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서윤희 기억의 간격; 畵苑

3.9~4.22 OCI미술관

고충환 | 미술비평

서윤희가 자신의 그림에 부친 주제 〈기억의 간격; 畵苑〉에는 실제 혹은 실재가 빠져있다. 일종의 생략법인 셈인데, 이렇게 생략된 부분을 되살려 복원해보면 ‘기억의 간격’이란 주제는 사실은 ‘기억과 실제 혹은 실재와의 간격’이 된다. 여기서 기억은 현재에 속하고, 실제와 실재는 과거시제에 속한다. 그리고 실제는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뜻하고, 현재시점에서 그 일을 기억으로 되불러오는 것이다. 그렇게 실제와 기억 사이에는 과거와 현재 사이만큼의 거리가 있고 간격이 있다. 그러므로 기억을 그린다는 것은 사실은 시간을 그린다는 것이고, 기억의 간격을 그리는 행위는 사실상 시간의 간격을 그리는 행위와도 같다.
이렇게 실제가 시간과 관련이 있다면, 실재는 욕망과 관련이 깊고 특히 억압된 욕망과 관련이 깊다. 이를테면 기억에는 되새기고 싶은 기억이 있고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여기서 잊고 싶은 기억이 기억을 억압하고, 그렇게 억압된 기억이 억압된 욕망의 형태로 실재계로 밀려난다. 그러므로 기억은 실제와의 간격만큼 모호해지고 때로는 억압된 탓에 애매해진다. 다시, 그러므로 기억을 그리고 시간을 그리는 그림에서는 이처럼 모호해진 실제를, 그리고 애매해진 실재를 그림의 표면으로 불러내는 것이 관건이고, 다른 유의 그림들에 비해 유독 분위기가 강한 것도 이 관건과 무관하지가 않다.
멀리서 작가의 그림을 보면 그저 무분별한, 알 수 없는 추상회화처럼 보인다. 좀 더 다가가 보면 비정형의 구김과 주름, 섬세한 얼룩이나 크랙과 같은 추상회화의 성분요소들이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더 다가가 보면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산행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쯤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그림 속 사람들이 점경을 이루기 위해서 그림은 배경화면이 되어야 하고 풍경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추상회화처럼 보이던 그림이 불현듯 풍경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멀리서 볼 때 다르고, 가까이서 볼 때가 다르다.
그 풍경은 친근하면서 낯설다. 비록 선입관 속 풍경을 닮았지만 실제 그대로를 재현한 풍경이 아니기에, 엄밀하게는 작가가 지어낸 풍경이기에 낯설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풍경에 비해 눈에 띄게 점경을 이룬 사람들과의 대비가, 그리고 여기에 도대체 가장자리가 따로 없는 무한정 열린 풍경이 막막하고 아득한 기분에 빠져들게 만든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뷰를 보는 것도 같고, 망각 직전에 겨우 건져 올린 희미한 기억의 한 자락을 보는 것도 같고 색 바래고 빛바랜 기억의 화석을 보는 것도 같다. 현생을 넘어 전생의 기억을 보는 것도 같고, 존재를 넘어선 기억의 원형 혹은 원형적 기억을 보는 것도 같고, 존재가 처음으로 유래한 흑암, 암흑, 카오스를 보는 것도 같다.
그림에 보이는 풍경은 사실은 작가가 지어낸 풍경이라고 했다. 비정형의 구김과 주름, 섬세한 얼룩이며 크랙이 어우러져 하나의 가상적인 풍경이 재구성된다. 이러저런 약재로 우려낸 광목천이나 장지로 풍경을 조성하는데, 그 풍경 그대로 기억의 결이며 시간의 질감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결이며 질감 속에 서사가 깃드는데 개인적인 서사와 시사적인 서사, 종교적인 서사와 존재론적 서사가 깃드는 품 같고 주름 같고 자궁 같다. 그 자궁을 작가는 예술가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기억과 실제(그리고 실재)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아마도 작가의 정원은 그 사이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예술이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가의 문제라고 작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작가에게 기억은 치유를 의미한다. 기억하면서 치유하는 것이다. 굳이 약재로 풍경이며 정원을 우려낸 것은 그 치유 행위와 무관하지가 않다.
작가의 영상작업을 보면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데, 마치 기억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 같다. 흡사 시간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 같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밀려오는 기억 앞에 서게 만들고, 밀려가는 시간 앞에 서게 만든다.

서윤희 〈기억의 간격_벌랏Ⅱ〉 면천에 혼합매체 210×800cm 2015~2016

CRITIC 배윤환 서식지

3.1~29 두산갤러리 서울

유은순 | 미학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배윤환의 다섯 번째 개인전 〈서식지〉는 작가 자신이 처한 다양한 현실적 상황과 내적이고 외적인 갈등, 창작에 대한 고민 등을 주제로 한 드로잉, 회화, 영상작업을 선보인 전시였다. ‘서식지’는 특정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적, 환경적 조건을 뜻한다. ‘주거지’가 집을 짓고 터를 다듬어 인간이 살기 좋은 상태로 환경을 적극적으로 바꾼다는 함의를 가지는 반면, ‘서식지’는 계절, 날씨, 천재지변 등 환경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려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배윤환의 ‘작업하기’ 방식이 이와 비슷하다. 작가는 그때그때 작업실 환경에 맞춰 작품의 스케일이나 재료를 달리하고, 주어진 전시 환경에 따라 작품을 다르게 연출한다. 이와 동시에 언제나 서식지의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생물처럼 작품으로서의 이미지와 상상으로서의 이야기, 작가노트 등의 불일치에서 불거지는 글과 이미지의 갈등,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과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충돌에서 끊임없는 (작품 제작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에게 글과 이미지의 불화는 언제나 주요한 작품 동기가 되었다. 〈그리즐리 서식지〉와 〈퓨마 서식지〉에는 각각 그들의 서식지임을 나타내는 팻말이 있지만 내팽개쳐 있고 각각에는 그리즐리가 없으며 퓨마가 없다. 대신 각각에는 퓨마가 있고 관광객이 있다. 퓨마에겐 글 자체가 이미지일 뿐이고 관광객에게 그곳은 단지 관광지(라고 착각한 서식지)일 뿐이다. 작품은 작품 제목(글)과 이미지 자체로 불일치를 보여주며 작품 내부의 상황으로도 글과 이미지의 불일치를 보여준다.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과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관한 작품은 〈부리게임〉, 〈뿔과 붓〉 등 캔버스 회화이다. 작가는 과거 〈내가 본 게 고양이야?〉(2014)에서 캔버스 천 한 롤에 자유 연상되는 이미지를 채워 넣는 열정을 보여줬지만, 이번엔 재단된 캔버스에 정제된 에너지를 붓는다. 요컨대 캔버스에 안착된 서식지는 내용 측면과 형식 측면에서 서로 갈등 중인 셈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애니메이션 작업 〈자화상〉(2017)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박제사, 박제된 동물, 의뢰인은 모두 작가 자신의 변형이다. 미술가로서 작가(박제사)는 끊임없이 자신(의뢰인)과 대화하며, 이를 중간 종결인 작품(박제동물)으로 남기고, 충분할 수도 불충분할 수도 있는 메시지(박제사는 박제동물에 의뢰인의 이야기를 담는 재주가 있지만, 박제동물에 담긴 이야기는 동물로부터 새어나와 자음과 모음으로 흩어진다)를 던지며 또다시 다른 작품(또 다른 박제동물)으로 미끄러진다. 마지막 장면의 비질은 결국 처음의 비질과 이어지는데, 이를 통해 작가 자신이 작업하는 방식과, 그 순환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2015년 개인전 〈능구렁이같이 들개같이〉에서 선보인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현대미술 환경을 거대한 공장시스템으로 은유하고 자신을 공장주, 능구렁이와 들개에 비유하면서 현대미술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면, 〈자화상〉에선 작가의 내적 갈등이 보다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능구렁이같이 들개같이〉에서는 자막이 영상 외부에 위치해 있었지만 〈자화상〉에서는 자막이 이미지를 휘둘러버릴 정도로 작품과 일체가 되어 있고 이미지는 비선형적으로 흐른다. 이는 글과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뿐만 아니라, ‘작업하기’에 대한 작가의 근원적인 고민을 포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서식지〉의 작품 전체가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언제나 양 극단 사이의 위험에 처해 있다. 언어냐 이미지이냐의 문제가 작품 내적 갈등의 두 축이라면, 캔버스냐 실험이냐는 작품 외적 갈등의 축이다. 작가가 이러한 두 극단 사이에서 작품을 계속 해나가는 한 현실과 꿈, 생계와 예술, 글과 이미지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해야 할 것이다.

