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는 삶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다른 방식의 O(Another O)〉열려
젊은 기획자들의 시각이 드러나는 〈다른 방식의 ○(Another ○)전〉이 1월 14일부터 2월 14일까지 두산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이 전시는 신진기획자 양성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여한 김소영 박보람 박은지가 기획했다. 이들은 대안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예술에서 찾고자 한다. 이번 전시 제목의 주어격인 원문자‘○’에서 기성세대의 언어를 대체하고자 한 기획자들의 고민이 읽힌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발음되고 해석되는 부호‘○’를 사용해 새로운 관계 모색을 표현한 것이다. 3인의 기획자는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켜서 남보다 앞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온 세대다. 그런 무한경쟁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불안한 내일을 헤쳐 나가는 방법으로 ‘함께하는 삶’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시에 참여한 오디너리피플, 장서영, 장파, 최윤석, 한받 작가는 더불어 사는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오디너리피플은 전시참여 작가, 기획자 그리고 외부 필진이 참여한 작품(<탁구공>)을 선보여 새로운 방식의 연계를 제시했다. <탁구공>은 각자가 생각하는 3단어를 표현한 텍스트, 영상, 페인팅을 통해 일종의 ‘작업 끝말잇기’를 하는 형식이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블로그(takgoogong.tumblr.com)에 공개함으로써 참여자와 관람자의 연결 폭을 무한히 확장했다. 반면 사운드작업을 진행하는 자칭 ‘민중 엔터테이너’ 한받은 오프라인(전시장과 길거리)에서 관람객과 관계를 형성한다. 전시장에서 ‘구루부 구루마-언익스펙티드 리얼라이제이션’ 공연을 선보이는가 하면, 1월 23, 24일 이틀간 지원자를 모집해 ‘구루부-패션투어(‘미쓰-매치’전략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는 시장이 만들어낸 유행에 따라 패션을 소비하는 행태를 벗어나 주체적인 옷 입기를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버려진 옷가지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스스로 코디하고 두산갤러리부터 황학동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또 다른 참여 작가 최윤석은 일상의 오브제를 활용한 드로잉, 비디오,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공감각적 소통을 시도했다. 한편 참여작가 외에도 신보성 이창석이 결성한 팀 ‘힐긋’이 전시공간 디자인에 참여해 공간에 분절을 배제한 공동 구역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기획자 3인은 전시 기획의도에서 작가의 독특한 방식에 따라 기존의 틀을 탈피하여 공존의 새로운 양상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시 메시지의 초점을 ‘틀을 깬 공동체’에 맞췄지만 기존 예술에서 표현된 공동체의 틀을 변주한 데 머문 듯 보이는 형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의 세상에 대한 목소리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은 매년 40세 이하 큐레이터 3명을 선정해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기획자는 1년간 강의, 세미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현대미술의 이론과 현장을 익힌다.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 한국 현대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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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성찰하다
인물 중심〈꽃미:사람 사이전〉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에서 〈꽃미:사람 사이전〉(이하 꽃미전)(2014.12.27~2.28)이 열리고 있다. 꽃미전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여는 전시로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는다.
이번 전시 부제는 ‘사람 사이’로 인물 작업을 주로 하는 8인의 회화와 조각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성민은 남자누드를 통해 작가를 비롯한 동시대인의 실존과 고독을 이야기한다. 조헌은 주변 인물의 미화되지 않은 일상을 진지한 시선으로 표현했으며, 윤철규는 소박한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나는 지인들의 모습을 작가 특유의 긍정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박시완은 기억에 근거한 인물의 모습을 거친 붓의 스트로크를 살려 형태를 깨뜨리고 심상에 집중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양순실은 얼굴 없는 마네킹이 되어버린 여인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준다. 이주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뒤엉킨 남성누드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성수는 평범한 여성 모델의 이미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자문한다. 윤길현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러운 순정파 남자를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함을 담아내고 있다. 강민지 큐레이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8인의 작가와 관객, 나아가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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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모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새로운 추진사업단이 주관, 예산은 줄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1회부터 행사를 주관해오던 광주비엔날레재단 대신 별도로 꾸려지는 추진사업단이 주관하게 된다. 또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행사 기간과 규모도 축소된다. 최근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광주디자인센터 내에 별도의 사업단을 신설하고 경험이 풍부한 광주비엔날레재단 인력 등 전문가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꾸려진 별도의 추진사업단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진행한다.
