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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그리고 예술과 잇는 공간들

예술 서적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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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책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종말’을 단언하는 말들이 무색하게도 최근 개성 있는 독립 서점들과 전문 라이브러리가 꾸준히 문을 열고 있다. 특히 예술 전문 서적은 내용과 그것을 담아내는 책의 물질성, 예로 종이의 종류, 인쇄 및 제본의 상태에 따라 경험의 차이 폭이 큰 만큼 실제로 보고 만지며 얻는 즐거움이 크다. 세상 모든 작품을 손하나 까딱하면 볼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예상치 못했던 작품을 발견하는 기쁨, 잘 제본된 표지를 넘길 때의 두근거림, 구하기 힘들었던 희귀본을 만나는 경험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 예술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들은 그런 경험을 얻고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책의 역습>의 저자 우치누마 신타로는 ‘책방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며 매개자’라고 했다. 이제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 예술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 5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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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문 서점, 이라선

 

 사진집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라선은 지난 2016년, 9월 통의동에 문을 열었다. 미학을 전공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진영 대표와 패션 사진 작가이자 편집자인 김현국 대표가 공동 운영하는 공간으로 처음에는 틈틈이 모은 희귀본 사진집들을 가지고 소박하게 문을 열었다. 현재는 초판부터 절판된 희귀 서적, 최근 출간된 새 책까지 국내외 수 천 종의 사진집을 구비하고 있다. 사진 및 예술계 인사들 사이에서 점점 입소문이 나 다큐멘터리 사진가, 패션 사진가, 디자이너, 잡지 편집자, 뮤지션 등이 단골로 찾는다. 이라선이 사진집을 고르는 기준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가치 있는 사진집이다. 미학적으로 가치 있는 사진집과 미적 경험을 충족할 수 있는 사진집의 균형을 맞춰 책을 엄선한다. 책을 셀렉하는 기준에 대해 김현국 대표에게 물었다. “사진집은 소설이나 시집에 비해 책의 물성을 극대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책의 디자인, 종이의 재질, 제본 등 실제로 사진집이 완성되기까지 건축처럼 빌드업(build-up) 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작가를 알고, 북 디자이너를 알고, 책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더 재미있고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가치를 잘 표현한 책을 셀렉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라선에서는 매 월 사진 역사에서 중요한 사진집을 선정해 북토크를 연다.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정진 작가가 북토크를 진행, 성황리에 끝났다. 작은 공간에 작가와 독자가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이라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만남과 경험이 소복히 내려 앉는 공간을 꿈꾼다.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7길 5

www.ira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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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라운지, 비플랫폼

합정역 7번 출구 부근에 위치한 비플랫폼은 ‘서점 형태를 띠는 갤러리 방식의 라운지’다. 서점처럼 책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갤러리 같이 아트북 전시를 감상할 수 있고, 직접 책을 만들어 볼 수도 있는 공간이다.  2016년에 문을 연 이곳은 스튜디오 움woom의 손서란 대표와 국립중앙박물관<도서관 독립잡지 열람실>전시를 기획한 북큐레이터 김명수가 설립했다. 서점에서 다루는 책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책으로, 아티스트가 만든 ‘아티스트 북’, 예술 서적 ‘아트 북’, 책을 오브제로 만든 ‘북아트’ 등 폭넓은 예술서적을 선보인다.

비플랫폼에서 책은 ‘진열’이 아닌, ‘전시’된다.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김명수 북큐레이터에게 물었다. “책을 단순 정보전달 목적이 아닌, 예술적 오브제로 바라보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비플랫폼 내부에는 관람객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도록 판매 공간에서 분리한 ‘갤러리’ 공간이 있다. 이 곳에서 주기적으로 전시를 개최해 다양한 아트북 작업을 펼쳐보인다. 작가에게는 3주간 무상으로 전시 공간을 제공한다.