위 배윤환 〈퓨마 서식지〉(사진 왼쪽) 종이에 목탄 202×400cm 2017

CRITIC 김근태 미술이 철학을 사유하다

2.22~3.1 조선일보미술관

장계현 | 갤러리 담 대표

주말마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한켠에 자리 잡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작가 김근태의 전시가 지난 2월 22일에 열렸다. 김근태는 일찍이 대학 졸업 이후 계속해온 비구상 작업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 중에는 작품이 없어서 그냥 몸을 돌려 나가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 한국미술의 에피소드라고 본다.
김근태의 근작에서 보이는, 희뿌연 표면에 자유롭게 흩뿌려진 점들은 화면과 색조에서 조선초기 덤벙분청의 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무념과 작위의 것들이 사라진 후에 남은 담담한 표정과도 같은 그의 그림에서 어쩌다 보이는 검은색 작은 점들도 수비를 완벽하게 거치지 않은 분청의 표면에 남은 철분 같다.
두껍게 칠해진 화면에 언뜻 희뿌연 화면이 들어오고 그 안으로 철분과 같은 짙은 밤색의 점들이 보일 뿐이다. 다시 바라보면 그냥 담담하게 사막에서 바라보는 별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묵직한 재료가 주는 흙의 질감에서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은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두꺼운 유채의 붓질만으론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 지점에 멈춰서 있다. 화면 안에서 작가는 늘 〈담론〉이라고 말하는 주제에 평생 천착해 왔다. 〈담론〉의 대상도 자신과 화면에서 만나고 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서 작가는 진지하게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며 화면에 긴장감을 일으킨다. 의도된 긴장감이나 붓질은 아니다. 숫한 붓질 끝에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한 순간에 작가는 숨을 멈추듯이 작업을 마친다.
더 나아갈 수 없는 그곳이 자연에서 바람이 만난 암벽 그곳일 수 있고 혹은 작가의 참선공부 중에 갈 수 그 경계이기도 하다. 소동파의 ‘여산진면목 (廬山眞面目)’이란 시의 한 구절처럼 암벽에 부딪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만난 바람소리와 구름 한 점에서 새롭게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CRITIC 윤종숙 마음의 풍경들

2.17~5.1 Museum Kurhaus Kleve 독일

군다 루이켄(Gunda Luyken) | Head of the department of prints and drawings Museum Kunstpalast Düsseldorf

윤종숙은 한국의 작은 도시 온양에서 자라났다. 작가의 아버지는 동양화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화랑을 운영했고 오빠는 난과 대나무를 소재로 수묵화를 그렸다. 이렇게 예술과 문화는 작가의 가족의 삶에 큰 역할을 하였고 하나의 의미였다. 윤종숙은 한국에서 한국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29세에 독일로 이주하여 뮌스터 대학에서 미술사 공부를 시작했지만 얼마 후 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하고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프리츠 슈베글러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슈베글러 교수는 카타리나 프리치, 토마스 쉬테, 그레고어 슈나이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제자로 두고 있는데, 그레고어 슈나이더는 “토테스 하우스 우르(Totes Haus ur)”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윤 작가는 뒤셀도르프에서 아카데미 브리프를 수료한 후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 런던에서 계속하여 회화를 공부했으며 그렇게 작업세계를 전개하며 성숙해갔다.
윤종숙의 작업은 시작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는데 더 나아가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넓은 측면의 문화(culture)에 대한 실험과 분석을 감지하게 된다. 작가는 처음에 캔버스 위에 실로 꿰매는 작업을 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선은 작업에서 주요한 요소였다  –   실과 바늘로 그려진 선. 그 후에는 추상적인 파스텔 톤의 색면이 그려졌고, 사각형 색면 위를 거칠게 재봉틀의 색 땀이 가로지른다. 그리고 한동안은 환상적인 풍경에 동물을 그리기도 했다.
윤종숙이 2012년부터 그리고 있는 풍경화는 추상표현주의에 속한다. 작가는 이 새로운 그림을 “마인드 랜드스케이프스(마음의 풍경들)”라고 칭한다. 강하고 매트한 흙의 색상, 크게는 240×360cm 크기의 유화 작업 10여 점이 이번 쿠어하우스 클레베 미술관(Museum Kurhaus Kleve)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또한 함께 전시된 30여 점의 드로잉 작품은 200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제작됐고 연필, 색연필 그리고 수채화 물감이 절제되어 사용됐다. 시적이고 섬세한 그리고 매우 독창적인 드로잉은 거의 불투명하고 제스처적인 붓 터치로 그려진 캔버스 작업과 대비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작업의 그룹을 미술관 가운데에서 요셉 보이스의 〈슈트라센반할테슈텔레  –   미래를 위한 기념비〉가 가로지르며 두 세계로 분리한다. 1961~1976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보이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76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 전시됐다. 전시장에서 그의 녹슨 트램 레일은 관람자를 윤종숙의 경이로운 회화세계로 이끈다   –   그녀의 그림은 마치 늘 새로운 세계로 좁혀 밀집되는 하나의 만화경처럼, 작품 스스로의 꿈들이며 경험이다.

