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EFING
《월간미술》활용법
또 다시 오월이다. 오월은 왠지 ‘오월’이라고 써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진짜 오월 같으니까.
아라비아 숫자로 ‘5월’이라고 쓰면 달력에 빨갛게 표기된 온갖 기념일이 먼저 떠오른다.
5.1 노동절부터 5.5 어린이날, 5.8 어버이날, 5.14 석가탄신일, 5.15 스승의날, 5.16 성년의날, 5.18 광주민주항쟁기념일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기념일이 많다. 매달 시기성을 고려해서 월간지를 만들어 내는 입장에선 행복한 달이 아닐 수 없다. 이현령비현령, 아무 기념일에 대충 꿰맞춰도 누가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로또 추첨하듯 무작위로 테마를 선정하지는 않는다. 나름 고민하는 시늉이라도 한다. 그리하여 이번 특집, 어린이날을 염두에 뒀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한편으론 지난 호 특집이 너무 무거웠던 까닭도 크게 한몫 차지했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좀 뺐다. 화보 이미지도 한결 가볍고 발랄하다. 아무튼 특집 진행하는 걸 옆에서 지켜 본 바, 우리나라 참 많이 좋아졌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어린이미술관/박물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이렇게 훌륭하다니. 격세지감이다. 솔직히 그동안 어린이문화공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깨달았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실버산업이 유망하다지만 베이비 혹은 유소년 (미술)교육 관련 사업이야말로 영원불패란 걸.
어쨌든, 이번 특집은 어린 자녀가 있는 독자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독자에겐 그다지 흥미롭지 못할게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해 본다. 이번 기회에 책꽂이에 꽂혀있던 《월간미술》 과월호를 다시 꺼내보시라고. 예컨대 어린이박물관 기사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면, ‘중고교 미술교과서’를 다뤘던 지난 2015년 11월호를 다시 꺼내 보시란 말이다. 그러면 ‘미술교육’이란 큰 틀에서 이런 기획기사의 의미가 다시 보일 게다. 또 다른 예. 이번호 작가 꼭지에 등장한 작가 이왈종 강요배 부지현은 제주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향이 제주도이거나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면서 작업하는 작가다. 제주도 소식은 이것뿐 아니다. 감귤농장 ‘중선농원’에 새로 생긴 전시공간 갤러리2 관련 내용도 짤막하게 실렸다. 이 기사를 핑계 삼아 ‘제주도 미술’이 특집으로 소개됐던 《월간미술》을 다시 꺼내 보시라. 2013년 6월호다. 지금이라도 당장 제주도로 날아가고 싶어질 게다.
내친김에 하나 더, 해남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개관기념전 소식도 한 페이지 실었다. 멀리까지 발품 팔아 취재해 온 기사지만, 역시 이것만으로 흡족하지 못하다. (좀 오래됐지만) 2006년 5월호를 찾아보시라. ‘불교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가 특집이었다. <한국 불교미술의 이해>, <불교미술 아는 만큼 보인다> 같은 텍스트와 전국 주요사찰 성보박물관 정보등 불교미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와 테마’ 꼭지 최진욱과 오치균 개인전 기사도 마찬가지. 《월간미술》 더 깊이 읽기가 가능하다. 두 작가의 전시를 비교분석하며 비평에 대한 딜레마를 토로한 반이정의 글은 2012년 3월호 특집 ‘안녕하세요, 비평가씨!’를 다시 꺼내 읽게 한다.
《월간미술》은 정기간행물이다. 유통기한 혹은 유효기간은 오직 한 달. 그래서 대형서점 책꽂이에 한 달 넘게 꽂혀 있을 수 없다. 그 달에 팔리지 못한 책은 천덕꾸러기 재고상품으로 전락한다. 제때 팔리지 않아 몇 달이고 아니 몇 년째 먼지 쌓인 채 서점 책꽂이에 초라하게 꽂혀있는 시집이나 소설책 신세에 비하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월간미술》은 월간인 듯 월간 아닌 월간지다. 그러니 유통기간이나 유효기간 따윈 무시해도 좋다. 《월간미술》은 두고두고 다시 꺼내 보는 책이니까.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