지난 2005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5차례의 행사를 치른 광주디자인 비엔날레는 그동안 ‘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최근 개혁 작업에 들어간 광주비엔날레재단과 광주비엔날레 혁신위원회에서도 재단 경영 효율화를 위해 광주시 위탁 사업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 제기됐다.
특히 매회 2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 경제와 연관되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별도의 조직으로 행사를 추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본연의 정체성을 찾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생각이다. 기존 50억 원(국비 20억 원, 시비 20억 원, 민자 10억 원)이던 예산이 내년부터는 23억 원(국비 9억 원, 시비 9억 원, 민자 5억 원)으로 축소됨에 따라 행사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광주시는 남은 예산 22억 원(국비 11억 원, 시비 11억 원)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별개인 디자인 개발 사업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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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가 걸어갈 방향
‘부산비엔날레 개선방안 공개토론회’ 개최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는 지난 1월 10일 부산디자인센터에서 ‘부산비엔날레 개선방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개토론회에서는 지난해 발족한 ‘제도개선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부산비엔날레의 새로운 목표와 과제를 담은 비엔날레 선언문 제정, 부산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운영, 학술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활성화, 부산비엔날레 재단법인 전환 문제 등이 논의됐다. 또한 이사회, 운영위원장, 전시감독 등에 관한 규정을 분명히 하자는 구체적인 개선안도 제시됐다. 기조발제는 제도개선위원회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전승보 세종문화회관 예술감독이 맡았으며, 미술평론가 임근준이 진행한 토론에는 서상호 오픈스페이스 배 대표, 우석봉 부산발전연구원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안원현 신라대 교수, 최태만 국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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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예술의 구분을 뛰어넘다
전소정, 제14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송은미술재단은 1월 9일 제14회 송은미술대상에 미디어아티스트 전소정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2014년 12월 12일부터 1월 31일까지 송은아트센터에서 예선과 본선심사를 통해 최종 결정된 대상 및 우수상 수상 작가 4인(도수진, 전소정, 조소희, 이진주(사진 왼쪽부터))의 전시가 열렸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향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우수상에 선정된 3인은 각각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또한 수상자 모두에게 ‘송은 아트스페이스-델피나 레지던시’의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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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와 서양화의 선이 교차하다
임현락 정미옥 2인전〈Seeing & Being〉
스페이스K 대구에서 열린 2인전 〈Seeing & Being〉(2014.12.11~1.30)은 임현락과 정미옥, 두 현대 미술가가 펼쳐 온 작업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한국화가 임현락은 장지와 먹을 주로 쓰며 평면회화와 공간 설치를 완성했으며, 서양화가 정미옥은 캔버스 위에 페인팅 작업을 선보였다. 두 작가는 모두 붓을 이용하여 선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선에 관한 개념은 한국화와 서양화의 접근 방식에서 다른 점을 보여준다.
정미옥의 ‘Seeing’은 우리가 회화를 바라보는 원리에 대한 해석이다. 착시효과에 기댄 옵아트는 정미옥이 일관되게 선보여 온 작품을 설명하는 특징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선이 눈에 띄지만, 여기에는 색의 명도와 채도가 연출하는 미묘한 변화를 패턴 속에서 반복되게 표현하는 과정이 작업이다. 작가는 이전에 주로 시도하던 스크린 프린트 방식의 판화 대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바른 연작 <Accumulation>(오른쪽)을 선보였다.
