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 에 가다
‘ 서울 구심에서 쉼터 역할을 ’
전시기획사 글린트(Glint)가 회현동에 문화 공간 피크닉(Piknic)을 오픈했다. 피크닉은 전시장, 카페, 레스토랑, 디자인 스토어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건물은 1970년대에 지어진 한 중견 제약회사의 사옥을 개조해 설계했다. 구건물 일부는 보존하고 일부는 현대적으로 재건축해 붉은 벽돌과 흰색 시멘트가 어우러진 세련된 건물로 탈바꿈했다. 건축물의 하이라이트는 ‘옥상’이다. 피크닉은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복잡한 서울 구심에 자리하지만 탁 트인 옥상에 올라서면 남산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피크닉이라는 이름처럼 카페, 디자인숍, 레스토랑, 옥상이 전시장과 함께 어우러져 서울 구심에서 대중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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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개관전, 류이치 사카모토 : < life, life > 국제 음악계 거장의 40년 회고전’
피크닉은 첫 개관 전시로 류이치 사카모토(이하 사카모토)의 개인전 를 개최한다. 사카모토는 전자 음악그룹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멤버로 활동을 시작했다. YMO의 일본 내 히트와 두 차례의 월드투어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사카모토는 다양한 방식의 솔로 음악 활동을 병행해 왔다. 그는 영화<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레버넌트(The Revenant)>, 한국 영화 <남한산성>, 최신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걸작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 참여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며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다.
영화 음악뿐 아니라 아이돌, 작곡가, 영화배우, 음악감독, 작가, 그리고 사회운동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백남준, 알바 노토(Alva Noto) 같은 진보적인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음악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작품을 선보였다. 20세기를 개괄하는 파격적인 오페라 < Life >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 Life >로 인연을 맺게 된 미디어 작가 타카타니 시로(Takatani Shiro)와의 예술적 교감은 이후로도 지속되어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와 지금까지 여러 미디어아트 작품을 발표했다. 영화음악에서부터 오케스트라,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구분 없는 폭 넓은 작업을 하며 음악, 미술, 영화 팬들과 교감하는 중이다.
26 세 때 첫 앨범을 발표한 후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사카모토는 세대와 국적을 초월해 가장 잘 알려진 아시아인 중 한 명이지만, 수많은 인기곡과 스타로서의 매력 때문에 오히려 예술적 성취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평가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소리’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영화로, 미디어아트로,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으로 확장해간 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난해 후두암을 이겨내고 발표한 새 앨범 < async >에 관한 미디어 아트를 비롯하여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의 영상 작품, 과거 백남준과 함께 작업했던 < All Star Video > 영상, 그리고 일본 YCAM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에서 작업한 대규모 인스톨레이션 작품 등 그가 직접 제작했거나,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든 다양한 작품들을 펼쳐 보인다. ⠀⠀⠀
< Life, Life >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한국에서 펼치는 첫 개인전이다. 올해 데뷔 40주년이 되는 그의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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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소개 : 류이치 사카모토 & 타카타니 시로, < Water state 1 >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근원적인 물질이며, 인간의 몸과 지구 면적의 70%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비, 구름, 안개, 눈, 바다, 강, 폭포, 빙하 등, 환경에 따라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끝없이 변화하는 물의 순환 현상에 사카모토에게는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워터 스테이트 1>을 구상하며 창작의 소재로서 물을 본격 탐구하게 된 사카모토와 타카타니 시로는 기술을 담당한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 엔지니어들과 함께 오랜 시행착오 끝에 324개 노즐로 물방울을 제어하여 6미터 아래의 어두운 수조로 낙하시킬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였다.
빅데이터로 수집된 세계 각지의 기상 정보는 정교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무수한 물방울과 수조의 관계로 압축되어 표현된다. 크고 작은 물방울이 수면과 조우하고 반응하면서 맑고 고요한 날, 태풍이 부는 날 등 자연의 장대한 드라마가 전시 공간 안에 펼쳐지며, 그 역동적인 양상은 사운드에도 반영이 된다. 이것은 마치 우주에서 창문을 열고 네모난 창틀을 통해 지구를 바라보는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수면의 물리적 변화에 감각이 집중되는 동안, 물의 입자는 서서히 무수한 기억의 입자들로 환원되면서 관객들을 각자의 ‘지각(知覺)의 정원’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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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Glint
글 : 김민경 (monthlyartmedi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