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2015 한국현대형상회화전

갤러리 팔레드서울 7.29~8.11

최금수 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이 가슴을 울리는 광복 70주년의 8월이다. 이를 축하하기라도 하듯 남과 북은 총부리를 겨누며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를 조장하고 있다. 이제는 상당수가 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는 세대들이 살아가고 있는 반도에서 해방 또는 광복이라는 기쁨은 분단의 그늘 아래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공교롭게도 광복 70주년 불꽃놀이 행사와 맞물린 남북의 피 말리는 대치 상황은 21세기 이 땅에 살고 있는 민중에게 ‘극과 극을 달리는 20세기형 블록버스터 판타지’를 선사했다.
주지하다시피 ‘남한의 형상회화’는 1980년대 미술운동을 뿌리로 하고 30여 년이 넘게 현장에서 쓰이는, 필요에 의해 고안된 실용 개념의 단어이다. 즉 ‘우리의 역사와 시대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회화의 한 경향’이기에 그 투박함과 애매함만큼 무궁무진한 스펙트럼을 지닌다. 바로 그 현실 환원적 덩치 탓에 때로는 형상회화가 변혁운동에 복무했던 민중미술 또는 자연적 재현에 몰두한 구상회화와 구분되지 못하고 혹은 현란한 감각으로 치장한 팝 내지는 감정에 호소하는 심상회화로 오인되기도 하며 짧지 않은 시간들을 흘려버렸다. 지금에 와서 그 범주의 불명확성의 원인을 따져보자면 그것은 바로 ‘자각과 자생’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린 궁색한 창작환경과 연동된 탓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솔직히 형상회화란 설익고 어설픈 남한 미술계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 좀더 효율적이고 유연한 성격을 지닌 전문 시사용어에 다름아니다.
그렇기에 혹자는 남한 형상회화를 성급히 해방 전후의 이념적 회화 또는 외국 사회운동 성향의 회화 등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물론 이는 가능하고 유효한 되짚음이다. 하지만 전자 후자 모두 현장과 거리를 둔 다른 환경의 학습에 기인하여 남한 형상회화의 키워드인 ‘자각과 자생’의 의미를 놓치기 십상이다. 남한 형상회화에 좀 더 밀착하기 위해서는 1980~1990년대라는 시대상황과 더불어 창작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야만적 군부정권의 폭압이 일상이었고 미숙한 미술제도하에서 ‘몰개성적 집단적 회화’에 의한 표백된 창작환경은 창작자 개개인의 상상력을 고사시켰다. 이에 따른 필연적인 움직임으로 기존 환경에 반기를 들고 현장으로 뛰쳐나와 변혁운동에 복무한 민중미술 또한 그 시기적 다급성과 도구적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에 ‘대항에서 대안으로’ 방향을 바꾸기는 했지만 새천년 이후 가속화된 ‘대안의 제도화’는 결국 좀 버겁지만 ‘공공미술과 국제화’라는 거대한 요구에 적응하기 바쁘다.
한편으로는 새천년 들어 지자체 기반의 대형 국제미술행사들과 더불어 국공립미술관들이 과거와 사뭇 다르게 약진하고 각종 레지던시 등을 비롯한 창작환경 개선사업이 펼쳐졌으나 미술의 영역도 그만큼 넓어져 그 많은 요구에 부합하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와 비슷한 시기 미술시장은 일희일비이지만 블루칩 젊은 작가들을 출시하며 상승세를 보였으나 오히려 남한 형상회화의 호흡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남한 형상회화의 핵심인 ‘자각과 자생’은 ‘창작과 환경’에 다름아니다. 즉 전달받는 향유자적 입장이나 집단적으로 제도에 의해 학습되고 기안되어 유포되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창작환경에서 체득한 동시대적 자각을 바탕으로 한 개별 창작자의 고유한 자기진술인 셈이다. 물론 뭇 예술작품이 그렇듯이 ‘생산’ 이후의 문제들은 현실만큼이나 들쑥날쑥하다. 그래서 다시금 길고 깊은, 다소 불안정한 호흡을 즐겨야 한다.

