 알아야 올바로 보인다. 과거 시대를 공부하는 것을 역사라 한다면 역사학의 꽃은 예술사이다. 진정한 역사학자란 예술사를 꿰뚫은 이이다.
서양에서 20세기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는 영국인 폴 존슨(Paul Johnson, 1928~)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언론계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주간지 《뉴 스테이츠먼》 편집장(1965~1970)을 끝으로 역사가의 길로 들어선 폴 존슨은 20세기 현대사를 다룬 《모던타임스》(1983)를 포함한 다수의 대작을 잇달아 저술한다. 그리고 1088페이지에 달하는 《미국인의 역사》(1997)를 일흔의 나이에 탈고하였다. 폴 존슨은 글 쓰는 재능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는 재능도 타고나 평생 그린 소묘, 수채화, 유화가 수만 점에 달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문인화가인 폴 존슨이 평생 가장 쓰고 싶었고, 쓰면서 가장 즐거웠다는 책이 《미술: 새로운 역사》(2003)이다. 이 책을 쓰고 3년 후, 폴 존슨은 지금부터 과거 600년 동안 서양예술계가 낳은 가장 창조적인 예술가 17명의 짧은 전기(傳記) 에세이인 《창조자들》(2006)을 내놓는다. 1342년생인 제프리 초서부터 1905년생인 크리스찬 디오르까지 다룬 이 책에서 음악가는 J. S. 바흐 단 한 명인데 음악이란 눈으로 보는 문학과 미술과는 다르게 귀로 들어야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언어로 서술하기에는 재미가 덜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인(文人)은 모두 6명으로 프랑스어로 쓴 빅토르 위고를 빼고는 모두 영어로 글을 쓴 문인이다. 저자가 영문학의 풍부한 전통에 깊은 자부심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음악가와 문인을 뺀 나머지 10명은 모두 미술가이다. 화가(뒤러, 터너, 호쿠사이, 피카소)와 건축가(퓨진, 비올레 뒤크)뿐만 아니라 유리공예가(티파니), 패션디자이너(발렌시아가, 디오르)와 만화영화 제작자(디즈니)까지 폭넓게 들어 있어 누구든 새롭고 깊이 있는 예술을 만들어낸 이가 창조자라는 저자의 열린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함께 다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폴 존슨은 역사학의 거장다운 솜씨를 뽐내며 창조자들의 특질에 바로 다가간다.
각 예술가를 다룬 무수한 전기와 역사책은 물론이고 편지, 정기간행물, 미간행 문서, 미술관 박물관 전시도록, 각종 사전(辭典)에다 직접 보거나 들은 자료들을 모아놓고 필요한 내용들을 잘 꿰어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걸림없는 폴 존슨의 솜씨에서 진정한 글쓰기의 예술을 맛본다. 한 예술가의 방대한 작품 분석은 기본이고 외모, 가정환경, 교육과정, 경제상황, 가족과 친구 관계, 읽은 책, 즐긴 음식과 음주습관, 옷 입은 방식, 취미이야기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 예술가들이 지금 우리 옆에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그래서 폴 존슨 책에서는 여러 일화(逸話)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이는 대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유머야말로 다른 엄숙한 역사학자들이 흉내 못 내는 폴 존슨만의 미덕이기도 하다. 모든 역사학자의 책무인 평가에서도 폴 존슨은 단호하고 명쾌하다. 위대한 예술가를 다룬 전기들이 종종 빠트리는 예술가의 약점까지 빼놓지 않기 때문에 폴 존슨이 내린 평가는 타당하고 진실에 가까이 있고 통찰력이 가득하다. 예술가가 살던 동시대나 후대에 다른 이들이 내린 평가를 인용하여 저자 자신의 평가에 신뢰성을 높여 주기도 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있던 평판이 얼마나 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여 일깨워준다. 폴 존슨은 17명의 예술가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영향을 준, 그리고 영향을 받은 선후배 예술가들은 물론 동시대 예술가를 무수하게 불러와 짧은 전기를 매우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는 272개나 되는 각주(note)와 많은 예술가와 작품 이름이 빼곡한 색인(index)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문장도 버릴 것 없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20세기 시각혁명의 주인공이자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피카소와 디즈니를 함께 다룬 마지막 장이다. 피카소가 구세계 방식(화가의 작업실, 예술의 수도 파리)으로 재현예술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면 디즈니는 신세계방식(신기술, 할리우드)으로 자연을 보강, 변형하고 생기를 불어넣은 뒤 초현실로 표현하는 길을 걸었다고 정리한다. 피카소가 10%의 참신함과 90%의 기교로 완성되는 회화를 두 비율이 정반대인 유행예술(fashion art)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피카소 이후에 “예술은 무엇이든 용서가 되는(앤디 워홀)”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자연에서 멀어져 내면을 파고든 피카소의 유행예술은 20세기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재현예술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앞으로 서서히 빛을 잃고 진부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폴 존슨의 생각에 필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시대 예술가들도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 자연을 재현하는 길로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P.S 《창조자들》(황금가지) 한국어판은 2016년 1월 절판됐다.
탁현규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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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림으로 보는 불교 이야기
정병삼 지음
불교미술사를 연구한 저자의 방대한 자료와 미술사적 검증을 통해 불화를 중심으로 한 불교 미술을 상세하게 설명한 개정판이 출간됐다. 내용 이해를 돕는 도록 교체 및 추가, 사진 설명 등에서 이전보다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풀빛 352쪽·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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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아트인문학 여행×파리
김태진 지음
예술가의 자취가 남아있는 파리의 명소를 살펴보고 당시 예술가들이 던진 질문과 그들의 삶을 살펴본다. 도시에 대한 저자의 감각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동명의 강연시리즈를 바탕으로 했다.
카시오페아 32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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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마네의 회화
미셸 푸코 외 지음/오마리본 세종 엮음/심세광 외 옮김
미셸 푸코 사후에 그가 1970년 초 튀니지에서 마네의 회화에 대해 강연한 녹취록이 발견되었다. 이를 번역/저술하고 기획한 책이 ‘파레시아 총서’ 1권으로 출간됐다. 푸코가 사유하는 마네의 미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린비 344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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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팝아트와 1960년대 미국사회
고동연 지음
음식, 도시 재생, 예술과 과학의 만남 등의 주제를 워홀 올덴버그 등을 중심으로 한 1960년대 미국 팝아트 작가들을 통해 살펴본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파헤친 이들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
눈빛 39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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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2
이주헌 지음
출간 20주년을 맞아 기념 개정판을 발간했다. 총 10개국 16개 도시 44개의 미술관을 소개한다. 이전에 비해 10여 개의 미술관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기존 미술관의 변동 사항도 반영되어 보다 풍성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고재 432쪽/448쪽·(각)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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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상징의 미학
오타베 다네히사 지음/이혜진 옮김
서양 근대 미학사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1735년부터 1835년에 이르는 독일 철학계 내부의 미학 전개 양상을 상징 개념의 변용 과정을 분석하여 접근했다. 이를 통해 근대 미학의 형성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468쪽 돌베개·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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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디자인 멘토링
원유홍 지음
시각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중요한 인문학적 논제들 -본질, 요건, 지침, 언어, 이미지, 범주 등 26가지의 핵심 주제를 다룬다. 대학에서 30년간 학생을 가르쳐 온 저자가 전하는 냉철하면서 따뜻한 지침서.
안그라픽스 168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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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박찬원 지음
아마추어 사진과 프로 사진의 차이, 보기 좋은 사진과 의미있는 사진, 필름 카메라에 대한 오마주 등 사진 애호가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알기 쉽게 그러나 현실적인 조언을 담아서 수필 형식으로 써내려갔다.
고려원북스 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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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신현림 엮음
교과서에 실린 동서양 고전 시부터 한국 시문학사에 큰 줄기를 만든 현대시, 문단의 이목을 끈 걸출한 신예 시인들의 창작시까지 저자의 마음에 다가온 시를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서해문집 288쪽·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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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2715일러스트로 읽는 인상파 화가들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조명희 옮김
‘인상파’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그 특징과 작품은 잘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작품을 접하게 하는 입문서다. 일러스트를 설명 도구로 사용해 읽기보다는 보는 방식을 통해 예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어젠다 128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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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호학 입문
숀 홀 지음/김진실 옮김
기호학의 주요 개념을 75개로 나눠 각 개념마다 독자에게 해석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책 전체를 기호화했다. 의사 소통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기호학의 개념에 대한 틀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비즈앤비즈 19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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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표현주의
볼프디터 두베 지음/이수연 옮김
시공아트 시리즈 64번째 책으로 현대미술 태동에 영향을 준 1905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후까지의 독일 표현주의를 소개한다.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대표적인 작가를 설명하면서 표현주의의 미술사적 의의를 짚어본다.
시공아트 264쪽·16,000원