CURATOR’s VOICE 권영우 Various Whites

3.16∼4.30 국제갤러리

전민경 | 국제갤러리 대외협력 디렉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특별했던 점은 권영우 화백의 개인적인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소위 선비스타일의 인물이었을 것 같다. 시대와 쉽게 타협하지 않고 온건하지만 강직하고 때로는 소탈하고 섬세한 로맨티스트 같다. 이러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과 성격의 일단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단색화로 총칭되는 작가들과 그들의 주요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각광받았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나 이들 개개인에 대한 연구는 시장의 관심도에 비해 부족했다. 한 시대를 기반으로 형성된 일련의 미술적 모멘텀(momentum)을 편의상 혹은 관례적으로 ‘단색화’라 부른다. 하지만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들의 서사를 알리고 싶어 한다. 단색화 명칭에 대해서 파고든다면 너무 이야기가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함구하고 요는 권영우를 단색화 작가라기보다 동시대에 ‘재발굴(rediscovery)되는 작가’의 측면에서 볼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전 생을 돌아보면 그는 특정 그룹에 연합되어 활동한 적이 없다. 친밀하게 교유한 제자나 작가들을 제외하곤 대체로 작가로서의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권영우 화백의 이러한 면모는 그가 개인적으로 쓴 친필편지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파리로 떠나와 작업하는 열정적인 작가의 모습 그 이면을 느낄 수 있다. 삶의 많은 부분을 정리하고 아내에게 경제 활동을 일임한 가장의 모습과 작가의 필연적인 정서적 외로움과 분투하는 생각 등. 또한 그가 생전에 한 인터뷰 및 영상 기록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때문에 이번 국제갤러리의 권영우 개인전 〈Various Whites〉에서 그의 아카이브를 본격적으로 구현하고 주요 사료들을 재구성한 바 나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생전의 언급들을 발췌해서 권영우 화백에 대한 내 나름의 navigate를 해 보고 싶다.
미술학교에 다닐 적 학교에서 배운 것이, 소위 과거에서부터 내려오는 어떤 전통적인 동양화였는데, 그런 것이 제 체질에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난 내 것을 해야 되겠다’ 하는 방향으로 자꾸 나가다 보니 우연히 하얀 종이로 돌아옵디다. (동양화를 전공했기에) 화선지라고 하는 하얀 종이가 늘 내 주위에 있었고, 그 때는 모든 재료가 귀했어요. 화판 하나를 내가 만들고 땜질해서 뚫어진 데를 고치고 하다 보니까 어떨 때는 화선지를 갖다 바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땜질하려고 가져다 붙인 화선지들이 이루어내는 그 어떤 나름대로의 하모니랄까? 아주 재미난 걸 발견한 거죠. ‘아, 이거 참 재미있다.’ 그 때부터 종이 붙이는 작업을 시작한 거예요.
최근 그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 소개될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지점은 종이에 대한 (당시로서는) 실험적 시도들이다. 늘 그렇듯 특별한 발견은 대부분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다. 하얀 종이, 우리는 화선지를 (그가 언급한 대로) “하얀 종이”로 느끼기보다 재질적으로 인지 한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재료와 기법에 관한 고민이 ‘화선지’라는 질료 자체에 대한 탐구로 귀결된 것은 납득이 간다. 권영우가 손톱으로 긁고, 칼로 선을 그어 종이를 찢어 내고 펀치로 구멍을 뚫은 일련의 행위는 어쩌면 수묵화 혹은 시서화 같은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오랫동안 무수한 반복과 오랜 수련을 통해 몸과 정신을 수양해야 한다는 묵계를 향한 반항적인 접근이 짐작된다. 설사 그가 행한 시도들이 반항적이지 않았다한들 찢겨진 이미지들 자체가 주는 심상은 비교적 거칠고 야성적이다. 이 불규칙한 정렬을 아이러니한 하모니로 구현한 모습은 그가 지닌 섬세하지만 고집 센 완고한 기질을 상기시킨다.
65  -   6년경이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때가 내 나름대로 내 영역을 개척했다 하는 의미에서 발표를 처음 시도한 것이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는 미술관에서 제1회 개인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전시는) 지금까지 그런 그림의 형태와 다른 종이만 가지고 다루는 그림을 그렸었습니다 그림을 그렸다기보다는 만들었었죠. 이걸 보고 어떤 사람들은 이게 동양화냐 별소리가 많았죠. 동시에 소위 말하는 추상적인 것 비구상적인 그림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서양화 아닌가? 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중략  …. 그런데 저 나름대로 생각할 적에는 회화이지 동양화 서양화란 구별을 굳이 두지 말자. 그것이 기름 물감으로 그렸건, 서양화적인 화법으로 그렸건, 여는 그 작품이 발산하는 어딘가 그 체취가 동양적인 것을 발산할 적에 그것은 동양화다, 저는 그렇게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규정짓기를 좋아한다. 나 또한 업무를 보며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라는 식의 명쾌한 결론에 대한 압박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창작의 영역에서 이러한 요구는 생산자인 작가에게 상당히 폭력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어쩌면 작가에게 흑백 논리는 상당 부분 무의미하다.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무언가를 추구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많은 창작자가 본인이 예측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발견과 조우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식의 요구에 피로감을 느끼지만 권영우 화백의 언급에서 이런 나의 비평적인 생각을 좀 더 지혜롭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물어보기에 앞서 작품의 체취를 느끼고 작품을 논해야하는데 나의 경우 미술과 가까운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오히려 습관적 관점을 유지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직 많은 경우 내용보다 형식에 대한 고민이 앞서기 때문인 듯싶다. 내용 자체는 개인에게 필연적이기에 추가로 말을 보태기가 어렵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춘 형식을 추구하다보면 간혹 그 이면에 있는 정서를 상실하곤 한다. 논리적으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심상적, 감각적 이미지들이 존재하는데 때로는 탁월한 언어적 묘사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체취를 위한 여유를 좀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우연한 기회랄까요, 국전에 계속 출품을 하다가, 국전에서 물론 특선도 됐고, 또 나중에 심사위원도 했습니다만, 초대작가 중에서 선정하는 초대작가상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것을 74년도에 수상했습니다. 당시에 외국에 나간다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었는데 외국의 문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런 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75년에 파리로 출국하여 약 1년여 머물며 지냈습니다. 당시 그 작업을 한 십 년 하던 차에 파리로 가면서, 채색이 시작된 거죠. 처음엔 조심스럽게 채색을 화면 뒤에다 발랐습니다. 그럼 화선지라고 하는 것은, 흡수하는 성질이 있거든요? 앞으로 빨아 당깁니다. 그러면 겉에다 확 바른 것보다는 은은하게 이것이 젖어 나오죠. 그런 효과를 많이 사용했었죠. 뚫은 데다가 나오게 하기도 하고, 칼로 찢어가지고 그 사이로만 나오게 하고, 그러한 변화들을 많이 찾았었죠.
권영우 화백은 이후 약 10여 년간 파리에 체류했다. 작가에게 그 시간은 채색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시기이다. 이전에 하던, 단색화의 전신으로 불리는 백색화와 비교해 보다 회화의 규격도 보다 커지고, 그만의 고유한 먹색, 청색, 간혹 마젠타가 섞인 보랏빛채색도 시도하곤 했다. 때문에 그의 1980년대는 화선지에 대한 실험에서 색채 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진 다채로운 회화적 연구를 엿볼 수 있는 부흥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그가 한국으로 보낸 편지가 기억에 남는다. 편지에서 그는 가족 혹은 이웃의 안부를 묻거나 현지 날씨 또는 그곳에서 지내는 모습을 묘사했는데, 특기할 점은 그가 거의 모든 편지에서 화선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파리에 머물며 지속적으로 화선지를 고집했고 상당한 양의 재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프랑스를 방문하는 인편을 통해 재료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건, 권영우에게 화선지는 작업 행위 이전에 재료 자체가 상당히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선지 고유의 재료적 특성이 그가 표현하고자 한 여러 조건을 충족시킨 것 같다. 때문에 나는 화선지가 수분을 흡수하고 번지게 하는 실제적인 특징보다 그런 특징이 작가에게 맞닿아 있고 표현의 일환으로 소화되는 과정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출발점에서부터 언제가 귀착점이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하는 일에서 늘 거기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간다는 것, 늘 꾸준히 한다는 것, 계속 한다는 것, 그것뿐입니다.
맺음말로는 다소 고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시대 불문 불변의 진리 같다. 개인적으로는 근래의 필자 또한 되새겨야 할 말이라 인용했다. 이제는 후배 여러 명과 강의를 듣는 학생도 몇몇 생겨나는 동시에 아직 현장에선 동력을 가져다나르는 젊은 피이자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소모적인 중간자 입장에 있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세대들 중간에서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과도 나누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워낙 세련된 매너를 추구하는 환경에서 이런 말들은 귀에 간지럽거나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역사를 겪은 인물에게서 전달 받는 상대적인 경험만큼 가슴 깊이 와 닿는 말이 없을 것 같다. 작고한 권영우 화백도 마찬가지다. 그가 지나온 시기에 대한 귀결로 다다른 태도가 아닐는지 싶다.

위<무제〉 한지 100×80.5cm 1980년대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REVIEW

슬기와 민
3.9~5.13 페리지갤러리

관객을 “기만하는 전시”. 이들은 그 어떤 내용 제시도 발언도 하지 않으며 전시는 반드시 작품으로 구성된다는 믿음을 저버린다. 작가와의 정서적인 소통과 지적인 통찰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도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명정씨

Lappland de 13
3.3~17 라플란드

참여한 작가 13명의 공통점은 성차별의 지점을 보여주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사진, 회화, 설치 등 각자의 언어로 다양하게 표현되는 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차별을 보여주고 그를 극복할 방법을 제안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지숙희

지숙희 개인전
3.15~21 갤러리 1898

자연을 대상화하지만 그 흔적을 지운 추상적 표현이 가득한 작업엔 감성 중심의 표현을 지향하는 작가의 의도가 다분하다. 이에 무수히 많은 선을 긋고, 지우는 지난한 과정은 마치 흔적만을 남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문주도올

이문주 개인전
3.1~19 갤러리 도올

재개발 공사현장, 수명을 다한 건축물과 도시의 폐기물 등을 촬영한 파편적 기록들을 콜라주하여 화면에 재조합하는 작가의 회화 연작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다. 10년째 진행 중인 〈걷는 사람〉 연작의 최근 버전을 선보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상업화랑 (2)

윤정미 개인전
3.10~5.7 상업화랑

작가가 2000년부터 2002년 사이 인사동과 청계천의 상인들과 그들의 일터를 촬영한 작품을 모아 사진전을 갖는다. 작가가 다시 그곳을 방문해 같은 구도로 재촬영한 신작이 전시기간 동안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왕열서금

왕열 개인전
3.1~7 갤러리H

‘산 무릉도원에서 놀다’로 명명된 작가의 개인전은 전시 타이틀이 암시하듯 도시생활을 하는 인간의 삶의 편린에 대한 것이다. 이에 고독과 소외라는 도시생활을 낙관적 자세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정아김강