위 신학철 <한국현대사-광장> (사진 맨 왼쪽) 캔버스에 유채 2015

CRITIC 샌정 study painting

누크갤러리 7.30~8.26

이윤희 미술사

샌정의 회화작품들을 보면서, 이 작가가 한 작품을 제작할 때, 이제 완성이라는 생각을 어느 지점에서 갖는지가 궁금해졌다.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모호한 배경 위에 모호한 형태들이 부유하고 있으며, 이미 그려진 어떤 형태가 다시 숨기도 하고, 형태라 부를 만한 것들 역시 하나같이 완결된 선으로 마무리된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그리다 만 듯한 인상을 주는 화면들이고, 그 모든 작품이 완결되기보다는 어딘가로 향해 가는 중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면에 가하는 그의 붓놀림이 호방하여 그리는 순간의 일시적 기분이나 감정을 듬뿍 담아내는 종류의 것도 아니다. 기하학적 형상처럼 보이는 것이든, 인물이나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그 어떤 것이든, 형태를 이루어가는 그의 붓질에 모호한 색채 선택만큼이나 조심스럽다. 한 획 한 획의 조심스러운 붓질이 비하면, 흘러내리는 물감자국들의 생동감이나 속도감이 화면에서 낯선 요소로 보일 정도이다. 그는 어느 지점에서 완성이라는 느낌을 가지는 것일까.
거의 비어있는 것 같은 그의 작품 앞에서 최근의 어떤 미술 동향, 목표한 결과치를 위해 꽉 짜여 있는 회화의 경향을 역설적으로 반추하게 된다. 계산된 수수께끼의 답을 풀어낼 때 재미를 느끼는 것처럼, 그러한 작품들을 감상할 때 다가오는 쾌(快)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한 작품들 앞에서 감상자는 작가가 화면에 숨겨둔 사유의 단서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추적해보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샌정의 작품 앞에서는 감상자의 눈이 화면에서 집중력을 갖게 되기보다는 더듬더듬 길을 잃고 돌아다니게 된다. 말(馬)이나 새, 소녀, 나무와 같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를 인지하고 인물이나 사물들의 관계를 생각하기도 하고, 경계가 불명확한 배경과 형태 사이의 경계에서 그려지지 않고 남아있는 빈 공간이 무한히 확장하는 것 같은 심리적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감상자가 바라보는 지점이 어느 곳에 멎지 못하고 화면 안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결코 명확해질 수 없는 비언어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그의 화면 속에서 가끔 또렷하게 쓰여진 글자들을 발견하는 것은 또다른 놀라움이다. 모든 작품에 언어적 개입을 거부하는 작품의 제목 가 일괄적으로 붙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품들에는 꽤 지시적인 언어들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SOBERING REALITY”, “INDIAN SUMMER”, “LINES AND COLORS” 등의 글자들은, 화면의 조형 요소들이 서로의 정체를 숨겨주는 듯한 그의 화면에서 급작스러운 명확함으로 다가오는, 대단히 이질적인 부분으로 보인다.
비언어적인 사유를 이끄는 모호함과 명확한 글자들의 대비처럼, 그의 작품 전체를 일별해보면 개념적으로 정반대로 여겨지는 것들의 대비가 줄곧 눈에 띈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 한 시기, 지역, 혹은 한 미술동향의 화두였던 것들, 구상과 추상, 유기체적인 것과 기하학적인 것, 서사성과 서정성,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등의 대비적 요소들이, 한 작품에서 드러났다가 다른 작품에서 사라지고, 때로는 한 화면 안에서 만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시각적 경험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면서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study painting”을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삼은 점을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굳이 소문자로 시작하는 이 전시의 제목은 한편으로는 겸허한 표현인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이 지향하는 바와 태도를 알려주고 있다. 한 점 한 점의 작품은 그가 자신의 삶 속에서 공부하고 사유하는 흔적이라는 것, 그 결과물 자체가 어떤 결론을 향해 가기보다는, 그리하여 어떤 결론에 도달한 완성의 지점이라기보다는, 끝없는 과정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삶의 과정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위 샌정 <무제>(맨 오른쪽) 캔버스에 유채 2015

CRITIC 오유경 COSMOS

스페이스K 서울 8.6~9.10

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오유경은 오브제를 이용하여 그 안에 내재하는, 우리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들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이번 전시 는 지금까지 작가가 해온 작업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작업에서 작가는 가장 가볍고, 하얀색의 단순한 기하학적인 오브제, 예를 들면 종이컵, 탁구공, 밀가루 등을 통하여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비물질적인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작업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여왔다. 작가가 이런 오브제를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최대한 비물질적인 것에 가까운 것들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소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는 복잡하고 미묘한 무형의 것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작가는 가변적인 설치작업을 통해 이러한 오브제들이 고정된 형태를 가지지 않고 언제든지 그 모습이 변할 수 있게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한다. 따라서 오유경에게는 사용하는 오브제들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가변적으로 쌓고 흐트러뜨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가가 기존에 사용하던 오브제들이 아니라 새롭게 배경으로 나타나는 것들이다. 이 배경들은 모두 오브제를 반사시키는 거울 역할을 한다. 이는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그 안에 배치되어 있는 작가의 또 다른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들이 담긴 오브제들이 여기저기에 반사되어 나타난다. 시각적으로 복잡하게 반사되는 오브제들은 관객의 움직임과 작가가 만들어 놓은 바람과 조명에 의한 그림자 등 다양한 장치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 안에서 어떤 연관 관계를 쉽게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배경처럼 보이는 거울 역할의 오브제에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여전히 오브제들이 가진 물성 자체의 성질을 그대로 활용하여 그 의미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설치에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에 작가가 활용하던 부분을 유지하면서도 거울 효과를 가진 오브제들의 장치로 인하여 나타나는 우연성을 더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작업에서 사용된 오브제들은 어떤 특정 인과 관계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로서의 현상과 상황을 위한 도구였다면, 이번에 사용하는 거울들은 정확한 인과관계와 더불어 우연적이고 가변적인 상황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공간에 존재하게 하는 도구다. 따라서 이 장치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는 전시 타이틀인 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오유경이 말하는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이 뒤섞인 복잡한 인과관계들과 우연들로 이루어진 시공간이다. 작가는 우리의 눈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이 시공간을 거울과 같이 사물을 비추어주는 오브제들을 통해 보여주면서 변화무쌍하고 경계조차 없는 우주를 담아낸다. 따라서 이 반사되는 오브제들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우주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매개체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오유경은 그녀가 천착하고 있는 화두인 시(詩)적인 언어를 오브제들이 가지고 있는 물질과 비물질성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환경으로까지 그 대상을 넓혀 찾으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작가만의 감각적인 오브제에 대한 시각과 개인적인 성찰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서 자신의 변화해가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위 오유경 (가운데) 황동에 은도금, 탁구공, 색실 2015