ART JOURNAL

전통 동양화의 재해석
손동현, 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송은미술재단은 제15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로 손동현을 선정했다. 대상 발표에 앞서 2015년 12월 11일부터 1월 30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수상 작가 4인(박보나 박준범 손동현 이재이)전시에서 손동현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화가 사혁(謝赫)이 제안한 산수화 제작 및 감상의 6가지 요체를 재해석해 6명의 협객으로 그려낸 인물화 연작 〈육협(六俠)〉(2015)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대중문화와 전통 동양화를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방법론을 시도하는 작가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는 평을 들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2,000만 원의 상금과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가 제공되며 우수상 3인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진다. 또한 모든 수상자에게 ‘송은아트스페이스-델피나(Delfina Foundation) 레지던시’의 2016~2017년도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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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1)

백남준 다시보기
백남준 10주기 추모 열풍

2006년 1월 29일(한국시각 1월 30일)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난 故 백남준 10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플럭서스와 비디오아트 이후 레이저아트까지 자유로운 예술정신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미술을 펼쳤던 그의 유산과 의미를 되돌아보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진행된다. 갤러리 현대는 1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지난 1990년 여름, 백남준이 평생의 친구였던 요제프 보이스를 추모하며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행한 진혼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왼쪽 사진)와 관련된 오브제와 기록을 26년 만에 되돌아본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1월 29부터 31일까지 3일간 백남준 추모 10주기 행사로 〈유토피안 레이저 TV 스테이션(Utopian Laser TV Station)〉을 진행했다. 백남준이 1966년에 꿈꾸었던 방송 채널을 2016년 방식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1월 29일 봉은사에서 열린 추모식을 실황 중계했다. 황병기, 이경희, 이기웅, 김홍희, 불프 헤르조겐라트 등 생전 백남준의 지인들과 각계 인사의 추모의 뜻을 라이브로 전달해서 눈길을 끌었다. 작가 박승원은 경기도 고양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백남준의 퍼포먼스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1960),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하나>(1962)를 오마주하여 제작한 퍼포먼스 <Dear Mr. Paik>을 라이브로 전송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추모행사를 시작으로 3월 3일에 개막하는 추모 특별전 <다중시간>(오른쪽 사진), 10월에는 간송문화재단과의 공동기획전을 이어가 백남준에 대한 기억을 되새길 예정이다. 백남준 추모 전시 및 행사는 2016년 상반기를 넘어 연중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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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H어워드

뉴미디어아트 작가를 응원합니다
박제성〈제1회 VH AWARD〉수상

현대자동차그룹이 진행하는 미디어아트 부문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제1회 VH AWARD>의 최종 그랑프리로 작가 박제성이 선정됐다. 1월 21일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열린 시상식에 1차 심사(2015.3) 를 거쳐 선정된 박제성 이성제 장석준 작가가 참여해 처음으로 그랑프리 후보작을 선보였다. 최종 그랑프리로 선정된 박제성의 작품 <여정 A JOURNEY>는 3D PRG 게임의 가상현실 공간을 사유의 공간으로 변화시켜 관객에게 초현실적 세계를 여행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수상자에게는 5,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고, 최종 후보자 3인 전원에게 1년간 비전홀에서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심사위원으로는 마틴 혼직(Martin Honzik)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 큐레이터, 최흥철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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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_하수정

문인화에 담은 신앙인의 고백
람곡 하수정 개인전,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려

람곡(嵐谷) 하수정의 개인전이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교동아트 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하수정은 서예가이자 문인화가로서 캔버스, 모시, 광목, 한지천 등을 홍화, 오배자 등을 이용하여 천연염색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서예가이자 문인화가이기 전에 신앙인 하수정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작가는 성경의 문구나 순교자들의 신념을 문인화 형식으로 표현하면서 신앙인으로서, 예술인으로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신부 마테오리치의 한역 천주교 교리서 《천주실의》의 일부를 전서로 적거나 순교자들의 모습을 얻어 문인화 형식으로 표현했다. 종교적 탄압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앙을 꿋꿋하게 지켜낸 순교자들의 모습에서 외압과 세파에도 굴하지 않는 사군자의 속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성경을 모티프로 한 작품은 물론 김동식 선자장(扇子匠)부채 선면을 활용한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람곡 하수정은 1942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추사의 필맥을 이어온 성파(星坡) 하동주 선생과 강암 송성용 선생 문하에서 수학했다. 국전에서 여덟 번의 입선과 특선을 수상하였고 현재 전주교대 평생교육원 서예 문인화 교수, 대한민국서예대전 문인화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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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essica Hromas/Art Basel 2015

아시아 미술시장의 최전선
〈2016 홍콩아트바젤〉3월 개막

지난해 방문객 약 6만 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아시아 미술의 최정상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한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이 3월 24일 개막해 26일까지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HKCEC)에서 열린다. 아시아권을 비롯해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등 35개국에서 239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EM, 리안갤러리, 박여숙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학고재갤러리, PKM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 총 9곳이 참가한다. 이 행사는 크게 쇼의 주요 부문인 ‘갤러리’, 작가 소개에 초점을 맞춘 ‘인사이트’와 신진 작가를 선보이는 ‘디스커버리(Discoveries)’, 그리고 대형 설치 작업을 보여줄 ‘인카운터(Encounters)’로 구성된다. 아델란 우이 아트바젤 아시아지역 이사는 “행사 기간 동안 홍콩 전역에서 150개 이상의 문화행사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라며, “아트바젤 홍콩이 아시아 미술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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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 (1)호남 최초 여성 서양화가 영면하다
김영자 화백 별세

‘호남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김영자 화백이 지난해 12월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1922년 목포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일본으로 건너가 우에노 미술전문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는 귀국 후 천경자 화백과 함께 한국 여류화단을 이끌었으며 1953년 광주와 대전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을 비롯해 60여 회 전국 순회전을 개최해 이름을 떨쳤다. ‘농악’ 시리즈, ‘군무’, ‘탈춤’ 등은 ‘김영자 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다. 특히 풍경과 풍속화를 주로 그린 그는 “서양화를 배웠지만 서양을 따르지 않고 한국적인 것을 찾겠다”는 신념을 실천에 옮겼다.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김 화백은 1984년 광주 전시회를 마친 후 목포에 정착, 후배들을 가르쳤고 예향목포인 연합회 회장을 맡는 등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한편 목포시는 지난 2013년 작품을 기증한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전남여성플라자 내에 ‘김영자 화백 미술기념관’을 개설했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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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

“좋은 전시, 조은갤러리 ”  갤러리 조은

갤러리조은 (3)한남동 유엔빌리지길 조용한 골목 어귀에 좋은 갤러리, ‘갤러리 조은’이 들어섰다. “국제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한남동에 위치한 고품격 명품 갤러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라며 들떠있는 조인숙 대표의 얼굴에는 개관에 대한 안도감과 향후 운영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 조 대표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어느 가을 우연히 지금의 갤러리 근처를 둘러보며, 운치 있는 거리의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다양한 국가의 대사관들이 들어선 지역으로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한다. 갤러리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자연히 이 지역을 떠올렸다.
전시장은 ‘심플함’을 기조로 꾸몄다. 낮은 천장을 그림을 걸 수 있도록 높이고, 사무실을 전시장 안쪽에 두어, 관객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기존의 화이트큐브의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정집에 들른 듯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노력했다. 전시장 한 켠에 놓인 소파와 테이블은 언제든 차 한 잔 나누며 그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보인다. 새로 문을 여는 갤러리 중에는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열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갤러리 조은은 다르다. 전시는 대관 없이 초대전으로만 이뤄지고, 전시 외에 다른 행사에 대한 계획은 당분간 없다. 조 대표는 “전시를 잘 꾸며내기도 벅차요. 전시에 전력을 다해, 좋은 전시를 하는 갤러리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라며 전시의 질적 향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40대 이상의 신진·중견작가 중심으로 올해 전시 스케줄이 대부분 결정되었고, 내년에 열릴 전시에 대해 조율할 만큼 전시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다. 조 대표가 작가선정부터 세심한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계획해갈 수 있는 데는 예전에 정동갤러리를 운영했던 경험이 뒷받침됐다. 당시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대관 중심으로 전시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때부터 “언젠가는 좋은 작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을 소개하고, 예술적 이야기가 퍼져나갈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근래의 변화를 바라보며 그 꿈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갤러리를 오픈한 것이다. 탄탄한 경험과 철저한 준비로 중무장한 갤러리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한편 개관전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두 작가의 첫 만남으로 주목받는 김덕용·전병현 2인전 〈기억 속에 피어난 백화-봄날 오는가〉가 1월 15일부터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galleryjoeun.com