이정아 개인전
3.15~21 조형갤러리

마음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는 텍스처와 오브제를 구축하고 다시 그것을 해체하는 과정을 거듭한다. 꾸지나무와 동판 등 독특한 소재를 중첩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승신김강

이승신 개인전
3.1~10 갤러리 M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인간과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처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그 내용으로 한다. 이를 여린 것, 즉 꽃, 사슴, 화초 등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곽순화하미

곽순화 개인전
3.22~27 가나아트스페이스

작가는 자개와 옻칠 등 자연에서 취한 재료를 이용하여 자연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그가 달항아리와 평면작업에 표현한 울산바위, 금강산에서 가장 한국적인 맥락이 드러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최승선김강

최승선 개인전
3. 17~31 N갤러리

‘신기루’로 명명된 작가의 8번째 개인전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강원도 사북 출신인 작가는 자신의 고향 광경과 그곳에서의 경험 등을 현대인의 고향에 대한 관념과 연결시킨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대길김강

김대길 개인전
2.9~4.2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가 협업해 마련한 이번 개인전은 ‘생명의 힘 그 앞에 서다’로 명명됐다. 전남대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 74점의 작업을 선보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박용일서금

박용일 개인전
2.23~27 GS타워 더스트릿갤러리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대상은 익숙한 보따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을 싸고 있느냐 하는 점이며, 부드러운 보따리 겉면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냉혹한 사회가 바로 그 내용이다.

PREVIEW

레슨 제로
3.31~6.18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현대미술을 통해 동시대 삶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배움과 가르침, 교육의 관습과 상황에 대해 질문한다. 작품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인간의 행동과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사고 방식, 문화의 양식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전제하는지 묻는다. 또한 그와 같은 방식이 어떻게 작동되며 어떠한 사회적 실재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지를 성찰케 한다. 김범 로와정 안정주 양혜규 오석근 오재우 오형근 이완 이유진 브렌단 페르난데스 팡후이 히로코 오카다 존사사키 타카유키 야마모토 발레리오 로코 오를란도가 참여해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은 예술적 관찰과 발상을 통해 한 인간을 형성하는 교육의 전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학교와 교실 등 집단의 규범과 사회화의 문맥 속에서 대항하는 개인의 존재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존사사키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160905-05

김보희
4.7~31 학고재갤러리

김보희의 작품세계 전반을 살필 수 있는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 사계절 내내 따뜻한 초록의 풍경이 좋아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는 작가는 자연의 푸른 생명력과 신비로움에 주목해 사실성과 추상성을 미묘하게 뒤섞어 현실과 환상이 만나는 어딘가를 그려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02. 위대한 퍼포먼스 5- 태안반도 기름유출(1993), 2017, C-프린트, 70x100cm

윤동천
4.12~5.14 금호미술관

동시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로 독자적인 시각언어를 구축한 윤동천의 개인전 〈일상_의 Ordinary〉. 작가 작업의 기본 전제이자 출발점인 ‘일상’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선재

도운 브레익스, 서울
3.24~5.14 아트선재센터

이주요 정지현이 3번째 협업프로젝트를 아트선재센터 2층에서 선보인다. 정확하게 규정된 사회적 언어가 아닌 수많은 언어가 난무하는 세상을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 전’에 비유해 기존 논리에 속하지 않은 작가들의 규제없는 모험을 살펴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진주

이진주
3.31~5.7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낯익은 소재를 사용해 지극히 직관적이며 초현실적인 화면을 구현하는 이진주의 개인전. 작가는 정해진 해답이 아닌, 보는 이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기억과 작가의 기억이 공존하는 공간을 이끌어 냄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블루메-김원정

정원사의 시간
4.1~6.25 블루메미술관

크고 작은 정원을 직접 만들고, 찾아 다니며 식물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요즘, 점점 더 빨리 변하는 현대문명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왜 지극히 정적인 식물과의 일, 정원을 꿈꾸는 지를 고찰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현대인이 자신의 일상 공간에 식물을 들이는 것처럼 사람의 공간인 미술관에서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강운 김원정 김이박 임택 최성임이 참여해 정원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간성에 주목한다. 예술의 언어를 통해 작품들은 생명의 원리로 질서화된 정원의 시간성이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힘을 얻게 하는지 되묻고 식물과 함께 하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 식물과 사람 사이의 비밀스러운 일을 들여다본다. 김원정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라이언 갠더

라이언 갠더
3.29~5.7 갤러리 현대

영국의 개념미술 작가 라이언 갠더의 개인전 〈소프트 모더니즘〉. 설치, 미디어, 회화, 조각,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예술, 문화 개념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연관지어 개념적으로 재치있게 풀어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호득

김호득
3.30~6.17 파라다이스 집

‘흔들림, 문득’, ‘사이, 겹’ 등 공간과 시간을 다루던 기존 전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차다’ 와 ‘비다’ 같은 서로 반대되는 두 단어의 역설을 통하여 실재와 허상에 대한 연장된 사고를 보여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HAU_010317_  004

조르제 오즈볼트
4.6~5.6 갤러리 바톤

드로잉, 회화, 조각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조르제 오즈볼트의 개인전. 이번 개인전은 여러 이미지, 레퍼런스, 장면, 기호의 충돌을 유도하는 작가 고유의 화법을 총망라하는 자리로 다양한 실험을 거쳐 탄생한 독창적인 전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룩스-권순영

이야기 없는 이야기
3.17~4.27 갤러리 룩스

화면 속에 서사 구조를 만들어 세계를 연출하고, 감정의 상태를 재현하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하는 권순영 우정수 전현선의 작품을 모았다. 서사구조가 없는, 이야기가 없어진 그림을 통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을 전달한다. 권순영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전명은_누워있는_조각가의_시간_archival_pigment_print_120_x_180_cm_2016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3.31~6.24 하이트컬렉션

4회째를 맞은 젊은 작가 그룹전. 강희정 김세은 노혜리 박천욱 서정빈 이준용 장종완 전명은 한우리 황효덕이 참여해 회화, 사진, 조각,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전명은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권혁

권혁
4.7~29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스티치 기법으로 대상을 재현하고 이를 채색된 캔버스와 결합해 여러 겹의 레이어를 만들어 독특한 평면을 구성하는 권혁의 개인전. 작가는 삶이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상황’의 우연성과 세상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코리아나 슬라브스와_타타스_Larry_Nixed,_Thrachea_Trixed_2015

더 보이스
4.20~7.1 코리아나미술관

국내외 작가 12명이 참여해 ‘목소리’를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예술적 매체이자 장치로 간주하고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소리와 관련된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시각예술영역으로 침투한 ‘목소리’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슬라브스와 타타스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명미

이명미
3.20~4.22 대구 갤러리 분도

단순함과 간결한 조형성으로 어린아이의 그림 같은 느낌을 주는 이명미의 개인전. 작가는 함축된 기호로서의 소재 사용, 강조와 생략, 원색을 통해 천진난만함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윤석남

윤석남
3.17~4.9 자하미술관

여성주의 미술가 윤석남의 드로잉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작가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979년의 미발표작 1점과 1985~2000년대 드로잉 100여 점, 신작으로 구성된 작가의 자화상 7점 등 다수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2017031703b

내가 사는 피부
3.16~4.30 소마미술관

인간의 실존과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피부를 직시한다. 인간의 피부부터 디지털 스킨까지 ‘스킨’을 화두로 작업하는 국내외 작가 18인의 작품 99 점과 영화감독 7인의 영화 8편을 해설과 함께 볼 수 있다.
김준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노석미

노석미
4.6~28 갤러리 조선

노석미가 을 타이틀로 작업실 근처에서 만난 자연을 펼쳐놓는다. 작가는 담담하게 머물러 있는 자연을 그려낸다. 단순하지만 소담스럽고 자연스러운, 노석미의 자연을 만나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선태

김선태
4.6~5.3 갤러리 초이

동양화의 기초 화법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선, 여백으로 강한 화면을 구성하는 김선태의 개인전. 작가는 인간이 겪는 위안에 대한 욕구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작업을 통해 그 너머의 어떤 지점을 찾아나선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신한-김신영

00의 기억
3.24~4.27 신한갤러리 역삼

곽이브 김신영 장서영 최태훈 최형욱이 ‘00’으로 대표되는 익명성의 본질을 찾아나선다. 익명에 기댄 사람들이 우리 사회 현상들에 어떤 목소리로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메아리는 다시 어떤 형태로 세상에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김신영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KakaoTalk_20170327_182824404

변웅필
4.14~5.10 갤러리 조은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이란 자화상시리즈로 잘 알려진 변웅필의 개인전. 작가는 감정이 배제된 자화상을 통해 외적인 모습에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독창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상용

이상용
4.6~29 갤러리 BK

회화 · 조각 · 설치 · 사진 등을 매체로 작업하는 이상용의 개인전. 작가는 단순한 형상의 기록이 아닌 정교한 의미의 서사를 구축해 삶의 깊은 곳을 세심하게 건드리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서상익

서상익
4.14~5.10 아트팩토리

면 분할이 이뤄진 실내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광경을 담은 회화를 선보이던 작가는 무엇으로도 규정되지 않겠다는 기조를 견지한다. 무엇을 그리는지 보다 작가가 무엇으로도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표현법을 담아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박진영_엄마의창_이즈반도 2016

박진영
4.11~5.25 아트스페이스 J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도해 온 박진영의 개인전 〈엄마의 창〉. 작가는 치매환자인 엄마와의 대화 속에 등장한 장소, 물건 등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제껏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엄마에게 바치는 헌정의 전시.