CRITIC 김윤재 메탈산수

포스코미술관   7.23~8.12

함선미 예술학, 미술비평

우리의 상상은 제아무리 새로움을 향해 발버둥을 쳐보아도 경험의 범주 속에서 증폭되어 간다. 또한 미래에 새로이 등장할 많은 것은 과거와 현실을 등에 업은 채 다양한 변수로 엮여 있을 것이다. 김윤재의 <메탈산수전>에서는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포착한 태도에 거점을 두고 출발한 작업들이 놓여있다. 근작들은 과거와 현재를 부유하던 하나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 과거와 현실에서 쏟아진 흔적들의 접합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일궈냈다.
그간 김윤재의 작품은 인물의 두상이나 팔과 같은 신체의 일부분 위에 풍경들이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주를 이루었다. 전통의 산수화나 사적인 기억의 풍경들을 신체 속에 이식한 것처럼 이질적인 만남을 의도한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리에서 신체와 풍경이 만나는 작품들이 소개되었는데 가령, <메탈산수> 시리즈의 작품에서는 사람의 등줄기를 타고 매화가 자라나기도 하며, <하우스> 시리즈를 통해서는 켜켜이 쌓인 기와집 골조가 사람의 뼈대로 오버랩 되도록 구축한 작업들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작업들은 전작들에서 보이던 구체적이고도 섬세한 조각의 형태이기보다는 금속의 재료들을 용접하는 방식을 통해 날것 그대로의 느낌과 금속 질감 특유의 비현실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또한 작품은 거시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면 익숙한 현실의 풍경으로 보이지만 미시적인 시점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면 이내 생경한 일탈의 흔적들을 내보이며 위태로움을 유발한다. 이것은 흡사 푸코(Michel Foucault)가 미완의 논의로 남긴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적 공간처럼 다가온다. 작품 속 현실의 만남들은 판타지적 결합을 통해 그것을 비틀어가고, 현실을 반영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 자리한 이질감은 이내 모순을 드러낸다. 즉 SF영화에서 등장하는 기계와 인간의 결합과 같은 판타지처럼, 김윤재의 작품도 인간과 자연, 부품처럼 느껴지는 메탈의 질감들이 뒤엉켜 낯선 모습들을 자아내었다.
전시에서는 더욱이 <메탈산수> 시리즈를 비롯하여 <콘크리트 위에 핀 꽃>과 같은 작품에서도 콘크리트 빌딩들이 즐비한 마천루의 공간 위에서 신선(神仙)이 등장하는 등 자연물과 인공물의 형태들이 소재와 재료를 아우르며 비논리적인 만남들을 시도한다. 한편 <기와> 시리즈의 작품을 통해서는 현대의 콘크리트 빌딩과 과거의 기와집과 같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한데 가두며 현실과 가상이 응축된 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결국 <메탈산수전>의 작업들은 여러 층위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혼종의 산수풍경이다. 김윤재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버무려진 상상을 통해 미래로의 열린 공간을 내포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것은 미래를 내려다보는 조감도와 같을 것이다. 나아가 자연적인 소재와 인공적인 재료의 만남, 인간과 자연물의 조화, 일상의 삶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벗어난 비현실의 공간으로 전이되는 과정들은 때로는 삶을 넘어선 문턱에서 죽음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것으로 작가는 시공간이 사라진 곳, 그 생경함 속에서 삶과 자연이 흐르는 방식, 더불어 삶의 이면 혹은 바깥에 놓인 의미들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위 김윤재 <메탈산수 시리즈> FRP, 강화플라스틱 2015

CRITIC 김다움 대나무 숲 옆에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8.6~26

고윤정 갤러리 구 협력 큐레이터

김다움은 현대인이 살면서 엮이게 되는 각종 ‘관계망’들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 예술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이 관계망은 인터넷 영역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도 하고, 전시 공간처럼 물리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작가는 관계망이 얽힌 영역의 구조를 관찰, 수집하고 분류하여 전시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김다움이 주목하는 ‘영역’은 사적인 부분과 공적인 부분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객관적인 현실의 세계이자 물질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인 것이다. 그 공간 속에서 발화하는 파편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연들에서 시작된다. 이미지, 데이터, 사운드 등등이 공존하는 ‘영역’에서는 각종의 기호들이 정보를 주기도 하고, 상호교류를 하기도 하며,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접촉’에 의해 새로운 일들이 발생과 소멸을 반복한다.
2009년의 , 2010년의 <리카>, 2012년의 <정일> 등 작업 초기에는 인터넷 채팅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이루어지는 장기간의 리서치 결과물을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여 영상작업으로 풀어냈다. 최근의 전시에서는 작가로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장소로서 전시장, 관람객, 작가, 작품이 만나는 전시공간 그 자체에 주목한다. 2013년의 <상호간접>, 2014년 등의 작업은 전시공간에서 작업의 흔적, 혹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작품과 관람객이 상호교류하는 방식에 대해서 탐구한 것이다.
마치 한 개인전 자체가 하나의 큰 유기체적인 작업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의 최근작들은 ‘간접’이라는 틀 안에서 여러 가지 시각화 과정을 보인다. 김다움이 평소에 관찰하는 관계망 속에서의 관계는 매우 직접적이지만 전시장에서는 ‘간접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간접’이라 함은 중간에 매개가 되는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통하여 맺어지는 관계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각각의 사물과 사람을 김다움이 재구성한 장치들이 관람객과 매개되고, 김다움의 실험은 이 매개의 방법에서 지속된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대나무 숲 옆에서>에서는 이 매개체가 미니멀한 방음판과 글자들의 조합을 관람객이 읽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김다움이 이번 전시에서 수집한 자료들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은 ‘대나무숲’ 이라는 트위터 계정이다. ‘디자인 회사 옆 대나무숲’, ‘출판사 옆 대나무숲’, ‘신문사 옆 대나무숲’ 등 대나무숲이라는 계정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이 계정들은 디자인회사나 신문사, 출판사 종사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정으로 조직생활에서 힘든 점을 토로하는 영역이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공감대도 강력하고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폭로를 하기 때문에 이 계정에 등장하는 언어들은 걸러지지 않은 상당히 원색적인 형식을 띤다. 일종의 공론장 역할을 하는 대나무숲 인터넷 계정에 대해서 작가는 <어쿠스틱 디퓨저>라는 제목으로 각종 책들 혹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파일정리함을 미니멀하게 보이고 있다. 책이나 파일정리함을 배치하고 외형적으로 음향을 분산시키는 장치를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틈으로 감정과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을 은유한다.
<어쿠스틱 디퓨저>가 사회적 공감대를 뜻하는 대나무숲을 표현했다면 <마리>와 <미교>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의 대나무숲을 보인다. 이 두 작업은 개명(改名)하게 된 두 사람의 각각의 이야기를 영상화한 작업인데, 두 사람 모두 이름을 바꾸게 된 사연이 매우 기구하다. <미교>의 영상들은 4등분되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데, 관람객은 이 장치들을 스스로 재조합하거나 짐작하면서 그 내용을 찾아들어가야 한다. <마리>는 주인공의 직업이 DJ인 특성을 따라 영상과 음향의 만남이 위트있게 진행된다.
<크레딧>이라는 작업은 박수갈채 소리가 다양하게 들리는 작업인데, 이 작업은 작가 자신의 대나무숲으로 그동안 작업을 진행하기까지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고백을 표현한 작업이다.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이름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작가 스스로가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말하듯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작업이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내부에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무향실>이라는 제목의 방음벽이 궁극적으로는 4면을 담고 있지만, 때로는 흩어져서 때로는 모이면서 시각적인 궁금증을 유도한다. 김다움의 작업은 한번에 파악되기보다는 하나씩 접촉과 참여를 거듭하면서 작업의 진정성을 알아가야 하는데, 분산과 집합을 거듭하는 <무향실>은 보이지 않는 보물섬 지도를 찾아들어가듯 짐작과 공감으로 이어진 김다움의 작업 성향을 대변하는 듯하다.