임승현 기자

갤러리조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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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조망하다
《광주비엔날레 20년 백서》출간

광주비엔날레재단(대표 박양우)은 1995년 창설부터 2014년까지 광주비엔날레 20년 발자취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350페이지 분량의 《광주비엔날레 20년 백서》를 펴냈다. 이 책은 디지털화 이전 자료를 최대한 발굴해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1부 ‘광주비엔날레 20년 경계를 넘어, 창조적 혁신으로’에서는 2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본 약사를 담았고 2부 ‘세계 현대미술에 던진 아시아적 화두’에서는 창설에서부터 조직과 재정, 전시, 동반 행사, 홍보, 마케팅, 행사장 운영, 언론 평가 등이 수록됐다. 3부 ‘창조의 에너지 국제예술도시 전망을 열다’에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주관한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광주 폴리, 아트광주 등 다양한 사업과 교육 및 교류 프로젝트 등이 실려 있다. 4부 ‘평가와 비전 모색’은 1998년, 2000년, 2007년, 2013년의 발전 방안 연구를 비롯, 재단과 외부에서 진행된 심포지엄, 토론회, 공청회 등 평가와 분석, 정체성과 비전을 담았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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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총정리
《SeMA Collection 200》발간

서울시립미술관이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주요 소장품을 정리한 도록 《SeMA Collection 200》을 발간했다. 도록에는 400여 점에 달하는 소장품 중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200여 점이 수록됐다. 작가는 연대별,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 그중 2000년대와2010년대 소장품이 다수 포함되어, 미술관의 최근 컬랙션 경향을 살펴 볼 수 있다. 이번 도록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SeMA 내 학예연구사들의 주도하에 외부 연구자들이 참여한 ‘소장작품 연구 협력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며, 올해 말 영문판 〈SeMA 소장작가 사전〉 등을 차례로 발간하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SeMA Collection 200》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SIGHT & ISSUE 우리 옛돌 박물관

우리옛돌 (31)

성북동에 터 잡은 우리옛돌박물관

2015년 11월 11일 ‘우리옛돌박물관’이 성북동 언덕에 들어섰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했던 세중옛돌박물관의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집을 마련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능묘조각인 문인석, 장군석, 석수, 향로석, 장명등, 망주석과 민간 신앙과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동자석, 장승(혹은 벅수), 솟대 등 다양한 옛 돌조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석조문화재’라 하면 딱딱하게 느꼈을 텐데 ‘옛 돌’이라 부르니 우리 선조의 ‘바위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 어딘지 정이 간다. 그러나 소박한 이름에 비해 규모는 압도적이다. 국내 최대 석물 전문 박물관으로 약 5500평(18,155 여m2) 부지에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40년 동안 수집한 옛 돌조각(석물 1242점, 자수 280점, 근현대 한국회화 78점)이 전시되어 있다. 천 이사장은 “석조 유물에 대한 진위 장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골동상 허가가 있는 사람을 통해서만 석조물을 구입했다”고 한다.
워낙 많은 양의 옛 돌조각이 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은 단연 야외전시관이다. 돌 조각은 자연에 사람의 공이 들어가 깎고 새기기를 반복해 만들어진다. 이후 해를 쬐고 바람을 맞으며 시간이 흘러 완숙해져 간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한 협업이 바로 우리 옛 돌이 지닌 예술적 아름다움이 아닐까? 산책로를 겸한 ‘돌의 정원’은 수복강녕과 길상의 기원이 뚜렷이 드러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우로 가득 서있는 문인석과 장군석은 관람자를 든든하게 보호한다. 또한 주제별로 석조물의 특징을 살려 구성한 정원은 옛 돌조각으로 펼칠 수 있는 전시기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주 올레 길이 연상되도록 제주지역 동자석으로 꾸민 섹션이 한 예다. 동자석이나 벅수 등은 민중의 정서가 담긴 질박하고 해학적인 아름다움이 그 특징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안녕과 화복을 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지만, 우리네 얼굴의 원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타깝게도 국내 석조 전문가의 수는 매우 적다. 박물관에서 소장품을 중심으로 연구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작시점이나 지역을 포함해 우리 옛 돌의 문화사적 가치를 밝히는 학술적인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천 이사장은 “석조유물을 연구하는데 우리 박물관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와 공유하고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우리 옛 돌 연구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임승현 기자

HOT ISSUE

고전서양미술사에 대한 활발한 저술과 번역 활동으로 잘 알려진 노성두 박사가 <루벤스는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원고를 《월간미술》에 보내왔다. 이에 앞서 노 박사는 독서신문 《책과 삶》에 연재 중인 ‘노성두의 그림읽기’(2015년 10월호, 11월호)에서 “현재 LA게티미술관에 있는 한 뼘 반짜리 초상 소묘의 주인공을 둘러싼 논의의 역사는 꽤 길고 깊지만, 조선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처음 주장했다. 이후 시사월간지 《신동아》(2015년 12월호)에 같은 논지의 글을 게재해 논쟁의 불을 지폈다.
공교롭게도 같은 달 《월간조선》에 ‘[역사추적] 루벤스 作 <한복 입은 남자>로 본 神話의 탄생과 소멸-임진왜란 때 유럽으로 간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 그는 어떻게 신화가 되었나’제하의 김성동 기자 글이 실려 ‘루벤스의 조선인 그림’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때마침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2015.12.12~4.10)이 열리고 있다. 물론 이 전시에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가 전시되지는 않지만 노성두 박사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여러 면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월간미술》은 향후 이 문제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지속되기 바라며, 노 박사의 글을 소개한다.

“루벤스는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

노성두 미술사

〈한복 입은 남자〉. 페테르 파울 루벤스 (Peter Paul Rubens)가 유일하게 조선인을 모델로 그린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데, 현재 LA 게티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이 1983년 11월 29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소묘작품 사상 최고가인 32만4000파운드에 낙찰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안토니오 코레아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피렌체 출신의 이탈리아 상인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가 기록하고 사후 출간된 《나의 세계 일주기》에는 조선의 해안 지방에서 왜구에게 납치되어 터무니없는 헐값에 노예시장에 나온 조선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조선인 다섯 명을 12스쿠디보다 조금 더 쳐서 매입하고 세례를 받게 한 다음 그 가운데 넷은 인도 고아에서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풀어주고 한 명을 피렌체까지 데리고 왔는데, 현재 그는 로마에서 안토니오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고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1979년 10월 7일 김성우(한국일보 기자)가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코레아 성씨가 원래 조선인 안토니오의 후손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발표하면서 국내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또 1992년에는 임진왜란 400주년에 즈음하여 알비의 시장과 주민들을 국내 초청하고, DNA 검사를 하는 등 법석을 떨다가 한국인의 혈통과 전혀 무관하다는 허탈한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이듬해 1993년에는 소설가 오세영이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는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판매부수 200만 부를 훌쩍 넘기며 국내에 안토니오 코레아 열풍에 다시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발표된 다수의 소설과 다큐멘터리, 드라마, 뮤지컬, 논문이 예외 없이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전시 〈초상화의 비밀〉이 열렸을 때 박물관 건물 전면을 채우는 거대한 걸개그림에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가 집채보다 큰 사이즈로 등장해서 우리의 가슴을 뛰게 했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일정 중 시간을 쪼개어 게티미술관을 찾아 루벤스의 소묘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안토니오 신화는 픽션과 팩트와 팩션 사이를 넘나들면서 군더더기가 많이 붙는다. 역사적 사실에서 오류의 더께를 벗겨내고 기록의 근거를 치밀하게 추적한 연구서가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이다. 부산대 사학과의 곽차섭 교수가 2004년 푸른역사에서 출간한 단행본인데 지금은 절판되었다. 곽차섭은 책에서 루벤스가 그린 게티 소묘의 주인공은 조선인이며, 그 조선인은 다름 아닌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주장한다.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필자의 결론을 앞당겨 밝히면 이렇다. “루벤스는 조선인도, 안토니오 코레아도 그리지 않았다.”
《월간조선》 2015년 12월호 ‘루벤스 작, 〈한복 입은 남자〉로 본 신화의 탄생과 소멸’ 제하의 기사는 그간의 안토니오 코레아
논쟁을 정리하고 있다. 김성동(월간조선 기자)은 안토니오 코레아 신화가 1979년에 탄생했다가 2015년 11월 노성두에 의해 소멸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곽차섭의 입장을 간단히 소개했다. 먼저 곽차섭의 논리를 들어보자. 그는 세 가지 근거를 내세워 루벤스 소묘가 조선인을 모델로 했다고 확신한다.
1. 머리에 조선 방건을 쓰고 있다.(서양사학자 곽차섭 주장)
2. 상투를 틀었다.(한문학자 강명관 주장)
3. 조선 철릭을 입었다.(복식사학자 석주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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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루벤스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부분) 오른쪽 루벤스 〈한복 입은 남자〉(부분)