[section_title][/section_title]

Alex_Katz_flowers_2_22.9x30.5cm_oil_on_board_2011

알렉스 카츠
4.13~6.3 PIBI 갤러리

페인팅, 드로잉, 조각, 판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왕성한 작업을 선보이는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거대한 크기의 인물 초상화와 풍경을 비롯해 일상의 단면을 독창적인 제스쳐로 담아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물, 풍경, 꽃을 소재로 한 작업을 선보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임택

임택
4.4~29 트렁크갤러리

산수풍경을 디지털 이미지로 제작해온 임택의 새로운 작업을 볼 수 있는 〈점경와유〉. ‘옮겨진 산수’를 야외 공간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 중 조선시대 전통정원을 답사하면서 그 주변에 있는 바위들을 촬영하여 작업화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누크-나점수

풍경의 두면
4.6~30 누크갤러리

식물적 사유에서 따온 나점수의 풍경과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임동승의 풍경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지극히 사색적인 두 작가의 그림과 조각을 통해 같은 풍경이 다른 형상으로 나타나지만 예술이라는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결을 느껴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풀-노원희

2017 풀이 선다
3.20~4.9 아트스페이스 풀

아트스페이스 풀의 기금마련전. 이 전시는 공간 운영 기금마련이라는 목적에서 시작하였으나, 이에 앞서 대안공간이 존속하기 위해 어떤 경제적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일반적인 시장논리와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노원희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정복수, 고독을 소독하는 사람 91x72.5cm 캔버스 위에 유화 1978

정복수
4.20~5.10 부산 미광화랑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인간이라는 대상에 천착해 온 정복수의 부산시절을 되짚어본다. 부산에서 작업의 바탕이 되는 감성을 키워온 정복수의 그림을 살펴보며 작가가 쌓아온 인간 탐구의 근원을 찾아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휴-김지수

피드백과 식생
4.12~5.8 아트스페이스 휴

자연생태계, 식물과 관련된 작품을 모아 서로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식생을 연출한다. 식물을 소재로 작업하는 강정헌 김지수 김준은 인공 재배,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 채집과 기록의 방식 속에서 새로운 창작의 단서를 발견한다. 김지수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오원배

트라이앵글
3.30~4.30 갤러리 아트사이드

하나로 선으로 이어진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각기 다른 점에서 자신의 고유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안창홍 오원배 최진욱 장샤오강 쩡판즈 쩌춘야를 모았다. ‘현실(사회)-예술-작가’로 이어지는 세 꼭지점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 오원배 작

[section_title][/section_title]

박경희

박경희
4.25-4.30 대구 봉산문화회관

자연을 모티프로 작업하는 박경희의 개인전. 자연에서 경험한 것을 전달하고 자연에서의 사색을 재구성하는 작가는 생동하는 자연의 움직임에 착안하여 숲속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함께 존재의 숨결을 그려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현대어린이-제럴드 맥더멋

칼데콧이 사랑한 작가들
3.30~6.25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권위의 ‘칼데콧 상’을 수상한 미국 그림책분야 대표 작가들의 원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칼데콧 수상 도서의 작품세계를 문화 · 사건 · 관계로 풀어내며 그림책 작품의 교육, 문학, 미학적인 의미를 재조명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월간미술_이완정 작품사진

이완정
4.19~24 가나아트스페이스

고층 건물이 빼곡이 들어찬 빌딩숲에서 인간은 하나의 부속품인양 쉼 없이 되풀이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작가는 연약하지만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인간의 존재를 나뭇가지에 담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친 일상에 휴식을 전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홍경표

홍경표
3.30~4.19 부산 갤러리 조이

‘그림이란 풍경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기운을 색을 통해 시각화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홍경표의 개인전. 작가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동적으로 표현하며 생명의 기운을 전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문승현대표이미지_작은사이즈

문승현
4.4~16 세종갤러리

오전, 아침에 일어나 일과를 준비하는 시간. 오후, 급한 일들을 끝내놓고 한숨 돌리는 ‘나’의 시간. 문승현이 그리는 오후는 그렇게 스스로의 진지한 고민을 품어 안아주는 시간이자,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감미롭고 따스한 자신의 시간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엄상빈

엄상빈
4.14~5.2 스페이스22

분단, 환경 사진 등으로 익숙한 엄상빈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중 근간에 해당되는 분단을 다룬 작업의 연장선으로 군사정권, 문민정부 등 정권의 흐름과 통치이념이 작품 속에 그대로 담겨있어 남북관계에 따른 철조망 변모의 연대기를 보여준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정진갑

정진갑
4.4~20 최정아갤러리

섬세하고 예민한 손놀림으로 소녀와 소년을 빚어내는 정진갑의 개인전.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는 작가의 다짐이 투영된 작업을 통해 보는이들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아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변선영

변선영
4.1~9 한전아트센터

콜라주를 이용해 사물로부터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변선영의 개인전. 작가는 연계되지 않은 것들의 우연한 만남을 예측되지않은 낯선 만남이 아닌 익숙한 우연으로 이끌어내며 내면으로부터 가까운 화면을 만들어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푸르름이분다 아트셀시

최윤아
4.23~5.2 갤러리 아트셀시

본래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색을 찾고자 노력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 〈푸르름이 분다〉를 통해 대상의 근본을 탐색한다. 색과 형상, 구도를 통해 자신이 가진 조형어법을 그대로 드러내며 ‘결’이라는 언어를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김수연

김수연
3.16~4.15 갤러리2

평면의 이미지를 출력해 입체로 만들고 그것을 다시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평면과 입체의 틀을 깨는 김수연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하늘을 날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화면에 펼쳐보인다.

REGIONAL NEWS

광주
양림동에 들어선 이색 문화공간
〈양림의 화가들〉 2.23~3.25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

양림(楊林), 버드나무 가득한 마을에 서양인 선교사들이 들어온 건 1904년의 일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은 이곳에 교회와 집, 학교와 병원을 짓고 봉사와 나눔의 복음을 실천하며 정착했다. 1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로부터 받아들인 광주 최초의 서양 문물은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대로 이어지고 있다. 호젓한 자연과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이 잘 보존된 거리를 배경으로 찻집과 맛집이 곳곳에 숨어있어 20~30대들의 명소가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개관한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은 생동하는 양림동의 현재를 보여주는 접점이다. 폴리곤(Polygon, 다각형)은 규정되지 않은 장르의 융복합이 이뤄지는 현재의 예술 활동이 모이는 곳이다. 과거 선교사 사택 차고지였던 이곳은 이제 현대예술가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식 개관전시로 양림동과 인연이 깊은 6인의 작가를 초청하여 〈양림의 화가들전〉을 개최했다. 양림동에서 뛰어놀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긴 황영성과 우제길, 삶의 터전이자 정착지로서 평생 이곳을 떠나지 못한 한희원과 정운학, 이곳에 작업실을 짓고 창작의 영감을 얻은 신수정과 이이남 모두 고즈넉한 분위기의 양림동과 호랑가시나무의 매력에 매료되어 일생을 함께한 작가들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한껏 머금은 4월,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새로운 창작물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성장해가길 바란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사업부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