비플랫폼의 특이 점은 책의 탄생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바인딩 워크샵, 팝업 북 워크샵, 드로잉 워크샵, 프린팅 워크샵 등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워크샵을 비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한다. 서점 안에 아트북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만들어볼 수 있다. 손서란 대표는 “자신만의 책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와 그런 아티스트 북을 사고 싶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한다.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2길 22(3층)

www.bplatform.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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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전문 서점, 베로니카 이펙트

마포구의 주택가 골목을 요리조리 걷다보면 마주칠 수 있는 책방, 보물 창고라도 발견한 듯이 숨어 있는 베로니카 이펙트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동화책을 수집하던 일러스트레이터 유승보 대표와 잡지 기자 출신 김혜미 대표가 합심하여 낸 책방으로, 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담은 다양한 그림책 약 350여 종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 그림책 작가 지망생 등이 주로 찾았지만 지금은 서점 대표의 취향을 좋아하고 알아주는 독자들이 꾸준히 문을 두드린다.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그림책도 있지만 예술성 있는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도 다수다. 그래픽 노블은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소설의 형태로,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그림이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뮤지션인 유승보 대표는 “이곳에서 작가와의 북토크나 워크샵을 열고, 가끔 음악회도 연다”라며 누구나 편히 찾아와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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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2길 10

blog.naver.com/v_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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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서점, 스프링플레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골목 서점 스프링플레어.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공간으로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 동네 골목을 걷다가 서점의 유리문을 지나자, 어느새 정갈하게 진열된 서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서적은 ‘일상’과 ‘예술’을 소재로 한 책이다. 결코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미술에 관련된 알짜배기 책이 구비되어있다. 현대 미술 개념을 설명하는 책부터 베이컨, 호퍼 등 개별 작가를 다룬 책까지 어떤 책을 먼저 살펴볼까 고민이 될 만큼 흥미로운 책이 여럿 진열되어있다. 갤러리 챕터투 맞은편에 위치하여, 챕터투와 연계해 운영하기 때문인지 예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최혜영 스프링 플레어 점장은 “‘일상예술 서점’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과 풍요로움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한다. 최춘섭 케이시피메드 회장은 스프링플레어 설립 취지를 설명하며 “젊은 화가들이 찾아와 책을 고르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막 가슴이 뛰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챕터투에서 전시를 감상하고, 스프링플레어에서 예술 서적을 읽으며 일상에서 예술성과 꿈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프링 플레어에 직접 찾아갔던 날, 평일 낮에도 방문객이 여럿 드나들었다. 올해 초에 오픈한 작은 서점이지만 수소문을 듣고 곳곳의 문화 예술계 종사자가 스프링플레어에 방문하고 있었다. 연남동 골목에 들어선 조그마한 서점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예술서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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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7길 54 챕터투 맞은편

www.springfl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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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셀렉션의 정수, 포스트포에틱스

어떤 책을, 무슨 기준으로 들여오는지 저절로 궁금해질 만큼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예술성이 짙은 책’이 공간을 구성한다. 도도하면서도 매력적인 책이 진열된 이곳은 한남동에 위치한 포스트포에틱스(Postpoetics)다. 포스트포에틱스는 예술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해외 출판사 30곳 정도를 선정해 그 곳에서 나오는 책을 소개하는 서점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예술 출판사 스펙터 북스(Spector Books), 이야깃거리가 있는 예술 서적을 출판하는 영국 런던의 포 코너스북스(Four Corners Books), 이탈리아에 위치한 출판사이자 갤러리 코라이니 에디지오니(Corraini Edizioni) 등 세계 각지 예술출판사의 책을 접할 수 있다. 출판사별로 서가를 분류해 출판사별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선보이는 책에는 ‘글’이 많지 않다. 작가의 생각이나 작품이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담은 책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조금은 난해할 수 있으며 책 속 이미지가 결코 친절하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다. 처음 방문하는 이는 책을 펼치고 당혹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점이 포스트포에틱스가 가진 특이점이자 다른 서점과 구별되는 점이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해외 예술 서적을 마음껏 접할 수 있다.

“포스트 포에틱스는 책을 ‘유통’하는 역할을 한다”고 조완 포스트포에틱스 대표는 말한다. 책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해외 출판사를 한국에 소개하고 예술 서적을 원하는 사람에게 ‘전달’한다. 그는 “출판을 매개로 하는 다른 활동도 의미가 있지만 그저 더 나은 서점이 되려고 한다”고 전한다. 특별히 애정이 가는 책이나 출판사가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물으니, 그래픽 디자인 컬렉티브 오바케(Åbäke)와 가구 디자이너 마르티노 감페르가 공동 운영하는 덴트 드 레오네(Dent-De-Leone)를 좋아한다고.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0

www.postpoetic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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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글 |  이소진 (sojin.chloe.lee@gmail.com)

                   김민경 (monthlyart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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