여기서 ‘조선 방건’이 곽차섭의 유일한 관찰이다. 1934년 영국 미술사학자 클레어 스튜어트 워틀리가 루벤스 소묘에 대해 ‘조선인 특유의 투명한 말총모자’를 언급한 적이 있고, 곽차섭이 이를 조선 방건으로 확정한 뒤 지금까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학계에 수용되었다. 현재 게티미술관에서도 〈한복 입은 남자〉라는 작품 제목을 공식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복 입은 남자’는 한 명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 걸려 있는 루벤스의 대형 제단화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에도 같은 인물이 나온다. 제단화 속의 동양인과 게티 소묘의 주인공을 비교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식과 차림새가 일치한다.
또 두 사람의 용모를 비교해도 쌍꺼풀 진 눈, 바깥으로 솟은 눈꼬리, 깡총한 눈썹, 내려앉은 콧부리, 단단한 콧날, 돌출형 치아와 도톰한 입술, 동그란 광대뼈, 좁은 하관, 그리고 귓불 등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학계에서는 둘을 동일 인물로 보고, 이 점에 곽차섭도 동의한다. 빈 제단화는 원래 북유럽 가톨릭의 전초기지 가운데 하나였던 안트베르펜에 새로 지은 예수회 교회인 이냐치오 로욜라 교회(1779년에 카를로 보로메오 교회로 개칭)의 중앙 제단화 두 점 가운데 한 점으로, 작품 주문시점이 1617년이다.
학계에서는 루벤스가 제단화를 주문받고 나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게티 소묘를 제작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작 시점이 1617년경이 된다. 하지만 곽차섭은 10년 정도 앞당겨서 1607~1608년경에 소묘가 그려졌고, 게티 소묘는 제단화의 동양인과 동일 인물이기는 하지만 제단화 주문과 무관하게 작업되었으며, 동양인의 정체가 다름 아닌 조선인 노예 출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본다. 곽차섭의 논리는, 루벤스가 로마 체류시절에 조선인 안토니오를 만났고, 나중에 소묘를 활용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동양인 모델을 그려서 챙겨두었고, 우연히 10년 뒤 안트베르펜 예수회로부터 예수회 선교와 연관된 제단화 주문을 받고는 고이 모셔둔 조선인 소묘를 다시 꺼내서 제단화 밑그림 그릴 때 활용했다는 것이다. 현재 게티미술관은 곽차섭의 주장과 달리 소묘의 제작시점을 1617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방건과 크기의 문제
곽차섭은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조선 방건을 착용했으니 당연히 조선인이라고 말한다. 깔끔한 논리이다. 실제로 곽차섭은 책의 상당 부분을 방건에 대한 설명에 할애하면서 풍부한 증거 자료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의 방건 이론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방건은 사각형의 관모로,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이다. 상하를 제외하고 네 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면은 굵은 사각형 테두리 안을 가는 올로 엮어 채워서 만든다. 4개의 면을 나란히 엮으면 정육면체에 가까운 반듯한 형태의 방건이 완성된다. 그런데 게티 소묘의 관모는 네모난 형태가 아니라 원통형이다. 각도 보이지 않고 면도 보이지 않는다. 사각형의 굵은 테두리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곽차섭은 “언뜻 보기에 드로잉 속의 방건은 사각형이 아니라 둥근 모양인 듯도 하지만, 이는 여러 해에 걸쳐 사용함으로써 각진 부분이 완화된 결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89쪽)라고 해명한다.
방건을 여러 해 사용했더니, 가는 올은 멀쩡한데 굵은 바깥 틀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세로로 각진 부분 역시 저절로 펴져서 원통형으로 변신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방건은 벗어둘 때 납작하게 눌러 접어서 보관하기 때문에 올이 풀리고 해져서 나달나달할 때까지 써도 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생선구이 석쇠를 오래 썼더니 가는 철사로 엮은 망은 멀쩡한데 바깥을 두른 굵은 철사심이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을까? 실물 방건과 그림 속 관모를 비교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논리적 추론이라기보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나 통할 기적에 대해 지금껏 아무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사실이 더 불가사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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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차섭이 저지른 또 하나의 치명적 오류는 작품 해석은 반드시 작품 관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미술사 방법론의 대전제를 무시한 점이다. 작품 관찰보다 자신의 학식과 역사적 상상력을 우선시한 것이다. 게티 소묘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애당초 루벤스가 완성한 소묘작품의 크기는 현재 상태보다 조금 더 컸을 것이다. 소묘의 가장자리를 관찰하면 원작의 상단과 하단이 잘려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루벤스의 소묘 〈한복 입은 남자〉는 종이 가장자리를 따라서 상하좌우에 테두리 선이 그어져 있다. 그런데 작품 속 관모의 세로 올을 표현한 선들이 수평으로 그어진 테두리 선을 넘어서 종이 끝까지 뻗어 있다. 작품 하단부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루벤스가 동양인 모델을 그리면서 관모와 발목을 끊어먹지 않았다고 보고, 원작에서 잘려나간 부분을 복원해보자. 복원 기준은 빈 제단화이다. 제단화의 동양인을 터잡아 잘려나간 부분을 복원하면,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쓰고 있는 관모는 각이 진 방건 형태가 아니라 높이가 훨씬 올라가는 원통형이 된다. 방건을 쓰기 전에 망건을 두르지 않은 데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레 해소된다. 그의 관모는 방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곽차섭의 책 12쪽의 도판에는 그림 가장자리에 테두리선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처음부터 부실한 도판을 보고 주장을 개진했다면, 스스로 방건 이론을 철회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소묘 작품의 상·하단 테두리 선을 실수로 놓쳤거나, 테두리선은 보았지만 관모의 세로 올이 테두리 선을 관통하는 부분의 디테일을 보지 못했거나, 혹은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묘의 디테일을 무시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월간조선》 2015년 12월호 (364쪽) 김성동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곽차섭은 “노 박사는 그림 속 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것이 조선 방건과 철릭이 아니기 때문에 제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림 속 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방건과 철릭이 어디 것인지를 밝혀야 하고 혹시 그것이 중국의 것이라면 그 시대 그와 유사한 모자와 옷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여전히 제 견해는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라고 항변하면서, 방건 이론을 고수하고 있다. ‘동그란 네모’, 또는 ‘네모난 동그라미’를 논리학에서는 ‘형용모순’이라고 한다. 곽차섭의 항변에 대해서 이렇게 되묻고 싶다.
“가령 미켈란젤로가 그린 우피치 미술관의 〈도니 톤도〉 배경에 나오는 알몸의 청년들이 우리 은하계에서 200만 광년 정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주장을 누군가 제기했을 경우, 그 주장을 반박하려면 알몸의 청년 모두의 이름과 주소지를 밝혀야만 하며, 그렇지 못하면 외계인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씀이신지?”
곽차섭은 또 다른 근거로 그림 속 인물이 조선 철릭을 입고 있으니 조선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묘에는 철릭에 넓은 목깃이 접혀 있을 뿐, 조선 철릭의 특징인 동정이 달려 있지 않다. 또 무릎 뼈 바로 아래에 걸칠 정도로 짧은 조선 철릭에 비해서 게티 소묘의 철릭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이가 풍성하다. 그런데도 정말 조선 철릭일까? 게티 소묘의 철릭은 루벤스가 1617년경 그린 예수회 선교사 〈니콜라스 트리고의 초상〉이나 같은 시대 마테오 리치가 입고 있는 중국식 철릭과 형태가 훨씬 유사하다. 곽차섭은 그의 책(95쪽)에서 원작 소묘의 흑백 프린트에다 목깃 안쪽에 마치 조선식 철릭의 동정이 달려있는 것처럼 굵은 검정색으로 가필한 도판을 붙여두었다. 정작 루벤스는 그린 적이 없는 동정이 사학자의 신비로운 손길에 의해 홀연히 현현한 것이다. 남의 작품에다 없는 동정을 슬그머니 그려 넣고 주인공의 신분과 국적을 세탁하려고 한 것일까?
조선 방건을 쓰고 조선 철릭을 입었으니 조선인이 당연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모두 깨진 셈이다. 다시 말해 루벤스 소묘의 주인공은 조선인이 될 수 없다. 조선인이 어쩌다 이국의 복식을 입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같은 논리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사람이 그랬을 가능성도 똑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별 의미가 없다.
엉터리 방건과 위조 철릭을 내세운 곽차섭은 또 루벤스가 안토니오 코레아를 1607~1608년에 로마에서 만나서 소묘를 제작했다고 주장한다. 게티 소묘의 주인공이 조선인이라는 전제가 성립한 연후의 주장이므로 그의 안토니오 코레아 이론은 당연히 배척되어야 하겠지만, 여기서 잠시 입장을 바꾸어서 거꾸로 접근해보자. 만약 곽차섭의 주장대로 루벤스가 조선인 안토니오를 로마에서 만나서 모델이 돼줄 것을 요청하고 소묘 작업을 진행했다는 추리가 성립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까?