부산
지속가능한 폐허를 발굴하는 페인팅
〈감만동 발굴展: UNEXPECTED WALL〉 3.21~4.14 감만창의문화촌 갤러리

부산의 재개발구역은 현재 160여 곳에 육박한다. 그리고 그 수는 검색할 때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중 재개발예정지 선정 문제로 오랜 기간 주민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공가(空家)가 늘어나는 등 마을의 본모습을 잃어버린 감만동에서 작가 양자주의 개인전 〈감만동 발굴展: UNEXPECTED WALL〉이 열렸다. 작가가 부단히 일궈온 페인터(painter)의 정체성은 예술과 사회 문제에 페인팅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 탐구해온 과정에 여실히 드러난다. 쌓고 부수는 문명의 반복행위가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가 하면(〈Untitled Series〉) 재개발 현장의 공가 담벼락을 지름 2cm도 채 되지 않을 지문으로 도배(〈Dots Series〉)하기도 했다. 최근엔 부산의 대규모 재개발 구역에 속하는 못골, 초량, 온천장, 감만동에서 채집한 건축폐기물, 여러 겹의 벽지, 덧칠해진 페인트 조각, 단열재 등을 재구성한 페인팅(〈Material Series〉)을 선보이고 있다. 인류의 페인팅에 대한 사유의 궤적을 이번 양자주 작가의 개인전에서도 볼 수 있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

이은주+haniitter’s, 〈 로스트 (포)레스트 Lost (for)rest 〉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7

대구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만들다
〈대구예술 생태보감〉 3.2~4.23 대구예술발전소

대구예술발전소는 ‘청년다움·다원적 가치·공간미디어’라는 기치 아래 시각예술뿐 아니라 음악과 무용 등의 공연예술을 포함한 대구 예술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구예술 생태보감전〉을 기획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가가 협업 지점을 모색하고, 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예술 생태보감’이란 제목을 붙였다. 대구의 선데이페이퍼를 주축으로 경산, 울산 등 지역 간 연대를 준비한 ‘테트라포드 연합 준비팀’을 비롯해 방천시장에 거점을 둔 작가 모임 ‘방천밸리’, 1980년대에 활발히 활동한 중견 작가 ‘그룹 6·7’, 회화 작가로 구성된 ‘PPT(Painting-Painter, Team)’, 대구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작가들이 모여 만든 ‘Individuality’, 광주에서 활동하는 ‘코끼리협동조합’과 대구의 애니메이션 작가가 공동 작업한 ‘코끼리협동조합 협업프로젝트’ 등 총 6팀이 각기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지역 중심의 작가 모임, 자생적으로 결성된 작가 집단, 혹은 이번 전시를 위해 그룹으로 결성된 작가들이 느슨하게 경계 지어진 범주 안에서 대구의 예술 생태계를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생태계는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그 자체로서의 완결성을 가지고 독립된 체계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대구예술발전소는 〈대구예술 생태보감〉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대구예술발전소가 신진 작가를 발굴·지원하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여러 예술 장르가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대구 예술생태계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민정 미술사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제주

제주
버리는 것과 버려지는 것의 관계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3.6~5.5 중선농원 갤러리2

봄을 맞이해 중선농원에서는 윤석남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선보인다. 회화와 드로잉, 조각, 설치작업 1025점이 중선농원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신문에서 유기견을 돌보는 이애신 할머니의 기사를 우연히 접한 작가는 버려진 개 1000여 마리를 20년 넘게 보살피고 있는 할머니의 보금자리 ‘애신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곳에 머물며 버려진 동물이 받는 충격과 버리는 인간의 비정함을 작품에 담았다. 1,025개의 조각은 이애신 할머니가 보살피던 유기견 수를 의미한다. 유기견 제각각의 생김새와 표정들을 드로잉한 후 나무를 잘라 표면을 갈고 밑칠 하는 과정을 무려 5년 동안 지속해 작품을 완성했다.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관람자를 응시하는 개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움을 넘어 이들을 버린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버려지는 존재를 통해 버리는 존재를, 약자의 모습을 통해 그들을 휘두르는 권력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025’라는 숫자는 자기중심적,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환기이기도 하다.
이승미 미술사

[section_title][/section_title]

기록사진전_누에_나방

2016년 12월 16일 사진작가 장근범과 관람객 100여 명이 완주 복합문화지구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록사진전 누에-나방〉을 마련했다.

전주
공장의 품격 있는 변신
복합문화지구 누에, 팔복예술공장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되살리는 ‘재생’. 최근 들어 구도심 활성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폐산업시설 재생’이 주목받고 있다.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따라 완주와 전주에서도 ‘공장의 품격 있는 변신’이 진행되고 있다. 완주군은 2016년부터 용진면의 옛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의 누에를 키우고 관리하던 잠업시험지 21개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복합문화지구 누에 (nu-e)’라는 새 이름을 걸고 작년 한 해 동안 전시, 레지던시, 공연, 파티 등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된 2차부지 공간 재단장에 들어가며 주민 놀이터 형태로, 공연장, 전시장, 휴식 공간 등을 마련해 주민들이 언제든지 방문해 머물며 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해 리모델링을 완료한 1차 부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편, 전주시 팔복동 제1산단 내에 위치한 팔복예술공장에서는 매주 한 차례 인근 주민과 예술가, 공단 근로자가 참여해 공간이 지닌 역사와 특성, 이에 기반을 둔 콘텐츠를 함께 고민하고 공간의 성격과 쓰임새를 모색하는 집담회가 열린다. 또한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무료대관 전시 〈Grey Matter〉를 개최했다. 오늘날의 정치, 경제 및 투쟁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회색 물질’이란 주제 아래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8명의 외국 작가 작품에 녹여내었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 사진, 자수 작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문화재생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집담회 및 파일럿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공간의 성격을 최적화하는 중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전

대전
삶은 여전히 아름답지 않다!
〈2017 Next Code〉 3.2~4.26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대전충청지역 청년작가 등용문 〈Next Code전〉이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우리 앞의 생’이라는 다소 무거운 느낌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40세 미만의 작가 51명의 경쟁자 중 5명의 작가가 최종 선발됐다. 이들은 ‘생의 안으로’와 ‘생의 밖으로’에 해당된 섹션에서 작업을 전시한다. 먼저 ‘생의 안으로’ 섹션에 속하는 작가 중 박은영은 염료를 먹이는 먹지에 무수한 선 드로잉으로 숲을 전사하는데 이는 점차 자신을 초극하는 구도자의 고행이자 삶-예술을 창조하는 유희의 행위가 된다. 신기철은 ‘바니타스’를 주제로 불안의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정의철은 자아에 대한 성찰로 〈Unfamiliar〉라는 제목의 연작을 선보인다. 뭉개져버린 얼굴은 자아의 껍질 속 알맹이에 닿고자 하는 작가의 고통스러운 내면의 흔적이기도 하다. 한편 ‘생의 밖’ 섹션에는 철과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해 교회나 골목, 창문, 전봇대, 주택가 등의 소외된 공동체 공간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이홍한과 사회적 규범과 자아의 영향 관계, ‘표류’하거나 표류했던 자아의 연극성을 반성하는 작업을 보여준 정미정의 작업이 전시된다.
‘생의 안’과 ‘생의 밖’ 어디에도 이들 청년이 쉬어갈 공간은 없어 보인다. 고단함과 치열함이 교차하는 그들의 땀내 젖은 그림이 유독 가슴을 저리게 하는 이유이다.
유현주 미술평론