한편, 임현락은 ‘Being’을 통해 생명에 대한 본인의 성찰을 드러냈다. 도시의 회색 건조물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들풀을 보는 그의 시선은 한낱 잡초로부터 모든 생명체의 존속 의지를 읽고 있다. <바람> <호흡 ‘1초’>(왼쪽)와 같은 제목은 순간을 작품 속에 잡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수묵화와 설치작업이 율동하며 공간을 채운 임현락의 작업은 같은 전시 공간을 나누어 쓰는 정미옥의 작품 배치와 대비를 이뤘다.
현직 대학교수라는 공통점을 가진 정미옥, 임현락은 현대미술의 영역 내에서 가능한 철학을 각자의 작업에서 용이하게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왔다는 점도 공유한다. 많은 선을 반복해서 쌓거나 내리면서 작업을 완성한 이번 전시는 외형적으로 전시 공간의 해석에서 완성도를 높였다. 한 가지 구상을 환류적으로 제안한다면, 두 작가가 지닌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교차하여 평가하는 일일 것이다. 예컨대 서양화가 정미옥의 작업에 동양철학의 전일적인 시각을 적용하고, 한국화가 임현락의 작품 해석에 서양철학의 방법론을 적용하는 시도가 그것이다.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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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
“사진전문 갤러리를 넘어 새로운 방향성을 갖는다”
사진전문 갤러리로 알려진 갤러리 룩스가 옥인동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14년 3월 전시를 마지막으로 인사동에 있던 전시공간을 닫은지 약 9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갤러리 룩스는 시간이 갈수록 관광지화되는 인사동을 벗어나 작품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구축하기위해 옥인동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옥인동은 효자동에서 살짝 벗어난 동네라 아직까지 미술 갤러리가 모여있는 곳은 아니다. 미술 불모지에 전시장을 이전한 것만으로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건물을 신축하는 결단을 내렸다. 현재 1층은 카페, 지하 1층은 소규모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갤러리는 2,3층에 자리 잡았다. 심혜인 갤러리 룩스 대표는 “공연장이 들어서면 갤러리와의 다양한 협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갤러리 룩스의 전시가 다변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전문 갤러리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사진을 다루지 않겠다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을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심 대표는 “현대미술에서 더 이상 장르를 내세운 갤러리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전을 계기로 전시의 변화를 뚜렷이 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사진전문 갤러리’ 보다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불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갤러리 룩스의 이전 재개관 첫 전시 역시 사진전이다. 〈장면의 탄생〉은 1부(〈장면의 탄생: 모서리를 걷는 사진들〉, 1.22~2.21)와 2부(〈의문의 태도를 지닌 사진들〉 2.25~3.24)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번째 전시는 권오상, 김도균, 박승훈 등 8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또 한 가지 변화로는 전시 기간의 유연성과 대관전의 지양을 들 수 있다. 단독 건물에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전시 스케쥴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전시당 한 달 정도의 전시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또 대관전을 배제하고 갤러리의 기획전만으로 전시를 꾸려나갈 생각이다. 경제적으로도 큰 도전이다. 아트 컨설팅, 미술품 대여 사업도 차츰 확대해 갤러리의 역할을 다변화할 것이다. 물론 일관된 부분도 있다. 2008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2014년은 갤러리 이전 때문에 작가선정 기한을 놓쳐 2015년 선정된 작가는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 심사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지원전시를 이어갈 생각이다.
인왕산 아래 자리 잡은 전시공간은 고요하고 안정적이지만 전시장 내부가 다소 협소해 보이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공간보다 전시기획이 중요하다. 새로운 얼굴로 찾아온 만큼 앞으로 사진과 타 장르 간의 조화를 이뤄가며 만들어갈 갤러리 룩스만의 색깔이 주목된다.
문의 www.gallerylux.net 02-720-8488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