 루벤스 〈니콜라스 트리고의 초상〉 44.6×24.8cm 1617(뉴욕 메트로폴리탄 소장)

루벤스 〈니콜라스 트리고의 초상〉 44.6×24.8cm 1617(뉴욕 메트로폴리탄 소장)

1607~1608년, 루벤스는 건강 상태와 재정 상태가 최악이었다. 또 로마에 신축한 예수회 교회인 키에사 누오바 교회의 주제단화를 그리기로 하고 근 1년에 걸쳐 완성했으나 교회 측으로부터 작업 대금도 못 받고 거부당한다. 두 번째 제단화에 전념하던 중 가까스로 완성했을 무렵 고향 안트베르펜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급한 전갈을 받고 제단화의 공개도 못보고 귀향길에 오른다. 그런데 이 시기에 장차 10년쯤 뒤에 안트베르펜 예수회 교회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제단화 주문에 대비하여, 예수회가 선교 활동을 벌인 인도, 중국, 일본을 대표할 인물상을 모색하던 가운데, 유럽에 이미 꽤 진출해 있어서 모델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중국인은 제쳐놓고, 예수회 선교와도 상관없고 외교관계도 없어서 유럽 전체에 겨우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조선인을 굳이 수소문해서 조선인 노예 출신인 안토니오를 찾아낸 뒤, 그에게 혹시 동양의 고관대작이나 외교 관료나 고위 성직자가 걸칠 만한 의관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 의관정제하여 초상소묘의 모델로 서줄 것을 요청하고,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모델료를 지불하고 그림을 그렸어야 한다.
한편, 조선인 안토니오는 왜구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팔린 뒤에, 파란만장한 삶의 역경과 거친 역사의 파고를 거치면서도, 자신의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황금비단 철릭과 사치스러운 이국풍의 가죽신발과 높은 관모를 끝내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플랑드르 화가의 모델을 설 때 요긴하게 활용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곽차섭의 주장은 불가능에 가까운 성립 확률을 수차례 중첩해 논리의 차원을 크게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조선 천재 김시습이 다섯 살 연상의 어우동을 갈라파고스에서 만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낳았다는 쪽에 베팅을 하겠다. ●

ART BOOK

이해를 향한 노력

애덤 모턴 지음/변진경 옮김《잔혹함에 대하여?악에 대한 성찰》돌베개 2015

일상의 대화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문득문득 상기되는 불편함이 있다. ‘우리’라고 말하는 그 순간 상대와 나 자신을 어떤 하나의 경계선 안쪽에 위치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한 것인데, 왜냐하면 그 경계선이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즉 그러한 위치 지움의 실패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단어에 대한 이런 식의 심리적 저항은 곧바로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오늘날의 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그 복잡다단함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식의 자위적 감각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불편함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노력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감각이다. 이 후자의 감각이 두려움인 이유는, 어차피 상대와 ‘우리’로 묶일 수 없다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또 상대에게 나를 드러내고 나의 진심을 이해시킬 필요도 없어지기에, 궁극적으로 위선적이고 위태로운 개인으로 추락할 듯한 징후를 감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전반의 논거와 예시, 수사 등이 무척 새롭거나 독창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애덤 모턴의 《잔혹함에 대하여?악에 대한 성찰》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사회에 널리 퍼진 악(惡, Evil)에 대한 이해의 시발점이자 전제조건으로써 바로 이 두려움의 감각을 끊임없이 상기하거나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악을 다각도에서 매우 세심하게 살핌으로써 그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해내고자 노력한다. ‘인간은 왜 악한 행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악에 대한 성찰은 노련한 철학자의 저술답게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사려 깊은 방식으로 그것들을 비교·대조·분석하는 논증의 과정을 거쳐간다. 첫 번째 장에서는 악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속성을 드러내고자 이해력, 평범성, 성찰성에 근거한 ‘악의 이론’ 정립을 시도한다. ‘악’과 ‘잘못’을 구분하고 정상적인 일상 행동과 극단적인 악한 행동 사이의 연속성을 확인함으로써 악이 “그렇게 예외적이지 않은 동시에 매우 독특하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악의 장벽 이론’을 제시하는데, 이 장벽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태를 추적함으로써 악에 대한 정의, 나아가 악한 사람과 악한 성격에 대한 정의까지 제시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저자의 최종 목표가 악을 빈틈없이 정의 내리고자 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문의 첫머리에서 밝히듯 “이 책은 인간이 저지르는 끔찍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다루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마지막 장의 제목처럼 “악과 대면하기”를 최종 목표로 제시한다. 여기서 대면이란 화해를 뜻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기 전까지 저자가 수많은 것을 구분하고 분류해가며 악의 온전한 모습을 밝히고자 했던 까닭은, 그 온전한 모습을 파악해야만 악을 이해할 수 있고, 악을 이해해야만 악과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저자는 화해에 도달하기 위한 전제로서 이해를 강조한다. 200쪽이 약간 넘는 비교적 짧은 철학적 논고이지만, 이 책의 논지 전개를 찬찬히 살피다 보면 주장과 정의의 타당성보다는 그러한 주장과 정의의 목표 혹은 배경에 방점이 놓여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꼭 악이라는 특수한 대상에 관해서가 아니더라도 상대에 대한 깊은 수준의 이해를 통해 많은 것에 대해 성숙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으리라 예감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예감에서 현대미술은 상당한 기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고 신체의 거의 모든 감각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방법론을 받아들인 현대미술은 오늘날의 그 어떤 예술 매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감상자를 자극할 수 있게 되었다. 애덤 모튼도 고백했지만, 사실 ‘이해’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애덤 모턴은 철학자로서 이해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정확한 정의를 택했지만, 현대미술은 감상자의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함으로써 철학보다 더욱 쉽사리 이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우리’에게 상기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원준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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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59고화정담
탁현규 지음
간송미술관 소장품 중 일부를 사군자 영모 진경산수 풍속 도석 5개의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의 특성상 한 번에 보기 힘든 방대한 양의 명화를 친절한 해설로 접근하여 우리 그림을 즐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디자인하우스 26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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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71메타유니버스 :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
강정석 외 8명 지음
9명의 글쓴이가 4개의 소주제를 가지고 한국현대미술의 오늘을 다각도에서 다면체적으로 분석했다. 2014년 열린 〈청춘과 잉여전〉의 모티프를 책을 통해 풀어내는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
미디어버스 28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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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6숲으로 간 미술관
이은화 지음
독일과 네덜란드의 자연미술관을 소개한 《자연미술관을 걷다》의 저자가 이번엔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국내의 자연 속 미술 공간을 소개한다. 미술관에 대한 소개와 에피소드가 엮인 기행서다.
아트북스 304쪽·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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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9Daily Fiction
노상호 지음
저자가 매일 한 장씩 그리고 한 편씩 쓴 그림과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인터넷 잡지 신문 등의 매체에서 수집한 다양한 일상의 이미지를 기록한 후 이미지를 재가공해 허구의 일상을 재해석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메시스 248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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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2참여적 박물관
니나 사이먼 지음/이홍관·안대웅 옮김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라 문화 기관의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미술관의 관람객이 줄었다고 진단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박물관이 다시 관람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연암서가 51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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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70그림으로 나눈 대화
전영근 지음
통영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색을 사용한 그림으로 ‘색채의 마술사’라 불린 전혁림 화백의 아들인 저자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이다. 아버지의 곁에서 그의 삶과 예술을 바라본 아들이 기록한 전혁림에 대한 미학에세이다.
남해의봄날 12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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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73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공간디자인
김석훈 지음
주거, 상업 공간,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호스피탈리티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공간을 디자인 하는 저자가 효율적인 공간 디자인 속에 담긴 디자인의 요소와 법칙을 간단한 설명과 풍부한 도판으로 설명한다.
길벗 440쪽·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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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7그림을 걸다 창을 내다
정소연 지음
미술관련 출판 편집자이자 미술 애호가인 저자가 지난 2년간 권정준, 금혜원, 김범수, 김석, 난다, 노준 등 15인의 미술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그들의 작품세계와 예술가로 접어든 계기 등을 소개한다.
풀빛미디어 316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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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5우피치 미술관에서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영숙 지음
우피치 미술관의 작품을 시대별로 나눠서 작품당 한 쪽 분량의 짧은 설명과 함께 서양미술사의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르네상스 문화와 메디치 가문의 역사도 간단히 짚어낸다.
휴머니스트 211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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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4자연의 예술가들
데이비드 로텐버그 지음/정해원·이혜원 옮김
철학자이자 음악가인 저자는 현대미술, 음악, 미학, 생물학, 화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창조적 원천을 과학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실용성을 넘어 아름다움으로 자연을 설명한다.
궁리 50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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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8꿈꾸는 나무
박정환 지음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저자가 중학교 3학년 때 1년간 휴학 후, 화가인 부모님과 중국 라오스 프랑스 영국 등을 여행하며 미술관 박물관을 관람하고 느낀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여행에세이다.
헥사곤 32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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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1560이미지와 권력
권행가 지음
궁 밖으로 이미지가 유포된 조선 최고의 왕, 고종. 왕의 초상으로 근대미술의 출발점을 다시 생각해보고 이미지 재현이 가진 정치적 기능과 권력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저본으로 했다.
돌베개 336쪽·23,000원