ART BOOK

에고(ego)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

할 포스터 지음/김정혜 옮김 《콤플렉스》 현실문화 2014

얼마 전 ‘강적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청와대 건축 구조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동인 위민관이 직선거리로 500미터나 떨어져 있어 업무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미국의 백악관조차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부통령실 및 내각회의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을 민주공화국의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조선 시대 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더군다나 청와대 본관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지붕만 한옥 양식으로 되어 있는 정체불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권위적이면서 키치적인 건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청와대가 전통 계승 강박과 근대화 강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날것으로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책장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콤플렉스 complex》. 《실재의 귀환》으로 잘 알려진 할 포스터가 미술과 건축이 친연성을 뽐낸 지난 50년의 궤적을 살펴보는 책이다. 센세이셔널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예술계에 건축이 개입하는 방식과 예술이 건축에 개입하는 태도에 대해 섬세한 분석을 시도한다. 그래서 그는 ‘콤플렉스(complex)’라는 개념에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첫째, 미술과 건축이 병치되고 결합되는 여러 조합의 경우를 가리킨다. 이는 사전적인 뜻에 충실한 해석인데, 사실 미술은 모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건축과 운명을 같이했다. 건축사가 미술사의 한 부분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둘째, 문화를 경제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의 포섭력이 어떻게 미술과 건축의 조합을 매력적인 지점 혹은 디스플레이 장소로 재용도화하고 있는지를 지적하기 위해 콤플렉스를 사용한다. 여기서는 살짝 의심의 뉘앙스를 가지고 미술과 건축에 접근한다. 그는 ‘미술-건축 콤플렉스’가 ‘군산 복합체’처럼 불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경계심을 가질만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된 F1963이라는 공간은 기업의 자본력과 예술 자본이 만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미술을 통한 축제의 장이 펼쳐졌지만 F1963에서 단연 으뜸은 테라로사 카페였다는 사실은 할 포스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사례다. 셋째는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것, 장애나 증후를 가리킨다. 할 포스터는 여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표명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문화 활동에서 장애나 증후가 매우 내재적이고 자연스럽게 나타나기에 극복은 차치하고 있는 그대로 밝히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건축구조가 정통성에 대한 강박장애를 쉽게 드러내는 것과 달리 미술과 건축의 만남은 형태와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어 그 뒤에 숨은 강박 증후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전제 아래 그는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미술가가 회화, 조각, 영상을 건축 공간으로 확장하고 건축가들은 그만큼 시각예술과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분석한다. 협업과 경쟁으로 나타나는 이 두 분야의 조우는 현재의 문화경제 지형에서 이미지 만들기와 공간 구성하기의 근간이 된다. 예술센터나 페스티벌 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이나 도시를 브랜드화하려는 정부가 미술과 건축의 연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기관의 정체성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더불어 미술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은 흔히 신소재, 신기술, 뉴미디어에 주목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 우리는 유휴공간 활용이라는 명분과 스펙터클을 은연중에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폐공장이나 창고 등을 개조한 미술 공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사한 이유로 건축적 요소와 미술적 요소가 뒤섞이는 공간에 흥미를 느낀다. 할 포스터는 이를 미학적 테크노의 숭고함으로 해석하고, 프로이트가 말한 ‘에고의 상실을 가장한 한없는 나르시시즘’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면, 생산자로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간학제성(間學際性)이다. 한때 도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간학제성이 이제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으로 자리 잡아 상호 연결, 협력, 네트워크를 강제하는 규범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의심하는 그의 말은 융합과 협력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section_title][/section_title]

IMG_1161선사 · 고대 회화
홍선표 지음
한국회화사가 탄생하고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회화적 요소부터 삼국시대 고대국가들의 회화를 다룬 개관적 연구서이다. 지역별 · 시대별 변화 및 영향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국미술연구소 460쪽 · 35,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50생활예술
강윤주, 심보선 외 5인 지음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자원으로서 예술을 ‘생활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다. 학자 · 활동가 · 행정가 등 예술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생활예술 이론을 집대성하고 관련 사례들을 검토했다.
살림 432쪽 · 20,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46시네마 인문학
정장진 지음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영화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영화 속 예술작품의 이야기를 다룬 책. 예술가들의 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와 남다른 감각으로 예술작품을 영화에 녹여낸 감독들의 영화 21편을 소개한다.
동녘 262쪽 · 18,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53성찰하는 티칭 아티스트
캐스린 도슨 외 1인 지음 / 김병주 옮김
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교육자와 예술가의 중간 위치인 티칭아티스트(teaching artist)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책. 연극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티칭아티스트들의 사례 25가지를 소개한다.
한울 아카데미 408쪽 · 29,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59현대철학의 예술적 사용
홍명섭 지음
‘예술로서의 철학’과 ‘철학으로서의 예술’의 실천을 꿈꾸는 저자가 정년퇴임 후 교육현장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 저자는 자신이 ‘사용’해본 현대철학을 바탕으로 ‘효과’를 본 예술적 사유를 소개한다.
아트북스 336쪽 · 22,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48이연식의 서양미술사 산책
이연식 지음
미술사 입문자를 위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르네상스의 작품들부터 서양미술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는 책. 저자는 현대미술까지 순차적으로 소개한 뒤 행위예술에서 샤머니즘과의 연관성을 찾아 예술의 태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나무 288쪽 · 16,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63한국인이 캐낸 그리스문명
김승중 지음
토론토대학 고미술학과 교수이자 도기화(vase painting) 연구로 정평이 난 저자가 그리스문명을 재해석한 책. 그리스신화와 역사의 상호 관계, 그리스인 특유의 시간관을 중심으로 그리스예술과 문화를 설명한다.
통나무 392쪽 · 25,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55전진하는 페미니즘
낸시 프레이저 지음 / 임옥희 옮김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향후를 전망한 책. 저자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입장에서 기존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을 지적하고 이로부터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돌베개 150쪽 · 18,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42텍스트,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유현주 지음
매체 이론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의 디지털 문학의 궤적을 짚어보고 향후를 조망한 책. 디지털 문학의 미래를 전망하는 저자의 시각은 디지털 시대의 생산자(창작자), 소비자(수용자)의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문학동네 168쪽 · 12,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57미래를 위한 디자인
조원호 지음
디자인과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세계 각지의 혁신적인 디자인 사례들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한 공존을 돕는 디자인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다.
미술문화 260쪽 · 18,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44북해에서의 항해
로절린드 크라우스 지음 / 김지훈 옮김
모더니즘적 매체로서 그 한계에 직면한 현대미술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편을 제시한 책. 저자는 책과 동명의 작품으로부터 예술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포스트 – 매체’ 담론을 펼친다.
현실문화A 136쪽 · 20,000원

 

[separator][/separator]

IMG_1165게이트웨이 미술사
데브라 J. 드위트 외 2인 지음 / 조주연 외 3인 옮김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주제라는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한 미술 안내서. 시대순으로 미술사를 나열하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키워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술을 이해하는 나름의 길을 찾도록 의도했다.
이봄 624쪽 · 55,000원

ART JOURNAL

자연 속 뮤지엄 SAN 2017년 첫 기획전 개최
〈색채의 재발견〉 〈한국미술의 산책 Ⅱ: 단색화〉와 제임스 터렐 작품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강원도 원주에 오크밸리리조트에 위치한 뮤지엄SAN에 찾아든 봄기운을 맞아 ‘색채’를 주제로 한 전반기 기획전 〈색채의 재발견〉을 지난 3월 17일 개최했다. 색채가 갖는 의미를 미술과 색채를 구현하는 작가를 통해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이다.
미술에서 색채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아 왔다. 형태에 존속된 조형적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 색채는 19세기로 들어서야 그 자체로 독립된 미술의 요소로 자각된다. 이번 뮤지엄SAN의 〈색채의 재발견전〉 기획의도 역시 이 같은 미술사적 맥락에서 비롯됐으며 전시를 담당한 노은실 뮤지엄SAN 학예연구사는 이를 “색채의 반란”으로 표현했다.
전시에 참여한 13명의 작가는 전통적인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독자적인 색채미를 보여주는 작품부터 환경과 시대의 상징으로서의 색채, 현 사회의 소비문화를 비판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교감의 색채’와 ‘시대의 색채’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서 천경자, 김종학, 전혁림, 박생광, 이중희, 박지혜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예술적 영감을 색으로써 표현한 작가로 꼽혀 첫 번째 섹션 ‘교감의 색채’를 채웠다.
이어지는 ‘시대의 색채’ 섹션에는 정철교, 서용선, 홍경택, 함경아, 최인선, 이상원, 김병호의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큰 캔버스가 이미지로 강렬하게 다가와 시각뿐만이 아니라 촉각적인 경험을 하게 한다.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단색화를 다룬 〈한국미술의 산책 Ⅱ: 단색화〉도 동시 진행된다. 지난 3월 열린 〈한국미술의 산책 Ⅰ: 서양화전〉에 이은 두 번째 상설 기획전시다. 권영우, 김기린, 박서보, 서승원, 윤형근, 이우환, 정창섭, 정창섭, 하종현 등 대표적인 단색화가 13명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한국의 단색화가 태동된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든 작품과 현전된 근작을 소개하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단색화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미술관은 이와 같은 뮤지엄SAN의 근현대 컬렉션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시리즈 형식의 전시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원주 = 곽세원 기자