위 김다움 <무향실>(오른쪽) 흡음판, 와이어, 경첩 2015

REVIEW

물성을 넘어, 여백의 세계를 찾아서
가나아트센터 8.14~9.29

1970년대 이후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일견할 수 있는 전시.
이승조 박석원 이강소 김인겸 오수환 김태호 박영남의 평면과 조각작품을 선보였다. 김복영 전 홍익대 교수가 기획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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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

작가를 찾는 8인의 등장인물
아르코미술관 7.15~9.6

문학에 기반을 둔 창작물에서 영감을 받은 사운드, 장르융합형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선보인 전시.
7월에는 퍼포먼스가, 8월에는 싱글채널 비디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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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나_갤러리엠 (2)

박미나 개인전
갤러리 엠 7.29~8.29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24&36 Grays>로 명명됐다.
24색 색연필을 이용, 색칠공부 도안을 채워 넣은 드로잉과 36가지 혼합색으로 다이어그램을 채우는 등의 작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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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전_서울대미술관 (6)

흔적에서 작품으로
서울대학교미술관 8.12~9.20

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으로 회화와 조각, 사진 등 30여 점이 출품됐다. 작가의 노동의 흔적과 그것의 결과물로서 작품의 과정에 주목했다. 전시는 ‘물감’, ‘물질’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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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 (2)

구성균 개인전
한원미술관 8.18~28

작가의 11회 개인전. 작가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에 참여했으며, 이번 전시는 당시 작품에 근작을 더해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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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리

이매리 개인전
갤러리 GMA 8.6~9.6

2015 베니스비엔날레 광주아티스트 리뷰전 형식의 전시로 작가가 당시 병행전시에 출품했던 <시(詩) 배달>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그간 하이힐에 천착했던 작가의 설치작업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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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1)

Metaphysics
한미갤러리 서울 7.22~9.12

윤성필 홍정욱의 2인전. 두 작가의 공통 관심사인 우주의 원리와 비가시적으로 존재하는 에너지에 대한 각각의 해석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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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해

박건해 개인전
A1갤러리 7.21~8.3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대나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수묵화 외에 골판지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표현의 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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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거울 (2)

역사의 거울
아라아트센터 8.22~31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민족미술인협회가 주최하는 전시. 110명의 작가가 출품한 대규모 전시로, 왜곡된 역사를 미술로 재정립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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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최수정 개인전
아마도 예술공간 7.30~8.25

개인전 타이틀을 <無間>으로 명명한 작가는 “하나의 사건이자 가능성의 기호로서 예술적 공간을 관계성의 미학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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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박은하_미메시스 (4)

강석호 개인전
미메시스아트뮤지엄 8.8~9.29

<토르소> 연작으로 알려진 작가는 인체의 특정 부위가 트리밍된 작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작품은 옷의 질감, 행위 등을 담아내게 되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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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연2

강부언 개인전
여행문화카페 낯선 눈으로 보다 8.4~23

작가는 그간 무채색으로 캔버스를 채웠으나 이번 전시에는 밝고 화사한 색채를 쓴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묵직한 선을 과감히 탈피, 경쾌한 필선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았다.

PRIVIEW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최종태〉〈황용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9.1~11.8, 7.25~10.11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정립하고 새롭게 고찰하기 위한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시각예술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각기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거장들을 초대해 선보이는 자리로 9월에는 한국 현대조각계의 거장이자 우리나라 교회조각의 대표적 인물인 최종태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작품을 총망라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에 녹아있는 구도의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조각 영역뿐 아니라, 평면 작업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온 작가의 50여 년에 걸친 역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 할 수 있다. 또한 앞서 같은 시리즈의 전시로 황용엽의 개인전 <황용엽:인간의 길>이 진행되고 있다. ‘인간’을 화두삼아 자신만의 독자적인 형상회화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을 현재의 시선과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이며 인생이라는 굴곡진 삶의 여정을 지나는 인간에 대한 작가만의 시선을 선보인다.
황용엽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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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이불
pkm갤러리 8.26~9.25

현대미술계를 선도하는 대표작가 이불이 5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연다.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파격적이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양면 거울과 LED 조명이 부착된 크리스털 구조물로 거대한 공간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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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o_Rondinone_Rockefeller_Center_2013_install_view

우고 론디노네
국제갤러리 9.1~10.11

탁월한 감각적 미학과 동시에 철학적인 작업 태도로 주목받아온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 디노네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영역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작품 형식과 미디어를 통해 시적인 심상의 대규모 신작 조각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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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Jinks(대전시립)

21C 하이퍼리얼리즘 : 숨 쉬다
대전시립미술관 9.4~12.20

시각의 한계를 넘어 현실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미술의 경향인 하이퍼리얼리즘을 통해 시대성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하이퍼리얼리즘 중에서도 인간이 중심이 되는 부분을 살펴보고자 하는 전시로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전시의 부제인 ‘숨쉬다’를 대상의 차이로 나눠 ‘대중과 숨쉬다’, ‘현실과 숨쉬다’, ‘이상과 숨쉬다’ 세 파트로 나누어 구성되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사회와 시대를 그려온 15명 작가의 작품 105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핵심을 보여주는 극사실주의의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관객들의 호기심과 경이감을 유발시키며 사회와 동떨어진 예술이 아닌 작품을 통해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느낄 수 있다.
샘 징크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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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김정희