ART JOURNAL

한남동에 세워진 대규모 전시 공간
디뮤지엄(D MUSEUM) 개관

지난 12월 5일 한남동에 디뮤지엄(D MUSEUM)이 개관했다. 대림문화재단이 2012년 공사를 시작해 4년 만이다. 이로써 1996년 설립된 대림문화재단은 새롭게 문을 연 디뮤지엄을 포함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까지 총 3개의 전시공간을 꾸리게 되었다. 대림문화재단은 “감각적인 전시와 활발한 교육 및 문화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현대미술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전시”로 세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디뮤지엄은 대림미술관의 기존 전시 콘텐츠를 이어가되 공간이 확장된 만큼 규모가 큰 작업을 선보일 전망이다. 대림미술관은 그간 국외 작가의 패션과 사진, 디자인 중심의 전시를 선보여왔다. 대중관객 수는 늘었지만 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시의 대중성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냐며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디뮤지엄이 순수미술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열지 않겠냐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디뮤지엄은 기존의 전시 스타일을 고수한다.
개관전은 디뮤지엄이 나아갈 방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첫 전시는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2015.12.5~5.8)이란 제목으로 ‘라이트 아트’ 장르에 집중했다. ‘빛’으로 관람객의 즉각적인 인식과 감각을 자극하는 작업을 선택한 것이다. 눈으로 보는 전시보다는 감각으로 느끼고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순수미술보다는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메타장르를 선보임으로써 미술관 전시의 장르를 복합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하겠다. 빛을 다루다 보니 각 작업이 상호 방해 하지 않도록 기둥 없이 설계된 총면적 2,431m2의 2층을 9개의 전시장으로 나누고 각 공간에 1명씩 9명의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 4~8m까지 층고가 다른 각 공간의 특징을 살린 작업을 배치해 마치 9인의 개인전을 보는 듯한 경험을 유도했다. 참여 작가로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인 라이트 아티스트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도 있지만, 스튜디오 로소(Studio Roso)와 같은 디자이너, 사운드, 프로그래머 시각미술가가 모인 아티스트 그룹 툰드라(Tundra)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다루는 전문가’가 참여했다. 때문에 ‘미술’ 작가보다는 ‘비주얼 아티스트’가 참여했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 수백 개의 육각형 타일로 이뤄진 아치형 천장에 빛을 투사해 다양한 빛의 패턴과 고래 소리와 유사한 사운드를 연출해 마치 바닷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자아내는 툰드라의 작업은 공감각적인 자극을 준다. 곡선과 직선이 연결된 형태의 금속 조형물에 LED 조명을 설치해서 색을 띄는 그림자를 만들어낸 데니스 패런(Dennis Parren)의 작업은 ‘CMYK’색으로 나타나는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이끌어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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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1)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
자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취임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Bartomeu Mari Ribas)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CIMAM, International Committee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Modern Art) 회장이 2015년 12월 14일자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정식 임명됐다. 임기는 2018년 12월 13일까지 3년이다. 2014년 정형민 전 관장 직위해제로 공석이 된지 약 14개월 만이다. 2015년 6월 신임관장 최종 후보가 모두 부적격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결과발표가 있었다. 이에 최종 후보자였던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문체부 결정에 반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후 문체부가 지난 8월 외국인도 포함해 후보자를 재공모한다고 발표했고 12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첫 외국인 관장이 임명된 것이다. 문체부는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의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전 세계적인 관계망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임명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가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 재직 당시 스페인 군주제를 풍자하며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다룬 작품을 전시하지 않으려고 전시 개막 직전에 취소하고, 두 명의 큐레이터를 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관장 인사의 적합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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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묵

육명심_제주도 삼양1983

한국현대미술의 원로 작가를 소개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조성묵전〉〈육명심전〉열려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전환을 이룬 원로 작가를 소개하는 ‘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일환으로 조각가 조성묵과 사진작가 육명심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멋의 맛-조성묵전〉(2015. 12.1~6.6)(왼쪽)은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조성묵의 1960년부터 최근작에 이르는 대표작품 9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1960~1970년대 그는 산업 생산된 기성품을 재료로 도입, 일상 속의 사물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선구적인 조각으로 주목받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의자의 형상에서 비롯한 <메신저> 연작 제작에 주력했으며,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국수라는 매우 특이한 재료를 사용해 <커뮤니 케이션> 연작을 탐구함으로써 독특한 감각의 설치작품으로 발전시켰다.
한편 ‘현대미술작가시리즈’ 사진부문 첫 전시인 〈육명심전〉 (2015.12.11~ 6.6)(오른쪽)은 1964년 사진을 시작해 올해로 만 50년을 맞이한 원로작가 육명심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그는 1960년대 주류였던 리얼리즘 경향의 사진작업과는 달리 한국의 정신과 정체성을 다루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 사진 30여 점이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우리 것 삼부작’인 <백민>, <검은 모살뜸>, <장승>과 육명심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예술가의 초상> 연작까지 총 5개 연작, 190여 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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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광주비엔날레 주제 선정 위한 오픈포럼 개최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선정을 위한 오픈포럼이 지난 12월 3일 홍익대 홍문관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마리아 린드(Maria Lind) 예술총감독이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지향을 알리는 키워드를 발표하고 고은 시인(정연심 대독)과 김우창 문화평론가가 차례로 예술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이외에도 아네 요르트 구투 작가, 송호근 서울대 교수, 베르너 사세 한국학 교수, 이기중 전남대 교수 등이 참여해 토론을 이어갔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2016년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을 키워드로 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동시대의 공동체적 이슈를 끌어내기 위해 지역적 매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열린 주제를 선정하고 리서치 과정을 통해 전시를 완성해가는 통합적 접근법을 시도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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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제15회 송은미술대상〉수상자 전시 열려

〈제15회 송은미술대상전〉이 2015년 12월 11일부터 1월 30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계속된다. 올해의 수상작가는 박보나, 박준범, 손동현, 이재이 4인이며 이 중 대상 1인은 1월중에 발표된다. 이번 대상 공모에는 총 423명이 지원, 온라인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해 총 29명의 작가가 본선심사(신작 1점 출품)를 받았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기회가 제공되고, 우수상 수상자 3인에게는 각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수상자 4명에겐 ‘2016~2017 송은문화재단?델피나 재단 레지던시’ 지원 자격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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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는 부산비엔날레의 비전
‘부산비엔날레의 밤’ 열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집행위원장 임동락)는 지난 12월 4일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부산비엔날레의 밤’ 행사를 열었다. 이날 임동락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바다미술제 전시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윤재갑 전시감독이 2016년 열릴 부산비엔날레 전시계획을 발표했다.
〈2016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실 외에도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을 포함해 3천여 평을 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기존 현대미술 전시공간보다 2배 가까이 커져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윤재갑 전시감독은 중국 하우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아라리오갤러리 총괄 디렉터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한 바 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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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나요
故 천경자 화백 유작 부경대에 기증