위 최인선 〈날것의 빛〉(사진 왼쪽) 캔버스에 유채 260×484.5cm 2014~2015

[section_title][/section_title]

IMG_9996

새로운 전시 공간 (재) 개관 소식
백남준기념관, 페이스갤러리, 갤러리 BK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백남준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백남준기념관(오른쪽 사진)이 개관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건의를 수용해 백남준이 1937년부터 1950년까지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 집터에 위치한 작은 한옥을 매입하여 백남준기념관으로 재건립했다. 건축가 최욱이 리모델링을 맡았으며 28평 남짓한 단층 한옥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기념관 조성과 운영을 맡은 서울시립미술관은 이곳에서 작년 7월 백남준 서거 10주기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으며, 개관식과 함께 첫 전시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를 열었다. 전시 제목은 백남준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백남준이
30여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한 1984년을 출발점으로 하여 백남준의 기억과 상상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백남준 이야기’, ‘백남준 버추얼뮤지엄’, ‘백남준의 방’, ‘백남준에의 경의’ 총 4부로 이루어진 각각의 주제는 기념관의 입구와 중정(中庭)을 포함한 공간 전체에서 상이한 주기와 형태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진행된다.

현대미술 전문으로 뉴욕미술계를 이끄는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가 3월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페이스서울’을 개관했다. 페이스서울 디렉터는 아라리오갤러리 출신으로 2015년부터 페이스홍콩에서 활동한 바 있는 이영주 씨가 맡았다. 페이스서울은 개관전으로 도널드 저드, 아그네스 마틴, 장샤오강 등 전속작가 10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갤러리 BK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재개관했다. 재개관 기념전으로 김대수와 손진아의 개인전을 3월 9일 동시 개최했다. 김대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나〉라고 명명한 이번 전시에서 빛을 상징하는 백색을 통해 바라본 자연 풍광을 담은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의자를 모티프로 한 회화작업으로 잘 알려진 손진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의자 대신 식물의 다양한 패턴과 흐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 전시 모두 4월 1일까지.

[section_title][/section_title]

한강예술공원

예술은 쉼을 만들고, 쉼은 예술을 만든다”
3월 30일 한강예술공원 쇼케이스 작품 첫선

서울의 자랑, 시민의 안식처 한강이 ‘예술’이란 옷을 입고 보다 아름다운 쉼터로 거듭난다. ‘한강예술공원’ 조성을 위해 내건 슬로건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한강의 자연성을 존중함으로써 인간의 쉼을 넘어 한강의 쉼을 추구한 “회복하는 한강”, 도시 자연 사람의 관계를 다시금 짚어보며 서로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관계 맺는 예술”, 이 두 가지를 통해 새로운 쉼의 경험을 주는 “경험하는 공원”이 바로 그것.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한강을 배경으로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신진작가가 참여 제작한 공공예술작품 8점이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마당 일대에 선보였다. 인간 형상을 2차원의 선으로 단순화하여 자연 환경으로 확장된 함영훈의 〈무제(두 사람)〉, 원기둥 모양의 슈퍼미러로 제작하여 작품이 놓인 하단부가 그대로 투영되는 김지윤의 〈도깨비 스툴〉, 선재로만 이뤄진 오픈형 작품으로 시민들이 그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조재영이 〈바람의 집〉이 오픈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됐다. 또한 ‘2016 한강한장 공개공모’ 한강상 수상작인 〈그린풀장〉이 조경가 최재혁에 의해 잔디풀장으로 구현됐다. 건축가 심희준, 박수정은 폐어선 남해호, 경동호, 해춘호를 재료로 한강을 찾은 시민에게 쉼과 공간의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KEAB (백희성)+JHA(정진호)+HLD(이호영, 이해인)가 협업한 〈온더리버 아트플랫폼〉(위 사진)은 건축, 선박, 조경 분야 전문가가 프로젝트팀을 이뤄 진행한 작품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개막식-행사29

〈제35회 2017 화랑미술제〉 폐막
한국화랑협회 94개 회원관 참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 10~12일

한국화랑협회(회장 이화익)가 주최하는 〈제35회 2017 화랑미술제〉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3월 10~12일에 열렸다. 작년보다(89개) 늘어난 총 94개의 갤러리가 참가해 국내외 작가 500여 명의 작품 2500여 점을 선보였다. 가나아트센터,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동산방화랑, 아라리오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등 국내외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주요 갤러리들이 모두 참가했다. 3월 9일 개막식에는 김영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들과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네이버와 협력해 신진작가의 작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특별전 〈나의 공간, 나의 취향(My Space, My Taste) 2nd Edition〉이 열렸다. 참가 화랑들은 45세 이하 작가들의 작품 중 가격 3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 크기 100호 이하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채널 ‘아트윈도’에서 전시와 판매가 이루어졌다.
한국화랑협회는 이번 행사기간 동안 작품 거래액이 약 3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행사의 37억 원보다는 적은 액수다. 관람객 수는 작년보다 3000여 명 늘어난 3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한국화랑협회는 “작년보다 일일 평균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면서 “미술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랑미술제〉는 1979년 시작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로 한국화랑협회 회원관들의 대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품시장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DSC07277

진정한 문화융성을 위한 다각적인 모색
〈2017 국제건축문화정책 심포지엄〉, 〈2017년 박물관 교육 심포지엄〉 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회장 배병길)가 주관하는 〈2017 국제건축문화정책 심포지엄〉이 3월 10일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개최되었다. ‘문화의 숨 : 건축(Air of Culture: Architecture)’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세계 각국의 건축문화정책 사례와 성과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 적합한 건축문화정책을 논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3월 28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국내 국·공·사립 박물관 교육 관계자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2017년 박물관 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1부 ‘박물관 교육의 발전적 성과’, 2부 ‘박물관과 지역의 동반 성장’, 3부 ‘박물관 교육의 확장 가능성’이라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립전주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박물관 교육의 최근 연구 동향과 다양한 운영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640아트갤

640 아트타워 첫 신진작가 기획전 개최
한영국 〈타오를 준비가 돼 있는가〉

640아트갤러리가 참신하고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2016년 9월 진행한 〈2017 제1회 신진작가 공모〉에 4명의 작가 김은미, 이다희, 이마리아, 한영국이 최종 선정됐다. 우수작가에 선발된 작가에게 지원되는 개인전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영국으로, 〈타오를 준비가 돼 있는가〉 제하의 전시가 3월 19일 열렸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성냥에서 인간 삶 그리고 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성냥을 불에 타오르기 전, 타들어가는 순간, 다 타버린 후로 나누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삶과 죽음, 빛과 어둠 같은 필연적이고도 순환적인 관계를 이야기한다. 타버린 성냥이 감각적인 묘사와 색채로 표현된 회화 작품이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4월 19일 막을 내리며, 오는 5월엔 이다희가, 9월에는 이마리아가, 마지막으로 11월에 김은미가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640아트갤러리’는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에 개관한 복합문화예술공간 640아트타워 내 위치한 전시공간이다. 총 5개 룸으로 구성된 이곳은 감각적이고 역량 있는 국내외 미술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그밖에 최신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연주회, 공연, 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640 아트홀’과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이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IMG_0749

아흔 살 청년 작가의 예술을 향한 애정
허동화 화업 60년 수집인생 40년 특별전 개최

2017 환기미술관 특별기획전으로 허동화의 화업 60년을 되돌아보는 〈허동화 : 충만充滿〉이 3월 10일 열렸다. 작가의 순수 회화작품과 전통 보자기에서 착안한 아상블라주 작품과 색천, 종이를 이용한 콜라주와 금속 오브제 등의 작업에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녹아 있다.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넘쳐나는 창작욕과 예술을 향한 애정은 그가 평생 일궈온 수집과 창작의 다양한 작품 군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환기미술관의 독특한 전시공간과 이루는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이어진다. 허동화는 오랜 기간 전통 보자기와 자수 등 규방문화재를 수집, 보존하는 데 힘써왔다. 규방문화를 일반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1976년 개설된 한국자수박물관 관장직을 박영숙과 공동으로 위임해오고 있다. 40여 년간 꾸준한 수집활동을 통해 보자기, 자수, 다듬잇돌, 발, 침장, 의상과 장신구 등 3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