불계공졸과 불각의 시공
학고재갤러리 9.11~10.14

한국미술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 시기에 그 조형성의 뿌리가 되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기회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추사 김정희의 서예 30여 점과 우성 김종영의 드로잉, 서예, 조각 30여 점을 통해 창조의 발판을 마련한다.
김정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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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

이승택
갤러리 현대 9.16~10.18

전위적인 작업을 통해 한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미술가로 불리는 이승택의 개인전 <이승택:드로잉>. 작가는 바람, 불, 물, 연기 등 시각화하기 어려운 ‘비물질’을 소재로 존재와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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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아르나우트믹

아르나우트 믹
아트선재센터 8.29~11.29

시스템 안의 개인과 집단을 모습을 보여주는 네덜란드 작가 아르나우트 믹의 개인전 <평행성>.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국가, 민족,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계들과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회심리적 현상에 주목한 영상 설치작품 4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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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lta DSC

김동규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9.9~10.11

김동규는 우연히 구입한 추상화 한 점을 소재로, “정념의 연대”라는 주제를 내걸고 영상과 출판, 드로잉, 도해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비정형 특강>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천착해 온 ‘정념’을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파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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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9.15~2016.2.14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중진 작가를 지원하는 연례 프로젝트인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에서 <안규철_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전을 개최한다. 초대작가로 선정된 안규철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인 〈1,000명의 책〉을 비롯해 총 8점의 신작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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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 Perjovschi, emoji, 2015

지식박물관, 의문과 논평
토탈미술관 8.28~10.25

루마니아 출신 댄 퍼잡스키와 리아 퍼잡스키가 서로 보완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2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단순하면서 예리한 드로잉과 오브제를 활용해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현재의 사건들과 과거의 담론들을 투사하는 반사 표면으로 변형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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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그냥 지금 하자
OCI미술관 9.4~10.25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 김구림과 극사실주의를 구사하는 젊은 작가 김영성의 2인전 <그냥 지금 하자>. 시대의 유행, 조건 등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술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두 작가의 거침없는 작가정신을 펼쳐 보인다.
김구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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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부산2

김태호
부산시립미술관 9.5~11.15

<김태호 공간구조를 조작하다>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김태호의 개인전. 최근 새롭게 재평가되는 단색화에 대해 조망해 볼 수 있는 자리로 30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개괄할 수 있도록 초기작 <형상> 시리즈부터 최신작 <내재율> 시리즈까지 8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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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남신_덫2

곽남신
아트파크 8.27~9.25

다양한 형식과 기법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곽남신의 개인전. 오랜 세월 작가의 작업실을 지켜온 오브제들이 ‘덫’ 이란 제목으로 전시된다. 푸른 동록(銅綠)을 뒤집어쓴 잡다한 형상의 작은 오브제들은 마치 영겁의 시간을 견디어 온 부장품처럼 우리가 살아온 세상을 박제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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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

옥정호
갤러리 조선 8.28~9.16

사회적으로 쟁점이 될 수 있을 만한 사안들을 개인적 창조의 영역으로 끌어와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 온 옥정호의 개인전 <하마르티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회적 죄의식이 개인의 죄의식으로 전가되는 방식, 그리고 그 죄의식을 감내해야만 하는 개인의 감정적 투쟁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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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킴2

씨킴 / 공성훈
아라리오미술관 천안 9.1~11.1/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9.4~11.8

씨킴의 여덟 번째 개인전 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개최한다. 다양한 소재로 실험적인 작업을 진행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 갤러리를 개관, 운영하며 그 과정에서 친숙해진 소재인 시멘트와 콘크리트 등의 건축재료를 이용한 조각과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또한 같은 갤러리의 서울지점에서는 <어스름>이라는 타이틀로 공성훈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6미터에 달하는 대형 버드나무 연작을 선보이며 전통적인 회화의 힘을 새롭게 보여준다.
씨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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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정은영
아트스페이스 풀 8.20~9.20

정은영의 개인전 <전환극장>. 이번 개인전에서는 정은영이 7년 남짓 진행한 여성국극 프로젝트의 일부 작품과 작품을 구상, 실현하면서 수집하거나 참조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재구성하여 소개한다. 수집된 자료 사이에서 작업을 구상하고 실천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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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지(하이트)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하이트 컬렉션 9.11~12.12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에서 작가의 감성과 작품의 감각적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감각하기를 강조한다. 강서경 김영은 로와정 박형지 이은우 정희승이 참여해 현대미술이 현학적인 언사로 무장하지 않았을 때 우리들에게 어떻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살핀다.
박형지 작

PRIVIEW 2

임상빈
부산 소울아트스페이스 9.3~10.1

데이터를 선별하여 조화롭게 배치해 탈관습적이고 탈제도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임상빈의 개인전 <임상빈: 사상>. 이번 전시에는 그의 사진작품 10점과 사진의 미니멀한 구조와 유기적인 요소들을 결합한 드로잉작품 20점 그리고 1점의 설치작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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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이강소
해든뮤지움 9.1~2016.2.28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업을 거듭하면서 작가만의 언어를 추구해 온 이강소 화백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적인 회화 작품들과 사진,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특한 감성을 표현한 작품 60여 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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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영

정효영
세움아트스페이스 9.1~15

정효영 작가의 개인전 <박음질; 지속의 기록>은 버려진 것들이나 쓸모없는 사물들의 이야기와 존재가치 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관계성의 순환과 반복을 통해 개인 또는 사회적 관계에 대해 깊이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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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밈)

나는 넘어지고 싶다
갤러리 밈 9.23~10.18

자발적 실패를 통해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작가를 모았다. 고산금 김들내 김상진 김세일 뮌 유승호 이경하 정정엽이 참여해 예술적 이상과 현실적 모순 사이에서 비롯된 고민을 시각화해 내면적 성찰이 시작되는 텅 빈 공간에 풀어놓는다.
뮌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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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손진아
STUDIO–L 9.3~25

의자를 주요 모티프로 삼아 작업을 지속해 온 손진아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 <Line, Pattern>에서 의자를 지우고 점, 선, 면, 패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형요소와 구도로 완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무엇인가에 도달하려는 작가의 번뇌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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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채민