故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씨가 12월 11일 부경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경자 화백 1,000여 점과 개인 유품 3,000여 점을 포함해 총 4,000여 점을 부경대학교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이혜선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경자 화백과 부산의 남다른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 1950년대 초반 천경자 화백이 공식적인 첫 전시회를 열었던 곳이 부산이었으며, 그 길로 이끌어준 스승과 그 자제(부경대 윤광운 교수)가 정착한 곳 또한 부산이었다는 것이다.
작품을 기증받은 부경대 측은 오는 2020년까지 60억 원을 들여 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등을 갖춘 연면적 1320m2(400평) 규모의 ‘천경자 기념 미술관’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기증된 천 화백의 작품은 미술관 개관 전까지 부경대박물관 전시실에서 상설전시된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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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체

춘천에 자리 잡은 권진규의 얼굴
권진규미술관 개관

한국 근대미술 리얼리즘 조각의 대표 작가 권진규의 이름을 딴 ‘권진규미술관’이 2015년 12월 5일 춘천에 개관했다. 춘천은 그가 1938년부터 1943년까지 5년간 춘천공립중학교(현 춘천고)에 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의 예술적 토양이 된 지역이다. 첫 전시의 주제는〈권진규와 여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석조, 테라코타, 건칠 기법의 여성상과 자소상 등 권진규가 일생동안 천착해온 인간에 대한 탐구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인물 조각 30여 점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비공개 작품 2점을 최초 공개하며 주목받고 있다. 개관기념전은 5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같은 기간 백남준 문형민 정정주 등 19명의 현대미술작가가 참여한 〈요술·미술3D전〉을 열어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한편 미술관 초대관장은 권진규의 여동생인 권경숙 권진규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 맡았다. 앞으로 권진규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와 공동으로 권진규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발간하고 권진규 작품의 진품인증서를 발급하는 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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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_제희

위기의 지역 갤러리
2015년 12월 잇따라 문 닫은 지역 갤러리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식 개관하면서 광주 지역엔 문화 훈풍이 불고 있다. 새로운 문화 공간들이 문을 열고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전당 효과’와 달리 최근 지역 갤러리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지역 미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문을 닫은 갤러리들은 지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작가들의 초대전을 개최하고 색깔 있는 기획전을 여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광주시 남구 진월동에 위치한 갤러리 리채가 지난 12월 9일 사업자 등록을 취소했다. 갤러리 리채는 남구에 처음 문을 연 민간 갤러리로, 2012년 7월 개관했다. 미술놀이터를 목표로 한 갤러리 리채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포함 연중 6회 기획초대전을 열며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지난 2006년 개관한 대동갤러리도 최근 폐관했다. 대동갤러리는 12월 9일까지 열린 〈이철수 판화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이 갤러리는 지역에서 보기 드문 약 560m2의 넓은 규모로 대형 전시를 자주 개최하며 주목을 받았다. 대동갤러리는 사업자가 바뀌며 2015년 12월 말부터 ‘세계조각·장식박물관’으로 운영된다. 동구 동명동에서 아름다운 전시공간으로 입소문이 퍼졌던 제희갤러리(사진)도 5월 문을 닫았다. 2층 양옥을 개조해 도로변 널따란 공간에 위치한 제희갤러리는 마당에서부터 갤러리 입구까지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13년 개관 후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김병종, 구본창 등 유명 작가들의 초대전을 개최,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의 잇따른 폐업은 미술시장 불황이 눈에 보이는 원인이긴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갤러리가 배제된 작품 유통 과정이 자리하고 있다. 구매자들이 미술품을 구입할 때 갤러리를 통하기보다는 작가와 직거래 하는 지역사회의 관행이 두드러져 소규모 갤러리들이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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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유럽미술의 다리가 되다
정헌메세나 후원〈아름다운 다리2전〉열려

정헌메세나(회장 오천룡)가 10년간 후원한 청년작가 38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정헌메세나 후원 작가-아름다운 다리전2〉가 2015년 11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다. 정헌메세나협회는 2004년 〈정현메세나 청년작가상〉을 설립하고 매년 유럽에서 활동하는 만 35세 미만의 청년작가를 선정 시상해왔다. 작품 활동과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젊은 작가 후원을 확대하고자 ‘후원작가’를 추가로 선정하고 2008년부터는 한국과 유럽 두 나라 간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이번 전시에는 청년작가상 수상자 지연리 김명규 장혁동 홍일화 등 10인을 포함해 현지에서 활동하는 후원 작가 27명이 참여했다. 특기할 점은 선정대상 장르를 평면작업에 한정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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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원일을 추모하다
《큐레이터 이원일 평전》출간

2013년 이원일(1960~2011)의 작고 2주기에 집필을 시작한 《큐레이터 이원일 평전》이 그의 5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 국내를 넘어 국제 무대에서 활동을 펼친 큐레이터 이원일의 유년기부터 학창시절과 큐레이터로 활동한 전기를 담은 1부, 그의 큐레이팅을 학술적으로 조명한 2부, 저자와 동료 비평가 윤진섭, 장동광의 메타비평글을 실은 부록으로 구성해 이원일의 삶과 예술정신에 대한 다각도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고 이원일은 토탈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제6회 상하이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 같은 해 제4회 서울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전시총감독 등을 맡았다.(김성호 지음 사문난적 384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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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만나는 익명의 인물을 그리다
탁소연 개인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 서울관에서는 2015년 12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탁소연 개인전- 무명씨전〉을 개최했다. 탁소연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수묵의 발묵 효과를 최대한 살려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는 현대인의 관계와 익명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거대한 덩치를 과시하는 차가운 도시의 공간 사이로 여러 얼굴과 몸짓의 무명씨들이 합쳐졌다가 갈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들은 해가 뜨고 지듯 사라졌다가 다시 거짓처럼 도시를 가득 메운다. 현기증 나는 이 유람 속 군상은 가까이 혹은 멀리서 색다른 풍경이 되어 작가에게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 다가온다”라고 우리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인간 실존의 다양한 모순에 대한 의문일 수도 있고, 관망자로서의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작가는 인간 내면의 미묘함과 감정의 변화는 한지와 먹의 우연적이며 즉흥적인 특질을 이용하여 강조한다.
탁소연은 전북대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였고, 중국 중앙미술학원 당대수묵인물 석사와 중국 칭화대학교 미술학원 미술학 박사를 졸업했다. 중한당대예술초대전(베이항예술관,중국), 수묵신예교류초대전 (송장미술관, 중국), 현대회화청년전(전북도립미술관) 등에 참가하였고, ‘전북청년 2015(전북도립미술관)’에 선정되었다.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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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오늘의 만유인력이 말하는 것
시안미술관 특별기획전〈뉴턴의 배〉열려

시안미술관이 2015년 입주작가 특별 기획전으로 마련한 〈뉴턴의 배〉가 2015년 11월 28일 개막해 12월 31일 막을 내렸다. 전시 제목의 패러디는 여러 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아이작 뉴턴의 물리학 법칙과 달리,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만유인력을 프로젝트의 주제로 삼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을 끌어 당기는 힘을 언급한다는 사실은 다섯 명의 참여 작가가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왔다는 증거다. 권력, 자본, 소비, 정치, 종교, 경제, 법, 언론 등의 키워드를 품고 있을법한 작품들은 각각 ‘음모’, ‘거인’, ‘욕망’, ‘흔들림’, ‘유혹’이란 제목이 붙은 다섯 개의 방에 나뉘어 전시되었다. 〈음모의 방〉을 채운 윤동희는 역사적으로 쓰임새와 의미가 바뀌어온 비둘기를 여러 개의 설치작으로 보여주고 있다. 윤동희가 김진과 함께 설치한 〈거인의 방〉은 법과 권력에 의한 지배의 정당성과 부조리를 공간 중심에 놓인 저울을 통해 상징화 했다. 〈욕망의 방〉에서 김진은 조작된 시각이미지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상품을 통해 물신주의를 고발한다. 이러한 딜레마는 김승영의 철창 속에 가두어진 자유선언 텍스트 작품에도 또 다른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그는 3전시장에서 선보인 〈흔들리는 방〉에서 수없이 많은 나침반이 지도 모습을 이루는 설치작도 공개했다. ‘hurt’라는 글귀를 비추는 지도는 김수 작가의 커다란 배 조형물과 쌍을 이루어 맥락을 연출한다. 방향을 잃은 배가 정치적인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면, 김영섭의 〈유혹하는 방〉은 정치와 자본과 언론에 대한 현실을 넌지시 꼬집는다. 홈쇼핑 방송에서 따온 목소리와 새마을노래의 합성은 지금 미술이 사회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발언권이 단지 눈에 보이며 침묵하는 상황을 벗어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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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한국 전통안료의 맥을 잇다”