류채민
대구 Ars’S 갤러리 9.1~13

창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서양화가 류채민의 3번째 개인전 <서정으로 물든 풍경>. 창밖의 풍경과 창 안의 정물을 동시에 한 화면에 담아내는 작품을 통해, 정물과 풍경이 함께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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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욱

보이는 것들의 이면
누크갤러리 9.3~29

몸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이강욱과 손의 쓰임이 필요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신자경은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자신을 보여준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두 작가의 작업 이면의 생각과 이야기를 살펴본다.
이강욱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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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IM100GOPRO

카코포니11
대구 갤러리 분도 8.24~9.12

갤러리 분도의 신진작가 정기기획전. 불확실한 현실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신진작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호홉하며 불협화음과 같은 전시를 제시한다. 김민지 김효진 김진희 백승훈 정혜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한국화, 회화, 사진, 설치미술로 구성된다.
백승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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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이종태
가나인사아트센터 9.2~8

간결하고 단순한 색과 붓질로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이종태의 개인전 <푸른 문·BLUE WINDOW>.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별한 목적이나 기교가 없이 던져진 무채색의 공간을 통해 생명과 환희, 그리고 불안과 허무가 공존하는 공간을 창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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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경기도미술관)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
경기도미술관 9.5~11.15

경기도의 이름난 곳과 실경을 그린 옛 그림부터 현대미술 작가들의 경기도 풍경화까지 아우르는 통시적 전시로, ‘팔경과 구곡문화’에 기반을 둔 명승과 실경 그림의 전통을 조명하고, 근현대로 이어지는 경기 지역 풍경화를 발굴, 전시한다.
나혜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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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2길29)

2GIL
2GIL29갤러리 9.17~10.7

자신의 삶의 경험, 기억 등을 문학적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강준영의 작품과 닫혀있는 내부 공간을 드러내면서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인식의 확장을 추구해온 김병주의 작품을 통해 인간 저마다의 길, 방향에 대한 상념의 시간을 전한다.
김병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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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김종열
갤러리 이즈 9.9~14

전체를 이루는 각 부분들의 관계성에 대한 의미부여해 그 화면을 ‘유기적인 풍경’으로 채워 나가는 김종열의 개인전. 작가는 하나의 정의로 정리할 수 없는 많은 대상들 사이의 관계를 화면에 늘어놓듯이 표현하며 그 화면 안에서 무질서속의 질서, 부조화속의 조화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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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두

우리 인생은
갤러리 두 9.8~25

일상의 온기를 작품에 녹여내는 두 작가의 2인전이 열린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는 이경현 작가와 ‘집’을 그리는 이보윤 작가는 사람과 집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작품에 담아낸다.
이경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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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수

권태수
부평아트스페이스 9.7~13

권태수는 그림은 모름지기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형체보다 색을 더 강조한다. 자연히 원색 위주의 색을 많이 사용해 화려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번 전시는 부산미술협회의 창작지원 선정작가전으로 눈부시고 화려한 색들의 잔치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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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관

전중관
광주 휴랑갤러리 9.1~30

인간의 내면 깊숙이 침잠된 심리의식을 표현하는 작가 전중관의 개인전. 작가는 인간 군상을 사회 어느 곳에서나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며 끌어안아야 할 대상으로 인지하고 이웃들을 작품에 끌어들여 해학적으로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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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철경

하철경
가나인사아트센터 9.9~15

한국화를 현대적 점묘화법으로 계승해 독창적인 한국 수묵화를 그리는 하철경의 개인전. 작가가 실경산수를 통해 펼쳐낸 단아하고 졸박한 한국의 풍경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와 그것을 일궈가는 회화정신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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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민

최순민
서울정부청사갤러리 8.31~9.11

집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 최순민의 개인전 <아버지의 집>.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을 우리 영혼이 거주하는 곳으로 상정하고 최대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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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효

이창효
부산 갤러리 조이 8.20~9.20

오로지 ‘자두’만을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생생하게 묘사해 온 서양화가 이창효의 개인전 <자두이야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캔버스 위에 한지를 덧바르고, 그 위에 유화로 작업해 한지 특유의 깊은 색감과 유화가 갖는 섬세함을 두루 갖춘 자두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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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례

박상례
갤러리 아이 9.1~22

행복의 파랑새를 찾느라 현재의 행복을 모르고 살아가는 세태를 꼬집는 작가 박상례의 개인전. 작가는 행복은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느끼며 충실히 살아가는 삶이라 말하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한 번쯤 지금 이 순간의 여유를 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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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성 사본

곽재성
천안 성환역 특별전시장 9.6~12

오브제를 수집하고 재생산하며 정크아트작업을 지속하는 곽재성의 개인전 <공존 그리고 거짓말>. 작가는 앞만 보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여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현재 모습을 재치있게 표현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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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수의_소녀,_꿈의_여행을_떠나다_91x45cm_2015_Oil_on_Canvas~

정은수
핑크갤러리 9.1~14

꿈많은 소녀의 화사하고 행복한 동화를 그리는 정은수의 개인전 <소녀, 꿈의 여행을 떠나다>. 작가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녀와 수호천사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동화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작품 25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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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언

김종언
대구 동원화랑 9.8~19

개인의 아주 사적인 정서가 공감을 통해 보편화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김종언의 개인전. 작가는 모노톤의 작품을 통해 지극히 사적인 감정과 추억을 그리지만 그의 그림은 같은 시대 같은 감정을 공유한 경험을 통해 보편적인 감정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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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예깊-홍형표

THREE
군산 예깊미술관 8.25~9.17

그림과 문장이 하나 된 또 다른 문인화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가 홍형표와 꽃의 형상을 몽환적인 기법으로 신비롭게 표현해내는 작가 이경욱, 음악적 감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을 지속하는 추가열의 3인전. 작품으로 승화시킨 농익은 삶의 여정을 만나볼 수 있다.
홍형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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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용(본화랑)

김남용
본화랑 9.11~10.2

재현의 방법을 통해 색다른 미학적 즐거움을 주는 김남용의 개인전. 라고 명명된 전시에서 작가는 조각들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재현의 방향성을 모색하며 3차원에 존재하는 나무상자를 2차원의 평면에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KIM SHIN'S DESIGN ESSAY 12

임산부를 보호하고 태극기를 휘날려라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지난 7월 말부터 서울시 지하철 열차에 임산부를 위한 별도의 배려석이 마련되었다. 이름도 ‘임산부 배려존(zone)’이라고 한다. 인터넷 사진으로 보니 눈에 번쩍 띄는 핑크색으로 의자를 칠했고, 의자 윗면부터 의자, 그리고 아래 바닥까지 핑크색이 이어졌다. 의자 위 핑크색 면 안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카펫”이라고 쓰여 있다. 바닥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다. 이런 고마운 뜻을 모른 채 순수하게 이 디자인을 평가한다면 정말 최악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기사의 사진을 보면, 무슨 어린이를 위한 유치한 이벤트 객차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착각할 정도다.
아니 이렇게까지 유별나게 디자인을 해야 하나? 이 말은 사람들이 이제 웬만해선 노인이나 장애인, 임산부를 눈곱만큼도 염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 또래 사람들은 누구나 알듯이 옛날에는 배려라는 것을 버스 안에서 배웠다. 노인이 차에 오르면 어떤 자리든 일어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문제는 노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애매한 경우다. 그런 경우에도 고민하지 말고 일어서는 게 제일 좋다. 그러면 자기는 그렇게 늙은이가 아니라며 양보 받는 걸 거부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버스의 어떤 자리에도 요즘처럼 임산부석, 노약자석, 장애인석이라고 쓰여 있지 않았다. 즉 모든 자리가 양보와 배려의 대상인 것이다.
언젠가부터 지하철에서는 열차의 맨 앞뒤 자리가 배려석으로 ‘지정’되었고, 버스에서도 그런 ‘지정석’이 생겼다. 지정석이 생겼다는 건 노약자는 그런 자리에만 앉으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배려가 선택적으로, 또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약 그런 지정된 배려석이 아닌 곳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노약자에게 양보하지 않고 철면피로 앉아 있어도 비난을 면제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번에 생긴 임산부석은 디자인적 대비가 지나쳐 그 자리에 앉는 게 왠지 엎드려 절받기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임산부들이 겪는 출퇴근과 이동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그까짓 디자인이 문제인가! 문제는 그렇게 오버 디자인을 했는데도 여전히 그 주목 받는 자리에 얼굴에 두꺼운 철판을 깔고 당당하게 앉는 일반인이 있다는 현실이다.
아마도 그런 삭막한 현실이 과잉 디자인을 낳은 이유일 게다. 그 과잉 디자인조차 배려와 양보가 사라진 시대를 이기지 못하고 단지 반영만 할 뿐이다. ‘눈에 확 띄는’ 핑크색 임산부석의 존재는 배려가 관습이 아닌, 즉 자발성이 아닌 강제성의 대상이 되었음을 말한다. 극도의 경쟁심과 개인주의가 낳은 현대적 증후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최근 광복절을 전후해서 나타난 태극기 게양 열풍도 임산부 배려석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도 자치단체에서 큰 건물에 대형 태극기를 걸도록 공문을 보내고, 광복절을 맞이해 집집마다 태극기를 나눠주며 태극기 게양을 독려했다. 어떤 아파트에서는 광복절에 모든 가구가 빠짐없이 태극기를 걸면 아파트값이 올라간다며 참여를 유도했다고 한다. “여러분의 단합 속에 아파트 가치를 높이자!” 이건 무슨 새마을운동 시대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제작비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드는 대형 태극기를 햇빛과 바람을 막아가며 건물에 부착한 기업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고민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 것이다. 태극기 달기는 자발적 애국의 표현이다. 그런데 집값을 올리려고 태극기를 다는 건 애국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주의, 더 나쁘게 말하면 탐욕의 소산이다. 기업들의 태극기 달기 역시 애국적인 척 코스프레한 것에 불과하다. 광복절 전후로 나타난 태극의 물결은 결국 애국과는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 애국이 사라진 시대, 오직 개인과 기업의 살길만을 돌보는 시대의 처절한 반영이다. 그 태극기 열풍을 기획한 정부조차 나라보다 정권 창출이 먼저이지 않은가? 진짜 애국이 아니라 애국적 분위기가 필요했던 거지. 배려든 애국이든 이제 배려하고 애국하라는 강제성을 띤 지시의 기호는 그것의 상실을 보여줄 뿐이다. ●