김현승 (주)가일전통안료 대표

가일전통안료 (2)천연안료 생산은 돌, 흙, 조개껍데기에서 색상을 추출해 이를 곱게 갈아 만드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국내 천연안료 제조 기술은 전무하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전통 기술을 복원해 천연안료를 개발한 기업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간미술》은 전통 안료 생산 국내 유일 업체인 가일전통안료 김현승 대표를 만났다.
전통 안료 연구 개발 및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여 년간 동양화 안료와 관련 재료의 수입유통업에 종사하면서 수입제품 일색의 고급 안료시장 구조에 아쉬움을 느꼈으며, 국내 문화재를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외국 업체가 만들어놓은 색상체계에 억지로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중국, 일본 및 국내의 관련 학술문헌을 연구하고, 거래처인 중국, 일본 제조업체를 방문해 광물의 변별과 처리 방법에 대해 문의하면서 절치부심 국내 생산을 준비했다. 5년의 준비과정과 시험생산 끝에 2013년 양평에 정식 공장을 세웠다.
현재 안료 개발 상태는 어느 수준으로 볼 수 있나? 본사가 생산하는 천연 석채의 색상별 명채도 기준은 바로 고려불화와 조선 궁중장식화다. 현재 자체 기술력으로 천연석채 10단계의 입도 구분을 통해 전통 색상의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을 표현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각 단계를 재차 세분화해 문화재 보존 작업에 필요한 색상을 맞춤 생산할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규장각,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에 꾸준히 납품함으로써 품질 면에서는 인정 받았다 하겠다. 다만 유서 깊은 일본 안료 업체와 비교할 때 현대적인 색상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문제라 볼 수 있다.
2015년 9월부터 대만에 안료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120여 년간의 천연석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는 모멘텀이다. 자국의 문화재를 보존 처리할 때 자국에서 생산한 석채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만은 아직 천연석채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고, 해외 제품에 덜 배타적인 편이다. 현재 유럽 쪽과도 교섭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반 회화분야와 문화재 보존분야의 수요를 합쳐도 아직 회사의 이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 전통회화, 불화나 민화에 대한 관심이 전통재료의 장점에 대한 인식으로 확산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추후 국내 각 지역의 광물에서 추출 가능한 천연석채와 천연토채(土彩)의 체계적인 표본화 작업을 진행해 한국색의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긴 여정을 정리하고 싶다.
www.naturalpigment.co.kr 문의 02-722-9031
이슬비 기자

가일전통안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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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평 (1)

한국현대미술 비평의 오늘을 말하다
〈2015 SeMA-하나평론상〉기념 집담회 개최

〈2015 SeMA-하나평론상〉시상식과 이를 기념해 ‘한국현대 미술비평 집담회’가 2015년 12월 15일 서울시립 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렸다. 미술평론가를 발굴·지원해 평론분야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과 하나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제정한 〈2015 SeMA-하나평론상〉은 곽영빈, 김정현이 공동 수상했다. 한편 ‘한국현대 미술비평 집담회’는 박찬경이 진행을 맡고, 성완경, 이영욱, 박찬경, 김현진, 문혜진이 발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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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의 만남
황재종《누드에세이》《개112584.jpg》출간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인물화와 드로잉을 주로 발표해온 작가 황재종이 그리고 쓴 두 권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발간됐다. 《누드에세이》는 황재종이 인물화아카데미그림패에서 누드크로키 강좌를 이끌며 쌓아온 누드크로키의 조형의식을 풀어냈다. 반면 그의 두 번째 시화집 《개112619.jpg》에선 글과 그림은 뿌리가 같다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황재종은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계명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인물화 표정 표현 연구〉로 인물화의 이론과 표현법의 근간을 구축하였다. 파리의 그랑쇼미에 아카데미에서 인물화표현의 실기를 수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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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문화예술인을 위하여
허진〈2015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의재 허백련상〉수상

광주광역시는 〈2015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4개 부문 수상자 9명을 선정 발표했다. 미술부문의 허백련미술상 본상에 허진(전남대 한국화전공 교수)이 선정됐다. 광주시는 2015년 11월 수상후보자 공모를 통해 관련 대학교와 문화예술 단체 등의 추천을 받았으며 피추천자를 대상으로 문화예술상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했다.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은 한국문학과 미술(한국화, 서양화), 국악 발전에 현저한 업적을 남긴 박용철 김현승 정소파 허백련 오지호 임방울 선생의 숭고한 예술정신을 이어받아 문화예술의 창조적 발전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를 대상으로 지난 1992년부터 해마다 수여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총 89명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12월 15일 광주시 서구 상무지구 라붐웨딩홀에서 열렸다.

EDITOR’S LETTER

잡지의 숙명?

청명한 가을하늘이 반가운 요즘이다. 대기도 뽀송뽀송, 상쾌한 기분을 부추긴다. 이런 계절 감각에 걸맞게 이번호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다. 앞선 7, 8월호가 국립현대미술관 문제나 광복 70주년처럼 첨예하고 시의성 있는 주제로 숨 가쁘게 내달렸다면, 이번 9월호는 숨 고르며 한 템포 쉬어가듯 완급을 조절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여느 때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형식이 헐렁해진 건 아니다. 예컨대 은둔 생활을 하는 작가 김명숙과 요즘 보기 드물게 목판화 작업에 외길을 걸어온 정비파 작가의 작가론은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깊이 있는 글이다. 그리고 법고창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문봉선 교수의 개인전 소식과 국립현대미술관 <2015 올해의 작가상> 후보 4인 인터뷰, <都城圖>를 테마로 한 이태호 교수의 연재와 현장감 있는 구보다 시케코 추모 기사 등 무엇 하나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특집 또한 신선한 시도로 봐주길 바란다. 미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중문화 현상을 참신하게 풀어낸 기획이라고 자평한다. 물론 마감직전까지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난관에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우리 편집부 막내 기자와 동갑내기 디자인 팀장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기사다. 맛깔난 요리 한 접시를 독자들에게 대접하게 된 것 같아 기특하고 덩달아 흐뭇하다.
한편, 이번호는 광고 지면이 부쩍 늘었다. 솔직히 말해 이 대목에서 표정관리가 쉽지 않다. 회사 수익 면에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런 내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광고 많은 잡지를 싫어하는 독자가 적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 독자는 잡지에 광고가 많으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는다. 상대적으로 책의 내용이 빈약하다거나 원치 않는 광고를 일방적으로 접하게 되는 상황을 불편해 한다. 나 역시도 한때 명품광고 일색인 멤버십 매거진이나 온갖 요란한 상업광고로 도배된 여성지를 보면서 짜증을 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다른 잡지나 신문, 방송을 보면서 광고가 많으면, ‘아~ 이 매체가 이렇게 인기 있고 영향력이 크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ARTFORUM》 《Art in America》 《ART》 같은 외국 유명 미술전문지는 광고가 엄청나게 많다. 특히 《ARTFORUM》은 3분의 2 이상을 광고가 차지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전 세계 독자는 이런 책에서 기사뿐 아니라 광고를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국내 미술계에서 《월간미술》은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고 신뢰하는 매체다. 발행부수를 비롯해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크다. 그러니 광고주 입장에선 당연히 효과적인 홍보수단으로 《월간미술》을 선호한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논쟁처럼, 회사 수익과 직결된 광고가 우선인지 책 본연의 목적인 기사가 우선인지는 처한 입장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편집장으로서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편집부 기자들은 광고를 목적으로 책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좋은 기사로 좋은 책을 만들면 광고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월간미술》에서 광고와 관련된 업무는 편집부와 상관없이 전적으로 광고담당 부서에서 전담한다.
정리하자면, 《월간미술》은 비영리 공익기관이나 자선단체가 아니다. 엄연히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출판기업이다. 따라서 광고 수주와 정기구독 유치를 통한 안정된 재정 조달이 회사존립의 최우선 전제 조건이다. 언젠가도 이 자리에서 밝혔듯이 《월간미술》은 모든 필자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한다. 지금까지 단 한차례 지연되거나 빠트린 적이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와 같은 배경엔 분명 광고료 수입이 큰 몫을 차지한다. 사정이 이러니 혹여라도 그동안 《월간미술》에 실린 광고를 무조건 미워(?)했거나 심지어 시기하고 질투했던 독자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잡지의 숙명’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기사 못지않게 광고 또한 정보취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관심 있게 봐주기 바란다고 말이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