위 강영민 <내셔널 플래그> 캔버스에 아크릴 66×91cm(각) 2005

ART BOOK

예술과 비예술 사이의 경계를 해독하는 사고실험

아서 단토 지음/김혜린 엮음《일상적인 것의 변용》 한길사 2008

언젠가 뒤샹의 <샘>을 두고 한 지인이 나에게 “어떻게 저런 것도 예술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뒤샹의 변기는 뒤샹이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변기와 달리 특별히 아름답다고 평할 만한 요소가 있지도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변기와 달리 뒤샹의 변기에는 소변을 볼 수 없다는 점뿐이다.
아서 단토는 ‘예술작품과 예술이 아닌 물체 사이에 지각적인 차이는 없다’라는 개념을 최초로 전개한 사람이다. 그는 1965년 미국의 한 철학회에 초청돼 <예술계(The Artworld)>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필자가 소개할《 일상적인 것의 변용》의 핵심적 토대가 된다. 논문에서 단토는 1965년 뉴욕 ‘스테이블 갤러리’에 전시된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1964)를 언급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브릴로 상자와 겉보기에 차이가 없는 워홀의 작품을 보며, 그는 예술이 예술이게끔 만드는 ‘정의’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일상적인 사물과 예술작품이 공유하는 가시적 조건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예술과 일상사물을 구별 짓는 조건은 무엇일까? 그 조건은 예술가의 의도와 예술사적 맥락을 뜻한다. 어떤 물건이 작품이 되기 위해선 먼저 예술가가 그것을 예술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아무 물체나 예술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예술계가 가진 예술 개념에 의해 규약된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 개념은 작품을 예술로 해석하기 위한 이론적 도구로서 해당 예술계가 처한 역사적 시점에 제한된다. 예를 들어 만약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던져놓은 시점이 1917년이 아니라 1719년이었다면 그의 변기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300년 전 예술계는 변기를 예술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예술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토는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떻게 예술품으로 ‘변용’되는지를 설명하면서 워홀의 <브릴로 상자>에 의해 미술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보통의 사물과 지각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워홀의 작품은 지각적 활동을 통해 예술을 식별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기존의 예술적 정의를 철저히 부정한다. 단토의 서문을 인용하자면 “워홀의 상자들은 (비트겐슈타인에 의해) 주장된 정의 불가능성까지도 문제화했다. 왜냐하면 그 상자들은 공동의 합의에 의해 예술작품이 ‘아닌 것’으로 인준된 것들과 너무나 닮았고,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정의의 문제를 시급한 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워홀에 의해 다시금 호출된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현대예술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주요한 주제다. 실상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작품들은 이 질문에 대한 자기반성적인 주석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단토는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뒤집은 다음, 지각적인 속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해내는 이론적인 틀을 제공한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오늘날, 단토가 남긴 철학적 유산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워홀이 브릴로 상자를 발표한 시대로부터 현대의 이르기까지 예술의 역사가 특별히 진보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현대예술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책은 예술가들의 상호 모방이나 예술이 현실에 침투하면서 발생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한다.
《 일상적인 것의 변용》은 본래 뮤리엘 스파크의 소설《 진 브로디양의 전성기》의 등장인물 헬레나 수녀가 쓴 책의 제목이다. 그는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헬레나가 쓴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물어보았고, 스파크는 ‘아마 예술에 관해서였을 것’이라고 회신했다고 한다. 단토는 허구의 책 제목을 자신의 책과 예술철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용한 셈이다. 즉,《일상적인 것의 변용》은 단토의 예술론을 지칭하는 책의 제목인 동시에, 그가 말하는 ‘변용’에 대한 실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 줄의 제목에서조차 지적인 섹시함이 철철 넘쳐나는데, 하물며 책 안에 담긴 그의 예술철학이 주는 충만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노진구 철학,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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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7위대한 현대미술가들 A to Z
크리스토퍼 마스터스 지음/유안나 엮음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앤디 튜이가 요제프 알베르스를 시작으로 마르크 샤갈,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래리 족스까지 주요 현대미술가52명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그리고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각 작가에 대한 글을 서술했다.
시그마북스 22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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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5뉴욕 지금 미술
이나연 지음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전시 및 미술계 지형을 바꾼 컬렉션과 주요 사건을 소개한다. 나라 워커, 제프 쿤스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부터 요절한 작가까지 다양한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파트프레스 405쪽·2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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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6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국립현대미술관 지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광복 70년을 기념해 열린 동명 전시의 도록. 전시에 소개된 이쾌대의 작품과 유품 등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구자들의 다각도 해설이 돋보이는 글을 실어 주목된다.
돌베개 536족·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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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9캣츠 갤러리
수잔 허버트 지음/박선영 엮음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미술 연극 오페라 영화의 유명 장면을 그림으로 재창조하는 저자가 자신의 작품을 모아 펴낸 책. <비너스의 탄생>, <햄릿> 등 명작 속 주인공으로 탈바꿈된 고양이의 모습에서 무한한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시그마북스 32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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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3한중일의 미의식
지상현 지음
한중일 삼국의 문화적 특징을 분석한 책. 곡선성, 전형성과 은유, 강박, 공포와 해학, 대비, 복잡도, 전망과 도피 이론 등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눈 분석이 흥미롭다. 유형별 사례 제시를 넘어 역사적 고증과 미술을 통한 예시를 시도했다.
아트북스 36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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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4예술을 보는 눈
마이클 핀들리 지음/이유정 엮음
아트 딜러이자 예술시장 전문가인 저자가 예술의 가치를 상업적·사회적·본질적 가치로 나눠 설명한다. 날카로운 분석으로 예술시장의 추후 움직임을 짚으면서도 저자가 겪은 일화를 통해 쉽게 다가간다.
다빈치 24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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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80WALL AND PIECE
뱅크시 지음/손정욱 엮음
관습과 제도를 비판하는 거리의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을 브리스톨 어느 거리에서부터 팔레스타인의 분리장벽에 이르기까지 소개한다. 그간 공개를 꺼리던 뱅크시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해 이목을 끈다.
세리프 244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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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1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조한나·이수진 엮음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둘러싼 역사를 서술했다. 최근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서 표현하지 못한 클림트와 그림의 주인공의 관계 등 이면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영림카디널 456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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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2미술사를 만든 책들
리처드 숀, 존-폴 스토나드 지음/김지실 엮음
20세기에 출간된 미술사 서적 중 지금까지 큰 영향력을 미친 16권을 선정해 소개한다. 중세 건축물부터 마티스까지, 비잔틴 도상학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폭넓은 주제를 연대별로 다루며 당대 맥락과 후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아트북스 448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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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69베티 에드워즈의 색채 이론
베티 에드워즈 지음/김재경 엮음
저자가 오랜 기간 색채 워크숍을 진행하며 실험하고 연구한 페인팅 기법과 색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기반으로 색의 기초 구조를 설명하는 색채 이론서. 다양한 난이도의 색채 연습과 125편의 삽화가 수록되어 이해롤 돕는다.
비즈앤비즈 206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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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68맞서는 엄지
나이즐 스파이비 지음/김영준 엮음
고고학, 인류학, 미술사, 심리학 및 신경과학의 최신 이론을 바탕으로 고대 인간의 예술적 기원을 추적한다. 시각적 재현능력에 대한 다각도의 탐구를 통해 예술 실천을 넘어 사회 형성 과정까지 생각해본다.
학고재 375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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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5970뉴욕의 속살
안성민 지음
동양화에 기반을 두고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여러 요소를 그리는 한국화가인 저자가 뉴욕에서 15년간 살면서 포착한 뉴욕만의 독특한 일상 모습과 예술적 영감을 주는 생활 속 요소를 포착해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했다.
마음산책 288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